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43화 (143/236)

< -- 즐거운 MT -- >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침식사가 준비되었다.

메뉴는 된장국과 밥 그리고 밑반찬 몇 가지였다. 아무 생각없이 내 몫으로 나온 된장국을 숟가락을 떠서 삼켰다.

"컥"

'뭐야?'

설마 이 많은 사람들을 독살하려는 건 아닐거고... 그리고 보통 독은 맛이 안 나지 않나?

어떻게 해서 이런 맛이 나지... 주위를 둘러보자 나와 같이 놀라면서 입에 넣은 된장국을 뱉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몇 보였다. 나는 이미 삼켜버렸기에 뱉어낼 수 없었지만 입에 물고 있는 상태라면 뱉어냈겠지.

"누구야? 밥 먹다가 뱉어내는 놈이 뱉으면 죽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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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주먹을 흔들면서 말했고 그 기세에 몇 명은 억지로 삼켰고 그중에 한명은 숟가락을 놓고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 된장국 이민정이 끓인 거였구나. 밥이야 밥통이 해주니까 잘못될 확률이 적지만 된장국은... 이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일부러 이런 음식을 만들어 내놓은 거야? 나는 된장국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밥과 밑반찬만으로 아침을 먹어야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어디로 가고 싶은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바다도 산도 가까운 곳이라서 바다를 가자는 의견과 산을 가자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되는 것 같더니 곧 바다를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나는 산을 가고 싶었지만 바다를 가자고 하는 수진이의 말을 들으면서 바다를 가야겠네 라고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바다를 가려고 작정을 한 것이었는지 다들 챙겨온 물놀이용품들을 하나씩 들고는 바닷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백사장에 도착했다. 탈의실에 가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여자애들 대부분이 비키니를 입고 왔었다. 사실 바닷가에 도착해서 갑자기 옷을 벗는 여자애들 때문에 놀랐는데 옷 안에 바로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수진이도 어제하고는 다른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원피스를 벗고 나자 안에는 하얀색의 비키니가 드러났다.

"와우"

벗겨 놓았을 때 가슴이 크다고 생각했었지만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보니 가슴이 보통 여자들의 두 배 이상이 되는 정도의 크기로 우리 일행은 물론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수진이의 가슴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옷을 벗어들고는 일행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벗은 상의를 수진이의 위에 입혀주고는 단추를 잠그는 대신 끝자락을 묶어 주었다.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수진이에게 옷자락을 제대로 여며주고 나서 파라솔이 만들고 있는 그늘로 가서 앉았다. '아씨'더운데... 햇볕은 뜨겁고 거기다가 모래사장도 뜨겁고 눈도 부시고... 선글라스를 안 가져온 터라 이거 참... 수진이와 그 주위에 여자애들이 모여서 까르르 소리를 내며 웃더니 몇몇이 수진이를 끌고 바다로 들어갔다.

수진이는 안 끌려가려는 듯 뒤로 몸을 빼고 있었지만 곧 바닷물로 던져졌다. '허억'이거 뭐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닷물에 빠져 버둥거리던 수진이가 일어났다. 그런데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내가 입혀준 상의가 물에 젖어 비치면서 오히려 비키니만 입고 있는 것보다 더 시선을 끌고 있었다. 가서 그냥 벗겨 와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뜨거운 햇살 아래로 나가는 것이 싫어진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아버렸다.

"넌 바다에 안 들어가?"

"그러는 선배는 안 들어가요?"

"나는 햇볕이 싫어서 그런 거지. 너는 그런 것도 아니잖아."

"전 더워서 싫어요. 차라리 계곡을 가지."

"네가 바닷가에 오자며."

"그야 수진이가 바닷가에 오고 싶다고 하니까 그렇게 말한 거죠."

"너 수진이랑 사궈."

"아니요."

"근데 너 이상하다."

"뭐가요?"

"어제부터 수진이를 너무 감싸고 돌잖아. 아까 옷 입혀준 것도 그렇고. 혹시 너 수진이 좋아하니?"

"아니에요. 저런 애가 뭐가 예쁘다고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네 행동은 좋아하는 것처럼 하고 있잖아."

'이거'말해야 되나? 아씨 말한다고 무슨 일이 있을 거도 아니고...

"사실 원장님이 수진이 좀 잘 보라고 해서 그런 거예요."

'그렇지.'

그래 놓고는 어제 꼴린다고 확 잡아 먹어버리기나 하고...

"너 어제 수진이랑 밖에 나간 거 아니었어?"

"그게 수진이가 친구 찾아야 된다고 해서 찾으러 갔다 왔었어요."

"친구라니 어제 여자애들 중에 수진이 말고는 아무도 밖에 나간 적이 없는데."

'에엑'뭐야? 유수진 그럼 너 어제 나 속인 거야?

"정말요?"

"그래 다영이는 술 좀 되면 무조건 자거든. 제일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잠 든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바닷물을 튕기며 놀고 있는 수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거였네. 그래 놓고는 부끄럽다고 빼기나 하고 저거 알고 보니 순 내숭쟁이 아니야? 이민정 선배는 파라솔 아래에 있던 돗자리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점점 더위로 지쳐가고 있던 나는 시원한 음료수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것도 사와."

"네?"

'쳇'자는 거 아니었냐?

"뭐 사올까요?"

"너랑 같은 거."

주머니에 돈이 얼마 있는지 확인하면서 모래사장을 걸어서 가게로 들어갔다. '와아'여기는 완전 천국이네. 나는 일부러 뭘 고를지 한참 고심하는 것처럼 냉장고 앞에서 서 있었다.

어차피 이미 살 것은 정해져 있었지만.... 한참을 고민하는 것처럼 서성거리다가 결국엔 사이다 두 캔을 꺼내들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으윽'찐다 쪄.

