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68화 (168/236)

< -- 일본에 가다. -- >

저녁은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저녁을 먹고 나자마자 술 한잔 하러 가자면서 끌고 나가는 꼬붕에게 온갖 발악을 하며 버텨보았다. 하지만 애초에 나와 같이 가기로 결정한 꼬붕은 끝내 나를 데리고 자신이 원하는 술집으로 들어섰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화려한 실내장식이 되어 있었다.

예약을 해야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술집의 룸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언제 예약한 거예요?"

"우리가 일본에 도착한 날, 그날도 예약 안 된다는 거 대기자명단에라도 올려달라고 해서 겨우 예약한 거야."

"여기 유명한 덴가봐요."

"응 아주 유명해."

/18 쪽182

꼬붕의 뒤를 따라 들어간 룸엔 이미 이인용의 수저와 술잔과 술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술안주는 보이지 않았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음식인 듯 했다.

"뭐하냐? 잔 받아라."

어느새 자리에 앉은 꼬붕이 술병을 들고 있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는 꼬붕의 맞은편에 앉아 잔을 들었다. 꼬붕이 술병을 기울여 잔에 술을 채웠다.

"마셔."

술은 향이 좋았다. 꽃향기 같기도 하고 과일향 같기도 한 달콤한 향이 풍겨 났다. 한번에 술잔에 담긴 술을 마셨더니 달콤한 향을 풍기는 술 답지 않게 식도를 타고 내리는 찌르르한 느낌에 놀라 순간 숨을 멈추었다.

"왜 그렇게 급하게 마셔. 이거 생각보다 독한 술인데."

"그러게요. 이렇게 독한 줄 몰랐죠."

"물 좀 가져오라고 할까?"

"아니요 괜찮아요."

이미 삼킨 술을 뱉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찌르르한 느낌과는 다르게 입안엔 달콤한 향이 남아 있어 마시기에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첫잔을 멋모르고 마신 터라 놀랐을 뿐이었다.

"안주도 없이 술만 마실 거예요?"

"좀 있으면 안주 나올 거야."

꼬붕의 말에 그럼 안주가 나오면 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8시로 아직은 채 밤도 되지 않은 이른 저녁시간이었다.

물론 낮술도 마셔봤고 꼬붕도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인간이니 이 시간이 술 마시기에 이르다는 것은 아니지만 술을 마시지 못해 안달이 닌 것처럼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꼬붕이 이해가 되지 않긴 했다. 잠시 후 나는 꼬붕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꼬붕은 술을 마시러 온 것이 안주를 먹으러 온 것이었다. 두잔째 술잔을 들고 입가로 가져가고 있던 나는 문이 활짝 열리면서 들어오는 안주에 놀라서 입가로 술이 흘러 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안주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와'말로만 들었지 실제 눈앞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홀딱 벗은 여자가 누워 있었다.

눈이 가려진 채 중요부위에 얇은 천이 덮여 있었고 그 위에 회와 여러 가지 안주들이 놓여 있었다. 말로 들었던 것처럼 똑바로 누워 있지 않았다.

무릎을 세우고 있어서 여자의 다리 쪽에서 보면 조개처럼 다물어져 있는 부분과 그 아래의 분홍빛 항문이 보였다. 손도 옆으로 늘어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배에 올린 채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비어있던 식탁 위에 안주가 올려지고 나니 식탁이 꽉 찼다.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은 채 나는 안주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먹어."

'뭘?'

이 여자를?

순간 먹으라는 꼬붕의 말을 잘 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멍하니 꼬붕을 쳐다보니 꼬붕이 젓가락을 들고는 가슴에 올려져 있던 회를 찌르며 말했다.

"회부터 먹어."

회는 가슴에만 올려져 있었다. 아래쪽엔 과일안주가 장식되어 있었다.

회를 먼저 먹으라고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신선도 때문인 듯 해서 나는 젓가락을 들어 회를 집기 위해 움직였다. 순간 여자가 움찔거렸다.

