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65화 (65/236)

< -- 난감한 손님... --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난감하네.

한참을 손님과 내가 가만히 서 있자 옆에 있던 떡대가 나에게 다가와 내 옆구리를 '콕콕' 찔러 대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영일아 아는 사람이야?"

"그게 말이죠."

"나는 나갈 테니 네가 알아서 해."

"형이 그냥 다시 모시고 가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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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랬다간 원장님이 가만히 안 계실 걸. 그러지 말고 그냥 서비스 해. 누군지 모르겠지만."

'으허어엉'나도 웬만하면 그냥 서비스하고 싶다고 하지만 이모한테 그럴 순 없잖아.

"영일이 맞니?"

"허억"

"넌 이모 봤으면 인사도 안하고 뭐하냐?"

이모가 내 쪽으로 다가와 내 팔을 붙들며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 떡대는 밖으로 슬그머니 나가버렸다.

"저기 이모 어떻게 알고 왔어요?"

'설마'이모 여기를 평소 이용하셨던 건 아니겠지? 짠순이라 소문난 이모가?

"네가 여기서 일하는 거 봤다고 누가 그러긴 하던데 나는 혹시나 했지."

"그럼 그냥 나한테 물어보지 여기에 오긴 왜 왔어요?"

"내가 오면 안 되는 데냐?"

"여기 비싼데 알고 계세요?"

"내가 영일이 네 이모라고 너 일하는 거 보러 왔다고 하니까 그냥 들어가라고 하던데."

'누구야? 넘버투야?'

나 엿 먹으라고 이모를 일부러 그냥 들여보낸 거야? 연락이라도 해줬으면 좋잖아.

왜 이리 난 적이 많은 거야?

"여기 서비스 좋다고 그러더라."

'도대체 누가?'

이모한테 내가 여기서 일한다는 걸 말한 걸까? 우선은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일텐데... 설마 선희 누나는 아니겠지? 선희 누나는 내 이종사촌 누나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모 딸인데 평소에도 예사롭지 않은 차림새로 유명한 누나이다. 한마디로 좀 개방적이라고 해야 할까? 나와 같이 어디를 나가면 자기 세컨드라고 얘기하는 누나... 알고 보면 퍼스트도 없는데... 나이 서른여덟에 아직도 솔로인 누나. 생각만 해도 팔뚝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만 같다.

"선희 누나가 그래요?"

"선희 친구가 알려줬다던데."

'아악'선희 누나구만 내 방엔 들어온 적 없었는데... 카운터에 있을 때도 본 적은 없는데... 언제 드나든 거야? 에휴.

"이모 그냥 가세요."

"왜? 내가 들어오면 안 되냐?"

이모의 표정을 보아하니 여기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알고서는 어떻게 내 방으로 들어오겠어?

"이모께 서비스 제공해 드리라고 제 방에 모신 게 아니라 그냥 인사나 하라고 이쪽으로 모신 거예요. 그러니 그만 가 계세요. 제가 조만간 한번 찾아뵐게요."

하지만 이모는 내가 기함할 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이왕 온 거 너 일하는 거 구경이나 하고 갈련다."

'뭘 구경하겠다는 거야?'

내가 손님 가슴 주무르는 거 아니면 아래 꽃잎 빠는 거... 아악 미치겠네. 우리 이모는 왜 이리도 눈치가 없는 걸까? 하긴 눈치가 있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다. 엄마한테 그대로 고해바치기라도 한다면... 으윽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벗은 여자들 주무르는 일로 돈을 버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날엔 우리 엄마는 그날로 '너 죽고 나 죽자'를 실현하실 만한 분이시다.

"이모 제가 아직 견습생이라 손님들 머리나 감겨 드리고 있어요. 나중에 헤어디자이너 되면 그때는 제가 직접 모실게요. 지금은 저희 원장님께 눈치도 보이고 아직은 뭐 제대로 하는 없어서요. 다음에 제가 오시라고 하면 그 때 오세요. 그리고 엄마한테도 여기서 일한다는 거 말씀드리지 마세요."

"왜? 이렇게 유명한 데서 일하는데 자랑을 해도 시원찮겠구만. 엄마한테 비밀로 한 거야?"

"나중에 정식 헤어디자이너 되면 그 때 말할 거예요. 지금은 그냥 아르바이트로 하는 거라서 가끔 여기서 일하고 있거든요."

"그래 그럼 알아서 해. 내가 방해 되는 것 같으니 이만 간다."

"제가 아래층까지 모시고 갈게요."

"넌 일해라. 눈치 보인다면서."

"그래도 그냥 보내드릴 순 없잖아요."

사실 나는 누군가 이모에게 이상한 말을 한다거나 옷을 벗은 손님의 모습을 보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모가 환타지아에서 나갈 때까지 따라붙기로 결심했다.

