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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아-41화 (41/236)

< -- VIP 진상녀 -- >

울며 불며 매달리는 백진아를 달고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정말 신기한건 그렇게 우는 와중에도 돼지껍데기를 삼인분이나 먹어치우고 거기다 밥도 한 공기 먹는 그 식성이었다. 저렇게 먹어서 저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먹어대었던 것이다.

백진아를 욕실로 데려가 얼굴과 손을 씻기고 다시 침실로 데려왔더니 이젠 어느 정도 울었는지 훌쩍거리기만 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토닥여주었다.

"훌쩍 나 자장가 훌쩍 불러줘요."

'아씨'참 가지가지 한다. 뭐 이정도 해 줬으면 됐지? 뭐 자장가?

"나 자장가 모르는데요."

"훌쩍 그럼 아는 노래 훌쩍 불러줘요."

/25 쪽43

'아 자신 없는데'그래도 명색이 가수 앞에서 노래라니?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그거 말고"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그것도 말고"

"그럼 뭐 부르라고요? 신청곡 있으면 말해요."

"돌아올 순 없나요"

'미친'내가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자꾸만 그대가 많이 그리워져요사랑이 이렇게 아픈 줄 정말 몰랐었죠너무 사랑해서 그댄 떠나갔지만나의 가슴은 멈춰있네요아직 사랑하는데 많이 보고 싶은데그댄 내게 돌아올 수 없나요사랑해 그댄 내게 올 순 없나요그대가 보고파서 죽을 것만 같은데내 가슴이 닳아서 아픔도 느낄 수 없어제발 돌아와 줘요 사랑해요다시 올 것 같은데 매일 기다리는데차마 내 맘 감출 수가 없네요사랑해 그댄 내게 올 순 없나요그대가 보고파서 죽을 것만 같은데내 가슴이 닳아서 아픔도 느낄 수 없어제발 돌아와 줘요 사랑해요그댄 미친 듯이 불러보지만 슬픈 눈물만이 대답하네요미안해 그댈 많이 아프게 해서영원히 그대 곁을 지켜주며 살게요내심장이 다쳐서 사랑도 멈출 수 없죠그대 없이 나는 안되나봐요제발 돌아와 줘요 사랑해요"

"진짜 노래 못한다."

'그래서 어쩌라고'나 가수 아니거든.

"유건 오빠 보고 싶다."

그 말을 끝으로 백진아는 잠이 들었다. 나는 차마 침대위에서 잠이 든 백진아 옆에 눕지 못하고 이불을 꺼내 방바닥에 깔고 누웠다.

백진아가 그 유건이라는 짐승돌을 정말 좋아하는 건가? 그렇다면 좀 안 됐긴 하네. 하지만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뭐... 암튼 내일은 돌아가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잠이 들었다. 자면서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으으윽'아 숨 막혀. 뭐야?

나는 눈을 떴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이리 캄캄해'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은 캄캄해서가 아니라 내 위로 떨어져 자고 있던 백진아 때문이었다.

'아씨'얘는 잠버릇도 고약하냐? 나는 내 얼굴위에 있던 백진아의 엉덩이를 치워버리고 바닥에 누운 백진아에게 이불을 덮어준 채 침대 위로 올라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다.

뭔가 평소랑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가기 위해 바닥으로 내려섰다.

"아악"

'뭐야?'

아 내가 바닥에 있던 백진아를 밟은 거야? 내 발은 백진아의 손을 '꽉' 지려 밟고 있었고 백진아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아 아파요. 발 치워요."

"미안해요. 실수로 그만"

그런데 쟤 어제 침대 반대편 쪽에서 자고 있지 않았었나? 밤새 바닥을 굴러서 침대 반대편까지 온거야? 우와 진짜 짱이다. 벌떡 일어난 백진아가 욕실문을 열더니 욕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내가 가려고 했는데... 나 지금 좀 급한데..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백진아는 나오지 않았고 나는 할 수 없이 옥탑방을 나가서 7층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아'시원하다. 부르르 몸을 떤 후 바지를 추슬러 입고는 이왕 이곳에 온 김에 씻고 가자 싶어서 옆의 샤워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끝낸 내가 옥탑방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백진아는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쩌지?'

뭘 먹여야 되나? 어제 보니 엄청 먹던데... 라면도 먹으려나? 하긴 돼지껍데기도 잘 먹는데 라면쯤이야.

하지만 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백진아는 라면 따윈 먹지 않는다고 선언하고는 물 한잔만을 마셨고 나는 애써 끓인 라면을 버릴 수 없어서 끓인 라면 세 개를 모두 먹어 치웠다.

'으으윽'누군가 배를 찌르면 금방이라도 라면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아. 아악 그냥 먹지 말걸. 그러나 후회를 해봐도 이미 삼켜진 라면을 뱉어내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나 학교가야 하는데 안 돌아갈 거예요?"

