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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밀월 같은 나날이 이어졌다. 식사를 하고, 주인과 섹스를 하고 나면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주인은 항상 없었고, 섹스 도중에 기절하지 않은 날에는 쌔액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포티스를 주인이 성기도 꺼내지 않은 채 가만히 응시하곤 했다. 한번은 뺨을 매만져주기에 무심코 손바닥에 뺨을 부볐더니, 주인은 손을 휙 치워버렸다.
주인은 포티스가 목욕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들어주고, 포티스와 매일 몇 시간씩 섹스를 나누었지만,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그래서 포티스는 막연히 주인이 단지 뮤와의 섹스를 즐기는 황족일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좋은 장난감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자신으로서도 챙길 수 있는 이득을 조금이라도 얻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이었다. 그래서 포티스는 용기를 내서 부탁을 했다. 케이지드에슈에는 수원이 없었고, 신기하게도 몸 안의 상처는 금방 나았지만 얼마간 씻지 못해 더러운 상태여서 부끄러웠다.
주인은 처음에는 들어주지 않으려는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깨끗한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말하자 마음이 움직인 것 같았다.
‘시종을 보내줄게.’
가지고 있는 물건은 몸에 걸친 너덜너덜해진 튜니카뿐이어서 포티스는 그저 일 층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막연히 입구에서 사람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뒤에 있는 보석꽃밭이 부스럭거리더니 자그마한 모자를 쓴 요정이 나타났다. 초롱초롱한 눈과 자그마한 손발, 몸통을 가진 요정으로 크기는 포티스의 무릎에도 닿지 않을 정도였다. 브라우니는 작은 모자와 짧은 튜니카 아래 진한 보라색 바지와 부츠를 갖춰 입고 작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파즈님!”
“앗, 안녕….”
브라우니는 접은 목욕 가운을 한껏 높이 든 채로 포티스를 올려다보았다. 포티스는 무릎을 살짝 굽혀 브라우니의 짐을 들어주려 했지만, 그는 내놓으려 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보랏빛 끈을 꺼냈다. 눈을 가리기 적당한 넓이였는데, 브라우니는 황송하다는 몸짓으로 설명했다.
“높으신 분께서 귀한 파즈님을 케이지드에슈에 모시고자 하니, 대욕탕으로 가는 길은 안타깝게도 알려드릴 수 없어요. 안대를 쓰시면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으응, 알았어.”
역시 도망치는 건 간단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포티스가 끈을 받아 눈가에 둘렀다. 아무래도 혼자서 하다 보니 흘러내리고 잘 묶이지 않았는데, 브라우니가 포티스의 몸 위로 가볍게 통통 타고 올라 매듭 묶는 걸 도와주고는 양손을 내밀게 했다.
“소, 손은 왜…?”
“귀한 파즈님을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작은 손끝이 꼼꼼한 브라우니가 포티스의 손목을 솜씨 좋게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끈을 늘어트려 줄처럼 잡아당겼다.
“이제 됐어요, 파즈님! 이쪽이에요.”
포티스는 빨리 걸을 수 없었지만, 브라우니가 워낙 작아 종종걸음으로 걷는 덕분에 따라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정말 얼룩덜룩하셔서 답답하시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파즈님!”
‘난 파즈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찰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포티스는 바싹 긴장했다.
“여기는 계단이니까 조심하세요, 파즈님!”
포티스는 벽을 짚으려다가 싸늘한 허공인 걸 알아채고 더듬더듬 조금씩 계단을 내려갔다. 아마 아래층도 회전 계단이 있는 것 같았는데, 난간조차 없는 건지 강한 바람과 햇살이 포티스의 몸에 쏟아졌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빙글빙글 돌다 보니 약간 어두운 공간에 도착했다는 게 느껴졌다. 안대 밖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졌던 것이다.
“자, 이쪽으로 쭉 가서 꺾으면…!”
브라우니가 폴짝거리면서 방향을 안내해주는 목소리가 이번엔 벽에 가로막혀 작게 메아리쳤다. 사방에서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고, 인기척이 없었다. 널찍한 복도 가장자리에는 두 가지색의 디아망을 가공한 장식품이 띄엄띄엄 놓여있었고, 그림이 그려진 액자도 걸려있었지만, 포티스로서는 알 수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파즈님!”
브라우니가 포티스의 손목을 묶은 끈을 놓지 않은 채, 폴짝 뛰어 문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양쪽으로 열리는 대욕탕의 육중한 문이 열리자, 안에서 부드러운 향기와 함께 수증기가 포티스의 뺨에 훅 닿았다.
‘물이다…. 목욕할 수 있어….’
비록 도망칠 순 없었지만, 포티스는 무척이나 기뻤다. 그래서 서둘러 브라우니가 이끄는 대로 발을 옮겼다.
