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44화 (144/236)

< -- 자격증에 도전하다. -- >

하루 쉬는 날도 없이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을 했다.

사실 원장은 내가 수진이하고 MT를 다녀오면 휴가를 주겠노라고 했지만 넘버투가 미용사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휴가고 뭐고 시간이 없다면서 바로 출근하라고 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 피로가 덜 풀린 몸을 억지로 일으켜 환타지아로 출근을 했다.

"여어 잘 갔다 왔냐?"

"피곤해 죽겠어요."

"뭐가? 그래도 재미있었잖아."

'재미는 무슨'/18 쪽153

하지만 올해 졸업반인 20번방 형은 내가 부러운 모양이었다. 물론 형도 가려고만 하면 MT에 갈수 있겠지만 껄끄러워서인지 잘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연지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고... 나야 뭐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까.

"영일아 구호 끝나고 내방으로 와."

넘버투가 나를 보자마자 명령조로 얘기를 했다.

"네"

'으으'오늘부터 또 지옥훈련인가? 절로 한숨이 푹 쉬어졌다. 그러고 보니 원장한테 잘 갔다왔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무거운 발걸음을 원장방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어디 가냐? 이제 바로 구호 외칠 시간인데."

나를 보던 20번방 형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원장님께 잘 갔다왔다고 인사 드리려고요."

"원장님 오늘 휴가라서 안 계셔."

'뭐야?'

결혼했다고 신혼여행 갔다온지가 바로 엊그제인데 휴가라니... 어쨌든 원장은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고 나는 바로 구호대형으로 가서 섰다.

"그럼 아침구호 시작."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각자 자리로."

구호외치는 것이 끝이 나자 모두들 각자 자리로 향하기 시작했고 넘버투는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 거리면서 따라오라는 표현을 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넘버투의 방으로 가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 손짓을 보고는 정말 가기가 싫어 졌다. 하지만 안 갈수는 없었다.

"여기 앉아."

방으로 들어간 내게 소파를 가리킨 넘버투는 테이블 위에 엉덩이를 걸친 채 앉아 있었다.

"실컷 놀고 왔으니 이제는 열심히 해야지."

사실 놀고 온건 아닌데... 생선 가게의 생선 역할을 했다고 해야 할까?

"네"

"우선 오늘은 여기 이 책부터 봐."

역시나 오늘부터 밀어붙일 모양이었다. 딱 보기에도 5권이 넘는 책이 내 허벅지 위에 얹혔다.

"그럼 가봐."

"네"

이게 끝이야? 이럴거면 책을 가지고 나와서 줘도 되잖아 괜히 사람 쫄게 방으로 부르고 그래.

하지만 나는 조용히 책을 들고 내 방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당연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차라리 책을 보는 게 낫지 이건 뭐하는 건지.

넘버투는 나를 헤어디자이너들의 방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그러니까 헤어디자이너들 방에 들어가서 잔심부름을 하고 그들이 하는 것을 관찰하라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환타지아의 가장 큰 장점은 헤어디자이너들의 자유로움이었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헤어디자이너의 방으로 들어가자 눈총을 받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가급적 없는 사람처럼 문 옆의 구석에 서서 헤어디자이너가 하는 것을 관찰했지만 거울로 아니면 나와 정면으로 시선이 부딪힐 때만다 헤어디자이너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악'진짜 오늘 밥 다 먹었네.

이렇게 눈칫밥을 많이 먹어서야 배가 불러 밥을 먹을 수 있겠어?

그냥 안 봐도 되는데... 그렇다고 헤어디자이너 방에 들어가서 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딴짓을 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손님을 더 편하게 하는 것인지 꼼꼼히 관찰 할 수밖에 없었는데 넘버투가 관찰한 후 기록해서 검사를 맡으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아씨'차라리 그냥 벌을 세우지.

이게 진짜 시험에 도움이 된다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실습이니까 내가 직접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까라면 까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어.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었다.

"영일아 넌 남아."

'그럼 그렇지'그냥 보내 줄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네"

넘버투에게 하루동안 작성한 관찰 기록을 넘기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너 앉아서 뭐하냐? 얼른 실습 준비 안하고."

"지금요?"

"그럼 지금 해야지. 언제 연습 하려고 그러는데"

불평해 봐야 퇴근 시간만 더 늦어질 것 같아서 실습준비를 했다.

"오늘 본 것 중에 가장 자신 있는 스타일링 한번 해봐."

"아무거나요?"

"자신 있는 거."

"네"

나는 당연히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인 염색을 시작했다. 사실 오늘 내가 관찰했던 헤어디자이너는 염색을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가장 자신 있는 것이 염색이니 어쩔 수 없잖아.

"너 오늘 염색한 거 관찰 했었냐?"

"아니요."

넘버투다 옆에 있던 잡지를 둘둘 말아 내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악 말로 하세요. 왜 때리고 그래요?"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있네. 이 녀석이 말이야."

넘버투가 도망가는 날 따라오면서 머리를 마구 때렸다. 나는 막기 위해 팔을 휘저었지만 머리 여기저기를 강타하는 넘버투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난리를 치던 우리는 결국 내가 그날 관찰한 컷팅을 하는 것으로 협상을 보았고 넘버투는 돌돌만 잡지를 손에 든 채 내가 실수를 할 때마다 내 머리를 내리쳤다. '아악'진짜 뇌세포 다 죽겠네. 하필이면 왜 머리를 때려.

그래도 결국은 컷팅이 끝이 나고 내 머리를 실컷 때린 넘버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퇴근을 허락했다.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옥탑방으로 올라가 저녁밥도 거른 채 침대에 누워버렸다.

'으음 일어나기 싫어.'

눈부신 햇살에 잠이 깬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확 도망이나 가 버릴까?'

그래봐야 넘버투 손바닥 안이겠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의 냉장고 안의 물을 마시고 난 후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옷을 입고는 힘없이 환타지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환타지아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싱글벙글 웃고 있는 원장과 딱 하고 마주쳤다.

"영일군 일찍 왔네요."

"네 원장님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 특별한 일은 없어요."

'뭐야?'

