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맥을 만들다. -- >
눈이 반짝 떠졌다.
천장을 잠시 보니 늘 보던 익숙한 무늬가 아니라서 놀랐다가 어제밤 일이 생각이 나자 곧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침대 위에는 나 혼자만 있었다.
옆자리가 눌려있거나 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밤새 혼자 잠을 잔 듯했다.
'뭐야?'
설마 나 피하는 건가? 아무 말도 없이 밤새도록 방에도 오지 않은 푸른 용을 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푸른 용은 보기 싫으면 싫다고 한 대 때리면 몰라도 비겁하게 피하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어제 무진장 바빴는가 보네. 얼굴도 안 보여주는 것을 보면...'똑똑'/18 쪽185
"들어오세요."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그런데 이사님은 어디 가셨어요?"
"일본에 가셨습니다."
'일본?'
설마 김민지랑 한판 붙으러 간 건 아니겠지? 가만히 있는 나를 보더니 떡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침을 준비할까요?"
"아니요 옷하고 신발 있어요? 아니 그냥 저 좀 집에 데려다 주실 수 있으세요?"
"네 바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저 기왕이면 열쇠 없이 문을 열 수 있는 분이 같이 가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네 알겠습니다."
어제 입었던 옷을 입고 삼선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방에서 나가서 떡대가 안내하는 데로 자가용에 올라탔다. 어젯밤 입구에 있던 떡대 하나가 같이 차에 올라탔다. 잠시 후 자가용은 환타지아 뒤편에 도착했다.
"올라가셔서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요 지난번에도 제가 열어드렸었는데요."
'지난번?'
그러니까 푸른 용이 옥탑방에 온 날? 뭐야 문을 딴거 푸른 용이 아니었던 거야? 하긴 이사씩이나 되는 푸른 용이 문을 따고 있는 것은 왠지 이상할 것 같기도 했다. 앞장서서 가는 떡대의 넓은 등판을 보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는 옥탑방 앞에 도착한 떡대는 주머니에서 핀 같을 것을 꺼내더니 너무도 쉽게 문을 열어주었다. 혹시 열쇠를 숨기고 있었던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열린 문 안으로 내가 들어서자 떡대가 인사를 하고는 곧 돌아갔다. 몸은 천근만근이라도 된 듯 무거웠지만 지금은 환타지아로 출근해야 할 시간이라서 침대에 누울 수도 없었다.
폰까지 잃어버린 터라 전화를 할 수도 없으니... 그냥 출근하기로 결심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와서 옷을 입고 신장에서 신을 꺼내 신었다. 터덜터덜 힘없이 계단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4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아침구호를 외치기 위해 모두들 정렬하고 있는 상태였다. 슬그머니 내 자리로 가서 섰다.
앞에 있던 원장이 나를 잠시 노려보았고 그 옆에 서 있던 넘버투가 입을 열었다.
"아침구호 시작"
"절대 손님에게 삽입하지 않는다.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이만 해산"
옆에 서 있던 효식이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형 왜 늦었어요?"
"일이 좀 있었어."
나는 조용히 원장의 곁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던 원장이 입을 열었다.
"영일군 지각이군요."
"죄송합니다. 원장님 제가 어제 쓰리를 당해서 지갑하고 폰을 잃어버려서 폰하고 카드 정지 신청을 해야 해서 조퇴하고 싶은데요."
"어쩌다가 그런 거야?"
옆에 서 있던 넘버투가 놀란 듯이 물었다. 나는 좀 부끄럽긴 하지만 자조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넘버투와 원장 그리고 옆에 서 있던 효식이와 떡대들 몇 명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내가 당한 일만 아니라면 우스울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사람을 앞에 두고 저렇게 웃어대면... 아놔 뚜껑 열리겠네.
넘버투는 찔끔거리며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래서 조퇴해도 되겠습니까?"
"조퇴가 아니라 오늘 휴가를 줄테니까 볼일 보러 가세요."
원장의 말에 나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아직도 웃고 있는 사람들을 버려두고는 환타지아를 나섰다. 아마 잠시 후면 모든 환타지아 무리들이 내가 어제 길바닥에서 기절해서 지갑하고 폰과 신발을 털린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우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우선은 휴대폰 대리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폰 도난신고를 하고는 임대폰을 받았다. 번호는 동일했다.
