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26)

5

더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포티스는 불안하게 눈을 깜박였다. 몸 위에 있던 슬라임 포들이 전부 실론의 뱃속으로 사라지고, 샹들리에 아래에 드러난 포티스의 몸을 들여다보는 시선들이 끈적했다. 포티스는 얼굴을 붉혔지만, 누구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끈에 묶인 팔다리는 조여져서 울긋불긋하고 조임이 좋을 것 같은 입구에서는 체액이 꿀처럼 흘러내려 벨벳 위에서 번들거렸다.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통통하게 세워진 유두는 흰 피부 위에서 선명한 분홍빛을 띠었다.

미드주만 마시면 이제 본격적으로 포티스를 안기 시작할 참이었다.

“환영 파티와 새로운 활력을 위하여.”

실론들이 저마다 낮게 외치고 미드주를 마셨다. 포티스는 파티가 끝남에 따라 자신이 어떤 처지가 될지 확실히 느끼고 있었는데, 어쩌면 무사할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희망을 갖고 있었다. 강제로 섹스를 당하는 것보다도 주인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그때 가면을 쓴 젊은 실론이 포티스의 곁에 다가와 글라스를 포티스의 아랫도리에 대고 디아망 마크를 문질렀다. 순식간에 발끝까지 찌릿한 쾌감이 퍼졌다.

“아앗…!”

울컥 덩어리 채로 쏟아진 체액이 미드주 잔으로 퐁당퐁당 떨어졌다. 그는 그대로 떠나지 않고 잠시 포티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포티스 맞지? 나야 에스파렌스.”

포티스는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친구인 에스파렌스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이런 곳에서 에스파렌스를 만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는 확실히 실론이었다. 포티스는 잘 몰랐는데, 에스파렌스는 이런저런 파티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다녔다. 새로운 뮤의 환영 파티는 꼭 참석했으며 제법 많은 뮤들을 희롱하고, 데리고 놀았다.

에스파렌스 백작은 포티스가 뭔가 대답하기 전에 얼른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해 보였다.

“조금 후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해.”

포티스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했다. 그리고 에스파렌스가 멀어지자 조심스레 주위를 살펴보며 말을 할 타이밍을 골랐다. 실크해트를 쓴 라케티카가 다가와 팔다리에 묶은 끈을 풀어주었다. 라케티카가 고개를 들고 실론들에게 포티스를 내보였다. 그의 손이 포티스의 통통한 가슴께를 붙잡고 있었다.

“저, 저기요…!”

막 말을 시작하려던 라케티카는 도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포티스를 나무라듯이 내려다보고 주머니에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꺼냈다. 포티스가 시끄럽게 굴면서 난동을 피울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포티스는 에스파렌스 백작이 알려준 대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만약 일렉트로시트 스틱에 쑤셔진다면 그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요…!”

혹시 들리지 않을까 봐 정말 힘껏 외쳤더니, 포티스의 목소리가 룸 안에 울려서 일순 실론들이 대화를 멈추었다. 모두들 포티스를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라케티카가 한숨을 내쉬고, 룸 안의 모두가 약간 실망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행위 중에 뮤가 배출하는 걸 좋아하는 실론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어째서 뮤의 배 속을 비워오지 않은 건지 한탄하는 이들도 있었다.

“잠시 순서를 연기하겠습니다.”

사유는 아시다시피, 라는 몸짓으로 라케티카가 포티스를 트롤리에서 끌어내렸다. 포티스는 알몸으로 바닥을 딛고 섰다. 발이 후들후들 떨렸지만, 잠시나마 구경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어서 기뻤다. 라케티카가 이끄는 대로 포티스가 문밖으로 사라지자 미드주를 마시고 있던 에스파렌스 백작이 얼른 따라나섰다.

라케티카가 포티스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데려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라케티카의 팔을 확 붙잡았다.

“라케티카, 친구와 잠시 이야기 좀 하게 해줘요.”

다짜고짜 그렇게 말을 꺼냈는데도, 라케티카는 당황하지 않고 상대가 에스파렌스 백작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무라듯이 에스파렌스에게 훈계했다. 둘의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연령대가 다양한 실론을 상대하는 라케티카 쪽이 훨씬 의젓했다.