그럼 신혼이라서 그런 거야? 완전 얼굴에서 빛이 나네 빛이 나. 좋아 죽는 표정인 원장은 카운터에 앉아 어제 장부를 확인하고 있었고 나는 힘없이 환타지아 대기석 의자에 앉았다 .'에휴'죽겠다. 겨우 하루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지만 MT를 다녀온 여독에다가 어제도 일찍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실습을 하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넘버투가 환타지아 문을 열고 들어섰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넘버투에게 인사했다.

"영일이 일찍 왔네. 좀 있다 내 방으로 와라."

"네"

'아 또 시작이다.'

정말 확 도망이나 가버려?

당연히 그럴 수 없는 나는 아침 구호가 끝나자 마자 넘버투의 방으로 들어갔고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주말이 되어서 드디어 쉬게 되었다는 부푼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옥탑방으로 찾아온 넘버투 때문에 하루 종일 시달리며 실습을 해야만 했다. 아직 신혼이라면서 부인 혼자 놔둬도 되는 건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넘버투는 아침 일찍부터 밤 늦도록 옥탑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출근해서 아침구호 외치고 넘버투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거 받아."

넘버투가 나에게 서류 봉투처럼 생긴 것을 건네 주었다.

"이게 뭐예요?"

"보면 알거 아니야."

넘버투의 말에 봉투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허억'이거 뭐야? 벌써 미용사자격시험 접수를 하면 어떻게 해.

넘버투가 나에게 준 것은 미용사자격시험 접수증과 응시표였다. 그것도 채 일주일이 남지 않은 날짜가 떡 하니 찍힌.... 미친... 어쩌라고?

"날짜 봐서 알지만 죽어라 5일만 고생하면 된다."

"혹시나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나는 역시나라고 나오려고 하는 말을 혹시나라고 바꿔 질문을 했다.

"떨어지긴 왜 떨어져 나 같은 훌륭한 선생이 있는데. 그런데 만약 떨어지면 기대해도 좋아 이번 방학은 없다고 생각해야지. 필기와 실기 공부를 같이 하는 게 좋으니까 둘을 병행해서 진행하도록 한다."

내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접수증을 다시 보니 5일 뒤에 치는 것은 필기시험이었다. 그리고 3일 뒤가 실기시험... 그러니까 따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법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잖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시험만 끝나면 나머지 방학은 마음껏 쉴 수 있잖아 당분간 대회도 없으니까."

'만일'떨어지면... 나 어떻게 되는 거야?

"만일에라도 떨어지면 나하고 숙식하면서 연습하는 거다."

'우엑'절대 그럴 수는 없지.

나는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필승의 각오로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그렇게 만만치가 않은 법... 갑자기 집에서 호출이 왔다.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보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갈 수 없는 게 당연했지만 그걸 어머니께 설명 드리는 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저도 너무 보고 싶지만 이번에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갈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드렸고 어머니가 직접 올라오시겠다는 것으로 통화는 끝났다.

뭐 오시는 거야 괜찮다. 정말로 나도 어머니가 보고 싶으니까.

하지만 시험이 낼 모레인 지금 내 모습은 폐인 꼴을 넘어서 거지에 가까운 지경이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면 걱정만 하실 게 뻔하고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화장이었다. 아니 화장이라기보다는 변장에 가까운 것이겠지만... 메이크업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몇 개 가져다 바른다고 표가 나지도 않을 것이고... 화장을 하면 적어도 턱밑까지 내려온 다크써클 정도는 가릴 수 있을 테니까.

어머니가 오시는 날 마중 나가고 싶었지만 그 마중을 넘버투가 대신해 주었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 도착하신 어머니는 역시나 바리바리 짐을 잔뜩 들고 오셨고 나는 그 짐을 옥탑방에 올려두고 와서 어머니와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생선요리를 유독 좋아하시는 터라 예전에 가본 적이 있던 생선구이 집으로 모시고 갔더니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영일아 많이 먹어라. 살이 좀 빠진 것 같네."

예전엔 살이 쪄서 트레이너까지 붙여서 운동을 하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바빠서인지 살이 찌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아니에요. 제가 관리를 해서 체중 조절하고 있는 거예요."

"혼자 있다고 굶지 말고 잘 땐 자고 놀 땐 놀아. 일만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말씀을 드리니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내 손을 두드려주셨다. 역시 어머니는 걱정이 많으신 모양이다.

잘 하고 있는데... 지금이야 들들 볶아대는 넘버투 때문에 제대로 못 쉬고 있지만 시험만 끝나면... 해결될 일인데.

어머니는 주무시고 가시라는 내 손을 뿌리치시고 아버지 저녁식사 차려드려야 하신다며 바로 돌아가신다고 하셨지만 나는 끝내 어머니를 붙잡았다. 결국 어머니는 못이기는 척 옥탑방에서 묵고 가시기로 하셨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블로우스트님, 챠베스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애독자C님, 류치네님, 하야토카자미님, 해동풍님 감사합니다.

새로운 이야기 시작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 -- 자격증에 도전하다.

-- >

어머니가 오셨다고 해서 휴가를 줄 리가 없다는 것은 지금 넘버투의 표정만으로도 알수가 있었다. 하지만 퇴근은 제시간에 시켜줘야 할거 아니야? 도대체가 부모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래도 어제보다는 이른 시간에 환타지아에서 나올 수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현관문 앞에서 폰의 카메라를 들여다보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난 후에야 문을 열었다.

"저 왔어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그것도 아니면 안쓰러운 표정으로 달려나오실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그렇게 붙잡았는데도 내려가신 건가?

하지만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럼 혹시 못 들으신 건가?

/18 쪽154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옥탑방 안은 잠잠하기만 했다. 할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 우선 음식냄새가 흘러나오고 있는 부엌을 들여다 보았지만 식탁위에 먹음직스러운 음식만이 차려져 있을 뿐 어머니는 안 계셨다.

'그럼'방에 계신가? 하긴 피곤하시겠지. 몇 시간을 버스를 타고 오셨을 테니.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역시나 계시지 않았다. 설마 옆의 손님방에 계신가 싶어서 거기도 살펴보았지만 안 계셨다.

