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1화 (1/26)

황제의 아이를 가져야 합니다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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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파티였다. 황족을 상징하는 연보랏빛과 은빛으로 꾸며졌던 황궁의 대연회장은 실론과 파즈 귀족 자제들의 공식적인 즐거운 만남을 위해 새롭게 단장했다. 반투명한 밀키글라스 화병에 분홍 장미를 담아 곳곳에 장식하고, 은은한 광택이 도는 크림색 새틴 끝자락에 금빛 자수를 놓은 테이블 클로스와 이국에서 온 다양한 색으로 반짝이는 융단, 요정의 날개 같은 생화로 장식한 반투명한 커튼으로 채워졌다.

사방으로 빛을 반사하는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금방 춤을 끝낸 올해 스무 살이 된 실론과 파즈 청년들의 붉은 뺨에 한층 생기를 더해주었다. 즐겁게 웃고 떠드는 목소리 덕분에 대연회장에는 들뜬 분위기가 감돌았다.

‘좋을 때구나…. 미츠도 내년이면 연회에 오게 되겠지.’

그들을 흐뭇하게 응시하는 포티스 포레스트는 올해로 스물넷이었다. 그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초록빛 영지를 가꾸는 포레스트 가문의 공작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 깔끔하게 단장한 머리를 하고 그에 어울리는 어두운 빛깔의 연회복 옷깃에 제비꽃을 단 채로 대연회장의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포티스의 동생인 미츠는 차분했으며, 좀처럼 속을 털어놓지 않는 비밀스러운 성격이었다. 포티스는 막대한 가문의 재산을 독점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동생과 넉넉히 나누겠다고 진작 말해둔 참이라, 미츠가 연을 맺을 파즈를 만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난….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야지.’

실론과 파즈 청년들이 자신과 어울릴 상대를 찾으려고 분홍빛 꿈에 부풀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대화를 나눌 때, 포티스는 막연히 영지를 돌보고 정원의 꽃과 나무를 가꾸는 느릿하고 조용한 자신의 소박한 삶에 대한 상념에 푹 빠져있었다. 올해 포티스의 관심사는 황제에게 헌상할 보석 꽃의 새 품종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응?’

대연회장 저편에서 누군가 손을 들어 포티스의 시선을 끌었다. 익숙한 얼굴의 그는 에스파렌스 백작으로, 벌써 어떤 파즈를 유혹하는 데 성공해서 실론의 매력으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고,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능숙하게 포티스에게만 자신의 승리를 알린 것이었다.

에스파렌스 백작의 품에 안긴 파즈는 뺨을 발갛게 물들인 채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조명이 드문드문 놓인 정원을 지나 자그맣고 깨끗한 인게이지 룸이 모여있는 별관에 도착해 섹스를 나눌 것이 뻔했다.

그러한 사실을 상기하자마자 포티스의 뺨도 희미하게 붉어졌다. 포티스는 얼른 테이블에 놓여있는 꽃장식과 사과주로 흥미를 돌려버렸다. 기포가 올라오는 황금빛 액체는, 유구한 역사가 있는, 꿀과 새벽이슬 그리고 효모를 섞어 만든 순수한 액체인 미드주로 대연회의 밤처럼 흥분과 강한 에너지가 필요할 때면 꼭 마시는 음료였다. 포티스는 물방울이 맺힌 글라스 표면을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

에스파렌스 백작을 비롯해 어릴 때부터 같이 어울려 자란 다른 또래와 지인들 모두 이 술을 마시고 언제나 권장되는 것처럼 원활한 파즈의 성숙과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연회장 여기저기로 흩어진 상태였다. 벌써 별관으로 가거나, 혹은 곧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포티스는 파즈와 섹스를 나눌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 사람과 영원한 사랑을 소망하는 건 파즈의 특성이었지만, 드물게도 포티스처럼 다중 관계를 원하지 않는 실론이 있었다. 그런 실론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포티스는 좋아하는 상대하고만 관계를 하고 싶었다.

포티스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녔던 수많은 파티와 모임에서 여러 파즈들이 상냥한 포레스트 공작에게 관심을 비추었지만, 아직까지 포티스의 마음을 끄는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주위에서는 당황하며 짝을 찾아주려 했는데, 포티스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막연히 자신도 때가 되면 누군가에게 반해 결혼을 할 거라고 여기며 영지를 돌보는데 열심히였다.

새로운 곡이 시작되자 실론과 파즈들이 옷깃을 팔락이며 춤을 추었다. 아직 홀에 남아있는 그들이 별관으로 향하면 거기서 나오는 이들로 다시금 연회장이 채워져서 파티는 좀처럼 끝이 나질 않았다.

밤은 길었고 대연회는 새벽 별이 떠서 동이 트기 전까지 계속된다. 한가한 포티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정하고…. 또, 나를 무척이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면 좋겠어.’

