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헤카가 실패를 다 하다니.”
쳇, 하고 돌아보면 다음 차례로 포티스를 교육하기로 한 실론인 잔느가 묶여있는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밝은 청장발이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투명한 커튼처럼 하늘거렸다.
“아직 실패하지 않았어.”
아닌 척 대꾸했지만, 포티스의 반응만으로도 이미 정액의 쾌감을 느꼈다는 걸 파악 하는 건 쉬웠다. 사실 포티스가 울며 애원할 때까지 헤카가 사정하지 않아야만 하는 교육이었다.
“슬슬 넘기는 게 좋아요.”
“쳇.”
헤카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연회복을 추슬렀다. 파즈들을 상대하느라 환영 파티에 오지 못했던 게 후회되었지만, 헤카의 성격상 안 좋은 일을 오래 마음에 두지 않았다. 어차피 포티스가 제2기관에 있는 이상, 개인적으로 교육 시킬 시간은 있었다. 그는 성적인 허기를 마저 채우려고 얼음에 담긴 술이 놓여있는 테이블로 가버렸다.
잔느는 혼미해서 멍하니 누워있는 포티스를 내려다보며, 승마용 채찍으로 유두가 세워진 가슴과 통통한 배를 훑었다.
“헤카가 가르치지 못한 부분까지 내가 알려주겠어.”
그는 포티스에게 일어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허리가 뻐근하도록 정액을 받았고, 또 헤카의 두터운 주먹까지 받아들인 탓에 포티스의 몸에는 힘이 별로 없었다. 애써서 바르작거리며 겨우 소파에 앉자 누워있는 동안 고여있던 체액이 가죽 소파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금까지 반항적인 뮤는 거의 없었지만, 너는…. 아까처럼 굴었다간 팔다리가 잘리게 될 거다.”
쾌감의 여운에 빠져있던 포티스는 단번에 제정신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된다면 스스로 걸을 수도 없이, 아버지와 미츠의 행방을 찾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포티스가 움츠러든 걸 보고 잔느는 충분히 만족했는지 빙긋 웃으면서 무어의 도움을 받아 포티스를 한쪽 벽에 있는 기구 앞으로 데려갔다.
디아나로 만든 길쭉한 봉은 가로로 눕혀져 2m쯤 되는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가죽이 덧대어진 튼튼한 수갑이 있었다. 무어와 잔느는 포티스의 팔을 수갑에 넣고 채웠다.
포티스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잘 서지 못하고 벽에 기대면서 비틀거렸다. 잔느는 들고 있던 승마용 채찍으로 포티스의 등을 후려쳤다. 가죽을 무두질해서 만든 최상급 채찍이 허공을 가르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포티스의 등에는 순식간에 붉은 자국이 생겼다.
“……!”
포티스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묶여있으니 달리 피하지도 못하고, 잔느가 휘두르는 채찍질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아, 아파…. 자, 잘못했어요…!”
힘껏 채찍을 휘두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픔을 꾹 눌러 참던 포티스가 잔느를 돌아보며 애원했다. 그러나 잔느가 뮤의 정신을 무너트리는 교육을 담당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거듭해서 차분하게 채찍질을 할수록 기분이 좋아졌고, 오히려 빠르게 사죄하는 포티스가 못마땅했다.
“그걸로는 안 돼.”
연거푸 빠르게 공기를 가르는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포티스의 등과 허리를 채찍이 내리쳤다. 이미 달아오른 피부가 또 채찍에 닿으면서 피가 베어나왔다. 포티스의 머릿 속에는 채찍이 무섭다는 생각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잘, 잘못했어요…. 아파요, 제발 그만…! 부탁드려요…!”
“아직 불충분해.”
다시금 철썩이는 소리가 나도록 포티스의 허리에 채찍을 휘두른 잔느는, 손목이 뻐근해지는 걸 느끼자 다른 채찍을 집어 들었다. 가시처럼 뭉툭한 돌기가 기다란 채찍 곳곳에 돋아난 그것의 이름은 잔느가 좋아하는 로즈휩이었다.