더워서 죽을 것만 같다.

본래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나는 반대로 더위를 타는 편이었다. 몸에 열이 많아서 인지 더위에 약했다.

물놀이고 뭐고 펜션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사이다 캔을 따서 마시면서 파라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온 사이다를 이민정 선배에게 내미니까 '취향도 참' 이라는 말을 하더니 사이다를 따서 마셨다.

'내 취향이 어때서'먹기 싫으면 내놔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있으려니 바닷물에 들어가 놀던 일행들이 파라솔도 돌아오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점심 먹으러 가자."

사이다를 다 마시고 빈캔을 나에게 돌려준 이민정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일행들을 데리고는 가까운 횟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취사병이 네가 쏘는 거야라는 말을 실없는 농담처럼 했는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횟집문을 여는 이민정선배를 전부 존경의 눈길로 바라보았고 우리는 아침과는 달리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어쩌면 아침에 만들었던 된장국 때문에 미안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밥을 두 공기나 먹어치웠다. 오후에도 오전과 마찬가지였다.

나와 이민정 선배는 파라솔 아래에 있고 나머지 일행은 바다에 들어가서 신나게 놀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말이다.

더위에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일행과 같이 펜션으로 돌아오니 저녁식사시간이 되어 있었고 다행히 펜션에서 서비스로 준비한 바비큐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행들은 우선 후다닥 샤워를 하고 펜션 앞의 공터로 모였다.

펜션 앞의 넓은 공터에 바비큐를 굽는 그릴과 식탁,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펜션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들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말고도 펜션을 이용하는 다른 손님들도 중간중간 끼여있었다. 그 덕분에 분위기가 서먹서먹했지만 구워진 고기와 시원한 맥주가 나오고 나자 분위기를 화기애애해져 갔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인지 먹고 죽자는 분위기는 아니라 다행이었다.

실컷 고기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적당히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에서 일행들은 펜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부는 잠을 자기 시작했고 또 다른 일부는 술을 꺼내서 더 마시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잠을 자는 쪽에 편승해서 한쪽에 누웠다. 하지만 자꾸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악'진짜 술을 먹으려거든 곱게 처먹을 것이지... 뭐라고 떠들어 대는 거야?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가 없어진 내가 일어나서 술을 마시고 있는 일부에게로 다가갔다.

"저도 끼워주세요."

"영일아 잘 왔다. 너 여기 앉아."

취사병이 자리를 옆으로 비키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고 나는 취사병 옆으로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 손엔 폭탄주가 가득 찬 잔이 들려졌고 나는 단숨에 마셔버렸다.

"야 너 이렇게 잘 마시면서 왜 회식 때 빠진 거야?"

"일한다고 바빠서 그렇죠."

"너 환타지아에서 일하지?"

"네"

"어떻게 들어갔어? 나도 그때 환타지아 원장이 강의왔을 때 어떻게 비벼볼려고 했는데 안 되던데."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런데 영일아 거기 진짜 여자들만 갈 수 있냐?"

"네"

"뭐 때문에?"

나한테 그렇게 묻는 선배를 한번 쳐다보았다. 이름이 두식인가 삼식인가 하는 선배였는데... 알게 뭐야?

"여자 손님들만은 위한 서비스가 특화되어 있어서 그래요."

"그래?"

궁금한 듯 계속 눈짓을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저 잔을 채운 술만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눈짓을 해도 내가 꿋꿋하게 술만 마시자 자들 포기하고는 다른 주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주제도 탐탁치 않았다.

하필이면 수진이의 가슴이 그 주제였기 때문이었다. '아씨'뭐야? 너희들은 가슴만 크면 무조건 여신으로 떠받드는 것이냐?

거의 여신급으로 급상한 수진이에 대한 대화가 오가자 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침묵을 지켰다.

결국 술만 마시다가 하나 둘 뻗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나와 취사병 둘만 남게 되었다.

"너 어제 수진이하고 산 속에 있는 거 봤어."

"........"

"둘이 사귀는 사이냐?"

"노코멘튼데요."

"하긴 너하고 안 사귄다고 해도 수진이는 나한테 관심 없는 것 같더라."

알긴 아네.

그럼 그만 포기하시지.

"야 너 그만 자."

"네"

내 대답을 들은 취사병은 한쪽 구석으로 가서 눕더니 바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도 한쪽 구석에 가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내가 깨어났을 땐 이미 다들 깨어서 짐을 싸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침은 취사병이 준비하고 있었다. 정말 어제와 같은 음식은 다시 먹고 싶지 않아서인지 자진해서 아침을 한다고 부엌으로 간 것이었다.

잠시 후 아침을 먹고 짐을 다 꾸린 우리들은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소로 나갔고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와서 갈아타고는 역에 도착했다. 기차표를 사서 기차에 오르자 이제 정말 MT가 끝이 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창 쪽에 수진이를 앉히고 나는 통로 쪽에 앉았다.

"아쉽지 않아요?"

"뭐가?"

"MT요 이렇게 금방 2박 3일이 지나가다니. 너무 아쉬워요."

할말을 잃은 나는 그냥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수진이는 잠시 후 창에 기댄채 졸고 있었다. 수진이의 머리를 내 어깨에 얹고 눈을 감았다.

얼마 후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과대표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고 우리는 서울역에 내렸다. 너무 피곤해서 택시를 타고 수진이를 집에 내려주고는 환타지아로 갔다.

택시에서 내려 요금을 치르고는 바로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아'피곤해 그 따위 MT 다시 가나봐라.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블로우스트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류치네님, 하야토카자미님, 현오님, 똥색사탕님, GODTOP님 감사드립니다.

이제 드디어 MT에서 돌아왔습니다.

다음은 또 구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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