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27화 (127/236)

< -- 원장을 드디어 보내다.. -- >

이유진이 꼬붕에게 화가 난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괜히 나섰다가 두 연인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리면 나만 바보가 되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진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일에 나를 동참시키고 싶어 했다.

"도와주세요."

"내가 나 그럴만한 능력도 없는데."

"애초에 오빠가 소개해 준거잖아요."

"아니야."

"현우오빠가 그렇게 말해 줬어요."

/26 쪽136

"두 사람 일이니까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해야지. 내가 끼어드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막말로 이유진을 때렸다거나 변태스러운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끼어든다는 거 자체가 좀 아니지 않나?

"오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유진이 나를 부르며 고개를 들자 눈에 눈물이 맺혀있고 입가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글썽글썽한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아씨'나 이런 거에 약한데...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정말 도와줄거죠."

"그래 도와줄게. 대신 이상한 일은 안 할거야."

"제가 설마 오빠에게 이상한 일 시키겠어요."

'응'넌 시키고도 남을 것 같아.

그리고 나는 결국 이유진과 꼬붕의 연애사에 총대를 메고 끼어들어야만 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간단한 일이긴 했지만 잘못하면 꼬붕에게 몰매를 맞을 수도 있다는 큰 단점이 있기는 했다. 사실 나는 이유진의 부탁에 이유진과 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나하고 이유진이 사귀게 되었다고 말해야 하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이유진이 내게 부탁한 일은 꼬붕에게 왜 이유진 앞에서는 기절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고 만일 정말 이유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헤어지라고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나 혼자 독박을 쓰라는 말인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꼬붕이랑 관계가 예전과 같지 못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궜던 것은 아니지만 한창 관계가 진행중이던 이유진을 들고 날랐으니 내 입장에서 기분이 나빴던 것이고 꼬붕도 이유진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대충 눈치 채고 있었다면 나를 견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부딪혀고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보고 형식적인 안부나 묻고 하면서 지내왔었다. 생각해 보면 바로 옆방이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그동안 꼬붕은 최대한 나와 부딪히지 않도록 피해왔던 것 같았다.

그렇게 지내왔는데 내가 갑자기 이유진에 대해서 물어 본다면 꼬붕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건 누가 봐도 뻔했지만 이유진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나에게 이런 껄끄러운 부탁을 해 온 것이었다. '진짜'얜 눈치가 없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거야?

하지만 거절할 수가 없다.

이유진이 그런 부탁을 남기고 돌아가고 나서 혼자 한참을 끙끙거리면서 고민을 해야했다. 내 일로도 이렇게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 남의 연애놀음에 끼이는 것도 모자라 고민까지.... 퇴근시간에 맞춰 환타지아로 갔다.

날 본 넘버투가 대뜸 입을 열었다.

"너 왜 왔냐? 뭐 또 사고 친거야?"

"제가 항상 사고만 치는 줄 아세요?"

"너 사고뭉치잖아. 아까만 해도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그건 죄송해요."

하긴그 상황은 누가 봤다고 해도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나도 생각하는 중이거든. 나의 불찰이다. 지윤경이 어떤 성격인지 알면서... 에휴

"왜 왔냐니까?"

"현우형 만나러 온거에요. 원선생님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현우? 너 요즘 현우랑 말도 안 하는거 같더니 웬일로?"

'참'너도 궁금한 거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그 오지랖 좀 어떻게 안 되냐? 라고 말하고 싶어도 사돈 남말한다고 할까봐 그쯤에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을 하기 위해 내려온 환타지아 무리들이 나에게 아는 체를 하고는 각기 일정이 바쁘다며 퇴근을 했다. 누가 잡을까봐 그러나. 나도 바쁘다고.

드디어 꼬붕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보고 본체 만체 지나가려고 하는 꼬붕의 팔을 덥썩 잡았다.

"형 나 저녁 사줘요."

"뭐? 저녁?"

"네 바빠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뜬금없이 왠 저녁?"

"사주세요."

의심에 눈초리로 나를 보던 꼬붕은 옆에서 오랜만에 저녁 같이 먹으라는 넘버투의 말에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넘버투도 같이 가고 싶어했지만 몇일 뒤에 있을 원장의 결혼식 준비 때문에 바쁘다며 나중에 연락하라는 말을 하고 환타지아에 남았다.

