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13화 (113/236)

< -- 착한 남자... -- >

'도대체'어디까지 가서 밥을 먹으려는 거야?

"회 좋아하나?"

"네 좋아합니다."

"그럼 회 먹으러 가지."

푸른 용의 옆에 앉아 있으려니 아까 아침에 일이 생각났다. 정확히는 저 치마 속이 궁금했다. '아직도'노팬티일까?

/19 쪽122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차창 밖을 내다보니 생각보다 평범해 보이는 횟집이 있었다.

"들어가지."

"네"

앞장서는 푸른 용의 뒤를 따라 횟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직 낮이라서인지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종업원들의 숫자가 많아 보였는데 그 종업원들이 푸른 용을 발견하자 곧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역시'평범한 곳은 아니구나. 알고 보면 이 횟집도 결국엔 푸른 용이 운영하는 곳일지도 모르겠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횟집 안으로 따라 들어갔고 곧 방으로 안내되었다.

"평소 먹던 대로 2인분 준비해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술은 어떻게 할까요?"

"뭐 마시고 싶지?"

"전 그냥 소주면 되는데요."

'으악'뭐가 소주는 무슨 소주 그냥 안 먹는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입이 뭘 잘 못 먹었나?

"그럼 소주로 줘."

"네 알겠습니다."

종업원이 나가고 나자 푸른 용이 나를 바라보았다.

"도와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는 건데요."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나도 편하게 말하도록 하지."

'뭐야?'

또 뭐가 남은 거야? 설마 다시 락커를 본 모습으로 돌려달라는 부탁 따윈 아니겠지...

"편하게 말씀하세요."

"당분간 내가 시간이 안 날 것 같아서 환타지아에 방문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게'그렇게 말하지 어려운 것이었나?

"그리고 우리 애들도 당분간은 못 보낼 것 같아."

"네?"

'역시'일심이랑 착하게 살자가 다 푸른 용의 입김이었군...

"당분간 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해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종업원이 음식을 들여와도 되냐고 물었고 푸른 용이 허락을 하자 문이 열리고 우선은 전채가 들어왔다. 전복죽과 간단한 야채샐러드와 그 외에 먼저 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상 위에 놓여졌다.

푸른 용이 젓가락을 들며 내게 먹기를 권했고 나는 전복죽을 먼저 해 치운 뒤 나온 음식들의 맛을 보기 시작했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에 입에 착착 감기었고 조금 후면 회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하나 둘 비워갔다.

다행히 내가 음식을 다 먹기 전에 회가 나왔다. 아마도 푸른 용이 음식을 빨리 내오도록 종업원에게 눈짓을 한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먹기엔 좀 넘치는 양이 나온 회 접시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는 차마 먼저 젓가락을 가져갈 수 없어서 푸른 용이 먼저 회를 먹기를 기다렸고 푸른용이 한 점 입에 넣자 나는 회 두 점을 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왔다. '흐음'완전 녹는다 녹아.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히는 회의 맛에 나는 눈물을 쏟을 뻔한 것을 간신히 참으며 또 한 점을 입으로 가져왔다.

"소주도 한잔 하지."

소주의 뚜껑을 열면서 말한 푸른 용은 내가 잔을 들자 내 잔에 가득 소주를 채워주었고 나는 단숨에 원샷을 하고 다시 회 한점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회를 씹으면서 푸른 용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역시 푸른 용도 한 번에 원샷을 하고 나서는 빈 잔을 내려놓았고 나는 다시 소주병을 들었다.

"나는 그만 마시는 게 좋겠어. 오후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네"

들고 있던 소주병을 공중에서 선회해 내 잔 위로 가져와 내 잔에 소주를 채웠다. 그리고 소주 한잔 마시고 회 한점 먹고 소주 한잔 마시고 회 한 점을 먹었다. 거의 회와 소주로 배를 채우다 시피 했지만 역시 회를 먹고 난 후에 매운탕을 건너 뛸 수는 없는 노릇이라 회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매운탕을 먹으면서도 연신 소주병을 기울였다. 그렇게 먹다 보니 어느새 내 옆엔 빈 소주병이 3병이나 늘어서 있었지만 안주가 좋아서인지 취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주량이 얼마야?"

