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를 하다. -- >
침대에서 일어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머리가 어찔거렸지만 인터뷰가 있는 날이니 출근을 안할 수도 없었고 지각을 할 수도 없었다. 물론 아침 일찍부터 인터뷰를 한다고 오지는 않겠지만.... 겨우 몸을 일으켜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 나와 옷을 입었다.
그제 사온 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머지는 옷걸이에 건 채 손에 들고 계단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먼저 내 방에 들어가 옷을 장에 걸어두고는 다시 나와 카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출근을 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고 원장이 일찍부터 나와서 카운터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카운터로 가자 통화를 하던 원장이 나를 보더니 옆의 의자에 앉으라는 눈짓을 해 보였다.
통화를 끝내고 나서 원장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영일군 얼굴이 왜 이래요?"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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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은 알만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방으로 따라 들어가자 나를 의자에 앉힌 원장은 내 머리를 스타일링 해 주고 나서 메이크업 세트를 꺼내서 내 얼굴에 뭔가를 바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아요. 다크써클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바라야 할 것 같으니까."
"네"
내가 봐도 심각해 보이던 내 얼굴은 원장의 메이크업 솜씨아래 멀쩡한 얼굴로 변해 가고 있었다. 잠시 후 거울에 얼굴을 비쳐보던 나는 만족했다. 그냥 멀쩡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해 보이는 얼굴에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장님 대단하세요."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 촬영을 한다고 해서 좀 과하게 한 것 같지만 지금 보니 괜찮네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점심 전에 도착해서 점심 먹으면서 간단하게 브리핑 하고 바로 인터뷰 들어간다고 하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하세요."
"네"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원장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나오니 환타지아 대부분의 무리들이 출근을 한 모양이었다.
"형 완전 다른 사람 같은데요. 멋져요."
'역시'막둥이라서인지 애교가 넘치는 효식이가 나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는 한마디 했고 태경이는 내 어깨를 툭툭 털어주었다.
"잘해라."
넘버투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지고는 곧 아침구호 준비를 시작했다.
'뭐야?'
아직 기자 오려면 멀었는데... 넘버투는 기자가 와도 모른 채 할 생각인 듯 했다.
뭐 그러던가 말던가 라는 생각으로 내 자리로 가서 섰다. 원장이 방에서 나와 환타지아 무리들 앞에서자 바로 아침구호를 시작했다.
구호가 끝이 난 후 넘버투가 입을 열었다.
"오늘 헤어경향에서 최혜정기자가 최영일군의 인터뷰를 하러 환타지아를 방문합니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모두들 협조해 주길 바랍니다."
평소와 다르게 깍듯한 말투를 쓰면서 말을 끝낸 넘버투의 말에 모두들 우렁찬 소리로 대답을 했고 다들 자리로 돌아가면서 내 등을 한번씩 두드려주었다. '이 사람들아'당신들은 한번씩이지만 나는 80번을 맞아야 한다고... 서너번 두드려댄 인간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거기다 사심이 담긴 건지 꽤 많이 아팠다.
오전에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받아도 상관없었지만 아침에 내 상태를 본 원장이 손님을 받지 말고 쉬도록 했던 것이다.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 헤어경향과 몇 개의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누웠 있던 몸을 일으키며 얼른 대답을 했다. 영대가 쭈볏거리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이거."
검은 봉지 하나를 내게 건네주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실 지난번 샹그리아 사건 이후 영대는 내게 굉장히 고마워했다.
왜 그렇게 고마워하는 것인지까지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덕에 다른 사람들에게 대하는 거와 나에게 대하는 것이 살짝 틀린데 가끔 이렇게 뭔가를 주기도 했다. 봉지를 꺼내보니 그 유명한 인삼을 갈아 만들었다는 드링크가 한 박스 들어있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받아보기는 처음이지만 나는 기쁘게 하나를 꺼내 마셨다. 마시고 나니 왠지 힘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머지는 장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는 다시 잡지를 펼쳤다.11시쯤 되어 최혜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마 12시 가까이 되어서야 도착할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전화에 대고 모르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나니 약간 긴장이 되기는 했다. 그리고 12시 10분 전 최혜정이 환타지아에 도착했다.