“목욕을 도와드릴게요, 파즈님!”
브라우니가 포티스의 어깨로 통통 튀어 올라 안대를 벗겨주었다. 포티스가 서 있는 곳은 대욕탕의 입구로 작은 방 같은 공간이었는데, 바닥은 디아나를 가공해 만든 금속이었지만 털이 긴 러그를 깔아 푹신푹신했다. 맞은 편엔 거대한 전신 거울이 있고, 화장대 위에 색색의 화장수를 담은 유리병들이 보였다.
포티스는 멍하니 거울을 보고 있다가 그게 자신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케이지드에슈에 오기 전까지는 식사도 거의 못 하고, 또 매일 같이 섹스만 하고 있으니까 뺨이 홀쭉하고 몸도 여위었을 줄 알았는데, 어쩐지 길게 뻗은 팔다리가 매끈했고 엉덩이와 가슴은 포동포동해 보였다. 뺨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옅은 홍조마저 감돌았다.
‘설마 내가 뮤가 되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브라우니가 대욕탕의 문을 닫아걸고 손바닥에서 보랏빛 광채를 쏟아내 자물쇠를 채우자 손목에 묶인 보랏빛 부드러운 끈이 스르륵 풀어졌다.
아마도 이 안에서는 자유롭게 행동해도 되는 것 같았다. 포티스는 미드주 향이 풀풀 풍기는 술꾼의 옷 같은 튜니카를 위로 걷어 올려 벗어버렸다. 흰 피부에는 점이나 잡티가 거의 없었기에 배에 있는 디아망 마크가 도드라져 보였다.
“휴우.”
포티스의 옷을 능숙하게 받아든 브라우니가 초롱초롱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포티스는 설마 자신이 뮤라서 몸이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봐 순간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파즈가 아니었군요!”
“아…? 나는, 저기…. 파즈라고 한 적은 없는데.”
그러자 브라우니가 울먹이면서, 포티스가 보는 앞에서 겉껍질이 찢어지는 것처럼 요정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몸집을 불렸다. 가슴 털이 덥수룩한 떡 벌어진 어깨, 키는 천장에 닿을 듯했고 팔다리는 단단한 근육들이 서로 밀어내는 탓에 옷이 터질 듯했다. 자그마한 모자를 쓴 복장만은 아까와 똑같았지만, 눈빛이 사납게 번쩍거리고 수염이 입가를 가리고 있었다. 그가 포티스 쪽으로 발을 내밀자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날 속였군, 속였어!”
“아….”
포티스는 무언가 해명하면서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바로 브라우니에게 팔을 붙잡혔다. 그가 거칠게 잡아당겨 바닥에 내팽개치는 바람에 포티스는 숨을 들이쉬고 콜록거렸다.
“고작 뮤 주제에! 내가 시중을 들었단 말이지!”
브라우니의 얼굴이 분노로 달아올랐다. 그는 포티스에게 육중한 몸을 숙이고 냄새를 맡았다.
“지독한 미드주 냄새…. 분명 ’주인님‘이 고귀한 파즈라고 하셨는데, 네가 주인님을 속인 게 틀림없어.”
브라우니가, 너무나 크고 성욕과 성기를 빼면 그나마 말이 없어 점잖게 느껴진 앙세르들과 달리 대놓고 포티스를 모욕한 탓에, 포티스는 압도되어 순간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말해봐라! 네가 주인님을 속인 게 맞지?”
“그, 그런 적은 없어…!”
사실이었으므로 포티스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그게 포티스의 성격이었다. 그러나 브라우니는 벌컥 화를 내며 커다란 지팡이를 휘둘렀다.
“시, 싫어…! 하지 말아줘! 정말로 난…!”
“시끄러워! 네가 주인님을 속여서, 나도 속았잖아! 뮤 따위를….”
브라우니는 도무지 말이 통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가 다짜고짜 포티스의 다리를 확 벌려 잡아 관절이 빠질 것처럼 아팠다. 포티스가 고통을 참으며 끄응, 신음을 내는 동안 굵은 지팡이가 내벽으로 들어갔고 곧 마구잡이로 안을 들쑤셨다.
“하아, 윽…!”
억센 손길로 안이 퍽퍽 쑤셔지고 자극될 때마다 체액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아…! 시, 싫어…!”
강제적인 쾌감이 뱃속을 타고 올라와 허리로 퍼져나갔다. 포티스는 울먹이면서 몸을 흔들려 했지만, 그 모습이 브라우니의 화를 더욱 부추기는 바람에 솥뚜껑 같은 큼직한 주먹으로 머리를 얻어맞았을 뿐이었다. 한 대 맞고 나니 도저히 더는 바둥거릴 힘이 없어질 정도였다. 귀가 웅웅거리고,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지만 느껴지는 건 뱃속을 저미는 것 같은 소름 돋는 감각이었다.