포레스트 영지에서 여름과 겨울을 함께 보내고 자신도 상대를 아끼고 좋아하면서…. 서로에게서 충만함을 느끼는 관계로 묶이고 싶었다. 그 외의 다른 조건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포티스는 아직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는데, 덕분에 순진한 구석이 있어서 만약 운명의 사람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황족이 느끼는 특별한 끌림인 이브닝 필처럼 상대에게서 후광이 비치거나 어떤 환한 기분, 혹은 종소리라도 울릴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서는 쑥스러움을 숨기려고 포티스가 글라스를 집어 들었을 때, 의아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건 음악과는 전혀 달랐다. 그 소리는 대연회장을 채운 연주 속에서도 구별되어 또렷하게 울렸고, 이명 탓에 모두가 행동을 멈추었다.

순식간에 불길한 분위기가 감돌아 갑자기 음악도 춤도 끊겨버렸다.

‘무슨 일이지?’

포티스는 한쪽 귀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불안이 감도는 동안, 연회장 복도에서 묵직한 신발이 규칙적으로 바닥을 내딛는 소리가 들리더니 입구가 벌컥 열렸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두 가지 색의 종이 눈꽃이 팔랑 흩어지고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연회장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입구를 장악했다. 깜짝 놀란 실론과 파즈들이 술렁이며 테라스 쪽으로 물러섰다.

‘뭔가 나쁜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대연회가 열리는 날은 그런 일조차 하루 이틀 늦추는 법이었는데, 일찍이 공작자리를 이어받은 포티스조차도 의아한 상황이었다.

포티스는 그들의 옷깃에서 빛나는 연보랏빛의 마름모 장식을 알아보았다. 무도가 뛰어난 젊은이들로 구성된 황제 직속의 기사인 나이트 오브 디아만이었다.

“지금부터 대역죄를 저지른 자를 포획하겠다.”

딱딱하고 단호한 어조로 나이트 오브 디아만의 리더가 자신만만하게 연회장을 훑어보았다. 당황한 포티스의 손이 건드린 글라스가 떨어졌다. 포티스는 그것이 곧 깨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원히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을 포티스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앗…. 아….”

“으읏…. 그으…. 앗…!”

“하아, 하으….”

뱃속을 짓이기듯 쑤셔지는 압박감에 숨이 막히면서 소리가 끊기고 나서야 괴로운 듯이 떨리는 신음이 바로 자신의 목소리라는 걸 희미하게 알아챘다. 몸 안이 찢어지는 고통이 빠르게 이어지고, 두툼한 성기가 내장과 위를 누르는 탓에 포티스는 콜록거리며 자신의 가슴팍에 위액을 토해냈다.

포티스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대의 거친 움직임에 따라 몸이 위아래로 들썩여서 머리를 옆으로 가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

눈가리개가 포티스의 눈을 가리고 있었고, 사방이 두터운 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공간이라, 사실 토사물이 어디로 어떻게 흘렀는지는 잘 보이지도 않았고,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 순간을 지배하는 건 오직 들뜬 숨과 고통, 마치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감각, 흥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온 체액의 냄새, 뜨거운 공기가 전부였다.

“으읏, 아…! 아….”

절대로 쾌감은 아니었다. 무언가에 단단히 붙잡혀 묶인 팔은 꼼짝하지 않았고, 상대가 마음껏 벌려 잡은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겨우 눈물을 흘리는 일뿐이었다.

“읏, 윽…. 하윽….”

아무리 섹스 경험이 없는 포티스라도 이미 알만한 건 다 알고도 남을 나이였기에 자신이 실론에 의해 강제로 관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쉬웠다. 그러나 알고도 받아들이는 일은 훨씬 힘들었다.

포티스의 예상대로 상대는 정말로 실론이었다.

훌륭하고 단단한 육체는 튜니카와 얇은 망토조차 제대로 벗고 있지 않았다. 성기가 삽입될 정도로만 걷어 올린 채 어떤 말도 없이, 무심하고 차가운 태도로 포티스의 몸 안으로 박아 넣는 일에 집중했다. 힘줄이 돋은 섬세하고 단단한 손이 포티스의 어깨를 손자국이 생길 정도로 내리누르거나 유두를 쭉 잡아당기면서 마음대로 다루었다.

“읏, 앗…. 아앗….”

포티스는 허리와 배를 타고 퍼지는 두려운 감각에 손을 쥐었다 펴면서 어찌할 줄 몰라했다. 그때마다 내장 기관은 버거운 성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체액을 내보냈지만, 마구 쓸린 내벽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포티스는 몸을 뒤틀고 신음하며, 발정기 짐승처럼 성기를 빨아들였다.

아무리 어두워도 몸을 겹치고 있는 그로서는 포티스의 몸짓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포티스의 양 발목을 어깨에 걸쳐 올리고 몸이 접히도록 체중을 실어 박아 넣었다. 유연한 포티스의 신체는 무리 없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커다란 성기를 받아들이기에는 구멍과 내벽이 지나치게 좁았다.

‘제, 제발 그만…!’

