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용대회 -- >
'와우'뭐야? 왜 저렇게 적게 입고 있어?
원장과 내 앞에 나타난 수진은 위에는 어깨가 넓은 티를 입고 있었고 아래에는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 덕에 한쪽 어깨가 드러나 있었고 아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 보였다.
한마디로 하의실종 패션 딱 그것이었다. 거기다 춥지도 않은 것인지 코트는 입지 않고 팔에 걸치고 있었다.
"수진아 안 춥니?"
부드러운 원장의 목소리에도 수진은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아니면 본래 아빠를 무서워하지 않는 건가? 하긴 지난번 환타지아로 쳐들어왔던 일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 그것도 아빠 뿐 아니라 5촌 친척이 있기도 한 곳인데 말이다.
수진은 키는 작은 편이었고 몸매는 통이 넓은 옷을 입은 탓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짧은 핫팬츠 아래로 들어난 날씬한 다리는 짧다는 느낌조차 주지 않았다. 아니면 몸매 비율이 좋아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25 쪽74원장과 나는 수진이가 먹고 싶다고 하는 해물찜을 먹기 위해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탔다.
하필이면 이런 날 차를 집에 두고 온 원장은 택시기사 옆자리에 앉았고 나는 수진과 함께 택시 뒷좌석에 앉은 상태였다. 나는 가능한 수진이와 떨어져 앉으려고 노력했고 수진이는 그런 나를 이상한 눈으로 한번 올려다보고는 곧 차창밖에 시선을 둔 채로 있었다.
퇴근시간이다보니 해물찜 전문점으로 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택시 안에는 택시기사가 틀어둔 뽕짝 음악소리로 시끄러웠다.
드디어 해물찜 전문점에 도착했다.
원장이 택시비를 계산하는 동안 수진과 나는 택시에서 내려 먼저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들어온 원장은 해물찜 '중'을 주문하고는 곧 우리가 앉은 자리로 와서 앉았다.
"오늘 친구 만나던 거 아니었어?"
"친구 만나서 같이 영화보고 놀다가 나는 아빠 전화 받고 먼저 나온 거야."
"하긴 우리 오랜만에 같이 밥 먹는 거 같은데."
'뭐야?'
가족인데 같이 밥도 안 먹는다는 거야?
나는 원장과 수진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사실 생각 같아서는 둘이 같이 밥 먹으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밥은 먹어야 하겠기에 같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영일군은 내일 대회 준비 다 끝냈나요?"
"뭐 그럭저럭 마무리 했습니다."
'마무리는 무슨 마무리'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준비도 못했는데.. 대회 준비를 하라면서 겨우 일주일 전에 대회가 있다고 알려주는 건 무슨 경우냐? 혹시 내가 입상하기를 바라지 않는 거 아니야?
"그럼 오늘 저녁 먹고 집에 들어가서 푹 자고 내일 늦지 않도록 대회 참가 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잘 할 거라고 믿어요."
'믿긴 뭘 믿어?'
정말 내가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걸까? 나도 내 자신을 믿지 못하겠는데... 그렇게 원장과 대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에 주문했던 해물찜이 나왔다. 해물찜 전문점이라는 식당 이름에 걸맞게 해물찜은 맛깔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접시에 덜어서 한 입 먹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해물찜은 매콤하면서도 해물의 깊은 맛을 잘 살리고 있어서 입에 착착 붙었다. 공기밥을 시켜서 해물찜의 콩나물과 여러 가지 해산물을 넣고 비벼먹자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었고 안 그래도 오늘 종일 염색약과 펌약에 독한 냄새를 맡아서 머리가 어찔했었는데 정신이 확 깨어날 정도로 매운 맛은 중독되는 느낌마저도 들 정도였다.
"와 진짜 맛있네요."
"영일군 많이 먹어요."
나는 거절하지 않고 많이 먹었다. 공기밥을 한 그릇 더 시켜서 그것마저도 다 먹고 남은 해물찜의 양념에 세 번째의 공기밥을 투하시켜서 먹고 나서야 겨우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빠도 해물찜 좋아하나 봐요."
"아니 평소에는 이렇게 먹지 않는데 이집 해물찜이 진짜 끝내주게 맛있는데"
"그렇죠? 여기 유명한 곳이에요. TV에도 나오고 연예인들도 많이 와서 먹는다고 소문난 곳이에요."
