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06화 (106/236)

< -- 헤어쇼 준비 -- >

"그냥 가볍게 흔드는 것 정도도 힘들다는 거야? 너도 클럽 가봤을 거 아니야. 클럽 가면 안 흔들고 술만 마시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무대잖아요 클럽이랑은 완전 다르다구요."

"다르긴 뭐가 달라. 그렇게 자신 없으면 나랑 같이 클럽가자. 내가 거기서 보일 퍼포먼스 보여주고 넌 흔드는 거 보여주면 되겠네."

"좋아요 가요."

하지만 호기롭게 소리친 것과는 달리 지금은 한낮이다. 심지어는 점심시간이 이제 막 지난 시간인 지금 클럽을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나랑 9시에 세모클럽 앞에서 만나."

"세모클럽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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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 없어서 그래? 그러니까 내가 보고 가르쳐준다니까."

'아니'가르쳐주기만 하면 되는 일 같으면 세상에 몸치가 어디 있겠냐? 그리고 왜 하필이면 세모클럽이야 네모클럽도 있고 동그라미 클럽도 있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요?"

"야 그럼 헤어쇼가 바로 내일 저녁인데 오늘 맞춰봐야지."

"알았어요. 폰번이나 찍어주세요."

내가 폰을 내밀자 이민정이 폰번을 찍어서 자기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자기 폰이 울리자 곧 폰을 끊고는 다시 내게 폰을 돌려주었다.

"저장시켜놔."

"알았어요."

이민정은 내 말이 끝나자 남은 파르페를 다 먹어치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바빠서 이만 가봐야겠다. 그럼 나중에 전화할 테니까 준비하고 나와. 그리고 컨셉은 섹시다."

"... 네? 섹시요?"

놀라 반문하는 나와 계산서를 내버려두고 이민정은 사라져버렸다. 커피의 두배 가격이 되는 파르페의 가격을 보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커피전문점에서 나왔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잠시 후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고 이번에는 무사히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환타지아 앞을 지나면서 혹시 넘버투의 눈에 뛸까봐 나는 환타지아와 가능한 먼 거리를 유지하면서 건물 뒤로 걸어갔다.

다행히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기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우선 욕실로 들어갔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난 후 그냥 벗은 채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거실입구에 걸려 있는 큰 거울에 벌거벗은 몸을 비춰보았다. '섹시라'옷을 벗고 가야하는 건지... 아니면 분위기를 섹시하게 하고 나오라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어쨌든 저녁에 선배를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침실로 들어갔다.

시험이 끝났으니 그냥 쉬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밤에 이민정을 만나서 클럽에 가게 되면 아무래도 일찍 잘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잠을 자 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누워 있어도 잠은 오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져만 갔다. '나 참'잠을 자야할 땐 잠이 안 오고 자지 말아야할 땐 잠이 오고...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폰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공부 하느라(?) 하지 못했던 게임을 오랜만에 실행시키면서 목과 어깨를 돌려 준비를 하고 곧 게임에 돌입했다.'우와'간만에 해서인지 속도가 엄청나잖아. 이제 이번만 넘기면 고지 탈환... 에구 죽었다.

할 수없이 처음부터 다시... 우와아아 아싸 드디어 넘었다. 최고점수.

최고점수 탈환 세레머니를 하고 나니 목이 말라서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셨다.

'뭐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저녁 7시가 막 지나고 있었고 놀란 나는 얼른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든든한 순두부찌개로 배를 채운 나는 곧 세모클럽으로 향했다.

클럽으로 들어가기 전 이민정에게 문자를 보내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알리고는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고사가 끝난 탓인지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꽤 많았다.

혼자 들어오자 부킹을 권하던 웨이터에게 잠시 후면 일행이 올 거라고 말했다. 웨이터는 잠시 후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내 일행을 남자라고 생각한 건가? 나중에 오는 일행인 이민정이 여자라고 해도 나와는 딱히 큰 연관은 없는 사람이니까 중요한 것은 오늘 클럽에 온 이유가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자 괜히 쑥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폰이 주머니에서 진동했다.

[나도 클럽이야.]뭐야? 나한테 9시에 만나자고 한 거 아니었어? 왜 벌써 온 거야? 하지만 나는 우선 클럽에 와 있는 이민정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쉬이 이민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잠시 밖으로 나간건가? 아니면 혹시 룸이라도 잡고 있는 거야?

다시 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왜?]

"저 영일입니다."

[넌 줄 알아.]

"지금 어디 계세요?"

[나 지금 오른쪽 스피커 바로 앞인데]오른쪽 스피커라고 하면... 찾았다. '어라'혼자가 아니네.

이민정의 맞은편에는 한쌍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그것도 내가 익히 아는 인물들이었다. 정확히는 여자 쪽을 아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수진아 너 여기 왠일이냐?"

"영일아 내가 아는 동생이라서 불렀어. 혼자 클럽에 오기 뭐해서 말이야."

