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에 가다. -- >
딱 봐도 이건 여자를 강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꼬붕은 여자가 자신의 페니스를 입에 물고 움직이자 안정을 찾은 것인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 상황플레이야. 지금 버스 안에서 섹스 플레이를 하는 중이고 너도 저기 서 있는 여자 중 마음에 드는 여자하고 해. 여자가 반항하는 것도 다 설정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봐 다른 사람들은 여기 신경도 안 쓰잖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아무도 꼬붕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지금 이 플레이가 대기 손님이 없다고 해서 이걸로 한 거야. 나는 버스를 타 본 적이 없어서 이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잠시 후 꼬붕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여자의 입안으로 사정을 하는 듯이 보였다. 여자의 머리를 페니스 쪽으로 꾹 누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대신 버스 안에 있는 여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다니지 않는 꼬붕과 다르게 나는 버스를 자주 타고 다닌다. 버스 안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상상한 적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17 쪽176꼬붕의 페니스를 빨고 있는 여자 말고 두 명의 여자가 더 있었다. 한명은 긴 머리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로 청순해 보이는 스타일이었고 다른 한명은 짧은 미니스커트에 머리를 말아 올리고 있는 상태였다.
꼬붕 쪽을 흘깃 돌아보았다. 여자의 상체를 의자에 처박은 상태에서 여자의 바지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여자 쪽으로 페니스를 박아 넣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청순하게 생긴 여자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자는 한 손으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다른 한손에는 책을 들고 읽고 있었다. 나는 뒤로 다가가 여자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내 옆으로 남자 셋이 다가와 나와 여자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려주었다. 그러니 진짜 같았다. 남자들도 즐기는 듯 나와 여자를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처럼 있던 여자가 내 손이 가슴을 움켜쥐자 놀라며 책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내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틀었다. 나는 가슴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면서 여자의 치마를 걷어서 다리를 더듬기 시작했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기 위해 움직이자 옆에 서 있던 남자들이 여자를 잡았다. 나는 가슴을 움켜쥐었던 손을 놓고는 여자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여자의 뒤에서 제대로 젖지도 않은 여자의 속으로 페니스를 박아 넣었다.
이번의 비명은 진짜였다. 옆에 서 있던 남자들이 여자의 옷을 찢어서 벗기더니 여자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흥분시키기 위해서 인 것 같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평소에 여자들을 핥는 일을 많이 해서인지 이렇게 단번에 박아 넣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차츰 여자의 속살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움직임이 훨씬 편해졌다.
얼마 후 여자의 안으로 사정을 하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꼬붕은 여자 둘을 상대하고 있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언제 데려간 것인지 자신을 핥게 하면서 청바지를 입고 있던 여자의 엉덩이를 잡고 그 여자 안으로 페니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너도 한명 더 불러줘?"
여유로워진 목소리로 말한 꼬붕은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남자에게 뭐라고 말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임이 멈춘 버스 안으로 스키니 진을 입은 늘씬한 몸매의 여자가 올라탔다. 여자가 올라타자 내 옆에 있던 남자가 여자를 끌고 와서 내 뒤에 세우더니 내 바지를 아래로 휙 내리고는 여자를 주저 앉혀 내 엉덩이를 핥게 했다.
"하윽"
앞으로 다가오는 자극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시 단단해 지는 페니스를 앞의 여자에게로 박아대기 시작했다. 나와 꼬붕은 네 여자에게 골고루 박아 주었다. 심지어는 옆에 있던 남자들도 여자들에게 박도록 하고는 그 모습을 구경하기까지 했다.
"여자 하나가 남자 넷까지 상대할 수 있어."
"진짜요?"
놀란 표정으로 꼬붕에게 묻자 꼬붕이 일본말로 지시를 했다. 내 페니스를 핥고 있던 스키니진의 여자가 남자들에게 끌려갔다.
남자 하나가 바닥에 눕자 그 위에 다리를 벌린채 여자가 앉혀졌고 그녀의 꽃잎 사이로 남자의 페니스가 삼켜졌다. 그녀의 뒤로 남자 하나가 자리를 잡더니 엉덩이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악몽과도 같은 그날 밤의 일이 떠올랐던 것이었다.