평소와 같은 노크 소리가 들렸고 나는 왠지 최혜정일것 같다는 생각에 일어서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는 놀라서 한참을 굳어진 상태로 멈춰 있어야만 했다. 최혜정은 여태껏 내가 만나온 어떤 여자와도 다른 스타일이었다.
딱 떨어지는 정장에 완벽한 화장에 잔머리 하나 나오지 않게 머리를 빗어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걷는 자세도 흐트러짐 하나 없었고 앉는 자세도 마치 마네킹이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언제 앉으라고 했던 건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최혜정은 소파에 두 다리를 한쪽으로 다소곳이 모으고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최영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방금 전 인사하셨어요."
최혜정의 손에 보니 내 명함까지 들려있는 걸 봐서는 그녀의 말이 맞는 듯했다. 술도 안 먹었는데... 필름이 끊기다니... 헐나는 최혜정의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다.
사실 헤어디자이너의 방에는 소파가 마주보도록 놓여있지 않다. 내 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 원장이 특별히 자신의 방 소파를 내 방으로 옮겨놔 준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최혜정과 마주 보고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동안이시네요."
내 나이가 이제 22살인 것을 생각하면 내가 동안이면 도대체 몇 살로 보인다는 거야?
"저 22살입니다."
"알고 있어요. 최영일 22살 현재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고 환타지아에 2년 전부터 근무 재작년에 헤어대회 은상, 작년엔 전국대회 대상, 그리고 올해 국제대회 대상을 탔고 작년에 미용사자격증 취득했고 현재....."
"알겠습니다. 그만하시죠."
나는 계속 이어지려는 최혜정의 말을 막았다. 이러다간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일까지 드러날 것 같아서 겁이 났기 때문이다. 설마 학점과 여자관계까지 알고 있는 건 아닐테지?
"일어나시죠. 같이 점심 식사하면서 간단히 브리핑하겠습니다."
"그런데 일행은 안 계시나요? 제가 듣기로 다른 분도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촬영팀은 잠시 후 합류하도록 했습니다. 일이 조금 늦어져서요."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일어서는 최혜정의 뒤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최혜정의 치마 자락은 구김조차 없었다.
저게 인간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최혜정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방에서 나온 나는 환타지아 무리들을 만났다. 원장은 나와 최혜정을 위해 예약을 해 놓았다면서 그 곳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환타지아 무리들이 같이 있는 곳에서 브리핑을 할 수 없을 것이기에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식사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가 간 곳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한정식집 안에 따로 마련된 방이었다.
그 동안 이 한정식 집을 이용하면서도 이런 방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나는 신기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한정식집이다보니 신을 벗고 들어가 앉아야만 했고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최혜정도 힐을 벗고 방으로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최혜정이 어떻게 할 것인지 신경이 쓰여 슬쩍 최혜정 쪽을 보았다. 최혜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 맞은편에 앉았다.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치마가 허벅지의 반 이상을 드러낼 정도로 짧아졌고 최혜정은 곧 벨을 눌러 종업원을 불러 덮을 것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잠시 후 들어온 종업원의 손에 무릎담요가 들려 있었고 나는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면 무릎담요 아래로 감춰진 최혜정의 허벅지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식사 가져오겠습니다."
아마 원장이 식사메뉴까지도 미리 예약해 둔 모양이었다.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하자 곧 전채음식이 들어왔다. 전복죽과 간단한 샐러드와 해초 무침과 따뜻한 국물이 들어 왔고 나는 죽을 먹기 시작했다.
"평소 여기 자주 오시나 봐요?"
"네 원장님께서 좋아하셔서요."
"음식은 뭘 좋아하세요?"
"뭐든 다 잘 먹습니다."
"나중에 부인이 좋아하겠네요. 가리는 거 없어서."
