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쁜 남자... -- >
내가 놔준다고 놔질리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옷으로 심지선의 손과 발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괴롭긴 하겠지만 저렇게 놔두면 결국 약효가 떨어질 테니까. 그때까지만 가만히 놔두면 괜찮아 질거다. 라는 생각으로 그냥 묶어두기만 한 것이었다.
"이쪽으로 와요."
심지영은 벽 쪽에 붙어 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안 올 거예요?"
나는 손 하나를 묶여 있는 심지선 쪽으로 뻗었다.
"아니 갈게요. 그러니까 걘 그냥 놔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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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영이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날 노려보면서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심지영의 손을 잡아 가슴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아래로 미끄러트렸다. 허리를 지나 배꼽 아래로 내려가자 잡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왜요? 겁나요?"
심지영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단지 나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절대 내 목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마치 얼굴에서 시선을 떼면 어떻게 되기라도 하는 양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심지영 덕분에 나도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심지영의 손이 페니스에 닿기 직전 움직임을 멈췄다.
"진짜 나 화 많이 났었어요. 그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죠?"
심지영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렇지만 귀를 쫑긋하고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때 몸로비 했냐고 하면서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리고 거기다 남자한테까지 다리 벌린 거 아니냐고 했잖아요? 기억 안 나요?"
"... 기억 나요."
"정말 기분 나빴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면 절대 그냥은 안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정말 내가 나쁜 놈인거잖아요. 나 남자 싫어해요. 그런 쪽으론 말이에요. 욕하는 건 괜찮은데 그런 오해는 좀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 미안해요. 내가 좀 심했어요."
나는 심지영의 손을 놓아 주었다.
"그럼 여기까지."
"뭐? 안 해요?"
"왜요? 하고 싶어요?"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면서 두 손을 열심히 휘젓는 그녀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에요. 싫다는 사람 데리고 억지로 하는 그런 놈 아니라구요. 그리고 동생 데리고 병원에 가봐야 할 거 아니에요. 저렇게 놔두면 진짜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까 말이에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옷을 주섬주섬 정리해서 입고는 심지영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묶여 있는 심지선을 안아 들고는 심지영에게 앞장서도록 했다. 심지선이 신음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몸을 밀착시키는 모습을 보더니 심지영은 황급히 룸의 문을 열고 나갔고 우리는 곧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최음제 성분의 약과 술을 먹은 것 같다는 말에 병원에서는 얼른 수액을 심지선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진정제 주사를 맞고 나자 심지선은 곧 잠이 들었고 나는 심지영에게 인사를 하고는 병원을 빠져나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간 나는 옷도 벗지 않은 채 바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그리고 잠시 전에 내 행동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여러 가지 선택 중 그래도 참으로 자랑스러운 행동이었다.
나름 자위하면서 눈을 감았다. 아마도 이 일에 대해 넘버투가 알게 된다면 놀란 눈으로 '너 고자냐'고 말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음날 환타지아로 출근을 하니 왜 중간에 말도 없이 사라졌냐며 넘버투에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별로 중요한 말도 아니니까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어진 말에 놀라서 다시 한번 되물어야만 했다.
"네? 제가 못들어서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해 주세요."
"야 너는 사람이 말할 때는 잘 안 듣고 실컷 다 말하고 나니까 다시 얘기해 달라고 그러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잘 들을게요. 다시 한번만 말해주세요."
넘버투는 이유진이 클럽에 왔었다고 말해주었다. 얌전한 줄로만 알았더니 아니더라면서 팬티가 보일만큼 짧은 미니스커트에 가슴께만 겨우 가린 탑을 입고 스모키 화장을 해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지만 혹시나 해서 몇 번을 확인해 봤더니 이유진이 확실했다고 장담을 했다. 혹시 꼬붕 때문에 사람이 변한 게 아니냐며 나름 걱정스러운 말을 내뱉는 넘버투를 나는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넘버투가 다른 사람 걱정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지 새삼 신기했지만 곧 관심을 끄고 이유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난번 내가 싫다는 이유진과 백진아 그리고 싫다는 기색은 없었지만 지윤경 세 명을 동시에 안았었다.
