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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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준비가 된 룸 안에 시스 황제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실론들이 절을 하며 경의를 표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라는 인사말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시스 황제는 인사를 받지도 않고 룸 안에 마련되어있는 가장 좋은 자리인 금색 방석이 놓인 검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려 환영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무릎 위에 앉혀져 있었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실론에서 뮤로 강등시켜버린 포티스를 동물처럼 다루는 모습은 모두가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분명 오늘 이 장면은 귀족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될 것이었다.

라케티카가 나서서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고자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새로운 뮤의 탄생을 축하하며, 황제 폐하께서 직접 오셨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자 모두가 호응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포티스는 귀족 실론들을 등지고 있었지만, 온몸에 오싹하게 소름이 올라오는 걸 막을 순 없었다.

“포티스.”

시스 황제의 어조에서 어떤 의도를 느낀 포티스는 포식자들 앞에 방치된 토끼처럼 가슴을 손으로 가리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시스 황제는 지금 이곳에 모인 실론들과 포티스가 섹스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게 벌이라면….’

그러나 납득하려고 해도 목으로 침이 꼴깍 넘어가고,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모든 실론들의 욕망이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시스 황제의 시선이 포티스에게로 향하자, 포티스는 이 파티의 시작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애써도 멈추지 않는 떨림을 진정시키려고 하면서,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정장 망토를 벗으며 바닥을 내딛고 섰다. 알몸인 것도 부끄러웠지만, 둥글게 에워싼 실론들 앞으로 직접 나서야 하는 것도 수치스러웠다.

‘괜찮아, 견딜 수 있어….’

그렇게 결심하는데, 포티스의 허리에 시스의 손이 닿았다. 그는 포티스를 가볍게 밀었는데, 포티스로서는 자신의 마음을 시스 황제가 지지해준 것처럼 여겨져서 용기가 생겼다. 다른 실론과 섹스를 해도 시스는 싫어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알몸의 포티스가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연회복 차림의 실론들도 점점 다가왔다. 그중 하나가 포티스의 손목을 낚아채 바닥으로 넘어트렸다.

“아파요…!”

다짜고짜 넘어진 포티스의 다리를 붙잡아 드는 통에 포티스의 뒷머리가 바닥에 부딪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다리 사이가 아까의 섹스 탓에 온통 체액 범벅인 것을 떠오르자 숨을 곳이 있다면 숨고 싶어졌다.

포티스가 질질 끌려가는 채로 몸을 비틀자 다가오는 실론들 틈으로 시스 황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침착하게 포티스를 응시한 채였는데, 곧 다른 실론의 다리로 가려져 버렸다.

‘참을 수 있어…!’

에스파렌스와 친구들을 구하는 대가로 치르는 일이었다. 포티스는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이를 꽉 다물고 겁에 질린 채 실론들이 연회복 바지를 내려 털이 난 성기들을 꺼내는 걸 지켜보았다.

“윽….”

실론들은 거친 손길로 포티스의 유두를 끈적하게 매만지고, 허리와 허벅지를 주무르며 다리를 한껏 잡아 벌렸다. 살포시 다물려있던 입구가 양옆으로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실론 하나가 다리 사이를 냄새 맡으면서 두터운 성기 모양의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꺼내 입구에 쑤셔 박았다. 그러자 몇 명의 실론이 더 스틱을 꺼내 들었고, 스틱 하나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포티스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서너 개의 스틱을 받아들인 채로, 포티스는 내벽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참았다.

“제, 제발….”

뭘 부탁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포티스는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그만해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주인에게 할 도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괜, 괜찮아….’

포티스는 최대한 저항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성기가 입안으로 들어오면 핥고 빨았고, 손에 닿으면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온통 타인의 손에 의해 만져지고, 벌려져서 포티스는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느낌마저 받았다.

‘무서워….’

포티스가 훌쩍이면서 눈물을 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내벽에서 체액이 쏟아졌고, 실론들은 번갈아 달라붙어 과일의 즙을 빨 듯이 핥고 삼켰다.

“아….”

그러자 지금까지 포티스를 짓누르던 고통과 두려움이 한결 옅어지면서 디아망 마크가 있는 뱃속 부근이 화끈거리며 몸 전체로 열기가 퍼져나갔다.

시스 황제는 원래 타인의 섹스를 관음하는 취미는 없었다. 그래서 귀족 실론들이 단체로 포티스를 억지로 취하려는 모습을 보면서도 특별히 별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이 포티스니까, 흥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체액이 문질러져서 들리는 질척한 소리, 실론들의 감탄하는 목소리 사이로 들리는 포티스의 신음을 듣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뮤의 환영 파티는 길어질 것이었고, 시스로서는 지루해질지도 몰랐다. 시스가 옆에서 시중을 들어주려고 서 있는 라케티카에게 말했다.

“좋은 향이 있나?”

“물론 구비되어있습니다, 황제 폐하. 실론들이 선호하는 향들은 다 있지요.”