“에스파렌스…. 당신이 시켰군요? 이래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에스파렌스는 라케티카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마치 에스파렌스의 형과 같았다. 라케티카의 가문은 오래도록 에스파렌스 백작가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라케티카는 제2기관에서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약간 망설였지만, 결국 갑자기 친구가 뮤가 되어버린 에스파렌스를 측은하게 여기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그에게 포티스를 건넸다. 포티스는 그저 일이 잘못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고마워요, 라케티카.”

“15분입니다. 금방 돌아오세요.”

그는 라케티카가 곧장 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실론들의 원성을 사지 않기 위해 잠시 동안 몸을 피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얼른 포티스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포티스!”

“에스파렌스….”

친구를 만난 포티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손이 닿은 피부가 뜨거워져서 당황스러웠다. 에스파렌스는 그걸 눈치챘으면서도 웃으며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대로 포티스의 몸을 붙잡아 빠르게 걷도록 시켰다.

“들었지? 15분밖에 없으니까, 얼른 가야 해.”

그러면서 포티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연회복 겉옷을 벗어 걸쳐주었다. 포티스가 입으니 마치 어린아이 같은 차림이 되었는데, 그래도 포티스는 기뻤다.

“…날 데려가는 거니? 나갈 수 있어?”

“그럼, 지금 다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에스파렌스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빠르게 속삭였다.

“네가 뮤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아….”

포티스는 그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자신의 처지를 많이 곱씹어 보았던 것이다. 그보다는 아버지나 미츠의 소식이 더 궁금했다.

“혹시 우리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뒷길로 가자, 마차가 대기하고 있어.”

그러나 에스파렌스 백작은 나갈 방향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레 말을 끊었다. 그 바람에 포티스는 우선 여기서 나가고 난 후에 물어봐야겠다고 판단했다.

에스파렌스 백작의 말대로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급하게 올라 기억하기도 힘든 방향의 문을 열자 적막이 내려온 제2기관의 밤 풍경이 드러났다. 검고 커다란 나무그림자 사이로 불을 켠 마차 한 대가 보였다.

“에스파렌스….”

포티스는 분명히 여기서 나가고 싶었지만,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차를 타고 나가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혹시 다시 붙잡혀 와서 에스파렌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더 나아가 아버지나 동생이 더 큰 벌을 받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포티스의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것은 주인이 데리러 오리라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에스파렌스가 손목을 강하게 끌어당기는데도 불구하고 포티스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마워…. 그치만 도망가서는 안 돼. 기, 기다리는 분이 있거든…. 꼭 오실 거야….”

에스파렌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무너졌다. 그는 포티스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들었다.

“너 벌써…. 누구랑 한 거냐?”

“갑,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어…. 그냥, 내가 도망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

포티스가 떠나지 않을 걸 알아챈 에스파렌스가 굳은 얼굴로 잠자코 밖으로 통하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더는 말도 걸지 않으면서 포티스를 붙잡아 성큼성큼 내딛는 바람에 포티스는 비틀거리며 그를 따라갔다.

“에스파렌스! 화내지 마, 나는 그냥….”

에스파렌스는 끝없이 늘어선 복도에 있는 문 중에 하나를 열더니 포티스를 밀어 넣었다. 뮤인 포티스는 에스파렌스의 힘에 당해낼 수가 없어 그저 나뒹굴 뿐이었다.

“아파…!”

무릎을 찧으며 넘어진 포티스의 몸을 에스파렌스가 덮쳤다. 연회복 아래로 에스파렌스의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게 느껴져서, 포티스는 당황해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에스파렌스…? 뭐 하는 거야?!”

“난 항상 이러고 싶었어, 포티스.”

에스파렌스가 포티스의 목을 깨물며 하반신을 밀착해왔다. 지금까지는 의식하지 못했던 친구의 커다란 성기가 엉덩이 아래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싫, 싫어…. 너하고 섹스 같은 거….”