그날 이유진이 충격을 받았던 것 같은데 사과를 해야했지만 막상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내버려두었었다. 혹시나 그래서는 아닐까 라는 고민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아직 정말 이유진이 그런 상태로 클럽을 왔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확인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잘 아는 동생이 어긋난 길로 간다면 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그 나쁜 길로 밀어 넣은 것이 나일지도 모르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되었던 것이었다. 바로 이유진에게 연락을 할 수 없어서 나는 지윤경에게 연락을 했다.
[웬일이에요? 먼저 연락도 다 하고.]
"그냥 잘 지내나 궁금해서 그러지? 별일 없어?"
[왜요? 별일 있길 바래요?]
"당연히 아니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농담이예요. 정색하기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 뭐 다른 할말 있어요.]
"사실은 요즘 유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유진이요? 나도 최근에는 바빠서 연락 못해봤는데 직접 연락해 보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지난번에 그 일 때문에 미안해서 먼저 연락하기 좀 그렇네."
[미안하니까 먼저 연락을 해야죠. 그럼 이대로 영영 연락도 안하고 유진이 안 볼거예요?]
"아니 물론 그런 건 아니야."
[그럼 연락해 봐요. 혹시 전번 몰라요?]
"아니 알고 있어."
[그리고 미안한데 나 이만 끊어야겠어요.]
"아 그래 그럼 다음에 연락할게."
[그래요. 유진이한테 꼭 연락해 봐요.]
"알았어."
지윤경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도 한참 고민을 했다. 정말 이유진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이겼다.
"유진아"
[.........]분명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 혹시 끊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귀에서 폰을 떼고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나 통화중이었다.
"오빠 기억하지?"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유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일이세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잘 지내고 있어요.]
"시간 있으면 우리 한번 만날래?"
[바빠요.]
"정말? 그러면 내가 찾아갈까?"
[아뇨. 제가 갈게요.]
"언제쯤 올래?"
[시간 나면...]
"그러니까 그게 언젠데. 아니면 내가 오늘 이라도 찾아가고."
[알았어요. 내일 저녁에 갈게요.]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겠다는 협박을 하고 나자 유진이는 자기가 오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내일 오겠다고 확답까지 듣고 나서야 통화를 끝냈다. 그렇지만 다음날 이유진은 오지 않았다. 대신 심지영이 환타지아로 찾아왔다.
"고마웠어요."
"나는 한 일이 없는 걸요. 그 때 동생분은 괜찮으세요?"
"그게 사실 지선이도 영일씨한테 인사하고 싶다고 하던데 혹시 주말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식사라도하고 싶은데요.
"당연히 시간 있어요. 그럼 주말에 뵐까요?"
"제가 연락 드릴테니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명함을 한 장 심지영에게 건네주었다. 심지영도 자신의 명함을 내게 주었고 그렇게 잠깐 나를 만나고 나서 심지영은 돌아갔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유진의 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꺼져 있어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설마'그날 일로 충격이 컸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꼬붕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유진을 다독여 줄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내 욕구만 채우기 위해 괴롭혔던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그 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아 성격에 변화가 오기라도 한 것이라면... 내가 죄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연락도 되지 않고 찾아오지 않는 유진이를 보면서 그냥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윤경에게 다시 연락을 하였다. 그리고 이유진이 클럽에 왔었고 그때의 상황을 알리고 나서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러 오지도 않았고 연락도 안 된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지윤경은 내 말을 듣고 놀란 것인지 한동안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사실 제가 그동안 많이 바빠서 유진이 못 만났었거든요. 우선 제가 찾아가 볼게요. 그리고 다시 연락할게요.]
"연락 꼭 좀 해줘. 괜찮을지 걱정이 되네. 그럼 부탁할게 내가 직접 찾아가고 싶지만 나는 집도 모르고 내가 간다고 해도 만나 줄지도 모르겠네."
