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40화 (40/236)

< -- 미친 변태 색마라니 누가 나? -- >

'역시' 학교에 오면 힘이 빠진다니까... 에고나는 겨우 겨우 오전 수업을 듣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옆을 달려가는 여자동기의 뒷모습을 보며 어제 내 옆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갔던 백진아를 떠올려 보았다. '아하'겨우 어제 일인데 몇 년은 지난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두르르르르 두르르르르"

강의를 듣느라 진동으로 해 두었던 폰이 엉덩이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28 쪽42

'아씨'또 누구야? 모르는 번혼데 받아? 말아?

줄기차게 울려대는 폰을 들어 통화를 하기 위해 귀에 가져다 대었다.

"네 영일입니다."

[어머 이름이 영일이었어요?]

"네?"

[이름 좀 귀엽다]'아하'이 목소리는... 근데 왜 전화를 했지?

"어떻게 이 폰 번호 안 겁니까?"

[원장님께 물어봤어요.]

'뭐?'

원장은 직원 신상정보를 보호해야하는 거 아니야? 진짜..

"용건이 뭡니까?"

[그게 제가 아끼던 팬티가 없어져서요]'설마'원장한테도 그렇게 말한 건 아니겠지?

"혹시 원장님께도 그렇게 말씀 드렸나요?"

[네 그런데 말하면 안 되는 거예요?]'에휴'뭐야? 나 오늘 제대로 당하겠는데...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잖아. 사실 내가 가져간 것이 맞긴 하지만

"그래서요?"

[돌려주세요.]

"제가 가져갔다는 증거라도 있나요?"

[그야 영일씨랑 하기 전엔 제가 입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밴에서 하고 나서 없어졌어요]

"제대로 찾아봤어요?"

[돌려주세요]

"몰라요 와서 직접 한번 찾아보던가?"

[지금 어디예요?]

"학교... 설마 지금 오려고요?"

[네 지금 갈 테니 거기 가만히 있어요]

"잠깐만 차라리 집으로 오세요."

[집에 숨겨놨어요?]

"그게 아니라..."

[알았어요 지금 갈께요]그리고는 전화는 뚝 끊어져 버렸다.

'뭐야?'

지금 백진아가 옥탑방에 온다는 거야?

점심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학교 밖으로 달려나와 택시를 타고 환타지아를 외쳤다. 잠시 후 환타지아에 도착한 나는 바로 원장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원장님 혹시 백진아씨 여기 왔어요?"

"방금 원선생이랑 옥탑방으로 올라갔어."

"아 그래요.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잠깐 영일군 그런데 백진아씨가 왜 영일군을 찾는 거지?"

"무슨 일 때문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알았어요 가봐요."

나는 환타지아를 빠져나와 옥탑방으로 가기 위해 환타지아의 뒤편으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나서 잠시 기다리자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팬티를 어디에 놔뒀더라?'

혹시 벌써 찾아낸 건 아니겠지?

급한 마음에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두 개씩 뛰어올라 옥탑방으로 갔더니 옥탑방의 열쇠가 없어서인지 넘버투와 백진아가 옥탑방의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영일아 빨리 왔네."

"네 원선생님."

"그럼 백진아씨 영일이 왔으니까 전 이만 가볼께요."

"네 원선생님 감사했어요."

넘버투는 서둘러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어 옥탑방의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와 여기 너무 귀엽다."

'얘는 귀엽다는 말밖에 모르나?'

보는 것마다 모조리 귀엽다고 하니.

"뭐라도 마실래요?"

"아니 뭐 전 팬티만 찾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네 그거 내 행운의 팬티란 말이예요. 그거 입고 있어서 영일씨랑도 한 거고 그전에 그 알잖아요. 유명한 짐승돌 유건 오빠랑도 같이 한 것도 그 팬티 입고 있을 때였단 말이예요. 꼭 찾아야 해요."

'우욱'뭐야? 너 순수미인 아니었냐? 이러면 이미지가... 하긴 섹시댄스가수니까 뭐 어쩔 수 없는 건가?

"그 팬티 찾아주면 뭐해줄래요?"

"영일씨가 가져간 거 맞네. 왜 그랬어요?"

"암튼 내가 가져간 거라고 치고 그거 찾아주면 나한테 뭐해줄래요?"

"내가 뭘 해줘야 해요? 그거 본래 내건데."

"그럼 뭐 알아서 찾던가"

"알았어요 뭐 해줄까요?"

'우와'정말 그럼 우선 오늘부터

"그럼 옷부터 벗어요."

"네? 지금요?"

"얼른 벗어요. 나 지금 하고 싶어 미치겠으니까."

