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쁜 남자... -- >
"영일아 강의실 밖에 누가 찾아왔어."
"누구?"
동기들 사이에 엎드려 있던 나를 누군가 불렀다.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강의를 듣는 녀석 중 하나였다. 내 반문에 어깨를 으쓱이던 녀석은 자기 볼일 보러 가버렸고 궁금한 나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너는...."
"안녕하세요. 지난 번 감사했어요."
내 앞에 수줍게 미소 지으며 서 있는 여인은 바로 심지영의 동생이었다. 얼마 전 최음제를 먹고 나를 덮치려고 했던 바로 그... 그러고 보니 처녀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처녀라는 사실은 기억이 났다. /19 쪽213
"감사하다고 인사를 들을 만한 일도 아닌데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 1학년이에요."
"그래? 그런데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
"저 오빠 알고 있었어요."
'하긴'내가 학교에선 나름 유명인이다. 나를 모르는 여자애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래서?"
"그래서 직접 감사하다는 인사 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제가 환타지아에 갈만한 능력은 안 되어서요."
"온 김에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
아직 점심시간이 되려면 한 시간 정도 남았지만 딱히 상관 없었다. 점심 먹고 와서 오후 강의 들어도 되니까.
"그래도 돼요?"
"되지 뭐 먹고 싶어."
나는 강의실 안에 둔 가방과 책 따위는 내버려두고 주머니에 지갑과 폰을 챙겨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는 그녀를 데리고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점심 때 조별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그런 것은 그냥 살짝 무시해버렸다.
어차피 그 조별 모임이라는 것도 기말고사 때 필기시험 대신 치는 실기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딱히 모여서 의논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조별로 모임을 갖고 각기 주제를 나눠서 준비하자고 해서 조가 나눠진 것이었다. 그러니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병원에서 괜찮다고 한 거야?"
"네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바로 퇴원했던 거야?"
"네 그날 밤에 입원 안하고 응급실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었어요."
"괜찮았다니 다행이네."
"오빠 덕분이었죠. 언니 말로는 절 구해주셨다고 하던데요."
"들었어?"
내가 구해낸 것은 사실이니까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제가 사드릴게요."
'겨우'점심만?
아쉬움이 밀려오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사심을 가졌던 모양이다.
"언니는 주말에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던데."
"네? 언제요?"
"주말에 말이야. 같이 의논한 거 아니었어."
표정을 보니 전혀 몰랐던 일인 모양이었다. '이거'뭐야? 두 자매가 날 따로 만나려고 했던 거야?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지만 날 원한다는데... 거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따로 만나면 어떻고 같이 만나면 어때... 가 아닐지도... 그냥 그날 한번에 꿀꺽 할걸 그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는 결코 착한 남자는 아닌 모양이다. 심지영의 동생과 같이 학교 밖으로 나갔다.
"이름이 어떻게 돼?"
"제 이름요?"
내가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에 잠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럴 수도 있다 수긍한 모양이었다.
"심지선이예요."
"예쁜 이름이네."
자세히 보니 심지영과는 생김새가 조금 달랐다. 아마 클럽 안에서는 어두운 조명에 두꺼운 화장에다가 약기운에 잔득 인상을 쓰고 있어서 심지영이라고 착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얼굴이 아닌 것을 확인하면서 내가 평소에 잘 가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 근처에는 비싼 횟집이나 한정식집이 없어서 단둘이 있을 만한 식당은 없었다.
레스토랑을 가게 되면 그래도 칸막이라도 있겠지만 내가 양식을 즐기지 않는 터라 그냥 식당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간단하게 식사 두 개를 주문하고 나서 나는 앞에 앉은 심지선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 얼굴이 붉힌 심지선이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렸다.
"너 어쩌다가 약 먹었어?"
내 질문에 놀란 듯 나를 보던 심지선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모르긴 몰라도 심지영에게 실컷 닦이고 난 뒤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심지선이 약을 먹게 된 경위가 너무도 궁금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게...."
차마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한지 한참을 뜸을 들이던 심지선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떤 남자가 주는 술을 마셨어요."
"어떤 남자? 아는 사람?"
"아니요 모르는 남자였어요. 그날 처음 봤는데 술을 주길래 마셨어요."
'참'너도 미래가 암울하다. 낯선 남자가 주는 술을 아무 생각 없이 덥석 받아 마실 정도면... 처녀라는 사실이 진짜인 것일까 잠시 의심을 하던 나는 심지영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말은 사실일 거라고 확신했다.
아마도 얘 때문에 언니인 심지영이 엄청 고생을 했었겠지.
그렇다는 말은 그 심지영이 없으면 이런 애쯤은 그냥.... 후르르 쩝쩝.
내가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자 심지선이 입을 열었다.
"많이 시장하세요?"
".. 응? 응 아침을 안 먹었더니."
(한동안 섹스를 굶었더니....)
"이모 여기 음식 좀 빨리 주세요."
안 그래도 지금 나간다고 대답을 한 종업원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심지선은 자신의 밥그릇에 담긴 밥을 반을 푹 덜어내더니 내 밥위에 올려주었다.