그러나 포티스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에스파렌스 백작은 바지를 내려 입구에 성기를 갖다 대고 억지로 쑤셔 넣었고, 포티스는 눈앞이 하얗게 변해 에스파렌스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

거대한 실론의 성기가 들어오자마자 쾌감이 폭발했다. 포티스는 엉덩이를 들어 올려 성기에 밀착했다. 에스파렌스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안을 드나들며 좁은 구멍을 늘렸다.

“하앗…!”

포티스의 허리가 휘고, 에스파렌스는 포티스의 손목을 단단히 내리누르며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붙잡아 도망가지 못하도록 끌어안았다. 포티스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러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

젖은 연결부가 마찰되면서 쭈붑쭈붑거리는 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포티스가 들뜬 신음을 내며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입으로 꺼낸 말도, 에스파렌스에게는 즐거움을 더해줄 뿐이었다.

“내가 너랑 얼마나 하고 싶어 했는지 전혀 모르는구나, 포티스.”

에스파렌스가 쾌감을 느끼며 이마를 찡그렸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포티스를 안고 있는 탓에 포티스의 마음은 옥죄여지는 것처럼 두려웠다.

“에스파렌, 스…. 으읏, 그게 대체 무슨….”

“네가 너무 둔해서 나쁘다고.”

“앗, 아앗…. 으응, 읏…!”

에스파렌스가 거칠게 안을 쑤셔 박자 포티스의 몸이 그에 맞춰 흔들렸다. 에스파렌스의 성기는 안쪽의 휘어진 내벽을 자연스럽게 찾아 들어가서 쫀득한 통로를 마구 찔러 드나들었다.

“하앗, 응, 앗….”

포티스가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에스파렌스의 목덜미를 감쌌다. 이성을 잃고 한 행동이었지만 에스파렌스는 전율하면서 사정감을 느꼈다. 그리고 포티스의 몸 안에 자신의 아이가 받아지길 바라면서 내벽 깊숙이 사정했다.

“으읏…!”

포티스가 발끝을 움츠리면서 정액으로 인한 쾌감과 삽입의 절정을 동시에 느끼고 흐느끼며 에스파렌스에게 매달렸다. 뜨겁게 차오른 숨결 덕분에 포티스의 배와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하아, 하아….”

“우리만 빼놓고 즐기는 거냐.”

“한참 기다려도 안 오더니 말이야.”

문 쪽에서 익숙한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뭐랬어, 에스파렌스 모습이 보였다니까.”

“급하다고 먼저 빼면 되냐고.”

재밌다는 듯 웃으며 문을 닫는 그들은 포티스와 에스파렌스의 친구인 오존 백작과 시트러스 자작이었다.

“포티스 신음이 복도까지 들리더라. 죽여주던데.”

오존 백작이 둘 근처에 앉으면서 포티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포티스는 친구가 자신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아채고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러자 오존 백작이 포티스의 뺨을 쥐고 연회복 바지춤을 붙잡았다.

“너 뮤잖아, 이거 좋아하지? 빨고 싶지?”

“아, 아니야…. 나는….”

당황한 포티스가 눈을 감았지만, 가까이서 맡아지는 실론의 성기의 냄새는 유혹적이었다. 흥분해서 발기하고 그 끝은 살짝 젖어있는 성기, 비릿한 맛이 입안에 퍼지는 것 같은데 어쩐지 침이 넘어갔다.

“얼른 빨아, 뮤 주제에.”

오존 백작이 거칠게 포티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자신의 성기 쪽으로 기울였다. 포티스는 입이 저절로 열려 귀두 끝을 받아들이는 걸 느끼고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달콤한 사탕을 먹는 것처럼 쪽쪽, 빠는 소리가 들리자 에스파렌스는 분연히 일어났다. 그러자 시트러스 자작이 기다렸다는 듯이 포티스의 몸을 넘겨받았다. 에스파렌스는 혼란스러운 듯이 이마에 손을 얹고 등을 돌렸다.

“마음대로 해. 난 이미 했으니.”

“안 그래도 그럴 참이다.”

시트러스 자작이 얄밉게 웃으면서 연회복 바지를 내리고 포티스가 걸친 겉옷을 벗긴 다음 디아망 마크에 깊이 키스했다.

“앗, 아…!”