시험 삼아 카펫이 깔린 바닥을 내리쳤더니 휘잉, 찰싹, 하는 좋은 소리가 났다. 잔느는 옅은 회색의 눈을 반짝이면서 뺨에 약간 홍조를 띄웠다. 침착하고 이지적인 외모의 실론인 잔느는 실은 섹스보다 고통을 주며 지배하는 것을 훨씬 좋아하는 S였다.
로즈휩이 몇 번 닿기도 전에 포티스의 등은 채찍 자국이 쭈욱 그어진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채찍을 한번 받아낼 때마다 벽으로 몸이 내동댕이쳐지다시피 했다. 팔, 다리를 부들부들 떨던 포티스는 따뜻한 액체가 발을 적시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줌을 흘리고 말았다.
잔느는 물웅덩이를 보고선 흡족해하며 채찍을 카펫이 깔린 바닥에 한 번 휘둘렀다. 찰싹, 하는 소리에 포티스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직 멀었어.”
“그, 그치만 이건, 섹…. 섹스가 아니잖아요…!”
포티스가 부들부들 떨면서 작게 항의하는 것을 들은 잔느는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포티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채찍의 손잡이로 포티스의 턱을 들어 올렸다.
“당연히 섹스가 아니야, 교육이지.”
“저, 저는 원하지 않아….”
잔느가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선 장미 향이 풍겼다.
“하지만 네 교육을 지시한 건 바로 시스 황제야.”
그 말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뮤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또한 사실상 교육이 맞기도 했다. 무어는 기본예절을, 헤카는 쾌감으로 뮤를 굴복시키고, 잔느는 육체의 고통을 통해 정신을 무너트리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다른 네 명의 실론들에게도 맡은 바가 다 있었다. 잔느는 더 이상 포티스를 상대하지 않고, 포티스의 등에 채찍질을 가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포티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황제 폐하가, 이걸 시켰다고….’
계속되는 채찍질에 포티스는 앓는 것 같은 신음을 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으읏…. 앗…! 하앗…!”
그건 마치 쾌락을 느끼는 도중의 신음하고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 잔느는 그 점을 충분히 느끼면서 허리 아래가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대로 로즈휩을 내던지고 포티스를 안는 것은 실론으로서 부끄러운 짓이었다. 또한 잔느는 욕구를 참았다 푸는 걸 즐기는 편이었다.
다시금 로즈휩의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채찍이 포티스를 후려쳤을 때, 포티스는 벽에 납작하게 처박혀 몸을 움찔거렸다. 기력이 빠지고 바닥에 쓰러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거의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충분히 좋아졌어.’
잔느는 적당한 시기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성기를 닮은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꺼내, 포티스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안으로 쭈욱 쑤셔 넣었다. 일렉트로시트 스틱은 소유자의 성기를 본떠 만든 것으로, 그건 잔느의 성기나 마찬가지였다. 스틱이 안쪽의 휘어진 내벽을 둥글게 따라 훑어 올라가자 잔느는 가벼운 기쁨을 느꼈다.
“하…. 앗…!”
아픔으로 인해 바싹 말라있는 내벽에 자잘한 전기 자극이 가해지자 포티스가 목을 뒤로 젖히면서 입을 벌렸다. 눈은 기절할 것처럼 풀려있었고, 입가에는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아, 앗….”
신음은 곧 이상하게 끙끙 앓는 듯한 소리로 바뀌었다. 잔느는 포티스의 얼굴을 찬찬히 관찰하면서,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삽입하는 것처럼 안을 지근지근 쑤셔 들락였다. 스틱이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포티스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그으…윽….”
포티스의 눈이 흰자위만 남긴 채 넘어가고, 경련을 일으키면서 그대로 소리 없이 기절했다.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타고 투명한 체액이 흘러내렸고, 내벽은 여전히 자극을 받는 듯이 스틱을 빨아들였지만, 정신은 흩어진 채 표류했다.