그러나 포티스의 마음과 달리 몸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새로운 의지를 가지고, 목표를 위해 행동했다. 내벽을 단단히 채우는 성기에 더 밀착하고 싶어서 엉덩이를 바싹 들어 올렸던 것이다. 고통 속에서 슬그머니 숨어있는 기대감 덕분에 포티스의 허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아…. 으읏….”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자극이 없자 결국 포티스의 내벽이 움찔움찔거리고, 성기를 빨아들이며 스스로 움직였다. 내벽이 조르듯이 성기에 달라붙었다 벌름거리며 떨어지길 반복했다. 그것이 어이없고도 우스워서, 그는 낮게 혀를 찼다. 그리고 포티스의 허리를 잡아 누르며 빠르게 찌르기 시작했다.

찔걱찔걱 소리가 귓가에서 울리자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포티스는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실론으로서 결코 느껴보지 못한 크나큰 쾌감에 빠져들며 목 안으로 신음을 삼켰다. 목덜미와 가슴은 온통 땀으로 젖어 번들거렸고, 머리카락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포티스는 그 순간 의식을 잃었다.

포티스가 기절하고 나서야 그는 내벽 안으로 끈적끈적한 정액을 사정했다. 붉고 통통하게 달아오른 미끌미끌한 내벽이 움찔거리며 정액을 흡수했다.

“후우.”

그는 포티스만큼 흥분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한 모든 행위는 확실히 격렬했다. 간단히 옷매무새를 정리한 그의 신호를 듣고 누군가 열어주는 묵직한 돌문으로 빠져나가면서 포티스에게 힐끗 시선을 주었다.

횃불이 그에게 음영을 드리웠다. 옅은 후광과 함께 마름모 동공에 선명한 빛이 맺혀있었다. 직사각형의 주홍색 불빛이 포티스의 몸에 길게 늘어졌다가 그가 떠나자마자 방안은 다시 어둠 속으로 잠겨버렸다.

의식을 잃은 포티스는 심한 악몽에 시달렸다. 강제로 다리가 벌려지고, 몸 안에 성기를 받아들였다. 상대는 여러 명으로 도무지 행위는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신음을 내뱉고, 피와 체액을 흘리면서 이따금 수치심에 울먹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그만둬달라고 부탁해도, 그때마다 내장을 지지는 듯한 전기 충격이 이어졌고, 이후에는 벌을 내리는 듯이 성기를 박는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졌다. 울고 고통을 참고 기절하기를 반복하고… 영원히 그렇게 이어지기만 할 것 같았다.

포티스가 눈을 뜨니 창가에서 들어온 초여름의 진한 석양이 보였다. 미지근한 바람도, 창밖의 새소리도 모두 그대로여서 멍한 기분으로 눈가를 문지르려고 들어 올린 손목에 푸르스름한 두터운 멍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멍을 보자마자 흠칫 몸을 떨리고 이번엔 전신이 쑤셨다. 가장 아픈 건 몸 안쪽이었는데, 내장을 긁어내는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얼얼해서 무심코 작게 비명을 내고 말았다.

온몸이 울긋불긋한 울혈에 자잘한 멍투성이였다. 다리 사이를 매만지자 미끈미끈한 체액으로 범벅이 된 데다 애널이 퉁퉁 부었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깨자마자 자위를 하다니 건강하네. 밤새 섹스를 했을 텐데.”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라서 올려다보자 낯선 상대의 뒤에 문이 있다는 것과 이곳이 처음 보는 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끝쪽에 매듭지은 종이 뭉치를 든 채 황궁 소속의 연구자, 엔지니어임을 나타내는 푸른색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포티스의 처참한 모습에도 그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말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한 박자 늦게 포티스가 아랫도리에서 손을 치우고 몸을 웅크렸다. 엔지니어는 깃펜으로 종이에 무언가 기록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무자비하게 여럿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갈라지는 목소리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실론 연구자는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당신은 원래…. 실론이었군. 그렇지만 이제는 실론의 성욕 처리 도구인 뮤에 불과해. 우리의 야하고 귀여운 장난감이지.”

“네…?”

황족과 귀족에게는 실론과 파즈 외에도 비공식적인 계층이 존재했다. 귀족보다 낮으면서 심지어 자유 시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뮤였다. 그러자 친구들이 뮤를 언급하며 속삭였던 수많은 음란한 말들이 포티스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섹스와 정액밖에 모르는 펫…. 파즈보다 월등한 쾌감을 주는 욕심 많은 구멍…. 박으면 좋아서 앙앙거리고….

엔지니어가 깔끔하고 확실하게 포티스의 생각을 자르듯이 정리해주었다.

“실론을 위해 봉사하고 순종해야 할 의무가 네게 있다는 뜻이야.”

“그치만….”

포티스는 자신이 실론임을 항의하려다 말고 그만두었다. 고개를 떨구자 약간 곱슬곱슬한 포티스의 머리카락이 울혈이 있는 피부 위에 흐트러졌다. 엔지니어가 그것을 유심히 보는데도, 포티스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짧은 순간이 지나고 포티스가 굳은 얼굴로 엔지니어를 응시했다.

