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211화 (211/236)

< -- 출근 -- >

잠결에 잠시 깨어 보니 침대 위였다. 따뜻함 체온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옆자리에 백진아가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 누운 사람을 껴안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백진아와 같이 지내게 되면서 나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건 바로 아침마다 모닝섹스를 즐기게 된 것이다.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품속을 파고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백진아의 몸을 주무르다가 '흐응'하는 신음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꽃잎사이로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박아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아침도 예외 없이 모닝섹스를 하기 위해 백진아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웬일인지 옷을 다 입고 있는 백진아의 몸에서 옷을 벗겼다.

뒤쪽에서 끌어안고 있는 자세로 옷을 벗기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옷을 다 벗기고 나서 내 옷도 다 벗고 나서 이불 속에서 막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백진아의 엉덩이 쪽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너 지금 뭐하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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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엑'이 목소리는...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방문을 열고는 문 바로 옆에 삐딱하게 몸을 기대고 서 있는 넘버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여기 계세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넘버투는 턱으로 내가 안고 있는 백진아를 가리켰다. 아니 나는 그렇다고 생각을 했다.

내 시선이 자연스레 백진아 쪽으로 돌아갔고 여태껏 백진아라고 생각하며 끌어안고 있던 여자가 넘버투의 마누라라는 사실을 알고 나선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오르며 침대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아니 왜 여기 넘버투랑 넘버투 마누라가 있는 거야? 내가 놀라서 넘버투의 마누라의 벌거벗은 엉덩이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 넘버투가 침대로 걸어와 마누라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기껏 재워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냐?"

나는 멍하니 침대 아래 앉아서 넘버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참... 기분 더럽네. 영일이 너 일단 가라."

"... 네? 네"

마치 유부녀랑 바람난 부하직원쯤 되는 포즈로 옷을 주워든 나는 방밖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나를 향한 궁금증 어린 시선들이 느껴졌다. 어제 같이 술을 마셨던 몇 명의 인간들이었다. 그런데 이 인간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보통은 술 마시다가 시간이 늦으면 각자 집으로 가야하는 거 아닌가? 여기 다 같이 사는 것도 아닐텐데... 왜 여기 있는거야?

하지만 내 현재 상태를 생각할 때 이런 것을 궁금해 하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후다닥 옷을 입은 나는 곧바로 집 밖으로 나와버렸다.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더니 역시나 방전으로 인해 먹통이 된 상태였다.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진 나는 가까운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겼고 캔커피를 마시면서 정신을 차리는 동안 폰의 급속충전을 했다. 충전이 끝나고 받아들고 확인해 보니 백진아에게서 문자가 다섯 통이 와 있었고 전화는 그보다 훨씬 많이 와 있었다.

출근한다고 나가놓고는 기껏 늦을 거라는 문자 한통 보내놓고는 연락이 안 되었으니 이건 핑계를 댈만한 말도 없었다.

"네 최영일입니다."

[어디예요?]백진아의 번호가 떴고 나는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받았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날카로운 백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선생님 댁에서 신세졌어. 술을 너무 마셔서 필름이 끊겼거든. 연락 못해서 미안해."

[내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거예요?]

"그런 거 아니야. 너무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몇 잔 안 마시고 뻗어서 연락 못했어."

[지금 출근하는 거예요?]

"응 막 원선생님 댁에서 나왔거든. 나중에 저녁에 보자.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

[알았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줘요.]백진아의 목소리를 들어보건데 옆에 분명 지윤경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교양 있고 새침하게 얘기할 때는 보통 지윤경이나 다른 여자연예인을 만나고 있을 때뿐이다.

나로서는 다행이지만 아마 오늘 저녁 들어가면 쥐어 뜯기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편의점을 나왔다. '아차차'우선은 그게 문제가 아닌데... 넘버투한테 얻어맞지나 않으면 다행일텐데.

오늘은 이래저래 몸뚱이가 무사하긴 힘든 날인 것 같네.

택시를 타고 환타지아로 갔다.