“그럼 가장 많이 피우는 걸로.”

시스는 한 가지 향밖에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황제에게만 허락된 향으로 제2기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라케티카가 향로에 실론의 기분을 돋우고 쾌감을 지속시키는 효과가 있는 향을 넣어 룸 곳곳에 피워두었다. 실론들은 고무된 상태로 정신없이 포티스의 몸을 탐구했다.

‘버틸 수 있을까.’

시스 황제는 느긋하게 포티스를 다루는 실론들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마도 향 덕분인 것 같았다. 시스는 포티스가 견뎌주길 원했다. 싫다는 소리도, 그만하라고 말하지도 않았으면 했다. 실제로 포티스는 열심히 견디고 있었는데 성기를 빨고, 정액을 삼켰다. 그런데도 쉽게 이성을 잃어버리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좀처럼 행위에 빠져들지 못하고 두려워하던 참이었다.

‘빨리…. 빨리 끝났으면….’

쾌감으로 눈앞이 반짝거리고 실론들의 체온으로 인해 덩달아 포티스의 몸도 뜨거워졌다. 이제 체액은 거의 온몸에서 끊임없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읏….”

누군가 본격적인 삽입 전에 잔인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한 번에 작동시켰다. 일렉트로시트 스틱 다섯 개분의 강력한 전기 충격이 포티스의 몸 안을 꿰뚫었다.

“…! …!”

포티스는 전신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가늘게 뜬 눈동자가 흐릿해지면서, 정신을 잃을 듯이 풀렸다. 체액이 오줌처럼 왈칵 쏟아졌고, 향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진한 미드주 냄새가 룸 가득히 퍼졌다. 실론들이 그것을 맡고 다시금 흥분했다. 누군가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짓누르며 피가 몰려 빳빳하게 발기된 성기를 넣으려고 했다.

“하앗, 아…. 아파, 아파….”

포티스가 자신도 모르게 울면서 소리쳐도, 그게 오히려 즐거운지 실론은 억지로 입구를 늘리려다가 결국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하나 빼내고 그 자리를 성기로 채웠다. 내부에서 뚝 끊기는 느낌이 들면서 포티스의 허리가 비틀렸다. 내벽이 찢어져 피가 베어 나왔다.

“아아….”

포티스가 정신을 잃기 직전에야 쾌감이 몸을 타고 올라와 발끝과 머리가 저릿저릿해졌다.

“하아, 하아….”

쾌감에 몸을 겨누지 못한 포티스가 헐떡이며 허리를 흔들자 엉덩이골로 체액과 피가 섞여 떨어졌다. 내벽이 더는 늘어나기 힘들 정도로 빈틈없이 꽉 들어찬 탓에 실론의 성기를 꽉 조여 물었다.

“읏, 읏….”

포티스의 몸이 점점 분홍빛으로 바뀌었고, 유두의 색이 짙어졌다. 포티스는 가늘게 뜬 눈을 깜박이며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을 안는 실론을 올려보았다. 포티스의 손을 붙잡던 손길이 사라지자, 포티스는 자연스레 실론의 등을 끌어안고 성기를 더 깊이 받기 위해 허리를 들었다.

“하앙, 앙….”

실론들이 낮게 감탄하며, 저마다 박을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포티스의 뺨과 머리카락, 허벅지에 성기를 대고 문지르고 몇몇은 자위를 했다. 실론의 정액 냄새와 포티스의 체액의 향이 뒤섞인 룸 안은 타락한 낙원 같았다.

정신없이 터질듯한 내벽의 틈을 들쑤시며 드나들던 실론이 깊이 사정하자, 금방 다른 실론이 포티스의 몸을 차지했다. 모두들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실론은 남아있던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확 잡아챘다. 그 탓에 내벽이 쭈욱 딸려 나왔고, 흐물흐물해져 늘어진 입구가 살포시 닫혔다. 뮤의 내장 기관은 비록 상처를 입어 피가 나거나, 무리해서 늘려도 금방 회복되는 특성이 있었다. 그 틈을 타 힘줄이 불거진 성기가 쭈욱, 하는 소리와 함께 삽입되었다. 실론은 더 큰 쾌감과 우위를 느끼기 위해 성기를 넣은 채로 포티스의 몸을 휙 돌려 엎드리게 했다.

“하앗, 앗…!”

포티스의 눈앞에 발기된 성기가 몇 개나 있었고, 귓가나 뺨에 마구 문질러졌다. 포티스는 다가오는 성기를 빨면서 엉덩이를 한껏 치켜들었다. 실론의 손이 디아망 마크를 압박했다. 성기를 받아들인 배가 불룩해졌다.

