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20화 (120/236)

< -- 총각파티... -- >

"오빠 술 많이 마셨나 보네요."

"응 좀 많이 마셨어."

넘버투가 원장의 결혼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치켜세우면서 폭탄주를 얼마나 돌리던지 그나마 저녁이라도 든든히 먹지 않았더라면 이미 나도 뻗어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몸은 휘청거리면서도 이상하게 정신은 맑은 것이 술을 하나도 안 마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한테 기대 봐요."

아무리 그래도 내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수진이한테 몸을 기대려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지탱도 못할 거면서 큰소리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나 안 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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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말 하면서도 혀 꼬인 거 알아요? 본래 술 취한 사람이 술 안 취했다고 큰소리 치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수진이가 가게 앞에 놓여 있던 의자에 나를 앉혔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서 내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였다.

"이러고 있으니 편하네."

"좀 자요."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저 이 상태로 조금 쉬고 있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그냥 밋밋한 벨소리가 울리고 있었고 곧 수진이가 폰을 꺼내더니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가게에 도착했어요. 조금만 있다가 들어갈게요. 어차피 계속 주무시고 계시잖아요. 네 알았어요."

통화를 끝낸 수진이가 한숨을 내 쉬더니 내 어깨를 흔들었다.

"오빠 일어나 봐요. 나 들어가 봐야할 것 같아요."

"그래? 난 좀 더 있다가 들어갈게."

"안 돼요. 취해서 이러고 있으면 나쁜 일 당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그냥 나랑 같이 들어가요."

'이거 참'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그러는 넌 여자애가 이런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냐?

그리고 별로 취하지도 않았는데... 수진이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나를 일으키더니 아까와 같이 부축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수진아 왜 이리 늦었어? 어 영일이는 왜? 많이 취했어?"

넘버투의 혀도 꼬여 있었지만 잠시 후 부인이 데리러 오기로 했다면서 원장을 수진이에게 맡겼다. 사실 원장의 덩치도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축 늘어진 것이 아니라 몸을 좀 못 가누는 상태라서 수진이가 데리고 가기 힘든 편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덜 취한 견습생 한명을 같이 가도록 했기에 원장을 두 명이서 부축해서 밖으로 나갔다. 나는 원장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너 많이 취했냐?"

"아뇨."

"그럼 더 마셔라. 먹고 죽은 귀신은 땟깔도 좋다는데 이럴때라도 많이 마셔야지 언제 마시냐."

넘버투는 또 다시 폭탄주를 만들어서 내게 내밀었다. 그러고 보면 넘버투도 참 단순하다 나하고 술을 마시면서 일어났던 많은 사고들은 다 잊어 버린 것인지 내게 술을 내미는 것을 보면 말이다. 넘버투가 내민 술잔을 받아 단숨에 비워버리고 다시 잔을 내밀었다.

"너 오늘 술이 땡기는 모양이다."

"그러게요."

이러다가 또 술판을 개판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뭐 뒷감당은 어차피 내 차지가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빈 잔을 넘버투에게 내밀었다. 넘버투는 말없이 술잔에 폭탄주를 채워 주었다. 그렇게 마시다가 언제쯤 정신을 잃은 것인지 모르겠다.

한참을 자다가 목이 말라서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침대로 돌아와 다시 누웠다. '으윽'속이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가 속에 것을 게워내고는 입을 헹구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언제 돌아온 거야?'

그것보다 어떻게 돌아온 거지? 누가 데려다 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머리가 아파서 침대에 누워 버렸다. 그나마 내일은 쉬는 날이라 그냥 푹 자면 되니까... 그런데 뭔가가 허전하다... 뭐지 이 느낌... 아악 내 월급.. 결국은 못 받았네. 그럼 월요일날 받는 수밖에 없는 건가? 갑자기 못 받은 월급이 생각나자 너무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번달의 수익은 얼마일까 하고 말이다. 한참을 머리를 부여잡고 대충 월급예상액을 계산해 보던 나는 어느 순간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니 밸리댄스를 추던 댄서들과 수진이를 만났던 기억과 폭탄주를 내밀던 넘버투가 생각이 났다.