"그래 역시 우리 영일이가 자상해 나도 이런 아들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언니는 좋겠다."

"하하하 그렇죠 뭐"

사람의 면전에 대고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하는 우리 이모도 대단하다면 대단한 분이다. 눈치가 좀 없고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만한 분이 바로 이모였다.

아마도 자신이 아들을 낳지 못해 그 아들한테 가야하는 사랑을 나에게 쏟아 부은 덕인 듯 하지만 그 덕에 처음 서울로 올 때는 이모집에서 지내라고 하는 바람에 정말 한참을 씨름 해야만 했었다. 만일 이모집에서 지냈다면... 생각만 해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이모를 모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이모가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이입고 나오셨다.

탈의실 앞을 서성거리는 나를 손님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이모를 얼른 환타지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런 시선을 느끼지 조차 못하고 있었다. 드디어 탈의실에서 나온 이모를 모시고 환타지아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역시나 카운터에는 넘버투가 있었다.

'확 밟아버려도 시원찮을 자식.'

동영상 몇 개 보내주고는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냐? 하지만 복도를 나오며 원장이 방에서 나왔고 이모가 원장을 발견하는 순간 이모를 밖으로 서둘러 내보내려던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TV에 나오는 사람은 다 연예인 취급하는 이모가 원장을 보더니 사인을 해달라는 둥 얼굴 한번 만져보자는 둥 뭘 먹고 이리 잘생겼냐고 하면서 아는 체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모의 극성에 원장도 잠시 놀라 멈칫했지만 곧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친절하게 이모를 자신의 방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어어억'잠깐만 이모를 그 방에 모시고 들어가면 어떻게 하라고 지금 한시가 급한데... 닫히고 있는 원장방의 문 사이로 내 발을 밀어 넣었다.'으윽'문과 문틀사이에 끼인 발이 찌그러질 듯이 아팠다. 하지만 난 애써 미소를 지으며 원장에게 말했다.

"원장님 저희 이모가 급한 일이 있으셔서 그만 가보셔야 하는데요."

"내가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영일아 이모 오늘 아무 일도 없어."

'아'진짜 눈치가 없으면 가만히 있기라도 할 것이지 이모 제발...

"영일군 이모님이 한가하다고 하시네요. 왜? 뭐 더 할 말 있나? 아니면 그만 올라가 보세요."

"하지만 이모를 제가 밖에 모셔다 드리려고 하는데."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차로 댁까지 모셔다 드리지요."

나는 하는 수 없이 원장의 방문 사이에 끼인 발을 빼내고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원장이 설마 이모에게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카운터 옆의 대기석 의자로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서도 손님을 안내하고 있는 넘버투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영일아 너 눈 돌아가겠다."

"제가 지금 가만히 있게 생겼어요?"

"왜?"

'아악'혈압이야. 왜냐고 너 때문이잖아.

"이모님이 마음에 안 들어 하셨냐?"

"지금 마음에 들고 안 들고 가 문제예요?"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환타지아가 유명해서 가끔 견습생이나 헤어디자이너 친인척이 찾아오기도 해. 그럼 직원들이 그때마다 어떻게 할 것 같아?"

"어떻게 하는 데요?"

"기본적인 서비스만 제공하고 보내드리면 돼."

"기본적인 서비스요?"

"넌 견습이니까 머리만 감겨드리면 되는 거였는데. 왜 다른 거라고 할 생각이었냐?"

'아하'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난 왜 생각 못했지? 미리 알려주었으면 좀 좋아.

"생각 못했어요."

"문제는 자신이 누구누구 아는 사람이다라고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야.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뭐 자기만 잘 하면 별로 걱정할 일은 없는 편인데. 너 그거 아냐? 시호는 어머니까지 왔다 가셨어. 그 까다로운 성격이 어디서 왔다고 생각 하냐? 바로 그 어머니거든. 그런 그분도 여기서 일하는 시호보고 오케이 하셨거든."

왠지 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넘버투를 보기가 민망해져서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전 그럼 제 방에 가 있을게요."

"그렇게 해. 이모님은 알아서 잘 모실테니."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넘버투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곧 4층의 내방으로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이모는 가운 안에도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 혼자 오버해서 이모를 그냥 돌려보내는 것 같았다. 내가 눈치가 없는 게 알고 보면 유전인 것 같았다.

엄마도 이모도 다 눈치가 없으신 편이니 내가 눈치가 있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것 같았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주위를 한번 살펴보았다.

뭐 이상한 기구나 이상한 사진이나 그림 같은게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알고 보면 나 혼자 완전 오버한 거네.'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갔으면 됐는데... 나는 옆에 차고 있던 가위를 꺼내 돌리기 시작했다.

이제 가위를 빼고 꽂는 동작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 번이나 떨어트리고 했던 가위도 지금은 웬만해선 떨어트리지 않았다.

