< -- 여친 대기자 명단 -- >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던 내가 눈을 뜬것은 아침을 지나서 점심때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어차피 출근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누워 있었지만 정직한 배꼽시계가 울려대자 더 이상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역시나 텅텅 비어있다. 장을 봐 온지 얼마나 된 거지? 찬장을 뒤졌더니 종류가 다른 라면이 반개씩 남아있었다.
보통 라면을 먹을 때 한 개반을 기본으로 끓여 먹고 거기에 햇반을 하나 넣어서 먹는 내 식성상 라면이 반깨씩 남아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먹을 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전공책을 사러 시내로 나가려던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원룸을 나섰다. 9월이지만 아직은 날씨가 더워 간편한 차림으로 나서며 나중에 책을 사서 넣어오기 위해 백팩을 매었다.
간만에 백팩을 매자 어색했지만 손에 뭔가를 들고 다니는 것을 귀찮아하는 편이라 학교에 다닐 때는 모든 물건들을 다 백팩에 넣어서 매고 다녔었다. 거기다 다음 주부터는 개강이라 싫어도 백팩을 매고 다녀야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24 쪽27우선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먼저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제대로 된 식당을 찾으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하기에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서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시내로 가는 버스는 자주 오는 편이라서 기다리던 버스가 곧 도착을 했고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 안을 살펴보니 다행이도 가장 뒤쪽에 자리가 비어있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좌석에 앉았다. 내가 앉은 자리는 버스 뒷좌석의 가장 중앙이었고 버스 안의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낮이라서인지 텅텅 비어있는 버스 안에서 볼 것도 없고 그렇다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볼 수도 없는 처지라 폰을 꺼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꼬르륵"
이번에 '꼬르륵'소리는 좀 크게 울렸고 그 바람에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다 들렸던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나를 돌아보며 '킥킥' 웃는 소리가 났지만 나는 내 배에서 난 소리가 아닌 양 계속 게임에 열중하는 척 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원하던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했고 나는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아우'자기들은 뭐 밥도 안 먹고 사냐? '꼬르륵' 소리가 뭐가 그렇데 대단하다고... 내릴 때까지도 연신 나를 쳐다보던 버스 안에 사람들이 생각이 나서 출발하는 버스를 한참이나 노려봐 주고는 곧 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백반집에 들어가서 된장찌개를 하나 시켜놓고 수저를 챙기고 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직 점심시간이 안 돼서인지 식사는 금방 나왔고 나는 밥 한공기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는 한공기를 더 시켜서 그것마저도 다 먹어치우고 식당을 나섰다.
예전에 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혼자서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가족이 없더라도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밥을 먹었었는데 대학을 와서 혼자 원룸에서 자취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누군가와 밥을 같이 먹는 것조차도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거기다가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하는 상황이라서 혼자 먹는 것 따위로 쓸쓸해 한다거나 어색한 한다거나 하는 감정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니 사라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가을이 다가와서 인지 살짝 혼자 먹는 밥이 좀 서글프기는 했다.
정말 여자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점에 도착하니 나만 책을 사러 나온 것이 아닌 듯 서점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미용서적이 있는 장소를 찾아서 가자 역시나 그 곳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성거리며 책을 찾고 있는 것이 보였다.'어'쟤는? 우리 과에 여신이라고 소문이 난 지란희 같은데... 아는 척을 해? 말아? 아는 척 했는데 쌩 까면?
그런 걱정을 하며 나는 미용서적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어머 혹시 최영일씨 아닌가요?"
'갑자기 씨는 무슨 씨?'
악 소름 돋아...
"나 최영일인데."
"나 지란희인데 나 몰라요?"
'그 말투도 껄끄럽다. 뻔히 동기인걸 아는데 웬 존대?'
그렇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란희를 바라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네가 지란희구나."
"그래 나 알지? 반갑다."
다행이 그런 말투가 나만 불편한 건 아니었는지 란희는 곧 편안하게 말을 놓았다.
우리는 다정하게(?)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사실 고른다고 할 것도 없이 수강신청을 한 전공책을 사는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필요한 책을 전부다 사다보니 책을 8권이나 골라 들게 되었고 란희는 지난주에 구매하지 못한 몇 권만 사면된다고 하면서 책 두권 만을 골랐다.
우리는 고른 책을 들고 카운터로 가서 각자 계산을 했고 나는 책을 메고 있던 백팩 안에 넣었다. 8권의 책을 백팩에 넣자 가방이 묵직해졌고 등 뒤로 매자 가방이 뒤로 불룩해져 있었다.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다."