“하아, 윽…. 응, 읏…!”
체액이 왈칵 쏟아질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크게 흔들렸다. 포티스는 손등을 깨물면서 빨리 이 고통이 지나가기를 빌었지만, 그 기도조차 날카로운 고통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하앗, 제…. 제발….”
브라우니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흡족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굵은 지팡이의 끝이 포티스의 불투명한 체액과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제발 어쩌라는 거냐, 이 음탕한 도둑고양이 같으니.”
만약 브라우니가 지팡이를 많이 들고 있었다면 그것을 전부 뮤의 내장에 꽂아 넣었을 것이다. 그만큼 브라우니에게 있어서 뮤를 시중들었다는 건 불쾌하고, 인생에서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수치였다. 아주 먼 옛날부터 그들은 파즈만을 위해 일했다.
“제, 발…. 그만…. 읏!”
포티스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트리며 부탁했지만, 그만이라고 말하자마자 지팡이가 내벽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읏…!”
포티스가 허리를 휘면서 억지로 절정에 달한 채 다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복슬복슬한 러그 위에서, 커다란 마물 같은 브라우니에게 제압당해 있는 포티스는, 연약한 작은 새와 같았다. 불투명한 체액을 쏟아내는 포티스를 경멸하면서 바라보던 브라우니의 얼굴이 일순 무언가 떠올린 듯이 바뀌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바들거리는 포티스에게 자세를 낮추더니 바지를 내리고 힘줄이 돋은 굵은 성기를 꺼냈다. 북슬북슬한 털로 감싸인 성기는 포티스의 팔뚝만큼 두꺼웠다. 브라우니가 지팡이로 구멍을 벌리고 그 틈으로 발기한 성기를 푹 쑤셔 박았다. 포티스의 몸이 부들거리며 흔들렸다.
“아, 아파…!”
그러나 그 목소리가 오히려 자극이 된 듯이 브라우니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인형 다루듯이 포티스의 몸통과 다리를 잡아 누르며 힘차게 드나들기 시작했다. 장기가 짓눌리면서 포티스가 쿨럭이며 타액을 흘렸다.
“윽, 읏….”
하지만 포티스의 몸은 브라우니의 성기조차 반기면서 서둘러 쭙 빨아들였다. 한껏 벌려진 구멍이 찢어질 것 같은데도, 폭죽이 머릿속에서 터지는 것 같은 쾌감이 전신을 타고 올라왔다. 포티스가 입을 벌린 채 타액을 주륵 흘리면서 신음도 내지 못하고 흥분한 채 손으로 러그를 꽉 쥐었다.
“감히 주인님을 꼬셔내다니 음탕한 것.”
성기가 들어올 때마다 숨이 콱콱 막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숨을 더 쉬기 위해서는 헐떡이는 수밖에 없었다. 브라우니는 포티스가 쾌감을 느껴서 그런다고 착각하고는 튜니카를 집어 들어 포티스의 입을 막았다.
“으읏…. 윽….”
포티스가 끙끙거리자 브라우니는 만족스러운 듯이 히죽 웃고는 다시금 포티스를 힐난했다. 온통 주인과 파즈에 대한 충성으로 가득한 브라우니에게는 파즈와 가정의 평화를 뒤흔드는 증표나 다름없는 뮤가 눈엣가시였다.
“이 요물 같은 게 다시는…. 주인님을…. 못하게….”
포티스가 무심코 고개를 흔들면서 저항하다가, 얻어맞을까 두려워서 움츠러들며 브라우니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흡족해져서 빠르게 성기를 박는 일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 감촉이나 쫀득함…. 확실히 나라도 푹 빠질 것만 같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브라우니가 불쑥 내벽에 대고 사정했다. 뜨거운 정액이 내벽으로 흡수되면서 몸이 달아올랐다. 포티스는 이런 섹스를 전혀 원치 않고 어느 정도 불쾌감마저 느끼는데도 자신의 몸은 기뻐하며 커다란 성기에 옴찔옴찔 달라붙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찢어진 입구에서는 피가 흘러나와 러그를 적셨다.
“으읏…!”
몸을 비틀면서 쾌감이 끝나버리길 바랐지만, 매정한 몸은 언제나 포티스의 의사와는 반대였다. 쾌감은 뱃속을 지잉지잉 울렸고, 브라우니가 거대한 성기를 뽑아내듯이 빼냈을 때도 더 원하듯이 입구가 지팡이를 문 채로 옴죽거렸다. 브라우니가 혐오감을 드러내며 지팡이를 팍 꺼내 치웠다. 그 탓에 포티스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밑이 쑥 빠지는 것 같은 감촉이 들었다.
