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차갑고 매끄러운 금속 디아나의 감촉이 느껴졌다. 시스 황제에겐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그가 반지를 끼워 준 건 왜일까? 심지어 오른손 네 번째는 실론과 파즈가 결혼반지를 끼우는 자리였다.
“황제 폐하께서는 별생각이 없었을 거야….”
문득 말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는데, 브라우니가 엿듣고는 통통 튀면서 날뛰었다.
“주인님은 뭐든 최고예요!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고요, 뮤와는 달리.”
“맞, 맞아…. 그렇지.”
그렇다면 이 모든 일에 시스 황제의 뜻이 있는 걸까? 포티스가 다시금 생각에 빠져들려는 찰나 브라우니가 시끄럽게 굴면서 벽으로 다가갔다.
“뮤는 바보, 멍청이니까요!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래도 포티스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이 불만인 것 같았다. 브라우니는 곧 주머니에서 깃펜을 꺼내 벽에 사각사각 문을 그려 통로를 만들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인사도 못 했는데….”
포티스는 천천히 침대의 기둥을 잡고 일어나서 벽을 향해 걸어가 보려다가 그만두고 조심스레 침대로 들어갔다. 카펫 위이긴 했지만, 디아나에서 찬 기운이 올라와서 몸속까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포티스는 이불을 덮고 반지를 낀 손가락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황족을 상징하는 연보랏빛 보석이 창문 하나 없이 샹들리에만 환한 룸 안에서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기억해 내, 포티스.’
분명 시스 황제처럼 멋진 실론을 언젠가 알았다면, 그 모습을 잊었을 리 없었다. 포티스는 끙끙거리면서 황궁에 왔던 날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스 황제의 편지를 받은 날은 종일 쉴 수 있었다. 라케티카가 배려해준 덕분에 하급 엔지니어들은 포티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거나, 찢어진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제조해주어서 덕분에 몸이 한결 가뿐해졌다. 다만 실론의 손이나 성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 포티스가 흥분하고 마는데도 직접 발라주려 해서, 열심히 사양하는 작은 사건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포티스는 상처를 볼 수 없잖아요. 저희는 보이는데….”
하고 하급 엔지니어가 손짓으로 입구를 벌리는 시늉을 하는 바람에 포티스는 쩔쩔매면서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아요! 안, 안에다 바르면 펴지니까…. 제가 바를 수 있어요!”
이러한 대화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나서야, 하급 엔지니어는 겨우 단념하고 동그란 통에 담긴 연고를 건네주었다.
“효율적이지 못한데….”
조그맣게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는 포티스는 못 들은 척 얼른 연고를 등 뒤로 숨겨버렸다.
‘엔지니어들은 다 조금…. 특이한 것 같아.’
확실히 그편이 효율이 높을지는 모르지만, 포티스의 수치나 흥분 같은 건 계산에 넣지 않고 있는 점이 그랬다. 포티스가 아플 때 하급 엔지니어에게 희롱당한 적이 있지만, 멀쩡한 정신으로 성기를 보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또 몸이 멋대로 흥분해서 체액을 줄줄 흘리기라도 한다면….
“그럼 지금 제가 보는 데서 발라봐요.”
“엘, 너무 끈질기게 굴지 마.”
다른 하급 엔지니어인 키가 말렸지만, 엘은 계속해서 새로운 의견을 단단히 하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라케티카님이 잘 돌보라고 했잖아, 상처가 확실히 낫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혹…. 혹시 교육하고 관련 있어요?”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눈치를 보던 포티스가 살며시 말을 꺼내자 엘이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뮤를 교육하는 데에 모자람이 없고, 아주 능숙한 실론들이 와주기로 했어요. 그러니 포티스도 걱정 없어요.”
‘오히려 걱정되는데요….’
포티스가 눈에 띄게 풀이 죽자 그나마 엘보다는 눈치가 있는 키가 옆에서 화제를 낚아챘다.
“블라우님이 만든 초콜릿 푸딩 맛있죠? 크림은 신선한 실론의 정액으로 만든 거예요. 또 체리는….”
갑자기 목이 콱 막힌 포티스가 콜록콜록 기침하자 키가 얼른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둘은 올 때마다 작은 새들처럼 포티스의 곁에 앉아 한참을 떠들다 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크림이었다.
“정…. 정액이요…?!”
이미 초콜릿 푸딩 위에 얹어져 있던 크림은 전부 먹어버렸다. 포티스는 체리, 크림, 초콜릿 푸딩 순서로 얹어져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체리를 먼저 먹는 솔직한 타입이었다. 그래서 체리와 크림은 이미 먹은 지 오래였는데, 끝 맛이 씁쓸하긴 했지만, 달콤해서 당연히 평범한 우유와 설탕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짐작했었다.
키가 그런 걸 전혀 모르고 있었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뮤가 먹는 음식에는 전부 들어있어요, 실론의 정액은 뮤의 내장 기관에 좋은 영양제나 다름없는걸요.”
“으…. 정말로요? 근거가 있는 거예요…?”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엔지니어에게 그렇게 묻기가 미안했지만, 포티스는 자신이 지금까지 정액을 섞은 음식을 먹어왔다는 게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저 농담이라고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설마 맨 처음 어두침침한 곳에 갇혀 있을 때 억지로 마셨던 비릿한 음료도 정액이었을까? 그러자 내내 옆에서 얼른 연고를 바르라며 채근하던 엘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연구로 밝혀진 확실한 사실이라구요! 뮤는 실론의 성기와 정액을 원하고, 또 원래부터 몸이 잘 받아들이게 되어있어요.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파즈보다는 확률이 높죠.”
