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즐거운 MT -- >
그 순간부터 나는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발정난 인간이 하나 정도 있는 거야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하다 그게 비록 과대표라고 해도 하지만 일행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이대로 기차의 중간 정차역에서 수진이와 함께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런 고민을 오래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왜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종착역에 도착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기차에 타고 있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안 내리고 뭐해요?"
"내리려고 하고 있었어."
하지만 수진이의 채근에 나는 짐칸에서 짐을 내려 양 어깨에 짊어지고 기차의 통로를 걸어서 플랫홈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17 쪽149일행들이 모두 내린 것을 확인한 과대표가 앞장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기 시작했다.
"짐 무거우면 이리 줘요."
'그게 아니라'짐이 무거워서 이러는 게 아니라 가기가 싫어서 그럴 거라는 생각은 못하는 거니? 내 어깨에서 자신의 짐을 가져가려고 손을 뻗는 수진이를 무시하며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와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는 수진이가 종종 걸음을 치다가 결국에는 뛰다시피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일행들보다 일찍 기차역을 빠져나가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처음 온 곳은 아니지만 와 본지 오래되긴 했으니 뭔가 달라진 것이 없나 살피던 내 모습이 좀 어설프게 보였던지 나를 따라잡은 수진이가 숨을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고 난 후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둘러보는 거예요?"
내 확신하건데 분명 저 뒤에 촌놈처럼 이란 말이 생략된 것이 분명했다.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지."
"별로 변한 건 없어 보이는데요."
'그래'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네.
그렇게 서 있는 우리 옆으로 일행들이 걸어왔다.
"우선 여기서 점심 먹고 이동하도록 합시다."
과대표가 그렇게 외쳤고 안 그래도 시장하던 일행은 그 말에 주위의 음식점을 살피기 시작했다. 초당 순두부라는 간판이 몇 개 보였고 닭갈비 간판도 몇 개 보였다.
"순두부 먹으러 가요."
나와 동기인 여학생이 그렇게 말했다. 다들 메뉴 고르느라 고민을 하던 중이라 앞장 서 가는 그 여학생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닭갈비가 먹고 싶었지만 어차피 2박 3일이나 머물게 될 이곳에서 한 끼 이상은 닭갈비를 먹게 될 것 같아 처음은 간단한 순두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앞장 서는 여학생은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듯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을 들어가다가 원조순두부라고 적혀 있는 순두부집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순두부집 원조라는데."
"야 간판은 다 그렇게 쓰는 거야."
내 바로 앞에 두 선배의 대화를 들으니 절로 고개를 끄덕여졌다. 식당의 메뉴는 오직 순두부밖에 없었고 일행은 머리수만큼 순두부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두부가 나왔고 한 숟가락 떠 먹어보고는 다들 그 맛에 반하고 말았다. 그냥 말로만 원조가 아니라 진짜 원조인 모양이었다.
"오빠 이 순두부 진짜 맛있네요."
"그러네. 여기 위치 잘 기억해 놔야겠다."
하긴 기억해 놔 봐야 그렇게 자주 올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맛있는 순두부로 배를 채운 일행은 미리 예약해 두었다던 펜션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텅텅 비어있던 버스였지만 50명에 가까운 우리 일행이 올라타자 앉을 자리가 없어서 나는 서서 가야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다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만 했다.
문제는 갈아타야 하는 버스는 1시간에 한 대밖에 다니지 않는다는 거였다. 말이 한시간에 한 대지 가끔은 두시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목적지에 도착도 하기 전에 진이 빠져버린 나였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말이 목적지지 묵기로 한 펜션까지는 또 한참을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
이런 불편한 점 때문에 처음에는 승합차나 안 되면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하려고 했었지만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서 기차를 타고 오게 된 것이었다. 걸어가는 길이 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적지에서 내릴 때 이미 거의 파김치가 되어 있었던 일행들은 축 처진 걸음으로 펜션으로 향했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펜션에 짐을 풀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내일 저녁은 펜션에서 제공하는 바비큐를 먹을 거고 대신 오늘은 우리들끼리 저녁을 해 먹어야 해서 저녁을 준비할 사람을 추천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왕이면 음식 잘하는 동기나 선배 추천해 주세요."
과대표가 저녁당번을 정하기 위해 추천을 해달라고 하고 나자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근무를 했었다는 선배를 누군가가 추천을 했고 취사병 선배는 자신의 동기 몇 명을 추천했다. '휴'살았다.