취한 것도 아닌데 회를 집는 다는 것이 중앙의 유두를 젓가락으로 건드리고 말았던 것이다. 회를 집어 먹고 있던 꼬붕은 그런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 회부터 먹어."

"그러고 있어요."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꼬붕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유두 옆에 놓인 붉은 빛의 회를 집어 들었다.

"맛있지?"

"... 네"

본래 회를 좋아하는 터라 맛이 없을 리가 없다. 거기다가 미각뿐 아니라 시각마저 만족시켜주는 이런 안주는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나는 겨우 회 한점을 입에 넣어 씹고 있는데 꼬붕 쪽의 가슴은 반이 드러나 있었다. 이건 먹는다는 목적보다는 드러나게 하겠다는 목적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좀 천천히 먹어요. 체하겠어요."

"천천히 먹고 있어."

꼬붕은 내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하면서 한꺼번에 두점의 회를 입에 쏙 넣고 있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나는 세 점의 회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내가 반 정도의 회를 먹어 치웠을 때 꼬붕은 가슴을 덮고 있던 회를 거의 다 먹어 치운 상태였다. 회가 얼마 남지 않자 꼬붕이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회를 입으로 먹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예요?"

"뭐하긴 안주 먹잖아."

꼬붕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역시나 신경 쓰지 않는 꼬붕은 맛있게 회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내가 주춤하는 사이 회를 다 먹은 꼬붕이 과일 안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꼬붕이 그러던가 말던가 나는 회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너 그거 아냐?"

뜬금 없이 그거를 아냐니? 나는 회를 보고 있던 시선을 들어 꼬붕을 쳐다보았다. 꼬붕은 자기가 먼저 말을 꺼내 놓고는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이 보였다.

"뭘요?"

"이 여자 저 부분에 털이 없어."

"그런데요?"

"전에 내가 왜 없냐고 물어보니까 위생상 없애는 거라던데."

"그래서요?"

"아니 그렇다고."

별 시답지 않은 얘기나 하는 꼬붕을 보면서 나는 내 몫의 회를 다 먹어 치웠다. 여자의 두 가슴이 다 드러나 있었다.

누워 있음에도 둥근 가슴은 예뻤고 유두는 꼿꼿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술 안주라고 하면서 여자를 물고 빠는 꼬붕을 질질 끌고는 술집에서 나와야만 했다. 안주를 다 먹어치우고는 여자의 다리를 벌리고 구경하고 있는 꼬붕 덕에 놀란 여자가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식탁의 그릇이 아래로 떨어졌고 바지를 주섬주섬 내리고 있던 꼬붕을 밖에서 달려온 직원들이 말리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이곳은 안주로 나온 여자에게 손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했다. 그런데 꼬붕은 그런 것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여자를 손댄 것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안으려고 했으니... 바로 쫓겨나지 않은 것이 용했다. 그러고 가만히 보니까 직원들이 꼬붕을 대할 때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뭐야?'

그러니까 이것도 백 때문인가? 아니면 대단한 단골이라던가 뭐 그런... 그렇지만 그게 아니었다.

올 때 마다 깽판을 치는 꼬붕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걸 알고 꼬붕은 항상 예약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서 하고 있었고 오늘도 예약은 내 이름으로 한 모양이었다.

'아 진짜'부끄러워서.. 한국도 아니고 일본까지 와서 추태를 부리는 꼬붕을 길에 확 버리고 가고 싶었지만 나 혼자 갈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꼬붕을 질질 끌고 길을 가기 시작했다. 딱히 취한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저런 행동을 서스럼 없이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인간이다.

"호텔로 가자."

또 그 술집을 나오고 나자 마자 멀쩡한 듯이 저렇게 말하면서 걸어가는 꼬붕을 보면서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뒤따라 걸었다.

"왜 그런 거예요?"

"뭘?"

"아까 그 술집에서 말이예요. 취한 것도 아니잖아요."

"재미있잖아. 그리고 벗고 있는데 남자가 덤비지 않으면 여자가 얼마나 슬프겠냐?"

'아 진짜'이 인간을 확...

"우리 내일 그냥 한국에 가면 안 돼요?"

"왜 무슨 일 있어?"

