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230화 (230/236)

< -- 압박이 시작되다. -- >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우엑'평안하셨습니까? 라니 도대체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생각은 하고 있는 거야? 확실해?

"우선 저쪽으로 앉게."

"네"

나는 장인어른이 가리키는 소파 쪽으로 가서 다소곳이 앉았다. 앉고 나서 생각하니 너무 여성스러웠던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되었지만 이미 앉아버린 뒤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18 쪽252장인어른은 인터폰을 누르더니 비서에게 차 두잔을 가져오라고 말하고는 곧 의자에서 일어나 소파 쪽으로 걸어와 내 맞은편에 앉으셨다.

"백진아와 같은 집에서 지낸다고?"

"네"

"약혼식을 했으니 남의 이목은 상관없다 이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내가 진땀을 빼고 있는 사이 문이 열리더니 비서가 들어와 나와 장인어른 앞에 녹차를 한잔씩 두고는 밖으로 나갔다.

"마시게."

"네"

얼른 잔을 들어 꿀꺽 삼키다가 생각보다 뜨겁지 않은 온도에 잠시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러다가 그만 장인어른과 눈이 마주쳤고 놀라서 바로 고개를 내려 다시 녹차를 바라보았다.

"왜? 입맛에 맞지 않나?"

"아닙니다. 생각보다 뜨겁지 않아서 말입니다."

"내가 뜨거운 것을 잘 못 마신다네 뜨거운 것이 마시고 싶다면 다시 갖고 오라고 하지."

"아닙니다. 좋습니다. 저도 너무 뜨거운 건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래 잘 됐군."

잠시 차를 마시느라 조용해졌다. 장인어른이 찻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겨왔다. 나는 마주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오소소 곤두서는 소름에 시선이 내쪽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진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

"내가 보기에 자네는 그저 그런 것 같아서 말이야."

"네?"

"왜 진아를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할 셈인가?"

'그런건 아니지만'그래도 너무 대놓고 그렇게 말을 하면....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있는데...

"진아가 보면 참 정이 깊은 아이야."

"네"

"자네도 오래 보아왔으니 알거 아닌가."

나와 백진아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거 진아가 말씀 드린 건가? 어떻게 알고 계신거지?

"예전에 유건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쉽사리 놓을 아이는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만 있었다.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아직 본론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기가 죽어버린 나는 그저 빨리 끝내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진아 한국 들어오는 대로 결혼하게."

"네.... 네?"

"준비는 내가 알아서 해 두겠네. 자네는 신경 쓸거 하나 없어. 그냥 몸만 오면 되니까. 내가 날짜를 알려주면 친지들에게 연락이나 해두게."

"지금 결혼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네. 결혼, 그럼 안 할 생각이었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갑자기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는 장인어른의 시선에 목을 움츠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내뱉었다.

"갑작스럽다고 한집에서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몸을 섞으면서 결혼은 갑작스럽다라. 혹시 우리 진아하고 헤어질 생각이었던 겐가?"

"아닙니다. 절대 그런 생각 한 적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말대로 하게. 진아에게는 자네가 결혼하자고 먼저 얘기한 걸로 해두고 절대 내가 먼저 불러서 결혼하라고 했다는 걸 말하지 말게."

"네"

그 뒤로 예단이다, 예물이다 하면서 뭔가를 더 얘기하셨지만 나는 도통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알아서 하겠으니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붙잡는 장인어른을 환타지아로 돌아가봐야 한다는 말로 뿌리치고 밖으로 나오니 좀 전에 타고 온 차가 정문 앞에 대기 중이었다. 차에 올라타니 환타지아 앞에 나를 내려주고는 다시 돌아갔다.

환타지아 입구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나 보다 넘버투가 밖으로 나와 입구 쪽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손짓해 보였다. 나는 곧 환타지아로 들어가 내 방에 손님을 넣지 말라는 말을 카운터에 남기고는 내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구고 생각에 잠겼다.

헤어지라고 말할 줄 알았던 장인어른이 백진아와 결혼을 하라고 하는 말에 진심으로 놀랐다. 사실 백진아와 사귀게 되고 약혼식까지 했지만 정말 결혼 할 수 있을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약혼식날에도 건성이시던 백진아의 부모님을 생각해 보면 그냥 잠시 이러다가 헤어져야겠거니 체념하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그런데 갑자기 결혼이라니 백진아의 집에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의 총수이기도 하고 백진아도 유명 연예인인데... 이거 뭔가 로또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백진아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백진아에게는 자신이 결혼하라고 한 사실을 알리지 말라던 장인어른의 말이 생각이 나서 애써 꾹 눌러참았다.