휴대폰 대리점을 나와서 폰으로 전화를 걸어 카드 도난신고를 했고 아침에 가져나온 돈을 들고 우선 아침이라도 먹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속이 무진장 쓰렸다.
숙취 때문이라기보다 도난당한 폰과 지갑 때문이었다. 거기다 사실 신발도 좀 아깝기도 했다.
거의 하루종일 서서 근무를 해야 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의 특성상 그냥 싸구려 신을 신고 있을 수 없다. 그랬다간 다리도 아프고 발도 아파지기 때문에 근무를 시작한 처음엔 멋모르고 대충 있는 신을 신었었지만 한달 근무를 하고 난 후에 형들이 추천해 주는 신을 사신기 시작했었다.
그 신이 브랜드도 있고 가격이 세긴 했지만 신고 근무를 하면 편안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쭉 애용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놈이 훔쳐 갔는지 모르겠지만 신발까지 벗겨 가다니... 참 세상 살기 힘드네.
자주 가던 해장국밥 집으로 들어가니 주인아주머니가 아는 체를 해왔다.
나도 덩달아 인사를하고는 자리에 앉으니 잠시 후 해장국이 나왔고 우울해도 배는 고픈 것인지 나온 해장국밥을 금세 비우고는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시간을 확인해 보고는 옥탑방으로 향했다.
우선은 부족한 잠부터 자고 나서 다시 생각하자 싶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아'깜빡할 뻔 했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어제 입고 있었던 옷의 주머니를 뒤져 명함을 꺼내들었다.
샹그리아 사장의 명함을 확인하고는 침대 옆 협탁에 얹어 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술집이라서 오전에 열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한참을 잘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낯선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아는 소리가 아니라서 무시하고 자려고 해도 쉴새 없이 울려대는 통에 할 수 없이 눈을 뜨고 주위를 확인해 보니 자기 전 벗어두었던 옷 속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 맞다.'
임대폰이 있었지.
"네 최영일입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나?]누구라고 밝히지도 않고 대뜸 묻는 질문에도 나는 놀라지 않고 대답을 했다.
"쓰리꾼한테 당했습니다. 폰이랑 지갑이랑 신발까지 모조리 털렸어요."
[몸은 괜찮은가?]
"네 다행히도 괜찮습니다."
[그럼 나중에 들어가서 한번 보지]
"알겠습니다. 언제쯤 들어오세요?"
[아직은 언제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럼 쉬어]
"네"
푸른 용이 전화를 끊었고 나는 완전히 잠이 깨 버렸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왜 갔는지 물어본다는 것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오후가 되어 있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옷을 입고 우선은 신을 사러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집에 있는 돈을 찾아보니 얼마 되지 않아 할 수 없이 통장을 들고 협탁에 얹어두었던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는 밖으로 나왔다. 은행에 가서 돈을 찾고 신을 사러 갔다.
신을 고르는 일 따위는 필요하지 않아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신을 사서 신고는 신고 갔던 운동화를 종이가방에 담아서 가게를 나왔다. 배가 고파졌지만 지금 찾아 가려는 샹그리아라는 술집이 가게 근방이라 먼저 술집으로 가서 사장에게 돈을 갚고 난 후에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자고 생각을 한 나는 샹그리아로 걸음
"어제 삼만원 빌려갔던 사람인데 갚으러 왔다고 해주세요. 아니 그냥 여기 돈 삼만원 전해주세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종업원은 손을 내저으며 돈을 거부하고는 다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어제 봤던 사장이라는 여자가 종업원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왔어?"
"네 어제 감사했습니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올래?"
물어놓고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팔을 잡아끌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사장을 바라보았다. 버틴다고 해도 두 사람이 잡아당기는 팔을 뿌리치고 나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순순히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 먹었어?"
"아니요."
"잘 됐다. 나도 점심 아직 안 먹었는데 나랑 같이 점심 먹자."
점심보다는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졌는데 당당하게 점심을 먹자고 말하는 사장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김군아 가서 내 옷이랑 가방 가져다 줄래?"