실론이 사정하고 포티스의 몸을 다른 실론이 차지할 때마다 그들의 행동은 점점 심해져서, 지친 포티스가 잠시라도 성기를 빠는 걸 멈추면 뺨을 때리고 입안에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목구멍까지 밀어 넣고 전기 충격을 주었다. 어떤 실론은 포티스를 기절시키려고 성기를 넣은 채로 디아망 마크가 있는 배를 다짜고짜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

“아, 아파…. 아파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포티스는 성기를 문 채 우물우물 사과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거칠게 사정한 성기가 작아져서 빠져나가면 또다시 벌겋게 발기된 성기가 내벽을 들쑤셨다. 포티스는 한계까지 몰아치는 쾌감에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자신이 시스 황제와 섹스를 하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그런 식으로라도 도피하지 못했다면, 완전히 정신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하앙, 앗, 아…. 좋, 좋아요, 주인님, 좋아…. 좋아요….”

포티스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며 정액을 짜내고, 정액을 받고 또 받았다.

시스 황제는 내내 포티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포티스가 주인님, 주인님하고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약간 지루해진 듯했다. 그러나 도중에 사라지는 일 없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주인님, 주인님…. 좋아, 더 박아주세요….”

포티스가 울먹이며 웅얼거리는 동안에도 환영 파티에 지각한 실론들 몇몇이 새롭게 룸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곧장 평소의 환영 파티보다 훨씬 분위기가 고조되어있다는 걸 깨닫고 포티스를 희롱하기 위해 실론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그날 환영 파티에 참석한 실론은 88명이었고, 모두 한 번 이상 포티스의 안에 넉넉히 사정했다. 포티스 내부의 뮤의 내장 기관은 이미 완전히 모습을 갖추었고, 양질의 정액 덕분에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내벽을 더 성장시킬 수 있었다.

“주…. 주인님….”

기절한 포티스를 일렉트로시트 스틱으로 깨워 섹스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눈이 풀린 채 기절한 포티스를 내버려 두고, 실론들은 미드주로 원기를 회복했다. 그리고 발정기에 접어든 짐승들처럼 포티스와 섹스를 나누었다. 파티는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자신의 파즈를 빼앗은 가문의 주인을 타락시키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본 시스 황제에 대한 이야기는 곧 귀족들 사이에 퍼질 것이었다. 실론들은 룸 안에 있는 황제의 존재로 인해 더욱 배덕감을 느꼈는데, 그것은 곧 흥분으로 이어졌다.

온몸에 울혈이 생기고 너덜너덜해진 포티스는 제2기관에 있는 뮤의 방으로 옮겨졌다. 창문 하나 없이, 벽에 몸을 묶기 위한 도구가 설치되고 채찍이 놓여있는 방이었다. 포티스가 직접 봤다면 무서워했겠지만,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깊은 숨소리를 내며 침대 위에 눕혀져 있었다.

“밖에서 기다려.”

포티스를 내려놓은 라케티카와 언제나 황제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나이츠 오브 디아망까지 내보낸 시스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걸터앉았다.

보이는 모든 피부에 손톱자국, 잇자국 등의 생채기가 있었고 뺨과 얻어맞은 배에는 멍이 들어 빨갛거나 보라색이었다. 다리 사이가 가장 심했는데, 피가 몰려 1자로 다물린 채 입구는 퉁퉁 부풀어 올라있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무수한 손자국과 울혈이 남았다. 머리카락엔 축축한 정액이 달라붙어 있었고, 입가와 귓속에서조차 정액이 묻어있었다.

시스 황제는 얻어맞아서 부어있는 포티스의 뺨을 가만히 매만지고, 몸을 숙여 입술에 키스했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포티스를 원했는데, 포티스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단 한 번도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

그 사실이 시스 황제를 무척이나 흡족스럽게 해서, 섹스를 하지 않고도 충만한 감정이 시스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포티스는 몰랐지만, 그는 한참이나 포티스가 자는 모습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고, 머리카락을 쓸어주다가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재촉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포티스의 손안에 자신이 지시해서 빼앗았던 반지를 되돌려 주었다. 포티스의 몸에는 힘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았지만, 디아나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자 어쩐지 반지를 낀 오른손을 움츠리며 시스의 손을 쥐었다.

“포티스를 잘 돌봐줘. 상처도 낫게 하고.”

황제가 직접 그렇게 말했으므로 라케티카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급 엔지니어 둘에게 포티스의 시중을 들어주도록 지시했다. 라케티카가 직접 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지만, 그의 마음은 어쩐지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급 엔지니어들은 포티스의 몸을 이터너티의 생화를 뿌린 욕조에 넣고 부드러운 해면으로 살살 문질러 닦아주었다. 상처가 너무 많았기에 금방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물이 들어온 내벽만은 그래도 진정되어 붓기가 한결 나아졌다.

“으응….”

포티스가 꿈을 꾸는지 얕게 신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잘못했어요….”

눈가에 맺힌 커다란 눈물방울이 욕조로 툭 떨어졌다. 엔지니어가 포티스의 부은 뺨도 물로 적셔주었다. 하급 엔지니어들은 비록 환영 파티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포티스가 88명의 실론을 상대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수의 실론을 상대하는 건 뮤에게는 흔한 일이었지만, 확실히 이례적인 숫자였다.