이제 일주일 후엔 미용대회이다. 미용대회 다음날이 개학날이고 아마 이번주 쯤에 한번은 학교를 가야할 것 같았지만 아직은 연락이 없었다.

드디어 나도 이학년이 되는 건가? 그나마 대학이라는 것도 다닌지 일년이 지나고 나니 뭐 그리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 대학 생활이라는 것을 누린 적은 거의 없었다. 여름방학 때부터 환타지아로 출근하면서 내 모든 생활의 중심을 환타지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던 것이었다.

역시 양반은 못 되는 듯 총대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내일부터 모레까지 이틀 동안 수강신청 가능함.]대용량의 메일을 쓰기기 귀찮았던 것인지 달랑 한 줄의 내용만이 날아왔지만 나는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내일 간만에 학교에 가보겠네.'

겨울 방학동안 정말 얼굴 제대로 한번 못 비춰봤는데 내일 수강신청을 하고 나면 그 다음주부터는 개학일테고... 다시 학교와 환타지아를 오가는 생활이 시작 될테지... 바빠지겠네그 전에 우선 이놈의 미용대회인지 뭔지부터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자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지. 나는 지난번에 가져다 놓았던 미용관련 잡지를 펼치면서 한손으로는 가위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명손님 없이 오전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시간을 확인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다니 하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견습생들이 다들 바쁜 상황이라면 화를 내 봐야 나만 손해지 싶어서 얼른 잡지를 덮어 한 쪽으로 치우고는 밖으로 나왔다.

역시 견습생들의 방 앞엔 떡대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20번 방 형이 휴가라고 했었던 것 같았는데 역시나 그 방 앞은 비어있었다. 아래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리고 있자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엔 넘버투가 타고 있었다.

"야 너 안 내려오고 뭐했냐?"

"그냥 뭐 좀 생각하다 보니 늦었어요."

"폰도 안 받고 뭔 생각을 그리 열심히 했어?"

"전화 했었어요?"

"그래 빨리 내려오라고 연락했더니 안 받던데. 얼른 내려가자 원장님이랑 이모님 기다리신다."

"네?"

'에엑'뭐야? 이모 아직 안 간 거야? 도대체 아직도 안가고 뭐 한거야?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온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원장 옆에 딱 붙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모의 모습에서 뭔가 필이 팍 왔기 때문이었다.

'설마'아니겠지?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이모는 원장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뭐 별일 있을까란 생각에 원장과 이모가 향하고 있던 한정식집으로 들어갔다.

이모와 같이 식사를 하러 온 탓인지 평소와 다르게 기본 한정식이 아닌 떡갈비 정식을 주문했고 그 덕에 환타지아 무리들은 나를 향해 고마움의 눈빛을 보냈다.

내가 주문해 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덕에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이모가 원장에게 하고 있던 말이 내 귀에도 들어왔다.'허억'뭐라고? 누굴 누구한테 소개시켜줘? 설마 선희누나랑 원장이랑 만나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

이모 원장한테는 20살이나 먹은 딸이 있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선희누나는 처녀잖아. 하지만 나의 이런 외침은 들리지 않은 것인지 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이모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 사랑해 마지않는 떡갈비를 씹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모를 정도로 원장과 이모의 이야기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장소를 말하는 이모의 입술을 포착했다.

'한국호텔' 2시 라고 말하는 것까진 알겠는데 날짜까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가서 지키고 있어야 하나? 아니면 직접 물어봐? 선희 누나는 보나마나 좋다고 난리를 칠텐데. 선을 보는 건 싫어하지만 남자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선희 누나의 성격상 마다할 리가 없다.

내가 원장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실 원장은 겉으로 봤을 때 참 그럴듯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우선 돈 잘벌지 거기다 잘생기고 키 크고 여자들의 비위도 잘 맞추지. 그렇다면 오로지 하나 있는 단점을 크게 부각시켜야만 한다. 미혼부라는 사실을 알려서 절대 둘이 만나지도 못하게 해야겠다라고 나는 결심을 했다.

점심을 먹고 원장은 약속대로 이모를 차에 태워서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나갔다. 이모집이 여기서 상당히 먼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모를 차에 태울 때는 나도 살짝 감동했었다.

어찌되었건 저분은 내 이모이고 원장이 이모에게 저렇게 신경을 써 준다는 건 나를 한명의 직원으로 인정을 해준다는 거니까 말이다. 넘버투와 같이 환타이아로 돌아왔다.

떡대들은 그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다들 어디 가는 거예요?"

"왜? 너도 따라 가고 싶냐?"

"아뇨 그건 아니지만 궁금해서 그렇죠."

"대기실로 가서 수다라도 떠나보지. 쉬는 사람도 있을 거고."