'으음'그럼 화장실에.... 어머니가 변비가 있으셨나?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대답조차 안 하실리는 없잖아.'똑똑'노크를 했는데도 대답이 없었다. 화장실 문손잡이를 잡고 돌리니 잠겨 있지 않은 문은 쉽게 열렸다.

어머니는 화장실 안에 계셨다. 손에는 내가 어제 가져다 둔 화장품을 들고 계신채 였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가신 줄 알았어요."

"........"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이내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셨다. 그리고 손에 들고 계시던 화장품을 내 앞에 내밀었다. '이게'뭘 어떻다고 저러시는 거지?

"너 여자 있니?"

"네?"

"아니면 여자 화장품이 왜 여기 있어?"

'아 그거'다크써클을 가리려고 가져다 둔건데... 그렇게 말하려니 이건 여자를 사귄다는 것보다 더 펄쩍 뛰실 만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많이 엄격한 분은 아니셨지만 요즘 세대들의 모습 중 이해하지 못하시는 부분이 바로 남자끼리 좋아한다느니 남자가 여자행세를 한다느니 하는 것이여서 내가 화장을 하기 위해 가져다 둔 것이라고 하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그렇다고 여자가 있다라고 하면... 그것도 문제다.

아들을 이곳에 혼자 지내게 하는 것이 신경이 쓰이셨던 어머니는 내가 집을 떠나기 전에 당부하신 말씀이 있으셨다.

절대 책임질 일은 하지 말고 만일 여자를 사귀더라도 네 집에는 들이지 마라라는 것이었고 한동안은 나도 그 말을 착실히 따랐으니까 사실 어길 일이 없었던 것이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여자를 끌어들이다 여러 여자들이 이 집에서 재웠으니 뭐라 할 말도 없긴 하지만... 도대체 저 화장품에 대해 뭐라고 핑계를 대야할지...

"연습하려고 가져다 둔 거예요."

"연습이라니."

"어머니 제가 자격증 준비하는 거 아시잖아요. 화장하는 법도 배워야 하거든요."

다행히 수긍하시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내게 화장품을 건네 주셨다.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배고프지 얼른 저녁 먹자."

늦은 이 시간까지 저녁도 안 드시고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부엌으로 이끌었다. '휴'살았다.

나의 이 순발력.... 역시나 빛을 발하는군.

나는 어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 부엌에서 이런 휘황찬란한 음식을 만들어 내시다니 역시 어머니는 대단한 솜씨를 갖고 계신 듯 하다.

나도 똑같은 밥통으로 밥을 하는데 어머니가 하실 때처럼 이렇게 윤기가 도는 밥을 지을 수 가 없었다. 물론 식탁 중앙에 자리 잡은 된장찌개도 마찬가지지만...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물잔을 내 쪽으로 밀어주시면서 어머니는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너무 맛있어서 저절로 막 숟가락이 움직여서 그래요."

"그러게 자주 좀 내려오지."

"알았어요. 이번 시험 끝나면 가능한 자주 내려갈게요."

"그래."

어머니는 그제야 숟가락을 드셨다. 식사를 하시면서도 내 쪽으로 반찬을 밀어주시더니 내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자 바로 밥그릇을 가져가서 한 공기 더 채워주셨다.

내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식사를 끝내고는 도와드리겠다는 내 손을 밀어내고 가서 공부나 하라고 하시면서 뒷정리에 설거지를 마치시고 방으로 들어오셨다.

"이제 그만 주무세요."

"너는 언제 자야지."

나도 정말 자고 싶지만 오늘도 넘버투가 읽어보라고 준 책이 한두권이 아니었다. 물론 다 읽을 생각은 없지만 읽은 척이라도 해야하기에 책을 펼쳐놓고 있는 상태였다.

"피곤해서 어째? 우리 아들."

어머니가 안쓰러운 마음이 드셨는지 내 볼을 쓰다듬으면서 말씀하셨다.

"걱정 마세요. 튼튼해서 이 정도는 가뿐해요."

나는 오히려 어머니가 이때에 오신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가셔서 아버지께 일하고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더라고 말씀하실 게 분명하기에... 내가 잘 때까지 옆에 있겠다던 어머니는 평소에는 10시면 한밤중이라고 할만큼 일찍 주무신다. 그래서 그런 어머니를 억지로 침대에 눕혀드리고 나는 거실로 나와서 책을 보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났다.

어머니는 말씀과 다르게 눕자마자 잠이 드셨고 나도 이제 자러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똑똑'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에엑'누구야? 이 밤에.

나는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시는 방 쪽을 보면서 서둘러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에 선 사람이 다시 문을 두드릴까봐 서둘러 문을 열고 보니 찾아온 사람은 예상외로 20번방 형이었다.

"형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오늘 하루 재워 주면 안 될까?"

'아 진짜'자려면 호텔이나 그것도 아니면 모텔을 가라니까.

"여기 호텔 아니라고 했죠."

"그래도 하루밤만 재워줘."

"안 돼요. 어머니 와 계시단 말이에요."

"아 그래 그럼 인사라도 드려야지."

'아니'그래도 이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리고... 혹시 술 마신 거 아니야?

"어딜 들어가요? 지금 어머니 주무시고 계세요."

"그럼 옆방에서 살짝 재워 주면 되겠네. 야 너도 참 야박하다 이렇게 늦은 밤에 오죽하면 널 찾아 왔겠냐?"

"나 낼 모레면 미용사자격증 시험도 쳐야하거든요."

"그거랑 재워주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자꾸 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니까 주무시는 어머니라고 깨울 심산인 모양이었다. 적반하장이라더니 이건 뭐야 주인은 난데 왜 자기가 주인 행세야.

하지만 난 아무말 없이 옆방을 나와 보던 책을 정리하고 화장실로 가서 대충 씻고는 잠을 자기 위해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다가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깔고는 누웠다. 그리고 우당탕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났다.

'뭐야?'

왜 이리 시끄러워. 뭔가가 떨어졌나 보다 생각하고 그냥 다시 눈을 감았다.

아니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자고 싶었다. 하지만 잠시 후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더 누워 있을 수 없었다. 그것도 두 사람의 비명이 마치 듀엣송처럼 들려오는 통에 무거운 몸을 바닥에서 일으켰다.

