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62화 (162/236)

< -- 2학년 2학기 -- >

옆에선 백진아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술만 연거푸 마시는 것을 봐서는 얼마 안 있으면 정신을 놓을 것처럼 보였다. 나는 지윤경을 더듬지 않고 있는 손으로 바지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내었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서 앉아 있는 이유진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기 시작했다.

당장 이유진이나 꼬붕을 어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꼬붕은 밉지만 순진하고 착한 이유진을 상대로 크게 뭔가를 해야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꼬붕에게 큰 타격을 줄만한 뭔가를 노리고 있던 터라 이유진의 모습을 찍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 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런데'이유진 재는 왜 저러는 거야?

사실 술을 많이 먹었고 거기다가 내가 좀 만져주고 빨아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저런 행동을 하다니... 그러고 보니 완전 맛이 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얼마 후 이유진은 치마를 걷어 올린 채 잠이 들었다. 지윤경이 갑자기 내 혀를 깨물었다.

/17 쪽174아마 자신과 섹스를 하면서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내 시선이 뒤로 향하는 것을 느꼈는지 입술을 떼어내고는 허리를 틀어 뒤를 돌아보았다.

"흐응"

그 바람에 페니스가 꽉 물린 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지윤경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유진이 언제부터 저런 거예요?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네."

"그렇지? 집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남친한테 연락해줘야겠네요."

"연락처 알아?"

"폰에 있어요. 지난번에도 몇 번 데리러 온 적 있어서 알아요."

'뭐야?'

자상한 남자친구역할이라니 왠지 꼬붕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윤경이 폰으로 문자를 보냈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꼬붕이 도착했다.

"넌 여기 언제 왔냐?"

"좀 전에요."

"시험 기간이라서 공부해야한다고 하지 않았었냐?"

"잠시 쉬고 있는 거죠 이제 막 가려고 했어요."

꼬붕이 오기 전에 지윤경과의 섹스를 끝내고 옷을 정리해 입고 이유진의 옷도 정리해 두었다. 그 덕에 꼬붕은 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슬쩍 웃음이 나왔다.

"왜 웃냐?"

"그냥요. 기분이 좋네요."

시간을 보니 퇴근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아마도 지윤경의 문자를 보고 일찍 나온 모양이었다. 꼬붕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진을 안아서 룸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나도 그만 가야겠다."

"벌써 가려고요?"

"시험 준비도 해야하고 1월달엔 대회에 참가해서 그 준비도 해야하거든. 나 바쁜 사람이야 이렇게 부른다고 올 수 있고 그런 사람 아니야."

지윤경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손을 내젓고는 술을 마시고 있는 백진아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만 파장하죠."

"그래 다음에 보자."

지윤경과 백진아를 룸에 내버려두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떡대 하나가 문앞을 지키고 있다가 내가 룸에서 나오자 따라붙었다.

"뭡니까?"

"이사님께서 클럽 안에 계실 땐 주위를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하긴'지난번에 약 먹고 스트립쇼 했던 일을 잊을 리가 없겠지.

"이제 갈거니까 안 따라와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살펴가십시오."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떡대는 곧 복도 반대편으로 걸어가 버렸다. 나는 바로 세모클럽의 입구 쪽으로 걸어나왔다. 술 깨고 정신을 차리려고 차를 타지 않고 옥탑방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벌써 가십니까?"

언제 나온 것인지 푸른용의 오른팔 쯤 되는 떡대가 내 팔을 잡았다.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요."

"네 그럼 조만간 한번 찾아오십시오."

급한 것처럼 잡더니 바쁘다고 하니 선선히 보내주었다. 술을 먹어서인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는 천천히 걸어서 옥탑방으로 도착했다.

환타지아 식구들은 다들 퇴근하고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일부러 환타지아에 들리지 않고 바로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당연히 기말고사는 잘 칠 수가 없었다.

마지막의 하루만 빼고는 시험공부를 방해하는 일들이 생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시험이 끝난 것에 만족하면서 겨울방학을 맞고 있었다.