밥까지 하라고 했으면 확 뛰쳐나가려고 했었는데... 음식 재료는 펜션 내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던 내내 덥고 짜증이 나던 나는 샤워를 하기 위해 수건을 하나 들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물놀이를 하는 손님을 위해서인지 샤워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던 터라 눈치 볼 것 없어서 좋았다. 샤워장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넓은 규모라서 다른 사람들이 걸리적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서 펜션으로 들어갔다. 겉에서 보면 통나무집처럼 되어 있는 펜션 한 채를 일행이 전부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다른 모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한 채씩 배당되어 있어서 그다지 부러울 것은 없었지만 인원이 많아서인지 가장 큰 펜션을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펜션은 큰 방 하나와 거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실의 한쪽엔 부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큰 방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넓은 것은 거실이었고 당연히 대부분의 활동은 거실에서 이루어졌다.
큰 방은 여자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거실은 잠은 남자들만 자지만 낮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결정을 한 상태였다. 전문가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덕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녁 준비가 끝났고 과대표는 일행을 전부 거실로 불러 모았다.
상이 차려지고 음식과 밥이 배분되었다. 식기가 넉넉하게 있었던 터라 모자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을 펼치고 나니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거실이 좁게 느껴졌다.
메인 메뉴는 당연히 밥이었다. 커다란 전기밥솥이 두 개나 있었던 터라 거기다 밥을 했었고 반찬으로 가장 하기 쉽다는 참치김치찌개를 끓였고 그 외에 밑반찬들은 미리 준비되어 있던 것들이었다.
보기에는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금방 한 밥이라서인지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술술 잘 넘어갔다. 그리고 바로 이때부터 소주와 맥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첫날이라 그냥 넘어갈 줄 알았더니... 첫 잔은 가벼운 맥주로 시작되었다.
나는 샤워할 때를 제외하고는 수진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눈치를 보니 수진이를 노리고 있는 사람은 딱 세 명이었다.
과대표와 기차에서 수진이 옆에 앉았던 예비역과 좀 전에 밥을 했던 취사병 이렇게 말이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남자의 비중이 높았던 이유는 여자들은 신입생 밖에 오지 않았다.
그건 자발적으로 2학년부터는 참가를 안 한다고 했다. 거기다 신입생의 경우에는 가능한 참가를 하지 않으려고 해서 억지로 꼬셔온 애들의 숫자가 이것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거기다가 나와 동기 중에 남자들은 거의 다가 군대를 갔고 일학년 중에서도 군에 가기 위해 휴학을 한 아이들도 있었고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불참을 하게 되어 이제 막 전역을 한 예비역들의 참가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수진이를 노리는 인간들이 많았던 터라 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서 바로 술자리로 이어졌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앉아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와 수진이가 있는 곳에 과대표와 예비역 몇 명이 같이 자리했고 수진이의 친구인 하얀팬티도 같이 앉아 있었다.
"수진아 너 술 잘 먹는 편인 것 같던데 오늘은 왜 이렇게 몸 사리고 안 마셔? 오늘 같은 날 술을 안 마시면 언제 마시냐? 자 우선 내 잔부터 받아."
수진이는 과대표의 말에 손을 내밀어 술잔을 받으려고 하고 있었다. '야'너 같으면 침을 질질 흘리면서 쳐다보고 있는 남자가 셋씩이나 되는데 술이 술술 넘어가겠냐?
나는 과대표를 노려봐 주고 수진이한테 내미는 잔을 내가 가로채었다.
"오늘 수진이가 몸이 안 좋다네요. 수진이는 놔두고 저한테 주세요."
"네가 왜 수진이 대신 마셔?"
"대신이 아니라 제가 오늘 술이 땡겨서 그래요."
'술이 땡기기는 지랄'억지로 술을 받아서 마시고 얼른 잔을 과대표한테 돌려주었다. 이런 내 노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수진이는 자기 옆에 하얀 팬티랑 귓속말을 하느라 바빴다.
'참 나'누구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이럴 때 안주라도 입에 넣어주면 좀 좋아?
나는 안주로 김치찌개를 퍼먹으면서 수진이 쪽으로 시선을 주었지만 수진이는 하얀 팬티와 함께 키득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술맛이 팍 떨어졌다.
"수진아 너 술 안 마실 거야?"
"아뇨 마셔요 선배."
취사병이 내민 술잔을 수진이가 쳐다보기만 하고 있자 취사병이 한마디 했고 날 잠시 쳐다보던 수진이가 술잔을 받아 들었다.