“뭔가 오해가 생겼을 거예요, 포레스트 영지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대역죄가 될만한 일은….”

“네가 아니라, 네 동생.”

“미츠…. 하지만 그 애가 그런 일을 할 리 없어요.”

엔지니어는 이번 포티스의 말에서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포티스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

“다리 벌려.”

“시…. 싫어요!”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포티스는 고개를 흔들면서 낡아 빠진 담요가 깔린 바닥을 더듬으며 뒤로 물러났다. 금방 싸늘한 벽이 등에 닿았다.

“귀찮게 굴지마, 난 바쁘니까.”

엔지니어는 포티스의 오므린 다리 사이를 걷어차 허벅지를 밟아 누르면서 강제로 벌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내벽 안으로 밀어 넣어 안쪽을 가늠하고는 꼼꼼하게 매만졌다. 포티스는 힘껏 그를 떠밀었지만, 엔지니어는 손쉽게 귀찮은 팔을 걷어냈다. 이상하게도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는 손을 우악스럽게 움직여 내벽을 문질렀다.

“읏….”

“주름이 하루 만에 이 정도…. 나쁘지 않아, 돌기도. 순조롭게 뮤의 기관을 갖게 되겠어.”

“하아, 앗….”

행위를 멈추려고 엔지니어의 팔을 붙잡고 있었지만, 포티스의 손은 그저 걸쳐져 있는 것에 불과했다. 기분 좋다는 생각보다 불쾌하고 싫다는 쪽이 강했음에도 포티스의 뺨은 달아올랐고, 신음도 참기 힘들었다.

“으, 읏….”

엔지니어는 포티스의 반응에는 아무 흥미가 없었다. 오직 뮤로 변해가는 과정이 그에게 즐거운 관심사일 뿐이어서, 내부에 길쭉한 금속 집게를 넣어 구멍을 벌린 후 꼼꼼하게 살폈다.

“정액이 더 필요해.”

“앗, 싫…. 싫어, 으읏, 싫어요….”

별다른 사심이 없는 순수히 연구자로서의 손길이었지만, 포티스는 대책 없이 빠져들면서 그의 손가락에 닿으려고 집게를 문 구멍을 조이며 빨아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았다. 더 큰 걸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포티스는 힘껏 고개를 흔들면서 저항했다. 비록 실론인 엔지니어에게는 별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바둥거리며 몸을 비틀고 가로막아 귀찮게 굴 정도는 되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걸.”

“싫, 싫다고…. 말했잖아요…!”

결국, 가볍게 한숨을 내쉰 엔지니어는 로브 주머니에서 목줄을 꺼내 말이 통하지 않는 짐승 다루듯이 포티스의 목덜미를 붙잡아 채워버렸다. 맞는 줄 알고 눈을 감았던 포티스는 버클 외에 다른 장식은 없는 단단한 가죽 목줄이 채워진 걸 보고는 침을 삼켰다. 생각보다 꽉 조여져 있었다.

엔지니어가 다시 포티스의 다리를 벌려 잡고 집게의 간격을 조절했다. 아이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의 흔적이 생겼는지 살피고 싶었다.

“으, 읏…. 싫, 싫어…. 하지 마세….”

말을 하자마자 목 부근이 깨물린 것처럼 따끔했다. 목줄의 장치에서 나온 뜨거운 액체가 포티스의 몸 안으로 퍼졌다. 포티스가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실론의 피부에 닿은 내벽이 곧바로 흥분 상태가 되면서 대량의 체액을 왈칵 쏟아냈다.

“아앗…!”

체액이 손은 물론 손목을 덮은 로브와 뺨에도 튀었지만, 엔지니어는 손등으로 얼굴을 한번 문지르고 여전히 내벽 주름 사이사이를 꼼꼼히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오비디시앙(복종의 목걸이)를 가져오길 잘했지. 실론에서 계층이 바뀌면 조금…. 힘들거든.”

포티스가 힘들다는 건지, 아니면 엔지니어 자신이 그렇다는 건지 애매한 어조였다. 그러나 포티스는 그러한 것들을 자잘하게 신경 쓸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얼굴과 목덜미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고 숨이 거칠어졌다. 유두 역시 분홍빛이 되어 딱딱하게 굳었고, 허리는 엔지니어의 손길에 따라 들썩이느라 찌걱찌걱 소리가 들렸다.

‘내…. 내가, 이상해….’

부끄러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도, 스스로의 의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앗, 아…. 앗…. 하아….”

포티스가 기분 좋아하는 돌기를 손끝으로 꾹 눌렀다가 빙글빙글 매만지던 엔지니어가 돌연 손을 치워버렸다. 빠져나가는 감각만으로 짧게 느낀 포티스가 입도 다물지 못하고 안타까워서 신음을 삼켰다.

“아…! 흐윽….”

