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계훈련 -- >
"아아악"
나는 헤어디자이너 견습생이란 말이야. 도대체 왜 이 눈밭을 굴러서 저 끝에서 이 끝까지 왔다가야 하냐고? 내가 무슨 나라 지키는 군인이라도 되는 거야? 가위질 하는 거랑 눈밭을 구르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영일군 지금 뭐하는 건가요?"
"네?"
"갔다 오는 횟수가 적었나보군요 자 그럼 모두들 앞으로 10번 더 추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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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원장님 그게 아니고."
"얼른 안 하면 점심식사에 늦겠네요."
'으윽'설마 밥까지 굶기겠다는 건 아니겠지? 안 돼 그럴 순 없어.
나는 지금 눈밭을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러브스토리처럼 여자랑 같이 구른다면 낭만도 있고 감동도 있겠지만. 시커먼 남자들이랑 그것도 나는 내 파트너로 정해진 꼬붕을 안고 벌써 50번이나 이리저리 구르고 있으니 짜증과 추위만이 느껴졌고 쉬지 않고 구르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다가 멍하니 있었던 탓에 다시 10번이 추가라니 이를 뽀드득 갈고 싶어도 추위로 인해 덜덜 떨리는 통에 이가 맞물리지조차 않았다.
새벽 6시에 환타지아 앞으로 오니 전세 버스 두 대가 대기 중이었다. 이미 도착해 있었던 듯 원장과 넘버투가 그 버스 앞에서 도착하는 인원을 점검하고 각각의 버스로 나눠 태우고 있었고 나는 원장의 지시에 따라 견습생들이 자리 잡고 있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의 분위기가 싸한 것이 놀러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견습생들이 내가 버스 안으로 들어가자 나의 움직임에 따라 눈동자를 굴려대고 있었다. 나는 20번 방 형옆에 앉았다.
"형 이 동계훈련인가 뭔가 매년 가는 거 아니에요?"
"매년 가지는 않아."
"그럼 언제 가는 거예요?"
"환타지아의 단합이 필요할 때 가지."
"그럼 동계훈련이 아니라 단합대회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뭐 그렇게 불러도 되고, 하긴 단합이 되지 않을 수가 없긴 하지."
'단합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니?'
참 말 어렵게 하네 그냥 단합이 되면 단합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혼자 피식거리고 있는 사이 환타지아 무리들을 태운 버스 두 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든 나는 좋았다.
겨울이라 눈을 못 보는 건 아니지만 눈이 와도 눈밭을 구르는 낭만이라던가 하는 것을 느끼기에는 여러 가지 일로 인해 바빴던 탓에 환타지아 식구들과 단합대회라는 것을 가서 이렇게 즐기게 되니 일행 중 여자가 없다는 '딱' 한 가지 단점만 빼면 나머지는 모두 좋았다. 거기다가 버스가 도착한 별장은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 산을 내려가면 바로 바다가 나오는 곳이었다.
겨울바다라 생각만 해도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줄 바닷바람과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게 될거라는 아련한 기대를 가지고 도착한 그곳에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환타지아 무리들은 각자의 짐을 챙기더니 순식간에 버스 안을 빠져나가버렸다. 혼자 버스안에 남았던 나는 어떨떨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버스에서 일어나 허리를 돌리고 팔을 위로 뻗어 기지개도 펴고 간단한 맨손 체조를 하고 난 뒤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멀리 벌써 별장 앞에서 줄을 서 있던 환타지아 무리들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를 발견한 것인지 견습생 무리들이 나를 향해 마구 손짓을 했다. 빨리 오라는 뜻인 듯 보이는 그 손짓을 무시하며 난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환타지아 무리 쪽으로 다가갔다.
드디어 내가 환타지아 무리와 합류하게 되자 갑자기 원장이 소리쳤다.
"영일군이 늦었군요. 집합은 5분 이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자 그럼 약속대로 50번 눈밭 구르기를 해야겠군요. 자 그럼 모두들 실시."
'뭐?'
갑자기 웬 눈밭 구르기? 놀라서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두 팔로 안은 꼬붕이 눈밭을 구르기 시작했다. 어지러워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나는 도대체 왜 눈밭을 굴러야 하는 건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날 잡고 있는 꼬붕에게 묻고 싶었지만 입만 벌리면 입 안으로 눈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게 50번을 겨우 구르고 나서 환타지아 무리들은 눈밭에서 일어났다.