"네 사장님."
종업원은 잡고 있던 내 오른쪽 팔을 놓고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자."
가장 구석에 자리한 테이블에 나를 앉히고 사장은 내 옆에 앉았다.
"뭐해?"
"앉아 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너 뭐하냐고."
뭐라고 해야 하지? 대학생? 아니면 헤어디자이너?
"일하면서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 지난번 보니까 환타지아라고 적혀 있던데 뭐하는데야?"
"미용실입니다."
"미용실?"
"네 헤어디자이너가 꿈이거든요."
"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 있어."
내가 환타지아에 대해 막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에 종업원이 사장의 옷과 가방을 들고 나왔다.
"나 점심 먹고 올테니까 잘 보고 있어."
"네 사장님."
사장은 나를 끌고 밖으로 나와 건물 뒤의 주차장으로 갔다. 빨간색 스포츠카에 나를 태우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얼떨떨한 나는 차 내부를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외로 향하는 도로로 접어들었다.
"어디 가세요?"
"내가 잘 가는 집에."
그리고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보리밥집이었다. 개인적으로 보리밥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한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 한 시간 가량을 달려서 찾아올 집 정도면 왠지 고기 요리전문점일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던 나는 그야말로 김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들어와."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간 사장이 나를 끌어당겼다. 들어가서 안을 둘러보자 메뉴판 따위는 없었다. 메뉴가 보리밥 딱 하나였다.
"앉아"
테이블에 앉아서 자기 옆자리를 두드리는 사장을 무시하고 나는 맞은편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메뉴가 하나뿐이다 보니까 손님이 들어가면 머리수대로 음식을 내오는 모양이었다. 보리밥이라고 해서 별달리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나머지 반찬은 한정식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가지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맛도 있었다.
"맛있네요."
"여기 유명한 덴데 몰라?"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나를 언제 봤다고 이렇게 친한 척 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반말을 했었던 것 같고 오늘도 보자마자 밥 먹자고 사람을 끌고 나오고... 난 그저 빌린 돈 삼만원 갚으려고 온 것뿐인데...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캬캬백곰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블로우스트님, 챠베스님, 멍충대마왕님, GODTOP님, 이비앙님 감사드립니다.
내일이랑 모레는 일이 좀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해 두고 잡니다. 혹시나 코멘트에서 누락되시분은 내일 올려드릴게요.
그리고 생각해 보니 어제 발렌타인 데이였네요... 아무도에게 초콜릿을 안 줘서... 그렇다고 받지도 못하는 건 아니겠지요... ㅠㅠ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 -- 인맥을 만들다.
-- >
"너 고기 좋아하는 구나."
반찬으로 나온 돼지고기 볶음을 세 번쯤 집어 먹고 있을 때 앞에 앉아 있던 여사장이 입을 열었다.
"고기 좋아합니다."
"그럼 다음엔 고기집에 가야겠네."
'다음번?'
내가 댁이랑 다음번에도 밥을 먹으러 갈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대꾸 없이 네 번째로 돼지고기볶음을 집어 먹고 있었다. 음식이 다 맛있었다.
가지수가 많은데 맛없는 반찬이 하나도 없었다. 먹으면서 감탄을 하면서 한 시간 정도 달려와서 먹을만 하다며 스스로 납득하고 있었다.
왜 납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18 쪽186여사장은 많이 먹지 않았다. 밥을 1/3정도 먹고 나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나는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나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사실 생각 같아선 더 먹고 싶었지만 맞은편에서 턱에 손을 괴로 나는 보고 있는 여사장 때문에 더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 그만 먹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너 순해 보인다."
'순해 보여?'
그건 또 뭐야? 그냥 사기 치기 쉬워 보인다고 아니면 착해 보인다? 아무튼 그렇게 듣기 나쁜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가만히 있었다.
"나 같으면 지갑하고 폰하고 신발까지 털리면 미친 듯이 발광을 하고 있을 텐데."
"그런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화나잖아."
"다 드셨으면 일어나세요."