"다녀와요 나 집 지키고 있을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하지 않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신경 쓰지 마?'

지금 신경 안 쓰게 됐냐? 도대체 이젠 나한테 빌붙을 셈이야? 거기다 그 많다던 스케줄을 어쩌려고?

하지만 안 가겠다고 버티는 백진아를 억지로 끌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백진아를 옥탑방에 남겨둔 채 학교를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학교를 갔더니 이제 낼모레로 다가온 미용기능대회 준비로 다들 정신이 없었다.

나는 올해는 대회에 출전은 하지 않지만 대회 분위기를 익혀둘 겸해서 대회를 보러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이젠 란희를 봐도 무덤덤해졌다.

사실 나는 란희를 많이 좋아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라는 사실에 들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란희가 우리과 여신으로 불리고 있고 미모 또한 뛰어난 편이지만 서빈이나 백진아 같이 S급의 연예인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미모나 몸매면에서는 좀 딸리는 면은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미모가 뛰어나지 않아서 란희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란희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처음으로 생긴 여자친구라는 것에 목을 매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란희 덕분에 모쏠은 탈출한 것이니까 지금은 적어도 전여친이라는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여전엔 그런 말을 하는 친구 녀석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오늘은 오전만 있는 학교 강의가 끝나고 나서 나는 부리나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환타지아로 가서 환타지아 무리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우선 그것부터 해결해 놓고 점심을 먹자는 생각으로 옥탑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역시나 백진아가 아직도 옥탑방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침대 모서리에 걸쳐서 막 떨어질랑 말랑 하고 있던 백진아를 굴려서 침대의 중앙으로 보내고는 곧 침대 옆의 탁자에 놓여있던 백진아의 폰을 집어 들었다. 꺼져 있던 폰을 켜자 수많은 문자들이 계속 날아와 폰을 울렸고 잠시 후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

[야 백진아 너 어디야?]'아악'내 고막.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나? 왜 이리 목소리가 커?

"여보....."

[빨랑 안 불어 너 오늘 죽어볼래?]'우윽'이젠 머리가 울린다.

"이보......"

[콱 너 내 손에 잡히기만 해봐 오늘 너 죽고 나 살자]

"그게......"

'와아아악'깜짝이야. 언제 깬 것인지 폰의 통화 종료를 누르고 고개를 드니 날 노려보고 있는 백진아가 보였다.

"그게 전화가 와서 내가 받았어요"

"그 폰 내가 꺼놨었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됐어요 갈께요. 가면 되잖아요. 남자가 저렇게 쪼잔해서. 겨우 하룻밤 재워 주고서는 치"

"겨우 하룻밤이라뇨? 여자가 외간 남자 집에선 하룻밤도 보내면 안 되죠"

"아 알았어요. 갈 거니까 폰이나 이리 줘요"

백진아는 내가 들고 있던 폰을 낚아채고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옥탑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혹시 저러다가 또 딴데로 새는거 아니야? 안 그래도 여기 환타지아라고 밝혔는데... 갑자기 걱정이 된 나는 백진아의 뒤를 따라 7층으로 내려갔다.

"왜요?"

"나도 볼일이 있어서 내려가려고요."

그렇게 백진아는 무사히 매니저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환타지아의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간 듯 환타지아 입구는 썰렁했다. '아씨'진짜 도움이 안 돼. 그럼 또 점심 혼자 먹어야 하는 거야?

"영일아 너 오늘은 늦게 왔네. 점심 먹고 오는 길이냐?"

"아니요 못 먹었어요."

"그럼 어떻게 해 나가서 먹고 와라"

"혼자서요?"

"난 점심 먹었거든"

넘버투의 얄미운 말에 나는 넘버투를 한번 노려봐 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간단하게 국밥 한 그릇 먹자 싶었던 나는 곧 가까운 국밥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따근한 국밥을 후루룩 한 그릇 먹어치우고 환타지아로 돌아왔다. 카운터에는 원장이 나와 있었다.

"영일군 점심은 먹고 왔어요."

"네 방금 국밥 한 그릇 먹고 왔습니다."

"그럼 방으로 올라가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내 방에 올라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편안하게 침대에 걸터앉아서 폰을 꺼내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딩동"

[손님 지명 준비할 것]'와우'간만에 지명손님이네 자 그럼 몸 좀 풀어볼까?

하지만 잠시 후 떡대와 같이 들어온 손님을 보고 나는 떡대가 하나 더 들어온 줄 알았다.'후와'뭐야? 오늘은 '착하게 살자'야 아님 '일심'이야?'착하게 살자'네 그런데 이 누님들 항상 떼거지로 몰려오던데 설마... 그렇다 그때부터 '착하게 살자'가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밀려들어왔다.

한명당 보통 사람 삼인분의 덩치를 자랑하는 그분들을 샅샅이 마사지하느라 나는 등꼴이 휘는 줄 알았다. 겨우 퇴근시간이 되어서 내 방 밖으로 나온 나는 지쳐서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다.