“그 정도로 섹스를 했다면 엄청 밝히는 거 아니야?”

“뮤는 어쩔 수 없잖아. 100명이든 1000명이든 원하면 해야 하는걸.”

그러나 하급 엔지니어는 동료의 말에 그다지 수긍하지 않고,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는 뮤가 음란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고 특별히 생각이 바뀔 계기도 없었다.

둘은 포티스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돌보면서 잡담을 나누고, 이터너티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났다고 판단되었을 무렵 포티스를 침대로 옮겼다. 입욕은 며칠간에 걸쳐서 여러 번 해야 할 것 같았다.

하급 엔지니어가 부드럽고 바람이 잘 통하는 면목으로 만든 가운을 입히고 끈을 여민 다음 포티스를 침대에 눕혔다. 환영 파티를 잘 치렀으니, 얼른 나아 교육을 받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황제 폐하는 이 뮤가 엄청 밉겠지?”

그가 드물게도 뮤의 환영 파티에 나타났다는 점과 그 뮤가 황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제2기관에서도 이미 공공연하게 퍼져있었다.

머리카락이 파란 엔지니어가 잠시 우물거리면서 대답을 미뤘다. 분명 시스 황제가 잘 돌봐달라고 했다고 라케티카에게 전해 들었는데, 시스 황제의 태도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아마도…. 싫겠지.”

실론이 파즈를 다른 실론에게 빼앗기는 건 불쾌한 일이었다. 비록 시스 황제가 결혼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약혼 상태였으므로 결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급 엔지니어는 순전히 황제가 직접 보러온 뮤에 대한 호기심으로 포티스가 덮은 이불을 들치고 가운을 벌려 다리를 개구리처럼 벌려보았다. 어쩌면 성기가 특이하게 생겼을지도 몰랐다.

포티스의 자그마한 입구는 원래 분홍빛 봉오리처럼 둥글었는데, 지금은 지나친 삽입 탓에 내벽이 부어올라 I자로 다물려있었다. 탄력성이 좋으니 회복되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었다. 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미드주의 향이 은은하게 풍겨서 하급 엔지니어는 무심코 입맛을 다시며 손가락을 입구에 갖다 대고 스윽 밀어 넣었다. 젤리처럼 탄력성있는 쫀득한 내부가 손 끝에 감겨왔다. 안쪽으로 휘어진 내벽까지 손가락을 밀어 넣자 체액이 왈칵 배출되면서 시트를 적셨다. 미지근한 체액이 손끝에 감기고 부드러운 내벽이 조여오는 게 재밌어서 하급 엔지니어는 자신도 모르게 농밀하게 내부를 휘적였다.

“응…. 아…. 시, 싫….”

뮤에게 싫다는 말을 듣기 싫었던 하급 엔지니어는 왠지 발끈해서 디아망 마크를 누르며 문질렀다. 내부에 압박이 가해지며 안이 조여지자 포티스는 끄응, 신음을 내면서 허리를 뒤로 뺐다.

“이상하네.”

분명 뺨도 달아올랐고, 포티스의 몸은 흥분한 것 같은데 어쩐지 괴로워 보였다. 하급 엔지니어가 손을 치우는데, 포티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위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걸 보고 깜짝 놀라 강박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

그리고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손을 내저으려다가 반지를 발견하고 다른 손으로 소중히 감쌌다.

“아…. 주, 인님….”

포티스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하급 엔지니어들은 당황하면서 얼른 가운을 붙잡았다. 직접 만져서 흥분시켜서는 안 되었다.

“주인님이 누구지?”

“그냥 ‘실론’을 말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면 자신들도 실론이었으니, 상관없을 것이었다. 포티스가 하급 엔지니어의 손길을 뿌리쳤다.

“주인님이 필요해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하급 엔지니어가 발작을 일으킨 것 같은 포티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서둘러 문을 향해 다가갔다.

“뭔가 이상해. 블라우님이든 라케티카님이든 아무라도 좋으니까 불러와!”

“알았어.”

하급 엔지니어는 뮤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를 가만히 달랬다.

“차를 마시면 기분이 괜찮아져.”

포티스는 따뜻한 차가 들어있는 찻잔을 잡긴 했지만 어쩐지 너무 슬프고 신경이 곤두섰다. 자꾸 주인님 생각만 나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식은땀이 났다. 하급 엔지니어가 달콤한 차에 각설탕을 여러 개 넣어주었다. 하지만 도무지 차를 마실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인님….”

하급 엔지니어가 한숨을 내쉬면서 뭔가 뮤의 관심을 더 돌릴 것이 없나 방 안을 살펴보았지만, 자신들이 마시려고 가져온 차를 제외하곤 목욕용품밖에 없었다.

“진정해, 어제 손님 중에 마음에 든 실론이 있었어?”

“그…. 그게….”