“아….”
갑자기 이야기가 거기까지 나아가자, 포티스는 당황한 채로 스푼을 내려놓았다. 확실히 파즈가 실론의 아이를 갖는 건 쉽지 않은 일이어서, 아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 확실하면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열었는데, 규모는 대연회와 비슷할 정도였다. 그래서 뮤의 사면 사유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이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 별개의 일이었다.
“그…. 뮤, 뮤라는 건 왜 있는 걸까요….”
어찌 되었든 아이를 받아들이는 이야기에서 대화를 떨어트려 놓고자 말을 꺼냈지만, 포티스는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계속 생각했던 고민이라는 걸 깨달았다.
“대역죄를 저지르면 뮤가 돼요.”
엘이 단호하게 답하고, 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포티스가 살며시 미소를 보였다. 성격은 달랐지만, 어쩐지 연하처럼 느껴져 동생인 미츠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죄는 그…. 사해지기도 하잖아요. 뮤라는 건 무엇을 위한 걸까, 하고….”
둘은 특별히 뮤의 존재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엘과 키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아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또다시 아이 얘기로 돌아가는 바람에 포티스는 부끄러워서 울고 싶어졌다. 명확한 자료나 근거를 가지지 않고는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아이를 받아들인다는 건 결국 섹스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연하인 둘과 자신의 몸이나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포티스에게 부적절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 저어, 머리가 아파서, 좀 쉬고 싶은데요….”
엘과 키가 아쉬워하면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여태 포티스의 침대에 걸터앉거나, 사이드 테이블에 기대 있었다.
“역시 연고, 제가 발라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 정말로…. 괜찮아요.”
엘이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요청했지만, 키가 엘의 로브를 잡아 이끌면서 손을 흔들었다. 포티스도 마주 손을 흔들고는 이불로 쏘옥 들어갔다.
두 사람이 나가고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포티스는 겨우 베개 밑에 손을 넣어 연고를 꺼낼 결심을 했다. 너무 섹스를 많이 한 탓에 상처가 나고 찢어지다니, 예전의 포티스였다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치만…. 이제는….’
포티스는 자신이 뮤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건 직접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이루어진 일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포티스가 자신을 부정한다면, 정신이 이상해져 버릴지도 모른다. 포티스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아버지와 동생인 미츠를 만나기 위해 뮤가 되어서도 이렇게 살아남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침내 몸 안쪽에 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다른 이들이 아무리 멋대로 들어오고 헤집었던 내벽이지만, 포티스는 쉽게 손을 대기가 부끄러웠다.
디아나로 만든 둥근 케이스를 열자 안쪽에 초록빛의 찐득한 연고가 들어있었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케이스가 살짝 차가웠다. 포티스는 손끝으로 연고를 조금 떴다가, 여러 번 들락이면 수치스러울 것 같다고 판단하고 다시 듬뿍 떠냈다. 그리고 이불을 살며시 들친 채 눈을 질끈 감고 아랫도리에 손을 갖다 댔다. 입구는 포티스의 생각보다 단단하고 좁았다. 더군다나 손가락이 스치자 쓰라려서 눈물을 꾹 참고 조심조심 약을 발랐다. 안쪽 깊은 곳으로는 손이 잘 닿지 않았지만, 혼자서 밑을 쑤시고 있자니 엘의 도움을 사양하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으으….”
약을 전부 바른 포티스가 몸을 떨고 안심하려는 듯이 이불에 포옥 파묻혔다. 머리가 아프다는 건 핑계였는데, 정말로 두통이 밀려오는 것 같아 포티스는 그대로 곤히 잠이 들었다.
포티스는 꿈에서 시스 황제를 만났다. 그가 가만히 웃는 것을 보면서 포티스는 그 대신에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생길 줄은….
막 무언가가 떠오르려던 참에 엘과 키가 포티스를 깨웠다.
“식은땀을 많이 흘리셨네요. 몸이 아직 안 좋아요?”
“빨리 나아야 하는데. 교육이 결정되었거든요.”
하급 엔지니어인 둘은 흥분한 상태였다. 포티스는 그 교육이라는 것이 성적인 행위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자신이 뮤인 이상 피할 도리가 없었다.
둘은 신나서 포티스의 목욕과 몸단장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포티스의 귓가에는 연한 분홍색의 복숭아 꽃을 꽂았다. 그리고 가슴 부근이 하트 모양으로 뚫려서 유두가 아슬아슬하게 감춰져 있고, 진주 장식이 달린 리본 끈으로 허벅지와 엉덩이를 묶는 특이한 장식이 있는 의복을 입혔다. 끈 중의 하나가 입구를 가로지르게 되어있어서 포티스가 당황하며 혹시 잘못 입은 게 아닌지 주저하며 물었지만, 원래 그런 옷이라고 했다. 또 포티스의 발기되지 않는 성기는 커다란 리본으로 감싸 묶였다. 끈에 달려 있는 진주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입구를 지그시 압박했다. 포티스가 슬쩍 뒤를 살펴보니 나풀나풀한 천이 엉덩이를 전혀 가리지 않고 있었다. 앞부분은 그저 약간 들추기만 한다면 쉽게 입구가 드러날 정도로 짧았다.
“이건 뮤가 입는 튜니카예요.”
포티스의 뺨은 달아올랐지만, 동시에 다른 뮤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그래서 주저하며 물어보았더니 키가 답을 해주었다.
“그야, 포티스 외에 뮤는 많죠! 또 많기도 했고….”