"야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좀 힘들어서요."

"그러게 평소 운동 좀 하지 그랬냐?"

20번 방 형의 비꼬는 말에도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나는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서 옥탑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영일아 오늘 나 좀 재워 주면 안 되냐?"

"싫어요."

"넌 어떻게 뒤도 안 돌아보고 그렇게 냉정하게 얘기 하냐?"

"원선생님께서는 저희 집에서 왜 주무시려고 하세요. 그냥 집에 가서 주무세요."

"나도 그 옥탑방에서 한번 자보고 싶다니까"

"그럼 제가 다른 곳에 가서 잘게요."

"야 너 진짜 이럴래?"

'어흑'그렇다 나는 역시나 힘이 없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넘버투는 내게 저녁을 사 먹이고는 억지로 옥탑방으로 쳐들어왔고 결국 그날 밤 나는 침대를 넘버투에게 내어준 채 바닥에서 자야만 했다.

'왜들 이러는 거야?'

이건 내 침대라고 공용침대가 아니라. 라는 건 내 마음의 절규일 뿐이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자 다행히도 넘버투는 침대 위에 없었다. 그리고 욕실에도 없었다. 아마도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간 듯 싶었다.

욕실에서 씻고 옷을 챙겨 입은 내가 밖으로 나오자 웃통을 벗은 채 바닥에 한손을 짚고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는 넘버투가 보였다. '우와'저거 뭐야? 저 팔뚝하며 저 근육들... 진심 놀랐다.

그럼 아까 일어나서 여태껏 운동을 한 거야? 지난번에 병원에서 봤을 땐 그런 기색이 없었는데 하긴 입원한 환자가 무슨 운동을 하겠어?

"넌 운동 안 하냐?"

"저 학교 가야 해요"

"야 그러니 매일 비실대지. 운동 좀 해라"

"저도 운동해요"

"하긴 하겠지. 숨쉬기 운동"

"아니거든요"

나는 넘버투를 내버려두고 엘리베이터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침부터 사람 복장터지는 소리만 하는 넘버투를 계속 보고 있다간 옥상에서 확 밀어버릴 것 같아서 얼른 자리를 피한 것이었다.

아마도 넘버투와 나는 전생이라는 게 있다면 서로 부모를 죽인 원수지간 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도 나를 못 살게 굴까?

나는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환타지아에 들렀다가 갈까 하다가 그냥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학교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폰을 찾았다.

'어라'폰이 없다. 에엑 그럼 내 폰이 지금 넘버투한테 포로로 잡혀 버린 것이란 말이야?

사실 생각해 보니 별로 중요한 내용도 없다.

기껏해야 란희 폰번 정도 하지만 그것도 이젠 별 소용없는 것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네.'허억'뭐야? 왜 넘버투가 지금 우리 강의실에 있는 거야?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강의실의 모습에 엎드려 있던 책상에서 고개를 드니 넘버투가 강의실로 들어와서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얼른 다시 고개를 책상에 처박았다.

아악 진짜 왜 여기 온 거야? 혹시 날 알아본 건 아니겠지?

"에에엑"

다시 살그머니 고개를 든 나는 바로 내 앞에 들이밀어져 있던 넘버투의 얼굴에 놀라서 그대로 책상과 함께 뒤로 나뒹굴고 말았다.

"뭐예요?"

"너 폰 안 가져갔더라"

"그거 나중에 줘도 되거든요"

"그래? 하지만 전화가 계속 와서 말이야"

"이리 주세요"

나는 넘버투의 손에 있던 전화기를 낚아채었다. 어 이 번호 어디서 많이 본 번혼데...

"내가 받아봤는데 백진..... 우으으읍"

나는 넘버투의 입을 틀어 막고는 그대로 끌고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그걸 얘기 하면 어떻게 해요?"

"야 그렇다고 넌 사람 입을 틀어막냐?"

"그럼 어떻게 하라고요?"

"그냥 말하지 말라고 하면 되지."

씩씩거리는 넘버투를 바라보며 나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도대체 저 분이 환타지아의 이인자인 넘버투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할까?

"폰 갖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돌아가세요"

"이왕 온 김에 나 학교 구경이나 시켜줘"

"저 조금 있으면 강의 시작하거든요"

"기다릴게"

"아뇨 계속 연강이라서 점심시간쯤 되야 끝나요"

"저 앞에 벤치에서 한 숨 자고 있지 뭐"

"오늘 예약손님 없으세요?"

"응 오늘은 나 휴가"

넌 무슨 휴가를 밥 먹듯이 받냐? 그리고도 환타지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받고 있다니... 정말 누구랑 너무 비교된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성미카엘님, 이비앙님, 작은히어로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쿠폰투척해 주신 두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당분간 일이 있어서 오전에는 항상 이 시간이나 좀 더 이른 시간에 연재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일들만 생기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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