침대위를 보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아씨'또 뭐야? 설마 쥐라도 잡는 건가?

내가 나가본 거실은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부엌은 더 난장판이었다.

그 부엌에 20번방 형이 어머니를 껴안은 채 어머니의 두 손목을 뒤로 돌려 잡고 있었다.

'뭐야?'

아직 잠이 덜 깬 나는 도대체 이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 지금 뭐하고 계세요?"

"으어어엉엉엉"

어머니는 대답 대신 20번방 형을 뿌리치고 울면서 내 쪽으로 달려오셔서 내 뒤에 몸을 숨기셨다.

'아니 왜?'

설마 20번방 형이 어머니를 건드린 거야?

순간 꼭지가 팍 돌아버린 내가 당황해 하고 있는 20번방 형을 살필 겨를도 없이 형에게로 주먹을 날렸고 영문을 모르는 20번방 형은 내가 날린 주먹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맞고 뒤로 넘어졌다.

"왜 때려?"

"형 우리 어머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뭘? 난 그저 물을 먹으러 나왔을 뿐이야?"

'뭐?'

그러니까 어두운데서 어머니를 보고 다른 사람으로 착각이라도 한 거야 뭐야? 내가 두 번째 주먹을 날리려고 하는데 내 뒤에 몸을 숨기고 계시던 어머니가 내 팔을 붙잡으셨다.

"왜요? 저런 놈은 좀 맞아야 되요."

"영일아 너 아는 사람이야?"

"네 환타지아에서 같이 근무하는 형인데. 어머니한테 손을 대다니. 가만 안 놔둘거에요. 어머니는 안에 들어가 계세요."

"영일아 그게 아니라 난 저 사람이 도둑인 줄 알고...."

"네?"

바닥에 누운 채 나와 어머니를 번갈아 보던 20번방 형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씨 이거 뭐야? 물 먹으러 나온 사람을 왜 때려? 나는 마음대로 물도 못 먹냐?"

잠시 뒤 난장판이 되어 있는 부엌과 거실을 우리 세 사람은 열심히 치우고 있었다. 난장판이 된 원인은 별거 아니었다.

잠을 자다가 목이 너무 마른 형이 일어나서 물을 먹기 위해 나왔고 어머니는 이른 새벽 일어나는 밥을 하기 위해 부엌으로 나갔다. 부엌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형은 내가 자기전에 어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기억해 내었고 어머니께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도둑이라고 생각하시고는 비명을 지르면서 가까이에 있던 컵을 던지신 것이다.

컵을 맞은 형이 놀라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는 그 옆의 쟁반을 던지고 형은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물건을 던지려던 어머니를 껴안고 두 손을 잡고는 자신은 도둑이라 아니라 아는 형이라는 것을 밝히려고 하는 그 때 내가 방에서 나온 것이었다. 부엌에 그릇이란 그릇은 죄다 박살이 나 있었다. 그리고 명중률이 높았던 덕에 형도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고 내가 날린 주먹에 맞은 얼굴을 부어오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고 20번방 형은 괜찮다고 애써 웃으며 말했지만 절로 인상이 써지는 모양이었다. 깨지지 않는 그릇들은 남아 있었기에 아침밥을 해 먹을 수 있었다.

사실 냄비도 형에게 던지셨던지라 좀 찌그러지기는 했지만 부서지지는 않아서 김치찌개를 끓여 오셨다. 아침을 먹고 나서 나는 넘버투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나서 출근 하겠다고 알렸다.

넘버투는 그렇게 하라고 말하면서 대신 늦은 시간만큼 퇴근이 늦어진다고 가능한 빨리 다녀오라고 했다. 20번방 형은 내 옷으로 갈아입고 환타지아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며칠 쉬어야 할 듯 보였지만 우선은 원장님께 출근 못할 것 같다고 말씀은 드려야 한다면서 내려가는 형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반대로 억지로 자겠다고 했던 형의 잘못도 있는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어머니를 역까지 모셔다 드렸다. 역으로 가시는 내내 어머니는 20번방 형의 걱정을 하셨고 나는 그런 어머니의 손에 용돈을 쥐어 드리면서 걱정 마시라고 다독거려야만 했다.

나는 어젯밤에 왔던 사람이 20번방 형이길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환타지아로 돌아왔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현오님, Estel님, 비밀이야~님, 챠베스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해동품님, 하야토카자미님, GODTOP님 감사드립니다.

현오님 제가 12시가 좀 넘어서 글을 올리는지라 그 이후에 올라오는 댓글은 다음날 후기에 올려드리고 있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 일부러 빼먹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후기를 계속 수정하기도 좀 힘들어서.. 아마 이 다음이 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어라 그게 무슨말이지?

라는 분은 없으시겠죠.....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 -- 자격증에 도전하다.

-- >

드디어 내일이 필기시험을 치는 날이다. 넘버투가 출근하는 대신 오늘은 문제집을 풀라면서 문제집 5권을 내게 주었다.

도대체 하루에 문제집 5권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오전 나절이 지나도록 1권의 문제지와 씨름을 한 나는 진짜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만일 시험에 떨어져서 이 일을 다시 한번 겪어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스스로를 두 번 죽이는 일이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문제지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옆엔 20번방 형이 앉아 내가 푼 문제를 채점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다 됐네. 뭐 시켜 먹을까?"

"그냥 밥이면 돼요."

/17 쪽155

내 말을 들은 형은 옆에 있던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쓰더니 도시락을 사오겠다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 주먹에 맞은 형의 얼굴엔 시커먼 멍이 생겨있었고 당분간 환타지아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형은 내 공부를 도와주고 있었다.

사실 도와주기 보다는 넘버투가 나를 감시하라고 보낸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틈틈이 깐죽거렸다.

주먹에 맞은 얼굴이 어지간히 아팠을 테니까 이정도 깐죽거림은 참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점점 그 정도가 심해져가고 있었고 조금만 더하면 폭발할 것만 같았던 나는 형이 밖으로 나가자 한시름 돌렸다. 얼마 후 제육덮밥 도시락을 사들고 온 형은 내 앞에 도시락을 던지다 시피 놓으면서 밥 먹고 하라고 말했고 나는 묵묵히 도시락을 열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문제지를 펼치니 글이 눈에 안 들어왔다.