그러고는 아차, 하는 얼굴로 이미 단단히 묶은 리본 끈을 다시 더듬고 풀어 묶기 시작했다. 포티스는 막연히 불안한 기분을 느꼈다. 엘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키가 얼버무린 문장을 마무리해주었다.
“뮤는 어차피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하니까요. 많기도 했다는 말은 맞는 거예요.”
“뮤가 되면, 수명이 줄어드는 건가요?”
포티스가 깜짝 놀라자 엘이 밝은 태도로 말했다. 그는 하급 엔지니어로서 나중에는 연구실을 갖는 일반 엔지니어가 되는 삶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기에, 뮤의 인생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말할 수가 있었다. 엘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어쩐지 다들 일찍 죽어버리네요.”
시선을 피한 키가 복숭아 향이 나는 코롱을 뿌려줄 동안 포티스 역시 엘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아마도…. 섹스를 너무 많이 한 탓일 거야.’
포티스는 어릴 때 보았던 뮤가 있는 풍경을 떠올렸다. 그런 일은 뮤가 하루에도 몇십 번씩 겪는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여럿과 관계를 하는 건…. 포티스 역시 싫고 힘들었다. 즐기는 뮤가 있더라도 아마 소수일 테고, 즐긴다 하더라도 온종일 섹스만 하는 건 분명 건강을 악화시킬 것 같았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포티스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을 잃지 않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었다. 아무리 불가능하더라도 포티스는 뮤의 몸과 흥분, 쾌감에 저항하고 싶었다. 포티스는 엘과 키의 안내를 받아 일곱 명의 실론이 기다리는 룸으로 향했다.
노크를 한 엘과 키가 다른 제2기관의 룸과 똑같이 황금빛과 붉은 루비로 장식된 화려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라케티카가 곧장 셋을 맞이하고, 포티스에게 손을 내밀어 인도받았다. 라케티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두 하급 엔지니어는 뜻을 알아듣고 얼른 인사를 한 다음 떠났다.
복도는 붉은 카펫에 맞추어서 벽 곳곳에 띄엄띄엄 붙박이 조명이 있을 뿐이었다. 룸 안으로 들어서자 대낮처럼 환한 샹들리에의 불빛 탓에 한동안 시야가 하얗게 보였다. 눈이 익숙해지자, 저번처럼 까만 소파가 놓여있고 연회 복 차림의 실론들이 포티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가면을 쓰지 않았다.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고개를 숙였더니 갑자기 실론 중의 한 사람이 웃고 말았다.
“라케티카,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뮤를 데려온 거야?”
“실론이었다기에 기대했는데요.”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포티스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라케티카가 미소를 보이며 실론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포티스를 감싸주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가르침을 받을 자세가 되어있는 뮤입니다. 마치 아직 형태가 없는 석고와 같은 상태로 여러분이 마음껏 취향대로 주무르고 다듬으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론들은 라케티카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라케티카는 그것이 뮤를 놓고 나가도 좋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나가기 전에 포티스를 짧게 살펴보았는데, 포티스는 실론들 앞에서 라케티카와 눈을 마주칠 용기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라케티카의 의사가 전달되었다.
‘힘내요, 포티스.’
아마 그가 전하려고 한 건 이런 말일 거라고 포티스는 속으로 짐작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내가 뮤의 인사를 가르쳐주지.”
어두운 밤처럼 흑발을 가진 중년의 실론이 소파에 팔을 두르고 등을 기대며 포티스에게 손짓했다. 포티스는 긴장한 채로 주저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내 앞에 앉아.”
흑발의 실론은 차근차근 가르쳐주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분위기는 지난번의 환영 파티보다 한층 엄격해서, 포티스는 경직된 채로 그의 앞에 꿇어앉았다.
“여러 번 설명하지 않으마. 뮤가 실론을 만나면 펠라티오를 해야 해. 눈을 마주치면, 반드시 한다고 생각해라.”
“알겠어요….”
포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흑발의 실론의 연회 복 바지에 손을 대자 그가 다리를 벌리며 편하게 자세를 잡았다.
“펠라티오란 실론의 성기를 애무하고 정액을 빨아들이는 행위야. 이런 것까지 가르쳐야 한다니, 이 전에 뮤와 놀아본 적이 없나 보군.”
어디선가 소리를 죽인 웃음소리가 들렸다. 포티스는 침을 꼴깍 삼키고 네에, 하고 대답한 다음 연회 복 바지의 여밈을 풀고, 속옷 아래에서 성기를 꺼냈다. 성기는 큼직한 데다 그 주변이 열기를 띠고 있어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찾기 쉬웠다. 포티스가 몸을 살짝 세우면서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성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흑발의 실론이 고개를 저으며 포티스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 떼어냈다. 성기는 이미 흥분해서 우뚝 세워진 상태였는데도, 이 실론의 인내심은 굉장했다.
“신분을 밝히고, 실론님을 뵙습니다, 라고 말해야지. 넌 지금 나와 첫인사를 나누는 것이니.”
“아….”
포티스의 뺨이 열로 따끈하게 달아올랐다. 눈앞에 있는 성기를 보니 입안에 침이 고이고 입구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바로 성기를 빨고, 핥고 싶었다.
“뮤인 포…. 포티스입니다. 실론님을 뵙습니다.”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서둘러 말하고는 눈빛으로 허락을 구하자, 흑발의 실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티스는 허겁지겁 성기에 달려들어 일단 입에 물었다.
‘맛있어…. 좋은 냄새가 나고, 뜨거워….’
