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04화 (104/236)

< -- 시험이다... -- >

시험 첫날을 무사히 보내고 점심시간 전에 학교에서 내려왔다. 강의가 오전만 있어서 시험도 오전에 끝났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있어봤자 도서관에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일 시험을 칠 책을 가져온 것도 아니라서 그냥 바로 옥탑방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환타지아 가까운 정류장에 도착해서 내린 나는 점심으로 순두부찌개를 사먹고는 환타지아로 향했다.

시험 기간 동안에는 환타지아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침에 20번 방 형에게 맡겨둔 열쇠를 찾기 위해 환타지아 입구로 들어서니 카운터에 앉아 있던 사무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대상 타셨다면서요. 축하해요."

"네 감사합니다."

대회장에 오지 않았던 터라 대상을 탄 이후 처음 만나는 사무직원은 나를 축하해주었고 환타지아 입구를 지키고 있던 떡대들도 축하한다며 인사를 해왔다. 나도 웃으면서 답례를 하고는 곧 사무직원에게 열쇠에 대해서 물어봤지만 자신은 모르겠다고 하면서 넘버투에게 물어보라고 알려주었다.

/21 쪽112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손님의 안내를 끝내고 카운터로 나오는 넘버투를 만날 수 있었다.

"영일아 오늘 출근 안 해도 되는데. 너 시험 공부해야 되지 않냐?"

"현성이 형이 옥탑방 열쇠 가지고 갔거든요. 그래서 제가 여기 맡겨 두라고 했었는데요."

"현성이 오늘 출근 안 하는 날인데."

"네?"

"혹시 잘못 안거 아니야? 오늘 현성이 환타지아 안 왔어."

'아씨'뭐야? 열쇠 안 주고 가면 어떻게 하라고. 진짜 이 인간이...

"알겠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전화해 봐야겠네요."

"참 그리고 영일아 너 찾는 손님이 많더라. 이번주면 시험 끝나는 거 맞지?"

"시험은 이번 주에 끝나는데 주말에도 일이 있어서 출근은 못 합니다."

"그래? 방금 전에도 VIP실 손님이 너 찾았는데 아침 일찍도 한명 있었고 말이야."

'아침 일찍이라면'그 모델... 끝내줬는데...

"그래도 오늘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알아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그럼 가봐라."

"네 그럼 수고하세요. 나중에 뵐게요."

넘버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 폰을 꺼내들었다.

"저 영일인데 형 어디예요?"

[나 지금 옥탑방인데 너 좀 빨리 와라]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왠 여자가 와서 난리도 아니야. 아아악 이봐요.... ]전화가 갑자기 뚝 끊어져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놀란 나는 얼른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7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데 20번 방 형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하아'또 뭔 일이래? 진짜반쯤 열려 있는 현관문을 들고 거실로 들어섰더니 지윤경이 20번 방 형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영일씨?"

"무슨 일이예요?"

"내가 오니까 저 사람이 영일씨 방을 뒤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손 좀 봐주고 있었어요."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요. 이거 좀 놔요."

"형 내 방 뒤지고 있었어요?"

"그게 아니라 샤워하려고 했더니 수건이 없길래 수건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이 여자가 들어와서 마구 때리잖아."

"이 여자라니요. 내가 말했잖아요. 나 지윤경이예요. 아나운서."

'그거'지금 자기 소개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것보다 지윤경이면 이번주 토요일에 결혼하는 거 아니야? 왜 여기 온 거야?

"둘 다 그만해요. 알았으니까 어차피 뒤져도 가져 갈 것도 없어요."

"아 진짜 수건 찾으려고 한 거라니까."

"알았으니까 형도 그만해요. 지윤경씨도 그만 형 놔주고 내려와요."

그제서야 지윤경은 20번 방 형 위에서 내려왔고 20번 방 형은 후다닥 일어나서 옷을 바로 했다. 왜 저렇게 서두르는 가 싶어서 유심히 형을 쳐다봤더니 그 사이 아랫도리가 발기했던 모양이었다.

'뭐야?'

20번 방도 취향이 저런 쪽이었나?

하긴 지윤경이 좀 예쁘긴 하지 거기다 형이 여친이랑 헤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혼자였을 거고... 그래도 이거 참...