"많이 드세요."
"고마워."
사이좋게 밥을 먹고 우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오후 강의만 없다면 심지선의 손을 잡고 사람 없는 곳으로 갔겠지만 강의를 들어야만 하는 터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심지선과 헤어져야만 했다.
우리 학교의 의상디자인학과에 다니고 있다는 심지선을 난 단 한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 의상디자인학과는 우리학과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학교에 오면 나는 내가 수업을 듣는 강의실과 가끔 가는 화장실, 그리고 매점과 식당 말고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것도 오전 수업만 있거나 오후 수업만 있는 경우에는 강의실에만 있다가 바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타과 학생들을 마주칠 일이 없는 것이었다.
"저 애 의상학과 신입생 아니냐?"
"나 바빠서 축제 때 학교 안 왔었는데."
날 알만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동기가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잘 해봐. 노리는 애들은 많은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모양이더라."
"그래? 순진한 애로 알고 있는데."
"순진해 쟤가? 완전 노는 애야."
내가 잘 못 본 걸까? 그런데 춤을 잘 춘다고 해서 무조건 노는 여자는 아니잖아.
그래서 클럽에 있었던 거구나 라며 스스로 납득하고 있는 나였다. 순진한 여자가 클럽이라는 곳에 갈 일이 뭔가 하고 나름 궁금해 하고 있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오후 강의를 듣고 내려오다가 동기들이 술 한잔 하러 가자고 나를 꼬드겼다. 간만에 동기들이랑 술이나 마시러갈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최영일입니다."
[저예요. 지금 시간 있어요?]동기들을 돌아다보고는 대답했다.
"시간 괜찮아 어디로 갈까?"
[그럼 제가 문자로 다시 연락 할테니 그 쪽으로 와 주세요.]
"알았어."
나는 지윤경과 통화를 끝내고 동기들을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미안해서 어쩌지? 나 일이 생겼네. 대신 다음에 내가 거하게 한번 쏠게.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다."
"그럼 할 수 없지. 바쁘면 먼저 가라 대신 다음에 3차까지 책임져."
흔쾌히 나에게 볼일 보러 가라고 대답한 동기들은 곧 자주 가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어디로 오라는 문자가 안 왔으니 그냥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기다리자고 생각한 나는 버스정류장의 벤치에 앉았다. 그냥 앉아 있으려니 심심해서 폰을 꺼내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막 라스트 단계를 클리어하려는데 문자가 들어왔다. [환타지아 앞 사거리 쪽의 레드바로 와주세요.]나는 바로 가겠다는 문자를 날리고는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번호를 확인했다.
운 좋게도 환타지아로 가는 버스가 막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얼른 벤치에서 일어나 버스에 올라탔다. 내가 레드바에 들어가니 지윤경과 이유진, 그리고 서빈이 함께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여자인지라 다가가기 망설여졌지만 나는 곧 그녀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그녀들 외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좀 늦었지."
"왔어요. 이쪽으로 앉아요."
지윤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그 자리에 앉도록 했다. 나는 그렇게 서빈과 이유진의 사이에 앉게 되었다. 지윤경은 나의 맞은편에 앉았고 나는 서빈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다행히도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유진이도 잘 지냈어?"
이유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안부를 건넸지만 이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이 없었다. 나는 지윤경에게 눈짓으로 이유진이 왜 이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지윤경은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더니 곧 내 옆에 앉은 서빈에게 잠시 같이 화장실을 가자며 데리고 나가면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무슨 일 있어? 지난번 온다더니 오지도 않고."
"........"
이유진은 아무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나는 이유진의 턱으로 손을 가져가서 그녀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들어 올린 이유진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뭐야?'
울고 있었던 거야?
"울었어?"
"아니에요. 그런 거."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해."
"그냥 힘이 없어서요."
"왜 힘이 없는데."
"나 얼마 안 있으면 유학가요."
'뭐?'
너도 유학 가냐? 그러고 보니 연예인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유학을 가는 걸까? 예전에 황세린도 유학을 가버리더니 이유진까지... 뭘 배우러 유학까지 가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나마 눈치가 있던 나는 이유진에게 묻지 않았다. 그냥 이유진을 끌고 바에서 나왔다.
지윤경이 돌아와서 나와 이유진을 찾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지윤경조차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까운 호텔로 이유진을 끌고 갔다. 호텔의 룸에 들어갈 때까지 나도 이유진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룸 안으로 들어간 나는 우선 이유진을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이유진이 유학을 가게 되어서 섭섭하다는 말 대신 나름 몸으로 그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이유진의 치마 아래 팬티를 벗겨 버리고 그녀의 다리를 벌려 급하게 그녀의 꽃잎 사이로 페니스를 박아 넣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멍충대마왕님, 애독자C님, 해동풍님, 블로우스트님 감사드립니다. 이제 등장인물 체인지가 있습니다.
이유진 대신에 심지영, 심지선 자매가... 쌍둥이는 아니고 나이차가 좀 있는 자매입니다. 어제가 화이트데이였다네요... 사탕은 많이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블랙데이날 다들 손잡고 짜장면 먹으러 가야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즐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