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33화 (33/236)

< -- 두 개의 떡 -- >

다시 내 방으로 올라가려고 하던 나는 넘버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차피 원장도 없으니 자기가 대장 노릇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만만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넘버투는 나를 붙잡고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환타지아 소속임을 잊지 말라는 말부터 시작을 해서 견습생들과 잘 지내라 그리고 단합대회 때 준비해야할 이모저모에 대해서 원장도 안하는 잔소리를 넘버투가 양껏 잔소리를 하고 나자 퇴근시간이 되어버렸다. '아'귀에 딱지 앉겠다.

도대체 저 성격은 어느 쪽 하나로도 무난한 구석이 없으니... 넘버투가 저렇게 독특하니 넘버쓰리는 있는 듯 마는 듯 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퇴근시간이 되자 헤어디자이너들과 견습생의 방에서 손님들이 나왔고 일부 견습생들은 지명이 없었던 것인지 퇴근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반갑네. 만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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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어제도 봤는데."

"그랬던가?"

'미친'어제도 그 말 했거든. 20번 방 너 벌써 치매냐?

"너 한턱 쏴라."

"네?"

"너 여친 생겼다고 소문 자자하던데."

"그래요?"

'아씨'그건 어떻게 알았대? 난 암말 안했는데...

"너 여친이랑 손잡고 가는 거 23번 방 태식이가 봤다던데."

'어억'설마 란희가 원룸에 온 그날 바로 들킨 거야?

"어디서요?"

"영화보고 나오면서 봤다더라. 너 여친 생긴 거 맞지?"

'아씨'연애도 마음대로 못해. 그래 나 이제 커플이다 그래서 뭐?

"네."

"야 그런데 이 형한테 보고도 안했냐?"

'그런 넌'나한테 보고하고 연지랑 사궜냐? 그런 것도 아니면서 너 설마 연지 때문에 복수하려고 그러는 건...'아놔'난 왜 이리 적이 많은 거야? 이렇게 되면 시호형이랑 넘버투도... 아씨 뭐야?

"어디까지 진도 나갔냐?"

'뭔 진도'내가 그걸 말할 것 같으냐? 미치지 않고선 말하지 못하지.

"그런 거 없어요."

"뭐 아직 인거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벌써 같이 잔거야?"

"아씨 진짜 그만 좀 해요."

내가 짜증을 내자 옆에 있던 넘버투가 입을 열었다.

"딱 보면 알겠네. 잤네 벌써."

'뭐야?'

언제부터 돗자리 깔았어? 왜 이런거에 관심을 갖고 난리냐고 진짜. 내가 란희랑 잤던 안 잤던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라고...

"그러는 두 분은 여자친구하고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요?"

"나는 당근 잤지."

"난 만난 그날 바로 덮쳤거든"

'아아악'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걸 알고 싶은 게 아니라고.

"한번 데리고 와 봐."

'어딜?'

여길 미쳤어? 내가 데리고 오면 무슨 짓을 하려고... 둘 다 여친도 있으면서 왜 이런데 정말.

"싫어요."

"아 그게 좋겠다. 야 영일아 내가 차 빌려주는 대신 너 여친 한번 데려와."

'아악'이건 아니잖아.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거야? 진짜 싫거든요.

"저 차 안 빌릴래요."

"뭐 가져가 주말동안 네 차라니까."

"아뇨 됐어요."

나는 내게 억지로 차키를 떠맡기려는 넘버투를 피하며 안쪽 방송실 쪽으로 피신했다. 방송실에서도 퇴근을 하는 건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견습생들과 떡대들이 우르르 1층으로 내려왔고 나는 지난번에 탔던 떡대의 으리으리했던 차가 생각이 났다. 떡대들은 한 무리로 뭉쳐서 바깥쪽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고 나는 내 방의 떡대를 가만히 불렀다.

"제환이 형"

"어 영일아."

"잠시 할말이 있는데요."

"그래 잠시만."

같이 나오고 있던 떡대에게 먼저 나가있으라는 손짓을 한 내 방 떡대에 나한테로 다가 왔다.

"저 형 혹시 주말에 차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왜 무슨 일 있어?"

"그게..."

"데이트 있는 거야?"

"... 네"

"깨끗하게 쓴다면 빌려줄게."

"당연히 깨끗하게 써야죠."

"그럼 내일 차 끌고 가면 되겠네."

"고마워요 형."

"나중에 한턱 쏴."

"네."

'우와'오히려 잘 됐네. 더 좋은 차를 더 간단히 빌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치사하게 차 대신 여친을 내놓으라니. 아 혈압 올라.

우루루 퇴근하는 무리들에 섞여서 나도 환타지아 밖으로 나왔고 20번 방과 넘버투는 뭐가 그렇게 죽이 잘 맞는 건지 대화를 하며 연신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넘버투에게 잡히기 전 얼른 환타지아를 벗어나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기다리며 폰을 꺼내어서 지난 번에 찍은 란희의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란희는 모르고 있겠지만 란희의 와이셔츠만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찍어놓았었던 것이다.

