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37화 (137/236)

< -- 퇴원 그 후... -- >

'삐 삐 삐 삐 삐'잠결에 알람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야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알람을 끄고는 다시 자버렸다.

다시 눈을 뜨니 방안이 환하게 밝아있는 아침이었다. '으아아악'이거 뭐야? 출근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부할 시간이 없잖아... /20 쪽146고민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폰을 꺼버리고 욕실로 들어가서 간단히 씻고 나와서 옷을 입고는 가방에 책을 넣어 들고 옥탑방을 내려갔다. 그리고 환타지아가 아닌 학교로 튀어버렸다. 물론 하루 공부를 더 한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학교도서관에 앉아 있으니 안심은 되었다.

아침 대신 매점에서 파는 삼각김밥과 사이다를 사서 먹고 도서관에 용케 남아 있던 빈자리에 앉아 책을 펼쳐 놓고 나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막상 출근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하러 온 것까지 좋았는데 먹고 나서 자리에 앉으니 졸음이 솔솔 몰려 왔다.

평소에는 그다지 잠이 많은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시험기간만 되면 평소의 몇 배나 더 잠이 오는 것 같았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옆구리를 누군가가 '쿡쿡' 찔러대었고 나는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면서 옆을 쳐다보았다.

"헉 너 뭐야?"

내 옆엔 도끼눈을 뜨고 있는 수진이가 서 있었다.

"오빠 때문에 이게 뭐예요? 오빠 찾는다고 오전 내내 학교를 뒤지고 다녔는데 여기서 졸고 있었어요? 진짜 이럴거면 왜 출근 안 하고 학교 온 거예요?"

"그야 공부하려고 온 거지. 그러는 넌 왜 날 찾아다닌 거야?"

"그야 당연히 환타지아에서 연락이 와서 그렇죠. 지금 난리가 났대요. 얼른 가봐요."

"나 공부해야 하는데."

"어차피 학교에 있어도 졸기 밖에 더 하겠어요."

"막 공부하려고 하던 참이었거든."

"몰라요. 오빠 안가면 찾아올 기세던데 마음대로 해요."

'아악'진짜 뭐야? 시험이간이면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니야?

환타지아도 지금 원장이 없는 터라 정신이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 하나 더 출근한다고 뭔가가 달라지겠어?

하지만 잠시 후 도착한 환타지아는 나의 빠른 대처로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지난번과 같이 20번방 형이 카운터에 있었는데 대기 중이던 손님들의 불평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넘버투는 어디로 간 건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카운터엔 대기 손님과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겨우 어느 정도 대기손님이 줄어들었다.

"휴 이제 살겠다. 영일아 난 올라가서 손님 받을게."

20번방 형은 대기 손님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고는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얼마 후 넘버투가 손님과 함께 방에서 나왔다. 손님을 문밖까지 배웅하고 카운터로 온 넘버투가 나는 보면서 입을 열었다.

"영일아 너 뭐야. 출근하기로 했으면 출근해야지. 오늘 완전 난리 났었어."

"그러네요. 저 하나 없다고 이렇게까지 되리라고 생각을 못했네요."

"갑자기 원장님 단골손님들이 몇 분 오시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어. 급한 일이 있다면서 찾아오셔서 내가 카운터에 있을 만한 상황은 안 되지. 거기다 오늘 현우도 안 왔지. 그래서 내가 수진이한테 연락해서 너 좀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네."

"그랬군요. 그런데 왜 현우형은 휴가를 준 거예요? 전 안 된다고 학교까지 찾아와서 끌고 오면서 말이에요."

"현우 손목에 금이 가서 병원에 갔어."

"뭐 하다가 다쳤어요."

"나도 잘 몰라 말을 안 하던데. 나중에 네가 퇴근하고 가서 물어봐라. 우선 몇일 입원해야하는 모양이니까."

"저 당분간은 시험공부 해야 해서 안 돼요."

"그래 알았어. 불평은 그만하고 손님 없을 때 공부 좀 해."