"하지만 나 금방 가봐야 해요. 오늘 유건 오빠 만나기로 했거든요."

'뭐야?'

그럼 그 자식 만날 때 입고 가려고 팬티 찾으러 온 거야?

"유건이랑 하면 좋아요?"

'뭐야?'

얘 이런 취향인 거야? 그러고 보니 여자들도 참 취향이 다양하네... 란희는 순종적이 수동적인 남자를 좋아하고 얘는 ...

"이리 와 봐"

나는 백진아의 허리에 팔을 감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침대로 다가가서 그대로 침대 위로 백진아를 쓰러트린 후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를 벗겨 내리고는 다리를 옆으로 벌려 그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찰싹"

'어어억'뭐야? 지금 나 뺨 맞은 거야?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용돈 안 올려주신다는 부모님 말씀에 반항해서 가출했을 때도 뺨을 맞진 않았었는데... 왜 환타지아에 온 뒤로 이렇게 자주 뺨을 맞게 된 거지?

놀라서 굳어진 나는 밀치고 백진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설마 그냥 가는 거야?

"팬티 안 가져가도 돼요?"

내말에 돌아선 백진아는 손을 내밀었다. 나는 백진아에게 맞은 뺨을 손으로 감싼 채 침대 옆의 탁자서랍에서 팬티를 꺼내 백진아의 손 위에 얹었다.

"이 미친 변태 색마."

'뭐라고?'

내가 뭘 어쨌다고?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이봐 어디가?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하지만 내 마음속의 절규를 듣지 못한 것인지 백진아는 그대로 옥탑방을 나가버렸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문자도착음이 울렸다.

[영일군 나 좀 보지]'으허헉'백진아 이 밴댕이 소갈딱지 그새 원장에게 쪼로록 달려가 이른 모양이다. 나는 무거운 엉덩이를 억지로 일으켜 옥탑방을 나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악'엘리베이터가 멈추기라도 했으면 좋겠네. 이번엔 또 무슨 소리를 할까?

아직 백진아가 외쳤던 '미친 변태 색마' 라는 말의 충격도 가시지 않았는데... 하지만 아무일 없이 아래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환타지아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영일아 원장님께서 방으로 바로 오라고 하시던데."

"네 알겠습니다."

환타지아의 입구로 들어서던 날 발견한 떡대 한명이 전한 소식에 나는 더욱 어깨가 아래로 처졌다.

"똑 똑"

"들어와요"

"원장님 저 왔습니다."

"영일군 여기 앉아."

"네."

나는 주춤주춤 소파로 다가가서 얌전히 소파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백진아씨가 나한테 말을 하던데"

".... 아 네 그게 오해가 좀 있었습니다. 제가 그러니까 백진아씨 팬티를 일부러 가져간 게 아니라 실수로 그렇게 된 걸 백진아씨가 오해를 해서 일이 그렇게 된 겁니다.."

"백진아씨를 팬티 영일군이 가져갔어요?"

'어흑'뭐야? 백진아 너 원장한테 말했다며... 아씨 이러면 내 입으로 분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아 그만 됐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백진아씨가 VIP실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에 대해 말을 했고 그것에 대해 묻고 싶어서 영일군을 부른 거예요. 백진아씨가 VIP실을 이용하는 분들은 대부분 익명성을 요구할 거라고 하면서 각자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실과 마사지실과 헤어디자인실로 구성되었으면 하더군요. 원스톱 형식으로"

"아 네"

"그러니까 손님들끼리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구조를 변경 시켜주었으면 하더라고요. 영일군 생각엔 어떤가요?"

"제 생각에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 부분에 있어서 다시 한번 다른 직원들과도 상의해 보고 구조변경을 해야할 것 같네요."

"그렇게 하시는 게 좋겠네요."

"아까 하던 팬티 사건은 뭔가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냥 오해예요. 오해"

"그럼 이만 나가봐요."

"네 알겠습니다."

'아오'백진아 나 엿 먹이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 예쁘기만 하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진짜 이걸 확 그냥 기자한테 꼰지를 수도 없고... 그러고 보니 아직 점심도 못 먹은 상태였다. 거의 퇴근시간이 가까워 졌는데 말이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긴 싫어서 고픈 배를 움켜쥐고는 카운터 옆의 대기석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왜? 원장님한테 한소리 들었냐?"

"아니거든요.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응"

"원선생님은 저 놀리는 재미로 사시죠?"

"어떻게 알았냐?"

'아우'내가 말을 말아야지 안 그래도 배고파서 짜증나 죽겠는데.

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감아버렸다. 아 시간아 빨리 가라 얼른 퇴근 시간 되면 20번 방 형이나 아니면 시호형 붙잡고 저녁 사달라고 해야겠다.