포티스는 방금 전까지 그가 황제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시적인 착란이었다. 포티스는 당황하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벌써…. 하루가 지났어요?”

사실 아직도 악몽처럼 여겨졌는데, 자신이 기절했었다는 걸 깨닫자 묵직한 피로가 몰려왔다. 포티스가 식은땀을 흘리자 하급 엔지니어는 드디어 대화가 통해 안심하면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그래, 실론들은 모두 저택으로 돌아갔다구. 여기서 잠까지 잤다간 파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아….”

분명 시스도 돌아갔을 것 같았다. 그는 이 나라의 주인이었으니까. 포티스는 제정신을 되찾자 묘한 안도감을 느껴서 찻잔을 사이드 테이블에 내려놓고 이불을 끌어당겼다.

“몇몇은 남아있지만…. 그중에 네가 말하는 ‘주인님’이 있는지, 또 너를 보고 싶은지 찾아보도록 할게.”

그러나 단순히 뮤를 진정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뮤가 먼저 실론에게 만남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제2기관에서는 뭐든지 실론이 우선이어서 뮤는 그저 따르면 되었다. 파즈와의 결혼 생활은 사실 상당히 평등한 것이었는데, 내심 그것에 질린 실론들이 대부분으로 실론 전용 클럽에 다닌다고 하고는 제2기관을 들락였다. 여기선 어떤 실론도 마음대로 뮤를 지배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뮤가 아이까지 가져주니 일석이조였다.

“그래요….”

시스 황제의 마음 같은 건 포티스는 절대 알 수 없었다. 그는 아마도 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만난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다시금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져서 이불을 꽉 끌어안았다.

하급 엔지니어가 포티스의 확신을 흐트러트리면서, 우선적으로 포티스가 원하는 대로 믿게 하고자 했다.

“아마도 와줄걸. 그러니까 차를 더 마실래?”

“조금만요….”

하급 엔지니어는 이번엔 각설탕을 몇 개 더 넣어주었다. 차는 진했고, 몸 구석구석까지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다. 포티스는 어쩐지 조금 추웠고, 다리 사이의 체액이 불쾌해서 닦아내고 싶었다. 어째서 시도 때도 없이 몸은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

에스파렌스와 친구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은데, 그럴 방법이 없었다. 그들의 안부를 알 수 있다면 시스 황제가 약속을 지켰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마음이 복잡해서 혼란스러운 포티스가 입을 다물고 있자, 하급 엔지니어는 우울해한다고 생각했는지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포티스를 달랬다.

그러던 와중에 라케티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실크해트도 가면도 쓰고 있지 않았는데, 갈색의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대조적으로 눈은 파란색이었다. 그는 긴 팔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포티스는 체격이 우월한 그가 자신을 때리려고 다가온다고 생각하고는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그는 손바닥으로 포티스의 이마를 짚어 열을 쟀을 뿐이었다. 실론의 손길이 닿아 뱃속이 살짝 뜨거워졌다. 포티스는 그런 걸 느끼는 게 싫어서 눈을 꽉 감았는데 그 바람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주륵 떨어졌다.

“라케티카님.”

하급 엔지니어가 포티스라는 짐을 넘기게 되어 안도하는 모습으로 벌떡 일어났다.

“상태가 어떤데요?”

“그게요, ‘주인님’인지 누구인지 어떤 실론을 찾는 데다, 무척 우울해해요.”

보고를 받은 라케티카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설마 어제 환영 파티를 해서 이런 상태가 된 것일까? 뮤가 섹스를 싫어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가지 가능성이 저 멀리서 살며시 떠올랐다. 라케티카는 제2기관에 소속되어 뮤의 습성을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알 수 있었던 것으로, 이제 막 제2기관에 들어온 하급 엔지니어로서 이유를 파악하는 건 무리였을 것이다. 라케티카가 안심하라는 뜻으로 미소를 보였다. 그러자 그의 분위기가 아주 약간 부드러워졌다.

“이 건에 대해서는 내가 나중에 알려주도록 할게요. 우선 당신은 하던 일에 복귀하세요.”

“알겠습니다, 라케티카님.”

하급 엔지니어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라케티카는 그가 나가도록 내버려 두고는 팔짱을 낀 채 포티스를 대놓고 관찰했다. 하급 엔지니어의 말처럼 기분은 약간 가라앉아 보였지만, 그렇게까지 우울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당신…. 이름이 포티스였죠.”

라케티카는 어제 파티가 끝나고 포티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포티스 포레스트 공작, 포레스트 영지를 소유하며 원예에 능숙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재능이 특별했다고 적혀있었다.

“…맞아요.”

“당신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겠습니다만.”

라케티카는 포티스가 케이지드에슈에서 왔다는 걸 알고 있었고, 황제가 몸소 뮤의 환영 파티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나 포티스가 뮤가 된 이유를 조합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그가 이불을 걷자 마치 오줌을 배출한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있는 시트와 몸에 찰싹 달라붙은 젖은 가운이 드러났다. 단순히 젖어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체액은 끈적끈적한 물처럼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었다.