'이제 모레면 란희와 흐뭇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겠지.'

나는 잠시 후 도착한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란희의 사진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면서 집에 냉장고가 비어 있던게 생각이 났다. 어차피 내일 월급날이니 장은 내일 보면 되겠지만 우선 지금 당장 먹을 게 없기에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간단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차차'그러고 보니 편의점엔 알바생이... 어쩌지? 그냥 돌아가? 그럼 저녁은? 알바생이 날 잡아먹기라도 하냐? 그냥 가자 가.

나는 한참 갈등을 하며 갈팡질팡 망설였지만 결국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내가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다르게 알바남이 근무하고 있었다.'쳇'괜히 혼자 생쑈했네. 하지만 내가 음식을 이것저것 고르고 있자 누군가가 내 옆에 와서 섰다.

나는 물건을 고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이 신기해서 고개를 돌렸더니 알바녀가 내 옆에 서 있었다.

"뭐하냐?"

"보면 모르냐?"

"모르니까 묻지"

"너 보고 있거든."

"나?"

"그래 너 어떻게 하면 나랑 사귈까 하고."

"내가 미쳤냐? 너랑 사귀게."

"그럼 한번 잘래?"

"야 내가 그렇게 가벼운 남자 아니랬지?"

"그래 너 많이 무거워. 나보다 더 무거울 것 같은데. 나 가벼운 남자라고 한 적 없거든."

"아씨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짜증나. 그런데 더 짜증이 나는 건 이게 싫지만은 않다는 거. 나 이렇게 하다가 결국 넘어가게 되는 걸까?

나는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그 편의점을 나와야 했고 결국은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마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내일이 월급날이고 월급날이 아니라도 굶기만 할 수 없으니 장을 보자 싶었던 나는 마트로 가서 먹을 것을 잔뜩 사서 원룸으로 돌아왔다.

저녁으로 이것저것 준비해서 먹은 나는 침대에 누웠다. 자꾸 엉뚱한 생각이 나자 벌떡 일어나 팔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운동도 정말 오랜만에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열심히 운동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팔굽혀 펴기와 아령을 들고 움직이고 났더니 땀이 흘러 옷이 젖어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고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나왔더니 폰이 울리고 있었다.

"나야."

[뭐하고 있었어?]

"샤워하고 있었어"

[... 그래?]'왜'샤워했다고 하니 상상되냐? 그래 열심히 상상해 그래서 낼 모레는 정말 네가 한번 덮쳐 봐.

"나 보고 싶어서 전화 한거야?"

[.. 얘는 아니 그게 아니고 내일 강의 휴강한다고 총대가 나한테 연락해 주라더라고]

"아 그래?"

[교수님 일이 생기셨다나봐]

"고마워."

[당연히 해야 할 일 한 건데 뭐]

"아니야 네 목소리 들려줬으니 고맙지"

'으윽'닭살이야 내가 말하고 있지만 정말... 이 정도 했으니 이제 그만 끊자.

어쨌든 수화기 너머로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을 란희가 보이는 것 같았다.

[... 이만 끊을게 엄마가 불러서]

"그래 내 생각 많이 하고 잘 때 내 꿈 꿔."

[..... 응 그럴게]나는 다시 욕실로 들어가 닭살이 돋은 피부를 진정 시키기 위해 뜨거운 물을 연신 온 몸에 뿌려대야만 했다. 겨우 닭살을 가라앉히고 욕실 밖으로 나온 나는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면 내일은 간만에 환타지아로 바로 출근해 볼까?'

다 같이 아침 구호 외친지도 오래됐는데 말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잠이 들었다. 그러나 꿈에 내가 보고 싶었던 란희는 보이지 않고 벌거벗은 알바생이 한번만 자자며 나를 쫓아 다녔고 결국에 난 알바생의 안으로 박아 넣고 말았다. '으윽'이게 뭐야? 진짜 걔랑 한번 자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침에 눈을 뜬 나는 축축해져 있는 아랫도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팬티만 갈아입으려다가 웬지 찝찝해진 나는 샤워를 한 뒤 출근할 준비를 끝내고 원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환타지아로 향하는 동안 폰으로 란희에게 카톡을 보냈다.

[잘 잤어. 내 꿈꿨지?][학교에 올거니?][아니 나 내일 쉬려고 오늘 오전에 출근해][그럼 오늘은 못 보는 거야?][왜 보고 싶어? 조금만 참아 내일 많이 보여줄게][꼭 그런 건 아니거든.][나 내려야겠다. 나중에 연락할게][응 알았어]버스에서 내린 나는 환타지아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이게 누구야?"

"어 형"

"너 이 아침에 왠일이냐?"

"나 오늘 강의 째져서 바로 온 거예요."