언제 돈을 계산한 것인지 그냥 식당을 나왔는데 아무도 잡지 않았다. 뭐야? 분명 나하고 같이 들어와서 밥 먹고 같이 앉아 있었는데...
"계산 안 해도 됩니까?"
"응 이 식당 주인이 나거든."
'우와'뭐야? 술집도 있고 거기다 식당까지... 알고 보면 대단한 사람인 거 아니야?
"뭐하냐? 가자."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여사장이 내 손을 잡아끌고는 차로 데리고 가서 태웠다.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아니요 그냥 서울에 들어가면 아무데나 내려주세요."
한 시간 가량 달려서 다시 서울로 들어왔다. 사실 점심을 먹으러 나간 것이었는데 저녁을 먹고 들어온 것이 되어버려서 이제 옥탑방에 가서 자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어디까지 가? 말해 태워다 줄게."
"그냥 아무데나 내려주시면 알아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가서 한잔 하고 갈래?"
"아니요."
"하긴 어제 털리는 것도 모를 정도로 마셨으니 오늘은 좀 쉬어줘야지."
여사장은 차를 세울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아무데나 내려주면 된다니까 도대체 어디까지 태우고 갈 생각인지... 그렇다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타지아로 가주세요."
"알았어."
여사장은 그제야 차를 길가에 대고 네비게이션에 환타지아를 찍었다. 그리고 다시 차가 출발했다. 얼마 후 환타지아 앞에 차가 도착했다.
"와 여기 굉장히 크네. 멋지다. 너 여기서 근무하는 거야?"
"네."
"최영일이라고 했지? 다음에 한번 올테니 잘 해줘야해."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인사를 하려고 돌아서는데 차가 바로 출발했다. 돌아서서 옥탑방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뭔가 허전한 것이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 했다.
"아 돈"
삼만원을 돌려주려고 가 놓고는 밥만 얻어먹고 와 버린 스스로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옥탑방으로 올라왔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돌려주러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옥탑방의 자물쇠도 새로 바꿔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여자 구두가 놓여 있었다.
'또'누구야? 아무리 문이 열려 있다고 해도 주인 없는 집에 함부로 들어와 있는 게. 거실이나 부엌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렇다면 결국 방에 있는 모양이었다. 방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놀라서 굳어 버렸다.
절대로 옥탑방에 와서는 안 되는 사람이 내 침실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있었다.
"웬일이야?"
"궁금해서요. 일본 가서 대상 탔다고 해서 축하해 줄려고 왔어요."
"축하하는거랑 여기 오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여기 온거야?"
"만나야지 축하하죠. 만날 수가 없으니 찾아온 거잖아요."
"전화로 하면 되지."
"우선 나가자."
방금 옥탑방에 들어왔지만 수진이를 옥탑방에 있게 할 수 없어서 나는 수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은 먹었어?"
"아니요."
"그럼 저녁 먹으러 가자."
가까운 식당에 가면 잠시 후 환타지아 퇴근시간이라 누군가에게 같이 있는 것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택시를 탔다. 잠시 후 택시에서 내려서 예전에 간 적이 있던 유명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일인분만 주문하니 수진이가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일인분만 시켜요?"
"난 밥 먹었거든."
"어디서요?"
"식당에서 먹었지. 어디서 먹긴."
금방 음식이 나와서 수진이가 머뭇거리다가 숟가락을 들었다.
"오빠도 좀 먹어요."
"배불러."
할 수 없다는 듯이 숟가락질을 시작한 수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 얘도 참 대단하다. 찾아와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 굳이 축하를 해주기 위해 옥탑방으로 찾아오다니...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가?
"천천히 먹어."
내가 밥을 먹고 와서인지 수진이가 씹지도 않고 밥을 삼키고 있었다.
"배고파서 빨리 먹는 거예요."
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모르지만 수진이는 먹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밥 한공기를 다 먹고 나서 수진이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평소에 먹는 속도를 생각해 봤을 때 순식간에 밥을 먹어 치워버린 수진이 쪽으로 물컵을 내밀었다.
"마셔 체하겠다."
수진이가 물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계산을 하려는 나를 밀치더니 돈을 꺼내어 계산을 하고는 내 팔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밥 먹었으니까 이제 한잔 하러 가요."
