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37화 (37/236)

< -- 옥탑방 -- >

옥탑방에서 보낸 첫날은 잠자리가 바꿔서인지 잠을 설쳐야만 했다. 하지만 아침이 되니 햇살이 들어와 방안을 비췄고 넓은 방에 누워 예전의 원룸과 지금의 옥탑방을 비교해 보니 비교 상대도 되지 못했다.

'아 좋다.'

남향이라 환한 방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더니 탁 트인 전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중심가라 공기가 맑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경치는 좋은 것처럼 느껴졌다. 어제밤에 보니 야경은 낮의 경치보다 훨씬 더 좋았었다.

이런 곳에 란희를 데리고 와서 ... 아차차 외부인 출입금지랬지. 그것만 아니면 더 좋을텐데.

아침에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환타지아의 1층이라고 해도 출입구가 정반대쪽에 있어서 환타지아 무리들을 만날 일은 없었다.

서둘러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란희를 볼 수 있는 시간은 강의시간 뿐이니 그 강의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기에 마음이 바빠졌다.

'세이프'늦진 않았네.

/25 쪽38다행히 교수와 같이 강의실로 들어간 나는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앞에 앉아 있는 란희의 뒤태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누구 여친인지 참하게 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곧 교수의 강의에 집중을 했다. 아니 집중을 하려고 했다.

이놈의 카톡만 오지 않았다면... [이번 주 단합대회 준비를 위해 오늘 퇴근시간 후에 모이기로 했다. 약속잡지 말고 수업 끝나면 바로 환타지아로 와라]시호형이었다.

갑자기 잊고 있었던 단합대회가 생각났고 나는 그때부터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뭘 어쩌라는 거야?'

아 몰라 배 째라고 해.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마음이 편안해 졌다.

아무리 나를 쥐어짠다고 해도 없던 재주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결국 그러다보면 잘 하는 사람이 나와서 행사를 이끌겠지.

오전 강의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역시 란희는 여자동기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식당으로 몰려갔고 나는 그 무리들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밥을 먹고 있었다.

"혼자니? 나랑 같이 먹자."

'이 놈의 인기는'하지만 고개를 들던 나는 다시 고개를 아래로 숙여버렸다.

"그만 가라"

"왜? 밥도 같이 먹으면 안 되냐?"

"그럼 앉아서 밥이나 먹어. 사람 쳐다보지 말고."

내 앞엔 알바녀가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참 잘도 먹는다. 몇일 굶었냐?

"네 여친은 왜 저기 있냐? 싸웠어?"

"아니 요즘 바빠서 따로 다녀."

"그래? 잰 걱정도 안 되나봐."

"뭐가?"

"너 딴 애가 낚아채 갈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게 넌 아니니 걱정마."

"정말 그럴까?"

"응 난 먼저 간다. 다 먹고 가라."

"야 인간적으로 밥 다 먹을 때까지 있어 줘야지 왜 이리 야박하게 굴어."

'그런가?'

그 말을 듣자 의자에서 들어 올리고 있던 엉덩이가 무거워지면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래 먹고 죽은 귀신을 땟깔도 좋다는데....? 여기 이말이 어울리나? 암튼 밥 먹을 동안만 같이 있어 주자.

"얼른 먹어"

"나 본래 밥 천천히 먹어."

알바녀의 말은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일정한 속도로 밥을 먹는 알바녀를 보니 참 성격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로 거절 했으면 포기하는 것이 보통 아닌가?

'뭘 먹었기에 이렇게 질겨?'

그렇지만 꼭 밉지만도 않다. 사실 알바녀가 생긴 걸로 딸리지는 않았다. 다만 여친 있는 남자에게 너무 들이댄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나도 만일 란희랑 사귀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알바녀를 거절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타이밍이...

"다 먹었지 이제 가자."

"커피는 내가 살게."

나는 말없이 식판을 가져가서 정리하고는 식당을 나왔다. 내 뒤로 알바녀의 황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내 팔에 알바녀가 매달렸다.

"야 너 혼자 가면 어떻게 해?"

"나 본래 혼자 왔거든"

"내가 커피 사준다고 했잖아."

"나 바빠."

"그래도 커피는 마실 거잖아. 가자."

"......"