성기의 열기는 포티스의 뱃속까지 전달될 것만 같았다. 잠깐 동안 아까의 결심이 떠올라 포티스는 자신을 자제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마음먹자마자 바로 다리 사이에서 찔걱, 하고 체액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서 강한 미드 향기가 풍겼다. 카펫 위에 작은 웅덩이가 생긴 것은 물론이었다.
“하아, 으….”
포티스는 성기를 입에 물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몸을 움찔거리며 기둥을 핥았다. 핥는 방법이나 요령도 몰라서 중간중간 머뭇거리며 흑발의 실론을 올려다보았는데, 그는 포티스를 내려다볼 뿐 더는 지시하지 않았다.
포티스는 타액을 발라 기둥을 쭙쭙 핥아 올리고 입술을 모아 귀두를 감싸고 요도를 빨아들였다. 성기의 비릿한 냄새가 포티스에게는 강하고 의지가 되는 멋진 실론의 냄새처럼 느껴졌다.
“맛있나?”
문득 흑발의 실론이 정액을 짜내려는 듯이 요도에 뾰족한 혀끝을 대면서 열심히 핥아대는 포티스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마, 맛있…. 어요, 맛있어요.”
핥는 것을 멈추지 못한 포티스가 말하는 동시에 성기를 빠느라 턱으로 타액을 줄줄 흘렸다. 실론이 얕은 한숨을 내쉬고 포티스 쪽으로 몸을 가까이 붙여왔다. 포티스는 기쁜 마음으로 그의 허벅지에 손을 얹어 자세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고환을 부드럽게 애무하며 주물렀다.
“그래, 그렇게…. 천천히.”
“열심히, 할게요….”
열에 들뜬 눈을 가늘게 뜬 포티스가 쪼옥, 소리가 날 정도로 성기를 빨며 흥분한 냄새를 풍기자 룸 안의 실론들도 기분이 들떴다. 그러나 이 실론들은 섣불리 자신들의 욕구를 채울 생각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뮤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인 것이었고, 그들은 다른 실론들보다 뛰어났기에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우월감이 컸다. 절대로 뮤의 안에 빠르게 넣고 쌀 생각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욕구마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모두가 흑발의 중년 실론, 무어가 일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애무하고 빨아들인 지 한참 만에, 드디어 성기가 불끈거리며 정액을 내뿜었다. 포티스는 기쁜 마음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며 흘리지 않도록 입을 벌리고 발끝까지 전해져오는 쾌감을 느꼈다. 몸을 움직거리자 끈에 달린 진주가 입구에 걸리면서 묘한 감촉을 주었다. 그게 기분 좋아서 몇 번 더 움찔움찔거렸더니 무어가 단단한 성기 모양의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꺼내 포티스에게 보여주었다.
“뮤는 자위를 할 수 없다. 욕구는 실론이 풀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리고 포티스가 헐떡이며 우유를 먹듯이 정액을 마저 마시길 기다렸다가 일으켜 세웠다. 포티스는 다리 사이로 체액을 뚝뚝 흘리면서 비틀거렸다. 뮤가 입으로 정액을 마시는 쾌감도 아래로 받아들이는 것 못지않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죄송해요….”
“그래, 하지만 벌은 받아야 해. 엉덩이를 이쪽으로 들고 엎드려.”
분명 일렉트로시트 스틱으로 혼나게 될 것을 알면서도, 포티스는 떨면서 그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며 바닥을 짚었다. 자신이 흘린 체액이 바로 눈앞에 고여있었다. 부끄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몸은 기대감에 흥분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데, 저항하는 건 불가능했다.
무어가 몸을 일으켜 포티스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그러자 과일의 즙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입구에서 체액이 주르륵, 다리 사이로 흘러내렸다. 무어는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내벽에 푹 찔러 박았다. 포티스의 허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하앗…!”
마치 성기처럼 힘줄과 굴곡이 있는 일렉트로시트 스틱은 사실 박히는 것만으로 제법 쾌감을 주었다. 묵직한 압박감에 포티스는 입을 벌린 채 혀를 내밀었다. 혀끝을 타고 타액이 툭, 떨어졌다.
“벌은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받는다, 실론의 지시는 무엇이든 따른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규칙이야.”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쥔 무어의 거침 없는 손길이 포티스의 내벽을 헤집었다. 둔탁하고 묵직한 감촉과 짜릿짜릿한 전기 충격이 동시에 올라왔다. 포티스는 그가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허리를 흔들면서 비틀거렸다.
“아앙, 앗, 앙…. 좋, 좋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는 말할 줄 모르나?”
무어는 딱딱한 자세를 유지한 채로 포티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세차게 내리쳤다.
“제대로 빌어.”
그러나 고통과 쾌감이 동시에 포티스의 몸에 달려드는 통에 도무지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포티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다시 한번 일렉트로시트 스틱이 날카롭게 몸을 꿰뚫자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런데도 일어서려고 엉덩이를 든 탓에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문 분홍빛의 매끈매끈한 입구가 드러났다. 여섯 명의 실론이 그것을 지켜보았고, 무어가 발끝으로 스틱의 끝을 눌러 내벽으로 밀어 넣었다.
“하앙, 앙…!”
포티스가 허리를 흔들자 무어가 고개를 젓고, 다시 명령했다.
“일어나.”
“읏, 흐윽…. 아앙, 앗….”
하지만 일렉트로시트 스틱이 포티스의 내부에서 계속 작동하며 전기 충격을 주는 바람에 포티스는 몸에 조금도 힘을 줄 수 없었다. 전기 충격이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더 쑤셔지면 좋겠다는 본능만이 남았다.
“응, 읏….”
무어가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빼내자 내벽이 스틱에 쭉 달라붙으며 딸려 나왔다.
