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29화 (29/236)

< -- 오해의 끝은 어디? -- >

"야 영일아 너도 이런 거 했었냐?"

"뭐?"

"물풍선 속에 매듭 푸는 거 말이야."

"응"

"도대체 이건 왜 하는 거냐?"

"다 필요하니까 하는 거야."

/26 쪽29

'너도 스스로 부딪혀서 깨우쳐 봐.'

나는 절대 병태에게 무엇에 필요한 것인지 가르쳐줄 생각이 없었다. 사실 속으로 상당히 고소하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저 기간이 지나가면 좋은 일도 많겠지만 당장은 죽을 맛일 것이다. 내가 그때 그랬듯이... 강의가 끝나자 나는 책들을 전부 사물함에 넣어두고는 병태가 따라붙기 전에 먼저 학교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게이커플이라는 어이없는 누명을 쓰고 있는데 같이 다니기까지 하면 좋을게 없던 터라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었고 잠시 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헉'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딱 만나고 말았다.

알바생을 만난 것이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으로는 아랫도리가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내 몸은 알바생에게 걷어차였던 날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 폰을 보고 있는 알바생의 뒤쪽으로 슬금슬금 걸음을 옮기다가 그만 바닥의 깡통을 걷어차고 말았고 '퉁탕' 거리는 소리에 알바생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나를 발견한 순간 눈이 세모꼴로 변하면서 버스정류장의 반대쪽 끝으로 가서 섰다.

'내가 뭘 어쨌다고'아무짓도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꼭 치한을 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알바생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면서 서 있어야 했고 다행히 버스가 도착해서 버스로 달려갔다. 그런데 나와 같은 버스를 탈 예정이었던지 나보다 앞서 버스에 오른 알바생의 뒤를 따라 버스에 올라탄 나는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 있던 버스 안에서 이리저리 밀리며 알바생에게 부딪히게 되었다.

"저리 안 떨어져."

"나도 떨어지고 싶거든. 그런데 사람들이 밀어서 어쩔 수가 없어."

"자꾸 붙으면 소리 지를 거야."

"나 아무 짓도 안 했거든."

그 딱 한 번의 일로 이렇게 계속적으로 치한 취급을 받다니... 얘 은근 뒤끝 있네. 하긴 딱 보기에도 뒤끝 있게 생겼네. 내가 미쳤지 저런 애를 왜 건드려가지고... '나도 좀 떨어지고 싶다고 이 여자야'하지만 우리 둘은 무슨 접착제로 붙여 놓은 양 사람들에게 밀려서 꽉 밀착하게 되었다. '후욱 후욱'지금 서면 진짜 변태다 자 가라앉히고 가라앉히고.... 왜 자꾸 서는 거야. 아 미치겠네. 이러다가 얘가 또 발로 걷어차면 어쩌지?

알바생에게 비벼진 아랫도리가 서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다른 생각을 하고 구구단을 외고 별짓을 다 해봤지만 이게 도통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 이거 뭐야? 나 자꾸 찌르는데."

"그게 그러니까...."

'뭐라고 말해야 해?'

발기된 내 페니스라고 아니면 너 때문에 발기했다고 그것도 아니면.... 아아악 이러다 정말 저 발에 또 차이겠다.

"치워라."

"나도 치우고 싶거든 진심으로 그런데 여건이 허락해 주지 않네."

"내가 도와줄까?"

".. 아아니 안 도와줘도 돼. 내가 알아서 해결해 볼께."

나는 알바생에게 붙어 있던 내 사타구니를 떼어내려고 움직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알바생을 중간에 두고 오히려 반바퀴를 돌고 말았다. 한마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발기된 그것이 알바생의 엉덩이를 찔렀다면 지금은 알바생의 앞쪽을 찔러대고 있게 된 것이다.

알바생과 마주보게 된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를 돌리며 가능한 알바생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찌르는 듯한 시선을 피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헉"

알바생이 옆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발기된 내 페니스 위로 얹었다. '아윽'발기된 페니스 끝으로 가방 들어본 적 있는 사람 손들어 봐... 끄으윽... 피할 수도 없는데 나는 알바생의 가방의 무게를 페니스로 느끼며 버스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어야만 했다.

드디어 내려야할 정류장이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사람들 사이를 허우적거리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나가자 알바생은 내 뒤를 유유히 쫓아서 나오고 있었다. '헉'쟤도 여기서 내리나? 정말 같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는 내 뒤를 따라 알바생이 버스에서 내렸다.

인사를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그냥 가기도 뭐한 나는 뒤돌아 봤다. '헉'뭐야? 벌써 없어진 거야? 그러나 알바생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휴'어쨌든 다행이다.