수진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보니 왠지 낯익은 뒤통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악'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다더니... 아니 여기는 외나무 다리가 아니긴 하지만... 그 뒷통수의 주인공은 바로 유건이었다.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 하나에 속할 만큼 보고 싶지 않았었는데... 그리고 그 유건의 맞은편엔... 우와 이거 뭐야? 정인도 아니고 백진아도 아니고 심지어는 지윤경도 아닌 서빈이 앉아 있었다. 물론 유건도 서빈도 나름 선글라스도 쓰고 모자도 쓰고 있긴 했지만 가까이서 그들을 본 적이 있는 나는 금방 그들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서빈과 인연이 있긴 한데... 그 이후로는 TV로만 볼 수 있었지만 한때 같이 밤을 보낸 적이 있던 서빈이 유건과 함께 있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유건이나 서빈이 나를 본다고 해서 멱살잡이를 한다거나 반가워 하며 손을 흔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왠지 빨리 해물찜집을 나가고 싶어졌다.
"원장님 다 드셨으면 그만 일어나시죠. 저 일찍 들어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그래요 영일군 수진아 그만 일어나자."
수진은 이미 한참 전에 숟가락을 놓고 딴 짓을 하고 있었던 터라 나를 따라 일어났다.
"잠시만 아빠 나 잠깐 손 좀 씻고 올게요."
'아씨'여태껏 앉아 있을 때는 뭐하고 일어나려고 하니 손을 씻으러 가는 거야? 하지만 손을 씻으러 가겠다는 애를 못 가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먼저 일어서기도 애매해서 나는 엉거주춤 다시 의자에 앉아야만 했다. 수진이 손을 씻고 돌아오면서 폰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그 소리가 크게 식당 안에 울렸다. 그러자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수진에게로 쏠렸고 그 시선 중엔 유건의 시선도 포함되어 있었다.
폰을 집어든 수진은 곧 울상이 되었다. 아마도 폰의 액정이 깨어진 듯 것 같았다.
수진이 울상을 지으며 폰을 들고 나와 원장쪽으로 걸어왔고 유건의 시선은 수진을 쫓아서 우리 자리까지 미쳤고 수진이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내 시선과 부딪혔다. 순간 유건의 눈이 커지는 것 같더니 황급히 시선을 돌려버렸다.
'뭐야?'
지금 나 피하는 거야? 이거 왜 이래 정작 피하고 싶은 건 나라고 알아? 나는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수진이는 역시나 액정이 깨진 폰을 들고 와서 원장에게 보여주었다.
"새로 사야겠는데."
"이번에는 최신폰으로 사줘."
"알았어. 내일 당장 새로 사러 가자."
"고마워 아빠."
나는 원장과 수진이 대화를 들으면서 유건의 뒷통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영일군 이만 나가지."
"네"
식당 밖으로 나온 원장과 수진은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잠시 기다리자 버스가 도착을 했고 나는 버스를 타고 환타지아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올라가서 옥탑방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야만 했다. 너무 급하게 먹은 것인지 아니면 재수 없는 유건을 만나서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몰려온 아랫배의 압박감으로 나는 변기 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으윽'뭐야? 갑자기 배까지 아프고. 괜히 원장한테 저녁 얻어먹었네.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은 바람에 탈이 난 건가? 그날 밤 화장실의 변기는 내 엉덩이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져 식을 줄을 몰랐다.'허억'이게 나란 말이야? 아침에 거울을 들여다보니 웬 좀비 한 마리가 거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용대회 준비는커녕 이러다가는 미용대회 나가기도 전에 응급실로 실려가야 할 것 같은 내 몰골에 나는 한숨이 나왔다. '설마'이러다가 미용대회 참가 못하게 된다면... 미용계에서 떠나야 하는 걸까? 거울 속에 좀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나는 거울 앞을 떠나 얼른 옷을 갈아 입었다.
'휘청'아 어지러워. 나는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환타지아로 내려갔다.
"허어억 너 왜 그래?"
나를 발견한 꼬붕이 나를 마구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어제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이렇게 됐어요."
"우선 여기 앉아봐. 도대체 얼마나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될 수 있냐?"
"음 10분에 한번 정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게 장하네."
"원장님은 오셨어요?"
"아니 아직 안 오신 모양인데."
막 환타지아로 들어서던 넘버투가 카운터 옆 대기석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영일아 너 왜 이래?"
"어제 밤새 화장실 들락거렸다나봐."