"그래?"

"그런데 형도 요즘 학교 다니는 거 아니에요?"

"난 야간으로 강의 옮겼어."

"다음엔 나도 그래야 겠네."

"그러던지 늦겠다 나 먼저 간다."

'아니'늦겠다며 같이 가자고 해야지 나 먼저 간다는 건 뭐냐? 에이씨 거기서 나도 간다.

달리는 20번 방 형의 뒤를 따라 나도 죽자고 뛰었다.

'헥 헥'거리며 환타지아에 도착하니 아직 사람들이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아놔'진짜 사람 갖고 노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뭐? 에구 숨차.

카운터 옆의 대기석 의자에 앉아 열심히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떡대가 들어왔다.

나를 보더니 왠일이냐는 표정이었다.

"오늘 공강이라서 그냥 출근했어요."

"잘 됐다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네? 뭐요?"

"그게 내가 주말에 차를 못 빌려 줄 것 같아서 말이야."

'에엑'무슨 소리? 그럼 나는 어쩌라고 혹시 이거.... 나는 넘버투의 웃는 얼굴이 떡대 뒤로 보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누구에게 차를 빌려다라고 하더라도 못 빌릴 텐데... 아니지 한명 있네 딱 한명 넘버투 보다 힘센 사람... 하지만 그 차 소형차던데... 그러나 넘버투에게 절대 란희를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원장방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들어와요."

나는 원장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영일군 웬일이예요?"

"오늘 공강이라서 그냥 아침에 출근했습니다."

"그래요? 나한테 무슨 할말 있어요?"

"네 저 내일 저한테 차 좀 빌려주실 수 있으신가 싶어서요."

"내일은 딱히 차를 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오늘 몰고 갈래요?"

"아 네 감사합니다."

"자 여기 키 가져가요."

"네 잘 쓰고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나는 원장의 차키를 받아들고 당당하게 원장방을 나왔다. 그런데 이 동네는 차를 왜 일케 잘 빌려주냐? 보통은 잘 빌려주지 않는 편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줄을 서고 있는 무리들 사이로 들어가 가장 끝에 섰다. 다들 날 한번씩 쳐다보면 의외라는 듯 한마디씩 했고 나는 공강이라서라는 대답을 30번 이상은 되풀이 해야만 했다.

'윽'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쉬다고 오는 건데... 원장이 방에서 나왔다. 다들 아침구호를 외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 그럼 아침 구호부터 시작합니다."

모두들 왼손을 펴서 왼쪽 어깨 앞으로 들어올렸다.

"하나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

"하나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자 그럼 각자 자리로 가세요."

나는 견습생 무리에 섞여서 내방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왠지 내 뒤를 따르는 시선이 느껴져서 그 쪽을 쳐다 봤더나 넘버투가 날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왜'나 원장차 빌렸거든 소형이라 좀 폼이 덜나긴 하지만... 어차피 빌릴 거니 이것저것 가릴 형편도 안 되고... 그리고 절대 란희는 넘겨줄 수 없어.

나는 넘버투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방에 도착했다. '역시나' 출근을 한다고 지명이 있는 건 아니네. 어쩌지? 다시 집에 가?

하지만 그것 역시 내키지 않아서 나는 방 밖으로 나왔다.

빈 방이 있는지 살펴보니 웬일로 20번 방이 비어있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형"

"너 뭐냐? 나 쉬고 있거든. 급한 일 아니면 나가라"

그러고 보니 20번 방 안에는 아로마 향 냄새가 가득했다. 아마 좀전에 손님이 있다가 막 나간 상태인 것 같았다.

"형 혹시 뭐 하려고 한 건 아니예요?"

"뭐?"

"그거 있잖아요."

"그거 뭐?"

"내가 자주 하던 만담."

"너나 자주 하지 나는 아니거든."

"에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하면서 형에게 다가간 내가 형의 불룩한 바지 앞섶을 바라보다가 슬쩍 손으로 당겼다.

"어어 뭐하는 거야?"

나와는 다르게 넉넉한 바지를 입은 20번 방 형의 바지는 발기가 된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아서 나는 형이 입고 있던 바지의 윗부분을 당겨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야 이거 안 놔 이거 놔"

내가 바지를 쑥 당기자 놀란 형이 소리를 질렀고 나는 벌어진 바지 틈새로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머"

여자의 비명소리에 내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떡대와 손님이 막 방안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나와 형의 모습에 놀란 두 사람은 굳어진 채 형과 나를 보고 있었다.'이익'이게 아닌데... 뭔가 오해를...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성미카엘님, 해동품님, 혈화님, 이비앙님 감사드립니다.

쿠폰투척해주신 얼굴 모르는 세분께도 감사드려요.

아시죠 이번은 움추리는 중이라는거. 아마 다다음 편은 빵빵 터질 겁니다.

항상 당하기만 하는 영일은 아니죠... 그럼 즐감하셨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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