하루 종일 바빠서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파김치가 되어서 옥탑방으로 올라가야했다. 밥이고 뭐고 귀찮았지만 그래도 먹어야 힘이 날 것 같아서 억지로 즉석밥을 데워서 몇 숟가락 떠먹고는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쳤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아니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침대에 가서 누워 버렸다. 밤새 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좋아졌고 다행히 일요일이라 환타지아가 문을 열지 않는 터라 나는 아무 걱정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공부할 분량은 하루 종일이 아니라 삼일 밤새도록 해도 모자람이 없는 양이었지만 내 뇌 용량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서 중간중간 쉬어주어야만 했다.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만 했는데도 어찌나 피곤한지 저녁이 되어서 밥을 먹고 나니 잠이 쏟아졌고 겨우 몇 시간 버티다가 10시도 안 되어서 침대에 눕고 말았다.

'아함'잘 잤다. 아침이 되어 일어나 보니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왕 일어난 거 일찍 준비를 하자 싶어서 욕실에서 씻고 가방에 책을 넣고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우와악"

문을 열고 나오던 나는 놀라서 다시 문을 열고 옥탑방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문 앞에 서 있던 떡대한테 뒷덜미가 잡혀서 환타지아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오늘도 학교로 바로 튈 것을 염려한 넘버투가 떡대에게 아침부터 옥탑방 앞을 지키고 있으라고 한 덕분에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카운터를 지키고 있게 되었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어서 나는 책을 보고 있었고 얼마 뒤 출근한 넘버투가 말을 걸었다.

"일찍 출근했네."

'우와 지금 약 올리는 거야?'

자기가 잡아다 놓으라고 해 놓고는 일찍 왔냐는 말이 나와?

진짜 사람이 왜 저래? 아놔 진짜 때릴 수도 없고....

"네 누구누구 덕분에 일찍 출근했습니다."

"오늘도 카운터 좀 봐줘."

기분 좋은 듯 큰 소리로 웃은 넘버투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나, 둘 출근하는 인원이 늘어났고 꼬붕과 원장만 빼고는 전원이 출근을 했다. 아침구호를 외치기 위한 줄서기가 끝나고 나자 넘버투가 방에서 나왔다.

"아침 구호를 시작."

"하나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

"하나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자."

오늘은 넘버쓰리가 구령을 한 탓에 오히려 군기가 바짝 들어갔다. 그나마 이번 주만 견디면 원장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다들 기운을 내는 듯 했다.

뛰어난 리더는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표가 나지 않도록 일하는 사람이라는데.. 아무래도 원장은 뛰어난 리더는 아닌 듯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카운터로 향했다. '휴우'내일부터 기말고사 시작인데... 이렇게 되면 이번 기말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핑계거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침 첫 손님의 안내를 하고 있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원장이 없는데도 겉으로 보기에는 환타지아는 별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벌써 몇몇 손님이 대기시간이 길다고 불평을 했었다.

그나마 원장이 신혼여행을 갔다는 말에 화를 누그러트리고 돌아가서 다행이지 아니면 환타지아를 몇 번 들었다 엎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환타지아를 나와 옥탑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내일부터 시험인데 정작 시험 걱정보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환타지아 걱정을 해야 하다니.... 내일은 꼬붕이 출근을 한다고 했다.

물론 다친 팔로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카운터 일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을 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중에 옥탑방 앞에 도착했다.

"웬일이세요?"

"내가 못 올 데를 왔냐?"

"그런 건 아니지만 연락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니까 그렇죠. 그보다 다친 팔을 괜찮아요."

"괜찮아."

하지만 꼬붕은 팔에 통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꼬붕을 안으로 들어가도록 비켜섰고 안으로 들어간 꼬붕은 소파에 앉았다.

"저녁은 먹고 온 거예요?"

"아니 아직."

"집에 먹을 거 없는데요."

"시켜 먹지 뭐."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상가 안내문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정말 다행스럽게 더 이상 아랫도리가 아프지 않았고 그래서 팬티도 입고 다닐 수 있었다. 옷을 다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자 나한테 뭐 먹을거냐고 묻지도 않고는 꼬붕이 음식을 주문하고 있었다.

하긴 뭐 먹을거냐고 물어도 뭐 딱히 먹고 싶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약간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너 이리로 와서 좀 앉아봐."