경련하듯이 부들부들 떨면서 체액을 흘리는 포티스를 내려다보며 엔지니어는 손수건에 손을 닦았다. 그리고 종이 뭉치에 무언가 기록한 후, 도구를 챙겨 나가기 전에 구두를 신은 발로 포티스의 구멍을 짓눌렀다. 포티스는 개구리처럼 다리를 양옆으로 뻗은 채 끙끙거렸다. 붉고 통통하게 달아오른 내벽이 눌리면서 체액이 구멍과 구두 사이를 비집고 주르륵 떨어졌다.

“괜히 저항하면서 시간 끌지 않는 편이 좋아. ‘우리’가 언제까지나 네 응석을 받아줄 이유는 없으니까.”

“읏…. 앗, 아….”

그의 성기에 닿을 수 없다면, 발이라도 좋았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동시에 모멸감이 들어 포티스는 또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

“너는 뮤에 불과하다는 걸 기억해.”

포티스는 욕구를 견디느라,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뭐라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실 포티스가 있는 장소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천장은 높고, 큼직한 창문이 손에 닿지 않는 위치에 달려있고, 차가운 돌바닥과 벽이 포티스의 신음이나 외침도 전부 흡수했다. 만약 창문을 내다볼 수 있었다면 펼쳐진 허공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도망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곳은 천공의 성이었다.

한참 만에 겨우 약 기운이 가신 포티스가 정신을 차렸다. 포티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정신도 멀쩡하지 않아 환각도 보았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일으켰는데 여전히 아랫도리가 화끈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

밖은 어두워졌어도 안에는 환하게 타오르는 횃불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포티스가 정신이 혼미할 때 누군가 가져다 둔 게 틀림없는 식사도 있었다. 거친 나무 쟁반에 묽은 수프와 요구르트 주스가 전부였다. 목이 뻣뻣해서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나무 식기에 담긴 요구르트 주스에서는 어쩐지 좋지 않은 비린내가 나서 포티스는 음식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엉망이었어도 머리는 조금 맑아지고, 생각을 할 여유도 생겼다. 황궁 소속의 엔지니어가 쓸데없이 포티스를 속여 이런 사기극을 벌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엔지니어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능욕당하면서도 몸이 멋대로 발정해 수치스러운 것은 부끄럽고 힘든 기억이었지만, 무엇보다 지금 상황이 진짜라면 아버지와 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포레스트 가문에서는 지금까지 뮤가 된 사람이 없었고, 또 포티스 역시 실론임에도 섹스에 관심이 적은 탓에 뮤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다리 사이가 욱신거려서 옆으로 몸을 말고 눕는 동안에도 아버지와 동생의 안부만을 걱정했다. 두 사람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게 아니길 바랐다.

‘아버지는 건강이 나쁘고, 나이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지만 미츠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미츠는 어렸고, 또 경험도 없었다. 그러나 포티스는 동생이 대역죄를 저질렀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자신이 동생에게 직접 듣고 파악하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은 오해에 불과했다. 그러려면 상황을 견뎌야 했다.

‘혹시라도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미츠를 만나고….’

뮤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 포티스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감옥에서 지내면서 실론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는 건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황궁에 초대받았던 적이 있는데 정원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었다. 건장한 실론 귀족들이 무언가를 에워싸며 모여있고 그들 사이에 투명하고 흰 피부의 다리가 비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처음엔 고양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리를 보고는 아직 무엇도 모르는 어린아이라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포티스의 뺨이 부끄러움으로 화끈거렸다. 아마 실론에게 몇 번을 안기더라도 익숙해지지 못할 텐데, 그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포티스가 복잡한 마음으로 몸을 뒤척였을 때, 돌로 된 문이 덜컹거렸다.

“……!”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며 주시하자 낯선 형체가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들은 셋이었고, 검은색 로브를 입었다. 후드를 쓴 얼굴 아래로 굵은 목이 드러났고 원래 몸의 라인이 잘 돋보이지 않는 의복인데도 불구하고 로브 밑으로 탄탄한 근육이 있는 가슴과 팔의 윤곽이 엿보였다.

모두 키가 2m가 넘는 그들은 미노타 일족의 앙세르(교육자)로 타고난 체격과 원하는 만큼 발기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 덕분에 황궁에서 이렇게 뮤를 교육하는 일을 맡곤 했다. 셋은 규정상 뮤와 말을 섞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미노타 일족은 원래 과묵하지만 이런 젊은이들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다소 흥분해있었고, 상류 사회에서 떨어질 만한 대역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호기심도 충분했다.

묘한 기운을 느낀 포티스가 휙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아까처럼 벽은 아주 가까웠다. 육중한 그들의 뒤로 바깥을 향하는 길이 있다는 걸 알아도 다가갈 수 없었다. 앙세르 중 한 명이 포티스가 손대지 않은 식사를 힐끔 보더니 곧장 성큼성큼 다가왔다.

“오…. 오지, 마….”