"어제 회식이어서 술 많이 마셨거든."
"나랑도 한잔 해야죠. 내가 쏠게요."
'참 나'내가 누구처럼 공짜면 환장하는 줄 아는 모양이네. 네가 사주는 술을 먹으니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게 낫지.
"됐어. 내가 살테니까 가자. 어디 가고 싶은데."
"오빠 많이 못 마실테니까 우리 칵테일 마시러 가요."
칵테일을 거의 마셔본 적이 없었다. 칵테일바를 가서도 양주를 주문해서 마셨기에 거의 구경만 한 수준이었지만 한번 마셔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저녁을 먹은 식당 근처에 작은 칵테일바가 있었다. 수진이의 손을 잡고 칵테일바로 들어갔다.
칵테일바는 본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오늘만 특별히 더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조명이 어두컴컴했다. 메뉴판도 잘 안 보일 정도로 어두운 바 안에서 추천하는 칵테일을 주문하고 나서 바 안을 쭉 둘러봤다.
"여기 너무 어둡다."
"진짜 이렇게 어두운 데는 처음이에요."
"이거 한잔만 마시고 가는 거다."
"겨우 한잔만요?"
"나 어제 술 엄청 마시고 뻗었었단 말이야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술을 왜 그렇게 많이 사셨어요?"
"축하한다고 한잔씩 주는 데 안 마실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진이와 나는 잠시 후 나온 칵테일을 마시고는 곧바로 칵테일바에서 나왔다. 안주도 없이 칵테일만 마신 건데도 돈이 5만원이 넘게 나왔다.
'뭐야?'
칵테일에 금가루라도 뿌린 거야? 진짜 양도 얼마 안 되는 것 같더니만... 바에서 나온 나는 수진이에게 밥도 먹고 술도 마셨으니 손을 흔들어 주며 집으로 들어가라고 얘기했다.
"오빠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았어요? 왜 자꾸 가라고 해요."
"해도 졌는데 얼른 얼른 집에 들어가야지. 집에서 걱정하시겠다."
"나 다 커서 신경도 안 쓰거든요."
"내가 걱정돼 얼른 들어가."
"나 오빠 축하해 주러 온 거란 말이에요."
"축하해 줘서 고마워.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축하한다는 말도 들었으니까 이제 그만 가라."
심통이 난 듯 입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 수진이의 등을 떠밀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내가 타고 가야할 버스가 먼저 도착했지만 나는 타지 않고 보내버렸다.
수진이를 먼저 태워 보낸 후에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수진이집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을 해서 수진이를 버스에 태워 보냈다.
열렬하게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손을 흔들어 준 후에 바로 택시를 타고는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막 옥탑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데 전화가 왔다. 임대폰이라 그런지 벨소리가 여간해선 적응이 안 된다.
거기다가 등록된 번호가 없으니 누가 전화를 건 것인지 도무지 알 수도 없고.... 어쨌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았다.
"네 최영일입니다."
[축하해요. 영일씨 일본 가서 대상 타 왔다면서요.]
"그래 어떻게 알았어?"
[지난주에 환타지아 갔더니 원장님이 알려주시던 데요.]
"지난 주에 왔었어? 최근에 바쁘다고 하더니."
[일부러 시간 내서 갔죠. 인터뷰 있어서요. 그것보다 우리 파티해요. 윤경이랑 유진이랑 불러서 파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지난번 좀 찜찜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대하기 가장 편안한 사람을 꼽으라면 백진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 부담주지 않으면서 대할 수 있어서 좋고 거기다가 서로에게 특별히 나쁜 감정 없고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상호교류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푸른 용이나 윤검 같은 경우는 일방적으로 내가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사이이고 지윤경과 이유진은 조금 껄끄럽고 수진이는 아무래도 원장딸이다 보니 부담이 되고... 그런 식으로 한명씩 제하다보면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 백진아이다. 그래서 지금도 부담없이 대답을 했다.
"그렇게 해. 이왕이면 주말이면 더 좋지만 아무튼 시간 내봐."
