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47화 (147/236)

< -- 자격증에 도전하다. -- >

"형 왜 그래요? 혼자 온 것도 아니고 백진아씨랑 지윤경씨랑 같이 와서 있다가 간 건데."

"앞으로 유진이 오면 바로 돌려 보내던가 그게 어려우면 나한테 연락해."

'와'진심 쪼잔하다. 뭐? 질투하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유진이한테 뭐라 해야지.

억울하기는 했지만 억울하다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열불이 났다.

"알았어요. 유진이랑은 말도 하지 않을게요."

"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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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뭐야? 그냥 해본 말인데... 넌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냐?

뻥진 내가 꼬붕을 쳐다보고 있는데 자기 할말 다 했다는 듯이 꼬붕은 환타지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진짜 뭐야? 할 수 없이 꼬붕의 방으로 걸음을 옮긴 나는 그래도 오전보다는 나은 분위기 속에서 기본 펌 시술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염색은 간단하게 한번만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것만 하는 것만으로도 퇴근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수고했다. 내일 시험 잘 쳐라."

꼬붕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고 뒷정리를 하려던 나에게 그냥 놔두고 원장님께 인사드리고 퇴근하라면서 나를 자신의 방에서 밀어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원장방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요."

"원장님 저 퇴근하겠습니다."

"오늘 수고했어요. 영일군 내일 시험 잘 치고 주말은 집에서 쉬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다음 주에 뵐게요."

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자 퇴근하기 위해 내려오던 환타지아 무리들과 마주쳤다.

"영일아 시험 잘 쳐라."

"떨어지면 이번에는 내가 연습시켜 줄게."

"말이라도 떨어진다는 소리는 하지 말세요. 진짜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책임질 거예요?"

20번방 형의 떨어지면 이라는 말에 '욱' 해서 소리를 지르자 옆에서 내 팔을 잡으며 성격 좋은 네가 참으라면서 말렸다. 사실 옆에서 말리지 않았더라도 20번방 형에게 주먹을 날릴 생각은 없었지만 나는 말려서 어쩔 수 없이 참는다는 듯한 액션을 취하면서 돌아섰다.

20번방 형이 미안하다며 저녁을 사겠다며 내 뒤를 쫓아왔다. 뿌리치던 나는 못 이기는 척 형의 손에 이끌려서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네가 원하는 거 시켜 내가 쏠게."

삼겹살집에 들어와 놓고는 큰 소리 치긴... 가만히 있자 여기서 제일 비싼 것이... 여기 있네.

"이모 여기 항정살 삼 인분 주세요."

내가 그렇게 소리치자 20번방 형이 깜짝 놀라며 메뉴판을 뺏어갔다. 하지만 자기가 조금 전에 큰 소리쳤기에 다른 말은 못하고 그냥 메뉴판의 가격만을 한참 노려보고 있었다. 삼겹살집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 항정살은 사실 자주 먹어보지 않은 메뉴였지만 지난번에 먹어보았을 때 느낀 점은 역시 비싼 고기라서인지 맛있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항정살이 나오고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으려고 하는데 형이 내 손목을 붙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기에 술이 빠지면 되냐?"

"난 고기만 먹어도 되요."

"그러지 말고 소주랑 같이 먹자."

소주 한 두잔 쯤은 피로도 풀리고 잠도 잘 올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형은 바로 소주를 한 병 주문했다. 고기를 먹으면서 소주를 한 병 마시고 형은 다시 소주를 주문했다.

"형 나 내일 시험이에요."

"야 사실 너 전국대회에서도 대상 탔는데 그까짓 시험이 뭐라고 이렇게 쫄았냐? 걱정 마 너 정도면 한방에 붙어."

"아니면 어쩔래요?"

"걱정 말래도 오늘은 이거 마시고 푹 자면 되. 야 사실 우리 둘이 소주 한병 가지고 둘이서 10병 정도는 마셔야 아 먹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텐데 안 그렇냐?"

듣고 보니 그렇긴 하다. 나는 혼자 5병은 너끈하게 마시니까 형은 기분에 따라 주량이 좀 왔다갔다 해서 문제이긴 하지만...