"그랬어요? 수진이랑 친한 가봐요."

내가 수진이와 이민정 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하고 있는 사이 수진이 옆에 있던 남자가 수진이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수진이를 자기 품으로 당겨 안았다. 움찔거리던 수진이가 나를 보더니 이내 남자 쪽으로 등을 기대었다.

'뭐야?'

지금 커플이라고 과시하는 거야? 그래 나 쏠로다 그래도 커플따윈 부럽지 않아... 정말?

그렇게 수진이와 남자를 노려보고 있자 이민정이 입을 열었다.

"수진이는 알고 그럼 옆에 저 녀석도 알아?"

"제가 알아야 하는 사람인가요?"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학교니까 하긴 너 나도 모른다고 했었지. 나하고 동갑인 건축학과 박석태야 인사해."

"반갑습니다. 선배님 최영일입니다."

"나도 반가워. 우리 수진이하고 잘 아는 사이라고."

'하아'뭐야 이거 말에 가시라도 돋은 것 같은데... 내게 악수를 청하는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손을 내밀어 잡아 가볍게 악수를 했다. 박석태는 손을 놓기 전 내 손을 힘주어 아플만큼 꽉 움켜쥐더니 이내 손을 풀어내어 수진이의 어깨에 다시 얹었다. 그러고 보니 몇 일 전 수진이와 복도에 같이 있었던 남자도 바로 이 박석태인것 같다는 느낌에 박석태의 얼굴을 다시 한번 자세히 뜯어보면서 대답했다.

".... 네"

"자자 인사는 그만들하고 오늘은 내일 헤어쇼 준비 때문에 온 거니까 그 일부터 먼저 해결하자."

"네 알겠습니다."

"영일아 우선 너 흔드는 것부터 좀 보자."

"지금요?"

술도 한잔 마시지 않은 맨정신인 상태에서 흔들어 보라고? 그것도 그거지만 지금 플로어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한마디로 나 혼자 나가서 흔들어봐라 이말인데...

"왜? 지금이 사람도 별로 없고 딱 일것 같은데."

"하지만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전부 쳐다볼 거 아니예요."

"춤 추러 와서 누가 다른 사람 춤추는 거 구경한데."

'나는'하거든 그것도 품평회까지 할 정도로 꼼꼼히 보고 분석까지 하는데...

"야 뭐해 얼른."

이런 상황에서 플로어에 나간 내가 흔드는 것이 어색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나를 보던 이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벌떡 일어나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야 너 정말 이렇게 밖에 못하냐?"

"그게 진짜 쪽팔려요. 사람도 얼마 없는데."

"그럼 내가 같이 흔들어 줄테니 다시 해봐."

그래도 선배가 같이 흔들어주면 쪽팔리는 것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았다. 이민정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우와아'댄스 포퍼먼스를 보인다고 하더니 역시나 흔드는 것도 장난이 아니네.

"자 이렇게 부드럽게 흔들면서 걸어봐."

내 옆에 붙어선 이민정이 몸을 흔들면서 나에게 말을 했고 나는 이민정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아니 그게 아니잖아. 이렇게 하란 말이야."

이번엔 이민정이 내 옆에 완전 밀착한 상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민정의 몸 쪽으로 내 몸을 밀착시켰다.

"이봐 이렇게 잘하면서 자 계속..... 수진아 왜?"

"석태오빠가 언니 부르는데. 가보세요 영일오빠는 제가 도와줄게요."

"그럴래? 그럼 나 잠시만."

이민정은 수진이의 말에 아까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을 한번 쳐다보더니 곧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가 도와줄게요. 우선 움직여 봐요."

나는 한동안 수진이를 쳐다보다가 곧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좀 전보다 더 뻣뻣하게 움직인 모양이었다. 흔들던 내 몸을 수진이가 잡았다.

"지금처럼 하면 안 돼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수진이가 내 앞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에 내 손을 감더니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리듬을 느껴 봐요."

수진이가 당겨 내 몸은 수진이의 뒤에 밀착했고 수진이가 움직일 때마다 내 몸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으음'이건 뭐야? 저기 저 박석태랑 사귀는 거 아니야? 그런데 나하고 이렇게 붙어있어도 되는 거야? 수진이에게서 시선을 떼서 이민정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석태와 이민정이 손짓까지 해가면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둘이 의논할 중요한 일이라도 있었던가보네. 저렇게 열을 올리며 대화하는 걸 보니.

사실 그렇게 자꾸 딴 생각을 하기 위해 시선을 이리저리 굴려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귀는 사람이 있는 수진이를 향해 페니스를 세워댈지도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그것도 사귀는 사람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난감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데 수진이는 내 팔을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충분히 알겠어. 이제 나 혼자 해볼게."

"하지만 아직 움직임이 뻣뻣한데요."

'그게'당연하지. 거기다 계속 이러고 있으면 점점 더 뻣뻣해 질건데...