대신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곧 결혼할 것 같다는 말에 잘 됐다며 얼른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지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며 기뻐하셨다.

여태껏도 사람 몫은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머니의 말에 그냥 수긍의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싸'나 이제 진짜 결혼하는 건가?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젓고는 곧 다가올 결혼식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백진아는 언제 한국에 들어오는 거지? 삼개월이 될 수도 1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만약 1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면.... '아무리 그래도'설마 1년이나 걸리겠어?

언제 들어올 수 있는지 백진아한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폰을 다시 주머니로 넣고는 문을 열었다.

"왜요?"

"손님이 너무 많이 밀렸다고 원장님께서 형 방에도 손님 넣으라고 하시는데요."

"알았어. 손님 들여보내."

그 후로는 생각이고 자시고 할 새도 없었다. 내가 정신이 없다는 걸 안 건지 여기저기 더듬어 대는 손님도 있었고 나도 애써 그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셔츠의 단추를 다 열고 손님이 손으로 유두를 만지작거린 채 스타일링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평소에 페니스를 물리고 하던 것은 습관이 되어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러다가 유두를 빨기까지 하니... 한참이나 숨을 헐떡이며 멈춰서 있다가 겨우 손님의 스타일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백진아에게 전화를 할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급했던 손님 하나가 페니스를 문 채로 손가락으로는 항문을 건드려 대는 통에 펄쩍 뛰어 올라 손님의 머리를 태워먹을 뻔 하기까지 했다. 겨우 퇴근시간이 되어 손님이 나가고 나서 나는 셔츠도 바지도 반쯤 열어젖힌 채로 놔둔 채 소파 위로 드러누워 버렸다.

"퇴근 안하냐?"

"할거예요."

"스트립쇼하냐? 옷은 왜 다 벗어제끼고 있냐?"

"더워서요."

"에어컨 켜줘?"

"들릴 말씀도 있고 여쭤볼 것도 있습니다."

"알겠어요. 집에 전화해야 하니 잠시 밖에서 기다리세요."

원장의 말에 나는 카운터로 나가서 의자에 앉았다. 넘버투는 나를 위 아래로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안 덥냐?"

"네 안 덥습니다."

내 대답에 고개를 돌린 넘버투가 뭐라고 투덜대는 것이 들려왔지만 나는 무시해 버렸다. 얼마 후 원장이 방에서 나와서 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어디 가는데?"

"저녁먹으러 갑니다."

"둘이서만?"

"네"

"둘이 사귀냐?"

환타지아를 나서던 원장과 나는 동시에 넘버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아주 살벌한 시선을 말이다.

"아니 둘만 나가길래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그럼 아무도 둘이 사귄다고 의심하지 않을 거잖아."

넘버투가 같이 안 가도 아무도 나와 원장이 사귄다고 의심하지 않겠지만 저렇게 말하는데 안 데리고 가면 조만간 이일에 대한 보복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원장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고 결국 나는 원장과 함께 넘버투까지 달고서 한정식 집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 한정식을 주문하고 나자 넘버투는 순대가 어떻고 떡볶이가 어떻고 하면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나는 원장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원장님 환타지아 나가면 어디 가실거예요?"

"나요?"

"네"

"내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내년부터 대학교수로 일하기로 했어요."

"달나라로 가시는 거 아니셨어요?"

"아마도"

사실 원장이 걱정이 되어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환타지아를 여태껏 키워온 원장이니까 대우를 해줘야 하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고 만일 다른 미용실로 옮겨간다면 따라갈 직원들에게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놔야 하니까 물어봤던 것인데 대학에 강의를 하러 가게 된다면 절반 이상의 걱정을 덜게 될 것이 분명했다.

"달나라엔 수진이가 있는데 형이 갈 필요는 없지."

"그럼 원선생님은 어쩌실 생각이세요?"

"나? 내가 왜? 나는 환타지아에 뼈를 묻을 건데."

그럼 그러던지..... 가 아니라 왜? 왜 환타지아에 뼈를 묻을 건데?

그냥 나가도 괜찮은데... 꼭 환타지아가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나? 막말로 달나라로 가도 되잖아.

"영일이 너 그게 신경 쓰였었냐? 그런 건 그냥 물어봐도 되는데 뭘 저녁씩이나 같이 먹자고 한거야?"

넘버투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누구 따라오는 바람에 본론은 꺼내지도 못했거든.'아악'진짜 넘버투 내보낼 방법 없나?