“일어나, 언제까지 게으름 피울 거냐!”
브라우니가 시끄럽게 굴면서, 정액을 흡수하는 중이라 어지러운 포티스의 팔을 강제로 붙잡아 일으켰다. 포티스는 그대로 거칠게 이끌려서 대욕탕 안으로 비틀비틀 들어섰다.
브라우니가 포티스를 수증기가 가득한 내부로 밀어 넣고 입구를 가로막듯이 섰다. 그리고는 포티스를 내려다보며 엄포를 놓았다.
“시중을 들어줄 거라는 망상은 하지 마. 직접 스스로 씻어라.”
그리고는 물방울이 맺힌 금속 재질의 바닥에 미끄러진 포티스가 일어날 때까지 쩌렁쩌렁 고함을 쳤다. 포티스가 두터운 기둥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나서 브라우니의 엄한 눈길을 피해 비트적거리며 앞을 헤쳐나갔다.
‘몸 안이 욱신욱신해….’
심지어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뭔가 이상해서 입가를 닦아보니 코피도 흐른 상태였다. 억지로 섹스를 당한 것보다도, 그렇게 자그마한 데다 귀여웠던 브라우니가 커다란 노인이 되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더군다나 그렇게 상냥했는데, 뮤를 싫어한다니….
눈이 수증기에 익숙해지자 커다란 욕조와 다양한 실론과 파즈의 모습이 새겨진 기둥들이 보였다.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걷느라 부조들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체위를 조각한 것 같았다.
포티스가 겨우 욕조 옆에 앉아 손을 넣어보았다. 물은 들어가기 딱 알맞을 정도로 따끈따끈했고 우윳빛이었다. 포티스는 옆에 놓여있는 자기 병을 들어 올렸는데, 안에는 생화가 가득 담겨있었다.
“목욕하는 법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천박한 뮤 같으니.”
불벼락처럼 들려온 소리에 포티스가 놀라서 어깨를 떨었다. 그 바람에 자기 병이 욕조 안으로 풍덩 빠져버렸다. 포티스가 얼른 건져 올렸지만, 담겨있던 생화가 욕조에 퍼지면서 기분 좋고 그윽한 향기를 뿜어냈다. 욕조의 물이 진한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주인님을 위해서 좋은 향을 내도록 해야만 해, 너 같은 뮤에겐 아까운 꽃이지만….”
그러고도 이러쿵저러쿵 더 말하는 것을 포티스는 조심스럽게 새겨들으면서 자기 병 안에 물을 가득 담아서 몸을 헹군 후, 미끄러지듯이 스르륵 욕조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싸자 긴장했던 등이 부드럽게 펴졌다. 포티스는 물을 떠서 향기를 맡고 몸을 푹 담갔다.
브라우니가 포티스를 감시하고 있는 건 확실했지만, 더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포티스도 씻는 동안만은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포티스가 쏟은 생화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어서 짓이기듯이 찢어진 입구 주변이 서서히 아물어갔다.
‘이건 분명…. 내가 개발했던 꽃이야….’
포티스가 물에서 색이 옅어진 그 꽃을 건져 올렸다. 이 꽃을 개량하던 순간이 아득한 꿈만 같았다. 그 사실을 인식하자 어떤 조짐도 없이 눈물이 툭툭 흘러나왔다. 훌쩍이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얼른 입술을 깨물고 물로 얼굴을 씻어냈다.
‘괜찮아, 참을 수 있어….’
흘러내린 코피 몇 방울이 물에 섞이면서 사라져버렸다. 포티스는 이대로 잠이 들까 봐 서둘러 반투명한 비누를 집어 머리카락과 몸을 닦고, 브라우니가 던져준 가운을 걸쳤다.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얇고 비치는 재질의 가운은 안쪽 허리께에서 한번 끈을 묶고, 바깥쪽 가슴께에서 다시 여미게 되어있었다. 또 허벅지 위에서 끝나는 짧은 기장이었는데, 그것이 파즈가 인게이지 룸에서 실론을 유혹할 때 걸치는 마지막 옷이라는 걸 포티스는 모르고 있었다. 오직 브라우니만이 ‘주인이 포티스를 파즈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걱정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전부 단장을 마치고 나자 가운의 여밈은 포티스의 움직임에 따라서 쇄골과 가슴골을 드러냈고, 분홍빛 유두가 은은하게 비쳤다. 성기가 있는 부분은 불투명하게 가공되었고 허벅지 옆에도 트임이 있어서 앉으면 허리뼈가 드러났다. 물론 속옷 같은 건 처음부터 없어서 아래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뮤를 시중들 수는 없어요! 하지만 주인님이 시키셨으니까…. 분명 속으셨을 테니…. 측은한 주인님….”