성기를 문 채로 포티스의 허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시트러스 자작은 디아망 마크를 괴롭히는 데에는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뮤가 아니라서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뮤의 반응을 보면 ‘어떤 감각’인지 대강 짐작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간지럽히듯이 손끝으로 디아망 마크를 살살 긁고는 손바닥으로 쓸어주자 포티스가 끙끙거리면서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정액과 체액이 섞여 울컥울컥 쏟아지면서 엉덩이골을 타고 흘렀다. 진한 체액 냄새가 퍼졌다. 포티스는 열에 들떠서 눈을 가늘게 뜨고 쌔액쌔액 숨을 내쉬었다.

이미 사정을 했는데도 에스파렌스를 포함한 세 사람은 강한 욕구에 휩싸였다. 시트러스 자작이 성기를 막 넣으려는 참에, 에스파렌스가 자신도 한 번 더 해야겠다며 시트러스 자작을 밀어냈다.

“그러지 말고 네가 누워. 같이 박자고.”

어떤 체위인지 짐작한 에스파렌스가 눈물 맺은 눈을 꼬옥 감고 볼이 볼록해지도록 열심히 성기를 빠는 포티스의 몸을 붙잡아 자신의 위에 앉혔다. 그리고 포티스의 뒤편에 시트러스 자작이 자리 잡았다.

“포티스….”

입안에서 성기가 빠지자 아쉬운 듯 입술을 핥은 포티스였지만, 눈앞에 에스파렌스가 있는 걸 보고는 침울하게 시선을 피했다.

“저기…. 그만두면 안 될까, 나 정말로 하고 싶지가…. 으읏!”

포티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트러스 자작의 큼직하고 단단한 성기가 포티스의 내벽을 갈랐다. 포티스는 울상인 얼굴로 혀를 내밀고 타액을 떨구었다. 에스파렌스는 포티스를 응시하다가 곧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구멍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시트러스 자작의 성기가 들어있는 틈으로 쑤욱 파고들었다.

“하앗…!”

에스파렌스의 몸에 걸터앉은 채 앞뒤로 실론들에게 둘러싸인 포티스의 손이 의지할 곳을 잃고 주먹을 꽉 쥐었다가 폈다. 휘청이는 몸을 시트러스 자작이 뒤에서 단단히 붙잡고 푹푹 드나들며 쑤셨다. 디아망 마크가 있는 포티스의 배가 울룩불룩해지면서 성기를 받아들였다.

“으읏, 아, 안돼…. 하지, 마…. 싫….”

하지만 말은 마저 이어지지 않고 곧 신음으로 변했다. 에스파렌스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포티스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제2기관으로 옮겨지면서 자유 시민의 성기를 두 개 동시에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실론이 되자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강한 쾌감이 포티스의 정신과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하앗, 앗…. 읏….”

에스파렌스는 묵묵히 포티스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뺨을 매만졌다. 눈가와 뺨은 계속 흘러내린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포티스의 내벽이 수축되며 조여들자 시트러스 자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 원래부터 뮤였던 거 아니야? 조임이 끝내주네.”

오존 백작이 가세해서 포티스의 입에 다시 성기를 물렸다. 포티스는 번갈아 들어오는 성기에 이미 이성이 날아가 버린 상태였는데도, 실론의 성기가 다가오자 입에 물고 본능적으로 쭙쭙 소리를 내며 빨았다. 오존 백작이 미간을 찡그리고 포티스의 머리를 꾹 누르며 목구멍 깊이 사정했다. 포티스는 정액 한 방울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혀로 요도를 감싸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맛…. 있어….”

입안이 성기로 꽉 차 있어서 혀가 잘 움직이지 않을 텐데도, 포티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금 눈을 감으며 요도를 혀끝으로 살살 간지럽혔다. 덕분에 사정한 김에 성기를 치우려던 오존 백작이 다시금 발기했다. 오존 백작이 흥분을 드러냈다.

“이렇게 밝히는 뮤는 처음이다.”

열심히 포티스의 목덜미와 등을 깨물어 자국을 남기고 헐떡이며 성기를 박아대던 시트러스 자작이 말을 받았다.