순식간에 발목을 붙잡혀서 물건처럼 간단히 앙세르의 앞으로 질질 끌려갔다. 포티스는 그를 걷어차며 저항했지만 다른 앙세르들이 포티스의 팔을 붙잡아 억눌렀다. 포티스는 다리를 활짝 벌린 채로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포티스의 몸을 샅샅이 훑어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으, 으읏…. 싫, 싫어…!”

무심코 내뱉은, 평소에는 가볍거나 진지하게 언제든 쓰던 말이었는데, 목이 따끔하더니 뜨거운 기운이 목에서부터 퍼져나가 화끈거렸다. 애널에서는 포티스가 흥분했다는 걸 알려주는 불투명한 흰색의 체액이 왈칵 밀려 나와 다리 사이를 흥건하게 적셨다.

“아….”

앙세르가 로브를 젖히자 근육질인 알몸이 드러났다. 상대는 속옷은 물론 로브 외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고, 포티스의 팔뚝만 한 짐승의 것 같은 성기는 꼿꼿하게 발기된 상태였다. 미끈하게 젖어 든 성기의 끝이 포티스의 부드러운 안을 기대하고 있었다. 또다시 약 성분 탓에 포티스는 발정하고 말았다. 심지어 방치되어 울면서 겨우 참아냈던 아까와는 달리 박아줄 상대가 옆에 셋이나 있었다.

“하아…. 하아…. 앗…!”

상기된 얼굴로 한층 얌전해진 포티스의 허벅지가 배에 겹쳐지고 성기가 거칠게 밀려 들어왔다. 그 탓에 포티스의 허리가 비틀리면서 으읏, 하고 숨을 삼켰다. 쾌감과 고통 중에 고통이 더 컸지만, 무엇보다 박히는 게 싫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하아, 앗…. 아, 윽….”

누워있는 앙세르의 몸에 강제로 앉혀진 포티스는 몇 초간 신음을 참을 수 있었지만, 커다란 성기가 뱃속과 내장을 가득 채워 버거운 상태였다. 그런데도 다른 앙세르가 포티스의 뒤에서 합세해서 두 개의 성기가 동시에 들어오면서 내부를 늘리자 허리가 팽팽하게 굳었다.

“안, 안돼…. 무리예요, 아파…. 아파요…!”

포티스는 앙세르 사이에 샌드위치의 속처럼 끼어있었기에 제대로 바둥거리지도 못했다. 포티스가 고개를 흔들면서 몸을 앞으로 빼려 하는데, 아래에 있던 앙세르가 눈앞에 불쑥 다가온 포티스의 유두를 움켜쥐고 우유를 마시듯이 쭉 빨아들였다.

“앗…!”

순간 당황한 포티스가 몸에 힘을 풀자 내벽을 지근지근 누르며 성기가 들어왔고, 앙세르들은 포티스의 어깨와 허리를 꽉 붙잡아 고정시켰다.

“우으, 으읏….”

고통과는 무관하게 포티스의 내벽은 미끄러운 희고 불투명한 체액을 끊임없이 뿜어냈다. 체액이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 들어오기 쉽도록 유도했다.

“아, 앗…!”

밑에 묵직한 아픔이 느껴지고 내장이 위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앙세르의 상반신에 납작하게 눌린 포티스가 눈을 감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리고 앙세르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는 엇갈리게 번갈아 가며 포티스의 내벽을 찔러 올리기 시작했다. 젖은 내부와 굵은 몽둥이 같은 성기가 부딪히고 쓸리면서 퍽퍽 소리가 들렸다. 포티스의 몸이 마구 들썩였다.

“하앗, 앗….”

아무것도 응시하지 않는, 열에 들뜬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타액을 줄줄 흘리는 포티스는, 지금 감각을 느끼는 것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뮤는 몸부터 길들여지고 그다음엔 정신이 무너져 새롭게 바뀐다. 포티스는 그 과정에 있었고, 자신이 몇십 년 동안 실론으로 자랐으며 어엿하게 파즈를 배우자로 맞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적어도 지금은 완전히 잊었다.

“으응, 아…!”

앙세르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 외엔 말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들어온 로브를 걸친 앙세르는 셋의 행위를 묵묵히 응시하며 다른 앙세르들이 섹스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도록 감시했다. 하지만 벌어진 로브 사이로 솟아오른 끝이 젖은 성기는 포티스와의 섹스를 기대하고 있었다.

“앗….”

뜨거운 정액이 내장 속으로 솟구치며 쏟아지자 포티스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애널을 꽉 조여 물었다. 엉덩이와 배에서 크고 이상한 충격이 찾아와 포티스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으, 응….”

포티스가 엉덩이를 달싹이며 굵은 힘줄이 돋아난 보랏빛 성기에 내벽을 문질렀다. 감각은 종이 울리는 것처럼 몸속을 헤집으며 점점 커지고 지속되었다. 포티스의 호흡이 빨라지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앙세르인 미노타 일족의 정액은 진득했기에 아직 완전히 뮤가 되지 않은 포티스가 쉽게 흡수하기는 힘들었다. 앙세르들은 포티스의 몸을 인형을 다루듯 가볍게 붙잡아 떼어냈다. 성기가 빠져나간 자리에서 피가 섞인 흰 체액이 힘없이 달랑이는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서 왈칵 쏟아졌다.