“하아….”
포티스는 들뜬 한숨을 내쉬며 빈 내벽을 빠끔거렸다. 진주와 끈은 불투명한 체액에 젖어 색이 짙어져 있었다. 더는 자극이 오지 않자, 무어가 내린 명령이 포티스의 몸을 지배했다. 그의 말에 따라야만 성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으, 앗….”
포티스가 힘을 짜내서 비틀거리며 무릎을 짚고 일어나자, 무어가 포티스의 팔을 붙잡아 상체를 소파 위에 올리고, 허리를 바싹 들어 올렸다. 장갑을 낀 묘한 무어의 손 감촉이 디아망 마크에 닿자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서 체액이 고여있다가 쏟아지는 것처럼 후두둑 흘러내렸다.
“하앙…. 으응….”
포티스가 교태를 부리듯이 무어의 손길에 배를 문질렀다.
“저어….”
“무어님이라고 불러.”
“무어님…. 저어, 무어 님의 아이…. 갖고 싶어, 요….”
무어는 대답하지 않은 채, 포티스의 배를 살살 매만지고 움푹한 배꼽을 손끝으로 눌렀다. 그가 허벅지에 묶인 리본 끈을 잡아당기자 입구에 매달린 진주가 지그시 눌리면서 포티스의 허리가 비틀렸다.
“하앙, 무어님….”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말해봐.”
순간 그 목소리가 시스 황제처럼 들렸다. 분명히 그도 이런 식으로 포티스에게 지시한 적이 있었다. 케이지드에슈에서의 밀월 같은 나날이 떠오르면서, 포티스는 갑작스레 다른 실론 앞에서 엉덩이를 내밀고 흥분한 자신이 수치스러워졌다.
“…….”
“제대로 말해.”
무어의 능숙한 손길이 더욱 집요해졌다. 그는 하트 모양으로 뚫린 가슴으로 커다란 손을 옮겨 한 손으로 포티스의 양쪽 유두를 모두 건드렸다.
“으읏…. 섹, 섹스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요….”
무어를 비롯해 룸 안에 있던 모든 실론들이 깜짝 놀랐다. 실론의 성기와 섹스를 원하는 뮤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한 실론과의 관계만을 주로 선호하는 파즈들조차도 뮤가 되면 빠른 정신 붕괴를 겪고, 다양한 실론과 하는 행위를 즐기게 되었다. 하다못해 포티스는 원래는 실론이었다.
무어는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실론은 원래 싫다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상대가 뮤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곤란한 뮤로군.”
그러나 나이만큼 겪은 경험도 다양한 무어였기에 그는 상황을 일축하고 포티스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아…!”
포티스는 전기 충격 탓에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머릿속도 뒤죽박죽이었지만 작은 기쁨을 느꼈다. 자신이 실론과의 섹스를 거부했던 것이다. 이런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넣어지면 느끼고, 흥분하고 말았다.
‘이제 괜찮아, 안 한다고 말할 수도 있….’
포티스는 갑작스레 느껴진 내벽의 압박감에 숨을 멈추었다. 무어가 포티스의 머리를 누르고 허리를 바싹 안으면서 성기를 삽입했다.
“아…!”
그 한 번의 신음으로 포티스가 얼마나 큰 쾌감을 느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입구에서 질척한 체액이 찔걱, 하고 밀려 나왔다. 내벽은 부드럽게 풀어져서 성기를 받아들였다.
“아, 안, 안돼….”
하지만 무어는 포티스와 입씨름 하는 대신 몸으로 복종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성기의 감촉, 안을 헤집는 규칙적이고 강한 움직임은 포티스도 거부할 수 없었다.
“하아….”
분명 안된다고 했으면서, 포티스는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배를 안은 무어의 팔을 붙잡았다. 뭐든 더 해주었으면 하는 기분이었다.
무어의 성기가 천천히 내벽을 드나들자 포티스의 엉덩이도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포티스는 숨이 막히는 소리를 냈다. 크고 굵은 데다 힘줄이 불거진 무어의 성기가 내벽을 지근지근 누르고, 진주가 달려있던 리본 끈이 함께 말려 들어가 내벽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복종의 목걸이는 필요가 없겠어.”
무어가 포티스의 길게 자란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헤치고 목덜미를 매만졌다. 포티스는 끙끙 앓으면서, 그의 손길에서 전류가 흐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으읏….”
“싫다거나, 안된다는 말을 쓰면 실론의 기분이 나빠지니까 유의해야 해.”
그렇지 않나? 라고 하는 것처럼 무어가 포티스의 목덜미에 짧게 키스했다. 입술이 닿은 자리가 화끈화끈했다.
“그, 그치만….”
포티스의 미약한 저항마저 그만두게 하려는 듯이 무어의 손길이 포티스의 가슴으로 내려갔다.
“아, 으응….”
포티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어의 손바닥에 유두를 대고 문질렀다.
“하아…. 좋아….”
“하고 싶지 않다고?”
무어가 짓궂게 손끝으로 유두를 쭉 잡아 늘였다. 포티스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고…. 싶….”
“그래, 너는 뮤니까.”
포티스의 의지가 꺾이고, 무어는 잔잔한 기쁨을 느꼈다. 이 뮤는 마치 파즈처럼 길들이는 재미가 있었다.
“으, 으응…. 네에….”
혼미해져 가는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포티스가 소파에 푹 파묻히듯 기댔다. 무어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포티스가 기분 좋아하는 부분을 꾹꾹 찔러 건드렸다.
“하앙, 앙, 아아….”