"어쨌든 무대에서는 나 혼자 흔들어야 되잖아. 그러니까 나 혼자 해볼게."

"알았어요."

수진이가 내 손을 허리에서 풀어내고 내 앞에 섰다. '이익'그런 눈초리로 바라보면 온 몸이 오그라든단 말이야. 차라리 눈을 감고 있던지.

혼자 하겠다고 했으니 혼자 할 수밖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몸을 흔들면서 수진이 쪽을 걸어갔다.

'엥 너 뭐하냐?'

왜 팔을 펼치고 난리야? 뭐 나보고 달려가서 안기기라도 하라는 말이냐?

내 쪽을 향해 두 팔을 활짝 펼친 수진이를 보면서 나는 계속 앞으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망설이고 있는 사이 박석태가 오더니 수진이를 데리고 갔다. 혼자 플로어에 서 있던 나는 이민정이 앉아 있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수진이 박선배랑 싸우기라도 했대요?"

"아닐걸 그런데 그건 왜?"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뭐야?'

싸운 것도 아니면 설마 너 아직 나 못 잊은 거야?

이민정이 노트를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서 공부를 하려는 건 아닐 테고 뭐하려고 그러는 거지?

이민정은 노트를 펼쳐 반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잘 봐. 여기가 바로 네가 앉을 자리야."

"헤어쇼 무대 그린거예요?"

"그래 그러니까 잘 봐 물론 내일 리허설을 할테지만 우선은 네가 감을 익혀야 하니까 자 넌 여기서 들어오게 되는데 몸을 흔들면서 무대 앞을 한 바퀴 돌아서 여기 중앙 의자에 앉아 줬으면 해. 그리고 나면 내가 등장할 거야."

"미리 무대에 나와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면 신비감이 좀 떨어지잖아.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니까."

'쳇'그래 나 엑스트라다 이거지.

"알았어요. 이렇게 쭉 한 바퀴 돌아서 의자에 앉으란 말이죠."

"그래 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네가 분위기를 띄워 줬으면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대신 내가 스타일링 시작하기 전까지는 의자에서도 가볍게 리듬을 타고 있어줘."

"알았어요."

'에잇'모델 하나 시키는 거면서 참 바라는 것도 많네. 내가 백진아한테 부탁한 모델은 그냥 거저 먹기 였잖아.. 나도 다음에는 이런 포퍼먼스 한번 해봐하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려면 내가 춤이 돼야 하는데... 포기다. 아무래도 춤은 자신이 없어서...

"지금 의자에 앉은 김에 한번 흔들어봐."

나를 의자 등받이 쪽으로 밀면서 이선배가 말을 했고 나는 엉덩이만 의자에 살짝 걸친 채 발을 까닥거리면서 어깨를 옆으로 흔들어대었다.

"앉아서 하는 건 좀 낫네. 그럼 서서 흔드는 것만 좀 더 연습하면 되겠다."

"술 마시면 안 돼요?"

"마셔도 돼. 적당히 취할 정도만 마셔. 괜히 잔뜩 마셔서 내일 못 하겠다고 하면 내손에 죽을 줄 알아."

"알았어요. 목이 말라서 목만 축이려고 그래요."

나는 맥주 한병을 따서 한 번에 쭉 들이켰다. '에휴'이제 좀 살겠다. 술을 마시고 나니 흔드는 것도 좀 쉬워지는 것 같고... 그런데 흔들다 보니 급하게 가야할 곳이 생겼다.

"어디 가게? 플로어 가는 거면 같이 가고."

"아니에요. 저 화장실 좀 잠시만 다녀올게요."

일어서려고 하던 이민정의 어깨를 눌러 의자에 앉히고 나는 클럽 입구 쪽에 있는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룸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것은 순전히 그동안 클럽을 이용하면서 룸만을 이용했던 때의 습관 때문이었다.

얼마간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기다가 룸이 시작되는 막다른 복도에 다다라서야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길을 잘못 들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나오고 있는데 반쯤 열려 있던 룸 안에서 들리던 수진이의 목소리에 혹시나 위급한 상황인가 싶어서 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아주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수진이의 말을 귀가로 흘리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때 내 이름만 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부천간지남님, 블로우스트님, 아르너미스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이비앙님, sdaweq님, 재밌는건뭘까?

님, 싸울아비헌터T님, 크리아센님, create1112님, 류치네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어딜 가는 바람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갑니다. 그래서 코멘 달아주시는 분 아이디가 몇 분 빠질 수 있습니다.

그건 돌아오는데로 수정하겠습니다.

충분히 여러 독자분들의 의견 수렴해서 앞으로 여자가 떨어져 나간다고 해도 다른 남자와의 썸씽으로 인해 해서 떨어져 나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연참을 하려고 했었는데 저 연참하려면 눈이 펑펑 오면 가능할 것 같네요... 눈이 펑펑 오도록 기도라도 좀... 그럼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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