'하긴'이 대낮에 애정행각을 벌이기 위해 사라진 건 아닐테니.

"아니면 같이 자러 건 건가?"

'흐윽'더 이상 말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 상상된단 말이야. 나는 능글거리며 웃고 있는 넘버투를 한번 노려봐 주었다.

"너 상상했냐?"

"아니거든요."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그냥 이모가 걱정이 돼서 그래요 집에 잘 들어가셨는지 궁금해서."

"그럼 전화라도 해봐."

"안 그래도 그럴려구요."

나는 서둘러 내방으로 올라와 버렸다. 폰을 꺼내 이모폰의 번호를 찾아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두르르르 두르르르"

"악 깜짝이야."

하지만 내가 통화를 하려고 하는데 막 폰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깜짝 놀랐다. 폰을 확인해 보니 이모였다.

"네 영일이에요."

[영일아 너희 원장 어쩜 사람이 그렇게 좋니? 이번에 선희 시집 보내야겠다.]

"설마 원장님한테 누나 소개시켜줄 건 아니죠?"

[아니긴 왜 아니야. 둘이 잘 어울리겠던데]

"이모 그거 아세요? 원장님 딸도 있어요?"

[딸 있다고 그러던데 안 그래도.]

"예에? 그 말도 했어요?"

[그래 처음에는 너희 원장도 안 만나겠다고 하던데 내가 억지로 만나보라고 하니까 지금 대학생이 된 딸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데도 누나를 시집보내고 싶으신 거예요?"

[결혼은 한적 없다고 하더라. 나이도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뭐가 어때. 그리고 그 나이에 아이가 없는게 어쩌면 더 이상한 거지.]

'뭐야?'

이렇게 되면 내가 선자리에 나가야 하는 건가?

"언제 만나기로 했는데요?"

[왜? 너도 나가려고 아서라 두 사람만 만나게 해야 서로 부담감 안 느껴]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번 주말에 만나게 하기로 했다.]

'뭐야?'

이번 주말이면 내가 미용대회 참가하고 있을 때잖아. 원장은 내가 대회 참가하는 걸 안 볼 생각인가? 내가 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것보다 난 더 이상 원장이랑 엮이기 싫다고...

"네 그래요. 누나는 좋다고 하던가요?"

[아직 말 안했어. 이제 전화해 보려고 그보다 원장은 보기만큼 괜찮은 사람인가 싶어서]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좋은 사람도 아니에요."

[그래? 우선 알겠다.]이모는 자신의 원하던 내용을 알아낸 것이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설마'이대로 원장이 사촌매형이 되는 건 아니겠지? 절대 그럴 순 없어. 나는 곧 선희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처음에 누나는 원장에 대해 말하자 호감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하지만 내가 대학생 딸이 있다고 하자 화를 내면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기가 노처녀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홀아비한테 시집갈 만큼 궁하진 않다면서 난리를 부리는 선희 누나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원장이 나와 더 깊은 관계로 엮이는 건 막을 수 있었다. 내가 선희누나와 통화를 끝내고 축 늘어진 채 침대에 앉아 있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두르르르 두르르르"

[VIP 손님 예약 준비할 것]나는 내 방에서 나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서 밖으로 나가 VIP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곧 낯익은 밴이 도착하더니 문이 열리고 백진아와 지윤경이 내렸다.

'뭐야?'

쟤네들이 또 무슨 일로 온 거야?

"영일씨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은 무슨 오랜만'얼마 전에 나하고 같이 뒹굴어 놓고 저 정색하는 표정 좀 봐. 참나

"아 그렇네요. 이쪽으로 오시죠"

"오늘은 진아 때문에 온거니까 진아한테 잘 좀 해줘요. 난 다음에 올게요. 풀 서비스해주는 거 잊지 말고 말이에요."

"네 그럼 다음에 뵙죠."

멍하니 서 있는 백진아의 팔을 잡아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지윤경은 나와 백진아를 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지만 백진아는 지윤경의 모습을 외면해 버렸다.

'뭐야?'

너 설마 지윤경이랑도 머리 채 뜯으면서 싸웠냐? 갑자기 백진아가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

"나 그냥 영일씨 옥탑방으로 가면 안 돼요?"

"지금?"

"네 지금."

'너 지금 이러는 거 내가 편할 대로 해석해도 되는 거냐?'

설마 너 유건하고 헤어지고 뭐 나랑 잘해보려고 이러는 건 아니지? 하긴 지금 이유 따윈 무슨 상관이겠어.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백진아의 손목을 잡고는 옥탑방으로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내 머릿속엔 어제밤 보았던 동영상이 차례대로 재생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안돼임마님, 이비앙님, 챠베스님, 글레이시아님, 다때려부셔님, 블로우스트님, 플레로님, 시룡님, 해동풍님 감사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셨길... ^^ 연참은 내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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