그러나 포티스가 절정을 느끼려는 순간, 바로 성기가 빠져나가고 목덜미를 물거나, 디아망 마크를 매만지는 애무가 이어졌다. 포티스는 연신 애처롭게 뒤를 돌아보면서 무어를 졸랐지만, 그는 순순히 성기를 박아주지 않았다. 애무로 한껏 몸이 달아올라 연거푸 체액을 오줌처럼 배출하고 나서야 옴찔대는 입구에 성기를 갖다 대고 문지르며 애를 태웠다.
“으응, 읏….”
삽입되는 줄 알고 기대감에 차 있던 포티스는 결국 손을 아래로 내려 스스로 입구를 벌려 성기를 받아 물려고 했다. 빨리 박히지 않으면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은 충동이 일었다.
“자, 천천히.”
무어가 성기를 뒤로 치우면서 디아망 마크를 슬슬 문질러 포티스를 더욱 흥분시켰다. 뮤를 교육시키고 길들이는 건 이런 일이었다. 특히 포티스는 연약한 외모와는 달리 고집이 있었으므로, 그걸 무너트리는 게 중요했다.
“아아….”
포티스가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삽입도 하지 않았는데, 실론의 손끝만으로 쾌감이 치솟은 것이다.
“으윽….”
어쩐지 서글픈 기분이 몸을 지배해서 포티스는 눈물을 떨어트렸다. 쾌감이 지속 되어 내벽이 벌름거리며 체액을 흘려대는데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는 소리가 귀엽구나.”
무어가 낮게 칭찬하며 배를 움켜쥐고 성기를 삽입했을 때야말로 포티스는 자신이 분해서 화가 났다는 걸 깨달았다.
“싫…. 싫어, 실론하고는….”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무어는 들었지만 무시했다. 뮤가 실론과 섹스하지 않는다면 뭘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건지 알기 어려웠다. 아마도 쾌감 탓에 정신이 흐트러진 모양이었다.
“너는 뮤다, 실론과 섹스를 해야 돼.”
그래서 따끔하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을 들은 포티스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지만, 아까와는 달리 빠르게 성기를 박아 넣자, 포티스의 입에서는 신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한참 만에 무어가 사정하자 포티스는 긴 만족감을 느끼면서 소파의 가죽에 몸을 늘어트렸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런 섹스라면 몇 번이라도 더 봉사하고 싶었다.
무어가 추욱 늘어진 포티스를 붙잡아 소파 위에 바로 눕혔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개구리처럼 벌어지고, 입안에 타액이 고여있다가 주륵 흘러내렸다. 귓가에 꽂혀 있던 복숭아꽃에서 꽃잎이 떨어졌다.
“하아, 하아….”
무어가 차분하게 포티스를 내려다보았다. 평소와 달리 포티스는 무어와 시간을 많이 소비한 상황이었다. 무어가 담당하는 기본예절 교육은 원래는 아주 짧은 것이었다.
“뮤가 원하니까, 실론이 안는 것뿐이다.”
확실히, 그 순간 포티스의 몸은 섹스를 원했다. 머리에 솜이 꽉꽉 찬 것처럼 멍해서, 무어의 말의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포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느다란 손을 뻗어 무어의 연회복 자락을 슬쩍 움켜쥐었다.
“저어…. 더…. 하고, 싶어, 요….”
그러자 무어는 웃으면서 그 손을 가만히 떼어 놓았다.
“제대로 부탁해야지.”
그리고는 포티스의 옆에 앉아 차근차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펠라티오로 인사부터.”
포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틀거리면서 그의 명령대로 다른 실론의 앞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는 올려다보면서 연회복 하의를 조심스레 벗겨냈다. 속옷 위로도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의 존재감이 느껴져서 포티스는 침을 꼴깍 삼켰다. 포티스는 조심스럽게 움켜쥔 상대의 뜨거운 성기를 뺨에 대고 문질렀다.
“실론님…. 저어…. 섹스…. 하고 싶어, 요….”
그러면서 귀두 끝에 살짝 입술을 맞대자, 상대 실론은 흡족해져서 포티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마치 재주를 부린 동물을 귀여워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으응….”
실론이 포티스의 뺨을 만져주자 포티스는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는 엉금엉금 기어가듯이 실론에게 올라탔다. 빨리 이 단단한 성기를 몸 안에 넣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넣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실론의 손이 포티스의 엉덩이와 입구를 가로지르고 있는 리본 끈에 닿았다. 무어와 섹스를 하면서 안으로 딸려 들어갔던 진주 장식은 아직도 안에 들어있는 채였다. 그가 끈의 끝을 잡아당기자 리본이 입구에서 하나씩 딸려 나왔다.
“으응, 앗…!”
이미 한번 무어와 섹스를 하고 난 다음이어서 포티스의 몸은 평소의 배로 민감했다. 진주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체액 외에 다른 것이 배출되는 기분이 수치를 자극해 포티스의 목덜미가 분홍빛으로 달아올랐다.
“어디에 어떻게 해줄까…. 난 뮤가 해달라는 것만 하는데.”
그는 젊은 데다 짓궂은 금발의 실론인 헤카였다. 파즈에게 아이를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뮤의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어서 말해봐.”
헤카의 손은 쉬지 않고 포티스의 입구를 지그시 눌렀다가 안쪽에 얕게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그 바람에 포티스가 움찔거리며 몸을 떠는 게, 포티스의 허리를 붙잡아 안고 있는 헤카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 읏….”
포티스는 눈을 꼭 감고 참는 얼굴이 되어서 고개를 흔들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는데, 그게 헤카를 자극했다.