"으윽"
"왜 그래 흥분했냐?"
"그만 두게 하세요."
"왜 이제 시작인데."
"그만 두게 하라니까요."
"알았어."
꼬붕이 일본말로 뭐라고 소리치자 곧 남자들은 여자를 놓아주었다. 여자는 다시 내 쪽으로 다가와 풀이 죽은 내 페니스를 빨기 시작했지만 작아진 그것은 금세 일어서지 않았다.
"이제 그만 가요."
"그럴래? 나도 이제 괜찮아진 것 같네 그럼 가자."
꼬붕과 나는 버스에서 내려 욕실로 안내되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나와 꼬붕이 밖으로 나왔고 꼬붕은 계산을 했다.
아니 정확히는 계산이 끝난 카드를 받았다. 아마 들어가기 전 메이드에게 준 카드였던 모양이었다.
꼬붕은 카드를 받고는 주머니에서 일본 지폐를 꺼내 메이드의 가슴에 꽂아 넣어주었다. 올 때와 다르게 가벼운 걸음걸이로 꼬붕은 가게를 나섰다.
가게 밖에는 택시가 대기 중이었다. 택시에 올라타서 호텔로 돌아와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폰을 꺼내 보니 새벽 5시였다. 나는 눈을 감았다. 한참을 잔 것 같은데 일어나니 9시였다.
이미 일어나 있던 꼬붕이 침대에서 내가 일어나자 입을 열었다.
"아침 먹으러 가자."
너무나도 상쾌한 표정의 꼬붕을 보자 기분이 나빠졌다. 어젯밤의 그 일이 꼬붕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일부러 느릿느릿 움직이며 욕실로 들어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던 꼬붕에게로 갔다. 아무말 없이 룸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꼬붕은 호텔 내에 있던 음식점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방은 그닥 좋은 방은 아니지만 호텔 자체는 꽤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식당에서는 여러 가지 메뉴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아침으로는 한식인 된장찌개와 함께 제공되는 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반 공기쯤 비웠을 때 꼬붕이 입을 열었다.
"어제는 고마웠다."
"뭘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너 그 동영상 어디서 난거야?"
'뭐야?'
그거 이유진 영상이라는 거 아는 건가? 사실 그 동영상에는 얼굴은 안 나온다. 그저 초반에 가슴 쪽이 잠깐 나왔다가 나중엔 다리 사이만 찍었으니 다른 곳은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어두운 룸 안에서 찍었고 음악이 흐르고 있었던 터라 신음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었다. 사실 나와 지윤경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거 유진이지?"
'역시나'모를 수가 없지. 그날 데리러 오기까지 했었으니.
"그날 유진이랑 했어?"
"아니요. 지윤경하고만 했는데요."
화가 나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보다 꼬붕은 초조해 보였다.
"나 사실 유진이하고 한 번도 못했어."
'뭐야?'
그런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전혀 신빙성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말을 끝낸 꼬붕이 고개를 푹 숙이는 것으로 봐서는... 설마 진짜야? 그렇게 좋다고 생 난리를 치고 프로포즈하고 손에 반지까지 끼워줘 놓고는 도대체 왜?
"유진이가 싫대요?"
"아니 그 반대야. 좋아해 그래도 못하겠어. 아니 못했어."
"좋아하는데 왜 못해요?"
"이상하게 유진이하고 있으면 안 서."
'에엑'이건 또 무슨 소리야?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기절하는 것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고자 되는 것으로 바뀌기라도 한 건가?
"사실 유진이 만나고 나서는 가능한 다른 여자들하고는 안 하려고 애를 썼는데... 보다시피 나는 혼자는 해결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했어. 그런데 이젠 정말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미치겠어."
'진짜'꼬붕이랑 일본에 같이 오는 게 아니었다. 내가 일상대화 몇 개만 더 외웠더라도 꼬붕을 확 버리고 혼자 대회에 출전 할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애써 일그러지는 인상을 펴고 있었다.
"그래서요?"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하는 꼬붕을 보니 정말 답답해서 가슴이 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저 내일 대회거든요. 그거 준비하는 것만 해도 정신없어요. 이제 그만 하세요."
