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26)

4

“싫…. 싫어…! 놔주세요…!”

포티스의 목소리가 케이지드에슈의 허공에 울렸다. 하지만 전신에 검은 의복을 두르고 복면을 한 남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억센 손아귀로 포티스를 제압해 가운을 벗겼다. 머리카락에 꽂혀 있던 약간 시든 이터너티 꽃도, 오른손에 낀 반지도 빼앗겼다. 포티스는 반지를 지키려고 손을 쥐고 있었지만, 손가락 하나하나를 펴면서 억지로 가져갔다. 손가락에 꼭 맞던 반지가 사라졌을 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포티스는 부당한 느낌에 사로잡혀서 자신도 모르게 크게 바둥거렸다.

“돌려줘요!”

반지를 빼앗은 상대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누군가 무언가에 적신 손수건으로 호흡기를 틀어막자 금방 잠들어버렸다. 의지를 잃은 몸이 추욱 늘어졌다. 남자들은 커다란 천 위에 알몸의 포티스를 올려놓았다. 그 탓에 다리가 약간 벌어져 분홍빛 입구가 드러났다. 복면을 한 남자들의 나이는 각양각색이었는데, 그중 상당히 젊은 남자가 포티스의 몸을 보고 욕정에 사로잡혀 입맛을 다시며 손을 대려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나이든 남자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제지하면서 주의를 주었다.

“여기선 안된다고 했네.”

“쳇.”

그들은 포티스의 얼굴만 빼놓고 천으로 돌돌 말아 발끝과 목덜미 부근에서 매듭을 지어 누에고치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셋 중에 월등히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과묵한 남자가 포티스를 어깨에 메고, 남은 둘이 그를 따라 케이지드에슈를 빠져나갔다.

시스가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지 고작 반나절 뒤의 일이었다. 포티스는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잠깐씩 잠들어도 꿈에서 시스를 볼 정도로 그가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인기척에 눈을 떴을 때 포티스의 곁에 있던 건 온몸을 온통 새까만 천으로 휘감은 남자들이었다. 그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저항했지만, 뮤는 실제로 아기고양이만큼이나 약해서 손쉽게 제압당했다.

남자들은 포티스를 제2기관으로 데려가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제2기관 역시 황궁에 있었지만, 밀월을 보내는 케이지드에슈와는 거리가 꽤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햇빛 찬란한 황궁의 정원을 버젓이 누빌 수 없었으므로 지하 수로를 통해 이동했다.

깨끗하게 관리된 수로에는 관리자가 따로 있었고, 흰 천으로 뮤를 싼 것을 보자마자 아무런 말 없이 수로의 문을 열어 상앗빛 배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셋 모두 이런 일을 처음 해보았기에 긴장한 탓에 수로 주위를 힐끔거렸다. 평소라면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인 황궁이었다.

관리인이 배를 밀어주고, 투명한 물이 찰랑이는 수로 위로 배가 떠나고서야 복면의 남자들은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다짜고짜 귀족을 납치해 지정된 장소로 옮기라니. 이상한 지시였지만, 보수 또한 높아서 결코 거절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이가 많은 남자는 너무 신중한 나머지 하마터면 일을 거절할 뻔했다. 그러지 않은 게 그에게도 여러모로 다행이었다.

포티스를 상앗빛 배 바닥에 내려놓고, 체격이 좋은 남자가 먼저 마석을 이용해 배를 움직였다. 노를 직접 저어서 방향을 정해주어야 했지만, 그래도 자유 시민인 그들이 이용하기에 마석은 충분히 편리한 에너지원이었다.

“얼마나 걸려요?”

포티스를 물끄러미 응시하면서 젊은 남자가 아무렇게나 물었다. 갑갑한 복면을 내리자 의외로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내내 포티스를 향해 있었다.

수로 속은 꼭 깊은 산속의 동굴처럼 서늘하고 고요해서, 그들이 아무리 작게 대화를 나누어도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더 작게 말하라고. 30분은 더 가야 할 테니까.”

“배가 느려 터졌군.”

남자는 쯧, 하고 수로 쪽으로 침을 뱉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가 다시금 포티스를 뚫어져라 응시하자, 다른 남자들의 눈도 자연스레 포티스에게로 향했다.

“…30분이나 멍하니 있어야 한다면 한번 해도 되지 않겠냐고.”

대뜸 그렇게 말하자, 아까까지 말렸던 남자도 겨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론과 파즈가 밀월을 보내는 신성한 공간에서 뮤를 안았다간 성기가 잘리는 형벌을 받을 거라는 경고를 들은 터였다. 하지만 지하 수로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이동을 하는 길목에 불과했다.

“그래, 하려면 지금 해버리게.”

노를 저어 방향을 조절하던 남자도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젊은 남자가 냉큼 포티스를 묶은 매듭을 급하게 풀기 시작했다. 나이 든 남자도 옆에서 거들어주었다. 그도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포티스에게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남자들을 흥분시켰다. 서두르다가 천이 찢어질까 봐 걱정을 하면서도, 그들은 거친 손길로 포티스의 몸에서 거의 천을 찢을 듯이 벗겨냈다.

무방비한 포티스의 몸이 수로의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달처럼 뿌옇게 드러났다. 매끄러운 흰 피부, 긴 팔다리와 분홍빛 홍조…. 내내 군침을 흘리던 남자가 얼른 바지춤을 붙잡고 성기를 꺼냈다. 속옷 아래에는 그의 평범한 체구로는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성기가 위를 향해 솟아 있었다. 공식적으로 안내된 사항은 아니었으나 황궁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 시민들은 오직 남자만, 정확히는 성기 크기로 황궁 입성 여부가 결정되었다.