“금방 실론 하나 꿰찰 것 같지 않냐.”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에스파렌스가 포티스의 분홍빛 유두를 꼬집으며 움켜쥐었다. 포티스는 에스파렌스 쪽으로 기대면서 가련하게 울먹였다.

“하앗, 아…. 좋, 좋아, 더….”

포티스가 적극적으로 에스파렌스의 어깨를 짚고 허리를 크게 흔들었다. 덕분에 아래에서 드나드는 성기와 엇갈리며 에스파렌스의 성기가 안쪽 깊숙이 파고들었다. 포티스의 입구는 실론의 성기를 전부 받아들이느라 찢어질 듯이 피가 몰려 분홍빛으로 젖어있었다.

“하앙, 좋, 아…! 앗…!”

포티스의 신음을 들은 에스파렌스가 깊은 사정감을 느꼈다.

“한 번 더.”

에스파렌스가 욕심을 내며 포티스의 허리를 붙잡았을 때, 밖에서 큰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에 비교해 침착하지만 차갑게 굳은 라케티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스파렌스, 한참 찾아다녔잖습니까. 여기서 다들 뭘 하는 거죠?”

그런 와중에도 라케티카는 에스파렌스 하나에게만 책임을 지우지 않고, 모두를 둘러보며 나직하게 나무랐다. 그가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손짓했다.

“어서들 연회복을 추스르고, 제대로 옷을 입어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저는….”

행동을 멈춘 모두를 대신해 에스파렌스가 입을 열자, 라케티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말아요, 오늘은 황제 폐하가 방문한다고 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이미 도착했습니다. 에스파렌스.”

”황제 폐하가?“

그제서야 에스파렌스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성기를 거칠게 빼내자, 포티스가 바둥거렸다.

“어서….”

라케티카가 다시금 재촉하려고 했을 때, 열린 문으로 불쑥 시스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척이 없는 탓에 오존 백작이 놀라 비명을 질렀고 모두의 시선이 문을 향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라케티카가 일에 대한 책임감 탓에 무거운 목소리로 한쪽 무릎을 굽히며 무릎 꿇자 오존 백작과 시트러스 자작 그리고 에스파렌스가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봐.”

시스 황제의 은발이 상들리에 아래에서 자잘한 빛을 반사하며 부서졌다. 그는 황제임을 상징하는 보랏빛과 은사를 사용한 훌륭한 망토에 진주처럼 은은한 크림색의 새틴 튜니카를 입고 있었고, 그가 턱에 손을 갖다 대자 섬세한 디아망 반지가 반짝였다.

“…모든 것은 제 책임입니다. 황제 폐하.”

빈말이 아니라 라케티카는 정말 그렇게 느끼고, 내심 후회하고 있었다. 에스파렌스는 대연회에 빠지지 않는 데다 아이를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도 뛰어난 젊은 실론이었다.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고, 거절했어야만 했다.

시스 황제가 침묵하자 라케티카는 덧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실론들이 뮤를 먼저 차지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부디 용서를.”

그러면서 거듭 고개를 숙였다. 오존 백작과 시트러스 자작은 황제의 등장으로 인해 일이 커질 줄은 예상도 못 했기에, 바싹 긴장한 채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시스 황제는 신의 비호를 받아 밤하늘에 빛나는 달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처리해.”

시스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대로 말을 이었다.

“뮤를 좋아한다면 뮤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황제 폐하…! 그건, 젊은 실론들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일입니다…!”

라케티카가 어떻게든 에스파렌스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에 살짝 고개를 들었지만, 차분한 시스의 얼굴을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 시스는 확실히 언짢은 상태였다.

그때 복도에서 경쾌한 구둣발 소리가 나더니, 시스 황제 옆에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리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주황빛 머리카락이 성격을 드러내는 듯 정돈되지 않은 채 사방으로 뻗어있었다.

“시스 황제를 뵙습니다.”

그들은 시스 황제의 직속 기사로 무릎을 꿇는 대신 팔을 들어 경례하는 것만으로도 예를 갖출 수 있었다. 곧 그의 뒤로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다른 기사들이 줄줄이 따라왔다.

‘황제가 기사들까지 전부 데리고 오다니….’