학교에서는 제대로 대화를 해 본적도 없던 란희와 나인데도 불구하고 학교가 아닌 다른데서 만나게 되니 신기하게도 친했던 사이마냥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정말 반가웠어."
"너희 집은 어느 쪽이야?"
내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던 란희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게 뭐?'
거기가 다 너희집이냐? 도대체 어디를 보라는 건지?
한참을 허공으로 찔러대던 손가락을 치우며 란희가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냥 웃어주었다.
사실 딱히 란희의 집을 알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뭔가를 얘기해야 되는데 생각나는 게 그거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너희 아버지 이름은 뭐냐? 라고 물을 순 없으니까.
"그래 그럼..."
'들어가라' 고 말을 하려던 찰나 얘 눈치가 이상하다. 뭔가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에게 눈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리를 꼬면서 내 앞에 서 있는 란희를 보며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인지 잠시 생각을 해야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내게 신호를 보내던 란희는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너 배고프지 않아?"
'응'이라고 대답할 상황이 아니다. 잘못했다간 머리털이 뽑힐 수도 있겠다싶은 나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네."
'고프긴 뭐가 고파 방금 전 밥을 두공기씩이나 흡입하고 왔는데'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또 점심을 먹어야 할 것만 같았다.
"나 돈가스 맛있게 하는 집 아는데."
'돈가스는 분식인가? 아닌가?'
하긴 넘버투가 한번도 돈가스를 먹으러 가자고 한적이 없는 것을 보면 분식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나도 돈가스 좋아해. 거기 어디야? 지금 먹으러 가자."
"그럴래? 여기서 가까워."
'우씨'가깝기는 뭐가 가까워. 백팩에 8권의 책을 짊어지고 란희의 손에 들려있던 책 두권까지 손에 든 내가 걷어가기엔 너무도 먼 길을 란희는 팔랑거리며 앞장서서 걸어갔고 나는 치마 아래로 쭉 뻗은 란희의 다리를 위안삼아 란희의 뒤를 쫓아 맛있다는 돈가스집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여기 식당 맞아?
조명이 어두침침한데다가 각각 테이블이 독립적인 형태로 되어 있는 그 곳은 식당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술집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름 뭐 상관 없겠지라고 생각한 나는 종업원의 안내는 받으며 룸처럼 되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둥그런 테이블에 둥그렇게 생긴 소파가 놓여 있었고 그곳은 칸막이로 다른 곳과 분리가 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은 란희가 나를 향해 손짓했고 나는 백팩을 옆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둥그런 모양이라 란희의 옆에 앉았다고 해야할지 맞은편에 앉았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자리에 앉은 나는 종업원이 내미는 메뉴판을 펼쳤다.
'억'뭐야? 뭐가 이렇게 비싸?
돈가스라고 이름 붙여진 것조차 몇 만원대가 넘어가고 있는 메뉴판에서 고개를 든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란희와 시선이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뭐 먹을래?"
"난 돈가스."
"그럼 나도 그거 먹어야겠다. 여기 돈가스 두 개 주세요."
나는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내밀면서 말을 했고 종업원은 곧 자리를 떴다.
"너 방학에 뭐했어?"
'나는 환타지아에서 일했지.'
그렇지만 이 사실을 나는 학교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집의 부모님께도 알리고 싶지 않아서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만 알려드린 상태였다. 혹시나 일하는 곳에 방문하고 싶다고 할까봐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뭐 별거 안 했어."
"나도 별거 한 거 없었어."
사실 란희정도 되는 외모의 여자와 마주앉아 있으면 예전이라면 가슴이 떨리고 뭔가를 해보고 싶어서 노력을 했겠지만 환타지아에서 많은 손님들을 대하면서 미인에 대한 내성이 쌓이고 또한 서빈이나 백진아 같은 환상적인 외모의 여자도 손아래에서 막 주무르다보니 란희 정도야 그닥 탐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란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한발 물러선 듯이 행동하는 내가 오히려 끌렸는지 약간 들이댄다는 느낌을 못내 지울 수가 없었다.
'뭐야?'
얘 나한테 관심 있는 거야? 안 그래도 옆구리 썰렁했는데 확 여자친구로 만들어 봐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보다 더 진도를 나가는 것도....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자 란희에게 관심이 생겼다.
오늘 란희가 입고 나온 원피스는 아주 단정해 보이도록 피부를 다 덮고 있었지만 몸에 딱 붙어 있는 스타일이라서 몸의 굴곡이 드러나 있었고 생각 외로 볼룸이 좋은 몸매에 내심 기대감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란희를 보고 있는데 주문했던 돈가스가 나왔다.