"그럼 딱 한 병만 더 마셔요."

그렇게 두병의 소주를 마시고 나니 고기가 모자랐고 다시 항정살로 삼인분 추가해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야 항정살 맛있네."

"형한테 맛없는 고기도 있어요?"

"하긴 나는 고기라면 다 맛있더라."

어느 사이엔가 두 번째 소주가 동이 났고 나는 바로 밥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20번방 형도 더 이상은 술을 마실 생각이 없는 건지 밥과 같이 된장찌개를 먹고는 삼겹살집을 나왔다.

20번방 형과 나는 삼겹살집에서 나오고 나서 바로 헤어졌다. 물론 내일 시험 잘 치라는 인사과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고는 화기애애한 상태에서 헤어졌고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옥탑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빠"

내 앞을 막으면서 나를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수진이었다.

"어 너 웬일이야? 난 막 저녁 먹고 집에 가는 길인데."

"오빠 내일 시험이라면서요?"

"응 미용사자격증 실기시험 있어. 삼일 전에 필기시험 쳤었거든."

"이거 주려고 왔어요."

수진이가 내 앞으로 내민 것은 작은 상자였다.

"이거 뭐야?"

"나중에 집에 가서 열어봐요. 난 그만 갈게요."

"조심해서 가."

아직 늦은 밤은 아니었고 술을 먹은 상태에서 데려다주겠다고 나서는 것보다 그냥 혼자 가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나는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수진이는 못내 서운한 것인지 한참을 우물쭈물 거리다가 인사를 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환타지아는 이미 문이 닫혀 있었고 나는 건물 뒤로 돌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상자가 궁금해서 흔들어 보니 뭔가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상자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뜬금 없이 무슨 상자를 준 거야?

결국 상자를 싸고 있던 포장지를 뜯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초콜릿과 찹쌀떡이 들어 있었다. '참 나'내가 수험생인줄 아나? 그러면서도 나는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찹쌀떡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래도 말로만 시험 잘 치라고 하는 것보다 성의가 있어서 좋네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긴 오늘은 딱히 기분 나쁜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 옥탑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깨끗이 정리 되어 있어서 백진아가 왔었다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상자를 협탁에 얹어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서 아랫도리에 수건을 두르고 방으로 가서 옷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최영일입니다."

[영일아 내가 오늘 일이 생겨서 그냥 갔었는데 연습 열심히 했지?]

"당연하죠. 내일 시험인데."

[시험 잘 치고 내일 실수해서 떨어지면 너 나랑 합숙훈련 들어가는 거다.]

"알았어요. 꼭 붙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넘버투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서 나는 팬티만 하나 찾아 입고는 침대에 누웠다. 소주를 한 병 먹어서인지 잠이 술술 잘 왔다.

뭔가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억지로 눈을 떠야만 했다.

'뭐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사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반복해서 나고 있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이 시간쯤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원하지 않던 소음 때문에 잠을 깨서인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소음의 원인을 알게 된 내 기분은 더욱 가라앉았다. '아니'이 미친놈들... 딱 이 심정이었다.

환타지아 무리들이 5분 간격으로 문자를 보내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새벽부터 할 일도 없는 것인지. 다들 짜기라도 한 것인 듯 차례로 날아오는 문자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침대에 폰을 던져 놓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옷을 입고 있는 중에도 문자는 계속해서 왔다. 저렇게 울리다가는 배터리가 다 닳을 것 같아서 충전지에 꽂아두고는 아침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갔다.

시험을 쳐야하니 든든하게 아침을 먹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쌀을 씻어 밥통에 넣고 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김치와 햄, 얼마 전 먹다 남은 여러 가지 재료들을 넣어서 일명 부대찌개를 끓이고 나서 보니 밥통에서 김이 나고 있었고 찌개를 식탁으로 옮기고 밥통에서 밥을 떠와서 먹었다.