확 자를 수도 없고... 미치겠네.

백진아와 연락을 하고 있느냐 혹시 환타지아의 속사정에 대해 그녀에게 보고를 하느냐가 궁금했던 나는 결국 그것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못한 채 밥만 먹고 있었다.

밥을 먹고 난 후 당연하다는 듯이 나와 원장을 끌고 돼지껍데기집으로 향한 넘버투는 소주와 맥주를 주문하더니 소맥 폭탄주를 나와 원장 앞에 놓아주었다.

"오늘 우리끼리 한번 마셔보자고."

그러고 보니 원장과 넘버투와 이런 조합으로 술을 먹긴 처음이었다. 원장은 워낙 술자리를 피하는 스타일이라서 회식을 가도 1차가 끝나면 집으로 가 버리니까.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참 뒤늦은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원장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장은 폭탄주를 한번에 비워버렸다.

"형수한테 미리 전해 해둬."

"조금만 마시고 들어 갈거다."

"누가 보내준데. 좋은 말할 때 전화해놔."

넘버투의 으름장에 원장은 폰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갔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애독자C님, 이드리얀님, 이비앙님, 싸울아비헌터T님, 장료님, 성미카엘님, 해동풍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감사드립니다.

영일이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뭐 언제나처럼 그렇게 헤쳐나가게 되겠습니다. 태경이는 환타지아 무리 중 하나입니다.

그냥 양념... 정도아직은 수진이는 영일이꺼 외엔 빨아본 적이 없긴 한데... 후엔 모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해주세요.. ^^=====================================================================

< -- 압박이 시작되다.

--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네?"

"너 얼굴에 나 엄청 입이 간질간질해요라고 써 있는데."

'으헥'족집게다. 뭐야 돗자리 깔아도 되겠는데.

"아니예요."

"너 원장대우라며?"

/18 쪽253

"원장대우요?"

"그래 이제 유 원장 나가면 네가 원장 아니야?"

그거야 맞지만 원장대우라니 그런 말은 정말 처음인데...

"기대된다. 네가 원장이 되면 환타지아 어떻게 변할지."

'물론'지금보다 훨~얼~씬 좋아지겠지.

뭐 그런걸 궁금해 하고 그래.

원장이 통화를 끝낸 것인지 테이블로 돌아왔다. 넘버투는 열심히 폭탄주를 만들기 시작했고 나와 원장은 부지런히 폭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돼지껍데기는 익는 족족 술 안주로 사라졌고 나는 난생 처음으로 배가 불러서 더 이상 술을 못 마실것 같은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진짜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

"너 취하려면 아직 멀었잖아 얼른 마셔."

"배 터질 것 같단 말이에요."

"그래도 마셔. 내가 술 마시다 배 터졌다는 말 들어 본 적 없거든."

넘버투의 말도 안 되는 강짜에 나는 할 수 없이 다시 잔을 들었다. 그런데 원장은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로 술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원장님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최선생은 괜찮나요?"

'으윽'진짜 누가 손가락 하나만 가져다 대어도 그대로 폭발할 것 만 같은 위기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페니스가 아닌 입으로... 볼일을 보고 오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나는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내 생각이 적중한 것인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니 훨씬 속이 편안해 졌다. 세수를 하고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살피고 있는데 원장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볼일을 보는 원장의 뒷모습을 보다가 손을 씻으러 세면대 쪽으로 다가오는 원장 가까이로 다가갔다.

"원장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해봐요."

"혹시 백진아하고 따로 연락하세요? 보고를 한다던가 뭐 그런거요."

"내가요?"

"따로 연락한 적은 없는데.. 왜요? 연락해 달라고 하던가요?"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원장은 손을 씻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갔고 나도 뒤따라 나갔다. 원장은 술을 마신 것 치고는 너무 멀쩡해 보였다.

그럼 술이 센 편인가?

넘버투 혼자 신나게 술을 부어 폭탄주를 만들고 있었다. 그나마 그 중 반을 자신이 마시고 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내 앞에 폭탄주가 가득 든 잔이 놓였고 나는 그 잔을 들어 홀짝이고 다시 내려놓았다.

원장이 폭탄주 한잔을 비우더니 넘버투에게 말했다.

"이만 가자."

"아직 시작인데."

"차라리 양주를 마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나는 원장의 속셈을 눈치 챘다. 넘버투에게 술을 잔뜩 마시게 해서 아예 잠 재워버리려는 속셈을 말이다.