물론 꼬붕도 나를 내버려두고 일어났지만 나는 멍하니 50번 구른 후유증을 눈밭에 누운 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더니 원장이 다시 10번 더 눈밭을 구르도록 했고 그건 단지 나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듯 다시 날 붙잡은 꼬붕이 눈밭을 구르기 시작했다.
다시 10번을 더 눈밭을 구른 후 꼬붕은 일어나더니 바로 날 일으켜 세우면서 내 귀에 소리쳤다.
"정신 차려 너 하나 제대로 안하면 나머지가 다 같이 기합을 받는 거야. 제대로 좀 해"
'뭐야?'
그런거였어. 그럼 지금까지 눈밭을 구른 것이 다 나 때문인 거야? 하지만 내가 뭘 어쨌는데... 그렇데 환타지아 무리들이 눈밭은 60번 구르고 난 후 겨우 비틀거리며 별장 앞에 줄을 서자 원장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짓더니 말을 했다.
"자 그럼 우선 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12시 정각까지 식당으로 집합 하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환타지아 무리들이 대답을 했고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르르 별장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와아'따뜻하다.
잘못하다가 얼어 죽을 뻔 했네. 나는 좀 천천히 몸을 녹이고 싶었지만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견습생 무리에 밀려서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치 전쟁 준비를 하는 군사들처럼 모두의 가방을 한쪽으로 착착 쌓아서 정리를 해둔 그들은 눈에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얼떨결에 나도 옷을 갈아입고 있으니 순서대로 욕실로 들어가 얼굴과 손과 발을 씻고 나온 견습생이 방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러고 보니 이방 무지 작은 편이다. 28명이 모두 같이 지내기에는 너무 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20번 방 형이 나를 보고 말을 걸었다.
"너 때문에 아침에 먹었던 것까지 다 토할 뻔 했다."
"네?"
"너 때문에 19번 방 녀석이랑 뽀뽀까지 했잖아"
'아하'그 말이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알고 보면 꼬붕이랑... 뭐야? 설마 여기서는 남남커플을 만든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순간 눈밭을 구른 것보다도 더 심한 전율이 내 몸에 흘렀다.
"설마 형 여기서 모두 같이 자는 건 아니죠?"
"응 당연하지."
'휴 다행이다.'
그럼 어디서 잔다는 거지?
"밖에서 자"
"네?"
"다들 야외취침 한다고"
"야외취침이라뇨 이 한겨울에 거기다 눈밭에서 어떻게 자요?"
"딱 얼어 죽지 않을 만큼 추워 재작년에 자본 경험으로는 말이야."
"으헥"
"왜 그리 놀라?"
"나 눈이 너무 싫어요."
'아니'사실은 눈을 싫어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싫어할 테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너 싫다고 뻗대다가는 바닷가에 가서 야외취침해야 할 수도 있어"
"어허헉 바닷가요?"
"눈 내린 바닷가 운치 있지? 얼어 죽기 딱이긴 하지만"
견습생 무리들은 12시가 되기 5분 전에 식당에 도착해서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12시가 되자 원장과 헤어디자이너 무리들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떡대들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떡대들은 열외인 거야?
"형 그 경호원들은 다 어디간 거예요?"
"아마도 다른 별장에 갔을 걸"
"그래요?"
"아무래도 여기 다 있기는 좁잖아"
'그렇네'그러고 보니 눈밭을 구를 때도 떡대들은 안 보였네. 그땐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몰랐을 뿐이지만 이미 그때부터 떡대들은 이 별장에 없었던 모양이네.
다행이다. 그럼 남남커플 따위를 만들려는 건 아닌것 같고... 정말 단합을 위한 걸까? 이런 걸 한다고 단합이 되긴 할까? 그냥 죽도록 고생하는 거지.
"점심이 준비되어 있으니 모두들 맛있게 먹고 1시까지 별장 밖에서 집합 하겠어요"
부드러운 원장의 말이 식당 안에 울렸고 견습생과 헤어디자이너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요 형 왜 헤어디자이너 선생님들은 여기 같이 온 거예요?"
"너 몰랐냐? 우리랑 같이 굴렀잖아. 대우도 똑같아."
"정말요?"
"그래 전직원의 단합이 목표거든"
"그렇다고 해도... 이래도 되는 거예요?"