[알았어요. 기대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우리 멋진 호텔 룸 빌려서 밤새 놀아요.]'호텔룸이라'왠지 기대가 되는 말이다.
"준비되면 연락해."
[연락할게요.]백진아와 통화를 끝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내 한잔 마시고 나서 욕실로 들어가서 간단히 씻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꼬붕은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이유진 앞에서 발기불능이라면서 얘기했던 일이 생각이 났다.
하긴 도와달라고 말하지도 않는데 괜히 나서서 설레발 칠 필요는 없지만 유진이는 그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것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지난번에 반지를 받았다고 자랑하던 일은 기억하고 있지만 그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 이 오지랖... 나는 애써 고개를 흔들어 떠오르는 생각을 지워버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내일은 정상적으로 출근을 해야하니까 그만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폰을 꺼내서 알람을 맞췄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벨소리를 변경 시키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보니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학교에 입학해서 신입생이라고 뻘쭘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삼학년이라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남겨주신 비밀이야~님, 블로우스트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감사드립니다.
주말이라서 바쁘시죠? 전 주말인데 공부를 하느라 바쁘네요.
다음주까지 쭈~욱 바쁠것 같아서... ㅠㅠ당분간 내용이 잔잔할 듯 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
< -- 인맥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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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둔 알람 덕분인지 늦지 않게 환타지아로 출근할 수 있었다. 환타지아로 들어서는데 다들 나를 보고 안 됐다며 고개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내가'뭘 어쨌다고... 그저 폰이랑 지갑이랑 신발이 털린 것 뿐인데 그걸 가지고 저렇게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다니...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일군 잠시만 나 좀 볼까요?"
"네 원장님."
평소와 같이 미끈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원장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 좀 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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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내가 자리를 잡고 앉고 나자 원장이 내 앞의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일군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
"네?"
'뜬금 없이'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없습니다."
"그럼 우리 수진이하고는 어떤 사이죠?"
"그냥 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
"진짜로 그냥 선후배 사이? 아니면 선후배 사이로 위장한 사귀는 사이?"
'뭐야?'
설마 걸린 거야?
설사 걸렸다고 해도 절대 발뺌해야 한다.
"절대 사귀는 사이 아닙니다."
"그래요? 그럼 수진이가 어제 왜 옥탑방에 갔을까?"
'으윽'내 이럴 줄 알았어. 그러게 오지 말랬더니 와서 이 사단을 만들어 놔.
아 진짜...
"일본에서 대상 타서 그걸 축하해 주러 왔었습니다. 연락이 안 되어서 직접 찾아 왔다고 하던데요."
"그래요?"
"네 그래서 바로 옥탑방에서 데리고 나가서 저녁 사 먹였습니다."
원장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나를 내려다 보았다.
"영일군은 수진이 별로 인가요?"
"네?"
"난 수진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빠지는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영일군이 보기엔 어떤가 싶어서 묻는 거니까 제대로 대답해 줄래요?"
"그저 귀여운 후배라고 생각합니다."
대답하는 순간 나는 그저 귀여운 후배하고 섹스하는 나쁜 놈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저 가끔씩 섹스하는 후배입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알았어요. 그만 나가 보세요."
원장이 그 말을 한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정말이지 딱 걸린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 진짜'앞으로는 수진이랑 섹스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원장방을 나와서 4층으로 올라갔다. 너무도 오래간만에 방에 와보는 터라서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잠시 방안을 둘러보면서 달라진 점이 없는가 살펴보고 있는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지명손님이 왔다는 문자였다.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고 수건을 정리해 두고 문으로 다가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었더니 손님을 앞세운 떡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손을 들어 떡대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고는 손님만 방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고 나서 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렇지?"
정말 간만에 보는 윤검이었다. 지난번 고래등살에 새우등이 터진 사건 이후로 본 적이 없으니... 이만저만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바쁘셨나 봐요. 아무리 바쁘셔도 어떻게 한번도 안 오실 수 있으세요?"
"우리 언니 결혼 한다고 엄청나게 바빴거든."
'뭐야?'
설마 그때 그 락커랑 결혼 시킨거야? 그러니까 결국 윤검이랑 푸른 용이랑 사돈지간이 되고 만거야?