어느새 원래 크기로 돌아온 브라우니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초롱 거리는 슬픈 눈으로 포티스의 귓가에 결혼식에 쓰이는 꽃인 이터너티를 장식해주었다. 목에는 노란색 리본을 뒤에서 매듭짓고, 리본 끝을 길게 늘어트렸다.
포티스는 물론 실론과 파즈의 결혼식을 본 적이 있었으므로, 브라우니가 울먹이면서 장식해준 것들이 파즈가 쓰는 물건과 비슷하다는 걸 알았지만, 완전히 같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내 실론으로서 살아왔고, 파즈의 장식들은 그저 어쩌다 한두 번 눈에 담고, 아름답다고 감탄하며 잊는 것들에 불과했다. 심지어 새로운 품종을 개량하는 일에 몰두한 젊은 공작은 파즈 친구를 많이 두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저 파즈도 뮤도 실론의 아이를 받아들이는 몸이니 장식이 비슷하다고, 혼자 생각했을 뿐이었다.
“자, 이제 치장이 끝났어요….”
브라우니는 기가 죽은 모습으로 포티스에게 안대를 건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아까처럼 도로 커져서 포티스와 강제로 섹스할지도 모르는 데다 화를 내는 타이밍도 짐작하기 어려웠기에, 포티스는 그냥 조용히 안대를 착용했다.
그리고 시무룩한 브라우니에게 이끌려 다시 케이지드에슈로 돌아왔다.
케이지드에슈에 도착하자마자 브라우니는 포티스에게 등을 돌리라고 하고는 달칵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마 브라우니만이 드나드는 통로가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어쩌지….’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잠시 기다리자 손목을 묶은 끈과 안대가 느슨해졌다. 포티스가 스스로 끈들을 풀어내자, 눈앞에 환한 빛이 아른거렸다. 케이지드에슈는 평소처럼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이 은은했는데, 이번엔 군데군데 촛불까지 밝혀놓아 꼭 어린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곤 하는 조명이 들어오는 유리 조각의 내부 같았다.
하지만 빛이나 풍경보다도 가장 빛나는 것은 주인이었다. 포티스가 안대를 벗다 말고 멈추자, 주인은 그를 훑어보고는 포티스의 뺨을 감싸 쥐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둘의 배가 맞닿았고, 튜니카와 가운이 바스락거렸다.
“주인님….”
포티스가 웅얼거리며 주인의 품에 기대자, 그가 디아망 마크가 있는 배를 만지작거렸다. 실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뱃속이 찌릿찌릿했다. 일렉트로시트 스틱으로 혼난 이후, 안쪽이 지나치게 예민해진 것 같았다.
“아….”
포티스가 다리를 움츠리자 허벅지를 타고 체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인과 만난 이후로 매일 매일 실론의 성기를 몸 안에 받아들였다. 그래서 저절로 섹스에 대한 기대감이 들면서 몸이 달아올랐다. 주인과 섹스하는 게 기분 좋고,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들었다. 포티스는 서서히 흥분하면서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주인이 포티스의 배를 부드럽게 주무르면서 손끝으로 집요하게 괴롭혔다. 부드러운 흰 피부가 살짝 붉게 달아올랐다.
“하고 싶어?”
포티스의 다리가 휘청이면서 거의 주인의 품에 몸을 내맡기다시피 안기고 말았다. 포티스는 열에 들뜬 얕은 신음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기가 덜 마른 촉촉하고 곱슬거리는 짙은 색 머리카락이 이터니티의 노란색과 잘 어우러졌다. 포티스의 목덜미에서 리본 자락이 길게 늘어졌다.
“으읏…. 네에, 네…. 저어…. 많이 하고 싶어요….”
말하고 나자 자신이 너무 음란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티스의 뺨이 뜨거워졌다. 야한 말 같은 건 하지 않고 싶었지만, 소용없었다. 말하고 나면 기분이 좋았고…. 애초에 포티스는 거짓말도 거의 못 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대체 어느 것이 진짜 자신의 감정인지 혼란스러웠지만, 포티스는 몸을 덮쳐오는 흥분에 저항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조른다면… 들어줄까.”
주인의 손길이 포티스의 등과 허리를 매만지고 가운을 들친 다음 엉덩이를 주물렀다.
“아…!”
입구 근처를 만져지는 것만으로 기분이 팟, 하고 좋아져서, 안에서 따끈따끈한 체액이 왈칵 밀려 나와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후우….”
포티스는 발정 난 짐승처럼 주인에게 몸을 부비고, 그의 손을 멋대로 붙잡아 이끌어 유두에 갖다 댔다. 서늘한 주인의 손에 뜨거운 포티스의 피부가 닿았다. 부드러운 천 사이로 실론의 손바닥이 스치자 짧은 쾌감이 몸을 타고 흘렀다.