얼마 후 퇴근시간이 다 되자 각 방에 있던 손님들이 밖으로 나와 계산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고픈 배를 움켜쥐고 일어서서 손님들을 배웅해야만 했다. 그렇게 손님들이 사라지고 나자 방 정리를 끝낸 환타지아 식구들이 퇴근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형 나 배고파요 저녁 사줘요."

"어쩌지? 나 오늘 연지랑 약속 있는데."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너만 괜찮다면 같이 가도 돼고."

"아뇨 안 괜찮으니까 연지씨 만나러 가세요."

"그래 그럼 내일 봐 나 먼저 간다."

'누구 밥 먹다가 체하게 할 일 있냐? 그 닭살 날리는 그 모습을 어찌 보라고'가벼운 발걸음으로 환타지아를 나서는 20번 방 형의 뒷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환타지아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호형 나 저녁 사줘요"

"나 오늘 당번이라서 정리해야하는데 기다릴래 넉넉잡고 두시간 정도면 끝나"

"그때까지 못 기다려요. 나 점심도 못 먹었단 말이예요."

'으흑'하는 수 없지 혼자 저녁을 먹으러 가는 수밖에...

"영일아 넌 왜 나한텐 안 물어보냐?"

"원선생님은 바쁘시잖아요."

"내가 특별히 오늘은 좀 한가하거든"

'아뇨'같이 안 가 줘도 되거든 그냥 혼자 먹고 말지

"다들 퇴근 안하고 뭐해요?"

"원장님 영일군 저녁 사달라고 하는데요."

"다 같이 가죠 저녁은 내가 사도록 하지요."

"와아 우리 원장님 멋져요."

그렇게 다른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고 싶었던 나의 소박했던 꿈은 갑자기 환타지아 무리들의 회식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영일아 빨리 와"

나를 손짓해서 부르는 넘버투의 곁으로 나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여서 다가갔다.

"너 돼지껍데기 좋아하잖아 지난번에 보니까 엄청 먹더니만."

"네 물론이죠"

돼지껍데기 집으로 몰려간 환타지아 무리들은 곧 돼지껍데기와 술을 주문했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도 나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다. 폭탄주 제조가 취미인 넘버투조차도 자신이 만든 폭탄주를 나에게 내밀지 않아서 나는 돼지껍데기를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환타지아 무리들은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돼지껍데기 집을 나설수 있었다. 나는 당연히 환타지아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나머지 무리들은 알아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옥탑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가 엘리베이터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영일씨"

"누구... 설마"

'에엑'왜 나타난 것이냐? 미친 변태 색마를 만나러 온 거냐 넌?

"으흐흐흐흑 영일씨"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내 품 안으로 뛰어든 백진아를 나는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미친 변태 색마라는 말을 하고 내 뺨을 때렸던 백진아라고 해도 이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데 그냥 길거리에 내팽게 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 그래요?"

"흐흐흐흑 어어엉 흐흐흑"

내가 묻자 더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하는 백진아를 그냥 이렇게 길에 세워 둘 수 없어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더니 항상 대기 중이던 밴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나는 하는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 백진아를 태우고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왜 그래요? 이렇게 울기만 하면 내가 도와줄 수가 없잖아요."

"흐흐흑 유건 오빠가 흐흑 다른 애랑 흐흑 흐흐흐흑"

결국 잘 한다던 유건이 다른 얘랑 같이 하고 있는 걸 백진아가 목격한 모양이었다. '이봐'너 양심이 있는 거냐? 넌 나랑 안 했어? 라는 말이 목구멍을 치밀고 올라왔지만 차마 울고 있는 백진아에게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흐흐윽 이게 흐흑 무슨 냄새에요?"

"뭐가요?"

그러자 울면서도 나를 손짓하는 백진아를 보며 '킁킁'거리며 내 옷의 냄새를 맡자 아까 먹은 돼지껍데기의 냄새가 풍겨났다.

"아 이거 돼지껍데기예요. 오늘 저녁에 먹었는데."

"흐흑 나도 흐흑 그거 먹고 싶어요."

나는 그날 울고 있는 백진아를 데리고 다시 돼지껍데기 집에 가서 넘어가지 않는 돼지껍데기를 억지로 삼키며 백진아의 넋두리를 들어주어야만 했다. '아놔'진짜 백진아만 아니면 어디 확 버리고 가버리는 건데... 역시 나는 약한 인간인가 보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이비앙님, 작은히어로님, 성미카엘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해동풍님, Zami님, incruda님, sdaweq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코폰투척해 주신 두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항상 밤늦은 시간까지 기다리셨다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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