[너무 걱정 마세요. 별일은 없을 거예요.]그렇게 지윤경과의 통화를 끝내고 오후엔 일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오후에 온 손님들은 '일심' 무리들이었기에 큰 무리 없이 스타일링을 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어제 회식의 여파로 인해서 인지 환타지아 무리들이 재빠리 퇴근을 해 버렸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서 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옥탑방으로 올라왔다.
저녁으로 대충 냉동밥을 데워서 즉석국을 끓여서 먹고는 욕실에서 씻고 나와서 바로 노트북을 켜서 검색을 시작했다. 이유진에 대한 기사가 실린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별다른 기사는 없었다. 그래서 지윤경과 백진아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백진아도 지난번에 봤던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 말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지윤경의 기사는....
'뭐야?'
지윤경 얘 뭐하는 거야?
바쁘다고 하더니 방송 스케줄 때문에 바빴던 것이 아니라 섹스스캔들 터트리고 다니느라 바빴던 거야?
이건 이유진보다 지윤경이 더 큰 문제인데... 도대체 멀쩡해 보이는 얼굴과 목소리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물론 이런 기사가 전부 다 사실은 아니겠지만 반면 완전 근거 없는 기사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는 지윤경의 기사가 떠 있는 창을 내리고 혹시나 나에 대한 기사 같은 것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역시 잡지에 기사 한번 실린 것만으로는 유명인의 반열에 오를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환타지아는 광고를 내지 않네.
보통 헤어경향 같은 잡지엔 대형 미용실이나 의상실 등은 줄기차게 광고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달나라조차도 광고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환타지아의 광고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긴 광고를 안 해도 손님들이 알아서 오는데 돈 드는 광고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인터넷을 닫고 노트북을 꺼서 치워버렸다.
지윤경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유진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고 만만한 백진아는 한국에 없고 삼종 세트가 결국 이렇게 속을 썩이고 있으니 생각 외로 큰 스트레스를 받을 모양이었다. 밤새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침이 되어 학교를 가기 위해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니 온 몸이 축축 처지는 것이 학교고 뭐고 때려치워버리고 싶었지만 시험도 잘 치지 못한 주제에 출석까지 안 하면 F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물로 씻고 나서 밖으로 나와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는 밖으로 나왔다.
강의실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강의실로 들어가서 잠시 후 들어온 교수가 출석을 부르고 나자마자 나는 책상에 엎어져버렸다. 그리고 교수가 나갈 때까지 푹 퍼져서 자버렸다.
너무 대놓고 자니까 교수도 차마 깨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굉장히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은 모양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야 영일아 일어나봐. 어제 뭐 했길래 상태가 안 좋아?"
"너 설마 어제도 밤샌 거야? 이번엔 누구야?"
이 눈치 없는 놈들. 교수도 안 깨우는 잠을 동기라는 이름하에 친구라는 직위를 가진 녀석들이 깨워버렸다.
"피곤해 더 잘거야."
"야 말해 누구야?"
내가 녀석들에게 환타지아에 왔던 여자들과 잠자리 한 얘기를 몇 번 자랑처럼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내가 피곤한 듯 보이기만 하면 녀석들이 누구냐고 몇 번 했냐고 나를 닦달하곤 했다.
"그런거 아니야. 그냥 일이 좀 있어서 잠을 못 잤어."
"사실 대로 말해도 돼. 우리가 어디 가서 소문 낼 위인들이냐?"
'어'너희들은 사방팔방 떠들고 다니겠지. 내가 안 봐도 뻔하다. 어쨌든 정말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고 나도 백진아나 이유진, 지윤경과 같이 잔 얘기를 얘네들에게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저 이름 모를 여인네 몇 명과 섹스를 한 얘기를 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항상 이런 식으로 엮으려고 드니 약간 짜증이 났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이비앙님, 블로우스트님, tjdwhd303님, 챠베스님, LinHoo님, 멍충대마왕님, 해동풍님 감사드립니다.
영일이가 간이 작다기 보다 작가가 간이 작아서 ... 범죄 행위는... 없습니다. 수위를 약간 조절했습니다.
그럼 즐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