"조금만 주세요."
"야 내 넘치는 사랑이다. 그냥 쭉 다 마셔."
잔 가득히 소주를 따른 취사병은 닭살 돋는 소리를 했고 수진이는 인상을 팍 쓰면서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나는 모르는 체 하면서 김치찌개만 퍼먹고 있었다.
'이거'뭘 넣었길래 이런 맛이 나지? 진짜 맛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더니 술잔은 하얀 팬티에게로 갔다. 하얀 팬티도 술을 잘 마시는 건지 완샷을 하고는 다시 취사병에게로 술잔을 내밀었고 취사병은 헤벌쭉하면서 잔을 받아들었다.
'그런데'왜 나한테는 술을 아무도 안 줘.
조금 전에 마신 술은 수진이한테 가는 걸 낚아채서 마신 거고 그거 말고는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자작을 하고 있던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선배 왜 저는 술 안 줘요?"
"너는 알아서 마시고 있잖아. 얘네들은 안 주면 안 마시니까 주는 거고."
'아무리'그렇다고 해도 이러면 안 되지.
나는 넘버투의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던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오늘 한번 죽어봐라.
'라는 심정으로 만들어낸 폭탄주를 선배들에게 한잔씩 돌렸고 옆에 앉아 있던 수진이에게 바톤을 넘겨주었다. 사실 폭탄주는 나보다는 수진이가 한수 위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보다 넘버투랑 더 오랫동안 알았던 사이에다가 심지어는 친척이기까지 하니까... 내가 만든 폭탄주를 마시고 난 후에 수진이의 폭탄주까지 돌리고 나자 취사병이라던 선배의 눈이 풀려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과대표가 사온 안주 나눠 주는 걸 깜빡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잠시 후에 스넥종류와 양념치킨을 나눠주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동안 나와 선배 두 명은 폭탄주를 계속해서 마셔야만 했다. 수진이 옆에 있던 하얀 팬티가 폭탄주 제조에 일가견이 있었고 거의 넘버투를 능가하는 솜씨로 폭탄주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었다.
"안주 모라자면 말해 주세요."
과대표가 술자리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사실 술이 어느 정도 되어서인지 술안주 따위에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지만 다들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벌써 많이들 마셨나 보네."
과대표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 앞에 하얀 팬티가 폭탄주 한잔을 내밀었고 과대표는 시원하게 받아 마셨다. 그리고는 잔을 다시 수진이에게 내밀었다. 수진이는 살짝 내 눈치를 보더니 술잔을 받아서 과대표가 채워주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진이의 마시는 폼을 보니 술이 약하지는 않은 듯 보였다.
"너 주량이 얼마야?"
내가 수진이의 귀에 속삭이며 물었다.
"남들 마시는 만큼은 마셔요."
"너 취할 만큼 마시지 마라."
"왜요?"
"정말 몰라서 그러냐?"
"네 몰라서 물어요."
"뒤치다꺼리 하기 힘들어서 그러잖아."
"오빠가 왜 내 뒤치다꺼리를 한데요?"
'그거야'원장한테 부탁을 받았으니까 그렇지... 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고 나는 그냥 웃어주었다. 나를 보던 수진이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고 나는 다시 김치찌개를 퍼먹기 시작했다.
수진이가 내게 술잔을 내밀었다. 나는 그 잔을 받아 들었고 수진이는 내 잔을 가져가더니 술을 채웠다.
우리둘의 눈치를 보던 하얀 팬티가 갑자기 옆에서 외치기 시작했다.
"러브샷 러브샷 러브샷 러브샷"
맞은편에 있던 선배 세 명은 뻥진 표정으로 나와 수진이, 그리고 하얀 팬티를 쳐다보았고 나는 아무래도 귀찮은 거머리 세 마리를 떼어 놓자면 이런 방법도 괜찮을 것 같아서 수진이와 러브샷을 하면서 술잔을 비워냈다.
"뭐야? 너 수진이랑 안 사귄다며."
"지금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지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말을 한 건 아니잖아요."
놀란 표정의 과대표를 향해 나는 웃어주면서 수진이를 슬쩍 내 옆으로 당겨 수진이의 허리에 팔을 감았고 수진이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블로우스트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멍충대마왕님, GODTOP님, 류치네님, 하야토카자미님, 사랑은언제니오는법님 감사드립니다.
그냥 뻔한 대학생들의 MT입니다.
혹시나하고 가서 역시나하고 온다는 바로 그 MT.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