"좀 쉬고 싶기도 하고 구 선생님 이렇게 오래 자리 비우면 단골 손님들 다 떨어져 나갈 거 아니예요."

내가 꼬붕의 단골을 걱정해 줘야 하다니 이거 참... 물론 말 그대로 걱정은 아니지만...

"괜찮아. 네가 한 번씩 접대하면 더 좋아할텐데 뭐."

"네?"

"이번에 일본 국제대회에서 대상 탔으니 사모님들이 얼마나 좋아하시겠냐?"

'뭐라고?'

상은 내가 탔는데 그 덕을 네가 보려고 하는 거야?

이게 말 그대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을 왕서방이 챙긴다' 는 바로 그건가?

그리고 나는 바로 결심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놈의 접대 확 때려치워버리겠다고... 호텔로 돌아온 꼬붕이 욕실로 들어가서 먼저 씻고 나와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네. 나 먼저 잔다."

꼬붕은 내가 눕던 말던 신경 쓰지 않고 불을 꺼 버렸다. 나는 꼬붕의 말을 듣고 놀라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참나'한 것이 없다니.. 오전부터 시작해서 장장 몇 번이나... 아 내가 말을 말아야지.

침대에서 죽은 듯이 누워 잠든 꼬붕을 보면서 나는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세웠다. 다음날 아침 꼬붕은 일어나자마자 공항에 전화를 걸어 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예매를 했다.

결국 한국으로 가자고 한 내 의견을 존중해 준 것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곧바로 가방을 싸고 택시를 타고는 공항으로 갔다.

왠지 일본을 떠나는 것이 후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어쨌든 내 스펙에 커다란 한 획을 긋게 만든 국제대회가 열린 곳이고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를 접하게 된 곳이기도 한 일본을 떠나면서 나는 지인들에게 나눠줄 자잘한 선물을 사기 위해 공항 내에 있는 면세점에서 한참을 서성거려야만 했다.

"그만 해라. 요즘엔 이런 거 안 사가도 돼."

"그렇지만...."

"그렇지만은 뭐가 그렇지만 이야. 여기 파는 것 중에 한국에서 안 파는 거 있어?"

꼬붕의 말을 듣고 면세점 안을 둘러보니 한국에서 다 판매가 되고 있는 제품이긴 했다.

"그만큼 사면 됐으니까 가자."

결국 꼬붕에게 질질 끌려 공항 라운지로 올라갔다.

"커피 마실래?"

"네 전 아메리카노요."

꼬붕이 곧 커피 두잔을 들고 내 옆으로 왔다.

"재미 있었지? 다음에도 기회 되면 또 놀러오자."

'물론'재미 있었고 다음에 놀러 오겠지만 절대 나 혼자 온다. 혼자 일본어를 독학하는 한이 있더라도... 꼬붕을 노려봐 주고는 아메리카노를 홀짝 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여자 통역사가 너한테 전해달라고 전화번호 주더라. 그런데 내가 싫다고 했어."

"네?"

"너 한국 가면 일본 올 일 없을 거라고. 잘했지?"

뭐 딱히 김민지를 좋아한 건 아니니까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한테 말 한마디도 없이 일을 그렇게 처리해 버린 꼬붕에게 화가 났다.

"나한테 준거라면서 왜 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너도 안 받을 거였잖아."

"받을 거였어요."

"그래? 그럼 말을 하지 그랬냐?"

'진짜'이걸 팰 수도 없고... 아메리카노를 원샷하고 화장실을 갔다 오니 비행기에 오르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꼬붕의 뒤를 따라 비행기에 올라탔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멍충대마왕님, 현오님, 챠베스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GODTOP님, 아르너미스님, 애독자C님, 이런남자이니까님, 성기사지님, alska123님, 이든샘님, 0천마왕0님, 비밀이야~님, 똥색사탕님 감사드립니다.

분팬은 3월쯤 되면 연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월달엔 개인적으로 바빠서... 얼마 안 남았어요. 그래서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성실 연재입니다. 비록 선삭의 압박이 오더라도...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 -- 일본에 가다.

