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신성인 -- >
어떻게 호텔의 룸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이동이라도 한 건가? 분명 집으로 돌아온 건 맞는데... 침대에 누워 한숨을 내쉰 나는 몸을 일으켰다.
호텔에서 때란 때는 모조리 씻고 왔기에 더 씻을 것도 없어서 그냥 옷만 갈아입고 침대에 다시 몸을 뉘었다. '휘유'뭘 하고 온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거기다가 온 전신이 아픈 것을 보니 아무래도 윤검한테 골고루 밟혔던 모양이다. 파스라도 붙이고 싶었지만 집에 파스가 있을 리가 없고 그렇다고 나가서 사 오려니 그건 귀찮다.
그냥 내일 학교 갔다가 오면서 사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파스야 지금 사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배가 고픈 것은 지금 해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흐느적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매번 장을 봐 오는 것 같은데 먹으려고 뒤지면 먹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물이 전부였다. /20 쪽125 '또'밖에 나가야 하나?
생각을 해보니 지금은 아주 밤이 늦은 시간이다.
그놈의 윤검은 사람 밥도 안 먹이고 중노동만 시키고... 혹시 알고 보면 다이어트 한다고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분명 처음 분위기는 밥을 사줄것 같은 분위기 였는데... 순진한 어린아이한테 사탕준다고 꼬셔서 데리고 가 놓고는 사탕은커녕 설탕 쪼가리도 안 준 것 같은 그런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뭐야? 그럼 내가 어린아이란 말이야? 그건 아닌데... 암튼 굶긴 상태로 단백질만 '쪽쪽' 뽑아 내다니... 옷을 갈아입을까 하다가 그냥 지갑만 들고 옥탑방을 내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근처에 밥을 먹을만한 곳을 생각해봤지만 역시 24시 해장국밥집이 나을 것 같아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헉'해장국밥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다가 문 바로 앞 테이블에 20번방 형이 죽을상을 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나는 그대로 뒤돌아 나왔다.
"영일아."
'아씨'언제 또 본거야? 언제 또 본거야? 진짜 진짜 진짜 지금은 누구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데...
"아 형"
나는 웬일이냐는 표정으로 내 팔을 잡은 20번 방 형을 바라보았다.
"너 밥 먹으러 온거 아니냐?"
"지갑을 안 가지고 와서 다시 집에 갔다가 오려고요."
"그러냐? 내가 사줄테니 들어와."
20번 방 형에게 질질 끌려 형의 맞은편에 앉았다. 형은 곧 해장국을 한 그릇 주문하고 자신이 마시고 있던 소주를 내게도 한잔 따라 주었다.
"고마워요."
"뭘 이정도 가지고."
내 얼굴을 한번 쳐다본 형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무슨 일 있었냐?"
"아니요."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
"내려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그래"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20번 방 형은 곧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지난번에 나 도와준다고 했었잖아?"
"네 그랬죠."
"그럼 네가 연지 한번만 만나 줄래? 그때는 그게 아니었다고."
'뭘?'
뭐가 그게 아니었단 말이야. 내가 알기로 너 그때 끝까지 갔었잖아 아주 좋아 죽더만...
"그렇게만 제가 어떻게 만나요?"
"그게 요즘 연지가 알바 하고 있거든."
"무슨 알바요?"
"그게 말이야."
무슨 알바인지 한참을 뜸을 들이면서 말하기를 주저하던 20번 방 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키스방 알바."
'에엑'뭐? 뭔 방?
"그제 시작했어. 그것도 나 때문에 그제 내가 집까지 찾아가서 난리를 피웠더니 자기도 해보겠다면서 키스방에 나가기로 한 모양이야."
'뭐야?'
그래서 그제부터 술 마시고 이렇게 망가져 있는 거였어?
"네가 손님으로 한번 가봐. 나는 가봤는데 바로 쫓겨났었어."
"어딘데요?"