“제법 근성 있는 뮤야.”
보통 다른 뮤들은 채찍질을 시작하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데, 버티다 기절하는 건 차라리 장한 편이었다. 잔느는 솔직하게 칭찬하고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내부에서 돌리면서 천천히 빼냈다. 그리고 포티스의 체액으로 번들거리는 그것을 핥아 맛을 보고 포티스의 팔에서 수갑을 풀었다.
무어의 도움을 받아 포티스를 <복종의 침대>에 묶은 잔느는 장갑을 낀 손으로 포티스의 뺨을 매만져보았다. 그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마도 몸 안에 성기가 들어오면 금방 정신을 차릴 것 같았다. 뮤라는 건 언제나 실론과 수컷에 반응하는 존재였다.
“그건 준비되어 있나요?”
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곳의 엔지니어가 잘 돌보아주었네.”
잔느는 재밌어하며 쿡쿡 웃고는 줄을 잡아당겼다. 끝에 연결된 종이 딸랑딸랑 울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 로브를 입은 엔지니어가 태연한 얼굴로 머리가 세 개 달린 커다란 개를 가죽 목줄을 채운 채로 앞세워서 들어왔다. 마물인 케르베로스였는데, 혹시라도 실론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입에는 입마개를 채운 상태였다. 그래도 케르베로스의 다른 무기인 발톱은 건재해서, 눌리거나 찔린다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또 몸집 역시 미노타 일족처럼 커다랗고 단단했으므로 난폭하게 군다면 평범한 실론은 제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블라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룸 안에 떠도는 미드의 향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잔느에게 목줄의 끈을 넘겨주었다.
“발정기의 케르베로스랍니다. 여태 암컷을 만나지 못해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약간 거칠지도 몰라요.”
“그럼 격렬한 교미를 보게 되겠네요.”
잔느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끄덕이고 블라우에게서 발정기 암컷의 정수를 건네받았다. 오줌과 체액이 섞인 것으로 뮤의 몸을 적셔두면 마물의 흥분을 도울 수 있었다. 실론들의 관심이 케르베로스에게로 쏠리자 블라우는 나가기 전 잠시 포티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술을 마시던 헤카가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분명 자신의 차례가 너무 빨리 끝난 걸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프린스.”
이제 네 번째 교육이 시작될 참이었다. 프린스라고 불리운 청년은 이제 갓 20세가 된 실론으로 차분한 은발의 소년 같은 인상이었는데, 잔느에게 다가가 암컷의 정수가 담긴 병을 집어 들었다.
“케르베로스는 제가 데리고 있지요.”
검은 털가죽을 가진 마물은 노란 눈을 가늘게 뜨고는 각자 움직이는 세 개의 머리로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버티고 서서, 잔느가 줄을 잡아당겨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프린스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잔느가 모시는 제106궁을 차지한 황족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다만 이 공간에서만은 모두가 프린스로 통일하고, 평범한 실론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마물과 친밀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마물이라도 프린스의 곁에 오면 순종적인 생물이 되고는 했다. 프린스가 네 번째 교육을 맡아주고 나서는 마물을 이용한 교미가 훨씬 수월해져서, 모두들 젊은 실론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는 여러 번 해본 솜씨로 암컷의 정수가 든 병의 뚜껑을 열어 포티스의 성기와 입구에 충분히 집어넣은 다음, 남은 액체는 배에 뿌렸다.
잔느의 채찍질을 하는 단계에서 보통 정신을 잃기 마련인데, 이런 작업을 하는 입장에선 그편이 수월했다.
“응, 이제 이리 줘.”
잔느가 프린스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고 우아하게 케르베로스에게로 연결된 목줄의 손잡이를 넘기자 그가 앳된 얼굴로 살며시 웃었다.
“자, 이 앞에 네가 기다린 암컷이 있어.”