방학의 시작과 더불어 함께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준비를 시작해야만 했다. 일본에는 말도 통하지 않는 터라 더욱 긴장이 되었고 거기다가 같이 가야하는 인간이 꼬붕이라는 것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국제대회에서 입상만 하게 되면 더 이상의 스펙은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학을 갔다오기도 하지만 현재 나의 처지를 생각해 봤을 때 유학까지 가서 더 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인 것은 더 이상 이론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 유행중인 헤어스타일에 대해 배우고 실습을 해야 해서 그것만으로도 공부해야 할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거기다가 일본 쪽에서 유행한다는 화장술까지 배워야했다. 국제대회라서인지 다행히 모델까지 같이 갈 필요는 없었다.

모든 모델은 유니폼이 같은 상태로 대회를 진행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가능한 모든 조건을 동일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엔 스타일링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다.

대회 경험이 몇 번 없긴 하지만 앞에 출전했던 대회를 생각해 보니 모델과 호흡이 맞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부 같은 조건이라면 크게 밀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에 가기 때문에 일본의 간단한 일상용어 정도는 배우고 가야한다며 넘버투는 기본적인 문장 몇 개를 외우도록 했다. 그런데 그 문장이라는 것이

'안녕하세요?'

,

'고맙습니다.'

같은 것이 아니라 '고개를 오른쪽으로',

'고개를 드세요.'

, '미소 지으세요,' 등이었고 대회를 참가해서 모델과의 대화 시에 필요한 용어를 외우도록 했다. 왜냐면 대회장 안에는 본인과 모델 이외에 다른 인원이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만일 다른 인원이 들어가면 실격처리 된다고 하면서 기본적인 지시부분은 미리 외우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 말고 모델에게 크게 따로 말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나는 넘버투가 가르쳐 준 문장 몇 개만 열심히 외웠다. 사실 넘버투는 일본에 유학까지 다녀온 유학파였다. 그래서 나는 넘버투에게 같이 일본을 다녀오자고 졸라대었지만 쌍둥이를 임신한 부인이 산달이 다 되어간다는 이유로 갈수 없다고 딱 잘라서 거절하니 더 이상 조를 수도 없었다. 그렇게 결국 나와 꼬붕의 일본행이 확정되었고 나는 당연히 스킬을 익히기 위해 매일 저녁 환타지아에 남아서 넘버투와 꼬붕이 요구하는 스타일링을 완성해야만 했다.

물론 완성을 못했을 때는 구타까지는 아니지만 심한 구박과 함께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잔소리를 들어야했고 완성을 했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질을 당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이젠 대회고 뭐고 그냥 빨리 끝나기마나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대회 참여 경비를 원장이 대준다는 것 정도였다. 대신 입상을 해서 상금을 타게 되면 다시 게워내야했지만 그것만 해도 어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을 처음 가 보기에 모든 준비는 꼬붕이 맡아서 하게 되었다. 꼬붕은 능숙하게 모든 일처리를 해내었고 내가 같이 다닌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도 않았겠지만 나는 대회준비로 바빠서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매일 넘버투에게 구박받고 종종 원장이 거들고 심지어 가끔 환타지아에 들리는 세라장까지 한소리를 해 대었다. 이번 일본에서 여는 국제 대회에 달나라에서 출전자가 없다고 하면서 달나라의 입상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훈수를 드는데 완전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대회출전 날 이틀 전 나와 꼬붕은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대회출전 날보다 이틀이나 빨리 가는 이유는 꼬붕이 알고 있는 일본의 유명 헤어숍을 방문해서 식견을 넓혀 준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고 난 후에도 삼일 간 더 채류하면서 일본의 유명 헤어숍을 방문할 일정을 짜두었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도착해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대기하는 시간이 비행기에 올라타 하늘을 날아가는 것보다 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본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가지 수속을 밟고 나서 준비되어 있던 차로 이동해서 일주일간 묶게 될 호텔에 도착했다.

오전 일찍 출발했는데도 오후 늦게서야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 수 있었다. 일본이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루만에도 일본을 왔다갔다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겨우 도착한 것만으로 피곤해서 침대위에 누워버렸다.

"야 일어나."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한숨 자고 나가면 안 돼요?"

"누가 보면 너 일본에 온 게 아니라 미국에 간줄 알겠다. 일본은 시차적응도 필요 없거든. 엄살 그만 부리고 일어나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거든."