“주인님, 주인님….”
주인이 살짝 웃으면서 포티스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미소는 평소보다 환하고, 다정해서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포티스가 그에게 상체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자, 다시금 입술을 겹치는 키스가 이어지고 혀가 밀려 들어왔다.
“아….”
‘뇌가 녹을 것만 같아….’
포티스의 몸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키스를 하고 보니 주인의 혀 역시 포티스의 체온을 나눠 받은 듯 뜨거웠다. 그 열기가 전신으로 퍼지면서 기분이 들뜨고 포티스는 그의 옷자락을 움켜쥔 다음 보채듯이 잡아당겼다.
“이런 곳에서 하면 등이 아플 텐데.”
1층의 바닥은 시원한 금속인 디아나로 만들어져있을 뿐 러그도, 침대도 없었다. 하지만 포티스는 아무래도 좋았고 당장 박히지 못한다면 안 될 것 같아서 숨을 헐떡이며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
그가 망토를 풀어 바닥에 깔면서 포티스를 그 위에 눕혔다. 포티스는 마치 그의 파즈 신부가 된 것 같은 황홀한 기분으로 초야를 맞이하는 것처럼 들떠서 손을 가지런히 배 위에 모은 채 기다렸다.
주인이 차분하게 장식용 끈까지 풀고 포티스에게 상체를 숙이자 포티스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그가 오늘따라 상냥한 덕분일까? 응석을 부리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주인은 포티스의 몸 위에 체중을 실으며 키스를 계속했고, 포티스는 그에게 매달려 짧은 절정에 빠져들었다. 다리 사이는 체액으로 미끌거렸고, 실론의 성기를 받을 준비가 된 입구가 기분 좋게 빠끔거리는 소리를 냈다.
“오늘은 네게 줄 선물이 있어.”
선물…? 한순간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기억나지 않아서 포티스는 그냥 살며시 웃었다. 그가 지금 원하는 건 주인의 성기뿐이었다. 포티스가 허리를 들며 주인의 튜니카 자락에 체액을 묻히자, 주인은 포티스의 다리 사이를 손등으로 문지르고, 지그시 눌러 애무했다.
“넌 뮤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그렇지 않, 아…. 하아….”
“그럼 신음을 멈춰봐.”
그렇게 지시하는 주인의 목소리는 평소와 약간 다르게 들렸다. 혹시 기분이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이 빠르게 스치고 사라졌다. 입구에 닿는 주인의 손놀림은 농밀했고, 포티스에게서 쾌감을 이끌어내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포티스는 입술을 깨물면서 신음을 참으려고 했다. 그 탓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주인이 포티스의 귓가에 꽂힌 이터너티를 빼내 향기를 맡고는, 포티스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 물고 울먹이면서 주인을 올려보았다가, 손끝으로 얕은 내벽을 자극당한 탓에 입을 벌리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꽃줄기가 포티스의 가느다란 목덜미에 닿았다가 망토 위로 툭 떨어졌다.
“죄, 죄송해요…. 참지 못, 하겠…. 흐읏….”
“상관없어. 넌 뮤니까.”
주인은 정말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는데, 뮤인 포티스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려고 노력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는 품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포티스의 손목을 쥐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아….”
너무나 뜻밖의 물건인 데다, 그 반지로 인해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단번에 파악이 되는 바람에 포티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터너티 꽃과 반지라면 단연코 결혼식에서 필수적인 두 가지 물건이었다.
포티스가 멍하니 손을 들어 반지를 살펴보면 중앙에 가공된 디아망이 박혀있었다. 포티스가 어찌할 줄 몰라 하자, 주인이 그 손을 맞잡으면서 말했다.
“이제 너는 내 것이라는 의미야.”
“감, 감사합니다…. 주인님….”
포티스는 그제서야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볼을 붉혔다. 처음에 착각을 한 탓에 약간 아쉬움이 감돌았지만, 역시 뮤와 결혼 같은 걸 할 리는 없었다.
아마 섹스를 많이 나누게 되면 뮤에게도 반지를 주는 모양이었다. 주인의 손이 가운을 젖히고, 그 틈으로 드러난 쇄골과 유두를 빨아들였다. 그러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서, 포티스는 곧장 반응하며 몸을 떨었다. 다리 사이로 체액이 흥건했고, 달콤한 향기가 공기 중에 떠다녔다. 언제라도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처럼 다리가 벌어져 있었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
문득 생각난 것처럼 주인이 말했다.
“그, 그럼요…. 주인님이, 주셨으니까, 앗….”