처음에는 머리를 낮추며 경계하던 케르베로스가 프린스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자 귀를 쫑긋 세우고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대로 <복종의 침대>에 눕혀진 포티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세 개의 머리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아마도 암컷의 정수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괜찮아, 무척 순하니까 널 거절하지 않을 거야.”
케르베로스가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갑자기 풀쩍 <복종의 침대>로 뛰어올랐다. 사뿐하게 내려앉은 케르베로스의 머리 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포티스의 다리 사이를 냄새 맡고 다른 머리들은 포티스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핥거나, 디아망 마크를 빨았다.
“으…. 응….”
완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는데도, 포티스가 희미하게 신음을 내며 몸을 비틀었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자극이 되었는지 케르베로스가 앞발로 포티스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그리고 허리를 낮추며 짐승의 것이 틀림없는 거대한 성기로 포티스의 다리 사이를 푹 찔러 올렸다. 원래 뮤의 내벽은 탄력성이 좋아서 얼마나 큰 성기라도 웬만하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마물의 성기는 귀두 끝부분이 조금 들어갔을 뿐인데 내부에서 좁은 통로에 걸리고 말았다.
“크르르릉….”
케르베로스가 세 개의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성기를 빼나 싶더니 다시금 힘껏 박아 넣었다. 포티스의 다리가 풀썩 들썩이고 이번엔 전체 성기의 삼 분의 일 정도가 들어갔다.
“후우.”
헤카가 입맛을 다셨다. 거의 보랏빛에 가깝고 힘줄 하나하나가 굵직하게 돋아난 짐승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분홍빛 입구를 보니 저절로 허리 아래에 신경이 집중되었다. 아까 자신이 포티스 안에 주먹을 넣었을 때의 촉감도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무어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으므로 젊은 실론들이 자신의 맡은 바를 잘하는지 살펴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수간에 흥미가 없었지만, 거대한 마물에게 압도되는 뮤를 볼 때면 역시 실론인지라 희미하게 흥분이 되었다.
잔느는 양손을 맞대고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프린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헤카가 실패했으니, 그보다 더 어린 프린스가 훌륭히 교육을 끝낸다면 뿌듯할 것이었다.
다른 실론들 역시 흥미롭게 케르베로스의 성기가 퍽, 퍽 하고 거친 소리를 내면서 포티스의 내벽에 쑤셔지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비록 포티스는 의식이 없었지만, 정신과 몸이 연결되어있어서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짐승에게 강간당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털가죽이 간지러웠고, 어깨를 누른 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있고, 성기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아파, 아파….’
허리로 전해져오는 충격이 끔찍했지만, 포티스는 꼼짝할 수 없었다.
“크르르릉….”
케르베로스가 포티스의 뺨에 얼굴을 갖다 댔다가 입맛을 다시고 다시금 성기를 퍽 쑤셔 박으며 자리를 잡았다. 입구는 피가 몰려 발갛고 팽팽하게 부풀었고, 케르베로스의 성기를 받아 찢어질 듯이 크게 벌어져 있었다.
케르베로스가 낮게 그르렁거리며 허리를 움직이자 포티스의 몸이 <복종의 침대>에 묶인 채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막상 성기가 들어오자 체액이 분비되는지 룸 안은 술병에서 풍기는 것 같은 깊은 미드 향이 퍼져나갔다. 케르베로스가 몸을 잔뜩 웅크렸다 펴면서 박을 때마다 찌걱, 퍽 하는 폭력적인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때, 자극되는 감각이 너무 컸던지 포티스가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잠시 꿈이 계속되는 건지 눈앞에 있는 커다란 형체를 보고 당황했다가 이내 어깨를 움켜쥐고 있는 짐승의 앞발을 보고 팔로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손발이 <복종의 침대>에 바싹 묶여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복종의 침대>는 원래 인구가 지나치게 적었던 과거에 편리하게 또 강제로 파즈를 임신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가구인데, 요즘엔 고문 기구처럼 여겨졌다.