'엑'뭐야? 몇만원이 넘는 돈가스가 뭐 이래?
콩알만한 돈가스와 그 옆에 작은 종지를 엎어 놓은 듯한 밥을 보면서 완전 실망했다. 하지만 이미 점심을 먹어서 배가 부른 터라 작은 양에 감사하며 막 먹기 위해 포크와 칼을 드니까 란희가 자신의 돈가스를 반을 잘라서 내 접시위에 얹었다.
"왜?"
"나 이렇게 많이 못 먹어."
'와아'정말? 진정? 리얼리? 이게 내숭이라는 거냐? 와 소름 돋아.
진심으로 밥을 덜어내고 싶은 건 나란 말이야.
진심으로 다 못먹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돈가스와 밥을 덜어주는 란희를 바라보며 나는 좀 전에 먹었던 밥을 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꾸역꾸역 돈가스와 밥을 삼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집에 돌아가면서 약국에 들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밥과 돈가스를 남길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옆에서 작게 입을 오물거리며 돈가스를 먹고 있는 란희가 보였다.
나름 예쁘기는 하다. 딱 여대생이다라는 기준에서 한치 벗어남도 없어 보이는 란희는 그 또래만이 가질 수 있는 풋풋함과 싱그러움(?) 뭐 그런 것을 느껴지게 했다.
돈가스를 다 먹고 나는 후식으로 나는 커피 대신 사이다를 시켜서 먹었고 란희는 나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사이다를 좋아해서."
"난 탄산음료는 잘 안 마시는데. 네가 마시는 거 보니까 먹어보고 싶네."
사이다를 마시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란희의 눈빛에 마시던 사이다 잔을 란희에게 내밀었다. 사이다를 받아든 란희가 사이다를 한모금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달고 목이 따끔따끔 거려."
"그래 나는 시원하고 좋은데."
내가 란희로부터 사이다를 받아 들자 잔에는 란희의 분홍색 입술자국이 남아 있었다.
'보통은 이럴 경우 이렇게 해야겠지?'
나는 잔을 돌려 입술자국이 남은 위로 내 입술을 덮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란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무거운 가방을 다시 짊어지고 나와서 계산을 했다. 거의 내 일주일치 생활비에 맞먹는 돈을 치르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란희의 곁으로 다가가서 란희에게 말했다.
"가자 데려다 줄게."
"아니 나 아직 볼일이 좀 더 남아서."
"그래? 그럼 어쩌지 나도 집에 가서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데."
사실 좀 전에 먹은 돈가스 덕인지 아니면 무리하게 과식을 한 덕인지 배에서 신호가 오고 있었고 얼른 란희와 헤어져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급한 일이 있다고 둘러댄 것이었다.
"........"
뭐야?
뭔가가 더 남았나? 뭘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란희를 보며 나는 잠시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배를 무시하며 머리를 굴려보았다.
"저 란희야 너 폰좀 줘 볼래?"
"폰?"
"잠시만 이리 내놔봐."
나는 얌전히 폰을 내미는 란희를 바라보다가 란희의 폰을 들어 전화번호를 찍었다. 그리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내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음에 연락할게."
나는 란희에게 폰을 돌려주고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아파오기 시작한 배를 움켜쥐고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나도 여친이 생기는 건가?'
그렇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나는 곧 화장실이 있는 지하철역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휴우'이제 살겠네. 까딱 잘못하면 팬티를 더럽히는 불상사를 일으킬 뻔한 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을 나왔다. 지하철역사에서 올라와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란희의 폰 번호를 저장했다.
'우선은 여친 대기자 명단에 올려두어야지.'
상황을 보면서 대기자에서 승급을 시킬지 떨어트릴지를 결정 하자고 생각한 나는 버스가 도착하자 바로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해야만했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텅텅 비어있던 버스가 지금은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아씨'내려? 하지만 내가 돌아서서 내리려고 하자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해 버렸다. 차가 움직임에 따라 흔들거리던 나는 얼른 천장을 짚으며 어쩔 수 없이 버스의 안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뒤쪽은 조금 형편이 나아서 내가 서 있을만한 공간은 확보가 되었고 나는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천장을 짚은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점점 더 채워지는 버스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포개져야만 했다.
