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60화 (160/236)

< -- 2학년 2학기 -- >

이런 광란의 밤을 보냈으니 다음날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게 당연한 노릇이다.

시험공부를 제대로 못한 것뿐 아니라 숫제 시험을 치려고 시험지를 보는데 백진아의 벌거벗은 그 곳이 그려진다면 이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그런걸 알면서도 매번 시험 때마다 이런 형국이니... 거절하거나 쫓아내지 못하는 약한 내 마음을 탓해야지. 백진아 탓을 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오늘은 과목이 두 과목 밖에 없었던 터라 어떻게든 시험을 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징크스도 아니고 왜 꼭 시험 때만 되면 그동안 얼굴 한번 안 비추던 인간들이 나타나서 시험공부를 못하게 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답안작성을 끝냈다. 학교에 있어봐야 도서관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하여 누군가가 족보를 만들어 줄 것도 아니고 해서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서 바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다행히 오전에 시험이 모두 끝났던 터라 집으로 가서 내일 시험칠 과목을 공부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옥탑방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영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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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반갑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 소리가 그닥 반갑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상을 쓸수도 모른체 할 수도 없으니 그저 꾸벅 인사를 할 수밖에...

"네 선배 안녕하세요."

"시험 기간 아니야?"

"시험 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집에서 공부하려고? 나 도서관 자리 맡아 둔것 있는데 같이 안 할래?"

순간 내가 미쳤니? 라는 말이 입에서 나갈뻔 했다. 피해 다녀도 이렇게 재수 없이 만나지는데 일부러 얼굴 맞대고 공부를 하자고?

"전 집에서 공부하는 게 더 집중이 잘 되요."

참 특이한 사람을 본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던 이민정은 그럼 할 수 없지라고 하면서 잘 가라고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민정의 시선을 느끼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설사 나한테 어느 정도 피해를 준다고 해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라면서 넘겨 버리는 성격 탓에 크게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게 이민정은 내게 큰 피해를 준 적이 없는데도 싫었다. 뭔가 안 맞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냥 내 일에 대해서 모른 체 하면 될 것을 사사건건 간섭을 하려고 하는 저 오지랖 때문에 피하려고 해도 피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러다간 언젠가는

'네가 뭔데 간섭하냐?'

라고 큰소리를 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버스정류장에 잠깐 앉아 있다가 보니 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점심시간인데싶어서 밥을 먹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버스를 보내고 근처의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학교 근처라 싸고 양이 많은 식당이 몇 군데 있는 터라 나는 평소에도 자주 가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순두부백반 하나 주세요."

시험기간이라서인지 생각보다 학생이 많지는 않았다. 지금쯤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구내매점이나 구내식당이 바글거릴 것을 생각이 들었다.

혼자 먹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바글거리는 사람들 중에서 혼자 먹는 것보다 지금처럼 조용한 곳에서 혼자 먹는 것이 더 좋았다. 손님이 얼마 없어서인지 주문한 순두부백반이 금방 나왔다.

후루룩거리며 밥을 먹어치우고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오는데 저 멀리서 내가 탈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달려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나는 무사히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배부른데다가 버스를 타기 위해 달려서인지 버스 안에서 헐떡거리다가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렸다. 내리고 나서 큰 숨을 몇 번 쉬고 나서 옥탑방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환타지아에 들리려고 하다가 또 넘버투한테 잔소리나 듣지 싶어서 일부러 멀리 돌아 옥탑방으로 가고 있었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내 앞을 '턱' 하니 막아선 꼬붕을 보니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시험치고 오는 길이냐?"

"네"

"점심은?"

"먹었어요. 근무 안하고 여기서 뭐하세요?"

"손님 차까지 배웅해 드리고 들어가는 길이야."

"........"

"너도 알지 이회장님 말이야 오늘 오셔서 너 찾던데 내가 시험기간이라서 당분간 안 온다고 하니 섭섭하다고 하시더라 내가 태경이방에 넣어드렸어."

"........."

"다음에도 한번 보자시더라."

'우욱'진짜 미친...

"됐어요. 다음부터 저는 그런데 안 갈래요."

"야 이게 다 널 위해서야. 너 나 아니면 그런 분들 만날 수나 있을 줄 알아?"

"만날 수 없겠죠."

"그럼 고맙다고 절은 못할 망정 뭐가 어쩌고 어째?"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머릿속을 때렸고 진짜 이걸 한 대 쳐야하나 말아야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떡대가 꼬붕을 불렀다.

"구선생님 전화 왔어요."

"알아서 들어갈게. 영일이 너 은혜를 이렇게 갚는 거야? 앞으로 조심해 이번 한번만 봐주는 거야. 그러고 내가 부르면 재각재각 나오고 알았어?"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꼬붕은 환타지아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아 진짜'저 새끼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 없나?

순간 푸른 용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기껏 저런 새끼 하나 처리해 달라고 푸른 용한테 부탁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계단을 올라가 현관문을 열고 옥탑방 안으로 들어섰다.

어젯밤 광란의 밤을 보낸 흔적이 이곳저곳에 남아 있었다. 현관을 들어가려다 주춤 멈춰섰다.

바로 백진아가 내 바지를 내려 페니스를 물었던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내일은 시험이 세과목이다. 그리고 모레 한 과목을 치고 나면 시험은 끝이 난다. 이왕이면 좀 균등하게 나눠서 치면 좋을텐데.. 그것도 아니면 확 몰아서... 아 그건 더 아니구나.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다행이 오전 시험 때와는 달리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갑자기 폰이 울리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시끄럽게 울리는 폰을 외면할 수 없어서 주머니에서 꺼내서 열어보았다. [영일씨 우리 파티 해요. 시간 되면 올래요? 여기 유명 클럽인데 영일씨도 잘 아는 세모클럽]'아씨'이 인간들은 왜 시험기간만 되면 사람을 시험 들게 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파티라니? 무슨 파티?