"결혼 하셨어요? 혹시 그 때 말씀하셨던 그분이랑요."
"그래 걔랑 결혼했어. 애까지 있는데 결혼 안하면 어쩌겠어? 할 수 없이 내가 한발 양보했지."
'어쩐지'한동안 푸른 용도 안 보인다고 했지. 집안일 때문에 바빴었구나.
이미 가운을 벗어던진 윤검은 침대에 엎드려 누워 있었다.
"우선 머리부터 감아야 하는데요. 똑바로 누워 주시면 좋겠는데..."
"먼저 핥아.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제대로 해."
기분이 꿀꿀한 거랑 핥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머리도 감아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역시' 윤검이네. 한번 오면 뽕을 뽑으려고 한다니까. 이번엔 뽕보다 내 혀가 먼저 뽑힐 위험이 있지만... 나는 윤검이 벗어던진 가운을 걸어두고 신고 왔던 슬리퍼를 바닥에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윤검의 곁으로 다가갔다. 윤검의 발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발가락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혀로 살짝 발을 건드려 보았다. 방금 샤워를 하고 와서인지 피부에서 달콤한 꽃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향기가 나도 발은 발이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발가락을 입에 무는데 뒤를 돌아보던 윤검과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방긋 웃어버렸다.
윤검이 별 말 없이 침대로 엎드렸고 나는 천천히 발가락부터 핥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윤검의 발을 육포라고 생각하면서 핥다가 빨다가 가끔은 깨물면서 점점 위로 입술을 옮겨가고 있었다.
"하앙"
아직 종아리도 다 핥지 않았는데 벌써 신호가 오는 모양이었다. 윤검이 몸을 비틀어대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만 할까요?"
"으음 아니 계속해."
종아리를 핥고 나서 허벅지로 입술을 옮겨 갔다. 윤검의 다리가 바르르 떨렸다. 이번엔 그냥 무시하고 계속 혀를 움직였다.
"허억 잠깐만."
참을 수 없었던지 내 움직임을 막은 윤검이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제 됐어."
허벅지를 다시 핥기 시작했다. 몸이 바르르 떨리더니 윤검이 몸을 비틀어 똑바로 누웠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당겨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이제 여기 핥아 줘."
벌어진 꽃잎 사이로 끈적이는 액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냥 흥분한 정도가 아닌 모양이었다. 이정도면 평소보다 몇 배는 빠른 반응인데 싶어서 윤검에게로 시선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왜? 무슨 일 있어야지만 여기 오는 거야?'
"그게 아니라 좀 빠른 것 같아서."
"뭐가?"
'그게'아무리 그래도 내입으로 말할 수 없잖아 차마 입 밖으로 내 뱉지 못하고 얼버무리려고 했더니 윤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동안 남자 구경도 못했어. 내가 말했잖아 좀 바빴다고. 애를 배서 배가 남산만해 졌는데 결혼 시켜달라고 해서 바쁘게 날 잡는다고 바빴어. 다른 사람들은 애 배면 낳고 나서 드레스 입을 거라고 결혼도 미룬다고 하던데 누구는 결혼 안 시켜준다고 생떼를 써서 골치가 얼마나 아프던지."
"... 네"
"내가 너한테 이런 말까지 해야 해. 그냥 빨라면 빨아."
"네"
윤검이 벌리고 있는 다리 사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꽃잎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쓱' 훑었다. '악' 하고 비명소리를 내지른 윤검이 나를 노려보았다.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얼른 빨아달라는 듯이 엉덩이를 침대 위로 튕겨 대면서 재촉을 했고 나는 윤검에게 시선을 맞춘 채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내가 꽃잎을 빨기 시작하자 윤검이 신음소리를 내면서 내 머리를 움켜잡았다. 잡아서 당기고 있는 바람에 내 얼굴이 윤검의 다리사이로 밀착을 했고 나는 입을 벌려 '쭈욱' 빨기 시작했다.
"좀 더 세게 빨아봐."
내 머리를 지그시 누르면서 윤검이 말을 했고 나는 입을 오므려서 집중적으로 속살을 빨기 시작했다. '후루룩', '꿀꺽' 하는 소리가 귀가를 울리고 있었고 윤검은 다리를 내 어깨에 얹어 놓았다.