“하아…. 원래 귀족 나리셨단 말이지.”

그는 뮤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다. 다만 이번 일을 맡게 되고부터는 그의 호기심이 뮤로부터 떠난 적은 없었다. 또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겼을 거라고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포티스는 밝은 황금빛 눈을 눈꺼풀 아래에 감춘 채로 의식이 없었다. 만약 의식이 돌아와도 손수건에 묻어있던 강한 약초의 향 탓에 몸은 마비된 상태일 것이다.

“한동안은 못 깨어난다고.”

그 사실이 젊은 남자를 병적으로 흥분시켰다. 그는 곧바로 포티스의 몸 위에 덮치듯이 올라탔다. 허벅지는 부드러웠고, 성기가 들어가자 기절해있는 상태인데도 내벽이 조여지고 옴죽거리며 성기를 빨아들였다. 남자는 정신 없이 내벽에 성기를 박아댔다. 약간 둥글게 휘어진 내벽은 매끄럽고 쫀득하면서도 돌기와 주름이 성기를 자극했는데 안쪽에 움푹 꺾이는 곳은 닿자마자 질척한 체액이 미끌미끌 흘러나왔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내면서 성기를 거칠게 쑤셔 박았다.

“정말 끝내주게 조이는데.”

흥분한 남자가 포티스의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피부가 매끈해서 어디를 만져도 부드럽고 쥐는 맛이 좋았다. 그가 유두를 애무하자 작은 돌기가 통통하게 되더니 깨어날 줄 모르는 포티스의 얼굴과 목덜미가 점점 분홍빛으로 달아올랐다. 남자가 빠르게 허리를 놀리자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수로의 물소리에 뒤섞여 멀리까지 흘러갔다.

“하아, 정말 이거 물건이야.”

그가 감탄과 함께 디아망 마크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이게 바로 귀족 실론에서 파즈로 강등된 뮤라는 표시였다. 그러자 포티스가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휘었다. 안쪽이 더욱 조여지고, 정액을 짜내려는 듯 허리가 슬슬 흔들렸다.

젊은 남자는 귀족을 강제로 안고 있다는 흥분과 물리적인 쾌감에 휩싸여 포티스의 내벽에 사정했다. 정액이 울컥울컥 들어가자 포티스의 다리가 살짝 움츠러들면서 배가 오목해지고, 뺨과 몸에 열기가 감돌았다.

몇 번이라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젊은 남자가 포티스의 몸을 더듬으려는데, 나이 든 남자가 그의 팔을 붙잡아 간신히 떼어놓고는 바지의 끈을 풀어 털 사이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성기를 꺼냈다. 그는 부인도 있고, 또 남자를 안는 일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지금만은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고 그 증거로 빳빳하게 발기된 성기의 끝이 뮤의 폭신한 내부를 기대하듯 젖어있었다.

남자가 성기를 삽입하자 쫀득한 내벽이 쭉 늘어났다. 체액이 왈칵 밀려 나와 엉덩이골을 타고 흘렀다.

“휴.”

그는 영 찜찜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는데, 삽입하는 순간 모든 걱정이 잊힐 정도로 쾌감이 치솟았다. 남자가 포티스의 허벅지를 양팔로 끌어안고 안을 쑤시면서 빠르게 들락였다. 푹, 푹 하는 소리가 질척하게 퍼졌다. 포티스의 몸이 들썩이며 흔들렸다. 노를 젓는 체격이 좋은 남자는 묵묵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미 옆에서 들리는 소리와 정액 냄새로 충분히 발기한 상태였다.

“안이 죽여주는구먼.”

나이든 남자가 한숨처럼 내뱉자 결국 커다란 남자의 인내심이 끊겼다. 커다란 남자는 제일 처음 행위를 끝내고 포티스의 허벅지에 성기를 문지르고 있는 젊은 남자에게 노를 저으라고 말했다.

“내 일도 아닌데 내가 왜….”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는 결국 노를 잡았다. 커다란 남자는 곧 포티스를 안는 남자에게 합류해 포티스의 허리를 붙잡아 힘없이 흐느적거리는 몸을 억지로 앉혔다.

“같이 하나?”

체격이 좋은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파악한 남자가 포티스의 팔을 붙잡아 자신 쪽으로 기대게 하고 다리를 넉넉히 잡아 벌렸다. 빠끔 열린 구멍은 두툼한 성기를 받아 문 상태였지만, 커다란 남자가 입구를 손끝으로 붙잡아 당겨보면 부드럽게 늘어나서 충분히 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도착할 것 같은데.”

노를 저어 방향을 잡으면서 짓궂은 목소리로 젊은 남자가 내뱉자 커다란 남자는 서둘러 성기를 삽입했다.

“……!”

교미하는 두 마리의 뱀처럼 굵직한 성기가 안으로 힘껏 들어가고 팟, 팟, 하는 소리를 내면서 번갈아 가며 내벽을 찔러 올렸다. 포티스의 몸이 들썩이고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느끼는 듯이 손끝을 움츠렸다.

“아…”

값비싼 미드주의 황홀한 향기를 떠올리면서 남자들은 번갈아 성기를 더 깊이 박아넣었다. 묵직한 몽둥이로 아래를 쑤시는 것 같은 충격으로 입구가 쭈붑거리며 주르륵 체액이 흘러내렸다.

“으음.”