그 이외의 생각은 안 나는 것을 보면 아주 적절한 시기에 필름이 끊어진 것 같았다. '만약 무슨 사고를 쳤다고 해도 기억이 안 나면 그만인 것 아니겠어' 란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숙취는 이길 수 없었던지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겨우 부엌에 나가서 꿀물을 타서 마셨다.

'에휴'꿀물조차도 셀프로 타서 마셔야 하다니.

꿀물을 마시고 나서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누워서 다시 자려고 했는데 꿀물이 빈 속을 휘저어서 그런지 배속에서 들리는 '꾸루룩' 소리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나 앉았다.

"속이 비어서 그런가?"

해장국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지갑을 들고 옥탑방으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가 열려서 타려고 하니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가 내리면서 내 손을 끌고 다시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이게 뭐야?'

놀라서 황당해 할 사이도 없이 질질 끌려서 옥탑방 앞으로 다가가자 내 손목을 놓고는 손바닥을 내밀었다. 뭐냐는 표정으로 내민 손바닥을 바라보고 있으니 상대방이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를 빽 질렀다.

"열쇠 줘요."

"아 열쇠."

열쇠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지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듯이 손을 뻗어와 내 오른쪽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열쇠를 꺼내었다. '헉'어떻게 저 주머니에 든 걸 알았지?

놀란 눈으로 내가 쳐다보자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영일씨 항상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열쇠 넣어두는 거 몰랐어요?"

"몰랐는데."

내 말에 대꾸하지 않고 옥탑방의 문을 열더니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탁' 닫아버렸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나타나서 마치 자기가 맡긴 것인냥 열쇠를 가져가서 집에 들어가 버리다니... 이렇게 되면 밥보다는 우선 집안으로 들어가 봐야할 것 같았다.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갑자기 찾아와서는 뭐하려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문을 열고 옥탑방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보이지 않기에 방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에 옷을 벗은 채 누워 있었다. '아무리'내가 만만해도 그렇지 저렇게 속옷 바람으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나 잡아먹으라는 뜻인가? 아니면 내가 설마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가?

"오랜만이네 웬일이야?"

"왜요? 나는 여기 오면 안 돼요?"

"당연히 와도 돼지."

'언제는'내 허락 받고 왔었나? 거기다 왜 이렇게 포악한 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럼 왜 그렇게 쳐다보고만 있어요?"

'그럼'뭘 어쩌라고? 나가라는 말인가?

내가 몸을 돌려서 방에서 나오려고 하자 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요? 이렇게 있는 날보고도 그냥 갈 수 있는 거예요?"

"피곤한 거 아니야?"

"피곤해요. 너무 피곤해요. 그러니까 안아달라고요. 이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건데 도대체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 둔탱이처럼 굴어요."

'언제는'덤빈다고 미친 변태 색마라며? 그래 놓고는 이제 가만히 놔둔다고 둔탱이라고... 너 둔탱이 맛 좀 볼래?

나는 그대로 돌아서서 침대로 걸어갔다.

"네가 피곤해 보여서 자게 놔두려고 한 거였어. 안 봐줄 거니까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알았으니 말로만 그러지 말고 한번 잘 해봐요."

언젠 내가 잘 못한 적이 있었단 말이야? 진짜 얘가 갑자기 사람 열 받게 하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밥은 먹고 온 거야?"

"아니요."

"먼저 아침부터 먹으러 가자."

"생각 없어요."

"생각 없어도 먹어야 돼."

나는 내 옷을 입히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찾아서 건네주었다. 크긴 했지만 나름 잘 어울렸다. 역시 미모가 되니까 뭘 입어도 커버가 되네.

그리고 옥탑방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나 어제 술 마셔서 해장국 먹으러 가던 길이거든 같이 먹으러 가자."