-- >

환타지아에 도착하자 원장과 환타지아 직원들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저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넘버투와 사무직원이 나를 보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해 주었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떡대들도 나를 보며 축하한다면서 등을 두드려주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크게 달라진 것 없었다. 다행히 일본에 갔다 오느라 수고했다면서 주말까지 휴가를 받을 수 있었던 탓에 달라진 것이 있다고 해도 휴가기간 동안 알 수 없었을 테지만 딱히 연락이 온다거나 누군가 찾아오는 일이 없어서 피부로 와 닿는 변화 따위는 없었다.

라는 것은 처음에 든 생각이었다. 우선은 휴가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랜만에 긴 휴가라서 집으로 내려가 삼일을 보내고 나서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예전과 다르게 부모님은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었다.

물론 환타지아에 근무한 이래 대부분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계셨지만 일본에서 국제대회에 출전해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으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술상을 봐 오라고 하실 정도로 흐뭇해 하셨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버지와 같이 술잔을 마주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17 쪽183 그리고 옥탑방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하루를 잠자는 것을 보냈다.

일본에서 알게 모르게 힘든 시간을 보낸데다가 집에서 보낸 삼일 내내 매일 저녁 술자리를 갖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던 터라 옥탑방에 들어서자마자 곯아 떨어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쿵 쿵"

시끄러운 소리가 옥탑방을 울리고 있었다. 무시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쿵 쿵 쿵"

이번엔 좀 전보다 더 큰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 몰라'그냥 놔두면 가버리겠지.

누운 채 생각을 하던 나는 베개 아래로 머리를 숨기며 누워 있었다.

"철컥"

'뭐야?'

설마 문 따고 들어온 거야? 도둑은 아니겠지.....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아악'놀래라. 이거 뭐야?

내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푸른용이었다.

"괜찮은 건가?"

"네?"

갑자기 옥탑방의 문을 따고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괜찮냐는 말이라니? 놀란 것은 둘째 치고 상당히 오랜만에 만난 푸른 용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뭔가 더 성숙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좀 더 여성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고 할까?

아무튼 푸른 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푸른 용이 내 쪽으로 봉투를 하나 건네주었다.

커다란 봉투를 받아 들고 있으니 푸른 용이 열어보라는 듯 눈짓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봉투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나와 김민지가 섹스하는 모습의 사진이 잔뜩 들어있었다. 물론 꼬붕의 모습도 간간히 들어있었다.

'뭐야?'

설마 스토커야? 푸른 용이? 나도 모르게 쫓아다니면서 이런 사진을 찍었던 거야? 나도 모르게 움찔거린 나는 푸른 용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어떻게 만난 거지?"

'아니' 이런 사진을 찍을 정도라면 이미 알고 있을 거 아니야? 근데 왜 물어봐?

"여기 이 여자 말하는 건가요?"

"그래 그 여자"

"국제대회 통역사였어요."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던 푸른 용은 다시 내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혹시 누군지 알고 있나?"

"김민지라고 하던데요."

"아니 그거 말고... 하긴 그런 말을 할 리는 없겠지."

"무슨 일이신데요?"

사실은 자고 있는데 갑자기 쳐들어올 만큼 중요한 일이 뭔가 묻고 싶었다. 설마 질투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거지?

"통역사에 이름이 김민지라고 했단 말이지. 혹시 연락처를 받진 않았나?"

"연락처는 거절했어요."

'내가 아니라 꼬붕이'하지만 거절한 건 거절한 거니까

"그래 그 여자 일본 야쿠자 중간보스다. 만일 다음에 연락이 오게 된다면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

"...... 네에?"

'야쿠자?'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던데.... 거기다가 부하도 안 보였고... 하지만 정말 잠깐 만났던 여자라서 제대로 살피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한동안 놀란 상태 그대로 굳어 있었다. 순진해 보였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괜찮은 건가? 이 사진은 그쪽에서 나한테 보내온 것이다. 혹시나 걱정이 되어 와봤는데 그냥 경고를 주기 위해 보낸 모양이군."