진짜 대회 준비를 도와주려고 온 것인지 아니면 방해하려고 온 것인지 그 목적을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이는 꼬붕을 보면서 나는 식당에서 나왔다. 호텔 안이기에 우리들이 묵는 룸을 찾아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룸의 카드키를 꼬붕이 갖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고 나는 룸 앞에서 꼬붕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 꼬붕이 룸으로 올라왔다.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를 본척만쳑 하더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닫히려고 하는 문을 열어 룸 안으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아 있었던 탓에 감각이 없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침대로 걸어가서 침대에 누워 버렸다.
꼬붕은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한 것인지 얼마 뒤 욕실에서 나온 꼬붕은 침대에 걸터앉았고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몸을 옆으로 돌려 꼬붕이 있는 반대편을 보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많이 잔 건 아니고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꼬붕은 소파에 앉아서 테이블 위에 있는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는 내 기척을 느꼈던 것인지 노트북에서 시선을 들어 내 쪽을 쳐다보았다.
"이쪽으로 좀 와."
잠이 덜 깬 상태여서 제정신이 아니던 나는 생각 없이 꼬붕에게로 걸어갔다.
"이것 좀 봐."
꼬붕이 보여준 화면에는 작년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했던 헤어디자인들이 소개가 되어 있었다. 그 중 대상작을 클릭하자 곧 동영상이 플레이 되었다. 스타일링 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어서 화면에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대상 받은 작품이야."
파격적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좀 더 실용적인 작품처럼 보였다. 어차피 모델들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상을 탄 작품은 그 모델을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었다.
스타일만으로 그 모델은 다른 모델들 사이에서 확연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냥 독창적이기만 하면 안 돼."
"그러네요."
역시 국제대회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 헤어디자이너가 지금 현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해. 어제 갔던 그 미용실보다 더 유명한 미용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미용실에 한 번 가볼래?"
나는 꼬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좀 전에 도와달라고 내밀었던 손을 냉정하게 거절했는데... 왜 날 도와주려고 하는 거지?
"어제 네가 도와 줘서 고마웠어. 그 보답이라기는 뭐하지만 도와주고 싶어."
"내가 무슨 도움을 줬다고 그래요?"
"결국 지키지는 못했지만 난 유진이 말고 다른 여자랑은 하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손님들의 접대 자리에 나 대신 너를 보낸 거였어. 네가 딱히 싫어하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이회장일은 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꼬붕은 노트북을 덮더니 소파에서 일어났다.
"우선 나가자. 점심 먹고 미용실에도 들렀다가 들어오자."
나는 꼬붕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점심은 소고기 구이를 먹기로 했다.
아니 꼬붕이 결정하고 소고기집으로 날 끌고 들어갔다. 역시 유명한 곳인지 맛이 좋았고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나자 나빴던 기분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다.
꼬붕은 나를 끌고 미용실로 갔다. 어제 간 미용실과는 차원이 틀렸다.
으리으리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꼬붕은 머리 컷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헤어디자이너에게 스타일링을 받으려면 일주일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며 오늘은 그 디자이너가 스타일링 하는 것만 구경해 보자고 말한 꼬붕이 머리를 컷하려고 자리에 앉았고 나는 천천히 미용실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대회 대상을 탔다던 디자이너를 찾아내었다. 검은 색 셔츠에 검은 색 바지를 입고 여자 손님의 머리를 스타일링 하고 있었다.
유명 미용실이지만 칸막이가 되어 있지 않아서 안에 있는 손님과 디자이너의 모습을 살펴보기에 좋았다. 잡지를 꺼내 읽는 척하면서 디자이너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디자이너를 관찰한다고 해서 내가 내일의 대회에서 대상을 타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젠장'나 왜 여기 있는 거야?
갑자기 든 생각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아직 컷 중인 꼬붕의 뒷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0천마왕0님, 비밀이야~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똥색사탕님, GODTOP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즐감하세요... ^^=====================================================================
< -- 일본에 가다.
-- >
꼬붕이 돈을 지불하고 있는 동안 나는 먼저 미용실을 나와 버렸다.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미용실에서 먼저 나와 있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꼬붕이 밖으로 나왔다.