"뭐? 너도? 원장님도 오늘 못 올것 같다고 하시던데."
"그래요. 저랑 같이 저녁 먹었거든요."
"뭘 먹었길래 이런 거야?"
"해산물 찜을 먹었는데 뭔가가 안 좋았나 봐요."
"너 오늘 대회 나가야 하잖아 이래가지고 대회 나가겠어?"
나는 소리를 지르는 넘버투를 처량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안 되겠다. 우선 영일이 데리고 병원에 가서 일단 링거라도 맞게 해야겠어. 그리고 난 후에 미용대회인지 뭔지 참가를 생각해 봐야지 다 죽어가는 애를 데리고 어떻게 참가하겠어?"
'아악 안돼'하지만 나는 미용대회 참가하지 못하면 환타지아뿐만이 아니라 미용계를 떠나야 할지도 몰른다고...
"자 얼른 영일이 업어."
넘버투가 꼬붕에게 날 업으라고 말하자 꼬붕은 불만이 가득 담긴 눈초리로 넘버투를 쳐다보았다.
"야 넌 견습생이잖아. 그럼 내가 업으리?"
"아씨 이놈의 견습은 언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투덜거리던 꼬붕은 나를 업고 밖으로 달려나가는 넘버투의 뒤를 따라가서 넘버투의 차의 뒷좌석에 날 실었다.
"오늘 일요일이니까 응급실로 가야겠지."
"우선 출발이나 해."
나는 힘없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하아 진짜'참 재수도 없지 어떻게 대회 전날 음식을 잘 못 먹어서 탈이 날 수 가 있지?
그렇게 실려간 응급실에서 우선은 포도당 링거를 맞으며 지사제 처방을 받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더 이상 화장실에 들락거리지 않을 수 있었고 포도당 링거를 반쯤 맞고 나자 좀비에서 뱀파이어로 승급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도당 링거를 다 맞고 나자 어느 정도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어지럽니?"
"아뇨 지금은 어지럽지 않아요."
"영일이 너도 참 둔하다 어제 탈이 났으면 어제밤에 응급실에 왔었으면 더 좋았잖아. 밤새 화장실에 들락거리면서 잠도 못자고 그러고도 참고 있었다는 게 참 대단하네."
"그럴 정신도 없었어요."
"우선 좀 자라 포도당 하나 더 놔달라고 할테니. 어차피 대회는 오후라서 시간이 좀 있으니까."
"네"
나는 넘버투의 말에 따라 두 번째의 포도당을 맞으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영일아 일어나 봐."
"으으으"
"정신 좀 차려봐."
".. 네 원선생님"
"이제 깼냐?"
"네"
"대회 나갈 수 있겠어?"
"나가야죠."
"네가 안 나간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어. 이렇게 몸이 안 좋은데 나간다고 해도 입상할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뇨 나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일어나서 우선 환타지아로 가자."
"네"
두 번째 포도당 링거까지 다 맞은 나는 곧 응급실에서 나와서 넘버투의 차를 타고 환타지아로 이동했다. 환타지아에 도착해서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넘버투가 내 머리를 손질해 주었다. 다시 넘버투의 차에 올라탔다.
"현우형은요?"
"먼저 대회장소에 가 있으라고 했어. 혹시나 네가 참가 못하게 되면 전화로 알리는 것보다 현우에게 알리도록 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말이야."
"네"
"정말 괜찮은 거지?"
"네 대회 참가하고 싶어요."
잠시 후 넘버투의 차는 대회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넘버투의 차에서 내려 대회장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대회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인지 관중들이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대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도착을 해서 주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꼬붕이 먼저 가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미용대회는 특성상 단시간 내에 끝날 수 없었다. 그리고 사용하는 물건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에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가지고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대회장에도 구비가 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대회 참가자들은 자신이 평소 사용했던 물건들을 사용하기를 원했기에 그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미리 정리해 두는 것도 중요했다. 왜냐면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제에 따라 틀려지지만 평균 3시간에서 5시간 정도의 제한시간을 두었고 시간이 지났음에도 과제를 끝내지 못한 경우에는 탈락으로 간주되었다. 지난번 대회에서 내가 입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한시간 안에 과제를 끝낸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잘하고 못하고는 그 이후의 문제였기에 우선은 제한시간 안에 과제를 끝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사용할 물건들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정리해 두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었다.
"왔어?"
"네"
"정말 참가 할 수 있겠냐? 우선 내가 대충 정리는 해 두었는데."
