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식 -- >
역시나 힘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방긋방긋 웃으면서 똑같은 자세로 2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내 인내력으로는 보통이 아닌 일이었다.
백진아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보였다. 카메라맨도 역시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백진아를 중심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게 웨딩촬영이라고 하더니 나와 백진아가 같이 찍은 사진보다 백진아 독사진이 훨씬 더 많았다. 하얀 웨딩드레스뿐 아니라 빨간색, 검정색, 와인색, 노란색 등 색색의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 백진아를 보면서 나는 지쳐서 촬영 소품인 소파 위에 너부러져 있었다.
나도 색색의 양복을 갈아입고 사진을 찍어야 했고 옷을 갈아입는 일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생생해지는 백진아가 신기할 정도였다.
"점심 식사하고 다시 찍겠습니다."
이제 겨우 오전이 지나갔는데 한 삼일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나는 백진아를 따라 스튜디오를 나갔다. /17 쪽259
"뭐 먹고 싶어요?"
"아무거나."
"아무거나가 어디 있어요. 그럼 내가 가고 싶은데 가요."
"응"
백진아는 초밥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주인이 백진아를 보더니 반색을 하면서 안쪽의 룸으로 안내를 했다.
"항상 드시던 거 준비할까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주인이 나가고 나서 백진아를 보고 물었다.
"여기 자주 오나봐."
"스튜디어에서 가깝다 보니까 아무래도 자주와요."
"그럼 아까 그 촬영하던 그 사람도 잘 알아?"
"네 자주 작업해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실력이 좋은 것 같아서 내가 일부러 부탁한 걸요."
"그래"
어쩐지 둘이 호흡이 잘 맞는 거 같더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죽과 샐러드를 가지고 들어왔다.
"맛있어요 먹어봐요."
"알았어. 그런데 촬영 언제쯤 끝날 것 같아?"
"그거야 나도 모르죠. 사진이 잘 나왔으면 빨리 끝날 거고 아니면 좀 시간이 걸리겠죠."
웨딩촬영이 아니고 백진아 혼자의 촬영이었으면 아마도 금방 끝이 났겠지만 나 때문에 금방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얼마나 웃었는지 얼굴이 얼얼한데도 카메라맨은 계속 웃으라고 주문을 해대었었다.
여러 가지 회가 나오고 곧 밥과 매운탕이 나왔다. 입맛이 없을 것 같더니 막상 먹을 게 입에 들어가니 배가 고파져서 결국 밥을 다 비우고 식당을 나올 수 있었다.
스튜디오로 돌아가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밥을 먹어 치운 것인지 다들 촬영준비를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그래도 힘이 좀 난 것인지 아니면 카메라가 익숙해진 것인지 오전보다는 괜찮았다.
대충 웨딩촬영이 마무리 되는 것 같았는데 백진아가 나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다고 다른 사람들을 피해 탈의실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영일씨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무슨 일이길래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어렵게 입을 여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지만 나는 얼른 말하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우리 누드 사진도 찍어요."
"뭐? 무슨 드?"
"누드 사진요."
잠시 얼떨떨했다. 누드 사진이라니 내가 무슨 대단한 스타도 아니고 이런 사진을 찍을 일이 있을까 생각조차 한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하지만 요즘엔 결혼하는 커플이 누두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란다.
나도 언젠가 들어본 적은 있었다. 내 일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망설이는 것 같자 백진아가 얼굴을 붉히면 말했다.
"영일씨하고 같이 꼭 찍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말에 왜 나는 페니스를 세우고 있는 것인지... 하지만 지금 상황상 박을 수는 없었다.
"그래 찍자."
백진아가 카메라맨에게 가서 귀속말로 뭔가를 소근거렸고 곧 카메라맨은 보조하는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보조하는 사람이 두명만 남자 카메라맨이 나와 백진아를 불렀다.
"누드촬영이라고 해도 수위가 있습니다. 어디까지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런 것도 있었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 백진아는 가만히 내 팔을 당기더니 귓속말로 물었다.
"그냥 다 찍으면 안 돼요?"
이왕 찍기로 한거 다 찍는 게 낫겠다 싶었던 나는 카메라맨에게 가장 높은 수위까지 다 촬영해 달라고 했다. 나와 백진아는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다 벗고 가운을 하나씩 걸치고 나왔다.
침대위에 누운 백진아 위로 내가 누웠다. 물론 가운을 벗은 채로 말이다.