"그래요. 양주 마시러 가요."

나는 당연히 원장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넘버투에게 일어나자고 했다. 넘버투도 원장과 나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게 좋겠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모클럽에 갈까 잠시 생각했지만 어제 일이 있는데 그러긴 좀 뭐해서 근처의 바(bar)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곳도 평소에 넘버투가 자주 다녔던 곳인지 들어가자마자 바로 테이블로 안내되어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술이 나왔다. 양주 폭탄주를 다섯 잔 이상 더 마시고 나서야 넘버투는 테이블 위로 장렬하게 뻗었다.

나와 원장은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고 원장은 낑낑거리면서 넘버투를 부축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계산은 넘버투의 이름으로 외상을 달아두고 나는 그 뒤를 쫓아나갔다.

"제가 부축할까요?"

"아니에요. 최선생은 그만 돌아가세요."

"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택시를 타고 가는 원장을 바라보다가 대리를 불러 환타지아 뒤에 세워둔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바에서는 넘버투 몰래 술을 홀짝 거리기만 했던 나는 별로 취하지 않은 상태였고 집에 도착해서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나는 가장 먼저 백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

[저는 잘 지내요. 영일씨는 잘 지내죠?]

"아니 잘 못 지내 빨리 와 언제 쯤 올수 있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좀 더 있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그러고 보니 백진아가 해외로 떠난지 벌써 2달이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언제 올지 모른다고 하면 적어도 삼개월은 더 걸릴 거라는 말이겠지?

"알았어. 오늘도 열심히 해. 나는 출근해야겠다."

[알았어요. 연락할게요.]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오니 식탁에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가사도우미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보이지 않았고 나는 아침을 먹고는 차키를 찾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환타지아에 도착했다.

원장이 나를 보더니 넘버투가 쉴거라면서 일이 없을 때는 카운터를 봐달라고 말을 했다.

"그렇게 하죠."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 구호를 외치고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손님이 방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네요."

이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모델이 긴다리를 쭉쭉 뻗으며 걸어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견습생의 방에서 뭘로 마사지를 받은 것인지 피부에 반짝반짝거리고 있었다.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최근에는 가운만 입고 들어오는 손님이 잘 없어서 가운을 입고 앉으면 가운이 벌어져 속살이 드러나 보인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머리를 만지며 이런 저런 스타일에 대해 의논하다가 무심코 아래를 본 나는 벌어진 가운 사이로 보이는 가슴의 골짜기와 그 사이로 보여지는 음모에 집중하며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말았다.

손님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상태가 되어버린 나는 순간 뻘줌함에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손님 역시 놀라서인지 움찔거리다가 살짝 어깨를 위로 으쓱였는데 그만 내 이마가 손님의 가슴에 닿아버렸다.

'에라'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더 아래로 내려 손님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아흑"

팔을 뻗어 손님의 반대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머지 손으로는 몸에서 힘을 빼고 의자에 기대앉은 손님의 허리를 감아 다리사이로 가져갔다.

손님의 다리가 벌어졌고 손가락을 꽃잎 사이의 속살로 꾹 찔러 넣었다. 손가락으로 속살을 헤집어 대자 곧 의자 위가 흥건하게 젖어들었고 속살로 드나드는 손가락에서 질퍽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으음'아 진짜... 이미 일은 이만큼 벌려놨으니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없고.

그런데 의자에 앉아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흐느적거리는 손님을 보다가 할 수 없이 손님을 일으켜서 소파 쪽으로 데리고 갔다.

나는 소파에 앉아 손님을 내 앞에 세우고 손님의 가운을 들쳐 꽃잎을 몇 번 빨아주고는 곧 내 다리 위로 손님을 앉혔다. 다리를 벌린 상태로 내 위에 앉은 손님의 속살을 손가락을 넣어 몇 번 휘저어주고는 바지 지퍼를 내려 페니스를 꺼냈다.

막 페니스를 손님의 속살로 찔러 넣으려고 하는데 손님이 놀라면서 몸을 뒤로 뺐다.

"삽입불가 아니었어요?"

"그럼 그만 둘까요?"

내 물음에 손님은 가만히 고개를 젓더니 내손에 잡혀 있던 페니스를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져가 손수 찔러 넣었다.