"뭐 싫으면 환타지아를 나가야겠지. 하지만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잖아."
그렇게 말한 20번 방 형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꼬붕이 넘버투의 옆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뭐야?'
설마 꼬붕 너 이게 싫어서 나갔던 거냐?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돌아온 거야? 참 네 인생도 안 됐다.
하지만 안 된건 나였다. 결국 이렇게 단합대회라는 명목 하에 똥개훈련을 받게 만든 원인 제공자가 바로 나였으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매년 나갔던 미용대회에서 한번도 대상을 놓친적이 없던 환타지아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대상을 놓친 정도가 아닌 입선에 그쳤으니 원장의 이런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의 보복은 정말 너무 괴로웠다. 차라리 가위질 천번을 하는 것이 백번 낫지 이건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점심을 먹고 난 환타지아 무리들은 별장 뒷산을 올라야만 했다.
그것도 조가 된 두명의 발목을 끈으로 묶은 채 산을 올랐다가 내려 와야 했고 4시까지 전원이 산의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별장에 도착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시호형과 한 팀이 되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 무뚝뚝한 시호형 이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말수가 적어진 형이라서 간만에 얼굴을 대하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형 요즘 바빠요?"
"그럭저럭"
"연애한다고 바쁜 건 아니죠?"
"겸사겸사"
"정숙씨는 잘 있죠?"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다."
'쳇 이제야 제대로 된 대답을 하네'그러니 그 손님이랑 아직 사귀고 있긴 한 거네. 묘하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란 말이야.
"헉 헉 힘들어 정상까지 가려면 헉 헉 아직 멀었어요?"
"네가 말만 안 하면 덜 힘들 것 같은데"
"헉 형은 별로 허억 안 힘들어 보이네요"
"나 등산 자주해"
난 그렇게 산의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면서 시호형의 신상털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것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이 불합리한 현실에 짜증이 나서 미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시호형이 사각 팬티를 주로 입는다는 사실과 정숙씨와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을 만나고 만나자 마자 달려들어 섹스를 하는 정숙씨 덕분에 서로 얘기할 틈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숙씨는 노팬티와 노브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까지 덤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안다고 해도 나한테는 하등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지만 그 덕에 심심하지 않게 등산을 즐길 수 있었다.
산 정상에 오르자 넘버투가 각 팀에서 정상 탈환 기발을 전해 주었다. 아마도 도중에 정상까지 오르지 않는 팀이 있을까봐서 준비한 듯 했다.
"원 선생님 얼른 주세요. 우리 빨리 내려가야해요"
넘버투는 나와 시호형이 다가가자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기발을 감춰버렸다.
"너 때문에 우리 재작년에 왔던 이곳에 다시 온 거 아냐?"
"저도 그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해요"
"재작년엔 현우 때문에 왔었는데.. 참"
"네 현우형이 왜요?"
"그때 한번 말했잖아 삽입불가 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고"
나는 재작년의 똥개훈련의 자초지종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4시까지 별장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하는 수 없이 넘버투에게서 기발을 빼앗아서 산을 내려오고 시작했다.
"형은 재작년에 사건 알아요?"
"난 그 때 환타지아에 없어서 몰라"
"그럼 형도 이번에 처음이예요?"
"응"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잘 적응하는 거예요?"
"내가 눈치가 좀 빠르거든"
'누가?'
설마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눈치가 빠르다니... 착각도 자유라니까. 차라리 내가 더 눈치가 빠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별장의 앞에 도착을 했다. 정말 다행인 것이 시호형의 등산 실력 덕분에 나는 수월하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었고 그 덕에 시간 내에 별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모두들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으니 저녁식사시간인 6시 전까지는 자유시간을 갖도록 하겠어요"
'후우'다행이다. 정말 지금 상태로는 뭘 더하라고 하면 쓰러질 것 만 같았는데. 휴식시간이라니.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방으로 돌아오자 견습생들은 역시 순서대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나도 역시 그 속에서 순서대로 욕실로 들어가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 차례이던 꼬붕이 욕실로 들어가고 방으로 들어오니 방을 빼꼭히 메우고 앉아 있는 견습생들의 무리 속에서 다리조차 펴지 못한 채 앉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난 곧 방에서 나와 버렸다. 자유시간이라고 했으니 좀 돌아다닌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 헤어디자이너들은 그나마 세명씩 한방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원장은 혼자서 방을 사용하고 있고 그리고 남는 빈방들도 있었다.