환타지아 밖으로 나와 잡고 있던 꼬붕의 팔을 놓아주고 나는 꼬붕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한우고기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식당에 들어가서 우선은 한우 꽃등심 삼인분을 주문했다.

나와 꼬붕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물수건으로 손가락 사이사이를 꼼꼼히 닦고 물잔에 든 물도 마시고 수저도 가지런히 놓아두어도 고기가 나오지 않아 나는 한번 더 이모를 불렀다.

"이모 여기 우선 소주 한병 주세요."

소주와 밑반찬이 먼저 나왔고 내가 꼬붕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형 드세요."

"그래."

여전히 눈을 피한 채 우리는 잔을 부딪쳤고 원샷을 했다. 원샷을 하고 나자 다행히 주문한 꽃등심이 나왔다.

평소와 다르게 나는 가위와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고기를 구우러 왔던 종업원은 내가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고기를 굽느라 바빠서 한동안은 말을 할 틈도 없었고 고기를 굽고 나서는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우 꽃등심 삼인분은 정말 금방 사라져버렸고 다시 이인분을 추가 주문하였다.

종업원이 고기를 다시 가져오자 나는 또 다시 집게와 가위를 들고 고기를 열심히 구웠다. 대충 고기를 먹어 배를 채우고 나서 꼬붕이 밥을 주문했다.

물론 고기를 먹는 동안에도 소주를 세병이나 비웠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말이 헛나올 것 같아서 나는 마시는 양을 조절하면서 마셨고 대신 꼬붕의 잔은 비는 족족 채워 주고는 빨리 마시도록 재촉했다.

"이제 먹을 만큼 먹었으니 할말 있으면 해봐."

"저 형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하라니까"

"그러니까 전에 형이 황세린 보고 기절했었잖아요. 그 때 제가 듣기로는 형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기절한다고 그랬던 것 같아서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왜 이유진 앞에서는 기절하지 않는 건지 궁금해서요."

"왜?"

"형이 이유진 앞에서 기절하지 않으니까 그렇죠."

"그래 네가 왜 그것이 궁금하냐고?"

"그거야 그저 기절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유진이 물어봐달라고 했어?"

'에엑'나는 이유진의 'ㅇ' 자도 말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형 어떻게 알았어요?"

"가만히 잘 있던 네가 그걸 궁금해 할 이유가 없잖아 네가 호기심 많은 현성이도 아니고."

"그건 그렇긴 하네요."

"언제 만났어?"

"오늘요."

"어쩐지 몇 일 전부터 계속 이상하다 했더니 그것 때문에 그런 거였네. 나한테 직접 안 물어보고 근데 왜 너한테 물어본 거냐?"

"그 이유야 저도 모르죠."

인상을 팍 쓴 꼬붕은 술을 세잔을 연거푸 마시더니 나를 꼬려보았다.

"너 설마 아직도 유진이 마음에 있는 건 아니지."

'마음'은 아니고 흑심은 있는데... 아니 그건 아니고 뭐 그냥 약간 아쉽기는 하다고 해야 할까?

"없었어요. 마음이라뇨."

"그렇다면 다행인데 내가 너한테 유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넌 그냥 제 삼자잖아. 물론 유진이가 너를 편하게 생각하는 건 알지만 나는 네가 이렇게 나오면 상당히 기분이 나쁘거든."

'물론'그렇겠지. 나라도 그럴 것 같은데...

"난 유진이 좋아해. 그리고 당연히 이건 내가 직접 유진이한테 말할거야.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너도 도와라."

"뭘 도우면 되는데요."

"나 유진이한테 프로포즈 하려고 하거든."

'허걱'뭐야?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하긴 꼬붕은 나이가 유진이랑 띠동갑이니까... 설마 벌써 결혼하려고 하는 건....

"야 너 말 안 해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이거든. 나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다. 단지 유진이를 내꺼라고 알리고 싶을 뿐이지."

"하지만 형 황세린이 보고 기절한 게 얼마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금방 유진이가 좋아진 거예요?"

"야 너 이제 유진이라고 부르지 마."

"그럼 뭐라고 불러요."

"형수님이라고 불러."

'뭐야?'

결혼 안 한다며... 미친..

"싫어요 그냥 이유진씨라고 부를게요. 결혼하면 형수님이라고 불러드리죠."