"흐응"

손님의 다리가 한껏 벌어진 탓인지 속살이 한껏 긴장해 있었고 그 덕에 페니스를 꽉 물어주었다. 나는 손님의 엉덩이를 잡고 위 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퍽퍽' 거리면서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 같아 음악소리를 좀 더 크게 해 둘 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능한 빨리 사정을 하기 위해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정을 하고 나서 한숨을 내쉰 나는 손님을 의자에 앉히고 수건으로 손님의 다리사이를 꼼꼼히 닦고 내 페니스도 닦고 나서 손님의 스타일링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은 그렇게 바쁘게 보내느라 카운터는 커녕 내 방에서 나가지도 못했다. 점심 시간이 되어 방에서 나갔더니 원장은 너무 바빠서 점심 먹으러 가지 못한다고 하고 헤어디자이너는 나와 시호형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견습생과 떡대들이었다.

나는 회덮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고 다들 별말 없이 나를 따라 회집으로 향했다. 회덮밥에 매운탕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 나와 무리들이 환타지아로 돌아왔을 때에서야 원장은 손님을 배웅하고 있었다.

"다들 점심 먹고 왔나요?"

"네 원장님은 식사하셨어요."

"아직 못 했어요."

원장의 말에 시호형은 막내 견습생에게 도시락을 하나 사오라고 시켰고 막내는 곧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잠시 후 원장은 막내가 사온 도시락을 가지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카운터를 보다가 손님이 와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오후에도 카운터를 보지 못한 채 내 방에서 손님에게 스타일링을 해주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퇴근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오자 원장이 카운터에 나와 있었다.

"수고했어요. 퇴근하세요."

"오늘 유난히 더 바쁜 것 같았습니다. 원선생님 휴가 갔다고 이렇게 바빴던 걸까요?"

"헤어디자이너 두명이 더 휴가를 갔어요. 급한 일이라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보냈더니 오늘 좀 바빴네요."

사실 예전에는 헤어디자이너들의 근무가 자유로웠었다. 예약을 받아 예약손님만 있는 날에만 출근을 했어도 되었는데 최근에 손님이 늘어나면서부터 매일 출근하는 형태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예약 반 일반 손님 반으로 손님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니 헤어디자이너가 세 명이나 빠지니까 바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좋은 일인 거지?

지금은 어쨌든 환타지아가 백진아 소유니까.

유난히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서 차로 걸어가서 시동을 걸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사도우미가 차려놓고 간 저녁을 먹고 나서 식탁을 정리하고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내가 혼자 살 때는 설거지와 청소도 다 했었는데 가사도우미가 있으니 욕실도 방도 부엌도 항상 깨끗했다.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나와서 TV를 보기 위해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그냥 있기는 심심해서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TV를 보자고 생각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새 다 마신 것인지 맥주도 소주도 하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옷을 입고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문제는 이곳은 주택가라서 편의점은 한참을 걸어야만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차를 끌고 가기는 좀 그래서 간만에 운동한다는 생각에 천천히 걸어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맥주를 세 캔을 사서 봉지에 넣어 들고 다시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스캔들 터지기 전에 이 길에서 누군가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역시나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주택가라서인지 해가 지기만 하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치안이 나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가로등도 많았지만 CCTV도 잔뜩 설치되어 있었고 순찰을 도는 경찰도 종종 볼 수 있으니까.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는 맥주를 한 캔 꺼내서 따고는 한 모금 마셨다. 손에 맥주를 든 채 홀짝이면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앞에 도착했다.

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눈앞에서 별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우'머리야. 눈을 뜨니 천장이 하얀 것이 딱 병원이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으으윽"

"이제 깨어났어요?"

내 옆에 지윤경과 원장이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러고 나서 듣게 된 사건 경위에 나는 기가차서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백진아의 광팬이 백진아의 약혼식소식에 집 앞에 잠복해 있다가 차를 타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나를 보고는 방망이로 뒤통수를 갈겼다고 한다.

다행히 나를 더 때리기 전에 순찰을 돌던 경찰에게 발견되어 광팬은 현장에서 검거 되었고 나는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어쩐지'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고 했네.

"지금 진아 언니 한국으로 오고 있어요. 촬영 대충 마무리하고 들어온다나 봐요."

삼 개월이 지나도 마무리 될지 모른다고 하더니 광팬에게 뒤통수를 맞고 나니 바로 마무리가 된 건가? '그럼'이왕 들어온 김에 결혼까지 마무리하면 되겠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이비앙님, 싸울아비헌터T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애독자C님, 해동풍님, 장료님 감사드립니다. 아쉽게도 유원장은 환타지아를 떠납니다.

그럴수밖에 없다는 걸 완결까지 읽고 나시면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수진이는 아마도 영일에게서 아주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그럼 오늘도 즐감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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