나는 두근거리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는 곧 환타지아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만 출근을 하다보니 사실 지명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내가 지명을 받게 되는 이유는 가장 낮은 서비스 비용을 받다보니 손님들이 싼 맛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학교를 다니면서도 이렇게 환타지아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가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손님 지명 준비할 것]'굿 타이밍'그러나 잠시 떡대와 함께 방으로 들어온 손님을 본 나는 바로 얼굴을 푹 숙여야만 했다.

'으아'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정말로 놀랍게도 떡대와 같이 들어온 손님은 바로 알바생이었다. '설마'난지 알고 들어온 건 아니겠지?

나는 앞머리를 내려 얼굴을 가리고 턱을 최대한 아래로 당겨 목 아래에 붙였다. 그리고 일부러 몸을 구부정하게 해서 키를 작아보이게 만들고는 침대 쪽을 바라보며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네"

"침대로 누우세요"

나는 알바생을 외면한 채 말을 했고 알바생은 곧 침대로 올라가서 똑바로 누웠다. 떡대가 나를 이상한 눈을 쳐다봤지만 내가 손짓을 하자 이내 밖으로 나갔고 나는 얼른 작은 수건 하나를 가져다가 알바생의 얼굴을 덮으며 말했다.

"얼굴에 물이 튈까봐 수건을 덮어드리겠습니다."

"네"

나는 물을 틀어 온도를 맞추고는 알바생의 머리를 천천히 물에 적시고 감기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 감고 나자 수건으로 머리를 말아서 고정시킨 후 입을 열었다.

"앞 또는 뒤 아니면 앞뒤 모두 셋 중 뭘로 해드릴까요?"

"앞뒤 모두해주세요."

'쳇'내 앞에선 완전 잡아먹을 듯이 굴더니 이건 아무렇지도 않은 거냐?

내가 가운의 끈을 풀어 가운자락을 잡고 옆으로 펼치자 잠시 움찔하던 알바생은 이내 가만히 있었다. 내 눈 앞에 알바생의 알몸이 드러났다.

'뭐 특별히 볼만하지 않고만'그렇지만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슴에 적당히게 볼룸이 있는 몸매는 썩 나쁘진 않았지만 나는 괜히 트집을 자고 있었다. 나는 곧 마사지용 오일을 가져다가 손바닥에 발라서 알바생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여태껏 여자떡대('착하게 살자')를 제외하고 이토록 사심이 없이 마사지에 임해 본 것은 처음인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적당한 힘을 주어 알바생의 가슴을 주물러대었고 잠시 후 에는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었다. 허벅지를 주무르고 난 후 알바생의 다리를 벌리자 분홍색의 꽃잎이 펼쳐지며 그 사이의 붉은 빛을 띤 틈새가 드러났다.

내 손이 꽃잎사이의 틈새를 문지르자 놀라며 다리를 모우는 알바생에게 말했다.

"이제 뒤로 돌아 누워주세요."

내 말에 몸을 일으켜 뒤로 돌아누운 알바생의 등을 아래로 쓸러 내리며 엉덩이에 닿은 손은 엉덩이를 주물렀고 엉덩이 사이의 골짜기를 손으로 훑자 알바생이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아하'넌 성감대가 여기네. 어쩐지 아까 버스 안에서 유난스럽게 군다고 생각했더니 너 흥분했어구나.... ㅋㅋ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실컷 이리저리 알바생의 몸을 주무르고 난 후 나는 입을 열었다.

"다 끝났습니다. 일어나시죠."

아까와는 다르게 나는 똑바로 허리를 세우고 머리를 옆으로 정리하고 턱도 제자리에 두었다.

"악"

"왜 그러시죠? 손님"

"너 뭐야?"

"저 27번 방 담당 견습생입니다만 불편하신 데라도."

알바생은 놀라 빨개진 얼굴로 얼른 자신의 가운을 입었다. 잠시 후 들어온 떡대에게 안겨서 나가는 알바생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주었다.

"야 너 엉덩이 사이가 성감대더라."

"뭐?"

"그래서 아까 버스에서 그렇게 소리를 지른 거였냐?"

"아악 너 가만히 안 둬."

하지만 알바생은 떡대에게 안겨서 방밖으로 나갔고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미소가 담뿍 담긴 윙크를 날려주었다. '네 자신을 원망해라'네 스스로 여기 걸어 들어온 것이잖아. 거기다가 돈까지 내고 내 손길을 듬뿍 느끼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아.... 유쾌한 기분으로 방을 나선 나는 자판기에서 시원한 사이다를 하나 뽑아서 마셨다.

속이 확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까지 '업'되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지명은 없었지만 내 업된 기분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어딘가에서 훈련을 받던 병태가 '축' 늘어진 채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젖어 있는 걸로 봐서는 오늘도 물풍선을 좀 터트려 댄 모양이었다.