상황이 좋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이 시스 황제와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라케티카는 입을 다물고 황제의 처분을 기다렸다.

“분명 그가 내 장난감인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는 별로 어둡지 않았지만, 시스 황제의 자조적인 어조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는 자신의 파즈를 빼앗긴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리더만이 별생각이 없는 듯이 목덜미를 긁었다.

조용한 룸 안에 퍼지는 익숙한 목소리에 포티스의 정신이 희미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환하게 빛나는 시스의 모습을 보고 반가워서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주인님…!”

가장 놀란 것은 에스파렌스였고, 라케티카는 잠시 놀랐지만,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자신이 황제여도 파즈를 빼앗아간 가문의 공작을 직접 벌하고 싶을 것이다.

“……?”

문득 주위에 실론이 많은 걸 깨닫고 둘러보던 포티스는 에스파렌스를 발견하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분명 지저분하고 불쾌한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둘 발견한 뒤에 포티스는 낙담해서 시선을 떨구었다. 몸이라도 가리고 싶었지만 포티스에게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포티스의 주인이라는 작자가 황제였다는 사실에 기가 차고, 도무지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에스파렌스는 결국 이렇게 뱉어내고 말았다.

“황제 폐하의 뮤를 희롱한 건 저희가 맞습니다. 그러나 뮤라는 것이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닙니까?”

그러나 시스는 에스파렌스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포티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가 충분히 상황을 파악했는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주인님이…. 황제 폐하…?’

포티스가 시스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뺨이 빨갛고, 입가와 가슴, 엉덩이와 다리 사이는 체액으로 범벅된 것도 잊었다. 포티스가 눈을 깜박이나 싶더니 순식간에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말도…. 안돼….’

눈물이 손등과 바닥의 카펫을 적셨다.

시스가 나이츠 오브 디아망에게 지시를 내렸다.

“데려가.”

당황한 라케티카가 나이츠 오브 디아망이 다가오자 저항하려 했지만, 그들은 라케티카만을 쏙 빼놓고 에스파렌스와 오존 백작, 시트러스 자작을 붙잡았다. 라케티카에겐 다른 처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황제의 의사를 수족처럼 명확하게 처리했다.

“이거 놔요! 뮤를 안았을 뿐인데 그런 건 부당해!”

“제발 선처를 해주십시오, 황제 폐하!”

“저는 가문을 지켜야 합니다! 폐하, 자비를 구합니다.”

포티스는 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한 뒤에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들이 막 끌려나가기 직전이었다.

“친구들을 내버려 두세요.”

아무도 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줄 알았지만, 시스 황제가 포티스를 힐끗 보았으므로 단번에 라케티카와 나이츠 오브 디아망까지 포티스를 돌아보았다.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리더는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라는 마음이 훤히 비치는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시스 황제가 대꾸도 하지 않아서, 포티스는 주저하면서 말을 이었다.

“제…. 제가, 유혹했어요. 저는 뮤니까요! 그러니까 벌을 내리려거든 저에게 하세요! 뭐든, 할 테니까….”

포티스로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뮤인 자신은 아무 영향력도 힘도 없었지만, 친구들까지 그런 뮤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그저 보고만 있기는 힘들었다.

포티스는 훌쩍이면서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굳은 의지를 내보이고 싶었는데, 시스 황제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어째서 이렇게 슬픈지 알 수 없었다.

“뭐든 할 테니까, 에스파렌스와 친구들을 놓아주세요.”

“포티스…. 그만둬.”

나이츠 오브 디아망에게 붙잡혀있던 에스파렌스가 한숨처럼 내뱉자 시스가 낮게 쿡쿡 소리를 내어 웃었다. 뮤 하나를 실론들이 둘러싸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상황이 우스웠지만, 그중에 자신도 있다는 점이 가장 웃긴 포인트였다.

“뭐든지 하겠다고.”

그는 포티스에게 다가가 몸소 자세를 낮춰 포티스와 시선을 맞추고 그의 턱 끝을 들어 올렸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포티스가 입을 열며 대답하려 하자 그가 손을 치우며 자신의 기사들을 돌아보았다.

“나이츠 오브 디아망.”