"그렇다면 다행이죠. 전 먹는 건 좋아하지만 음식을 잘 만들지는 못해서 자취생활을 벌써 3년째 하는데도 계속 밖에서 먹게 되네요. 그래서 음식 잘 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러세요."
"음식 잘 하세요?"
"특별히 해 본 음식이 없네요. 학교 졸업을 하고는 줄곧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바빠서 그럴 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어요."
"그럼 부모님과 같이 사시는 거에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친구랑 같이 지내는데 그 친구가 음식을 잘해요."
"부럽네요. 저도 그런 친구 한명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중에 오면 소개시켜 줄게요."
"네?"
"그 친구가 오늘 촬영팀이거든요. 같은 직장에 있다보니 같이 사는게 편해서 아직까지 같이 지내고 있어요."
나는 최혜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후 나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잡채와 전, 회무침, 신선로 같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아마 좀 있으면 밥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촬영팀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잠시만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최혜정이 폰을 들고 일어섰다. 여기서 통화를 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그녀를 보고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역시나 최혜정은 구김 없는 치마를 살짝 아래도 당겨 제대로 정리하고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나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기자라서인지 최혜정이 있으니 긴장이 되어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기에 그녀가 나가고 난 뒤 나는 열심히 음식을 집어 먹고 있었다. 최혜정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나는 다시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죄송해서 어쩌죠? 촬영팀이 늦어질 거라고 하는데요."
"괜찮습니다. 어쨌든 오늘 안에는 끝날 거잖아요."
"그것도 장담은 못합니다. 제가 지난번 말씀 드린 것처럼 오늘 안 되면 내일까지도 시간을 내 주셔야 합니다."
'참'대쪽 같네.
그냥 그렇겠죠가 아니라 사사건건 뒷말을 붙이는 최혜정을 보면서 예전에 이런 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얼른 식사 하시죠."
종업원이 밥과 국을 가지고 들어왔다. 새하얀 쌀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보자 좀 전에 이것저것 주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있었다.
"먹는 걸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네"
'당연하지'먹는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 나는 속으로만 그렇게 말하고 얼른 밥 한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찰진 밥알이 입안에서 씹히는 느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하는데."
"네?"
"먹는 모습이 좋아보인다구요. 얼른 드세요."
최혜정은 입술에 바른 립스틱 하나 지워지지 않은 상태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먹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입술을 계속 쳐다본 모양이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니요. 립스틱 색상이 예뻐서요."
"네 감사합니다. 예전에 선물 받은 거예요."
역시나 여자는 여자인가보다. 칭찬을 하자 곧 곱게 웃으면서 대답을 하는 최혜정을 보면서 그래도 여자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머지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가 밥을 한 공기 다 비울 때까지 최혜정은 밥의 1/3공기를 먹고 있었다. 마치 음식을 먹는 정도를 가르치는 사람처럼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는 국을 약간 먹고 반찬을 골고루 하나씩 먹었다.
거기다가 씹는 것은 마치 숫자를 세면서 씹는 듯 보였다. 갑자기 체기가 확 올라왔다.
밥 잘 먹고 나서 이게 무슨 일인지. 앞에 최혜정을 계속 마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진짜 체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보니 그녀가 무릎담요를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도 허벅지의 반 정도 덮은 치마는 더 이상 위로 말려 올라가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얼마 정도의 연습과 노력을 하면 저런 내공이 쌓이는 것인지.
최혜정은 섹스할 때도 립스틱이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얼마 뒤에 최혜정이 식사를 끝냈다. 밥의 반 공기만 먹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커피 드실 거죠?"
"네?.. 네"
최혜정이 섹스하는 모습을 상상하느라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던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최혜정은 자신이 사겠다면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말했고 나는 그녀를 따라 한정식집을 나섰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create1112님, 멍충대마왕님, 해동풍님 감사드립니다. 오늘 드디어 연참입니다. 그리고 저 여자 맞습니다.
그럼 즐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