내 기분은 한층 더 좋아졌다. 하지만 넘버투가 나타나자 좋았던 기분이 여지없이 사그라들고 말았다. 요즘 나만 보면 카섹녀에 대한 소식을 묻는 통에 내가 미칠 지경이었다.

도대체 왜 당신이 관심 있는 여자의 안부를 나한테 물어보냐고? 궁금하면 직접 알아보던가... 매일 들들 나를 볶아대는 통에 요즘에는 넘버투의 그림자만 봐도 혈압이 치솟을 정도였다.

"영일아 혹시 오늘도 안 왔어?"

"네 안 왔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인데 앞으로도 쭉 안 올 것 같은데요."

"야 너는 말을 해도."

"그러게 작작 좀 괴롭히지 그러셨습니까?"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그러냐?"

"그걸 저한테 물으십니까? 본인이 더 잘 아시면서."

"야 그만하고 나하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우욱'또 분식 아놔 정말 싫다고. 이제 더 이상 분식은 싫단 말이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야 영일이 임마 너 어디가 너 이리와."

내 목덜미를 붙잡은 넘버투가 앞장서서 앞으로 걸어가자 병태와 견습생 무리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영일이 너 뭐 먹고 싶냐?"

"정말 말해요?"

"그래 말해봐."

"한우 꽃등심이요."

"그래 그럼 우리 돼지껍데기 먹으러 갈까?"

'아악'뭐야? 사 줄 거도 아니면서 왜 물어봐? 아씨 사람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뭐야?

나는 입이 툭 튀어 나온 채 질질 넘버투의 손에 질질 끌려 지난번 왔던 돼지껍데기집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내 주사를 알지 못하는 넘버투가 소맥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고 견습생 무리들은 겁에 질려 나와 넘버투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돼지껍데기만 씹고 있었다.

나는 지난번 일을 생각을 하며 열심히 돼지껍데기를 먹었고 곧 넘버투가 제조한 폭탄주를 마셔대기 시작했다.

한잔, 두잔, 세잔, 네잔 넘버투와 내가 잔을 부딪치며 마시자 견습생 무리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우리 둘의 사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돼지껍데기를 먹고 있었다.

탁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는데 어지간히 불안했던지 견습생 무리들은 탁자째 옆으로 옮겨간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넘버투와 내 자리 옆은 무슨 무대마냥 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돼지껍데기와 폭탄주를 함께 마시다 보니 그날 회식 때처럼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술잔을 입속으로 털어 넣고 나서 잔을 내려놓는데 넘버투가 테이블에 엎드리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어억'뭐야? 내가 너무 취해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엎드려서 울어대는 넘버투의 모습에 나는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나서 다시 넘버투를 쳐다봤지만 여전히 넘버투는 울고 있었다.

"원선생님 왜 이러세요? 그만 일어나세요."

나도 반 이상 취해 있었지만 넘버투의 모습은 정말 심각해 보였다. 그때부터 넘버투의 난동이 시작되었다.

지난번 회식 때는 내가 너무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넘버투가 오히려 나를 챙겨주었지만 본래 넘버투도 주정에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소유자였다는 걸 나는 오늘에야 비로써 알 수가 있었다. 갑자기 내 어깨에 자신의 두 팔을 얹고는 찰싹 달라붙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넘버투를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안고 있어야만 했다.

'아하'이래서 다들 테이블까지 옮겨가며 넘버투와 나에게서 멀찌감치 멀어진 것이었구나. 나한테도 진작에 좀 알려주지.

나는 원망 가득한 눈으로 견습생 무리를 바라보았지만 다들 내 시선을 외면한 채 돼지껍데기만 씹어대고 있었다. '어휴'이 인간을 어쩌지? 그냥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가? 그러기에는 눈이 너무 많다.

'어휴'이 인간을 어쩌지? 그냥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가? 그러기에는 눈이 너무 많다. 가슴팍이 축축하다.

도대체 얼마쯤 울고 나면 이 울음을 그칠까? 나는 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백번을 센 건지 천 번을 센 건지 마구 헷갈리고 그것도 아니면 수억을 센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때쯤 돼서 넘버투가 내 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퉁퉁 부은 눈은 흡사 두꺼비가 친구하자 덤빌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쳐든 넘버투가 그때부터 자신의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영일아 내가 원장님 밑에서 오만 고생 다하면서 여태까지 견뎌왔거든. 그런데 내가 이번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겨서 결혼하겠다고 했더니 그걸로 얼마나 뭐라고 생난리를 치는지 내가 딱 돌기 일보 직전이야. 거기다 여자는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고 으흐흐흑 글쎄 내가 뭘 어쨌다고 도망을 가 도망을 가긴. 카페에서 사람들 보는데서 좀 만져주고 더듬었다고 나보고 변태란다. 끝에는 자기도 좋다고 해놓고는... 크으으윽 이젠 연락을 해도 통 전화도 안 받고 지난번에 도망가는 거 잡아서 골목에서 했다고 난리 치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으으으흐흐흑"

'뭐? 골목에서 뭘 했다고... 설마..'