“저리, 저리 가…!”
포티스의 목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졌다 했다. 포티스가 움직이는 걸 보자 흥분이 가중되었는지 케르베로스가 크게 울부짖으면서 성기를 끝까지 쑤셔 박았다.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자, 포티스는 분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나왔다.
“싫, 싫어….”
“암컷이 기분 좋게 해줘. 케르베로스.”
프린스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케르베로스의 앞발을 쓰다듬어주자 마물은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박는 속도가 서서히 느려졌다.
“하앗, 윽…! 아…!”
맨 처음에 놀랐던 것도 잠시, 포티스는 어느새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 실론의 성기가 아닌데도, 안을 찌르고 문지르고 휘어진 부근을 푹푹 누르는 게 기분 좋다니 믿을 수 없었다.
‘싫어, 마물하고 하는 건 싫어…!’
포티스는 적어도 신음이라도 멈추고 싶어서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천천히 움직인다 해도 마물의 움직임에 따라 몸은 크게 들썩였지만, 포티스에게도 오기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양손을 모으고 기대감에 차서 구경하던 잔느가 눈치 빠르게 그것을 알아채고 프린스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케르베로스의 정액을 뮤에게 넣어주지요. 적당한 타이밍이랍니다.“
프린스가 고개를 기울이며 케르베로스가 준비되었는지 반응을 살폈지만, 잔느가 다시금 권한 덕분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케르베로스의 앞발을 살짝 두드리면서 사정을 유도했다.
“너의 정액으로 암컷의 안을 채워줄 차례야.”
케르베로스는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 같은 낮은 신음을 몇 번 내더니 뿌리까지 들어간 성기를 확 잡아 뺐다가 다시금 휘어진 내벽을 푹 쑤시면서 곧장 왈칵왈칵 사정했다. 짐승의 정액이 비좁은 입구 사이로 줄줄 새어 나왔다.
“장해, 암컷이 기뻐하고 있어.”
프린스가 케르베로스의 앞발을 쓸어주며 성기가 수그러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뽁, 하는 소리와 함께 보랏빛으로 번들거리는 케르베로스의 성기가 빠져나왔다. 포티스는 그때까지 눈물을 글썽이면서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짐승의 앞발이 포티스의 몸에서 겨우 떨어지고, 프린스가 조심스레 목줄을 당겨 케르베로스의 주의를 끌었다.
“너는 2세를 가질 수 있을 거야.”
무어가 가볍게 박수를 쳤다.
“훌륭한 교육이었네.”
“표본 같은 모습이었지요.”
잔느 역시 드물게도 감탄하며 기뻐했다. 프린스는 살짝 쑥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종을 울려 블라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포티스를 돌아보며 한마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깜박이는 프린스의 눈동자에 선명한 디아망 무늬 동공이 돋보였다.
“방금 교육이 뭔지는 알아?”
포티스는 수치심을 참고 있었다. 실론하고 하는 것도 힘겨운데 마물에게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슬라임들에게 괴롭힘 받은 것은 가볍게 여겨질 정도였다. 프린스가 마침 들어온 블라우에게 케르베로스를 넘기고는 포티스가 누워있는 <복종의 침대>로 다가왔다. 그리고 시스 황제와 비슷한, 하지만 약간 청색이 감도는 은발을 쓸어넘겼다.
“…….”
포티스는 대답하지 않기로 결심한 상태여서 신체 중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고개를 슬쩍 돌려버렸다. 프린스가 낮게 한숨을 쉬며 어느새 케르베로스의 정액 덩어리와 피가 뒤섞인 액체가 흐르는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실론의 맨피부와 닿는 것만으로도 뱃속이 아려와서 포티스는 작게 참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마물과 교미했으니 너는 우리에겐 짐승이야.”