커다란 남자가 귀두를 내벽에 힘껏 밀어붙이며 사정했다. 뜨거운 정액이 내벽으로 흡수되고, 포티스의 입에서 아앗, 하고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순간 그들은 뮤보다 신분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어깨를 굳히며 긴장했는데, 포티스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걸 알고는 나이 든 남자도 마저 내벽에 정액을 쏟아부었다.

커다란 남자는 바지를 치켜 올리고 곧 자신이 맡았던 노 젓는 일로 돌아갔다. 나이 든 남자도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입맛을 다셨다. 젊은 남자만이 포티스의 몸을 더듬으면서 자위를 하느라 팔을 거칠게 움직이고 있었다.

“후, 못 참겠다.”

“이제 그만 해야 돼.”

나이 든 남자의 만류를 뿌리치고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체액이 이슬처럼 맺혀있는 입구를 쪽 빨아들였다. 포티스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뮤의 체액은 향만 미드주처럼 달콤한 게 아니라, 맛 역시 상쾌한 단맛이었다. 젊은 남자가 허겁지겁 입구를 빨며 혀를 들락이자 그 행위에 자극받은 남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것을 지켜보았다.

“정말 죽인다니까.”

“기다려보게, 나도….”

제2기관에 도착할까 봐 다시 섹스를 하는 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남자들은 번갈아 가며 포티스의 애널을 빨고, 발기되지 않은 분홍빛 성기를 애무하며 가슴을 매만졌다.

그러는 사이 수로의 벽색이 서서히 어두운 붉은 빛으로 바뀌었다. 포티스를 더듬느라 정신이 없던 남자들은 수로의 분위기가 바뀐 걸 뒤늦게 알아채고 서로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서둘러 포티스를 처음처럼 꽁꽁 싸매놓았다. 하지만 셋 모두 포티스의 안에 다시 한번 사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는 시간이 없었다.

“도착했다네.”

나이 든 남자가 어지러운 상념을 끝내려는 듯 나직하게 말했다.

수로의 입구에는 연회복을 입고 실크해트와 가면을 쓴 키가 큰 실론이 서 있었다. 그의 그림자가 수면에 길게 늘어졌다. 그는 상앗빛 배를 바로 알아보고는, 그들이 수로 가에 배를 세우는 걸 도와준 뒤 포티스를 넘겨받았다. 그의 키는 2m도 넘을 것 같았다. 실론으로서도 큰 편이었다.

“케이지드에슈에서 데려온 게 맞는가?”

특별히 친절하지도, 너무 무뚝뚝하지도 않은 태도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속삭이는 듯했다. 자유 시민인 복면의 남자들은 몸을 바로 세웠다. 나이 든 남자가 자신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저희 셋이서 요정의 안내를 받아 신성한 곳을 감히….”

실론이 손을 내밀어 말을 끊어냈다.

“그래, 그럼 이 뮤가 틀림없겠지. 가보도록 해, 잘 가게.”

세 사람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 이번엔 배를 이용하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는 방향으로 수로를 따라 걸었다.

실론은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계단을 올라 디아나로 만들어진 차가운 문의 손잡이에 손을 댔다.

세 사람이 황궁에 들어갔을 때부터, 그들은 브라우니의 감시를 받았다. 케이지드에슈에서도, 수로의 물 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모든 상황을 전달받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모르는 척했다. 애초에 평범한 자유 시민을 대한다는 게 약간 불편했다. 그들은 곧 엔지니어들에게 붙잡혀 ’뮤‘에 대한 일을 평생 함구하고 잊게 되는 마법에 걸리게 되어있었다. 즉 그들에겐 한순간의 꿈에 불과했다. 실론에게 있어서는 부끄러운 뮤라는 존재를 일부러 노출하는 이유도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표면상으로는 뮤에게 다양한 정액을 받게 해 아이를 받아들일 확률을 높이고, 뮤의 내장 기관을 성숙하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모두가 즐거워하니까.’

실론이 문을 열자 찬란한 샹들리에의 조명이 둘 위로 쏟아져 내렸다. 원래는 밝은 햇살의 색이었을 샹들리에는 중간마다 붉은 유리 장식을 달아놓아 어둡고 붉게 빛났다. 실크 벽지는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었으며, 바닥의 카펫도 붉었다.

그가 문을 닫자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키가 큰 실론 앞에는 똑같이 연회복 차림인 가면을 쓴 실론들이 몇십 명 늘어서 있었다.

“드디어 새로운 ‘뮤’가 도착했습니다.”

“당분간 심심하진 않겠네.”

“우리에겐 그 뮤가 필요하던 참이야.”

모두가 점잖게 말하며 짧게 기쁨을 나누었다.

“라케티카, 그래서 뮤를 어떻게 요리할 거지? 어서 말해봐.”

실크해트를 쓴 키가 큰 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실론이 당장이라도 뮤를 안고 싶어서 안달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라케티카도 마찬가지였지만, 제2기관에서 진행을 맡은 자신마저 흥분한다면 실론들이 더러운 난장판을 만들며 뮤와 섹스를 해버렸으므로 침착해야만 했다. 뮤는 헐떡이고, 실론들은 덤벼들고 그 꼴은 몇 시간으로 끝나지 않고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져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우선 모두가 환영 인사를 한 다음, 정찬을 들어야지요. 뮤의 몸에 올리고 싶은 요리가 있나요?”

그 말에 모두가 술렁이며 제각각 말을 꺼냈다. 활기찬 분위기가 감돌아 아랫도리의 뻐근함을 잠시간 잊게 해주었다.

“고기 요리는 어때, 물론 회도 좋아.”