밤늦게까지 연습하느라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잔 탓인 것 같았다. 보통 시험 전날은 쉬게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건 시험 준비가 아니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꾸벅 졸았다. 놀라서 눈을 뜨고 문제지에 시선을 맞췄다. 그러다가 또 꾸벅 꾸벅 잠시 졸았던 것 같다.

갑자기 뒤통수를 때리는 20번방 형 덕에 머리를 그대로 책상에 찧어 버렸다.

"아악 진짜 뭐예요?"

"그러게 누가 졸래? 얼른 나가서 세수하고 와."

"그래도 머리는 때리지 마요. 외운 거 다 잊어버리겠어요."

"네가 외운 거라도 있냐?"

"그럼 있지 내일이 시험인데 안 외웠을까봐요."

나도 짜증이 났다. 굼벵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데 왜 이리 사람을 못살게 구는 거야?

그냥 놔둬도 알아서 할텐데... 아씨 진짜 짜증난다.

세수를 하고 나오는 나에게 20번방 형이 얼음물을 한잔 내밀었다. 물을 마시고 나서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으면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저녁때가 다 되어갈 무렵 두 번째 문제지를 다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진이 다 빠졌다.

"형 이제 그만 하면 안 돼요? 내일 시험인데 일찍 자야죠."

"그건 평소에 열심히 한 사람들이나 그렇게 하는 거고 넌 평소에 놀기만 했잖아 그러니 시험 전날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확 짜증이 났지만 형의 말에 반박 할 수 없었던지라 세 번째 문제지를 펼쳐야만 했다. 한참을 풀다보니 배가 고팠다.

'뭐야?'

밥도 안 주는 거야?

"형 저녁 안 먹어요?"

"나 도시락 질리는데."

하긴 도시락 저거 벌써 삼일째다.

"그럼 다른 거 먹으면 되잖아요."

"나 삼겹살 먹고 싶다."

"먹으러 가요 제가 쏠게요."

날 쳐다보며 잠시 고민을 하던 20번방 형은 곧 모자를 쓰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먹고 죽은 귀신은 땟깔도 좋다는데 우선 먹고 보자. 나 많이 먹을 거야."

'아싸'드디어 옥탑방 탈출이다.

"알았어요. 배 터지도록 먹고 와요."

우리를 삼겹살집으로 향했고 정말 배터지기 직전까지 삼겹살을 먹고 왔다. 당연히 소주도 몇 잔 걸치고 옥탑방으로 올라오던 우리는 옥탑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넘버투에게 귀를 잡힌채 질질 끌려가서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나마 내일이 시험이라 이만하는 거라고 넘버투가 돌아갔을 땐 나도 20번방 형도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나 이만 갈게."

"왜요? 안 자고 가요."

"난 내일 휴가잖아. 연지랑 영화보러 가려고. 야외에 나가려고 해도 얼굴에 멍 때문에 못 가고 이게 뭐냐?"

역시나 나를 향해 원망의 말을 하던 형은 미련 없이 옥탑방을 나가버렸다. '에잇'이제 감시하던 형도 갔는데 그만 자자.

배도 부르겠다. 몇 잔 먹은 소주는 마치 수면제인 양 몸을 노곤노곤하게 만들었고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와서 침대에 누워 버렸다. 잠이 들듯 말듯 하던 중에 폰이 울렸다.

"네 최영일입니다."

[여기 세모클럽인데요. 백진아씨 좀 데리러 오셔야겠습니다.]

"네?"

[지금 백진아씨가 술 취해서 쓰러져서 전화 드리는 건데요. 데리러 와 주시겠어요.

"'아니'얘는 연예인이라는 얘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자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거기서 먹고 뻗어?

더군다나 세모클럽이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찾아서 쓰고 또 그 위에 후드티를 입고 나서 후드티의 모자까지 쓴 후 옥탑방을 나섰다.

세모클럽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 요금을 계산하고 세모클럽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입구에서 떡대들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당신 뭐야?"

"백진아씨 데리러 왔는데요."

"잠깐만 기다려봐 확인하게."

나를 세워두고 어딘가로 통화를 하던 떡대가 핸드폰 뒷자리를 물어보길래 대답했더니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온 내가 아무래도 수상해 보인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백진아를 찾으니 구석에 있는 룸으로 나를 데리고 갔고 나는 술병이 잔뜩 늘어져 있고 난장판이 되어 있는 룸 안에서 뻗어 있는 백진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백진아를 들쳐 업고 나오는데 웨이터가 나를 쫓아오더니 계산하라고 해서 백진아의 백을 뒤져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혼자 마셨는데 무슨 술값이 백단위가 넘게 나왔었고 나는 진심 놀라며 영수증과 카드를 백에 넣고는 클럽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또 무슨 일로 이렇게 술을 마신 거야? 마실거면 곱게 마시던가 내일 시험 쳐야 하는 사람을 오라가라하고 매니저는 어디 있길래 나한테 전화를 해?

짜증은 났지만 술에 취해 뻗어 있는 사람을 길을 버리고 올 수도 없는 일이라서 택시에 태워 옥탑방으로 데리고 왔다.

술을 마신건지 아니면 자기 옷에 부은 건지 백진아의 옷에선 술냄새가 진동을 했고 그런 백진아를 업고 온 내 옷에서도 술냄새가 났다. 나도 소주를 몇잔 마시기는 했지만 쩔은 듯한 술냄새를 맡으니 머리가 띵 해져왔고 나는 백진아의 옷을 벗겼다. 그런데 옷을 벗겨도 술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니까 백진아는 한마디로 술로 마사지를 한 듯했다.