프린스의 손이 약간 벌어져 있는 입구를 부드럽게 매만지고 안쪽을 지그시 눌렀다. 포티스의 어깨가 파들파들 떨렸다. 포티스의 성격상,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혹시 이 말로 인해 자신이 더 가혹한 대우를 받게 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짐승이 아니에요, 뮤일 뿐이에요.“
헤카만이 소리 없이 감탄하며 이미 비어버린 잔을 들고 있었고, 무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프린스는 단단히 화가 나서 휙 하고 등을 돌리더니 소파에 오도카니 앉아버렸다. 양 주먹을 꼭 쥔 채였다. 잔느가 작게 탄식했다.
“아무래도 프린스도 실패한 것 같네.”
헤카의 말에 잔느가 발끈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훌륭히 해냈어요.”
“그렇담 뮤…. 포티스가 저런 소릴 해서는 안 되잖아?”
그때, 웃음소리가 들렸다. 헤카의 곁에서 내내 책을 읽고 있던 또 다른 실론은, 책을 덮으며 밤하늘 같은 감청색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리고 소파의 팔걸이에서 팔을 내렸다. 적당히 균형 잡힌 체격의 그는, 그림에서 나올 것 같은 미청년의 표본이었다.
“오히려 재미있지 않나?”
“아, 리비도 그렇게 생각해?”
헤카가 밝게 웃으며 리비를 향해 몸을 기울였지만, 그는 옆으로 빠져나가 피해버렸다. 그리고 헤카와 닿지도 않은 어깨를 가볍게 털었다.
“누구 차례에서 굴복할지 내기를 해도 좋겠는데.”
“이봐, 난 널 만지지도 않았다고.”
“됐으니 가서 술이나 마셔. 너는.”
리비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는 도구들을 향해 다가갔다. 리비가 좋아하는 건 감촉이 좋은 새틴 끈이었다. 원래 천이 부드러워 잘 묶이지 않는데,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단단히 옭아매지는 마법이 걸려있는 물건이었다. 보라색 새틴 끈을 한 다발 집어 들고 그가 포티스에게로 향했다.
포티스는 시선을 내리깔고 그들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육체의 쾌락과 정신의 고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복종의 침대>에 묶여있는 포티스의 구속을 풀었을 때, 조그맣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저…. 저하고도 내기를 해주시지 않을래요?”
리비는 오늘 처음 만난 실론이었고 조금밖에 파악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리비가 이 제안을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포티스는 기대를 걸었다. 그가 입가를 부드럽게 늘이면서 웃더니 포티스의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배에 붙여 누르고 허리와 몸통, 허벅지를 끈으로 천천히 묶었다.
“뮤하고 내기라…. 그래, 뭘 하고 싶지?”
그의 어조에서 포티스는 희망을 가졌다. 사실 리비의 태도는 절대적인 우위에 서 있는 실론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일 뿐이었으나, 실론일 때도 언제나 겸손하던 포티스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제가, 만약에…. 쾌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면, 교육을 그만둬주세요.”
“질 게 뻔한 내기인데, 그래도 하고 싶은지?”
리비는 침착히 포티스의 팔의 구속을 풀었다. 마찬가지로 호되게 채찍질을 당한데다, 수간까지 당한 상태여서 포티스의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그가 팔을 붙잡자 등의 상처가 심하게 아파오면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구역감이 들었다.
“윽….”
포티스의 눈이 흐려지는 걸 알아챈 리비가 헤카에게 도와달라고 지시했다. 아무것도 할 생각 없던 헤카는 머쓱하게 디아나 병에 담긴 찐득한 연고를 찾아왔고 곧 차를 준비했다. 그가 찻물을 부으면서 어이쿠, 하고 쏟는 소리가 포티스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자, 마셔.”
“으으….”