나는 내 팔을 지그시 누르는 알바녀의 가슴을 느끼며 알바녀에게 질질 끌려 매점으로 들어갔다. 계산을 끝낸 알바녀가 나에게 캔커피를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받아 뚜껑을 따고 마셨다.

"이제 다 마셨으니 이만 간다."

"그래 나중에 또 봐."

아쉬운 듯 나를 쳐다보던 알바녀는 내 팔에 꼈던 자신의 팔을 풀어내며 나를 보내 주었다. 나는 강의실로 돌아왔다. 아직 다른 동기들은 점심을 먹는 중인지 강의실은 텅 비어있었다. 잠시 후 란희 무리들이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란희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다.

"너 아까 식당에 그 애 누구야?"

"누구?"

"아까 식당에서 말이야."

"아 그 애 그냥 아는 애."

"그런데 팔짱도 끼고 그러는 거야?"

"자기는 나랑 좀 친하다고 생각하나봐."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뭐야?'

그냥 혼자 내버려둘 때는 언제고 나한테 나름 신경 쓰고 있는 건가? 아니면 뭐지? 질투하는 건가? 살짝 흐뭇해진 나는 란희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내 손을 밀어내 버리는 란희는 기분이 많이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 뭐야?

심하게 삐진 거야? 이걸 어떻게 풀어줘야 하지? 이번 주 내내 란희가 바쁘다고 했었는데...

"란희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는 거 오해야."

"오해라고?"

"그래 오해. 그 애가 날 좀 따라다니긴 하는데 나는 관심 없어. 나한테 너밖에 없어."

"정말이지?"

"그럼 정말이지."

나는 진실된 표정(?)으로 란희를 바라보았고 란희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복도를 걸어오는 동기들을 발견하더니 내게 손짓을 하고는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혹시란희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나와 란희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그럼 란희는 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 부끄러워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천천히 강의실 안으로 들어와 오후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열심히 해봤자 별 볼일 없을 텐데'다들 나에게 너무 기대가 큰 거 아니야? 내가 카운터에서 잠시 기다리자 견습생 무리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카운터로 우르르 몰려왔다.

"영일이 왔냐?"

"네 형."

"가자."

시호형의 말에 따라 나는 견습생 무리들과 같이 밖으로 몰려나왔다. 뭔가를 의논하더니 곧 근처의 00리아로 이동해 갔다.

무리들 중 세 명이 대표로 가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사이 견습생 무리들 중 가장 고참인 1번방의 영호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매년 있어온 단합대회라서 다들 잘 알겠지만 같이 즐기면 된다. 장소와 음식은 원장님께서 알아서 준비해 주실 거고 우리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만 해가면 되니까 다들 신경 쓰도록 하자. 이번에 장기자랑 할 사람들 리스트는 뽑아 왔지?"

"형 그건 제가 뽑아 왔어."

20번 방형이 대답했다.

"이번 사회는 영일이가 보기로 했으니까 영일이한테 넘겨줘라."

손에 손을 타고 나에게로 파일이 하나 넘어 왔다. 한 장을 넘겨보자 빼곡히 뭔가가 적혀 있는 그것은 장기자랑 신청자 명단인 듯했다.

"영일아 네가 그 중 몇 가지 선정해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해라. 다 하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테니까."

'우왁'뭐가 이리 많아 이걸 언제 다 추린데... 우와아 거기다 넘버투가 뭘 한다고?

리스트를 받아든 나는 곧 좌절 모드로 돌입해야했다. 리스트의 명단 중엔 내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조율하라는 건지. 한마디로 왕창 깨지란 건가?

거기다 내일모레면 단합대회인데... 그럼 조율은 내일 하루 만에 끝내라는 말이잖아. 거기다가 장기자랑의 일등상은 상금이 50만원이나 되었다. 그러니 다들 쉽게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거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었고 나는 죽상을 하며 당장 견습생의 무리들 중 장기자랑 참가자부터 추리기 시작했다.

대충 견습생들이 추려지자 나머지 떡대들 무리들과 헤어디자이너들은 그대로 공연을 시켜도 될 듯했다. '에휴'정신 없어. 내일은 더 정신이 없겠네. 저녁으로 햄버거 세트를 해치운 견습생 무리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한 정리를 끝내고 00리아에서 나와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영일아 가자."