"제가 다시 한번 볼께요."
나는 꼬붕이 정리해 둔 카트를 살펴 보았다. 역시 환타지아에서 이인자의 위세를 떨쳤다는 것이 허언이 아니듯 깔끔하고 편리하도록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서툰 내가 보기에는 꼬붕의 솜씨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넘버투의 눈에는 그것이 아닌 듯 이것저것을 꺼내서 새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넌 우선 앉아 있어. 정리는 우리들이 할테니까 정리하는 거나 잘 봐둬."
"네"
나는 준비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서 넘버투와 꼬붕이 의논(?)을 하면서 물건을 새로 정리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넘버투와 꼬붕은 내가 앉아 있는 의자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원장님께 연락 드려야 겠다."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넘버투는 폰을 꺼내들었고 꼬붕은 내게 말을 걸었다.
"아뇨 우선은 먹고 싶은 건 없어요."
"목이 마르진 않고."
"네 목도 그다지 마르지 않은데요."
"그래 알았다. 우선 앉아 있어"
넘버투는 심각한 표정으로 원장과 통화를 하였다. 나는 통화 내용을 훔쳐듣고 싶었지만 멀리 떨어져서 통화하고 있는 덕에 말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후 통화를 끝낸 넘버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원장님도 지금 병원이래."
'뭐야?'
나만 문제 생긴 거 아니었네. 그럼 수진이도...
"괜찮으시대요?"
"원장님도 문제지만 수진이가 더 문젠가 보더라."
'역시나'그럴 줄 알았어.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대회 시작 1시간 전이라는 방송이 들려왔다. 혹시나 싶어서 넘버투와 꼬붕은 마지막 점검을 했고 나도 정리된 물건들의 위치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제 미용대회를 시작합니다. 참가자들은 중앙 단상 쪽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방송이 들리던 중앙 단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가자는 나 말고도 31명이 더 있었다.
꽤 규모가 큰 대회였고 그러다 보니 심사위원과 대회 관계자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우선 각자의 배정된 자리에서 기다리면 모델이 나오게 되고 모델이 다 같이 의자에 앉게 되면 그 순간부터 5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반드시 5시간 전에 완성을 해야지만 평가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완성이 안 된 경우는 바로 실격처리가 된다는 것이 이 대회의 규칙이었다. 따라서 시간이 끝났다는 방송과 동시에 대회 참가자들은 모델에게서 떨어져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각자에게 배정 되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자신의 물건들의 정리를 끝낸 카트를 끌고 나는 17번 자리로 이동했다.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들이 한 참가자당 2명씩 배정되어 있었고 그 심사위원은 1번부터 32번까지 로테이션 하면서 참가자들을 평가했다. 그리고 그 심사위원들의 평가 점수의 합계를 내어서 가장 높은 점수는 대상, 그 다음이 금상, 그리고 그 다음이 은상, 동상, 입선의 순서로 상이 주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한 미용대회를 구경하러 온 인원들도 많았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미용계의 유명한 교수나 헤어디자이너들과 연예인들도 구경하러 오곤 했는데 이들에게는 내빈석에 자리가 주어져서 가까이서 참가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대회가 막 시작하기 전 지윤경과 이유진이 대회장안으로 들어왔다. 그 둘이 대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대회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방송에서 대회가 시작되오니 조용히 해달라는 말이 들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술렁거림은 계속되었었다.
나는 발견한 지윤경이 내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내 옆의 참가자들은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서 있었다.
"오늘 대회의 주제는 '봄'입니다. 봄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보세요. 자 그럼 모델 입장해 주세요."
모델이 각 참가자의 옆으로 다가왔다. 모든 모델들이 전부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내 옆으로 다가온 모델은 키가 크고 몸매는 좋았지만 얼굴은 평범했다.
"대회를 시작합니다."
라는 말이 들리자 모델들은 의자에 앉았다. '봄이라'도대체 뭘 하라는 거지? 머리로 '봄'자를 만들라는 건 아닐테고... 나는 모델의 머리에 손도 대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내 주위의 참가자들은 바쁘게 모델의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우선 봄과 같은 느낌을 주면 되겠지.
나는 모델의 머리를 봄 소식을 알려주는 개나리처럼 꾸며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플레로님, 이비앙님, 담배문후치님, sdaweq님, 블로우스트님, 네글레리아님, 해동풍님, 성미카엘님, 카르데미온님, 챠베스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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