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99화 (99/236)

< -- 전국대회 -- >

[알았어요. 나중에 저녁에 봐요.]내가 이 답문을 받은 것은 한참 넘버투한테 씹히고 난 후였다. 펌이 어떻니 저떻니 하면서 나를 실컷 퉁을 주고 난 넘버투가 목이 마르다며 밖으로 나간 사이에 도착한 답문을 확인하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 오후 잠시라도 넘버투의 손아귀를 벗어나서 백진아와 대화를 하며 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힘이 났다. 월요일도 역시 학교 수업이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자 바로 환타지아로 출근해서 오전 나절 내내 넘버투한테 씹히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와아'이렇게 햇살이 눈부시고 기분 좋은 것이었던가?

마치 감옥살이를 하고 몇십년만에 처음 햇살을 쬐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빨리 안 오고 거기서 뭐하냐?"

/23 쪽107

'에이씨'나한테 숨돌릴 시간을 좀 달라고... 하지만 내 앞에서 재촉하는 넘버투에게로 달려가야만 했다.

"갑니다. 가요."

내가 옆에 따라 붙자 그제야 걸음을 옮기면서 넘버투가 입을 열었다.

"너 현우한테 여자 소개시켜 줬다면서."

"네?"

"어제 밤에 전화 와서 나한테 너 잘 좀 봐주라고 얼마나 잔소리를 하던지."

"... 아 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많이 봐줬다."

'허억'그게 봐준거면 안 봐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점심을 먹기 위해 분식집으로 들어서는 넘버투의 뒷통수를 노려보았지만 내 시선을 못 느끼는 것인지 넘버투는 유유히 분식점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는 수 없이 넘버투의 맞은편에 앉아 넘버투가 큰 소리로 주문하는 것을 듣고 만 있었다.

'그래'분식을 안 먹고 얼마나 버티나 했다. 그동안의 원 풀이라도 하듯 여러 종류의 분식을 주문한 넘버투가 음식이 나오자마자 젓가락을 휘두르며 먹기 시작했다.

원하던 밥은 아니지만 점심을 굶을 수는 없기에 나도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환타지아로 돌아오면서 더부룩해지는 속을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 들려 사이다를 하나 사서 마셨고 넘버투에게도 하나 사서 받쳤다.

오후시간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고 싶은 나의 마음이었지만 넘버투는 그것을 간파했는지 콧웃음을 치고는 내가 내민 음료수를 받아 마셨다.

"이런다고 내가 쉬게 해 줄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좋아."

'아악'그럼 왜 내가 사준 음료수는 마신 거야?

그래도 백진아가 와주기로 했으니까...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오전일의 연속이었다. 실기 연습을 하고 내가 해놓은 걸 확인한 넘버투의 잔소리가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똑 똑"

"네 들어오세요."

나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 탓인지 거칠어진 목소리로 넘버투가 대답을 했고 그 덕분에 문을 열고 들어서던 떡대가 주눅이 든 표정을 하고 있었다.

"VIP룸에서 영일이를 호출했습니다."

"그래?"

"어떻게 할까요?"

"영일아 갔다와."

"네?"

'뭐야?'

이렇게 쉽게 보내주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백진아에게 좀 빨리 오라고 할걸.

"대신 갔다 와서 빠진 시간만큼 보충한다."

"... 네"

'역시'그렇지 뭐... 힘없이 대답한 내가 VIP룸으로 가기 위해 환타지아 밖으로 나가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백진아가 탄 밴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정말 간만에 만난 백진아는 여전히 섹시하고 예뻤다. 거기다 성숙미까지 물씬 풍기는 것이 역시 완전 내 취향이라니까...

"왔어."

"네 얼른 올라가요. 샤워도 못하고 왔어요."

엘리베이터에 오른 백진아는 아직 선선한 날씨와 달리 더운듯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부채질 하기 시작했다.

"운동하다가 온거야?"

"뮤비 찍고 나서 샤워도 안하고 바로 온 거에요."

"그래?"