"아 네"

나는 환타지아로 가야하지만 나를 잡아끄는 20번 방 형을 따라 버스정류장으로 가야만 했다. 다행히도 20번 방 형이 탈 버스가 잠시 후 도착을 했고 형이 버스에 올라탔다.

나는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었고 버스가 출발하자 다시 환타지아로 걸어와 뒤쪽의 엘리베이터에 타고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옥탑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원장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저녁에 한번 씩 돌아보고 정리를 해 달라던 말이 떠오른 나는 곧 5층, 6층, 7층을 돌아보았다. 어제와 많이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고 기계가 몇 가지 더 들어온 듯 보였다.

역시 치울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각 층에 불을 끈 후 옥탑방으로 올라왔다. 옥탑방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건물을 아래를 쳐다보니 멋진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여기 살기로 결정한 건 정말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옥탑방으로 들어가 씻은 후 침실로 가서 침대 위에 누웠다. '아 좋다.

'나는 내일 학교 갈 일도 모레 단합대회의 고민도 다 잊고는 잠이 들었다. 아침이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덕에 잠이 깬 나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원룸에서 옥탑방으로 이사를 해온 사실을 생각해 내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오전 강의만 있으니까'그것도 일교시 강의는 없고 이교시부터 강의가 있는 지라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해서 먹고 옥탑방에서 밖으로 나왔다. 휑한 마당을 보면서 운동기구라도 가져다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계단을 내려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엘리베이터 옆엔 비상계단이 있었다.

'이 계단이 아래층까지 이어져 있는 건가?'

갑자기 생긴 궁금증에 나는 타려던 엘리베이터는 그냥 내버려두고 계단을 걸어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 중간중간에 작은 창이 있어서 어둡지는 않았지만 그닥 넓지 않은 공간이라서 좀 답답한 듯 느껴지기도 했다.

1층이라고 써져 있는 곳에 도착한 나는 곧 출입구를 찾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어라'이거 잠겨 있잖아. 열리지가 않아. 설마 나 다시 걸어 올라가야 하는 거야?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는 문을 포기하고 나는 다시 7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했다. 혹시나 싶어서 층간에 있는 문들을 열어보아도 아무 것도 열리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7층까지 걸어올라간 나는 건물을 나서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렸다.

생각 같아서는 학교를 땡땡이를 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란희를 볼 수 없게 되니까 힘들어도 학교를 가기로 결정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오는 것이 어찌나 힘이든지. 나는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벤치에 털썩 앉아 버렸다.

'운동 부족인가?'

엄청 힘드네. 잠시 후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란희는 이번 주말에 동기들과 모여 연습을 해야 한다며 나와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을 문자로 알려왔다.

사실 나도 단합대회다 뭐다해서 시간이 없긴 하지만 란희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란희야 잠시만 나랑 얘기 좀 하자."

여자동기들 무리 속에서 나는 란희를 빼내서 강의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살피다 빈 강의실이 있어서 그 안으로 란희를 밀어 넣은 후 나도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 주 주말에 많이 바빠?"

"좀 바쁠 것 같아."

"우리 만나지 못할 만큼 바쁘니?"

"그럴 것 같은데 너 혹시 그것 때문에 기분 나빠?"

"응. 걔네들이랑 계속 같이 다녀야할 필요는 없잖아?"

"같이 다녀야 하니까 같이 다니는 거야"

"그럼 나는 같이 다녀야할 필요가 없어서 같이 다니지 않는 거니?"

"이건 그거랑 다른 문제잖아."

"뭐가 달라?"

"다르지 이건 완전히 달라."

"다르지 않아 난 너랑 같이 다니고 싶다고. 넌 나를 남자친구로 생각하고 있기나 한 거야?"

"널 남자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내가 너한테 허락이라고 했을 것 같아. 마음대로 더듬고 만지고 거기다.... 생각하기도 싫어."

"뭐라고? 다시 말해 봐."

"생각하기도 ..... 으읍"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여력이 없었다. 란희의 입을 막아버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하지 못했고 그저 동물처럼 란희를 끌어안고 란희의 입을 내 입으로 덮어버렸다.

