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45화 (145/236)

< -- 자격증에 도전하다. -- >

가위를 돌리면서 기본 컷에 대해 정리한 부분을 읽고 있다가 문득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침 구호를 외칠 시간이 되어 있었다.

놀라서 내 방에서 나와 1층을 달려 내려가니 환타지아 무리들이 막 아침구호의 첫 구절을 외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슬쩍 내 자리로 가서 섰다. 그러다가 넘버투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최대한 순진한 표정으로 웃어보였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있던 넘버투는 똥씹은 표정으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자 그럼 각자 자리로"

넘버투의 말이 끝나고 나자 다들 바삐 움직이며 사라져버렸다. 나도 물론 그 무리에 편승해서 사라지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다가온 넘버투가 내 손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

"뭐하다가 이제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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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와서 내 방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일찍 온 건 맞는 것 같네. 오늘은 기본 컷부터 하는 게 낫겠네."

당연하게도 미용사자격시험을 칠 때는 가발로 시험을 친다. 아직 미용사 자격증도 없이 시험 치러 온 사람들에게 머리를 맡길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나에게도 잘 된 일이었다.

오전 내도록 하나의 가발로 모든 컷을 다 할 수 있도록 조금씩 잘라서 스타일링을 해야만 했다. 내방에서 기본컷 정리해둔 것 보고 오지 않았다면 살짝 헷갈릴 뻔 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넘버투는 의외로 별다른 말없이 내가 스타일링 하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아후'손가락이야... 가위를 허리춤의 주머니에 넣고 보니 손가락이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벌써 점심시간인가?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배가 고팠고 나는 방을 나서는 넘버투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카운터 앞에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환타지아 무리들이 서 있었다. 나와 넘버투가 나가자 떡대 하나가 입을 열었다.

"원선생님 오늘은 뭐 먹으러 갑니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전 갈비탕 먹고 싶은데요."

"그럼 그거 먹으러 가자."

'웬일로'선선히 분식이 아닌 종류를 먹으러 가자고 하는 거야? 분식이 아니기만 하면 뭘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간만에 먹는 갈비탕도 맛있을 것 같았다. 환타지아 무리들도 같은 생각인지 다들 군말 없니 넘버투를 따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예상대로 간만에 먹는 갈비탕은 맛있었다. 밥을 먹고 환타지아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넘버투의 방으로 들어간 나는 좀 전에 스타일링 했던 가발을 보고 있던 원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영일군 실력이 좀 는 것 같긴 한데... 가만히 보면 좀 안정적이지 않아 보이는 군요."

'헉'족집게다... 오랜만에 가위를 잡은 탓에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버렸다.

"헤어디자이너가 되려면 항시 가위를 손에서 떼면 안 됩니다. 명심하세요."

"........."

멍하니 입을 벌리고 원장을 응시하고 있는 동안 말을 끝낸 원장은 가발을 제자리로 돌려놓고는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넘버투가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두잔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마셔."

"네"

"영일아 이제 와서 연습을 제대로 한다는 건 무리고 적어도 기본 컷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넘버투는 그때부터 기본컷에 대한 자잘한 질문을 나에게 던졌고 나는 아는 한도 내에서 성심성의껏 대답을 했지만 넘버투가 보기엔 모자라는 듯 했다.

"내일은 기본 펌에 대해서 실기 할거니까 미리 공부해 와라. 아니 지금쯤은 다 알고 있어야 하는데 기억하고 있는 거냐?"

'그럼'당연하지. 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역시나 완전히 외울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넘버투는 기본 컷에 대해서도 줄줄 꿰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아무나 헤어디자이너라고 불리는 건 아닌가 보다.

아니면 환타지아의 넘버투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 건가?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넘버투에게 놓여난 내가 옥탑방으로 가기 위해 환타지아를 나서는데 넘버투가 내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손에 약 바르고 내일은 반창고라도 감고 와."

옥탑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우선은 라면을 끓여 먹기 위해 냄비를 꺼내 물을 받아 불에 올렸다. 물이 끓어 라면을 넣어서 끓여 먹고는 바로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에 몸을 씻고 나와서 팬티만 입은 채 서랍을 뒤져보니 예전에 유진이가 사다 둔 약이 보였고 그 약을 꺼내 물집이 잡힌 손에 발랐다. 지난번 대회 나가기 전에 열심히 가위를 돌려서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고 그 뒤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가위를 놓아버려서인지 그때처럼 심하게는 아니지만 다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니 여태까지 너무 나태하게 지내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펌이다.

나는 책을 펼쳐서 기본 펌에 대한 내용을 훑기 시작했다.

그나마 내가 염색 쪽으로는 잘 알고 있는 터라서 기본 컷과 기본 펌에 대해서만 제대로 연습해 두면 염색은 대충 연습해도 합격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 펌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서 대강 훑어보고 나서 잠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바로 잠이 들었다.

'아'뭐야? 벌써 아침이야?

한참을 자고 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싶어 폰을 확인하니 아직 새벽이었다. 그것도 캄캄한 새벽... 오히려 밤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캄캄한 새벽... 그렇지만 옥탑방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는 멈출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야 했다. 저 시끄러운 소리를 누가 내는 것인지 확인하고 그리고 112에 확 신고해 버리기 위해서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옥탑방의 문을 열자 두 명이 서 있었다. 아니 서 있다고 말하긴 좀 뭐했다.

한명이 나머지 한명의 멱살을 붙잡고는 탈탈 흔들어 대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이 새벽에 남의 집 앞에까지 와서 왜 저런 추태를 보이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둘 중의 한명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이었고 나머지 한명은 얼굴 정도는 아는 사람이었기에 조금 전에 112에 신고하겠다는 결심은 살짝 접어야만 했다.