환타지아에 도착하니 아직 직원들은 출근을 안 한 상태였고 청소하시는 분들만 왔다갔다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방으로 들어가 소파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다.

청소를 끝낸 것인지 청소기 돌아가는 소음과 사람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소파에서 일어나 새 옷을 꺼내고 나는 씻기 위해 샤워실로 가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팬티는 벗어서 버리고 셔츠와 바지는 갈아입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고 있는데 누군가가 노크도 안 하고 문을 벌컥 열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형 미안해요."

효식이가 내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뜸 입을 열었다.

"뭐가?"

"아무튼 미안해요 형"

그리고 미안하다는 소리만을 남겨두고 녀석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뭣 때문에 저렇게 풀 죽은 모습으로 내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잘못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아야지 그저 미안하다는 말로 끝내려고 하는 모습에 살짝 짜증이 났다.

머리를 다 닦고 밖으로 나갔다. 출근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넘버투 이하 대부분의 환타지아 무리들이 다 와 있었다.

나는 가능한 넘버투와 멀리 떨어져서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넘버투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있는 영대를 갈구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침구호를 외치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있으려니 아무래도 뭔가가 자꾸 신경에 거슬렸다.

어제밤에 일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돼지껍데기집에서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킨 이후로의 기억이 하얀 백지처럼 지워진 상태였다. 그러다가 정신이 돌아온 것은 침대 위였다.

백진아인 줄 알고 넘버투의 마누라를 주물러대었던 것부터 기억이 났는데 그 중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효식이가 와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고 그렇다는 것은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이 그저 내 자위로 일어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 효식이의 방을 찾아갔다.

"너 똑바로 말해 나한테 뭐가 미안한데."

"말할 수 없어요."

"왜?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말해야지 얼른 말해."

내가 으름장을 놔도 때릴 듯이 주먹을 쥐고 눈앞에서 흔들어 보아도 효식이는 말할 수 없다고 딱 잡아뗐다. '진짜'이 새끼를 파묻어 버릴 수도 없고.

뚜껑이 열리려는 것을 애써 눌러 참으며 나는 효식이를 어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름 고집이 있는 녀석인지 도무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나도 나름 고집이 있는지라 하루종일 효식이 뒤를 쫓아다니면서 캐묻고 싶었지만 일을 해야겠기에 그 정도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 방엔 넘버투가 소파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 선생님 무슨 할말이라도 있으세요?"

"여기 좀 앉아봐."

넘버투의 말에 쭈뼛쭈뼛 소파로 다가간 내가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소파에 앉았다.

"효식이 말 들어보니까 꼭 네 잘못도 아니더라만 그래도 내가 기분이 좀 나쁘다."

".........."

"그래서 너 당분간 미용실 나오지 말고 좀 쉬어라."

"네?"

"원장님껜 내가 말씀 드릴테니까 연락할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네"

여기다 대고 도대체 효식이가 뭐라고 말했냐고 물어 볼수가 없어서 나는 넘버투에게 인사를 한 후 방 밖으로 나왔다. 몇 명이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보니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듯 했지만 우선 나는 환타지아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와버렸다.

주차장으로 가서 어제 세워 두었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눈을 감을 채 한참을 앉아 있다가 폰을 꺼내서 현성이 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나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효식이는 미안하다고만 하고 원선생님은 미용실 당분간 쉬라고 하고. 답답해 죽겠어요. 시간 나면 연락 좀 해줘요.]그리고 얼마 후 폰이 울렸다.

"네 최영일입니다."

[너 무슨 일 있었던 건지 전혀 모르는 거야?]

"모르니까 이러고 있는 거죠. 어떻게 된 거예요?"