배우가 아니라 커플이라서인지 성기를 가리거나 중간에 수건을 대는 작업 없이 그냥 성기를 맞닿은 채 누웠다. '우웃'말이 촬영이지 이러다가는 카메라 앞에서 박게 생겼다.
부푼 페니스를 찔러 넣지 않기 위해 자세를 조심스럽게 조정하면서 찌푸려지는 표정으로 억지로 미소를 만들자니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거기다가 카메라맨의 저 말.
"위 아래로 비벼보세요."
'뭐?'
어쩌라고? 비비라고 그러다가 들어가면?
그냥 붙어 있는 것도 죽을 만큼 힘이 드는데 비비라니 도대체 저 자식은 남자 맞아?
그러고 생각해 보니 저 자식 남자인데... 그 나마 보조하기 위해 남은 두 명은 여자이지만 카메라맨은 말 그대로 남자였다. 그러고 보니 나보다는 백진아를 중점적으로 촬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다음은 엎드린 백진아 뒤에서 박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서로의 몸이 붙어있어서 중요부분은 가리게 되었지만 이런 자세는 참기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이미 발기 돼서 쿠퍼액까지 흘리고 있는 중인데...
"비벼보세요."
'아씨'뭘 비벼? 비빔밥이냐 자꾸 비비게... 내가 이를 꽉 깨문 채 가만히 있자 백진아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 비벼대기 시작했다. '으윽'야 너 이러다 사고 난다.
정말 책임 못 진다니까... 으으윽 하악 하악 하악 다행히 다음 체위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백진아가 옆으로 눕고 그 뒤에 내가 몸을 붙이고 누운 채 백진아의 아래를 내 손으로 가리고 있는 자세였다.
부드러운 음모가 손가락 사이에 닿았고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꽃잎을 가르고 손가락을 밀어 넣고 있었다. '젠장'애는 또 왜 이렇게 축축해.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나는 손가락을 속살 안으로 깊게 밀어 넣었다.
"진아씨 지금 표정 좋습니다."
진아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하긴 이렇게 있으니 유난히 더 흥분 되는 것 같긴 하다. 그리고 그 다음 체위에서 나는 결국 진아의 안으로 박고 말았다.
이건 뭐 사람 인내심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성기를 닿게 하고 비비라고 하니... 일부러 이러는 건가? 그러면서도 참지 못하는 나는 뭐지? 사람이 아닌가?
다리를 벌리고 누운 백진아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내 엉덩이로 백진아가 다리를 감고 나를 당기고 있었다. 그냥 비비는 것도 아니고 벌려진 속살 사이에 발기된 페니스를 비벼대니 들어갈 수밖에.
그렇지만 들어간 것이랑 가만히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박아 넣기 전이 더 참기 쉬웠지 들어가고 나니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백진아 안으로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면 박아대기 시작했다.
미친 카메라맨은 연신 표정 좋다는 말을 연발하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카메라맨의 요구에 따라 이리저리 체위와 포즈를 바꿔가면서 박아대고 있는 나였다.
세 번의 사정을 끝냈을 때 즘 카메라맨의 '컷' 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만 촬영 끝내도 될 것 같네요."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카메라맨이 우리의 섹스신을 촬영한 카메라는 백진아가 준비해 온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카메라를 넘겨 받을 수 있었다. 적어도 백진아와 나의 누드 사진이 시중에 나돌게 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은 사라졌다.
나와 백진아가 스튜디오 안의 샤워실에서 씻고 옷을 입고 나왔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점심은 회를 먹었으니 저녁을 따뜻한 종류를 먹으러 가자고 했고 우리는 감자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저녁으로 감자탕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백진아도 나도 엄청나게 피곤해서 옷을 벗고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도 환타지아에 출근을 해야 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지 않게 출근할 수 있었다. 아침구호를 외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간 나는 소파에 누워서 쉬어야만 했다.
다행히 원장이 되고 난 후엔 예약손님 외엔 손님을 받지 않는 편이라서 그닥 바쁘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결혼식이 얼마 안 남아 그 예약손님까지 받지 않고 있었다.
결혼 휴가를 가야하는 터라 휴가 기간의 일까지 미리 정리해 놓느라 바쁘기도 했다. 드디어 결혼식 전날 이었다.