"센 정도까지는 아니고 남들 마시는 만큼 마십니다."

"그래? 잘 마시는 것 같은데."

"오늘은 안주가 좋아서인지 술이 취하지 않네요."

"그렇다면 좀 더 마셔도 되겠지?"

"네"

내 대답을 듣고 난 푸른 용이 종업원을 불러 소주를 더 가지고 오도록 했다. 소주를 받아든 푸른 용이 뚜껑을 열고 내 빈 소주잔을 채워주었다.

"밥도 주문할까?"

"아뇨 밥까지는 안 먹어도 됩니다."

하지만 나는 남은 회와 매운탕을 싹싹 비워내고 네병째의 소주까지 다 비우고 나서야 횟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역시 취기가 오르는 것인지 잠시 휘청거렸지만 큰 무리는 없었기에 횟집에서 나와 푸른 용의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내리지 말고 타고 있어. 집까지 데려다 줄 거야."

"네 들어가세요."

세모클럽 앞에 도착한 차에서 푸른 용이 내렸고 나는 그냥 차에 탄 채 푸른 용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잠시 후 차는 환타지아 건물 뒤에 섰고 나는 옥탑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횟집에서 어지간히 시간을 많이 보냈는지 거의 오후가 다 지나가고 있었다. 옥탑방으로 돌아오자 급 몰려온 취기에 어지러움증이 느껴졌고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당분간 '일심'과 '착하게 살자'가 오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 상황으로는 지명 예약이 있을 정도로 지명이 많아서 크게 걱정할 것은 없었다. 단지 지금의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것이 문제였다.

사실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도 당분간은 학교수업과 환타지아 근무를 병행해야 하는 나에게는 지명 손님이 많이 몰려서 어제처럼 한 시간 단위로 예약 손님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손님이 없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손님을 받아야만 돈을 벌수 있으니 힘은 들어도 지명을 받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나 주말이 되어도 집에 내려가지 못했다.

물론 내려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갈것도 없지만 집엔 부모님밖에 계시지 않고 가끔씩 올라오시기도 하니까 그리고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도 할 수 있어서 보지 못해서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안하고 지낸다. 거기다가 장학금은 타지 못하지만 내 손으로 돈을 벌어서 등록금을 해결하고 생활비에 용돈까지 해결하는 나를 부모님은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중이시다. 그러니 당연히 일 하기 위해서 집에 자주 내려가지 않아도 거기에 별다른 불만을 말씀하시지 않고 계신 것이겠지.

심지어는 친척이나 이웃집에까지도 영일이가 대학 가더니 스스로 벌어서 등록금도 내고 생활비까지 쓰고는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고 자랑을 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요즘 대학생들의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다른 분들의 푸념들도 우리 부모님께는 해당 사항이 없으니... 그렇다고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워서 집에 생활비를 보태야한다거나 그런 정도는 아니다. 그저 등록금을 내려면 아무래도 쉽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런 고민을 내가 알아서 해결해 드렸다고 봐야할까.. 암튼 난 지금 무지 효자로 동네방네 소문이 난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등록금이 일이백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나마 옥탑방에서 사느라 전세라던가 월세 비용이 들지 않고 전기세나 물세를 따로 받지 않고 있어서 내가 먹는 것, 입는 것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다 저금이 가능했다.

다행히도 돈이 많이 나가는 담배는 애초에 배우지 않았고 술도 스스로 사서 마실 정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나가는 돈도 많지 않은 편이었고 거기다 솔로라 데이트 자금을 대야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한테도 밝힌 적도 밝힐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나는 벌써 통장에 2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돈을 저금해 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가서 졸업할 때까지의 등록다행히도 내가 낮술을 마신 것은 전혀 느끼시지 못하신 모양이다.

설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이 대낮에 술을 마시고는 자려고 침대에 누워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시지 못 하실테니까... 왠지 조금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지만 반쯤 취기가 올라있던 나는 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침대에 누워 들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 때는 다음날 새벽이었다. '어허허헉'뭐야? 하루가 사라져 버린 거야?