“끈적하고 달콤한 걸로.”

“미드주에 담가버리는 건?”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제2기관은 차갑고 단단한 디아나로 만들어져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갈 염려는 없었지만, 약간 걱정을 한 나머지 라케티카가 포티스를 둘러맨 채로 앞서 나가며 손짓했다.

“엔지니어에게 전달할 테니, 희망 사항을 천천히 말해요. 우선 복도가 너무 좁으니…. ‘룸’으로 가지요. 제가 모두에게 뮤를 보여줄 겁니다.”

그 말에 실론들이 입맛을 다시며 라케티카가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함께 이동했다. 40여 명의 실론 무리가 복도를 줄지어 지나, 화려한 붉은 유리와 금빛으로 장식된 육중한 문을 열어 룸으로 들어갔다.

내부도 복도와 마찬가지로 피처럼 진한 카펫 위에 검은 소파가 군데군데 놓여있고 테이블에는 시가와 재떨이가 마련되어있었다. 미드주가 들어있는 장식장과 커다란 백조를 본뜬 유리 장식 등 훌륭한 가구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묘하게도 방 한가운데는 일부러 비워둔 것처럼 휑했다. 바로 그곳에 라케티카가 포티스를 내려놓았다.

포티스 옆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앉은 라케티카가 찬찬히 천을 풀었다. 실론들은 저마다 소파에 자리를 잡거나 몇 명씩 무리를 지어 멀찌감치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미드주를 연상시키는 달콤한 체액 냄새를 맡고 들떠 있었다.

매듭이 잘 풀어지지 않자 어느 실론이 지시했다.

“천을 그냥 찢어버려.”

흥분한 실론의 요구에 라케티카가 순순히 손으로 얇은 천을 쭈욱 늘이며 찢어버렸다. 조각난 천 사이로 포티스의 부드러운 맨피부와 모두가 기대하는 다리 사이가 드러났다. 입구에는 물방울과 체액이 맺혀있는 걸 보면 뮤는 잠들어 있는 순간에도 야한 꿈을 꾸는 게 틀림없었다. 실론들이 흥분으로 인해 굳은 얼굴로 이쪽을 응시하자 라케티카가 손을 들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삽입은 금지입니다. 각자 짧은 인사를 나누세요.”

그러고는 물러나기 전에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꺼내 포티스의 다리를 벌리고 구멍을 쑤셨다. 짜릿한 감각이 내장을 타고 흘러가고, 억지로 의식이 이끌어 올려진 포티스가 전기 충격에 화들짝 놀라면서 눈을 떴다.

“으….”

“자, 즐기세요.”

라케티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면을 쓴 실론들이 포티스에게 몰려들었다. 포티스는 이게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실론들이 연회복의 바지춤을 풀어 털이 난 붉은 성기들을 꺼내 자신의 뺨과 손, 유두와 다리 사이, 심지어 발에까지 문지르는 것을 보고 느껴야만 했다.

“……! 싫, 싫어…! 하지 말아요, 변태…!”

가면을 쓴 데다 40명쯤이나 된 실론들이 모여서 자신의 몸을 주물러댔고 있으니, 꿈이었더라도 포티스는 놀라 울고 몸서리치면서 깨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외치는데도 실론들은 오히려 더 흥이 나는 것처럼 포티스의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혀를 매만지고, 입을 다물지 못하도록 벌려 잡은 다음 성기를 밀어 넣었다. 비릿한 맛과 함께 힘줄이 돋은 묵직한 성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게 역겨웠지만 동시에 몸에 힘이 풀리면서 포티스도 모르는 사이 다리가 스르륵 벌어졌다.

“우응, 응….”

포티스는 우유를 마시는 어린 동물처럼 성기의 끝을 물고 쪼옥 빨아들였다. 그러자 성기를 넣고 있던 실론이 신음하며 포티스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그는 몇 번 허리를 흔들더니 포티스의 입안에 금방 사정했다.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넘어가는 정액의 맛은 연유처럼 달콤했다.

“후으…. 응….”

포티스의 몸이 제멋대로 의지를 가지고 자신에게 닿은 실론의 성기에 최대한 밀착하고 손으로는 성기를 매만져주고 발가락을 움츠려 귀두를 문질러주었다. 온몸이 정액으로 범벅되고, 몸 안에도 잔뜩 받아들이고 싶었다. 눈이 풀려 앞이 뿌옇게 보였는데, 실론으로 가득 찬 이 공간은 아늑하고 행복한 파라다이스 같았다.

“이제 내 차례지.”

사정을 한 실론이 물러나자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실론이 후끈하게 발기한 성기를 입에 물렸다. 포티스는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어린아이처럼 기쁘게 다시금 성기의 끝을 핥아 입을 오므려 빨아들였다.

실론 두어 명이 포티스의 몸을 붙잡아 엎드려 눕혔다. 이제는 포티스의 머리카락에까지 끝이 젖은 성기로 문질려지는 상황이었다. 뮤가 실론을 원하는 만큼 실론도 뮤에게서 자극을 얻었고, 모두가 뮤 하나를 농락하는 이 상황에 빠져들면서 민감한 엉덩이골, 허벅지 안쪽, 발가락 사이, 움켜쥐어진 손등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마음껏 성기를 갖다 대고 문지르며 사정했다. 흥분으로 인해 이미 두어 번 사정한 실론도 있었다.