“명령대로, 황제 폐하.”

별다른 지시가 없었는데도 그들은 에스파렌스와 친구들을 포박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당황한 포티스가 시스의 망토 자락을 붙잡았다. 그에게서는 부드러운 연보랏빛 보석 꽃향기가 풍겼다.

“제발…. 친구들을 풀어주세요, 제가 뭐든 한다고….”

시스가 부드러운 손길로 포티스를 떼어냈다.

“뮤를 만들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들보다는 네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게 좋아.”

“…….”

포티스가 무언가 묻고 싶은 얼굴로 시스를 올려다보고,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둘만의 시간에 라케티카는 에스파렌스의 목숨을 구해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자리를 지키기 불편했다. 사정을 모르는 라케티카조차 둘이 처음 만난 사이는 아니라는 짐작이 들었다.

다행히도 시스 황제가 라케티카의 존재를 눈치챘다.

“오늘 파티에서 날 즐겁게 해줘.”

“황송합니다, 폐하.”

라케티카가 몸을 깊이 숙여 인사하며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것에 대해 안도했다. 또 에스파렌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려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룸 안에는 포티스와 시스 황제만이 남았다. 포티스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서 시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나를 뮤로 만든 사람이 주인님….’

“원하면 내 망토를 주지.”

시스가 포티스의 알몸을 살피며 말했다. 그의 손길이 에스파렌스가 만졌던 뺨에 닿았고, 그의 촉감으로 뒤덮었다. 포티스는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잠시 동안 멍하니 영문을 알 수 없는 옅은 황금빛 눈으로 시스를 응시했다. 시스도 마찬가지였다.

“괜찮….”

하지만 다음 단어들은 도로 혀끝에서 흩어져버렸다. 시스 황제가 키스를 하며 입안을 휘저었던 것이다. 포티스는 다시 눈물이 왈칵 솟는 걸 느꼈다.

‘왜 주인님이 황제인 거지…. 어째서 내게….’

언젠가 시스 황제에게 서신을 전할 기회가 생긴다면, 제일 먼저 자신이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으응….”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호흡을 빼앗고, 조금도 틈을 주지 않으며 그의 손이 잇자국이 생긴 통통한 유두와 허리, 그리고 디아망 마크로 뻗어 내려갔다.

“하아, 아….”

포티스가 헐떡이며 시스에게 기대며 매달렸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지금 섹스를 나눈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포티스의 몸은 자연스럽게 시스를 원했다.

“황제, 폐하….”

포티스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허리를 들자 시스의 손길이 허벅지를 잡아 눌렀다.

“주인님이라고 불러야지.”

“그치만….”

포티스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시스를 올려다보아도 그는 태연하고 또 여유 있게 포티스의 입구를 부드럽게 매만져 주무르면서 손가락을 삽입했다.

“으응, 앗….”

간지럽히는 것 같은 시스 황제의 손길이 기분 좋아, 포티스는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손가락에 대고 자위하듯이 문질렀다. 그러자 내벽 안에서 체액이 울컥울컥 흘러 시스 황제의 손가락을 적셨다.

“저어….”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포티스가 망설이는 사이, 시스 황제가 손가락으로 입구를 늘려 잡았다. 포티스는 침을 꼴깍 삼켰다. 눈을 질끈 감고 안으로 들어오는 감각에 대비했는데, 어쩐지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티스가 눈을 가늘게 뜨자, 시스 황제가 다시금 쿡쿡 웃으면서 포티스에게 키스했다.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네가 직접 말해.”

“아…. 그, 그런….”

분명 시스와 몇 번이나 섹스를 나눴고 또 그밖에도 앙세르나 에스파렌스 등 많은 상대를 겪었음에도 포티스의 뺨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시스의 손끝이 내벽의 주름을 살살 훑었다.

“읏….”

포티스가 물기가 어린 눈으로 시스를 올려보았다.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에… 에스파렌스랑 친구들을 뮤로 만들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세요….”

그래서 포티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자신을 희롱하면서 안았다고 해도, 과거의 우정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친구들은 더 이상 자신을 친구라고 여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포티스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뮤가 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시스 황제는 아무 대답도 없이 포티스의 손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망토를 걷어 그를 자신의 품 가까이 들어오게 했다.