백진아는 바로 샤워실로 들어가 버렸다. 사실 나도 밖에서 샤워가 끝나길 기다려야 하지만 그냥 방안에서 백진아가 샤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샤워를 끝낸 백진아가 가운을 입고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바로 누우면 되죠?"

"아니 잠시만 나랑 얘기 좀 하자."

"그거 마사지 받으면서 하면 안 되는 얘기예요?"

"중요한 얘기니까 너도 진지하게 들어줘."

"알았어요 해봐요."

"내가 이주 뒤에 전국미용대회에 나가게 되었거든 그때 내 모델 해줄래?"

"모델요?"

"내가 원하는 모델에 적합한 사람은 너밖에 없어서 말이야."

"그래요?"

"안 될까?"

"우선 스케줄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가능하다면 모델해 줄게요."

"정말이지?"

"그 대신 나중에 내 부탁하나 들어 줘야해요."

"뭐든 부탁만 해 내가 다 들어줄게."

"그럼 우선은 마사지부터 받고 싶어요. 뮤비 찍느라 지금 힘들거든요."

"알았어. 침대에 누워."

백진아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가운을 벗고는 침대로 올라가서 누웠다.

"오랜만이니까 버터로 하는게 좋겠지?"

"알아서 해 주세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운 백진아는 편안하게 몸을 이완시키고 있었다. 나는 버터를 가져와서 그런 백진아의 가슴에 얹고 녹기 전에 손바닥으로 버터를 가슴에 넓게 펴바르고 있었다.

"너 가슴 예전보다 더 커진 것 같다."

순간 백진아가 움찔거리다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살이 쪄서 그런가봐요."

'하지만'전혀 살이 찐 것 같진 않은데... 오히려 허리도 더 날씬해지고 아랫배도 납작해 진것 같고... 설마...

"... 여 여기..."

'아악'왜 이렇게 밝혀... 시간도 없는데... 아니 이게 아니지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냥 확...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오히려 뭔가를 잔뜩 원하는 듯 자신의 몸 여기저리를 가리키며 빨아달라고 요구했고 나는 당연히 그런 백진아의 요구에 응해주었다. 아니 오히려 자진해서 빨아주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내 아랫도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올라있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

"뭐예요? 벌써 끝난 거예요?"

"그게 더 하면 내가 참기 힘들 것 같아서."

백진아의 시선이 내 아랫도리로 향했다.

"나 오늘 한가한데."

'아 진짜'너 자꾸 사람 인내심 시험할래?

안 그래도 지금 대회준비 때문에 시간 모자란데 너까지 이러면 난....

"나 대회 준비 때문에 연습해야 돼서 시간이 없어."

"그럼 어쩔 수 없죠. 대회날 봐요."

"모델 꼭 해주는 거지."

"내가 스케줄 취소해서라도 해줄게요."

'아싸'백진아가 모델을 해주면 적어도 기본 점수는 먹고 들어가겠지?

백진아가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백진아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백진아는 바로 앞에 대기 중이던 밴을 타고 돌아갔다. 나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환타지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힘든 2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가끔 찾아온 윤검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뿐이었다. 진짜 자주 찾아오려고 결심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못살게 굴려는 것인지 그 의도는 확실치 않지만 대회전날까지 줄기차게 찾아 왔다.

저러다 진짜 검사 짤리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그리고 드디어 대회날이 되었다. 어제 저녁부터 백진아와 여러번 통화를 해서 백진아는 바로 대회장으로 오기로 했고 나는 넘버투의 차를 타고 지금 대회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너 생각해 놓은 주제는 있는 거지?"

"네 물론이죠."

'잠시 후면 대횐데'그것도 생각 안하고 있으면 어떡하라고... 대회장엔 어마어마한 인원들이 대기 중이었다. 대회참가 인원만 300명 정도가 된다고 하니 뭐 그 규모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겠지만 대회장의 크기 또한 엄청났다.

차에서 먼저 내린 내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자 주차를 하고 온 넘버투가 내 등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아악 왜 때리세요?"

"정신 좀 차려라. 그것보다 네 모델은 어디 있어?"

"올거에요."