말을 마친 푸른 용이 몸을 돌려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나는 푸른 용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아니 보내기 싫었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까?

뒤돌아선 푸른 용을 뒤에서 껴안았다.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

대답 대신 몸을 돌려 나를 보는 푸른 용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떨리는 내 손끝을 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푸른 용이 옥탑방에 온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대부분은 세모클럽에서 만나서 호텔로 가서 밤을 보냈었고 그것도 아니면 환타지아에서 만났으니까. 푸른 용의 존재감만으로 내 방이 꽉 찬 느낌이었다. 푸른 용은 내 손을 끌고 침대로 갔다.

나는 선선히 푸른 용에게 손을 맡기고 있었다. 전폭적인 신뢰의 모습을 하고 있던 나는 곧 입고 있던 팬티에 닿는 푸른 용의 손길에 놀라고 있었다.

"다른 것에 몰두하면 괜찮아 질거야."

조용히 타이르듯 말을 내뱉은 푸른 용은 나를 침대에 걸터앉게 한 후 내 앞에 섰다. 그리고 내게 시선을 맞추며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내가 걸치고 있던 단 하나의 옷인 팬티를 벗겨버렸다. 놀라서인지 풀 죽어 있던 페니스가 푸른 용의 서늘한 손길에 힘을 얻어 발기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될까?"

굳이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닌 듯 말이 끝남과 동시에 푸른 용의 입술이 내 페니스를 덮고 있었다. 귀두를 달래듯이 혀로 살살 핥더니 곧 이로 잘근잘근 씹어대었다. 그리고는 쪽쪽 빨아들이더니 입안에서 페니스를 이러저리 굴리고 있었다.

"하악"

신음을 내뱉으면서 푸른 용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프지 않을 만큼 힘을 주면서 잡은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머리를 꾹꾹 눌러 귀두가 목구멍을 찌르도록 밀어넣는데도 푸른 용은 내 손을 밀치지 않았다. 그저 목뒤 깊은 곳까지 페니스를 삼키고 있었다.

너무도 금방 사정을 해버리고는 멋쩍어진 나는 푸른 용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일어선 푸른 용이 나를 침대위로 밀어버렸다.

누운 채 푸른 용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푸른 용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천천히 블라우스의 단추를 열어서 벗어 버리고 곧 바지도 벗어 버렸다.

속옷 차림으로 내 위에 올라온 푸른 용은 내 두 손을 가져가 브래지어에 얹고는 힘을 주어 잡게 했다. 그리고 찢어버렸다. 출렁이면서 드러난 가슴에 손을 얹어 마음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탄력있게 손바닥에 밀착한 가슴이 너무도 맛있어 보였다. 상체를 일으키려고 하자 푸른 용은 내 몸을 허벅지로 내리 눌렀다. 그리고 내 손을 팬티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팬티도 찢어버렸다.

푸른 용이 내 가슴 위에 올라탄 상태로 앉아 있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내 눈 앞에 벌어진 꽃잎이 보였다. 혀를 내밀어 핥고 싶었지만 닿지 않았다.

내가 낑낑거리면서 혀를 앞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던 푸른 용이 조금 더 위쪽으로 움직였고 내 혀끝에 부드러운 꽃잎이 닿았다. 내 혀를 따라 침이 흘러 꽃잎을 적시고 있었다.

푸른 용이 힘을 주어 엉덩이를 약간 들어올려서 혀끝이 꽃잎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었다. 혀가 속살을 핥는 질척이는 소리가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푸른 용의 엉덩이를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앞쪽으로 당겨왔다. 푸른 용의 벌어진 속살이 바로 내 얼굴 위에 오도록 푸른 용을 당긴 나는 액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속살을 한참이나 보고 있었다.

참을 수 없어진 것인지 푸른 용이 허리를 비틀기 시작하자 입을 가져가 나풀대는 꽃잎을 '쭉쭉' 빨기 시작했다. 좀 더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섹스를 하지 않더라도 그냥 좀 더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푸른 용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푸른 용은 내 몸짓을 다른 의미로 이해한 것인지 페니스로 손을 뻗었다.