부대찌개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가려다가 나중에 시험 치고 와서 하자는 생각이 들어 그냥 놔두는 가방에 책을 넣어 어깨에 메고 옥탑방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다가 보니 폰을 안 가지고 와서 다시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보니 아직까지 문자가 날아오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모조리 스팸번호 처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 많은 인원의 스팸 문자 처리가 더 귀찮을 것 같아서 폰을 뒷주머니에 꽂아 넣고는 옥탑방을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 나오다가 보니 출근하고 있는 환타지아 무리들 몇이 보였고 나는 슬쩍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 피해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으로 가는 버스는 문자 알림음이 2번 울리고 나서야 도착했고 그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내려서면서 시험장 안에서도 문자가 오면 안 될 것 같아서 막 폰을 끌려고 했더니 그제야 문자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장장 78개의 문자가 도착했다는 표시가 깜빡 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폰을 가방 속에 쑤셔 넣고는 시험장 안으로 들어섰다.

실기평가는 한 고사장에 들어간 50명의 인원이 동시에 진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기본 컷 중 하나와 기본 펌 중 하나, 일부 염색까지 전 과정이 두 시간 반의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 안배. 시간 내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바로 실격처리가 되기 때문에 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펌에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컷과 염색은 가능한 빨리 해치우기로 결정했다.

시험관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험이 시작되었다. 다들 자신의 앞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물품을 정리하고 곧바로 스타일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실기시험이다가 보니 간혹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내 옆의 시험생은 머리를 고정하는 헤어핀이 부서져 버려서 작은 비명을 질렀고 시험관은 그런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헤어핀이 하나쯤 부서져도 스타일링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아마도 내 옆의 시험생은 무사히 실기시험을 끝내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그녀의 비명소리에 잠시 한눈을 팔았던 나는 다시 내 앞의 과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시간 내에 모든 스타일링을 끝낼 수 있었다. 시간 내에 끝내기만 해도 벌써 반 이상은 합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내가 스타일링을 끝내 놓고 검증을 해 보니 나름 괜찮아 보였다.

"그만 이제 다들 손 떼고 뒤로 물러 서세요."

시험관이 시간이 되자 스타일링을 하고 있던 시험생들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말했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몇 명은 여전히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마무리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실격처리 됩니다."

그러나 끝내지 못한 시험생중 한명이 울음을 터트렸다. '아니'이 시험이 일년에 한번 있는 국가고시도 아니고 다달이 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달에 떨어졌으면 다음 달에 치면 되는 것이지... 물론 이건 내가 붙었다는 가정 하에 한 생각이었고 만일 내가 떨어진다면 나도 울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넘버투와의 합숙훈련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눈물을 펑펑 쏟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합격발표는 삼일 후였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삼일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쉬기로 하고 옥탑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밥보다는 잠이 자고 싶었다.

딱히 밤을 세운 것이 아닌데도 시험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니 긴장이 풀린 것인지 잠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려다가 택시를 타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에도 눈꺼풀이 자꾸 눈을 덮었고 나는 겨우 옥탑방까지 걸어올라 갈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가방을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발을 질질 끌면서 소파로 가서 바로 누워 버렸다.

역시나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시험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것인지 난 눕자 마자 잠이 들었다. 한참을 달게 자고 있었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진짜'잠도 못 자게 하냐? 이번엔 또 뭐야?

"영일아 문 열어."

'쾅 쾅 쾅'

"문 좀 열어봐."

폰도 같이 울리기 시작했다. 우선은 시끄러운 폰을 들어서 배터리를 뽑아 버렸다. 그리고 누워 있던 소파에서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었다.

"야 집에 있으면서 이제야 문을 여냐? 문을 얼마나 두드렸는지 손이 다 아프다."

"뭐예요?"

"시험 끝났잖아."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시험 끝났으면 놀아야지. 가자."

20번방 형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진짜'이게 미쳤나.... 하지만 내가 옥탑방을 나서니 마당에는 환타지아 무리들이 서성거리며 서 있었다.

아니 뭐야? 그러니까 단체로...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 나는 그 무리들에게 이끌리어 세모클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아르너미스님, 비밀이야~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GODTOP님, 블로우스트님, 하야토카자미님 감사드립니다.

요즘 감기는 목소리가 안 난다네요. 전 감기는 아니지만 주위에 감기가 걸린 사람이 있어서요... 독자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그럼 오늘도 즐감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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