내 상의를 벗어버리고 욕실에 들어가 수건을 적셔와서 백진아의 벗은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는 백진아의 몸을 닦으면서 점점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몇일동안 피곤하게 굴리느라 손님 구경도 못했고 자위를 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밀어붙인 넘버투 덕분에 쌓이고 쌓였던 것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양심은 있어서 차마 술에 취해 뻗어 있는 백진아 안으로 그냥 찔러넣을 수가 없어서 백진아를 깨우기 위해 뺨도 때려보고 찬물도 얼굴에 부어보고 심지어는 얼음을 가져와 몸 위에 올려도 보았지만 백진아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고 결국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백진아가 동의 했다고 간주하고 찔러 넣기로 결심했다.

어쨌든 거부하진 않았으니까..... 그냥 박아 넣으려니 충분히 젖지 않아서 제대로 들어가지가 않았다. 아무리 뻗어 있는 경우라 해도 충분히 더듬어서 흥분을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나는 백진아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다가 점점 솟아오르는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백진아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살짝 몸을 떨었다.

좀 전에 가져왔던 얼음을 가져다가 유두에 대고 문지르니 솟아 올라있던 유두가 점점 더 단단해 졌다. 얼음을 미끄러트려 배를 지나서 음모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다리를 벌려 꽃잎을 문지르다가 그 사이 틈새로 넣어버렸다.

백진아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눈은 감고 있는 상태였다. 손가락을 그 안으로 넣어보니 뜨겁고 매끄러운 속살안에 들어가 있는 차가운 얼음이 느껴졌고 그 얼음 때문인지 백진아의 속살이 사정없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잠시 후 얼음이 다 녹아버리자 틈새로 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가져온 얼음 몇 개를 백진아의 틈새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커질만큼 커져 그 끝으로 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페니스를 그 안으로 밀어넣었다.

"우윽"

아 진짜. 페니스 끝을 꾹 찌르는 얼음은 아마도 그 끝의 굴곡 모양대로 녹아내리고 있는 듯 느껴졌고 얼음 때문에 쪼그라든 그 안은 움직이기 너무 벅벅했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져나온 페니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 얼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페니스 끝을 자극했다. 얼음은 금세 녹아버렸고 나는 페니스를 빼내고 얼음을 입구에 걸치고는 페니스로 밀어서 저 안까지 얼음을 넣었다.

얼음이 미끄러져 들어간 속살은 잠시 후 쪼그라들면 페니스에 밀착되었다.

"후욱"

내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새 얼음을 계속 그 안으로 밀어 넣었고 얼마 후엔 그 안이 밖보다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차가운 속살 안으로 뜨거운 정액을 쏟아 넣었다. 정신을 잃은 듯 여전히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는 백진아를 보고 있으려니 또 다시 페니스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얼음이 다 녹아버린 그 안은 어느 사이엔가 뜨겁게 데워져 있었다.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서 마구 휘저어 보았다.

반사작용인지 백진아의 허리가 한번씩 들썩거렸고 그 때마다 지레 놀란 내가 손가락을 멈추었지만 여전히 백진아가 축 늘어져 있자 나중에는 백진아의 움직임엔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손가락을 찔러 넣고 있었다. '으음'이번에는 뒷치기로 해볼까?

똑바로 누워 있던 백진아를 뒤집어엎어 놓고 다리를 옆으로 벌렸다.

축 늘어져 있는 엉덩이를 들어 올려 페니스 앞으로 가져다 대고는 꽃잎을 벌려 그 사이로 찔러 넣기 시작했다. 보통 뒷치기 자세를 하면 내가 허리를 움직여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수가 없어서 축 늘어져 있는 백진아의 엉덩이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런데'이것도 생각 외로 좋다. 벽에 기대어 편하게 앉은 나는 두 팔로 백진아의 엉덩이를 잡고 페니스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엉덩이를 튕겨서 백진아의 엉덩이를 쳐 올렸다.

두 번 째 사정을 하면서 페니스 위로 백진아의 엉덩이를 꼭 붙이고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 동안 사정 후의 여운을 느끼며 앉아 있다가 백진아를 내려다 보았다.

두 다리를 옆으로 벌린 채 내 다리 사이에 엎드려 엉덩이를 내 페니스에 꽂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지난번에 형이 말했던 섹스돌 같은 모습이었다. 보통 여자들도 이런 자세는 피하려고 할테니까 백진아의 얼굴 옆으로 내 발이 놓여 있었고 엉덩이는 들려서 항문까지 벌어진 채 들여다 보이고 꽃잎도 활짝 펼쳐진 채였다.

한마디로 굴욕적인 자세 딱 그거였다. 그런데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또 다시 페니스를 세우고 있었다. '에이'모르겠다.

딱 한번만 더 해야지.

어차피 정신 못 차리고 퍼져 있는 백진아에다가 힘이 넘치는 아랫도리의 환상적인 조합이 있는데 뭘 망설여.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백진아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면서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전처럼 스피드에 치중하기 보다는 시각적인 요소에 치중하기로 했다.

벌어진 붉은 꽃잎과 페니스가 움직일 때마다 페니스를 타고 흐르는 애액.... 거기다 페니스를 '쿡' 찌르자 오물거리듯 움직이며 페니스를 감싸는 붉은 속살.... 천천히 페니스를 빼자 속살이 딸려 나올 듯 페니스를 조아댔고 찔러넣자 꽃잎이 바들거리더니 항문이 움찔거렸다.

"하악 하악 하악 하악 하악 하악"

나도 모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팔을 움직이고 있었고 그러다가 어떻게 된 건지 백진아가 내 발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흐윽'이거 뭐야?

순간 짜릿한 느낌에 팔에 힘이 풀려 백진아의 엉덩이를 툭 떨어트렸다.

페니스가 콱 박혀 들어갔고 나는 엉덩이를 돌리면서 백진아의 틈새안을 휘저으면 내 발가락을 빨고 있는 백진아의 입술에 반응하고 있었다. 부드럽고 뜨거운 입 속에서 빨리고 있는 발가락은 흡사 빨판에 딸려 들어가듯이 입안으로 흡착되고 있었고 나는 미칠 듯한 쾌감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본래 백진아가 뭐든 빠는 건 좀 잘하는 편이라서인지 뻗은 상태에서, 심지어는 발가락을 빠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건 뭐 나를 절정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순간 백진아의 입술이 크게 벌어지더니 발가락이 빠져나왔다.