"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이렇게 진지한 건지 무게 잡고 있는 꼬붕을 보면서 나도 가능한 진지한 표정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너 유진이랑 얼마 전에 만났었냐?"

"그게 만났다기 보다 찾아왔던데요.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지윤경이랑 백진아 그렇게 셋이서 같이 왔었어요."

'아씨'내가 왜 이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어야 하는 거야?

"그랬구나. 어쩐지."

"왜요 혹시 둘이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나는 사실 꼬붕의 다친 팔이 유진이가 그런 것이 아닌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 팔 다친 거 혹시 유진이 때문에 그런거에요?"

"아니 넌 무슨 그런 생각을 하냐? 그런 거 아니야 유진이가 얼마나 여자답고 얌전한데."

'참 나'그런 유진이가 던진 밥통에 맞고 입원했던 건 누구더라.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더 이상 물어 볼 수도 없고... 심히 의심스럽긴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한쪽으로 접어서 두어야만 했다. 왜냐면 그때 바로 음식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기에 옥탑방을 나가서 음식 배달부를 집으로 데려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은 전부다 주문한 건지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음식을 보면서 나는 기가 막혔다.

"다 드실 수 있으세요?"

"남기면 네가 나중에 먹으면 되잖아."

내가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라도 되냐? 먹을만큼 시키면 될 걸 돈지랄 하느라 잔뜩 시켜 놓고는... 하지만 나는 앉아서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실컷 먹고 나서 부른 배를 두드리고 있으니 꼬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내일 보자."

"네 조심해서 가세요."

기쁜 마음으로 꼬붕을 배웅하고 거실로 돌아와 남은 음식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몇일 동안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냉장고 문을 닫는데 누군가 문을 마구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놔두고 간 거라도 있는 거야?

혹시나 문 늦게 열었다고 잔소리 할까봐 서둘러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문 밖에 있는 사람은 꼬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놀랄 만한 방문도 아니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 오히려 오지 않으면 더 이상할 것 같은 인물이 문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들어와."

"이제 좀 괜찮아요."

"응"

"그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퇴원했다고 하더라고요."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그러게요. 그 생각을 못했네."

옥탑방 안으로 들어온 백진아가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코를 '킁킁' 거리기 시작했다.

"중국집에서 음식 시켜 먹었어요?"

"응 너 혹시 아직 저녁 안 먹었어."

"네"

나는 방금 냉장고에 넣었던 음식을 꺼내서 전자렌지에 데우고 즉석밥을 데워서 식탁을 차렸다.

"와서 먹어."

"뭐가 이렇게 많아요? 손님들 왔었던 거에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음식이 좀 많지?"

"잘 먹을게요."

나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백진아의 맞은편에 앉아서 그녀가 밥을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요."

"참 잘 먹는다 싶어서 보통 연예인 하려면 좀 적게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몸매 유지하려면 식단관리도 해야 한다던데 넌 어째 너무 잘 먹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는데 나 댄스가수라서 방금 전까지도 흔들고 오는 길이거든요."

"그래 많이 먹어."

그런데 참 먹는 사람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한데... 한동안 금욕을 해서인지 백진아가 앉아서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페니스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뭐야?'

나 발정 난 거야? 내일부터 시험인데...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욕구에 충실해지는 것 또한 사실인 것 같다.

"오늘 자고 갈 거야?"

"왜요? 그냥 갈까요?"

'아니'절대 그래서는 안 되지그런데 의사가 일주일간 금욕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손가락을 꼽으면서 세어보니 5일은 지나있었다. 뭐 5일이나 일주일이나... 슬그머니 일어선 나는 백진아의 뒤로 돌아가 아직까지 먹고 있는 백진아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먹는 것에 열중해서인지 아니면 내 손길에서 딱히 다른 느낌을 받지 못해서인지 백진아는 여전히 먹고만 있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블로우스트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애독자C님, 현오님, 멍충대마왕님, GODTOP님, 커요커요님, 성미카엘님, 똥색사탕님 감사드립니다.

무난한게 좋은 겁니다.... 오늘까지는 조금 무난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조금 달라지겠죠...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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