“당신이 이렇게 된 건…. 대역죄를 저질러서죠. 그런데도 ‘주인’이 보고 싶습니까?”

그가 넌지시 말한 의미를, 포티스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반발하고 싶어져서 뭐라고 말할지도 모르면서 입을 열었다.

“그, 그렇지만, 주인…. 황제 폐하는….”

포티스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시스 황제는 다정하면서도 차가웠다. 그것이 시스 황제에 대한 인상이었다. 어제 시스 황제에게 벌을 받지 않았어도 포티스는 환영 파티를 하게 되었겠지만, 적어도 싫다고, 그만하라고 솔직하게 반항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자 묵직한 무언가가 마음을 짓눌렀다.

“…뮤는 아무 실론이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요.”

라케티카가 침대 가에 앉으면서 포티스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의 변화에 포티스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 지 않아요, 뮤도 생각이랑 의사가 있어요….”

“그럼, 여전히 ‘주인’을 보고 싶고, 좋아하나요?”

“좋…. 좋아해요….”

말로 하고 나서야 포티스는 그것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라케티카는 나아가서 포티스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음을 눈치챘다. 그가 보기에 포티스는 완벽히 1:1 관계를 중시하는 파즈의 방식으로 시스 황제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점이 라케티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재미있네요.”

라케티카가 포티스의 눈을 들여다보며 입맞춤했다. 호흡을 빼앗고, 정신까지 흐트러트리는 시스 황제의 키스와는 사뭇 달라서, 포티스는 그가 리드하는 대로 숨이 가빠지기 전에 숨을 들이마실 수 있었다. 부드러운 키스였다. 자신도 모르게 얽혀드는 혀에 빠져들면서 포티스는 그의 손목을 살며시 붙잡았다.

“좋아, 금방 배우는군요.”

그가 나직하게 칭찬하며 포티스를 천천히 눕혔다. 포티스는 키스를 받고 있어서 라케티카를 피할 수 없었다.

“으응….”

라케티카의 튜니카와 몸에서는 드라제처럼 달콤하고 따뜻한 향이 풍겼다. 포티스는 낯선 그 향기가 무서웠지만, 취하는 느낌도 들었다.

“…미드 같은 향이 나네요.”

라케티카의 얼굴이 포티스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포티스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제처럼 그런 섹스는 싫었다. 또다시 경련이 일어나듯이 포티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싫…. 싫, 어…. 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인가요?”

포티스의 말이 라케티카의 호기심을 더 부추긴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물으면서 그의 손은 포티스의 허벅지를 벌려 잡고 고개를 숙였다.

민감한 입구에 부드러운 혀가 닿았다가 힘차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얕게 드나들면서 내벽의 주름을 섬세하게 펴고, 뾰족하게 만든 혀끝으로 돌기를 찌르는 바람에 포티스는 손을 입가에 갖다 대고 끙끙 앓았다.

“하, 읏….”

입구에 입술을 대고 강하게 빨아들이자 포티스의 허리가 움찔움찔 흔들렸다. 그러나 비록 몸은 반응해도, 여전히 울적한 기분이었으므로 포티스는 훌쩍이며 가운 끝을 눈물로 적셨다.

“정말로…. 하고 싶지….”

“아닌 것 같은데.”

라케티카의 손길이 포티스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포티스의 다리가 슬그머니 힘이 풀리면서 양옆으로 벌어졌다.

“하아, 아….”

쭙, 츄웁 하는 소리와 함께 라케티카는 포티스의 내벽을 혀로 구석구석 애무하며 핥았다. 그는 실론이었고, 오직 교육을 위해 뮤와 섹스를 나눈 적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순수한 관심으로 뮤를 안는 건 처음이었다. 포티스는 마치 몰락한 가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가련한 파즈처럼 느껴졌다. 그러한 생각이 라케티카의 아랫도리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하고 싶잖아요.”

포티스가 라케티카를 올려다보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안, 안돼요….”

하지만 라케티카는 보란 듯이 입가를 닦고는 자신의 튜니카를 걷어 올렸다. 속옷 아래에 라케티카의 힘줄이 돋은 성기가 흥분으로 꼿꼿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포티스의 몸에 보란 듯이 억지로 성기를 쑤셔 넣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였다. 굵은 성기가 좁은 내벽을 긁으며 밀려 들어오자 포티스는 등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더니 눈을 감고 참는 얼굴이 되면서 성기를 단단히 조여 물었다.

“당신은 겉과 속이 다르네요.”

라케티카가 짓궂게 놀리면서 포티스의 허리를 끌어당겨 천천히 내벽을 드나들었다. 포티스는 훌쩍이는 소리를 내며 띄엄띄엄 중얼거렸다.

“으응, 읏…. 아, 안돼, 싫…. 어….”