"알았어요."

끝내 침대에 눕지 못한 나는 짐만 호텔 방에 놓아두고 꼬붕에게 질질 끌려 밖으로 나갔다. 일본말을 모르는 나는 그저 꼬붕이 끌고 가는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혹시라도 꼬붕을 놓치게되면 국제적인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전의 피곤함을 날려버리고 잔뜩 긴장해 있어야만 했다. 손님들은 많았다. 그렇지만 펌이나 염색을 하는 손님보다는 간단한 커트 손님이 많았고 VIP 손님으로 되어 보이는 몇몇 부류만이 펌과 염색을 하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과 같이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었다. 한국보다 좀 더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

보통 한국에서는 여자들의 헤어스타일이 거의 비슷하다.

거기가 거기인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좀 나아졌지만 대부분의 여고생들의 헤어스타일을 보면 긴 단발에 앞머리를 내린 형태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헤어스타일만 봐도 여고생인지 아닌지 구분이 될 정도였다.

그런 것처럼 여자들의 헤어스타일이 평준화 되어있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독특한 헤어스타일들이 눈에 띄였다. 하긴 미용실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 나는 곧 기계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혹시 원장님 어디 가셨어요?"

미용실 내부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전원장과 꼬붕이 보이지 않아서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잠시 밖에 나가셨습니다."

"손님은요 같이 가셨나요?"

"같이 가신 것 같은데요."

'아씨'뭐야? 왜 나 혼자만 두고 가는 거야?

미용실 직원들은 한국 사람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 와보는 미용실에 버려두고 가다니... 어쩌면 한달전 세모클럽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복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미용실로 돌아온 꼬붕이 보였다.

"어디 갔다 오는 거예요?"

"잠시 밖에 나갔다 왔는데 넌 다 둘러봤어?"

"네"

"그럼 가자."

나는 전원장과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꼬붕은 자주 왔던 모양으로 간단하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배 안 고프냐?"

"배 고파요."

"그럼 밥 먹으러 가자."

꼬붕의 밥먹으러가자는 소리가 너무 반갑게 들렸다.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배가 고팠다. 그래서 가능한 빨리 밥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걷기 시작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꼬붕은 식당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밥 먹자면서요?"

"지금 가고 있잖아."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거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나에게 꼬붕은 일본에 왔으니 적어도 유명한 음식점을 가봐야하지 않겠냐며 자신이 아는 식당중 가장 맛있는 초밥집으로 데리고 가주겠다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어차피 배속에 들어가면 이거나 저거나 마찬가지인데 가까운데 아무데서나 먹으면 될걸 굳이 차를 타고 걸어서 멀리까지 가야하는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꼬붕을 따라갔다.

아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일본말이라도 할 줄 알면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밥을 먹겠지만 일본말이라고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세요.'

'고개를 드세요' 이런 것밖에 모르니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주문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뒤에 꼬붕이 말한 식당에 도착했다. 그러나 식당밖에서 줄을 서서 40분 이상을 기다려야했다. 그나마 오늘은 줄이 짧은 거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꼬붕의 머리를 돌로 내려찍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일본말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40분 후에 들어가서 주문해 먹은 초밥에 내가 평생 먹어본 음식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인 것 같았다. 장장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에 먹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꼬붕의 말대로 초밥이 본래 맛있기도 한 모양이었다.

배불리 먹었다고 말할 수 없는 양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꼬붕이 타코야끼를 사서 손에 들려주었다. 그것까지 먹고 나자 배가 어느 정도 차서 좀 느긋한 표정으로 식당주위를 구경할 수 있었다.

"술 한잔 하고 들어갈래?"

"술요?"

"긴장도 풀겸 피곤할 땐 한잔 마시고 자는 게 오히려 좋아. 거기다 너 내일은 푹 쉴 거니까. 오늘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 말로 일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내일 모레 그냥 대회도 아니고 국제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터라 술을 먹기가 부담스럽다고 하니 꼬붕은 나를 호텔의 룸으로 데려다주고 자신은 술을 한잔 마셔야겠다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안돼임마님, 챠베스님, 끝없는여행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애독자C님, 해동풍님, 비밀이야~님, GODTOP님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일본으로~~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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