"호텔로 가요."
"다른 미용실에도 한번 가보지 않을래?"
머리를 컷한 탓에 짧아진 헤어스타일이 어색한지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서 꼬붕이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쉬고 싶어요."
"알았어. 호텔로 가자."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오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룸을 나와 호텔의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호텔 주위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산책로를 따라 조각품과 여러 가/17 쪽177지 미술품 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주변의 자연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을 천천히 보면서 걸어다니다가 꽃잎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 벤치에 도착했다.
벤치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드키를 가지고 있던 나는 키로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갔다.
꼬붕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아마 어제밤 나처럼 한 숨도 못 잤기에 피곤하겠지. 하지만 나는 새벽녘에 잠을 자서 인지 잠이 오지는 않았다.
아니면 내일이 대회라니 긴장해서 잠이 안 오는 것일 수도 있었다. 자기 전에 가볍게 술을 한잔 마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녁때 반주로 술을 마시자는 생각을 하면서 소파로 가서 앉았다.
테이블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는 인터넷을 연결했다.
내일 열리는 대회의 대상수상작을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세련되면서도 도회적인 분위기의 스타일링 모습이었다.
거기다가 대회 때마다 다른 의상을 입고 나오는 모델에게 어울릴 수 있을 만한 소재를 생각해 내야만 했다.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꽃 이미지를 찾아보았다.
'흐음'바로 이거군.
지난 대회 때 대상수상작들의 공통점을 드디어 찾아내었다. 바로 그들의 주제가 자연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울리는 주제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만에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낸 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곧 노트북을 덮고는 자고 있는 꼬붕에게로 다가가 흔들어 깨웠다.
"밥 먹으러 가요."
"........."
이불까지 푹 뒤집어 쓴 꼬붕이 몸을 돌려 누워 버렸고 나는 이불을 확 벗겨내고 꼬붕의 등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일어나요. 배고파요."
"... 으 으으 좀 만 더 자면 안 되겠냐?"
"안 돼요 일어나요."
억지로 일으킨 꼬붕을 욕실로 밀어 넣었다. 대충 세수를 하고 나온 꼬붕이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하고 있었고 나는 꼬붕에게 상의를 입히고는 바로 룸을 빠져나왔다.
"밥 먹으면서 술도 한잔 해요."
꼬붕은 내 말에 대답 없이 호텔 밖으로 나갔다. 택시를 잡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꼬붕은 말 없이 걷기 시작했고 나도 그 뒤를 따라 걸었다. 호텔의 벗어나 얼마 정도 걸으니 작은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리가 나왔고 그 중 한 곳으로 꼬붕이 들어갔다.
"우선 밥 먹을 거지?"
"네 배고프니까 우선 밥부터 먹어야죠."
꼬붕은 곧 주문을 했다. 하지만 좀전의 말과는 달리 주인은 바로 술부터 가지고 왔다.
"한잔 해라."
안주도 없는데 술잔부터 내미는 꼬붕을 보다가 잔을 들고 술을 받았다. 이름도 모르는 술이었지만 한잔 마시니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도수가 센 술은 아닌 것 같았다.
꼬붕도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더니 마셨다. 두 번째의 술잔을 따르고 있는데 주인이 꼬치를 몇 개 가지고 왔다.
아마 안주로 주문을 한 모양이라고 생각을 하고 먹어본 꼬치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세잔째의 술잔을 비우고 잔을 내려놓으면서 입을 열었다.
"힘이 된다면 돕고 싶어요."
눈이 휘둥그레진 꼬붕이 잔에 술이 넘치는 줄도 모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술 넘쳐요."
그제야 꼬붕은 붓고 있던 술병을 옆에 내려놓고는 술잔에 술을 완샷하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야? 진짜 도와 줄거야?"
"네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어떤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던 꼬붕이 사실은 나름 발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유진이를 향한 마음이 갸륵해서인지... 내 마음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커플을 도와주고 싶었다.
꼬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내 무릎 위에 앉았던 유진이 꽃잎 사이에 페니스가 닿자 그 자극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 결국엔 혼자 자위까지 했던 모습을 생각해 보니 이렇게 가다간 이 커플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만 같았다.