미열과 어제 벌어진 환영 파티 탓에, 포티스의 몸짓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열기가 있는 손을 깍지껴서 맞잡고, 뜨거운 숨을 내뱉는 뮤의 부드러운 내벽을 헤집는 건 라케티카에게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꼭 파즈랑 하는 것 같아. 그래.’

“아, 앗….”

포티스의 몸은 정신과 완전히 반대로, 라케티카가 빠져나갈 땐 아쉬워하며 허리를 들고, 드나들 땐 다리를 한껏 벌렸다. 약하게 들뜬 소리를 내는 촉촉한 입술, 젖은 눈은 가늘게 뜨고 있고, 숨은 가쁘게 오르내렸다. 배에 새겨진 디아망 마크만 아니었다면 포티스는 파즈라고 해도 충분히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라케티카의 성기가 한층 부풀어 올랐다. 라케티카는 포티스의 손목을 꽉 눌러 제압하고 내벽의 주름을 펴면서 사정했다. 그의 얼굴에 살며시 홍조가 떠올라있다.

“으읏…!”

포티스의 얼굴이 다시금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빨갛게 일그러지는 것을 보자 쾌감이 해방되었다. 라케티카는 실론의 짧은 쾌감을 음미하며 만족스럽게 몸을 떼어냈다.

포티스는 붙잡혔던 자세 그대로, 팔은 위쪽으로 올렸고,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는 양옆으로 벌렸다. 정액과 체액이 뒤섞인 액체가 입구에서 빠끔빠끔 밀려 나왔다. 라케티카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구를 눌러 닫았다. 정액이 빠져나오면 아이를 받아들이는 기회가 적어진다.

“제대로 다물어야죠, 미리 연습해두어야 사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리고선 저는 황족은 아니라 상관이 없지만, 하고 덧붙였는데 포티스는 그 앞에 말 탓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면…. 이요…?”

“그래요, 황족의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제2기관에서 뮤로서 당신이 교육받는 이유입니다.”

“아…. 아이….”

라케티카는 다시금 침착한 제2기관의 진행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포티스가 마땅히 알아야만 할 것을 설명해주었다. 마치 방금 전의 행위는 없었던 일 같았다. 그렇지만 포티스에게는 그건 하고 싶지 않은 행위였고, 그래서 라케티카가 친밀감을 표시하며 손을 잡았을 때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서 시선이 허공을 헤맸다.

“에스파렌스를 도와주었던 순간, 당신이 다른 뮤와는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그냥 평범해요….”

“아니요, 다릅니다…. 특별하죠.”

그 순간, 포티스는 그 말을 라케티카가 아닌 다른 상대에게 듣고 싶었다는 걸 깨닫고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떨구었다. 그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고개를 들었다. 라케티카는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다.

“저기…. 저희 아버지와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을 알고 계세요…?”

라케티카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는 듯했다. 애초에 그의 직장은 제2기관이었고, 저택은 있었지만 거의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제2기관에는 뮤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바빴다. 실론들이 귀족 파즈들을 데려와 혹독하게 교육 시키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귀족들 사이의 화제에 그리 밝지 않은 편이었다. 만약 동생인 미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진실을 숨기는 일에 능숙하지 않은 라케티카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글쎄요…. 당신의 아버지는 유배되었다고 들은 것 같아요. 동생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포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모른다면 적어도 뮤가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버지도 살아 계시기만 한다면, 만날 수 있었다.

‘부디 건강하시길, 아버지. 미츠야, 무사해야 해.’

무의식중에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포티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라케티카가 따뜻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파즈를 대하듯이 가볍게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아….”

포티스가 당황스러워하자 라케티카는 오히려 그런 모습마저 좋은 인상을 받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종을 울려요. 하급 엔지니어들이 시중을 들어줄 겁니다.”

“아까 그분들…. 이죠….”

포티스가 어슴푸레한 기억을 더듬어 둘의 얼굴을 떠올렸다. 미츠 정도의 나이로 아직 어려 보였는데…. 하지만 곧 그들에게 무언가 이상한 일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저는…. 절 원하는 실론이면, 누구하고나…. 그…. 그걸 해야 하나요?”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라케티카의 얼굴에 살짝 안쓰러운 기색이 실렸다가 사라졌다. 포티스는 마치 뮤가 된 파즈처럼 여러 실론과의 관계를 힘들어하고 있었다. 뮤라면 마땅히 실론 누구에게든 다리를 벌렸다. 때로는 성기를 가진 생물이기만 해도 그랬다. 뮤의 몸은 정액을 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회복하도록 잘 돌보라고 하셨으니 적어도 하급 엔지니어에게는 손을 대지 않도록 말해두겠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포티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팟, 하고 다시 들어 올렸다.

“누가 그런 부탁을 했어요…?”