"이제 따로 만나지도 말고 알았어. 만날 일 있으면 나하고 셋이서 만나."

"알았어요."

'참 나'치사하게 시리... 안 만난다. 만날 일도 없거든.

비싼 한우 꽃등심을 얻어먹은 건 좋았지만 그 뒤에 꼬붕의 고백 비스무리한 말을 듣느라 먹은 것을 뱉어 낼 뻔 했다.

'진짜로'유진이 좋아하는 건가? 나로써는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었지만 꼬붕이 한동안은 유진이하고 잘 지낼 거라는 것에 돈을 걸 수도 있을 정도로 꼬붕의 마음은 확실해 보였다.

"아니다 차라리 넌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야. 넌 모르는 척 가만히 있기나 해 알았어?"

"알았어요."

어쨌든 꼬붕에게 한우 꽃등심을 얻어먹은 대가로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런데 뭐에 대한 입을 다물라는 거야? 유진이를 좋아한다는 거, 아니면 유진이한테 프로포즈 한다고 아니면 형수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던 거 도대체 뭐?

옥탑방에 올라와 힘이 빠져 거실 소파에 누운 채 한참 동안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뭐 항상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아서... 한참 그렇게 누워 있다가 나는 폰을 꺼내들었다.

이유진에게 전화를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결국엔 번호를 누르지 못했다. 그리고 또 누워 있는데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설마'이유진이 전화한 건가?

하지만 걸려온 전화는 내가 익히 잘 알고 있던 전화 번호로 이유진의 전화가 아니었다.

"네 엄마."

[잘 지내니? 학교 다니면서 돈 번다고 힘들지? 밥은 제때 먹고 있고?]

"네 잘 지내고 밥도 잘 먹고 다녀요. 아직 안 주무셨어요?"

슬쩍 시간을 확인하면서 엄마에게 되물었다. [그게 말이야 옆집에 사는 네 친구 영식이 알지?]

"네 얼마 전에 연락했었는데요."

[그럼 너도 알고 있니?]

"뭘요?"

[영식이가 이번에 군대 간다고 하던데]그런가?

벌써 그럴 때가 되었네. 하긴 과 동기들 중에도 군대 간 녀석들이 몇 있으니까

"그래요. 전 그 소식은 아직 못 들었는데 가기 전에 연락하겠죠."

[혹시 너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서 말이야]

"저요? 엄마 전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갈 생각인데요."

[그렇다고 내가 네 아버지한테 말했는데 아버지 말씀으로는 일찍 갔다오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전화 넣어보라고 하셨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나중에 여름 방학 중에 한번 내려가 뵙고 아버지한테 말씀 드릴께요."

[그럴래? 하긴 직접 말씀 드리는 게 더 낫겠지. 그럼 오늘 푹 쉬고 내일도 바쁘지?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잘 먹고 다녀. 시간 나면 집에도 한번씩 내려오고]

"네 알았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그럼 제가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알았다. 이만 끊자]

"네 엄마 끊어요."

전화가 끊긴 폰을 한참이나 귀에 대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집에 한번 내려가 보고 싶긴 한데 이번 주말에는 원장이 결혼하게 되었고 그 후 2주 동안이나 결혼휴가를 가는 바람에 휴가를 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겨우 하루 쉬는 일요일날 당일치기로 집에 다녀오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거기다 얼마 안 지나면 기말고사가 중간고사가 끝난지 얼마 안 지난것 같은데... 무슨 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어쨌든 기말고사를 치고 나면 여름방학... 그러고 보니 여름방학에는 미용사자격증을 따기로 했는데... 어휴 알고 보면 나 엄청 바쁜 사람이네.

그리고 엄마가 저렇게 전화를 건 것은 꼭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기말고사 기간에 내 생일이 끼여있기 때문에 생일 때 만이라도 내 얼굴을 보고 싶으셔서 저렇게 전화를 거신 거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때 딱 시험을 치게 되기 때문에 집에 갈 수가 없어서 작년에도 전화통화만 하고 말았었다. 생각해 보니 환타지아에 출근한 것도 이제 일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1학년 여름방학을 시작하고 몇일 후부터 환타지아로 출근을 했었으니... 이거 참 감회가 새롭네.