그래서 나는 해장국을 비워내고 옥탑방으로 돌아와 20번방 형의 지도 아래 옷을 갈아입고 연지가 일하고 있다는 키스방으로 갔다.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 20번방 형에게 엄지를 세워 보이고는 씩씩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이렇게 밤샘 영업을 하는 건 한마디로 대 놓고 퇴폐를 한다는 거 아니야? 연지도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데서 일할 생각을 다 했을까?
어두컴컴한 복도 안으로 들어가 밀실로 꾸며져 있는 키스방으로 안내되었다. 다행히 연지씨가 있다는 방은 손님이 들지 않은 채 비어있었다.
'허억'연지씨의 방으로 들어선 나는 깜짝 놀랐다. 일부러인지 연지씨는 짙은 선글라스에 온 몸이 다 덮히는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절대 저한테 손대시면 안 돼요. 이거 보이시죠. 이 벨 누르면 바로 사람들이 달려오니까 괜히 이상한 짓 할 생각하지 마세요."
'쳇'이럴 거면 키스방에서 왜 알바를 하냐고... 이러니까 손님이 없었던 거네.
연지씨는 손에 들고 있는 벨을 내게 보이면서 말했고 나를 흡사 침대처럼 생긴 소파에 앉도록 했다. 내가 소파에 신을 벗고 올라가 다리를 뻗고 길게 몸을 뻗어 앉고 나자 연지씨가 내 앞으로 다가와 내 옆의 의자에 앉더니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더니 입술을 떼고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
"입 좀 벌려 봐요."
'참 나'딱히 입술에 힘을 주고 있는 건 아니었는데...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말없이 입을 벌렸다.'히익'그런데 나를 못 알아보는 건가?
그럼 먼저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연지씨가 다시 입술을 벌린 내 입 앞으로 가져왔다.
연지씨의 입술이 벌어지더니 하얀 사탕이 내 입안으로 굴러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서 입술이 열리더니 연지씨의 혀가 내 벌어진 입술사이를 지나 안으로 들어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입안으로 들어온 혀는 다른 곳은 건드리지 않고 사탕을 이러 저리 굴려대기 시작했다.
내가 키스방에 들어오기 전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나의 키스 경험은 아주 적은 편이다.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섹스 경험에 비하면 아주 빈약하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이런 전문가적인 키스를 당하게 되니 완전 '훅' 가버렸다. 조심스럽게 내 입안에서 연지씨의 혀가 사탕을 굴리기 시작하자 내 아랫도리는 힘이 바짝 들어가기 시작했다.
연지씨의 혀가 내 혀와 입천장에 닿을 듯 말듯 하면서 달콤한 사탕을 굴려대고 있었고 그 자극만으로도 미칠 것만 같았는데 입안에 잔득 고인 침을 삼킨다고 꿀떡 삼킨 것이 하필이면 사탕이었고 거기다 사탕을 누르고 있던 연지씨의 혀도 목젖까지 삼켜졌다. '흐윽'목젖이 간질거리고 전기가 찌르르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연지씨의 허리를 덥썩 잡아 내 몸 위로 길게 눕혀버렸다.
키스방에는 나름의 유니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온 몸을 싸고 있는 건 얇은 가운이었고 그 안에는 속옷만 입고 있었다.
얇은 가운 아래로 매끄러운 피부가 만져지자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본능적으로 가운 끈을 풀고 그 안으로 손을 넣어 가운을 벗겨버렸다. 아마 이것도 내가 터득하게 된 기술 중 하나 일 것이다.
너무도 능숙하게 가운이 벗겨진 탓인지 연지씨는 가운이 벗겨진 것을 모르는 듯 했다. 아니면 너무 키스에 열중한 탓인지.... 아니 멍하다기 보다 너무 아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고 있는 나를 내버려두고 연지씨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어쩌지?'
울면서 몸을 모로 돌린 연지씨를 안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는데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고 난감했다. '지금'나 때문에 우는 거야? 그러니까 나랑 키스했기 때문에.... 아니면 내가 더듬어서 그것도 아니면 나를 발로 차서... 도대체 뭣 때문에 우는 거야?