라케티카는 모든 실론이 뮤의 입에 정액을 한 움큼씩 사정하고, 뮤가 헐떡이며 신음을 내 온몸이 분홍빛으로 달아오르는 것을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흥분한 실론들의 정액 냄새가 룸에 퍼졌고, 어떤 향을 피워도 가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라케티카는 적당한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가 손뼉을 쳐서 주위를 환기 시켰다.

“환영 인사가 끝났습니다.”

실론들은 연회복 자락을 매만졌고, 손수건을 꺼내 체액을 닦았다. 정액만큼이나 강한 미드주 같은 뮤의 체취를 들이마셔 취한 것 같은 실론들은 애써 정신을 차려 포티스를 놓아주었다.

오직 포티스만이 바닥에 널브러져 눈물 맺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양손을 앞에 모은 채 바들바들 떨며 소리가 들린 곳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포티스를 보자 라케티카는 성욕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드물게도 라케티카같은 실론이 있었고, 덕분에 이런 일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는 강제로 뮤를 능욕하는 일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곱게 자란 파즈라면 모를까, 뮤는 가뜩이나 이 실론 저 실론 옮겨 엉겨 붙는 지조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라케티카가 끝에 종이 연결된 벨벳 끈을 잡아당겼다. 정액투성이 포티스를 직접 옮기고 싶진 않았다. 종이 울리자 라케티카처럼 제2기관에 소속된 엔지니어가 들어왔다. 원래는 뮤의 심층을 연구하는 자였지만, 취미로 실론에게 대접하는 식사도 만들고 있었다.

“어서 와. 우선…. 저 뮤를 옮겨줘. 식사 준비가 일정대로 될 수 있도록.”

파란색 로브를 걸친 엔지니어 블라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포티스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빙긋 웃었다.

“인기가 굉장하네. 모두들 뮤를 내어주지 않는 걸 보면.”

블라우의 말대로 어느새 가면을 쓴 실론 몇이 포티스의 곁에 다가가 일렉트로시트 스틱으로 유두에 짜릿한 전기를 흘려보내고, 구멍에 스틱이 몇 개가 들어가는지 찔러보며 분홍빛 내벽의 색을 품평하고 있었다. 포티스가 바둥거리지 못하도록 실론 두 명이 입을 막고 누른 상태였다.

“…금방 저렇게 된다니까.”

라케티카가 한숨을 내쉬며 다가가 그들을 물리쳐주었다. 체격이 좋은 블라우가 손쉽게 포티스의 입에 끈을 물리고, 어깨에 들쳐멨다. 그 바람에 다리가 휙 들리면서 체액이 주르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쏟아졌다. 수치심으로 포티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도 포티스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포티스가 흘린 체액 웅덩이 근처에 모여서, 즙이 많은 뮤가 아이도 잘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떠들며 포티스의 엉덩이를 대놓고 응시했다.

라케티카는 포티스가 풍긴 미드주 향기를 없애기 위해 향로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이번엔 모두가 술을 마시고 싶어 했다. 라케티카는 어쩔 수 없이 술이 놓인 장식장을 열었다.

“체리주는 어떤가요?”

하지만 다들 미드주를 원해서, 라케티카는 냄새에 질색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유리병을 꺼냈다.

블라우의 어깨 위에서 포티스는 눈물을 툭툭 흘리면서 몸을 바둥거렸다. 체액과 정액으로 몸이 미끄러웠는데도, 블라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침착하게 잘 붙잡고 있었다. 룸을 나와 복도를 걸으면서 블라우가 가볍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뮤는 얌전해야 실론에게 사랑받잖아.”

그 말에 포티스가 약간 발끈하면서 블라우 쪽을 바라보려고 끙끙거렸다. 그 바람에 끈이 느슨해졌다. 포티스는 얼른 혀로 타액에 젖은 끈을 밀어냈다.

“별, 별로…. 사랑받는 거 필요 없어요!”

“그래? 아까는 좋아 보이던데.”

블라우의 말에 포티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그래도 하려고 하는 말을 짜냈다.

“저… 절 좀 도와주세요! 갑자기 납치되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블라우는 포티스가 어디에서 오고, 가는지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막연히 1차로 앙세르에게 교육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포티스가 거듭해서 부탁하는 동안, 블라우는 계단을 내려가 복도를 돌고 다른 방들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문을 열었다. 안쪽은 블라우가 사용하는 키친이었다. 푸른색의 말끔한 타일이 깔린 청결하고 환기 시설이 있는 장소에는 요리를 할 수 있는 화덕과 식재료 보관소, 그리고 파란색 슬라임들이 있었다.

“다들 기다렸지? 맛있는 뮤가 왔단다.”

블라우가 친밀하게 슬라임을 향해 포티스를 내려놓았다. 슬라임들은 순식간에 포티스의 알몸에 모여들었다.

“아, 앗…. 간지러워…!“

포티스는 당황하면서 슬라임을 둘러보았는데, 그것들은 각자 포티스 몸에 달라붙은 정액을 먹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고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반투명한 몸으로 정액이 빨려 들어가는 게 훤히 비쳐 보였다.

“아앗…!”

슬라임 두어 마리가 포티스의 다리 사이로 몰려가 열심히 입구에 촉촉한 젤리를 갖다 대고 정액을 빨았다. 부들부들하고 따뜻한 혀 같은 감촉이 포티스의 내벽이 묘한 자극을 주었다. 포티스는 젤리에 맞닿도록 다리를 벌리면서 끙끙거렸다. 슬라임을 손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오히려 팔과 가슴으로 올라와 작은 동물이 젖을 먹듯이 유두에 달라붙었다. 분홍빛 슬라임 안쪽으로 유두가 쭙 물려 들어가고 통통하게 부풀었다.