한쪽에서 감시하고 있던 앙세르가 다가와 포티스를 담요에 반듯하게 눕히고, 포티스가 먹지 않고 내버려 두었던 나무 컵을 집어 포티스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으응….”

상한 것 같은 비린내에 고개를 휙 돌리자, 앙세르는 한 손으로 포티스의 코를 막고, 억지로 입에 희고 묽은 음료를 부었다. 포티스는 어쩔 수 없이 꿀꺽꿀꺽 삼켜야 했다. 냄새 탓에 도저히 먹을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어쩐지 끝 맛이 달짝지근해서 먹을 만한 것 같았다. 수분을 섭취한 덕분인지 약간 진정까지 되었다. 포티스의 호흡이 편해진 걸 확인한 앙세르들이 서로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더니 기절하듯 잠이 든 포티스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떴다.

돌로 된 단단한 문을 지나 빙글빙글 도는 계단을 내려갈 때도 흥분과 열기가 감돌긴 했으나, 앙세르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들은 원래 소수인 미노타 일족이었는데, 일부는 황궁에서 앙세르로 일하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성기와 체격이 평범한 실론 귀족의 두세 배였으므로 뮤의 교육자는 당연히 미노타 일족이 하게 되어있었다.

앙세르는 황족이나 실론 귀족처럼 뮤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정식 자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황궁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뮤인 포티스를 마주쳤다면 애널이 퉁퉁 붓도록 삽입하고 정액을 쏟아부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들킨다고 해도 고작 약간의 임금을 받지 못할 뿐이었다.

황궁 밖의 일반 시민조차 뮤보다 나은 계급이었으니, 황궁에 소속된 이들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었다. 미노타 일족은 거대한 성기만큼이나 지치지 않고 몇 시간씩 섹스를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미노타 일족은 감각이 둔할 것 같고 무딘 인상과는 달리 책임감이 강했고, 황궁과의 연결은 미노타 일족에게 세상과의 중요한 끈이었기에 아무도 포티스를 도울 의사는 없었다.

엔지니어는 앙세르와 섹스를 하고 늘어져서 엎어져 있는 포티스의 애널을 매일 관찰하러 왔다. 의식이 없는데도 귀족 실론의 손가락이 내벽으로 들어오자 포티스가 신음을 내며 뺨에 홍조를 띄웠다. 손가락을 단단히 물어 빨아들이려는 것은 물론이었다.

엔지니어 역시 나름대로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자잘하던 돌기가 훌륭한 크기와 촉감으로 성장해 실론의 성기에 즐거운 자극이 될 것을 약속하고 있었고, 손끝에 닿는 깊은 주름들 역시 성기를 바싹 감싸며 달라붙기에 충분했다.

특히 손가락 끝이 간신히 닿는 구부러진 내벽은 원래는 움푹한 흔적이었는데, 지금은 안으로 깊이 이어지도록 작은 관처럼 뚫려있었다. 2세를 받아들일 수 있는 뮤의 기관이 생긴 것이었다.

“아주 좋아.”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엔지니어가 손에 묻은 미노타들의 진한 정액을 꼼꼼히 닦았다. 이삼일 뒤면 포티스는 뮤의 예절과 기술을 가르치는 제2기관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그의 상태는 어때?”

훌륭한 뮤의 표본을 맡게 되어 기쁜 상념에 잠겨 있던 엔지니어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은빛과 보라색으로 만들어진 튜니카 차림의 그가 시종도 데리고 있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엔지니어는 황급히 한쪽 무릎을 세우고 바닥에 꿇어앉아 절했다.

“시스 황제를 뵙습니다.”

그러자 시스가 가볍게 고개를 저어 엔지니어의 말을 멈추었다. 돌로 된 어두운 방 안을 밝히는 건 횃불뿐이었는데, 그 적은 양의 빛만으로도 시스 황제의 은발은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자잘한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황족 특유의 디아망 동공이 엔지니어 너머의 포티스를 예리하게 응시했다. 특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엔지니어는 그가 그의 파즈를 떠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신의 파즈를 빼앗긴 귀족 실론이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이 사건은 요즘 귀족 실론과 파즈 사이에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어서 가장 조용하고도 뜨겁게 불타는 화제였다.

“뮤로서의 변화는 순조롭습니다. 내벽이 성기의 형태에 익숙해져 있고 미노타 일족의 정액도 충분히 도움을 주었지만, 가장 큰 부분은 그의 몸이 원래 ‘받아들이는 행위’에 더 적합하다는 점입니다.”

그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사실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약간 나른해 보이기까지 했다. 높이 뚫린 작은 창문으로 미노타 일족의 정액의 냄새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비린내가 감돌았다. 하지만 포티스의 체액에서는 싱그러운 미드주의 향이, 술로 담그곤 하는 꿀과 꼭 같은 달콤한 냄새를 풍겼다.