도움이 된다면 도움을 주고 싶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엮어주게 된 커플이니까.
그렇게 밥을 먹으며 술을 세병을 비우고는 꼬붕과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마음의 짐을 덜어서인지 아니면 내일 대회 때의 스타일링 주제를 정해서인지 모르지만 욕실에서 씻고 침대에 누운 나는 바로 잠이 들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잠에서 깨었다.
아직 어두운 창을 바라보다가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빠르게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왔다.
대회참석의 정해진 복장인 검은 바지에 흰 상의를 입고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나를 보고 있던 꼬붕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꼬붕에게 들고 있던 드라이기와 빗을 건네주었다. 잠시 후 꼬붕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에 살짝 놀라버렸다. 헤어디자이너라서인지 멋들어지게 스타일링 되어 있는 내 모습이 거울 속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가자."
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우선 아침을 먹어야 했다. 대회장은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동은 걸어서 할 예정이었다.
대회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든든히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며 꼬붕은 아침으로 불고기 백반을 주문해 주었다. 딱히 맛있다는 걸 느끼지도 못하고 아침식사를 끝냈다.
생각 외로 많이 긴장을 하고 있는 탓인 듯 했다. 식당 밖으로 나가서 계산을 하고 나오는 꼬붕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 몇 명이 사탕바구니를 들고 가면서 사람들에게 사탕과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얼떨결에 받아든 전단지를 보니 카페 홍보 전단지인지 커피과 케잌 사진이 있었고 일본어가 잔뜩 적혀 있었다.
이왕 받아든 사탕을 입안에 넣었다. 사탕은 달지 않고 짭짤한 맛이었다.
이상한 맛에 놀라 절로 인상이 써졌지만 뱉어내지 않고 입안에서 사탕을 굴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꼬붕이 나왔다.
"뭐하고 있냐? 가자."
꼬붕의 뒤를 따라 가면서 전단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 꼬붕이 내 손에 들린 전단지를 뺏어 가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너 일본어 알아?"
"아니요."
'참나'알면 내가 너랑 같이 다니겠냐? 그냥 혼자 다니지.
"그런데 이건 왜 뚫어질 듯이 쳐다보고 있었어?"
"그냥 궁금해서요."
"나중에 여기 한번 가볼래? 대회 끝나고도 삼일 정도 있다가 갈거잖아."
"특별히 가고 싶진 않아요."
"그래? 여기 좀 유명한 곳인데."
"그래도 가고 싶지 않아요."
"왜?"
"전단지랑 사탕 주던데 맛이 좀 이상해요."
"혹시 이렇게 생긴 거 아니야?"
전단지 귀퉁이에 사탕 사진이 들어있었다.
"네 그거요."
"푸하하하하 하하하 너 진짜 이거 먹은 거야?"
"지금도 입에 있거든요."
"우와 너 진짜 미치겠다. 그거 사탕 아니야."
"네?"
입에서 굴리고 있는 이게 사탕이 아니라니.... 맛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야 그거 뱉어. 그거 입욕제로 쓰는 건데, 일본 사람들이 온천을 좋아하잖아 온천 못가니까 온천 느낌 나게 하려고 목욕물에 넣는 거야. 뭐 먹어도 죽진 않겠지만"
"우엑 우욱"
다행히 입에 넣은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많이 녹진 않았지만 꼬붕의 말을 듣고는 아침 먹은 것까지 토할 뻔 했다. 아무튼 입욕제를 뱉어내고 욱욱 거리고 있었더니 꼬붕이 물을 사와서 건네 주었다.
"고마워요."
"얼른 가자. 이러다 늦겠다."
꼬붕은 방금 받았던 전단지를 고이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가보려는 생각인 듯 했다.
앞장서서 걷는 꼬붕의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연신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짭짤한 맛이 입욕제의 맛이었다니... 비누맛이 났다면 단번에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냥 짭짤한 사탕이겠거니 했던 것이 잘못 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 대회장소에 도착했다. 지난번 전국대회에서는 실외에서 대회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참가자의 숫자도 엄청났었다. 그런데 오늘 열리는 대회는 국제대회이긴 하지만 참가자가 많지 않았다.