“그야 황제 폐하지요. 그러나 다른 실론들이 요구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에 대한 소문은 아마 오늘쯤이면 다 퍼졌을 테니까…. 다들 찾아올 거예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실론들에 의한 교육이 시작된다고 라케티카는 미리 일러두었다. 포티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는 척했지만, 실은 다시금 떠오른 시스 황제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라케티카가 떠나고 나자, 포티스는 혼자가 되었다. 그러자 미칠듯한 주인에 대한 갈망이 한결 가라앉고, 마음이 조금 놓이면서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다. 이터너티의 생화로 목욕을 했어도 회복이 상처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배 안쪽과 내장이 묵직하게 쑤셨고 입구에도 손을 대보니 기억하는 것보다 크게 부풀어 있었다.

포티스는 가운을 헤치고 자신의 가슴을 직접 쥐어보았다. 잇자국과 생채기가 선명한 분홍빛 유두가 봉긋했고, 특별히 살이 찌지는 않았는데 가슴이 손에 들어오는 느낌이 예전하고 달랐다.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조금 커진 듯싶었다.

“후우….”

포티스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고는 끄응, 하고 소리를 내면서 바로 누웠다. 침대의 캐노피에서 붉은색과 진주가 매달린 장식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어서, 꼭 케이지드에슈의 연보랏빛 조명을 연상시켰다.

‘주인님이 아니라 황제 폐하….’

그 사실은 커다란 수반에 띄워놓은 작은 물그릇들이 이따금 부딪히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왔다.

그에게 물어봐야 할 것도, 확인하고, 부탁해야 할 일도 있었다. 포티스는 고심한 끝에, 그가 정말로 미츠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명 어디선가 이야기가 잘못 전달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렇다면, 오해를 풀면 돼….’

그렇게 다짐하고 포티스는 반지를 낀 손을 매만졌다. 어떤 상황이라도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일 같은 건 없다고 포티스는 믿었다.

‘그래도….’

포티스는 눈물을 흘릴 기력도 없어서, 그저 촉촉한 눈을 몇 번 깜박이기만 했다.

‘뮤에서 다시 실론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자신을 뮤로 만든 황제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포티스는 추측했다. 다시 돌아가면, 이제 시스 황제와 섹스는 할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포티스는 아무도 없는데도 약간 얼굴을 붉혔다. 꼼지락거린 탓에 팔과 다리에 근육통이 올라왔다.

‘나는 영지를 돌보아야 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미츠도 결혼시켜야만 해….’

포티스는 어떻게 생각해도 시스 황제와 함께 하는 미래를 떠올리기 어려웠다. 시스 황제는 마땅히 훌륭한 파즈와 결혼해야만 했다. 포티스는 물로 얼굴을 씻어서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그때 벽 쪽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더니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조그마한 문이 생기고 손잡이가 돌아갔다. 문이 열리고 작은 요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놀란 포티스가 침대에서 내려섰는데, 순간 찌릿한 통증이 몸을 타고 올라와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브라우니가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통통 튀듯이 걸어 다가왔다.

“나쁜 뮤!”

브라우니는 화가 나서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포티스의 팔과 다리를 가격했다.

“앗, 아야….”

그래도 포티스는 그가 커지지만 않는다면 별로 무섭지 않았고 또 낯선 곳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니 반갑기도 해서 살며시 미소를 보였다.

“브라우니.”

“주인님을 꿰어내다니 못된 뮤예요!”

“앗, 미안해….”

브라우니는 사과를 듣고 포티스를 올려다보았다가, 어쩐지 빙긋 웃는 얼굴을 마주하자 괘씸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주인님이 서신을 보내도록 지시한 거죠! 주인님하고 편지를 주고받지 말아요!”

브라우니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지팡이를 내던지고 주먹으로 포티스를 때렸다. 하지만 솜방망이로 때리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얼른 아픈 척을 해주었다.

“아파, 아파…. 정말 아파!”

“이제 좀 교육이 되었네요.”

그러고선 포티스를 외면하면서 주머니를 뒤적여 봉인이 붙은 종이봉투를 꺼내서 그 끝으로 포티스를 쿡 찔렀다.

“다시는 저에게 이런 걸 시키지 마세요. 뮤의 심부름을 하다니 죽겠어요.”

“미안해, 정말 미안….”

사실 포티스가 시킨 것도 아니고, 시스 황제의 지시로 가져온 것일 테지만 포티스는 그냥 그렇게 맞춰주었다. 브라우니가 갑자기 커질까 봐 염려한 것도 있었다.

“뜯어 봐도 돼?”

“주인님이 보냈으니까, 당연히 읽어야죠.”

브라우니의 작은 외침을 들으면서 포티스는 얼른 연보랏빛 디아망 마크가 눌린 밀랍을 떼어냈다. 봉투를 열어 편지를 꺼내자,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모레 밤에 갈게.]

밑에는 시스 황제의 단정한 인장이 있었다. 포티스는 마른 핏방울 같은 잉크를 매만져보고는 글씨를 손으로 덧그려보았다.

‘모레 온다고 하셨어….’

포티스는 손을 뺨에 대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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