엔지니어가 약간 긴장할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그가 입을 열었다.

“그를 케이지드에슈로 옮겨.”

무어라 대답할 새도 없이, 다짐을 받듯이 엔지니어를 내려다보고는 휙 등을 돌려버렸다.

케이지드에슈는 천공의 성에서 가장 높은 장소였다. 사방이 트여있고, 이름처럼 가장 단단한 금속인 디아나로 만든 창살, 가장 아름다운 보석인 디아망을 가공해 투명한 유리처럼 사용해 만든 장소였다.

투명한 계단을 올라가면 침실이 꾸며져 있어서, 밤이 되면 총총 떠 있는 별들 사이에 둘러싸이고 낮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구름과 옅은 태양이 내리쬐어 로맨틱한 공간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황제가 2세를 얻기 위해 귀족 파즈를 가두고 끊임없이 강간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높은 곳에선 떨어져 죽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심지어 뮤는 파즈보다 2세가 생길 확률이 희박한 장난감이었다. 그런 포티스를 케이지드에슈로 데려간다는 건 분명 시스 황제가 포티스를 고문할 것이라는 암시였다.

연구자인 엔지니어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정액과 오물투성이 알몸으로 누워있는 포티스는 분명 좋은 조건을 가진 뮤였고, 내벽 역시 훌륭했으므로 마땅히 귀족 실론들에게 제공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황제를 위해, 황제의 디아나와 디아망으로 연구에 임하는 엔지니어에게 황명을 거스를 생각은 일절 없었다. 그래서 관심을 최근 돌보고 있는 정액을 양분 삼아 자라는 성기 모양의 흉측한 식물로 돌려버렸다. 하지만 눈앞의 뮤에 대한 짤막한 생각을 떨치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이 뮤는 죽을지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황제가 그렇게 파즈를 죽여버리는 일이 아주 없지도 않았던 것이다. 한숨을 내쉬면서 엔지니어는 포티스의 몸을 담요로 말아 두었다. 곧 그를 옮길 것이다.

“으응….”

눈꺼풀에 환한 빛이 닿아 포티스는 몸을 뒤척였다. 얇은 모직 튜니카를 걸친 포티스의 몸은 푹신푹신한 물새 깃털 침대에 파묻혀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한 바람이 포티스의 머리카락을 흔들었고, 짧게 우는 새의 멜로디가 귓가에 닿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좋은 감각에 뺨이 간지러워 살며시 웃었다. 포티스는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곧 미츠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아버지가 오후의 티타임을 준비시키실 것이다….

그렇다고 믿기에는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무언가 달라서, 포티스는 생각을 멈추고 눈을 반짝 떴다.

‘여기가…. 어디지?’

반사적으로 자신의 손으로 몸을 감싸자 세찬 바람이 쏟아졌다. 포티스가 누워있는 침대는 둥근 모양의 둥지 같은 형태였다. 잠시 망설이던 포티스는 아무 기척도 느끼지 못했기에 둥지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자신의 저택도 아니고, 꿈도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금속 재질의 바닥은 시원했고, 사방과 천장은 같은 금속으로 된, 포티스가 빠져나갈 수 없지만 너무 촘촘하지는 않은, 창살이 빙 둘러져있는 새장같은 돔 형태였다. 밖은 끝없이 푸른 하늘과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높이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였다.

포티스가 빙글빙글 꼬인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크고 자물쇠가 달린 투명한 문이 기다렸다. 손으로 밀어보고 복잡한 대각선 무늬를 만져보았지만 나갈 수 있을 리 없었다.

반투명한 문에 얼굴을 바싹대고 살펴보면 구름과 반짝이는 사금 같은 햇빛 말고는 잠시 동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기다렸더니 유리나 보석으로 가공된 계단이 출입구에 이어져 있었는데, 어디로 이어지는지 짐작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장소가 황궁의 어딘가라는 것이라는 예감은 들었다. 이 시원한 은빛 금속은 고가의 디아나가 틀림없었고, 똑똑 두드리면 맑은소리가 나는 투명한 유리는 보석인 디아망일 것이다. 디아나와 디아망을 아낌없이 사용한 장소는 황궁뿐이었다.

문이나 바닥에도 정교한 디아망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황족의 상징인 연보랏빛 디아망으로 엮어진 길고 흔들리는 구조물이 천장에서 여러 가닥 뻗어내려 와있었고, 부드러운 향이 나는 보석 꽃이 곳곳에 피어있었다. 그것은 포티스가 저택의 온실에서 황제를 위해 개발했던 꽃이었다. 그것을 여기에서 볼 줄이야, 마음이 따끔거려 포티스는 잠깐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마음에 들어?”

포티스의 상념을 예리하게 비집고 들어온 건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흠칫하고 놀라서 돌아보면 처음에는 밝은 빛과 반짝임 탓에 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내 태양을 등져 은발의 윤곽이 뿌옇게 빛나는 시스 황제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것이 시스 황제와 포티스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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