"그만 우세요."
가만히 연지씨의 어깨에 손을 얹어서 토닥이는데 내 손을 휙 뿌리치고는 몸을 둥글게 말더니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어쩌지?'
우는 여자 달래는 방법은 뭐가 있지?
그리고 생각해 봤더니 지난번 울던 백진아에게 사용했던 방법이 생각이 났다.
그 방법이 연지씨에게도 통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계속 울게 두는 것보단 낫잖아 라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일부러 연지씨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울던 연지씨가 놀란 것인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딸꾹 치워 딸꾹"
'다행이다.'
적어도 이제 울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이제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 내가 여기 온 목적... 을 말하면 맞아 죽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갈 수도 없고... 연지씨를 더듬던 손을 치워내고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러고 나서 입을 열었다.
"연지씨"
"헙"
이번엔 좀 전보다 더 놀란 것인지 딸꾹질조차 멈춰 버렸다.
"저 사실 현성이 형...."
"퍼억"
목이 옆으로 돌아갔다. 뺨이 아프다 못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어떻게 뺨을 주먹으로 치냐?
"퍼억"
반대쪽으로 얼굴이 돌아갔다. 이번에는 머리가 어질거렸다. 다행히 앉아 있기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러다가 턱이 나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어서 턱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너 그때 그 자식이지."
"..........."
그때 그 자식이라니? 도대체 그때는 언제고 그 자식은 누구야?
"내가 전에 환타지아 갔을 때 나 막 더듬었던 그 자식이지. 너 일부러 작정하고 이런 거야?"
'아니거든'나보고 먼저 입을 벌리라고 한 건 당신이잖아 라는 소리를 억지로 꿀꺽 삼켰다.
더더군다가 여기는 키스하려고 오는 키스방이잖아 그런데 자신과 키스를 했다고 이렇게 팰 수 있는 거야?
"아니요."
"그런데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야 이 발정난 새끼야. 너 현성이 오빠하고 잘 아는 사이잖아. 그러면 들어오면서부터 왜 왔는지 말했어야 하잖아. 왜 암말 안하고 있었어. 너 미친 새끼지?"
'뭐야?'
그럼 20번 방 형이랑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면 상관없었다는 말이야?
"실수였습니다."
"실수 좋아하네."
"연지씨도 실수 했으니 현성이 형이랑 그냥 퉁 치세요."
"투~웅?"
"지난번 동영상인가 뭔가 때문에 싸웠다고 하던데 현성이 형 지금 완전 폐인입니다."
"지금 네가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자격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나갈 수도 없습니다."
"야 이 미친새끼가 진짜"
"그러길래 애초에 왜 이런데서 알바를 하냐고요."
"그건 그건 그러니까....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잖아."
하지만 연지씨의 목소리를 한풀 꺾여 있었다.
"혹시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니거든."
"그럼 그만 두세요. 현성이 형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연지씨한테 온갖 욕설과 함께 한참동안의 구타를 당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내 다리를 한번 더 걷어 찬 연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오늘일 현성 오빠한테 말하면 죽어. 말하지 마 알았어?"
'휴'그러니까 저 말은 이제 현성이 형을 다시 만나겠다는 말이지?
"네"
난 다소곳이 대답을 했고 연지씨는 옷장을 열어 자신의 옷을 꺼내 입고는 방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다.
키스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현성이 형이 연지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연신 밟히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서 도로가로 나가 택시를 타고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에휴'이렇게 또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구나. 가 아니라 또 하루가 시작 되는구나.
하지만 도저히 학교를 갈 수 없던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하야토카자미님, 네글레리아님, 현오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챠베스님, 시룡님, 초원구름님, 해동풍님, 류치네님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쓰는데까지 사심 없이 쓰겠습니다.
몇회 몇회 하는 것보다 스토리 풀리는데까지... 라는게 더 이상한가요?
오늘도 영일이는 많이 맞네요... 어쩌다 보니...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