"백진아 너 거기서 뭐하고 있냐?"

"영일씨 잠시 들어가서 기다려요. 매니저랑 얘기 끝내고 들어갈께요."

백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옥탑방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관문 가까이에서 들으니 백진아가 매니저를 협박하고 있는 듯 했다.

최근에 바빴으니까 휴가를 달라는 말인 것 같았는데 매니저는 휴가를 보낼 수 없다 뭐 그런 얘기인 듯 했다. 휴가를 가려면 차라리 날 죽이고 가라는 매니저에게 왜 휴가를 못 보내주냐고 말하면서 욕설을 퍼붓고 있는 백진아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가서 두 사람을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싸우는 건 좋은데 좀 조용히 싸우면 안 될까?"

"미안해요. 싸우는 건 아니고 대화중이었어요."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넌 대화를 멱살 잡고 흔들면서 하냐? 내가 매니저였다면 넌 이미 나한테 확.... 그렇다고 나도 딱히 여자를 때리거나 하는 그런 인종은 아니지만 아무튼 좀 심하다고 넌.

좀전과는 다르게 얌전히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는 매니저를 보면서 백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얌전히 있었잖아. 여행가고 싶다고 그것도 안 돼?"

"이미 잡힌 스케줄이 있어 그거 끝내고 가."

"아 진짜 내가 그거 잡지 말랬지? 나 시트콤 싫다고 나 같은 섹시댄스가수가 시트콤이라니 말이 돼?"

'내가 보기엔'딱인 것 같은데... 너 의외로 코믹하거든.

하지만 난 현명하게도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나 안 해."

"이미 결정 났다니까."

"싫다고 차라리 지윤경 보고 하라 그래."

"난 지윤경씨 매니저 아니고 이 시트콤은 너한테 들어온 거거든."

지난번에 가슴이 커진 것 같더니 이번에 꽃잎 사이의 틈새가 확 좁아진 것 같다... 아니면 설마 그새 내 페니스가 더 커진 건가?

암튼 길게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동이 터오고 밖이 훤해 질때까지도 엉겨 붙은 나와 백진아는 떨어질 줄 몰랐다. '아악'나 출근해야 하는데...

"진아야 나 출근해야 해."

"오늘 휴가 내면 안 돼요?"

'나도'정말 그렇게 하고 싶은데... 내가 내일 시험을 쳐야하거든.... 시험 그래 시험... 나 미쳤나봐.

나는 내 위에서 움직이고 있던 백진아를 밀어내고 벌떡 일어났다.

"뭐예요?"

"나 진짜 출근해야해."

"아까는 매니저한테 오늘 하루 나 책임진다면서요."

"내가 그랬어?"

'전혀'기억이 없는데... 내가 정말 그랬단 말이야?

"내가 잠시 까먹었었나봐. 나 내일 시험이라서 연습해야하거든."

"시험요? 그런 말 없었잖아요."

'네가'말할 시간을 줬냐? 지난번에서 술 취해서 와서는... 아 지난번 일은 절대 비밀이지...

"그러게 내가 정신이 좀 없네. 나 그만 가봐야겠다. 넌 좀 자다가 가. 피곤할테니까."

"알았어요."

웬일로 순순히 대답하는 백진아를 보면서 나를 얼른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는 환타지아로 내려갔다.

"영일아 오늘 좋아 보이네. 무슨 좋은 일 있냐?"

"좋은 일은 무슨.. 내일 실기시험이거든요."

"시험은 시험이고 좋은 일은 좋은 일이지. 너 어쨌든 얼굴은 좋아 보인다."

20번 형의 말에 거울을 들여다보니 정말 혈색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진짜네. 설마 백진아랑 방금 그러고 있다고 와서 혈색이 좋은 건가?

잠시 후 모두들 줄을 서서 아침구호를 외치고는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당연히 나는 넘버투의 방으로 들어가서 펌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넘버투가 씩씩거리면서 방으로 들어오더니 나에게 VIP실로 올라가라고 말했다.

"네? VIP실로 올라가라고요?"

"그래 얼른 갔다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넘버투는 그만 나가보라는 듯 내 쪽으로 손짓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올라가서 VIP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복도의 대기의자에 앉아 있던 백진아를 만났다.

"너 뭐야?"

"나 마사지 받으려고요."

"뭐?"

"사실 영일씨 내일 시험인데 쉬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이리 와요."

백진아가 나를 끌고 VIP실로 끌고 들어가서 내 옷을 벗기고는 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 보니 손님 대신 침대에 누웠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그 일들은 하나 같이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페니스를 물어뜯기고 손님한테 덮쳐지고 뭐 그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백진아의 모습에 나는 기대감으로 사타구니가 묵직해져 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손님 뭐로 마사지해 드릴까요?"

"아무거나."

"아무거나 라는 건 없는데요. 제일 인기 있는 마사지 버터로 해 드릴게요."

백진아가 마사지 버터를 들어 올려 껍질을 벗기더니 내 유두 위에 각각 하나씩 얹었고 페니스 위에도 하나 얹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블로우스트님, 비밀이야~님, 현오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애독자C님, GODTOP님, 하야토카자미님, 해동풍님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는 해장국보다는 돼지국밥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갈비탕도... 이런 글을 적으니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제가 엄청난 길치입니다.

사실 환타지아의 배경은 딱히 밝히진 않았지만 서울... 그러나 전 서울을 몰라요. 단지 서울엔 돼지국밥집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뿐... 그래서 글에 지명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환타지아를 책으로 만들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진심입니다.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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