바둥거리는 란희를 안은 채 벌어지지 않는 란희의 입술을 깨물었다. 란희의 입술이 아픔으로 인해 벌어지면서 내 혀가 란희의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우읍"

란희는 자신의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내 혀를 깨물어버렸다. 그리고 주춤거리고 있는 나를 획 밀어버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리고 그거 알아? 너 좀 이상해."

"......."

'내가 뭐?'

이상하다고 나는 말문이 막혀서 란희를 쳐다보고만 있었고 란희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강의실을 나가버렸다. 내 행동이 심했다는 건 알고 있다.

아니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다니 어디가 어떻게 이상하다는 거지? 여태껏 해왔던 모든 행동들이? 아니면 오늘 한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까?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 나는 강의실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학교 뒷산에 올라가서 오전시간을 보낸 나는 한결 맑아진 기분으로 학교를 빠져나와 환타지아로 향했다.

마침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참인지 시호형과 떡대들 무리들이 환타지아 앞에 서 있었다.

"넌 참 타이밍을 잘 맞추네. 오늘은 갈비찜 먹으러 갈 건데 딱 맞춰서 왔네."

"본래 제가 먹을 복이 있다고들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점심시간치고는 인원이 많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이유가 있었네.'

나는 그 무리들과 같이 맛있는 갈비찜을 먹고 환타지아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견습생 무리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란희와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고 싶었지만 곧 이어 밀어닥친 용 시스터즈 덕에 고민은커녕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색색의 용들을 핥아대어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은 단백질 마사지를 원하는 용이 없었다는 거였다. 만일 단백질마사지까지 원하는 용이 있었더라면 나는 정말 눈물까지 흘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용들은 이상하게도 같은 종류의 마사지를 받기 원하는 특성이 있어서 한명이 단백질을 원하면 그날은 하루종일 단백질 마사지를 제공해야하는데 무지개색의 용들에게 각각 2번씩의 단백질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면 난 적어도 14번의 단백질을 짜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눈물을 짜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오후의 영업시간이 끝날 시간이 다가왔고 마지막 빨간 용이 나가고 나자 나는 서둘러 내 방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영일아 너 준비 잘 하고 있지?"

"그럼요"

'깨질 준비 확실히 해지'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나는 넘버투의 말에 자신 있게 대답을 하고 내일의 단합대회를 준비 한다는 명목으로 모인 무리들과 같이 저녁을 먹으러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제는 햄버거 쪼가리로 저녁식사를 해결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백반집으로 들어간 무리들은 별로 하는 일 없이 그냥 내일 준비 잘 하라는 말을 끝으로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역시 밥 잘 먹고 환타지아로 돌아와 옥탑방으로 올라왔고 씻고 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밝은 햇살에 눈을 뜬 나는 서둘러 씻고 준비를 끝내고 모이기로 했던 환타지아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관광버스 두 대가 주차장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벌써 도착한 것인지 넘버투와 원장이 그 앞에 자리잡고 서서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일찍 나오셨네요."

"영일군도 일찍 왔네."

"전 뭐 준비할 것도 없고 해서."

"네가 젤 중요해 뭐가 준비할게 없다는 거야?"

"그러게요."

나는 넘버투를 향해 웃어준 후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이미 와서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가장 뒤쪽의 창가에 가서 앉아 등받이에 기댄 후 눈을 감았다. 얼마 후 차가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떴더니 이미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는 버스 안은 환타지아 무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한참이 지난 후 나를 흔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야 넌 무슨 얘가 도착한 줄도 모르고 자냐? 우린 너 안 왔는 줄 알았잖아"

"으으윽 이손을 좀.."

내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어대고 있던 20번 방 형은 곧 손을 놓고는 먼저 버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멱살잡이를 당해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고는 일어서서 버스 밖으로 나갔다.

환타지아 무리들이 전부 집결해 있는 사이로 나는 유유히 걸어가 가장 끝자리에 섰다.

"전원 도착 완료. 그럼 이만 출발한다."

넘버투의 목소리가 마이크에서 울려 나오자 다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sdaweq님, 넥슨뷁님, 이비앙님, 성미카엘님, 글레이시아님, 해동풍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쿠폰투척해 주신 두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즐감 하시고 다음회에 빵 터질지도 모르니 주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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