주인의 손이 가운의 끈을 풀고, 매끈한 피부를 매만졌다. 튜니카를 걷어 단단하게 발기된 성기를 꺼내고는 다리 사이에 지그시 눌러 들어올 것처럼 했다가 포티스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성기를 빨아드리려고 구멍을 오므리자 뽁, 소리만 남기고 빠져나가 버렸다.
“아…. 아, 주인님…. 제발….”
주인에게 깨물린 유두에 피가 몰려 통통해졌다. 그는 다시금 포티스를 가지고 놀 듯이 성기의 기둥으로 입구를 문지르며 넣을 듯 말 듯했다.
“그…. 주인님, 주인님….”
포티스는 이미 너무나 달아오른 상태여서 주인의 장난에 맞춰줄 여유가 없었다. 온통 실론의 성기에 박히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있었고, 그래서 그는 분홍빛 유두를 내밀고 애원하면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주인이 약간 미소를 띠고 있어서 포티스는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티스는 주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살짝 밀어냈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달라고 부탁하면서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주, 주인님…. 저어…. 반지를 주셨으니까, 보답으로…. 제가 봉사를 해드릴게요….”
주인이 편안하게 누운 자세로 포티스를 자신의 몸 위로 끌어당겼다.
“할 수 있어? 저번에는….”
“열심히…. 해볼게요….”
그리고는 자신의 체액이 묻어있는 성기를 손으로 부드럽게 주물러 움켜쥔 다음 다리를 벌리고 주인의 몸 위로 올라앉았다. 굵직한 성기가 몸을 조금씩 파고 들어왔다. 끝이 조금 넣어지자마자 쾌감이 넘치는 바람에 다리의 힘이 풀릴 뻔했지만, 포티스는 숨을 헐떡이면서 주인의 배를 손으로 짚어 자세를 잡고는 서서히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으읏, 아아…. 하앗, 응, 앙…!”
직접 실론의 몸 위에 올라탔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포티스의 뺨과 귀, 목덜미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이, 다리와 허리가 부들거리면서도 성기를 받는 걸 멈추지 않았다. 성기가 피부에 닿고 떨어질 때마다 강하게 박히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하앗, 아…. 주인, 주인님….”
포티스가 허리를 점점 빠르게 움직였지만, 실제로 성기는 반도 채 들어가지 않았다. 주인은 포티스가 허리를 뒤로 젖히고 어두운 빛깔의 머리카락에 땀방울을 몇 개 매단 채 무아지경으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얼마간 구경하다가, 만족을 위해 포티스를 자신 쪽으로 바싹 끌어안으며 단숨에 성기를 끝까지 삽입했다.
“……!”
시야가 새하얗게 폭발하자 포티스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휘어져 있는 내벽을 주인의 성기가 찔러 올리자마자 단숨에 커다란 쾌감이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 포티스는 쾌감을 맛보면서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벌린 채 타액을 뚝뚝 흘렸다.
겨우 숨을 몰아쉴 수 있게 되었을 때, 주인의 손에 의해 엉덩이가 붙잡혀 들썩이면서 성기가 거칠게 마구 들락였다.
“하앗, 앗…! 아…!”
포티스가 스스로 넣었을 때는 미쳐 닿지 않았던 부분까지 성기가 깊이 삽입되어 포티스는 다시금 황홀한 쾌감을 경험했다. 사실 몇 번을 해도 뮤인 포티스에게 섹스란 언제나 새로운 것이었다.
“하앙, 주인님…!”
연결부가 질척이며 다시금 안쪽의 휘어진 내벽을 찌르자 포티스가 비명처럼 신음을 내뱉으며 주인에게로 무너졌다. 포티스의 주인인 시스는 은발이 흐트러지고 목덜미에 약간의 땀을 흘릴 뿐, 호흡도 그대로였고 평소의 태도에서 거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시스는 포티스의 하반신을 꽉 붙잡아 성기를 쑤시고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사정했다. 내벽이 쭈붑거리며 허겁지겁 정액을 받아들였고, 성기를 단단히 조이면서 더 짜내려고 움찔거렸다.
“하앗, 하아…!”
이미 절정을 느끼고 있던 포티스는 그 감각이 끝나기도 전에 정액으로 인한 쾌감이 이어지자 결국 울음을 터트리면서 시스의 몸 위에서 몸부림쳤다. 발끝이 움츠러들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시스의 망토를 붙잡고, 숨을 크게 헐떡였다.
“주인님, 주인님…!”
포티스는 마치 그렇게 부르면 시스가 자신을 구해줄 것처럼 작고 애처롭게 외쳤다. 이미 사정하고 실론의 쾌감이 끝난 시스는 편안하게 그가 자신의 품 안에서 울먹이고, 조그맣게 소리치고 구멍으로 체액을 줄줄 흘려대는 걸 여유 있게 지켜보았다.
“아….”