“으읏, 아….”

슬라임들이 경쟁적으로 젤리로 된 입을 벌려 내벽을 핥았다. 실론의 정액은 슬라임의 먹이였는데, 아직 남아있던 정액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번 맛을 본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 포티스는 바닥을 손으로 짚은 채 헐떡였다. 발끝이 움찔움찔하고 목에 소름이 돋았다. 마물의 젤리는 서늘하고 기분이 좋았다.

“하아, 으응….”

블라우는 어느새 포티스를 잊어버리고, 오늘을 위해 준비된 식재료를 꼼꼼히 확인하고 칼을 꺼냈다. 충분히 날이 선 칼끝은 푸른빛이 감돌았다. 포티스는 자극에 집중하느라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타액을 뚝뚝 흘렸다.

“아, 아아….”

블라우가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 있는 슬라임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놀란 포티스의 얼굴에 슬라임의 파란색 젤리 덩어리가 달라붙었다. 정액을 충분히 먹은 슬라임은 마치 크림치즈처럼 부드러운 맛으로 변한다. 포티스는 블라우의 그림자에 놀라서 그를 올려다보다가, 블라우가 테이블로 옮긴 슬라임을 스윽스윽 자르는 걸 보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블라우는 포티스의 가슴에서 슬라임을 떼어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오늘 파티의 정찬은 너야. 기대되지?”

“으읏….”

열심히 손으로 떼어내려 애를 써도 이렇게 말랑하고 작은 마물 조차 이길 힘이 없는 게 억울해서 포티스는 울먹이며 신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다행히도 실제로 성기를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쾌감이 약해서 그나마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간신히 가능했다.

블라우는 파란색 슬라임을 투명한 석영처럼 아주 얇게 잘라내어 접시로 차례차례 옮겼다.

”익숙해지는 게 좋을걸.“

그렇게만 대꾸한 블라우는 자기로 된 대야에 물을 부어 손을 씻고는 포티스를 향해 돌아섰다. 이제 더는 정액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느리게 깨달은 슬라임들 몇몇은 흩어졌고, 다리 사이에 달라붙은 슬라임들만이 여전히 구멍을 빨고 있었다.

”식사는 끝이야.“

블라우가 가볍게 슬라임들을 떼어놓았다. 다리 사이에 있던 슬라임들이 머금은 체액이 내장 기관에 우윳빛으로 고여있었다. 신음을 참던 포티스가 겨우 한숨을 내쉬고 식은땀을 닦았다. 블라우의 안색을 살폈다.

블라우가 로브의 여밈을 느슨하게 풀면서 포티스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포티스의 가슴 한가운데에 손을 대고 스윽 미끄러지더니 손바닥으로 움켜쥐었다.

“으읏….”

아무리 연구에 평생을 바치는 특이한 족속이라 해도, 엔지니어 또한 실론이었다. 포티스의 몸은 슬라임에게 약간이나마 정액을 빼앗겼고, 어떻게든 가까이에 있는 실론의 성기를 원했다. 그가 유두를 문지르고 부드럽게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다리 사이가 축축해지면서 입구로 삐져나온 체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반응은 정상이네.”

블라우가 식재료 다루듯이 포티스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입을 벌려보고 디아망 마크를 문질러 포티스가 움찔거리는 것도 확인한 다음 구멍에 손을 넣었다.

“…앗!”

곧장 안쪽의 휘어진 통로로 손가락이 쑤욱 들어오는 바람에 포티스의 등이 팽팽해졌다. 블라우는 검지와 중지의 끝으로 민감한 그 부분을 지그시 눌러 휘적였다. 포티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숨이 가빠졌다.

“하아, 하아…. 으읏…. 저어….”

블라우는 비록 제2기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뮤에게 무심한 편이었다. 경솔하고 쉽게 실론의 성기를 원하는 것도 바보 같았다. 그래서 별로 섹스할 욕구도 없으면서 포티스를 괴롭혀 즐기고 있었다.

‘보나 마나 넣어달라고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블라우의 손길이 한층 집요하게 안을 찔렀다. 포티스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끙끙거렸다.

“저어, 하아…. 읏…. 도…. 도와주세….”

블라우는 뮤가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성기와 섹스 말고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것이 바로 뮤였다. 그런데도 포티스는 이제 떨리는 손으로 블라우의 손목을 붙잡고 재차 부탁했다.

“저어…. 아니면 잠깐만이라도, 원래 있던 곳으로….”

잠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파악하느라 블라우는 잠자코 포티스의 말을 들었다.

“그… 새장 같은 장소로 보내주신다면,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요….”

여기서 이 뮤가 앙세르들에게서 바로 인도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챈 블라우가 잠시 흥미를 드러냈다.

“가서 뭘 하고 싶은데?”

“주인님이…. 반드시, 돌아오신다고 했으니까…. 주인님을 만나야만 해요.”

그건 포티스의 확실한 의사였지만 사정을 모르는 블라우로서는 마음에 드는 성기를 가진 상대가 있었나 싶을 뿐이어서, 금방 지루해졌다. 뮤는 어차피 다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래, 하고 대강 대답을 한 다음 미리 준비해둔 리본을 꺼내 포티스의 목에 장식처럼 묶어주었다. 리본은 매듭을 묶자마자 효과가 있었다.

“…! …!”

포티스가 무언가 말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포티스는 목을 만지고, 리본을 풀어내려고 끝을 당겼지만, 이건 끈을 묶은 자만이 풀 수 있는 물건이었다. 난감한 기색이 가득한 포티스를 향해 블라우가 말을 이었다.