"생각 없다니까"

"먹어 먹어야 섹스든 뭐든 할 거 아니야."

손을 잡고 해장국밥집으로 들어가 해장국을 두 개 주문하고 가장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요즘 바빴나 보네."

"꼭 그랬던 건 아니예요."

"그런데 너무 오랜만이다."

"그러는 영일씨는 뭐 잊은 거 없어요?"

"뭘?"

"어떻게 윤경이 결혼식에 대해 한번 물어볼 생각도 안 해요?"

"참 지윤경씨 결혼 했지?"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혼한다고 난리예요?"

"왜? 이미 서로 다 알면서 결혼 한 거 아니었어?"

"그래도 결혼식장을 찾아와 난동을 부릴 줄은 몰랐던 거겠죠?"

"설마 지윤경씨가 그런거야?"

"아니요 유건오빠 아이라면서 어떤 여자가 애 업고 결혼식에 나타나서 결혼식장이 발칵 뒤집혔어요."

'우와'꼬 시 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예요. 윤경이는 좋아라 하고 있고 유건오빠 쪽에서 어떻게든 무마시키고 결혼식을 유지하려고 하는 중이죠."

"말도 안 돼."

"그렇죠? 그래서 윤경이가 요즘 난리예요. 결혼 한것 자체를 없었던 일로 만들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나봐요."

"설마?"

"진짜예요."

"그래?"

내가 그동안 대회에 나갔다 오고 중간고사를 치고 축제에 참가하고 거기다 지명손님이 늘어서 바쁜 동안 이쪽에서는 이쪽 나름대로 일이 생겨서 바빴구나 그래서 한동안 연락도 없었던 건가?

지윤경이야 결혼을 해서 그러리라고 생각했었지만... 백진아는 환타지아에도 한번 찾아오지 않았었다. 예전에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찾아오곤 했었는데... 아니면 설마 그 동안에 남자친구라도 생긴 거야?

그러고 있는 사이 주문한 해장국밥이 나왔고 우리를 해장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생각이 없다는 말과는 다르게 맛있게 먹는 백진아를 보면서 역시 아침을 먹으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잘 먹네. 그러면서 생각 없다고 하기는."

"정말 생각 없었는데 먹으니까 맛있네요. 우리 반주로 한잔 할래요?"

'에엑'지금 아침인데... 낮술도 아니고 이건 뭐야? 해장술?

뭐 어때 어차피 오늘은 환타지아로 출근할 것도 아니고 학교를 갈 것도 아닌데...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소주가 나오자 백진아에게 먼저 한잔 따라주었다. 백진아는 원샷을 하고 나더니 내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술 한병이 금방 비어버렸고 나는 두 번째 병을 주문해서 두 번째 병까지 비워냈다.

술을 더 마시더라도 해장국밥집에서는 더 마시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백진아를 일으켜 세우고 해장국밥집을 나왔다.

"이제 그만 가자."

"술 조금만 더 마셔요. 오늘따라 술이 막 달아."

"그래 술 사가지고 옥탑방에 가서 마셔."

마트에 들러서 여러 가지 종류의 술과 안주거리를 사서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옥탑방에 들어서자마자 마트에서 사온 술을 팽개친 채 서로를 더듬어 대고 있었다. 먼저 백진아가 쓰고 있던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겨서 옆으로 치우고 옷을 벗겼다.

내 옷을 입고 있었던 터라 커서 단추 하나만 여니까 상의가 훌러덩 벗겨져 버렸다. 바지는 물론 백진아가 입고 왔던 청바지라서 벗겨내는데 잠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곧 백진아는 벌거벗었고 나도 서둘러 옷을 벗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애독자C님, 류치네님, 현오님, 하야토카자미님, 챠베스님 감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눈도 비도 오지 않네요. 날은 여전히 추운 것 같지만 그 정도야 뭐... 어제밤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못 일어나는 분이 계시겠죠. 저도 어제 좀 늦게 잤더니 늦잠을... 다행히 일어나니 아침이네요.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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