“그럼 포티스는 뭘 해줄 수 있지?”

“아….”

포티스가 당황하자 시스가 포티스의 허리를 안았다. 그의 부드러운 태도에 포티스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며 반응했다.

“뭐, 뭐든 할게요, 뭐든지….”

그가 유두와 가슴을 매만지는 바람에 들뜨긴 했지만 그건 포티스의 진심이었다. 정말로 어떤 벌이든 받을 각오가 되어있었다.

“너는 변함이 없구나. 그때처럼.”

포티스는 무슨 얘길 하는 건지 따라잡지 못해서 당황한 채로 기억을 헤집어 보았다. 시스 황제는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물끄러미 포티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포티스는 황제를 처음 만난 건 아니었지만, 얼굴을 확인한 건 케이지드에슈에서였다. 시스 황제는 휘장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귀족들을 상대하곤 했다.

“네…?”

포티스가 혼란스러워하자 시스 황제는 기대를 거두었다. 그것이 어쩐지 몹시 아쉬워서 포티스는 애가 탔다.

“저…. 황제 폐하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할 셈은 아니겠지?”

“아….”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시스 황제와 특별한 대화를 나눈 적도 만남을 가진 적도 없었다. 포티스가 공작이 된 후로는 대연회만은 꼬박꼬박 참석해왔지만, 시스 황제는 애초에 대연회에 나타나지 않는 자였다. 약혼한 파즈가 있는 이상, 다른 파즈들에게 쓸데없는 기대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죄, 죄송해요…. 저….”

그는 포티스의 말을 도중에 자르면서 이제 그만 환영 파티에 참석하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포티스의 허리를 가볍게 밀며 앞서게 했다. 포티스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시스 황제의 얼굴에서 단서라도 찾는 것처럼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무엇도 기억나지 않았다.

둘이서 룸 밖으로 나오자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이츠 오브 디아망 중의 하나가 길을 안내하듯이 앞장섰다.

이대로 실론들이 가득한 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에스파렌스와 친구들이 무사하다면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시스 황제의 태도는 알쏭달쏭한 구석이 있어서, 도무지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의도를 알기가 힘들었다. 기억해내라는 지시도 혼란스러웠다. 포티스는 조심스럽게 주인의 망토 자락을 붙잡았다. 시스는 별다른 말 없이 직접 자신의 정장 망토를 풀어 포티스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말을 꺼내려면 지금뿐이라는 생각에 포티스가 진지한 얼굴로 시스를 올려다보았다.

“저는….”

하지만 무슨 말을 먼저 하면 좋을지 몰랐다. 가족들이 무사하냐고 묻고 싶기도 했고, 시스 황제가 상황을 오해하고 있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단단히 뭉쳐져서 포티스는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와주셔서, 좋아요….”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이것 하나였다. 그러자 시스가 포티스의 뺨을 매만지고, 입가에 입술을 대서 눈물을 핥았다. 그와 닿는 것만으로도 다리의 힘이 풀릴 것처럼 몸이 떨렸다. 발정한 걸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시스 황제의 손길은 어느새 포티스의 다리 사이를 타고 흐른 체액을 매만지고 있었다.

이성이 날아갈 것만 같아 포티스는 헐떡이면서 시스에게 기댔다. 그러자 시스가 케이지드에슈에 있었을 때처럼 부드럽게 포티스를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망토로 포티스를 감싼 채 그를 안아 들었다.

“기억해내, 포티스.”

“…그럴게요, 죄송해요.”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고 싶었지만, 시스 황제는 실론들이 기다리는 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이 두렵고 무서워서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가슴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괜찮아, 내가 있을 테니까.”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등을 만져주고는 사이를 두고 말을 이었다.

“벌은 필요해. 물론 심하게 하진 않지…. 모두 점잖은 귀족이니.”

그러나 그 귀족 실론이 자신의 알몸을 놓고 무얼 했는지 떠올리면 포티스는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벌이라는 말에 거역하면 친구들이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포티스는 눈을 꽉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받을게요…. 어떤 벌도….”

시스가 가만히 포티스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