“누군가 널 잠시 데리고 논 모양이지, 그런 일을 겪는 뮤는 많아.”

그러니 잊어버리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고, 일어나려는 포티스를 붙잡아 손목과 발목을 끈으로 결박했다. 이제 정말로 요리를 해야만 했다. 블라우가 포티스를 넓적한 테이블 위로 옮기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아냈다.

포티스는 고개를 흔들고 또 열심히 바둥거려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말을 듣지 않는 짐승을 다루듯이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손길이었다. 맞는 건 크게 아프지 않았지만, 다리 사이가 자극되어 체액이 흘러나오는 바람에 포티스는 몸부림치기를 그만두었다. 정말 불편한 몸이었다.

‘주인님….’

주인은 자신이 없어진 걸 알고 있을까? 어쩌면 주인과 관계있는 자들이 주인 몰래 포티스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시킨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다. 주인 같은 황족에게 약혼자인 파즈가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나도 주인님을 좋…. 좋아하는데….’

그 마음만은 달빛을 원하는 달맞이꽃처럼 은근하면서도 강했다. 포티스는 스스로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가만히 보듬어주었다. 주인이 자신을 좋아할지는 잘 모르지만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꼭 찾으러 올 것이다. 포티스는 그 사실이 당연한 것처럼 믿었다.

블라우가 포티스를 말끔하게 닦은 후 다시 슬라임을 자르기 시작했다. 슬라임 단면의 가운데에 뮤의 체액이 굳어져 마치 크림처럼 묻어났다. 블라우는 체액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빠르게 슬라임의 포를 떴다. 그리고 포티스를 붉은 벨벳과 진주색 레이스로 장식한, 눕고도 남는 커다란 트롤리에 옮긴 다음, 트롤리의 기둥에 포티스의 팔다리를 각각 묶었다. 붉은 리본으로 정성껏 장식한 포티스는 정찬의 메인이었다.

블라우는 슬라임의 포를 포티스의 피부 위로 옮겼다. 포가 가슴을 덮었지만 깔린 유두가 반투명하게 비쳐 보였다. 배와 벌어진 허벅지에도 포를 얹고, 디아망 마크와 입구 부분은 가리지 않았다. 거긴 실론들이 언제든 만지고 맛볼 수 있어야 했다.

“미드주는 라케티카의 담당이니까….”

블라우가 생각을 정리하며 포티스의 귓가와 목덜미, 그리고 발목과 손목에 붉은 생화를 장식했다. 뾰족한 가시가 남아있어 피부를 파고들었지만, 뮤에게 피가 좀 감도는 편이 생기있고 먹음직스러워서 괜찮았다.

“…! …!”

포티스는 무언가 말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역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침울한 얼굴로 체념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블라우가 의아해하면서 미소를 보였다.

“자, 그런 얼굴 하지마! 오늘 온 실론 중엔 황족도 있어, 사면받을 기회잖아?”

“!?”

예전의 이름 모를 엔지니어에게 들은 걸 제외하고는 포티스가 직접 사면에 대해 듣는 건 처음이었다. 역시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포티스는 구체적인 방법을 묻고 싶었으나 자꾸 뻐끔뻐끔하게만 되었다. 고개를 흔들고 블라우를 향해 손짓을 해 보였지만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바람에 생화 장식이 떨어지자 블라우는 마물을 다룰 때처럼 상냥하게 말로 혼냈다.

“안돼, 가만히 있어.”

포티스의 장식을 끝낸 블라우는, 원기에 좋은 열매인 아름답고 싱싱한 홍옥들을 재료 보관소에서 꺼냈다. 설탕 코팅을 입히고, 초콜릿과 크림을 곁들이면 맛있는 디저트가 되었다. 홍옥을 씻어 두고 설탕을 준비하는데 누군가 키친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들어와.”

블라우와 같은 색 로브를 입은 엔지니어였다. 그는 희미하게 미드주 향이 풍기는 공간에 들어서서 잠시 의아했다가 곧 포티스를 보고 그렇구나, 하는 표정이 되었다.

“블라우님, 정찬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실론 분들께 내어갈 수 있습니다.”

실론과 파즈가 자유 시민을 돌보는 디 오르의 정찬은 전채요리부터 차근차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테이블에 전채요리, 따뜻한 수프, 샐러드와 메인 요리, 비스킷, 젤리와 디저트를 한 번에 차려놓고 먹었다. 엔지니어가 특수하게 가공해 개발한 디아나 테이블은 음식의 온기와 냉기를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어서 음식이 식는 단점도 없이 모두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그럼 바로 준비하자, 나도 뮤를 요리해뒀으니까.”

“알겠습니다, 블라우님.”

엔지니어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곧장 문밖을 나갔다. 나가면서 포티스의 몸을 힐끔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포티스와 시선이 마주치자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입에 대고 음란한 몸짓을 해 보였다. 그 바람에 포티스는 홍당무가 되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자세나 모습이 몹시 야하고 다리 사이가 축축하게 젖어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상태에, 놀림까지 받으니 역시 부끄러웠다.

‘후우….’

포티스는 다시금 다리를 움츠리려고 해보았지만, 가느다란 리본 끈은 특수 가공이 되어있는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포티스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희미하게 다른 실론들과 관계를 해버리면, 주인이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제발…. 그냥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티스를 기다리는 것은 불가항력인 일이었다. 그는 모든 실론의 뮤였다.