낮술 먹은 대가로 치면 왠지 너무 비싼 것 같았지만 어쩔 수가 있나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인데... 새벽이지만 어제 오후부터 밤새 깨지 않고 잔 덕분인지 피곤한 기운이 전혀 없었고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어제 소주 네 병을 마셨지만 안주를 많이 먹어서인지 숙취랄 것까지도 없을 정도의 찌뿌둥함만이 느껴졌지만 어차피 새벽에 일어나 시간이 남는지라 해장을 하기 위해 근처의 해장국밥 집으로 가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결심하고 출근 준비를 끝낸 차림으로 옥탑방을 나서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나는 건물에서 나와서 근처의 24시 해장국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해장국집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빈 테이블에 앉아서 해장국밥 한 그릇을 주문하고는 수저를 꺼내 들고 해장국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맞은편의 테이블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는데 거기 20번 방 형이 해장국을 깨작이며 앉아 있었다.

내 시선을 느낀 형이 고개를 들더니 나를 보고 반가운지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고 나는 할수 없이 수저를 들고 20번 방 형이 앉아 있던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이 시간에 여긴 웬일 이예요?"

"해장국 먹으러 왔지."

"어제 술 마셨어요?"

'아차차'이건 물어보는 게 아닌데... 연지인지 뭔지랑 헤어지고 나서 틈만 나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역시나.

"어 좀 마셨어. 그러는 너는 왠일이냐?"

"저도 어제 술 좀 마셨어요."

"그래?"

"좀 깨작거리지 말고 팍팍 좀 먹어요."

"입맛이 없네."

그러더니 결국 숟가락을 놓은 20번 방 형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주문한 해장국밥이 나왔고 나는 곧 수저를 들고 밥은 이렇게 먹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푹푹 퍼서 입안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맛있냐?"

"엄청 맛있어요."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던 20번 방 형은 물 한컵을 떠 오더니 내 옆에 내려놓았다.

"아무리 맛있어도 좀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 너 몇일 굶은 사람처럼 보여."

그러고 보니 어제 점심을 먹은 후로는 아무것도 못 먹었네. 어제 저녁도 결국 굶은 거잖아. 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자 배가 더 고파졌다. 결국 게눈 감추듯이 해장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서 20번 방 형과 함께 해장국밥 집을 나올 수 있었다.

"커피나 한잔 할래?"

"커피는 제가 살게요."

국밥집을 나서며 계산을 해버린 20번 방 형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근처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온 형은 출입문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는 곧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데스크로 갔다.

아침이니까 아무래도 아메리카노가 나을 것 같아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계산을 하고 나서 자리에 와서 앉아 있으니 곧 커피가 나왔고 나는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사실 우울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 있는 20번 방 형에게 딱히 할말도 없었던 터라 뻘쭘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 맛이 없더라도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것이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영일아 너 여자친구 있냐?"

"없어요."

"지난번에 그 애랑은 그냥 헤어진거야."

"네"

갑자기 더 우울해진 20번 방 형을 보면서 나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환타지아밖에서는 한껏 우울해 하면서 환타지아로 출근하고 나서는 항상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형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형 이제 그만 잊고 새로 여자친구를 만들면 되잖아요."

"그래 나도 알아 안다고 하지만 못 잊겠는 걸 어떻게 해."

"그럼 다시 시작하던지요."

마치 나를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던 20번 방 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숍을 나가버렸고 나도 남은 커피를 완샷하고는 그 뒤를 따라 나섰다. 역시 형이 갈데는 환타지아 밖에 없는 것인지 그렇게 화난 표정을 하고서도 환타지아로 향해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형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형 내가 도와줘요?"

"네가? 진짜 도와줄거야?"

'아씨'난 역시 너무 착해서 탈이야.

"네 도와줄게요."

"고맙다. 연지가 나한테 화난 건 네 책임도 있으니까."

그건 금시초문이지만 나는 결국 20번 방 형에게 연지씨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찰떡 같은 약속을 해주고야 말았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하야토카자미님, 싸울아비헌터T님, 돌아온이반님, 네글레니아님, 류치네님, 챠베스님, shows님, 해동풍님, 애독자C님, 현오님, create1112님 감사드립니다.

영일이가 이제 철이 좀 들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오지랖이 넓은 건지... 아무튼 가까이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하네요. 하지만 뜻 대로 될지는 두고봐야겠죠.. 조금 늦었습니다. 수다 떤다고... 죄송죄송.

이제 그럼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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