겨우 절정이 끝나도 약하고 자잘한 쾌감이 포티스의 허리를 움찔거리게 했다. 포티스는 무섭고 두려워서 시스에게 더 바싹 달라붙었고, 그는 내치지 않고 포티스의 허리를 안아주었다.
자신의 반지를 낀 손과 주인의 손에 끼워진 똑같은 반지가 스쳤을 때 포티스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파즈였다면…. 좋았을 텐데.’
포티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갖게 된 순간이었다. 그가 지금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게 좋고, 편안하고….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포티스는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짐작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뮤가 되어서 그럴 것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그날 시스는 평소 이상으로 상냥했다. 보통은 나른하고 무슨 생각을 할 수 없는 데다 포티스를 혼낼 때는 차갑기까지 했는데, 거듭된 섹스가 끝난 후에 포티스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고 안아주기도 했다.
섹스가 전부 끝나고 나자 자신이 또 도중에 이상한 망상을 했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지만, 시스가 드물게 웃는 모습을 보자 그런 자책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주인님이…. 웃는 게 좋아요.”
“그래?”
그렇다고 딱히 다시 미소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시스는 포티스의 목에 묶인 리본의 매듭을 풀면서 입술을 갖다 댔다.
“으응…. 정말 좋아요….”
둘은 침대로 자리를 옮겨 두세 차례 섹스를 한 후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히 주인인 시스가 질문하고 포티스가 대답을 하는 식이었다.
“뮤가 되기 전 이름은 포티스예요….”
시스는 고개만 끄덕이고 특별히 가문 명은 묻지 않았다. 아마도 공작인 포티스가 이렇게 되었으니 굳이 물을 필요가 없어서인 것 같아 포티스는 잠시 침울해졌지만, 곧 기분을 떨쳐냈다.
태어난 날짜, 최초로 기억하는 생일 케이크의 모습, 미츠가 피아노를 무척 잘 친다는 이야기, 아버지와 정원을 가꾸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때의 즐거움 등…. 시스는 포티스의 전부를 알고 싶은 것 같았다. 질문을 받은 데다 또 숨길만 한 것도 아니라서 포티스는 그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뮤가 된 기분은?”
그것은 예전에 섹스 도중에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는데, 그때와 달리 지금은 어쩐지 부끄럽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여전히 수치스러웠지만, 주인과 있는 순간들은…. 물론 앙세르나 브라우니에게 당했던 일은 싫어서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쩔쩔매면서 시스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왜일까, 그때하고 조금도 달라진 건 없는데….’
그러고는 혼날 거라는 생각에 두근거리며 곧장 시스를 올려다보았지만, 시스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잠자코 포티스를 안을 뿐이었다. 시스의 품이 너무나 따뜻해서 그가 포티스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줄 것 같았다. 포티스는 처음 깨닫게 되어버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의 품에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좋…. 좋아해요, 주인님….”
무척이나 작게 말한 데다 쑥스러워 목소리가 떨렸는데도, 시스는 그걸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는 돌연 상체를 바로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무방비하게 누워있던 포티스는 화들짝 놀라 엉거주춤 일어나 앉았다. 가운의 끈이 묶여있지 않아 맨 피부가 드러났다. 갑자기 중요한 일이라도 떠오른 걸까?
“주인님…?”
시스는 등을 돌리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잠시 멈칫했다가 망토를 걸치고, 장식끈도 맸다. 성큼성큼 걷는 모습이 포티스를 거절하는 듯해서 포티스는 머뭇거리다가 조금 뒤늦게 허둥지둥 시스의 뒤를 따라잡았다.
“주인님…! 가지… 마세요…!”
분명 섹스를 하다가 자신이 기절했을 때도 눈을 떠보면 시스는 갑자기 사라지곤 했지만, 지금은 이유를 알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어째서 자신이 그런 말을 한순간에 떠나는 건지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지 혼란스러운 기분마저 느껴졌다.
포티스가 망토에 매달리자 시스가 휙 손을 떨쳐냈다. 그리고는 포티스에게서 약간 거리를 두었다.
“기다리고 있어, 포티스.”
시스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랬기에 포티스는 그의 말을 지키고 싶어서, 양손을 앞으로 모았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머무는 걸 깨닫고, 제대로 입으나 마나였지만,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끈도 묶었다.
“주인님…. 다녀오세요.”
시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내려갔다. 포티스는 몇 걸음 더 따라가서 그가 지금까지 내내 잠겨 있던 그 문을 손쉽게 열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찰칵, 하고 문이 닫혔다. 그 소리와 함께 포티스는 케이지드에슈에 남겨졌다.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으니까…. 꼭 오실 거야.’
하지만 그의 태도에 배어있는 분위기 탓에 포티스는 주인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스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