'아암'오고 말고 거기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있더라도 백진아가 나타나면 아마 모세의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쫙' 가라서겠지. 주머니속의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얼른 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백진아였다.

"나야 지금 어디야?"

[주차장요.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요.]

"그러네 나도 지금 주차장인데."

통화를 하면서 나는 고개를 빼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저 쪽 끝에 백진아의 밴이 보였고 나는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찾았다. 너 거기 가만히 있어."

[알았어요.]내가 폰을 주머니에 넣고 뛰기 시작하자 넘버투도 내 뒤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곧 밴 앞에 도착한 내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요."

'참나'밴 안에 있으면서 마치 집안에 있는 것처럼 들어오라니... 어쨌든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백진아는 내가 원하던 딱 그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내가 백진아를 바라보자 백진아는 몸을 펴서 나에게 잘 보이도록 하며 입을 열었다.

"어때요? 이정도면 돼요?"

"응 완전 딱이야."

하지만 내 뒤를 따라 밴에 올라타고 있던 넘버투는 백진아의 모습에 놀랐다.

"설마 백진아씨는 아니겠죠?"

"맞아요. 저 백진아예요."

"영일아 너 다시 봤다. 어떻게 하면 백진아씨를 모델로 데려올 수 있는 거야?"

"뭐 친분이 있으니까"

"저 영일씨 단골인데 모르셨나봐요."

"흠흠 저 그러면 혹시 사인 한 장만 해 주실 수 없으세요."

"물론 해드려야죠."

백진아는 넘버투에게 사인을 해주겠다고 말했고 좋아라 대답한 넘버투가 갑자기 바지를 주섬주섬 벗었다.'아악'지금 뭐하는 거야? 미쳤어?

백진아도 나만큼이나 놀란 듯 뒤로 물러나 앉았다.

"팬티에 사인 해주세요."

'에엑'팬티에 사인 받아 가면 마누라한테 쫓겨나는 거 아니야? 백진아는 곧 펜을 꺼내서 넘버투의 엉덩이에 사인을 해주었다. 사인을 하는 내내 넘버투는 마치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몸을 비틀고 있었다.

다행히 금방 사인은 끝이 났다. 옷을 입은 넘버투는 의자에 앉아 백진아의 의상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백진아는 그런 시선이 신경이 쓰인 것인지 옆에 있던 상의를 입고는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해요?"

"우선 나가서 등록부터 해야하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럼 갔다 오세요."

나는 넘버투의 손을 이끌고 밴에서 내려 등록을 하기 위해 접수대로 향했다.

"너 주제가 뭐라고?"

"아직은 비밀이예요."

접수대에서 이름을 말하고 나자 나에게 배정된 장소를 알려주었다. D-33이라는 표와 이름표를 받아서 걸고 나는 곧 그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물론 환타지아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긴 했지만 대회장에 준비된 물품들을 미리 점검해놔야 했기 때문이다. 넘버투는 그런 나를 따라 와서 물품을 점검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잠시 후 물품의 정리가 끝났고 넘버투는 몇 가지 물품을 차에서 가져와야겠다며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대회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인지 대회 출전자들이 여유롭게 잡담을 하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큰 대회라서인지 지난번 참가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다행히도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다. 알고 보면 나 대회 체질인거 아니야?

잠시 후 물품을 가지고 돌아온 넘버투와 함께 마지막으로 점검을 마친 나는 대회시작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확인하고 폰을 꺼냈다.

"진아야 겉옷 입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알았어요.]통화를 끝낸 나는 백진아를 데려오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류치네님, 시룡님, 내안에너있다님, 성미카엘님, 블로우스트님, 이비앙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csi호라시오짱님, superdumb님, 빛을쫓는마왕님, 애독자C님, 챠베스님, 재밌는건뭘까?

님 감사드립니다.

선삭이 급격히 증가.... 아마도 106편의 위력인듯... 욕을 너무 먹어 배가 부릅니다. 그래도 저녁까지 먹었지만... 그래도 환타지아는 쭉 갑니다.

그럼 즐감하세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