마침내 준비된 40여 개의 홍옥을 전부 설탕 코팅을 입혀서 냉동고에 넣은 블라우가 포티스가 묶여있는 트롤리를 밀면서 문을 열었다. 복도를 돌아 아까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이동했다.

도착한 룸은 훨씬 커다랗고, 화려하게 장식된 정찬 룸이었다. 포티스는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노랗고 붉은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면서 두려움을 떨치려고 숨을 가다듬었다. 수십 명의 실론이 포티스가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고, 모두의 몸에서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뜨거운 흥분이 룸 안에 감돌았다.

실크해트를 쓴 라케티카가 트롤리를 넘겨받아 식탁 중앙, 식탁과 식탁 사이 보통은 얼음이나 유리 장식을 놓아두는 공간에 포티스를 옮겨 두었다.

아까와 달리 모두가 소리 없이 긴장한 상태로 포티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라케티카가 그것을 느슨하게 풀려는 듯이 편안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찬을 시작합니다. 메인 요리는 마음껏 먹어도 좋습니다. 물론 진짜로 먹는 건 식후니까,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그러나 아무도 뒷말까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가면을 쓰고 연회복을 입은 키와 체구가 다양한 실론들은 식기를 들고 차려진 음식들을 조금씩 덜었다. 그리고 포티스 앞을 지나갈 때 커다란 집게로 일부러 포티스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슬라임 포를 집어 든다든지, 유두를 건드리면서 그것이 식사 예절인 양 행동했다.

포티스는 벌써부터 머리가 흐릿해져 왔다. 실론의 냄새, 그것은 정말 냄새는 아니었고 무어라 정의하기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훌륭한 실론과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자꾸만 성기를 빨고 싶고, 박히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내가 또…. 정말 싫은데….’

실론 중 한 명이 라케티카에게 무언가 말하자 그가 다가와 포티스의 목에서 리본 끈을 풀어버렸다. 슬라임 포를 집어 들던 실론이 포티스의 디아망 마크를 꾹 눌렀다. 그러자 투명한 포를 얹은 몸이 순간 비틀렸다.

“…읏!”

포티스의 신음이 들리자 실론이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그것을 지켜보다가 일순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서 실론들이 옆에 있는 실론과 나직하게 대화를 나누고 미소를 보였다. 포티스는 점점 여기에 있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서워졌다. 그와 동시에 포티스의 젖어있던 입구가 빠끔거리면서 흥분했다는 증거인 불투명한 체액을 밖으로 몽글몽글 내보냈다.

룸 안으로 포티스에게서 풍기는 달콤한 꿀 향이 퍼졌다. 실론의 입맛을 돌게 하고 또 흥분되는 냄새였다.

“소스가 여기 있었군.”

어떤 실론이 슬라임 포를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 문질러 체액을 듬뿍 묻힌 후 입가로 가져갔다. 포티스의 체액은 향뿐만 아니라 실제로 달았으므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는데, 포티스에게는 그것이 소름 끼쳤다.

“시, 싫어…! 하지 말아요…!”

포티스의 놀란 비명이 듣기 좋았는지 실론 몇 명이 그 방법을 따라 했다. 슬라임 포의 중간에서 굳은 크림 같은 체액이 입안에서 녹으면 슬라임 포도 덩달아 혀끝에서 사라졌다. 뮤의 체액과 슬라임 포, 둘은 언제나 잘 어울리는 궁합이었다.

“맛있는데, 너도 한번 먹어봐.”

몸이 달아오른 채로 눈을 감고 상황을 견디고 있는 포티스의 턱이 붙잡히고 입안으로 불쑥 포크가 들어왔다. 매끈매끈한 슬라임이 입안에 가득 찼다.

“으읏, 콜록콜록….”

비릿하고 이상한 맛이 입안에 퍼져서 도무지 씹거나 삼킬 수 없었다. 포티스가 기침하며 슬라임 회를 흘리자 그 실론은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다른 실론이 다가와 넌지시 뮤 본인의 체액은 스스로 먹기에 아마 역겨울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아, 그랬단 말이지.”

연거푸 포티스의 입에 슬라임 포를 넣던 실론이 그제서야 납득하고 그만두었다. 포티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참느라 눈이 토끼처럼 빨갛게 되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포티스의 몸 위에 얹어진 슬라임 회였는데, 조금 늦게 나온 홍옥 사탕도 제2기관의 빛깔에 어울리는 겉은 붉고 속은 노란 상징적인 디저트라서 실론들은 저마다 먹지 않아도 사탕을 접시 위에 올려놓고 그 모습을 감상했다.

그 외의 정찬 음식들도 대부분 실론의 정력에 좋은 재료들로 만들어졌는데 수향 버섯 수프, 교미하는 쌍두 구렁이의 통구이, 바이콘의 가슴살 샐러드, 파즈가 만든 수제 초콜릿 비스킷 등이 테이블 위에 넉넉하게 쌓여있었다. 음식의 종류와 파즈가 없다는 것, 그리고 장식의 색조들만 빼면 황궁에서 열리는 대연회와 무척 흡사한 파티였다.

포티스는 이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지만, 할 말을 잃고 그저 이따끔 바둥거려볼 뿐이었다.

식사가 무르익을 무렵 라케티카가 미드주 분수를 작동시켰다. 포티스의 체액의 향과 똑같은 냄새를 풍기면서 분수 끝에서 탄산이 섞인 술 방울이 퐁퐁 흘러내렸다. 원하는 사람은 잔을 분수에 갖다 대기만 하면 금방 가득 채워졌다.

‘이상한 파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