진심 놀랬다. 넘버투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일 줄이야.... 컥 여자가 도망갈 만하네. 아무리 그래도 골목에서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넘버투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나를 붙잡고 끊임없이 신세한탄을 늘어놓고 있었다.

나는 시선이 마주치는 견습생들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외면해 버린 그들은 자기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술에 취한 넘버투를 이끌고 돼지껍데기집을 나왔다.

이미 인사불성이 된 넘버투를 땅에 버리고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넘버투의 집까지 데리고 갈 수도 없고 해서 나는 할 수 없이 넘버투를 원룸으로 데리고 갔다. 다행히 인사불성이 된 뒤 테이블로 머리를 '쿵' 박으며 잠이 든 뒤로는 깨어나지 않고 있던 넘버투였다.

무거운 넘버투를 이끌고 택시를 타고는 원룸으로 올라가는 골목 앞에 내렸다. 나보다 결코 작지 않은 넘버투를 끌고 가자니 너무도 힘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바닥에 질질 끌고 갈 수도 없어 하는 수없이 업고는 골목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겨우 원룸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넘버투를 방바닥에 던진 후 나는 욕실로 가서 넘버투를 업고 오느라 땀투성이가 된 몸을 씻고 나왔다. 넘버투의 양말만 벗기고는 그냥 바닥에 두고 이불을 하나 덮어준 후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한 듯한 느낌에 눈을 떴더니 언제 올라온 것인지 넘버투가 침대위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머리를 나와는 정 반대로 두고 발과 다리를 내 가슴 쪽에 얹고 있었고 나는 넘버투를 바닥으로 밀어 내려버리고는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어서 눈을 떴더니 뭔가가 얼굴을 덮고 있었고 얼굴을 덮고 있던 것을 치우고 보니 넘버투의 팔이었다.

어느새 다시 침대로 올라온 것인지 좁은 침대에서 나와 거의 겹쳐져서 자고 있는 넘버투를 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환타지아로 바로 출근하는 토요일이라서 나는 넘버투를 깨워서 같이 가기로 결정을 했다.

"원 선생님 일어나세요."

"........."

"원 선생님."

마구 흔드는데도 전혀 모르고 자고 있는 넘버투를 보면서 침대에서 '홱' 밀어 떨어트려버렸다.

"에구구 허리야."

"원선생님 괜찮으세요?"

"너 왜 우리집에 있냐?"

"그게 아니라 여기 제 원룸이거든요."

"그러게 나 처음 와본다."

"어제 술을 많이 드셔서 이리로 모시고 왔어요."

"그래 나 먼저 씻을게. 아침 준비해라."

마치 자기집인 것처럼 욕실로 들어가면서 아침을 준비해라고 말하는 넘버투를 보며 나는 기가 막혔다. 아침은 무슨... 길에 버리지 않고 데리고 와서 재워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하지만 나는 곧 일어나서 햇반과 김을 꺼냈다. 햇반을 데우고 나서 식탁에 숟가락을 놓으니 넘버투가 욕실에서 나왔다.

"야 이게 아침이냐?"

"네 아니면 나가서 사 드시던가요. 정류장 가면 토스트도 팔아요."

"그럼 토스트 먹자 나 이거 못 먹겠다."

분식은 잘 먹으면서 밥을 못 먹겠다니 이래 뵈도 얘는 밥이라고 밥... 그러나 잠시 후 나는 넘버투와 함께 토스트를 입에 물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환타지아로 향해 출발한 나와 넘버투는 버스 안에서도 토스트를 오물거리며 먹었고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 마지막 남은 토스트 조각을 입안으로 구겨 넣을 수 있었다.

환타지아에 도착한 넘버투와 내가 환타지아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원장을 붙들고 하소연 하고 있는 병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원장님 저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그거 안하면 안 될까요 손가락 끝에 지문이 다 없어질 것 같아요."

"다른 견습생들도 다 겪은 일들이야 병태군."

"그렇지만... 너무 힘듭니다."

"병태군 그렇게 많이 힘이 들면 그만 두어도 돼. 아무도 병태군에게 억지로 하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병태군이 환타지아에 들어오고 싶어 한 거 아닌가요?"

'툭' 원장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병태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말없이 돌아서서 환타지아를 나가기 시작했다. '어'뭐야? 그냥 가는 거야? 내가 놀라서 병태를 잡으러 나가려고 하자 넘버투가 내 팔을 잡고는 말렸다.

"그냥 둬 어차피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야."

"하지만...."

나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병태의 뒤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이비앙님, 새우군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성미카엘님, 해동풍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회도 즐겁게 감상하셨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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