나도 모르게 난 반대발로 백진아의 머리를 눌러 발가락을 입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어 빨게 하고는 백진아의 엉덩이를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아아 으으음 후우 하아 아아아 음"

방안은 내 신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아아악"

잠시 후 내가 비명을 내지르기 전까지.... 막 세 번째의 사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중 정신이 든 것인지 백진아가 입속의 내 발가락을 인정사정 없이 물어뜯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을 발가락을 놓지 않았다. 내가 백진아의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 때까지....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쫄병짱님, 싸울아비헌터T님, Estel님, 블로우스트님, 비밀이야~님, 멍충대마왕님, GODTOP님, 현오님, 애독자C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해동풍님, 하야토카자미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사실 이번주부터 바쁩니다. 2월말까지.... 연참은 아무래도 힘들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3월부터는 다시 한가해 질 예정입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 -- 자격증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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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해 이제 제발 발가락 좀 놔줘. 아아악 악 그만 좀 너무 아파. 야 발가락 끊어지겠다. 아악"

백진아는 내가 수차례 빌고 난 후에야 내 발가락을 뱉어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내 발가락을 물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니 백진아는 아직도 술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

단지 입안에 뭔가가 들어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빤 것처럼 본능적으로 물어뜯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취한 상태니까 내 말이 먹힐 리도 없었다.

다시 눈을 감고 똑바로 누운 채 잠이 든 백진아를 보다가 퉁퉁 부은 내 발가락을 바라보았다. 이 상태로는 양말은커녕 신발도 신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시험 치는데 슬리퍼 끌고 갔다고 쫓아내진 않겠지.

아니 그것보다 우선은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욱신거리는 발가락을 보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냉장고를 열어보았지만 얼음은 이미 다 써버린 터라 안 보였고 한쪽 구석에 있던 소주병을 꺼내서 발가락에 대고 있었다.

차가운 술병을 갖/17 쪽156다 대니 아픔이 좀 덜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소주병으로 발가락의 열기를 식힌 후 절뚝거리면서 침대로 돌아왔다. '에휴'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지... 좋다고 해대다가 완전 개박살 난 꼴이었다.

거기다 내일 시험을 칠 때 아무래도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가야할 듯 싶어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밤을 샐 수 없었던 나는 잠이 든 백진아를 구석으로 밀어 넣고는 침대에 누웠다. 욱신거리는 발가락 덕에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잠이 들 수 있었다.

생각보다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마도 종일 문제지를 풀고 거기다가 한동안 쌓였던 것을 백진아에게 풀어내서 인지 푹 자고 일어난 나는 발가락이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옆자리를 보니 백진아가 잠들어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새벽에 일어나서 돌아갔을 텐데. 아직도 잠들어 있는 것을 보니 어제 저녁에 술을 많이 마시긴 한 모양이었다.

잠들어 있던 백진아를 깨우려고 하다가 시끄러워질까봐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을 바닥에 내려 놓고 힘을 주는데 발가락이 약간 아팠지만 걷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얼른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난 후에 나와서 옷을 입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백진아의 옷을 한쪽에 정리해 두고 가방에 책을 넣고는 옥탑방을 빠져나왔다.

아직 시험을 치려면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시험장소에 가서 공부를 해도 될까 고민하면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험 치러 가냐?"

'아 진짜'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왜 하필이면 시험 치려고 가는 이때 넘버투를 만난거야?

"네."

"태워다 줄까?"

"버스 타고 가면 되요."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가?"

"일찍 가서 책 보려고요."

"기다려 태워줄게."

넘버투는 싫다는 내 팔을 잡아 끌고 자기차로 데리고 갔다. '하긴'태워준다는데... 못 이기는 척 끌려가 넘버투에 차에 올라탔다.

"넌 긴장 되지도 않냐?"

"긴장 되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얼마 전 기말고사를 쳐서인지 시험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문제지를 너무 많이 풀어서 우선은 시험을 쳐버리고 싶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마음이었다. 떨리기 보다는 우선 이것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 잘 치고 싶긴 하지만 잘 치는 것보단 우선 그런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시험 장소에 도착을 하자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와서 문도 안 열어 놓은 것 같은데."

넘버투의 말대로 아예 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여기 앉아 있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너 들어갈때까지 나도 여기 같이 있지 뭐. 너 아침은 먹었냐?"

"아뇨."

"배 안 고파? 야 혈당 떨어지면 두뇌 회전도 안 된다는데 왜 밥을 굶고 그러냐? 야 그럼 어디 가서 아침이나 먹고 오자."

놀란 나는 넘버투를 쳐다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사람을 닦달하며 못살게 굴던 사람이 맞는가 싶어서 였다.

"왜? 밥 먹기 싫어?"

"아니요 가요."

넘버투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차안에서 나왔다.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곳은 24시 김밥집이랑 해장국집 정도였다.

"너 뭐 먹고 싶냐?"

당연히 해장국이지... 한국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아침부터 분식을 먹어서 되겠어? 하지만 그렇게 대답한다고 해도 넘버투는 김밥집으로 갈 것이 분명하기에....

"김밥집으로 가죠."

"그래? 너 매일 밥 먹자고 하더니 오늘은 웬일이냐?"

넘버투가 김밥집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뒤따라 들어갔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넘버투는 이미 주문을 끝내고 있었다. 잠시 후 나온 김밥과 우동으로 배를 채우고 차로 돌아왔다. 차에 와서 보니 시험 장소의 문이 열려 있었고 몇 몇 시험생들이 시험장소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들어가 볼게요."

"그래. 나중에 시험 끝나고 오늘은 집에 가서 쉬어라 그렇지만 내일은 실기 연습해야하니까 환타지아로 와."

"네."

다행이다. 오늘도 연습하라고 하면 확 들이받으려고 했었는데... 천천히 고사장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가 시험 칠 곳으로 들어가서 내 번호가 표시된 책상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빈자리가 많이 있었고 자리에 앉아 있는 시험 치러온 사람 대부분이 여자였다.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살펴보던 나는 역시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가방에서 책을 꺼내서 펼쳤다.