결혼식 전날에는 아무래도 백진아와 같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호텔로 나와서 잠을 자기로 했다. 호텔에서 바로 달나라로 가서 준비를 하기로 했고 백진아는 환타지아로 가서 준비를 하고는 결혼식이 있을 호텔로 오기로 했던 것이다.
내가 잠이 깨기도 전에 현성이 형이 호텔로 와서 나를 끌고 달나라로 갔다. 달나라에서 세라장이 나를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세라장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서 의자에 앉는데 수진이가 세라장의 방으로 들어왔다.
"얼굴 좋아보이네요."
"응 너도 좋아 보이네. 잘 지냈지?"
사실 그제도 만났지만 나는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결혼을 앞두고 얼마 전까지 만나서 섹스를 했다는 것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으니까.
"내 잘 지냈어요. 전 오늘 결혼식에 못 갈 것 같아요. 그래서 미리 인사할게요. 행복하세요."
"고마워."
수진이는 그 말을 건네고는 곧 세라장의 방에서 나갔다.
"내가 결혼식에 가느라 수진이에게 달나라를 부탁했거든. 그러니 이해 좀 해줘."
"어쩔 수 없어서 그런건데요."
세라장이 곧 내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메이크업이래봐야 얼굴을 뽀사시해 보이게 하는 정도였다.
스타일링은 예전에 내가 했던 보석이 열리는 나무의 남자 버전이라고 보면 되었다.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아마 백진아도 이 머리스타일을 하게 될 것이었다. 예전에 내가 한 만큼 예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얀 턱시도를 입은 내가 현성이 형이 모는 밴에 올라타고 호텔로 향해 갔다. 호텔의 입구에서부터 보디가드들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내가 밴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연신 카메라의 후레쉬가 터지는 소리와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호텔에는 백진아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연예인들이 꽤 많이 와 있었다. 아마 밖의 기자들도 결혼식도 결혼식이지만 참석하는 연예인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신랑 쪽의 하객석도 자리도 빈틈이 없이 꽉 차 있었다. 얼마 뒤 백진아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는 호텔 입구로 내려갔다.
사진기사들에게 포즈를 취하느라 입구에 있는 백진아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눈부시게 하얀 웨딩드레스는 어깨를 훤히 드러내고 뒤쪽도 엉덩이 바로 위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앞쪽도 뒤쪽이랑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가슴의 유두만 살짝 가리고는 나머지는 드러내고 있었다.
예쁘긴 정말 예뻤다. 이건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노출용 드레스라고 할 만한 드레스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인상이 써졌지만 곧 백진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왔어?"
"네 방금요. 기다렸어요?"
"얼른 들어가자."
반짝이는 머리를 틀어 올려 뒤쪽에서 고정하고 있었고 그 앞으로 작은 티아라가 고정이 되어 있었다.
"정말 너무 예쁘다."
"영일씨도 멋져요."
내가 팔을 내밀자 백진아가 팔짱을 꼈고 우리는 웨딩 행진을 하듯이 나란히 호텔로비를 걸어서 결혼식이 있을 홀로 걸어갔다. 곧 신부대기실로 걸음을 옮기는 백진아에게 잠시 후 보자는 말을 남기고 식장 앞에 서서 들어오는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진아 언니 너무 예쁘네요."
"윤경씨도 결혼하셔야죠."
결혼식에 참석한 지윤경이 인사를 해 왔고 보는 눈 때문에 차마 반말을 할 수 없는 내가 대꾸했다.
"그래야죠. 어디 영일씨 같은 신랑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그럼 나도 시집 좀 가게."
결혼식장 안에는 기자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기에 많이 북적되지 않았지만 신랑 하객들과 신부하객들 사이에는 묘한 위화감이 조성되어 있었다. 내가 저렇게 아는 사람이 많았던가 생각이 될 정도로 많은 신랑하객들은 결혼식보다 신부하객들에게 관심이 있어보였다.
어쨌든 무사히 결혼식은 진행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코멘트 달아주신 이비앙님, 애독자C님, 성미카엘님,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레일브란트 님 감사드립니다.
본래 술 잘 안마시는데... 괜히 무리해서 몇 일째 고생이네요.
다행히 지금은 괜찮습니다. 오타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츄형연참해주세요님 다음에 다른 작품때 또 뵐께요.. 환타지아 끝나면 한동안 그 두작품만 할 생각이라서... 취향이 아니시라니 안타깝기는 하지만 후일을 기약해야죠.. 그럼 오늘도 즐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