그로부터 몇일 동안 나는 이유진과의 만남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피해야만 했다. 꼬붕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괜히 만나서 오해라도 하게 되면 안 되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꼬붕의 계획을 먼저 이유진에게 말해버리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골치가 아파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가 꼬붕에게 왜 이유진 앞에선 기절을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들었던가?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왜 난 그날 꼬붕의 말에 수긍을 하고 말았던 거지?

나 스스로도 조금은 이해가 안 가긴 했지만 나는 더 이상 꼬붕과 이유진 사이에 끼어들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몇일을 보내는 사이 원장의 결혼식날이 되었다.

새벽같이 일어난 나는 세라장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환타지아에서 기다리고 잠시 후 넘버투와 수진이도 환타지아로 왔다. 그 외에도 화장과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기 위한 스텝들이 환타지아로 오는 바람에 환타지아의 원장방 안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생각보다 늦은 시간 환타지아에 도착한 세라장 때문에 스텝들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했고 환타지아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세라장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문제는 바로 그 옆에 붙어있는 수진이었다. 아니 자기 결혼식도 아닌데 울긴 왜 우는 건지 우는 수진이를 세라장이 달래주어야만 했다.

먼저 내가 세라장의 머리를 스타일링 했고 그 다음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었다. 스타일링을 끝내고 세라장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모두들 입을 떡 벌리고 세라장을 쳐다보았다.

여태껏 나름 여러 가지 드레스도 보았고 결혼식에 화이트가 아닌 아이보리나 분홍계열의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심지어는 빨간색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도 본 적이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부가 턱시도를 입고 나오다니.... 정말 허걱이었다.

설마 원장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오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그렇게 새하얀 턱시도를 입고 나온 세라장에게 신부화장을 하고 면사포를 씌워준 스텝은 평생 처음 턱시도 입은 신부에게 신부화장을 해봤다고 나름 자랑스러워했다.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준비를 끝낸 우리들은 준비된 차를 타고 세라장과 원장의 결혼식을 위해 준비된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5월의 신부는 야외에서 결혼식을 해야 하는 거라고 하면서 호텔의 앞 뜰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 원장과 세라장이었다.

원장은 달나라 미용실에서 준비를 끝내고 식장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원장을 발견한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결혼식을 진행되었다.

원장과 세라장 둘다 턱시도 차림이라 얼핏 보면 남자 둘이 결혼을 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었지만 세라장이 입은 턱시도는 여성스러운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는 스타일이라서 자세히 보면 여자라는 사실을 알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었다. 결혼식이 끝이 나고 폐백까지 끝이 났다.

피로연은 따로 준비되지 않았고 식사만이 제공되었다. 원장과 세라장은 폐백이 끝나고 나자 식사를 하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버렸다.

'휴'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뭔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수진이는 넘버투의 품에 안겨 또다시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다들 한잔 마시러 가자."

넘버투의 말에 모두들 자주 가던 돼지껍데기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진이도 우리와 같이 갔다.

"그런데 원선생님 옆에 있는 그 아가씨 누구에요?"

'아차차'그러고 보니 환타지아 무리들은 아직 수진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와 넘버투와 꼬붕을 빼고는 말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순간 당황했지만 넘버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원장님 딸 유수진이야."

"에엑"

"커억"

전부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넘버투를 바라보았다.

"원장님 미혼부시거든. 젊은 시절에 낳은 딸이지. 어때 예쁘지. 나한테는 오촌 조카다."

"우와 뭐에요? 그럼 환타지아 족벌제라는 거예요?"

그런 말을 한 20번방 형은 당연히 넘버투의 주먹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그거 아니라는 거 알잖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말이 나오냐?"

"하긴 그렇네. 잠깐이라고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니 그만 좀 때리라구요."

넘버투의 주먹세례를 피하면서 20번방 형이 소리를 질렀고 넘버투는 술이 도착하고 나서야 20번방 형을 때리는 일을 멈추었다.

"자 오늘 다 마시고 죽자."

돼지껍데기를 먼저 먹고 싶었지만 돼지껍데기가 익기 전에 폭탄주를 만들어 돌린 넘버투 덕분에 나는 폭탄주를 먼저 완샷해야만 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성미카엘님, 똥색사탕님, 애독자C님, sdaweq님, 멍충대마왕님, 네글레리아님, 해동풍님, 천월천의님 감사드립니다.

이제 조금씩 진행은 시키는 중입니다.

한동안 달리기만 해서...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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