80명 내외로 아마도 각 국마다 참가자의 제한이 있는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아무나 쉽게 출전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대회였다.
나 같은 경우는 지난번 전국대회의 대상을 수상한 덕분에 출전이 어렵지 않았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컨벤션센터의 1층에 자리한 대회장소엔 참가자들과 심사위원, 행사요원과 행사를 구경하러 온 구경꾼들로 바글거리고 있었다.
꼬붕이 나를 끌고 대회출전자들의 등록처로 데리고 갔고 일본어로 된 서류를 몇 개 가지고 왔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내용을 기록해야했고 꼬붕이 내게 묻고 내가 대답하고 나면 그 내용을 꼬붕이 서류에 기록하고 있었다.
꼬붕이 기록한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이름표와 대회에 필요한 물품과 교환 가능한 패스워드를 받아 왔다. 대회 규정상 대회장에서 지급되는 물품 이외에 것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물건을 들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대회장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꼬붕이 아니라 전문 통역사와 같이 다니도록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대회장 안에는 관계자 외에 들어갈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면 참가자 외에 다른 사람들은 전부 바깥에 나가 화면으로 대회진행사항을 관람하도록 되어 있었다.
"들어갈게요."
"잘 해라. 응원하고 있을게."
꼬붕이 내민 손을 잡았다. 꼬붕이 힘을 주어 자기 쪽으로 나를 끌어당겨서 안아주었다. 등을 두어번 토닥이고는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대회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름표와 얼굴을 확인하고는 대회장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스텝이라는 명찰을 단 한 사람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최영일씨죠?"
"네."
"전 통역사 김민지입니다."
"한국분이시네요."
"네."
"제가 일본어는 전혀 못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어디로 먼저 가실거죠?"
"물품을 받아서 배당된 부스로 가고 싶은데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출전자들은 모두 검은색 바지에 흰 상의를 입고 있었고 스텝들은 구분이 쉽도록 청바지에 노란색의 상의를 입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전부 정장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색상은 남색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아마 옷도 모두 지급되는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굳이 이름표를 확인해 보지 않아도 누가 출전자이고 스텝이고 심사위원인지 구분이 쉽도록 되어 있었다.
물품을 받는 배부처에 가서 패스워드를 알려주고는 물품을 받아서 배당된 부스로 걸음을 옮겼다. 배당부스의 부착된 번호는 접수순이라고 알려준 김민지가 14번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 부스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혹시 대회 시작하고 나서도 계속 통역을 해 주시는 겁니까?"
"네 중간중간에 지시사항이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니까 계속 여기 남아 있어야 합니다. 혹시 불편하신 부분이라도 있으세요?"
"아니요. 그런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고 화장실을 위치를 물어보자 안내해 주겠다며 김민지가 앞장을 섰다. 생전 처음 화장실 밖에 여자를 세워두고 볼일을 보고 나온 나는 왠지 좀 쑥스러워서 서둘러 부스로 돌아와 물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필요한 물품들을 카트 위쪽으로 진열해 두고 쓰지 않을 예정인 것들을 카트 아래에 넣어두고는 드라이기나 가위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큰 이상은 없었고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도록 몇 번 조작을 해 본 후 카트 위쪽에 얹어 두었다.
방송에서 시간을 알려주었다.
"시작 10분 전입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화사한 분홍색의 원피스를 입은 모델들이 부스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모델은 어깨의 중간까지 오는 생머리를 풀어 늘어트린 채였고 화장은 기본 화장만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화장은 나중에 스타일링이 끝나면 약간 손보실수 있다고 합니다. 준비되어 있는 화장품으로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색조 화장을 위한 화장품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이미 기본 화장이 되어 있어서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김민지가 부스 안의 구석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곧 대회시작을 위한 카운터 다운이 시작되었다.
"시작하십시오."
김민지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바로 가위를 집어 들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소설의님, 0천마왕0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GODTOP님, 해동풍님 감사드립니다.
전 일본에 가본 적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제 상상력의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글이라는 걸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끔은 너무 야한 상상만 하는 건 아닌가 고민되기도 하지만.... ^^오늘도 즐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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