궁금했다.

궁금해서 손이 근질거릴 지경이었지만 다시 폰을 내려 놓고는 책을 들었다. '안 돼'자기들이 파티를 하던 말던 내 알바 아니잖아. 안 그래?

무시하려고 애 쓰며 책을 보고 있는데 다시 폰이 울리고 있었다.

[나하고 백진아하고 이유진 우리 셋이 있어요. 안 올거예요? 진짜로]나는 이 문자를 확인하자 말자 바로 옥탑방에서 튀어 나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옷을 갈아입고 달려나갔다.

이유진이 있다면 꼬붕을 엿먹일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뜻이기에... 시험은 우선 그 후에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시험은 8번의 기회가 남아 있으니.. 어차피 장학금을 탈 생각은 애초에 버린 생태였고 그저 C학점 이상만 받자라는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지금은 낮인데... 파티를 벌써부터 하는 건가라는 생각은 세모클럽을 도착해서 입구를 들어가면서 난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와서 나를 안내해서 룸으로 가자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연예인인데다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려면 오히려 이 시간대가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쪽 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를 룸까지 안내해 준 직원이 돌아갔고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술을 어지간히 마신 건지 흐느적거리는 지윤경이 보였다.

"어 영일씨 왔네요."

그래 왔다.

오라고 문자를 보내놓곤 내가 오니까 놀라는 건 또 뭐지?

"내가 시험기간이라서 안 올거라고 했거든요."

옆에 있던 백진아가 입을 열었다.

"아니 시험 대충 마무리되었어. 한과목만 더 치면 돼."

시험을 포기하고 왔다고 하기엔 뭔가 심히 뻘줌함이 느껴져서 그렇게 둘러댄 나는 일부러 이유진의 옆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그렇네요. 요즘 다들 바빠서 그런가 봐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보면서 말을 하는 이유진의 손에는 지난번 꼬붕이 프로포즈를 하며 주었다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든 생각은 '바로 저거야' 라는 것이었다. 꼬붕에게 완전 직격타를 먹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 말이다.

"나도 한 잔 줘."

내 말에 배시시 웃은 지윤경이 술잔을 내밀었다. 내가 술잔을 받아 들자 지윤경과 백진아가 동시에 술을 부어주었다.

지윤경은 맥주를 백진아는 양주를 그렇게 폭탄주를 받은 나는 단숨에 술을 마셨다. 너무 빨리 마셔서인지 식도가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소파 등받이게 손을 얹은 채 이유진을 보면서 눈짓으로 과일안주를 가리켰다.

이유진은 사과를 하나 집어서 내 입안에 넣어주었다.

"그런데 이거 무슨 파티야?"

"진아언니 영화 찍은 거 대박나라는 기원 파티요."

'참 나'파티 할 일도 없나 보네. 뭐 대박 기원 파티... 왜 대박제라도 지내지.

"그래 영화 찍고 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아니 사실은 나 영화 찍느라 그동안 다들 못 만나서 영화 쫑 파티겸 해서 같이 모인거예요."

백진아가 입을 열어서 지윤경의 말에 보충설명을 덧붙였다.

"축하해."

내가 백진아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마치 어제 보지 못했던 것처럼 말을 하자 백진아가 내게로 시선을 맞추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고맙긴 뭘 당연한거지 그리고 이왕이면 영화 대박 나라."

내와 백진아가 이렇게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데 지윤경이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겨와서 내 팔에 찰싹 붙더니 내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영일씨 진아언니 이번 영화에서 파격씬 찍었대요."

'파격씬'나는 눈으로 백진아의 모습을 쫓기 시작했다. '설마'그래서 옥탑방에서 와서 내 페니스를 빨았던 건가?

"완전 진하다던데요."

"봤어?"

"아뇨 전 아직."

나와 지윤경이 계속 귓속말을 주고받자 맞은편의 백진아도 내 옆의 이유진도 불편한 듯이 헛기침을 했다. 지윤경은 백진아의 얼굴을 살피더니 다시 백진아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는 백진아의 귀를 잡고 뭐라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를 보고 있던 백진아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백진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면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뭐라고 했어?"

백진아가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윤경에게 물었다.

"별말 안 했어요."

"그런데 왜 저렇게 뛰어나가는 거야?"

"그거야 나도 모르죠."

지윤경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결백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런 지윤경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진아 언니도 데리고 오세요."

지윤경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 나는 화장실로 가는 복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손님이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터라 복도에도 아무도 없었다.

남자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는 밖으로 나왔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는 여자화장실 앞으로 다가가 닫힌 문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물을 틀어놓은 소리가 나는 것을 봐서는 백진아가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여자화장실이라는 생각에 복도로 나와서 백진아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자 여자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백진아가 나왔다. 복도로 나오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서성이는 것이 다시 화장실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백진아의 손목을 잡아 끌고 복도를 걸어가 비어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

"너 어제 나한테 온 거 무슨 이유가 있어서야?"

"아니 그런 거 없어요. 영화도 끝나고 시간이 되니까 간거죠. 한동안 못 봤었잖아요."

그 말을 하면서도 내게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걸 보니 무슨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인것 같았다. 지윤경이 아까 말한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일까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찍은 영화 혹시 포르노야?"

"그런 건 아니예요."

"사실대로 말해. 이미 다 들었어."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는 백진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챠베스님, 이비앙님, 힘들다힘들어님, 윤하내꼬야님, 비밀이야~님, 멍충대마왕님, GODTOP님, 애독자C님, 해동풍님, 똥색사탕님, 현오님 감사드립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요....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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