'아니 빈방이 저렇게 있는데도 밖에서 재운다고?'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다고 견습생들이 단합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저녁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나는 원장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28명이 자기엔 작은 텐트 하나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모든 견습생이 잠을 자야 하다니 한마디로 서로의 체온으로 서로 얼어 죽지 않도록 한다는 거 아니야?
그렇지만 우선 그전에 우리는 눈밭을 신나게 뛰어다녀야 했다.
한참을 뛰어다니며 땀을 낸 뒤 원장의 말에 따라 모두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좁은 텐트 안에서는 제대로 눕는 것 조차 힘들었고 다리만 겨우 펴고 사로 등을 맞댄채 앉아서 다들 서로의 체온을 모으고 있었다.
텐트 안에는 인원 수만큼의 이불이 있어서 생각만큼 춥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 밤에 깊어질수록 추워졌다. 바닷가에 가까이 있다보니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고 텐트가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있어야만 했다.
"정말 이게 뭐하는 짓인지?"
"너 때문이거든 최영일"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나도 몰랐다. 그러니 불평은 하지 말자"
"하지만 오늘이 겨우 첫날인데 이게 뭐예요?"
"그래도 재작년보다는 훨씬 나아"
"재작년엔 이것보다 더 심했다고요?"
"그랬지. 내 기억엔"
20번 방 형은 슬쩍 꼬붕쪽으로 시선을 주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현우 형이 그때 원장님의 삽입불가에 정면 도전했었거든. 그래서 원장님이 완전 열 받아서 우리 바닷가에서 저녁이 될 때까지 얼음장 같은 물에서 굴러다녀야 했어."
"허억"
'이것보다 더 심할 수도 있구나'난 이보다 더 심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더 심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겁이 덜컥 났다. 혹시 나만 따로 굴리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형 도대체 어떻게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말이예요?"
나는 이제야 꼬붕이 항거했다는 삽입불가에 대한 내막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꼬붕도 견습생 시절을 겪었고 견습 일 때만해도 하늘같은 원장의 말을 거부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헤어디자이너로 승격하고 원장의 오른팔 격이 되자 자만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거기다 아버지의 뒷배까지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어져서 그 동안 환타지아를 지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삽입불가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도전장은 말이나 글이 아닌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고 했다.
손님이 자신의 방에 스타일링 하기 위해 들어오자 기본으로 손님에게 자신의 페니스를 빨게 했고 더 원하는 손님의 경우에는 방안에 있는 소파에서 바로 삽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동안 그런 꼬붕의 행동을 원장이 눈치를 채지 못했었다. 왜냐면 헤어디자이너의 방엔 카메라도 없고 방문도 안에서 걸어 잠근 채 스타일링을 하기 때문이었고 꼬붕의 서비스에 만족한 손님은 원장에게 그런 사실에 대해 알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꼬붕의 그런 행동이 꼬리가 잡히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꼬붕이 손님에게 삽입서비스를 제공한지 한달이나 지나서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던 신부의 신부화장을 해 주던 꼬붕이 그 신부에게 자신의 페니스를 물려주었다. 처음에는 놀라며 거부하던 손님은 아마도 꼬붕의 테크닉에 넋이 나가 쉽게 페니스를 입에 물어 버렸던 듯 했다. 그리고 소파로 손님을 데리고 간 꼬붕이 손님의 사타구니를 벌려 입술을 가져가자 놀란 손님이 꼬붕을 막 밀어냈지만 아마도 이미 흥분한 꼬붕은 그런 손님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꽃잎을 벌려 핥아 대었고 손님은 처음 그곳으로 느껴보는 남자의 입술에 역시 넋이 나가버렸다.