"몸에 힘을 빼고 여기에 집중해."

푸른 용은 부드럽게 페니스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페니스를 훑던 손은 그 아래 고환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살짝 움켜쥐었다가 부드럽게 훑었다가 손가락으로 고환을 싸고 있는 주름을 하나하나 펴낼 듯이 더듬어 대었다. 그리고 또다시 아래로 미끄러진 손은 고환 아래의 피부를 주무르고는 또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흐윽 거긴...."

"쉿 괜찮아 가만히 있어."

그렇게 한참동안 내 몸을 마구 주무르던 푸른 용은 결국 옥탑방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물론 연락 전에 푸른 용은 알아챌 테지만 저 말을 하는 이유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겠지.

"네"

"오늘은 이만 가지. 다음에 시간 나면 그때 보도록 하지."

푸른 용은 그 말만 남긴 채 옥탑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에서 씻고 나온 내가 본 것은 거실에 잔뜩 쌓여 있는 음식들이었다. '언제'가져다 둔 건지? 소리 소문도 없이... 재주도 좋아.

먹으라고 가져둔 거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살펴보는데 대부분이 술이었다.

'뭐야?'

이거 누구 취향이지? 보나마나 푸른 용의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지난번 밥통이랑 전자레인지를 사다준 것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이기사나 그 아래 있는 떡대들의 소행인 듯 했다. 하긴 상관없지 안 그래도 술이 고프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삼일간 내내 저녁에 술자리를 가진 것과는 별개로 진짜 지금은 술이 마시고 싶었다.

부엌으로 가서 물컵을 하나 들고 와서 손에 잡히는 양주를 개봉해서 물컵 가득 채웠다. 그리고 단숨에 양주를 들이마셨다. '휴'이제 좀 살만하네.

나도 나지만 꼬붕이 김민지라 야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일까 라는 생각이 드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꼬붕이 대단한 백을 두고 있는 사람답지 않게 겁도 많고 조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아마도 당분간 밤길을 다니기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술을 마시다가 피식거리며 웃다가 또 술을 마시면서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출근해야 하는 날이다. 그 생각에 술을 그만 마시고 안주거리로 보이는 음식으로 대충 배를 채운 후 침대로 가서 누웠다.

술기운이 올라서 인지 생각보다 쉽게 잠이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꿈속에서 내내 나를 쫓아오는 김민지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덤으로 내 옆에서 달리던 꼬붕이 김민지가 휘두르는 채찍 맞아 갈기갈기 찢어지는 모습까지 목격하면서 말이다.

"어어억 안 돼"

새벽녘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겨우 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가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건 필시 예전에 야쿠자 관련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일수도 있을 것이다.

잔인하게 사람을 난도질 해 죽이던 그런 영화들... 순식간에 소름이 돋아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옷을 입고는 시간을 확인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어제 사다준 음식을 뒤적거려보았지만 아침식사로 먹을만한 것은 없었다.

아침부터 족발을 먹기도 그렇다고 치킨을 먹기도 난감해서 나는 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24시간 영업하는 해장국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이라도 손님은 많았다. 아마 주변에 상가가 많아서 인듯 했다.

다행히도 내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주문한 해장국을 먹고 계산을 하고 해장국집을 나왔다. 커피도 한잔 할까 했지만 숙취에는 커피가 안 좋다던 말이 생각이 나서 그냥 환타지아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출근하세요?"

".. 어 응"

간만에 보는 효식이가 나를 보면서 아는체를 했다.

"어쩐지 오늘 회식을 한다더니 형 때문이었네요."

"그래? 회식 한데?"

"네 오늘은 횟집에 간다고 다들 좋아하던데요."

'아씨'당분간 회라면 꼴도 보기 싫은데...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멍충대마왕님, 憘邙님, 하네뤼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애독자C님, 형오님, 이비앙님, GODTOP님, 안돼임마님, 능력Skyey님, 똥색사탕님, 챠베스님 감사드립니다.

저렇게 욕 먹는 캐릭도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꼬붕은 마음껏 욕을 해줄수 있는 사람이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네요. 오늘도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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