그렇게 해서 현성이 형에게 듣게 된 사건 전말을 듣고 나서 나는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환타지아 식구들은 내가 백진아집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술에 취해서 뻗어버린 나를 마땅히 데려갈만한 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뻗어 있던 내가 일어나서 운전을 해서 가겠다며 차키를 꺼내고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억지로 그런 나를 데리고 돼지껍데기집에서 나왔지만 나머지 무리들은 아직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난동을 피우고 있는 나를 데리고 2차를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그냥 헤어지려고 했는데 넘버투가 자신의 집으로 가서 술을 마시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당연히 나머지 무리는 좋다고 동의를 했고 나를 끌고 집으로 데리고 간 그들은 나를 거실의 소파에 눕혀 놓고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넘버투의 마누라도 합세해서 술을 마시다가 먼저 자러 간다며 안방으로 들어갔고 넘버투와 다른 인간들은 있는 술 없는 술 모조리 마셔버리고 취해서 거실에 너부러져 잠이 들었었다. 그러다가 소파에 자던 내가 부스스 일어나서 안방을 찾아 들어가는 것을 효식이가 화장실에 갔다 오다가 목격했지만 아무생각 없이 내가 자고 있던 소파에 자신이 누워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잠결에 안방으로 들어가 넘버투의 마누라를 백진아로 착각하고 안고 잤고 넘버투의 마누라는 당연히 나를 넘버투로 생각하고 반항하지 않고 안겨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막 섹스하기 직전 넘버투가 그 모습을 발견했고 나는 바로 쫓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효식이는 이 일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것이고 넘버투는 나와 마누라에게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마음껏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화를 내려고 해도 효식이가 엉엉 울면서 말렸다고 하니 이거 참... 나는 차를 몰고 백진아의 집으로 향했다. 우선은 집으로 돌아가 생각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왔어요?"

"어제 너무 마셔서 속이 안 좋아서 조퇴했어."

백진아가 집에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어물쩡 변명하면 넘어가긴 했는데 내일 출근하지 않으면 분명 백진아가 이상하게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물을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만 쉬고 내일은 출근은 하지 않아도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침실로 들어갔다.

"죽이라도 끓여줘요?"

"아니 아무것도 안 먹고 싶어."

힘없는 내 대답에 백진아가 가까이 와서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은 없는데."

'이건'몸이 아픈게 아니라 속병이거든. 억울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아무튼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는 듯한 기분.

사실 넘버투 마누라랑 돈을 주면서 섹스하라고 해도 내키지 않는데... 그 여자를 백진아로 착각했다니 내가 정말 술을 많이 마셨던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넘버투의 그 기분 나쁜 시선... 어휴 나도 싫었다고 진짜.

"오늘 촬영 없어?"

"밤에 나가야 해요."

"그럼 같이 자자."

백진아가 순순히 내 손에 이끌려서 침실로 들어왔다. 나는 기분 나쁜 일을 지워버리기라도 할 듯 백진아의 옷을 빠르게 벗겨내고 내 옷을 벗은 후 침대에 올라갔다. 그렇게 백진아와 뒤엉켜 섹스를 하고 나자 어느 정도 울화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오늘 밤에 나가서 당분간 집에 못 들어올 것 같아요."

"왜?"

놀라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내가 물었다.

"지방에서 촬영이 있을 예정이거든요. 당분간 혼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

"언제 오는데?"

"한 일주일 쯤 빠르면 5일정도 걸릴 것 같은데 가봐야 알아요."

"설마 이번에도 베드신이나 그런 건 아니지?"

"아니에요."

나는 힘이 '쭈욱' 빠져버렸다. 일주일정도 백진아가 없을 거라고 하니 그냥 집에서 뒹굴거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사도우미는?

"일하시는 아주머니는 계속 오셔?"

"영일씨 마음대로 하세요. 불편하면 휴가 줘도 되고 아니면 그냥 오시도록 해도 되고."

"그럼 지금 보면 일주일간 못 보는 거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페니스를 세우기 시작했다. 일주일 치 분량을 당겨서 해치우려면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놀란 백진아가 침대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렇게 쉽게 놓칠 내가 아니었다.

저녁 때가 되어 매니저가 백진아를 데리러 올 때까지 우리는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비밀이야~님, 성미카엘님, 멍충대마왕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해동풍님, smone님, 이비앙님, 애독자C님, 현오님, 챠베스님 감사드립니다.

연참은... 힘들구 500회까지도 힘들것 같은데... ㅠㅠ오늘도 즐감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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