눈을 감고 바들바들 떨고 있던 손님의 안으로 꼬붕이 페니스를 찔러넣은 건 뭐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하지만 꼬붕의 예상과는 달리 처녀였던 손님은 곧 놀라며 꼬붕을 밀어냈지만 이미 박힌 페니스는 열심히 펌프질을 시작했고 비명을 지르는 손님 덕에 문을 따고 들이 닥친 원장과 떡대에게 꼬붕은 질질 끌려 나갔다고 한다. 당연히 손님의 결혼은 파토가 났고 그 화살은 환타지아로 돌려졌고 원장은 겨우 그 사건을 수습하고는 꼬붕과 독대를 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삽입불가에 항거하는 자신의 의견을 밝힌 꼬붕을 보던 원장은 다음날 바로 모든 환타지아의 직원을 데리고 이 별장으로 와서 똥개훈련을 했지만 오직 한명은 갱생시키지 못한 채 다시 돌아가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꼬붕은 결국 환타지아를 떠나 별나라 미용실로 옮겨갔던 것이다. 그랬던 꼬붕이 얼마 전 제 발로 환타지아로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와아'나라면 부끄러워서 환타지아에 발도 못 들여놓겠다. 얼굴가죽 한번 두껍네. 거기에 비하면 내가 한 일은 새발에 피다.
라고 생각하니 안 오던 잠까지 '솔솔' 오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나는 깨우는 손길에 눈을 떠보니 이미 견습생 무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아침에 간단히 구보한대"
"간단한 구보요?"
"바닷가까지 갔다가 오라고 하시네"
'그게 간단한 거냐?'
내가 알기로 바닷가까지 5킬로미터가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왔다갔다 왕복이면... 에휴 그래요 바닷가를 구르지 않는 것에 만족해야할까?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견습생 무리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 추웠다.
겨울바다의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코에선 연신 콧물이 흘러내렸다. 옆을 보니 다른 견습생들도 마찬가지인듯 연신 팔에 코를 문질러 대고 있었다. 하지만 바닷가까지 갔다오자 추위는 한결 가시고 얼어있던 몸도 녹아 있었다.
그 상태로 별장으로 들어간 무리는 어제 저녁처럼 순서대로 욕실을 이용하고 나와서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반찬이 뭔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허겁지겁 아침을 먹어치운 우리들에게 원장이 말했다.
"자리 이동을 해서 근처의 노천 온천으로 가기로 했어요. 다들 짐들 챙기고 이동 준비 하세요"
'노천 온천이라'처음이긴 하지만 온천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노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노천 온천에 도착한 우리들은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왜냐하면 이곳은 바로 남녀 혼욕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하긴 했지만 겨우 어제였지만 남자들 틈에만 있다가 여자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완전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잠시 후 그 기분이 확 가라앉아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대부분이 커플로 온 다른 손님들을 보면서 환타지아 무리들은 남의 떡 구경만 열심히 해야 했다. '어억'저기 저 사람은? 설마 진짜로 여기 있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나는 놀랍게도 백진아와 유건을 발견했다.
둘 다 물론 나름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 백진아의 변함 없는 모자와 선글라스는 모른체 하려고 해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유건은 백진아에게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유건도 딱히 백진아를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백진아를 잡은 물고기라 여기는 것인 듯 보였다.'이럴 땐 질투심 유발 작전도 좋은데'눈치가 없는 백진아가 그걸 알 수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백진아가 선글라스를 벗더니 내쪽을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으윽'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안 들키는 게 더 이상할 듯도 싶었다. 오글거리며 같이 무리를 지어 있는 견습생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끌고 있었고 자주 환타지아에 들락 거렸던 백진아가 그 중 몇 명을 알아보고 그 사이에 나를 알아보는 건 식은 죽 먹기 였을 것이다.
다시 선글라스를 낀 백진아가 유건과 같이 앉아 있던 온천에서 몸을 일으켰다. '와우'눈요기는 되네 백진아가 입고 있는 수영복은 가리는 부분보다 드러난 부분이 더 많았다.
원피스 수영복이지만 가슴 중앙을 덮은 끝이 아래를 덮는 부분과 맞붙어 있었다. 그 끈만 치우면 그대로 가슴 중앙의 유두가 드러날 판이었다.
'뭐야?'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어쩌지? 뒤로 가볼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백진아가 환타지아 무리 앞에 도착을 했고 견습생들은 백진아의 모습에 휘바람을 불며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영일씨 나 좀 봐요"
"야 영일아 너 부르는데 저 아가씨가"
"네 저도 들었어요"
나는 할 수 없이 뜨끈한 온천에서 몸을 일으켜 백진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플레로님, 이비앙님, sdaweq님, 하라만님, 해동풍님, 새우군님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셨길 바라며 저는 물러갑니다. 내일은 즐거운 월요일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