"하앙 넣어."
이 상태로 넣으라고 하면 하나 밖에 없으니까. 나는 혀를 내밀어 속살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윤검이 허벅지로 내 머리를 조여 대었고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대며 발꿈치로는 내 등을 '팡팡' 쳐대어서 나는 정신이 없었다.
'아악' 진짜 숨막혀서... 이거 좀 놔 봐. 하지만 윤검은 숨막혀 하는 나는 모르는 건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 더 세게 나를 조아대었다. 이렇게 되면 윤검을 나가떨어지게 하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던 나는 혀를 최대한 뻗었다.
다행히도 내가 원하던 지점에 혀끝이 닿았고 마구 혀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내 등을 팡팡 두드려대던 발이 공중에 들려졌고 내 머리를 조아대던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머리채를 움켜쥐었던 두 손에 힘이 스르륵 풀렸다. 얼른 윤검의 다리사이에서 얼굴을 들어 올리고 아직 바들거리고 있는 윤검의 꽃잎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여주리라는 생각에 손가락을 넣어 마구 안을 휘젓기 시작하자 윤검의 입에서 연신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축 늘어진 윤검의 머리를 감기고 머리에 수건을 감아준 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떡대에게 윤검을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
'아악'이게 뭐야?
머리를 얼마나 쥐어뜯어 놓은 거야? 아놔 미치겠네.
윤검이 나가고 난 뒤 혹시나 해서 거울을 봤는데 머리가 완전히 삐쳐있었다. 곧바로 지명손님이 있다는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대로 근무를 할 수 없으니 얼른 머리를 손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흔한 드라이기 하나 없는 이곳에서 스타일링이 제대로 될리 없었다. 그렇다고 머리를 감을 수도 없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내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헤어디자이너 선생님 중에 지금 예약손님 안 계신 분 있으세요?"
카운터에 원장도 안 보이고 넘버투도 없기에 사무직원에게 물었다.
"머리가 왜 그래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헤어디자이너선생님 방 중에 빈 방 있으면 알려 주세요."
"구선생님 방에 손님이 안 계시네요."
"구선생님 어디 가셨어요?"
"아니요. 방에 계세요."
꼬붕한테는 가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이대로 있자니 이것도 문제고... 안 떨어지는 발을 움직여 꼬붕의 방 앞에 섰다. 노크를 하니 들어오라는 꼬붕의 대답이 들려왔다.
"웬일이냐?"
"드라이기 좀 빌릴려구요."
"야 너 머리가 왜 그래?"
"손님한테..."
"여기 앉아 봐."
꼬붕이 비어 있는 의자에 나를 억지로 앉혔다.
"괜찮아요. 드라이기만 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해준다고 하면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되는 거야."
'으윽'별로 안 고맙거든. 이미 내 머리를 만지기 시작한 꼬붕의 손을 떼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꼬붕은 진지한 표정으로 드라이기를 가져와서 삐친 머리를 손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삐친 머리들이 제자리를 찾았다. 꼬붕이 드라이기를 꺼서 정리했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고맙습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
"말로만 고맙냐?"
'그럼 뭐?'
몸으로도 고맙다고 표현하라고?
내가 뻥진 표정으로 꼬붕을 바라보고 있자 꼬붕은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면서 나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꼬붕이 이상하게 조용한 것 같네. 보통 때라면 이상한 말과 행동을 했을 텐데... 정상인처럼 행동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꼬붕이 워낙 정신 나간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겠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건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뭐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인데 뭐라는 생각을 하면 내 방으로 돌아갔다.
역시나 방으로 들어가자 마자 지명손님이 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손님을 받느라 밖에 나가서 점심도 먹지 못했고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내 방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원장에게 퇴근한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나는 내 주머니에 들어 있는 삼만원을 움켜쥐고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돌려주고 와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블로우스트님, 안돼임마님, 장료님, 이비앙님, 해동풍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감사드립니다.
2월달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피곤하네요... 2월이 짧아서 다행이지 길었으면... 오늘도 즐감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