“싫어? 하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는 집요하게 손가락의 개수를 늘려 안쪽을 후비듯이 파고들었다. 손가락은 금세 두 개에서 세 개가 되었고, 포티스의 내벽은 쭙쭙 소리를 내면서 빨아들였다.
“앗, 아…!”
포티스가 하트 모양으로 드러난 가슴에 손을 모은 채 허리를 들썩였다. 헤카의 손끝이 예민한 돌기들을 매만지는 바람에 체액이 울컥울컥 샘솟았다.
“아, 읏…. 저어…. 으응!”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열에 들떠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할 수 없었다. 포티스는 헐떡이면서 그가 밀어 넣은 주먹을 힘껏 조이며 받아들였다. 내벽으로 두터운 무언가가 들어오는 게 선명하게 전해졌다.
“……!”
헤카는 재미있다는 듯이 포티스의 몸 안에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포티스의 배 표면이 울룩불룩해졌다.
“하아, 아….”
“전부 들어갔네, 욕심쟁이.”
포티스가 몸을 뒤로 빼지 못하도록, 헤카는 포티스의 허리에 팔을 둘러 단단히 붙잡은 채로 주먹을 쑤셔 박았다. 헤카의 두꺼운 팔목이 몸 안으로 드나들자, 포티스는 다리를 벌린 채로 바들바들 떨었다. 성기를 여러 개 받은 것 같은 묵직함 덕분에 쾌감이 지근지근 배를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앗, 아…. 자, 잘못, 했어요….”
“네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
헤카가 안쪽의 휘어지는 부근을 후려치듯이 강하게 찔러 올리자 포티스의 몸이 움츠러들면서 헤카의 품에 매달렸다.
“읏, 하아…. 죄송, 해요….”
포티스의 눈빛에 흥분이 깃들었다. 그대로 헤카에게 기대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허리를 움직였다. 헤카는 흥미로워하면서 새로운 뮤가 음란하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구경했다.
“야한 건 뭐든 좋은 거지?”
그리고는 주먹을 단숨에 뽑아내는 바람에 입구가 찢어질 듯 얼얼해졌다. 포티스는 땀에 젖어 눈물이 맺힌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뭐, 뭐든…. 좋아….”
헤카가 자신의 손을 적신 포티스의 체액의 냄새를 맡았다. 익숙하다 싶었더니 진한 미드주와 향기가 똑같았다. 그래서 그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미드주 병을 들어 엄지로 입구를 막고 내용물을 흔들어 섞었다.
“도중에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
헤카의 태평한 목소리에 포티스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지만 성기를 받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헤카는 포티스의 발목을 붙들어 물건 다루듯이 소파에 눕히고는 충분히 흔든 미드주 병을 입구에 갖다 댔다.
“아마 네가 좋아할걸.”
“아…! 싫, 싫어….”
성기가 아닌 건 넣고 싶지 않았다. 포티스가 바르작거리자 헤카가 단단한 주먹으로 뺨을 후려쳤다. 포티스의 얼굴이 휙 돌아가고 놀란 탓에 입구에 힘이 풀어져 미드주 병의 목이 쑤욱 들어갔다.
“으윽….”
차가운 술이 내장을 타고 빠르게 흡수되면서 포티스의 목덜미에 땀방울이 맺혔다. 포티스는 평소에 미드주 반 잔도 마셔보지 않았다.
뮤에게 미드주는 미약과 같은 효과를 냈다. 헤카는 포티스를 빤히 내려다보면서 찬찬히 반응을 관찰하다가 이내 미드주 병을 입구에서 빼냈다. 체액과 함께 조금 남아있던 술이 똑똑 흘렀다. 뺨이 발갛게 물든 포티스는 눈을 깜박이면서 헤카를 응시하다가, 그의 머리카락이 샹들리에에 빛나는 걸 보고 누군가를 떠올렸다.
“황제….”
“내가? 폐하랑 닮았나?”
헤카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포티스가 걸친 얇은 튜니카를 한 손으로 뜯어버렸다. 리본 끈이 풀어지고 옷자락이 나풀거렸다. 그것만으로도 포티스는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완전히 알몸이 되어서 피부 구석구석까지 손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포티스가 팔을 뻗어 헤카를 끌어안았다. 헤카는 의기양양해서 포티스에게 입을 맞추었다. 포티스 역시 혀를 내밀면서 그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헤카의 허리에 다리를 둘러 단단히 감았다. 헤카는 뮤가 흐트러지면서 실론에게 얽혀오는 일에는 익숙했는데, 아까 포티스가 무어에게 저항한 모습은 상당히 신선하게 여겨졌다. 포티스가 웃으면서 자신을 올려다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정말 시스 황제를 말하는 건가? 설마.’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포티스의 볼록한 배를 누르면서 내려다보았다.
“이름으로 불러.”
당연히 헤카의 이름을 알 리 없기에 그는 바로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티스의 대답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시…. 시스님….”
그 이름을 쓰는 건 디 오르에서 하나뿐이었다. 자유 시민들도 황제의 이름으로 아이의 이름을 짓는 걸 꺼렸다. 함부로 부르면서 아이를 혼낼 수 없었으니까.
헤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니까 이 뮤는 시스 황제의 손을 탄 데다 자신을 황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틀렸어.”
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확실히 새겨주어야겠다는 생각에 헤카는 포티스를 일으켜 소파에 앉은 자신의 무릎에 엎드리도록 눕혔다. 그리고 엉덩이를 바싹 들게 하자 흡수되지 못하고 내벽에 남아있던 미드주가 툭툭 흘러 연회복을 적셨다. 보통 교육할 때 내리는 벌은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사용했는데, 헤카는 직접 체벌하기를 즐겼다. 말랑말랑한 피부를 자신의 힘으로 지배하는 게 재밌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체벌은 맨손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것이었다.