책을 한참 들여다보다보니 목이 말랐다. '아씨'이럴 줄 알았으면 물이라도 가져 오는 건데... 전혀 생각을 못했었다.

어딘가 자판기가 있겠지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사장 문을 열고 나가서 살펴보니 다행히도 복도 끝 쪽에 자판기가 하나보였다. 그렇지만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자 오렌지와 포도, 망고 주스만이 들어 있었고 그 음료수를 마시면 오히려 더 목이 말라질 것 같아서 나는 자판기를 포기했다.

터덜터덜 걸어서 고사장 안으로 들어오는데 가장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가 물을 꺼내 마시는 것이 보였다. 너무 목이 말랐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뒷자리의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여자는 물을 마시고 나서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려다가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물어보기나 하자 싶어서 입을 열었다.

"제가 너무 목이 말라서 그런데 물 좀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여자는 너무나도 흔쾌히 대답을 했고 나는 여자가 주는 물병을 받아 들고는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마시다보니 물병이 비어버렸다.

"앗 죄송합니다. 제가 다 마셔버렸네요. 시험 끝나고 나가면서 제가 물을 한병 사드릴께요."

"괜찮아요. 어차피 전 더 마시고 싶지 않았어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내 저은 여자는 빈병을 들고 뒤의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물통은 정확히 쓰레기통 안으로 골인했다. 나는 여자의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앗싸"

물통이 골인을 하자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는 외쳐버렸다. 여자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모자란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눈빛에 놀란 나는 얼른 입을 열었다.

".. 어 그럼 감사했습니다."

재빨리 걸음을 옮겨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뒤를 힐끗 돌아보자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가 보였고 나는 얼른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고는 곧 책을 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험 감독관이 시험지를 들고 고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시험지를 나눠주고는 수험표를 확인하고 정각이 되자 시험을 치게 되었다. 떨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험문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는 어제 본 시험문제 중 비슷한 문제가 몇 개 보이기까지 했다. 시험은 생각보다 무사히 끝이 났다.

만일 물을 먹지 못해 목마른 상태였다면 초조하고 긴장을 해서 제대로 시험을 못 쳤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구두를 신은 발가락이 약간 아픈 것을 제외하고는 몸의 컨디션이 괜찮은 상태였다. 시험을 치고 나오면서 나는 가장 뒷자리에서 아직도 시험지를 든 채 고민하고 있는 여자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고사장 밖으로 나왔다.

시험을 끝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오늘은 우선 쉬어도 되니까 집에 가서 잠이나 실컷 자자는 생각에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타고 환타지아 가까운 정류소에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바로 옥탑방으로 올라가려다가 환타지아에 들렀다가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환타지아의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일군 왔군요. 시험은 잘 쳤나요?"

"네 원장님."

'치긴 잘 쳤잖아.'

점수야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어쨌든 시험을 치고 나서인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잘 됐네요. 영일군 피곤하지 않으면 점심 같이 먹으러 나갈까요?"

"네"

나는 대기석 의자에 앉아서 점심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견습생들과 떡대들 무리가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넘버투는 점심을 손님과 같이 먹는 모양이었다.

"영일군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나요?"

"뭐든 다 상관 없습니까? 한우도?"

"한우는 삼일 뒤 실기시험 끝나고 나서 먹도록 하고 지금은 간단히 먹는게 낫지 않을까요?"

"네 그럼 한정식집으로 가죠."

"그렇게 해요."

원장과 환타지아 무리들은 한정식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난 후 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바로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옥탑방은 비어 있었다. 연락이라도 하고 가지 싶어서 폰을 꺼내니 시험 치기전에 끈 상태 그대로였고 폰을 켜니까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확인을 하니 역시 백진아에게서 온 문자였다. [재워줘서 고마워요. 내일 모레쯤 시간 날 것 같은데 그날 들릴게요.]'아씨'뭐야? 내일 모레면 실기시험 전날이잖아. 설마 그때 와서도 어제처럼 그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어제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있던 백진아에게 한 짓을 생각하니 미안해서 오지마라는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나만 참으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었다. 시험을 치면서 긴장을 했었던지 침대에 눕자마자 곧 잠이 들었다.

한참 뒤에 잠에서 깨어나니 이미 밖이 캄캄해져 있었다.

'아 머리야.'

얼마나 잔거야?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밤 10시가 넘어 있었고 그러고 보면 거의 하룻밤동안 잘 시간을 잔 것이었다.

그것도 낮잠으로.... 다시 누워서 자려고 하니 잠만 잤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와 찬장을 뒤적거리니 라면이 나왔고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에 물을 받아 불에 얹었다.

물이 끓자 라면을 넣고는 끓여서 그대로 선 채로 냄비 뚜껑에 라면은 덜어 후후 불면서 먹고 나서는 욕실로 들어갔다. 씻고 양치질을 하고 밖으로 나와 옷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그만큼 잤는데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잠을 많이 자서인지 오히려 몸이 묵직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서 몸을 풀고 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오래 누워 있어서인지 허리가 아파왔기에 차라리 씻고 아침을 먹자고 생각한 나는 샤워를 끝내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라 음식점이라고는 24시간 운영하는 식당만이 문이 열려 있었고 나는 가까운 해장국집에 들어가 해장국밥을 시켜서 후루룩 먹고는 환타지아로 갔다. 청소하시는 분들만이 출근을 해서 환타지아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분들 중에 한분이 나를 아는 체를 했다.

"아유 지난번 청소 도와줬던 총각이네. 오늘도 일찍 출근했나봐."

"네. 일이 좀 있어서요."

청소를 한다고 바빠서인지 그렇게 물었던 분도 바닥을 닦으며 움직이기 시작하셨고 나는 4층 내방으로 올라왔다. 삼일 뒤에 치는 실기 시험은 기본 컷 중 한가지와 기본 펌과 염색을 하는 것으로 시험 주제는 모두 동일한 것으로 주어진다.

물론 점수표가 있어서 그에 따라 채점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그 종류에 대해서는 모두 기억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번 공부하면서 정리를 해 두었던 노트를 꺼내서 훑어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블로우스트님, 비밀이야~님, 심심한짜리님, 멍충대마왕님, 하야토카자미님, GODTOP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감사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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