"형은 언제 가려고 한 거예요? 오늘 종일 있을 참이었어요?"

"샤워하고 가려고 했었어."

"그럼 샤워하고 가요."

방으로 들어가서 수건을 찾아서 20번 방 형의 손에 들려서 욕실로 밀어 넣어 버렸다.

"자 그럼 이 문제는 해결 했으니까 지윤경씨는 뭣 때문에 온 거예요?"

"우선 앉아서 얘기하죠."

지윤경의 표정을 보니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물 한잔 갖다 줘요?"

"네 그래주시겠어요."

"잠시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부엌으로 간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컵에 부어 들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내가 내민 컵을 받아든 지윤경은 단숨에 컵을 비우고 내게 컵을 돌려주었다. 하는 수 없이 컵을 부엌에 가져다두고 거실로 나가니 한결 마음을 가라앉힌 지윤경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말해 보세요.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예요?"

"나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뭐'그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고 내가 모르던 사실을 얘기해 보라니까.

"그리고요."

"꼭 상대가 유건이라서 그런 건 아니에요. 아직 결혼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영일씨가 나 좀 도와주면 안 돼요?"

'뭘?'

설마 예식장에 애 하나 업고 들어가서 이 여자가 애 엄마다 이러라는 건 아니겠지?

"내가 영일씨하고 사귀다가 임신해...."

"안 돼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아니 말을 끝까지 들어봐요. 그러니까..."

"아니 절대 안 돼요."

"그게 아니라니까요 진짜 임신을 진짜 하려는 게 아니라 임신했다고 거짓말할거란 말이에요."

"그러다 거짓말한 거 들키면요."

"차라리 사실대로 말해요. 유건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왜 싫다는 말을 안 했겠어요. 꼭 유건이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는데 이대로는 더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시면서 결혼하라고 하시니..."

'그러게'좀 조신하게 놀지 그랬어?

내가 지윤경의 등을 토닥이는 사이 20번 방 형이 욕실에서 나왔고 내 눈치를 보더니 손짓으로 간다고 하면서 잽싸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사라졌다. '하아'이렇게 되면 내일 시험도 문제만 알고 답은 모르게 되는 건가? 하긴 지금 책을 본다고 해도 내일 시험을 잘 치라는 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책을 보지 못하니 그건 나름대로 불안했다.

"영일씨 그럼 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그냥 유건이랑 결혼 해야지. 안 됐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어요?"

"그럼 나 오늘 여기서 재워주면 안 돼요?"

'뭐야?'

또냐? 왜 툭 하면 다들 여기서 자고 가려고 하는 거야?

그러나 오늘 지윤경의 말은 그 의미가 다른 모양이었다. 등을 토닥이던 내 품으로 파고 들어서 내 가슴을 더듬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난 정말 이러면 안 된다고... 그렇지만 지윤경이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하자 발동이 걸려버렸다.

이미 버린 몸... 아니 이건 아닌가? 어쨌든 이미 발기된 녀석을 억지로 죽이기도 그렇고 안아 달라고 앞에서 옷을 벗고 있는 지윤경을 외면하기도 그렇고 해서 나도 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날 밤은 역시 광란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나도 공부 좀 해보자. 정말 어떻게 시험만 되면 재워달라는 사람이 줄을 서는 것인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든 나는 아침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일어나니 지윤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벌써 시험 이틀째가 되었고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시험지를 받아들고는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야만 했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아직도 멍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 커피한잔 뽑아 마시러 동전을 들고 강의실을 나섰다. 복도 끝의 자판기로 가서 밀크커피를 한잔 뽑아 마시면서 강의실로 돌아오고 있는데 시험기간인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남녀 한쌍이 거의 포개진 상태로 복도 구석에 서 있었다.

'차라리'호텔을 가지 왜 여기서 저러고 있어?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남자가 여자의 상의 안으로 손을 밀어넣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으음'이렇게 된 거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마음에 복도 모퉁이에 서서 둘이 하는 요량을 살펴보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 가슴을 움켜 잡은 것인지 여자가 넘어가는 소리를 내더니 슬쩍 다리를 벌렸다.