“아, 앗…. 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포티스가 울먹이면서 빌었지만, 헤카는 손바닥을 한번 움켜쥐었다가 펴고는 힘차게 포티스의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렸다. 엉덩이의 부드러운 피부가 매질을 한 지 서너 번 만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앗, 아…! 아파, 으읏….”
포티스의 허리가 파들파들 떨리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엉덩이를 맞았을 뿐인데도, 예민하게 달아오른 내벽이 자극되어 저릿저릿했다. 헤카는 포티스가 울거나 말거나 자신이 마음속으로 정한 횟수인 30대를 전부 때리고 나서야 멈추었다. 그쯤 되니 헤카의 단단한 손바닥도 약간은 달아올랐다.
헤카가 굵은 손끝으로 포티스의 내벽을 성기가 드나들 듯이 험악하게 헤집었다.
“아…!”
포티스가 허리를 휘면서 툭, 하고 타액을 흘렸다. 긴장으로 인해 좁아진 내벽에 손가락이 들어오니 단단하게 부푼 내벽과 밀착되면서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내 이름은 헤카. 제대로 부르라고.”
손가락이 점점 빠르게 드나들어 포티스의 몸이 들썩였다. 쾌감이 탄산수의 기포처럼 내부에서 확 터졌고, 포티스는 그것을 뒤따를 뿐이었다.
“항, 앙, 좋, 좋아요…! 헤카님…!”
안쪽의 휘어진 곳을 꾸욱 누르면서 부비자 포티스가 눈을 꽉 감으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가 지금 최고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내벽이 헤카의 손을 단단히 조여 물고 또 간헐적으로 달라붙었다가 떨어지길 반복했기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샹들리에의 빛 아래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던 시스 황제가 다시 의식 저편으로 흐려져 버렸다. 포티스는 새빨간 얼굴로 헤카를 돌아보며 침을 삼켰다. 아직 잔잔하게 쾌감이 남아있었지만, 실론의 성기가 주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헤카의 눈치를 살핀 다음 손가락을 문 채로 몸을 돌려 직접 입구를 손가락으로 쭉 잡아당겨 벌렸다. 체액이 뒤섞인 분홍빛 내벽이 전부 드러났다.
“헤카님…. 여기, 여기에…. 넣, 넣어주세요…. 박아, 주세요….”
헤카는 잔망스럽게 구는 뮤를 언제나 장난감처럼 다뤄서 놀리는 걸 좋아했는데 이번만은 헤카의 성기가 뻣뻣해지면서 성욕이 일었다. 헤카가 포티스에게 올라타면서 만족스럽게 굵고 휘어진 발기된 성기를 꺼내 천천히 삽입했다. 성기가 내벽을 압박하자 포티스의 몸이 기쁨에 겨워 흠칫 떨렸다. 삽입만으로 쾌감이 한계까지 치솟아 포티스는 신음도 내지 못하고 헐떡이며 몸을 비틀었다. 헤카가 포티스의 허리를 붙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왔다. 좁은 내벽은 성기를 뿌리까지 받아 물었다. 내벽이 부풀고 쫀득쫀득해서 박으면 박을수록 기분이 좋을 거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엄청 조이네.”
교육 중인 것도 잊고 무심코 그렇게 내뱉은 헤카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오늘 자신은 뮤의 교육을 실패했다. 무어처럼 뮤의 꼬임에 빠지지 않고, 맡은 바를 다해야 했는데, 이 정도면 쉽게 성기를 내준 셈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야하게 구는데.’
분명 무어가 한소리 하겠지만, 헤카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머릿속에서 멀리 내던져버렸다. 지금은 포티스를 안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헤카가 허리를 움직이자 포티스가 발끝을 움츠리면서 성기를 쭈욱 빨아들였다. 포티스는 온몸이 버터처럼 금방 녹아버릴 것 같다고 느끼면서 헤카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흔들었다.
“좋아, 좋아요…. 좋아, 거기…. 기분, 좋아….”
그러면서 헤카님, 헤카님하고 손을 뻗어와서 헤카는 엉겁결에 그것도 붙잡아 주고 말았다.
‘정말…. 귀엽네. 이거.’
헤카는 입맛을 다시며 마음대로 안을 쑤셔 안쪽의 휘어진 내벽을 파고들었다. 포티스가 헐떡이며 자신의 마주 잡은 손을 꽉 붙잡았다. 절정에 오른 탓에 눈이 흐려져 있었지만 새빨간 얼굴도, 약간은 견디는 듯이 다물린 입술과 땀에 젖어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사랑스러웠다.
헤카가 내벽에 정액을 흘려보내자, 포티스는 부르르 떨면서 허리를 들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정액과 미드주를 흡수한 내장 기관은 두 번째 실론의 정액도 남기지 않고 전부 빨아들였다.
“아….”
머릿속이 핑 도는 현기증을 느끼면서 포티스는 가슴에 양손을 얹어놓았다. 분홍빛 유두가 거칠게 숨을 내쉰 탓에 빠르게 오르내렸다.
‘황제는 재밌는 장난감을 갖게 되었군.’
헤카는 비록 자신과 신분이 다르지만, 나이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시스 황제를 혼자서 편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포티스 안에 성기를 넣고 있자니 약간은 질투가 생겼다. 말을 잘 듣고 자신을 따르며 순종하는 동물을 싫어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