거기다가 나는 백팩을 매고 있던 상태라 뒤에서 밀어대는 사람들로 인해 상체가 앞쪽으로 쭉 내밀어진 채 앞쪽의 사람 등에 붙어 있게 되었다. 내 앞쪽의 사람이 자꾸 꿈틀거리며 움직이자 앞사람의 엉덩이에 맞닿아 있던 내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딱' 붙어있는 상태라 앞모습은커녕 뒤태도 보이지 않는 상대로 인해 발기하기 시작하자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생리적인 현상인지라 내가 손쓴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급기야 발딱 일어선 녀석이 앞 사람의 엉덩이 사이를 찌르기 시작했다.
나도 나름 앞 사람의 엉덩이 사이라도 피해보려고 몸을 움직여 봤지만 오히려 그 움직임으로 앞사람 엉덩이의 골짜기에 더욱 밀착해 버리고 말았다.'아윽'쌀 것 같아. 이 여자가 그만 좀 움직여.
내 앞의 여자는 피하려는 건지 나는 자극하려는 건지 엉덩이를 옆으로 움직여 대었고 그 덕에 점점 더 자극이 되어 이제는 싸기 직전의 상태까지 부풀어 올라버렸다. 하지만 잠시 후 내 페니스는 다시 고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으헥'뭐야? 여자가 아니고 오크야?
내 앞에 서 있던 긴 생머리의 여자가 뒤를 돌아본 순간 쌀 뻔한 페니스가 가라앉아 버렸던 것이다. 내가 본 여자의 얼굴은 여태껏 내가 아는 여자들 중에 가장 못 생긴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여자의 움직임이 피하려는 것보다는 자극하려고 하는 것 같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우욱'뭐야? 나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모르는 사람 엉덩이에 대고 발기할 수가 있지. 아악 꿈에 나올까 무섭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는 난 한참동안이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패닉상태에 빠져서 서 있어야만 했고 아마도 최근에 풀어주지 못해서 욕구불만으로 인한 것이라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원룸에 도착한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침대로 누워 버렸다. 생각하기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 버스에서의 상황이 떠올랐다.
'아씨' 그만 좀 떠올라. 사라져 사라지란 말이야.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만 했다.
노트북을 열어 얼마 전 방송실에서 받아온 백진아의 동영상을 플레이시키기 시작했다. 눈이 정화되는 느낌에 나는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고 이내 바지를 내려 페니스를 꺼내 움켜쥐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으으윽'너무 몰두한 탓인지 쏘아진 정액을 막지 못했고 정액은 노트북의 화면 위로 쏟아졌다. 동영상 속의 백진아를 덮어버린 정액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지를 가져와서 정액을 닦아내었고 노트북을 정리하고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간만의 낮잠을 즐기기 시작했고 꿈속에서 백진아와 같이 뒹구는 5번방 형의 모습을 군침을 흘리며 바라보고만 있어야만 했다.
잠에서 깨어난 후 느낌이 이상해서 바지를 보니 축축하니 젖어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백진아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드디어 개강날일교시부터 강의가 있는 탓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원룸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랜만에 학교를 가는 버스를 탔더니 역시나 학생들로 붐비는 차 안의 풍경이 어색했지만 금방 익숙해졌고 얼마 후 학교에 도착한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서둘러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여자랑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다. 우리 과는 아닌데 왠지 낯이 익단 말이야.'
나는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자를 바라보다가 여자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에 어디서 본 여자인지 생각이 났다.
'아아악'뭐야? 재가 왜 여기 있어?
그렇다 그랬던 것이다. 그 여자는 바로 원룸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 알바생이었다.
언젠가 내가 카섹녀한테 따먹히고 돌아오던 날 엉덩이 된 나는 목격한 바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나는 복도의 벽으로 찰싹 달라붙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나는 그 알바생이 지나갈 때까지 그 자세를 고수했고 알바생이 모퉁이를 돌아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벽에서 떨어져 나와 강의실로 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난지 알아봤을까?'
아까의 그 비웃음은 나를 알아봐서 생긴 것이겠지?
아악 나 이제 어떻게 해. 쟤가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도록 협박을 해? 아니면 아예 모르는 일인 척 쌩 까버릴까?
그리고 그날 이후 내가 호스트클럽에 다닌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학교에 떠돌기 시작했다.
'너 잡히면 죽었어.'
나는 근거 없는 소문의 출처가 알바생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알바생을 찾아다니기에 혈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드디어 '짜잔' 알바생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늦은 밤 외진 골목길에서....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해동풍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감사드립니다.
매일 연재 내용을 쓰는지라 코멘트의 내용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 전개상 들어가야 하는 부분들도 있는지라 그런 부분들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쿠폰 투척해주신 이름 모를 두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