남자의 다리가 여자 다리사이로 들어가더니 둘이 사타구니를 비비며 몸을 꼬아대고 있었다. '참나'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런 복도에서 정 급하면 빈 강의실이라고 가던가... 안 되면 내가 빈 강의실로 안내해 줄 수도 있는데... 끝까지 구경하고 싶었지만 다음 시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나는 하는 수 없이 강의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면서도 커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내가 강의실 문을 열자 그 소리에 커플이 내 쪽을 쳐다보았다.

'헉'이게 누구야? 설마 너 수진이냐? 놀란 내가 커플을 빤히 쳐다보자 나를 알아본 건지 수진이가 남자를 끌고는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얼마 전 내가 처녀를 따 먹었었는데... 벌써 다른 남자를 사귀는 거야? 우와 쟤도 진짜 빠르네... 딱 봐도 커플의 분위기가 잠까지 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되면 그동안 수진이에게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은 완전 접어도 되겠는데... 사실 지윤경 때문이긴 했지만 좋아하거나 책임지겠다는 마음도 없이 수진이의 처녀를 따먹게 되어서 약간의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강의실로 들어와 두 번째 시험도 죽을 쓰고 있었다.

어쨌든 시험 둘째날도 무사히 보내고 학교를 나오게 되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면서도 책을 보고 있었다.

하루 세과목씩 시험 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내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시험시간을 바꿔 줄 리는 없겠지만 2학기 시간표를 짤 때는 가능한 강의시간을 분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에 올라타고 환타지아로 향했다. 혼자 점심 먹기가 싫어서 오늘은 점심을 환타지아 무리들과 같이 먹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환타지아에 근처 정류소에 내린 나는 혹시나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무리들을 놓칠 새라 바삐 걸음을 옮겼고 잠시 후 환타지아에 도착했다.

"저 왔어요."

"오늘도 왔냐? 오늘은 무슨 일인데."

"같이 점심 먹으러 가려구요."

넘버투는 나를 보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왜요? 거기서 말씀하세요. 여기서도 다 들려요."

"영일아 그런게 아니라 중요한 얘기 해 주려고 하는 거야."

"무슨 얘기인데요?"

나는 넘버투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중요한 얘기라는 말에 할 수 없이 넘버투의 곁으로 다가갔다.

"오늘 원장님 결혼 발표 하셨거든."

'참나'무슨 결혼 발표 씩이나 그냥 결혼 한다고 하면 그만이지...

"언제 하신데요?"

"한달 뒤에 아니 그것보다 오늘 그래서 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가기로 했어."

"그래요? 어디요?"

"저 사거리 맞은편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 통째로 빌렸대."

'에엑'뭐야? 이제 돈지랄까지 하는 거야? 웬 레스토랑?

"그럼 환타지아 식구 다 같이 가는 거예요?"

"그래 너한테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원장님께서 말리시더라 시험기간이라 바쁠 거라면서. 그런데 넌 어떻게 알고 온 거냐?"

"왠지 오고 싶더라고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오전 영업 정리하고 다 같이 움직이기로 했으니까."

"네"

'와우'어쨌든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거기다 그 결혼 나 때문에 무사히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오늘 한번 허리띠 풀러놓고 먹어보자. 나도 스테이크로 배 한번 채워보자구.

카운터 옆의 대기석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 잠시 후 원장과 세라장이 팔짱을 낀채 나란히 나왔다.

"원장님 저 왔습니다."

"아니 영일군 시험은 어쩌고 왔어요?"

"오늘 시험은 끝났고 내일 세과목만 치면 끝이예요."

"그래요? 잘 됐네요. 같이 점심이나 하러 가지요."

"네"

원장과 세라장이 먼저 환타지아를 나가서 레스토랑으로 갔고 나머지 환타지아 무리들은 마지막 오전 손님이 돌아간 후에 잠시 환타지아 문을 닫고 레스토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류치네님, 현오님, 챠베스님, 온라인겜사랑님, 이비앙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안돼임마님, 해동풍님, 애독자C님 아르너미스님, 블로우스트님 감사드립니다.

으허헉 연참은 주말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과 모레는 어딜 좀 다녀와야해서... 제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잘 지키고 계셔야 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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