막상 만들어진 차는 미지근하긴 했지만, 맛이 진해서 먹을만했다. 입가에 차가 닿고 나서야 목이 말랐다는 걸 깨달은 포티스는 꼴깍꼴깍 차를 마셨다. 차가 입가를 타고 주륵 흘러내리는데, 리비가 그것을 손끝으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포티스를 살짝 안아 자신에게 기대게 하고는 등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찐득찐득한 연고는 순식간에 스며들었고 상처는 핏자국과 울혈을 남긴 채 아물어갔다. 교육을 할 때는 물론, 뮤와 관계를 가질 때 이 특제 연고는 필수품이었다.
포티스는 허벅지와 다리가 배 쪽으로 묶여있어 몸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리비는 신경 쓰지 않고 포티스를 안아 테이블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를 바로 눕히고, 양팔을 뒤로 붙잡아 묶었다. 다리가 벌어진 채로 묶여있으니, 입구는 훤히 드러났고, 달리 가릴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포티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침착해지려고 애쓰면서 포티스는 리비를 올려다보았다.
“내기는 수락하지.”
그리고 절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포티스를 칭찬하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쾌감은 참는다고 참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신음을 참는 데까지 참아봐. 그러면 네가 이긴 걸로 하지.”
“할 수 있어요….”
포티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론 중에 누군가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 바람에 리비가 희미하게 미소를 보였다가 이내 침착한 얼굴로 돌아갔다.
“아까 마신 차에는 미약이 들어있어.”
“……!”
마시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포티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 리비가 말을 이었다.
”농담이야. 하지만 진짜 넣었는지, 아닌지 궁금하겠지?“
그리고 묶여있는 포티스를 내려다보며 연회복 하의를 풀기 시작했다. 포티스는 뭔가 대답하려 했지만, 그가 곧 삽입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바싹 차렸다.
리비의 성기는 단순히 크기만 한 게 아니라 끝이 부드럽게 휘어져 굵은 힘줄이 드러나 모양이 훌륭했다. 그가 스스로 자신의 성기에 손을 대 발기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포티스는 어쩐지 외설적인 장면을 지켜보는 기분이 들어 시선을 살짝 피했다.
“한번 추측해봐. 이건 보너스 내기.”
그러면서 테이블 위에 몸이 접혀 누워있는 포티스의 몸통을 자신 쪽으로 끌어오더니 단숨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신음을 내선 안 돼…!’
포티스는 눈을 질끈 감으며 리비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케르베로스와 하고 난 뒤라서 엉망진창인 내부였지만, 뮤의 내장 기관은 보기보다 튼튼한 편이었다. 또 실론의 성기가 들어온 걸 몸이 느끼고 희미하게 체온이 오르면서 늘어져 있던 내벽이 조여졌다.
“…! …!”
포티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탓에 입술이 약간 짓무르면서 피가 맺혔다.
“내가 널 묶은 이유는, 넌 무엇보다 이 부분이 훨씬 중요해서다.”
리비의 손이 포티스의 디아망 마크가 있는 배에 닿았다.
“……!”
포티스는 생생한 리비의 손길, 성기의 감촉 같은 것 말고 다른 걸 생각하려고 했다. 그동안은 분명 실론과 손만 닿아도 금방 흐트러졌는데, 이번엔 가까스로 신음만은 참을 수 있었다. 포티스의 몸이 긴장으로 꿈틀거리면서 새틴 끈이 단단하게 조여져서 끈 양옆으로 피부가 부드럽게 눌렸다.
“너도 뮤라면 실론의 곁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겠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포티스가 시스 황제를 만나고 나서 깨달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
생각에 잠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리비의 성기가 힘차게 안을 찔러 드나들었고, 그때마다 포티스의 몸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처럼 출렁이며 들썩였다. 몸이 접힌 데다 묶여있어 피가 잘 통하지 않았고, 머리도 점점 몽롱해져 갔다.
그러나 포티스는 고개를 흔들면서, 점점 빠르게 들어오는 성기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신음을 참아냈다. 번들거리는 연결부에서 퍽퍽, 소리가 나면서 찔리는 도중에도 몇 번인가 입을 벌려 타액을 흘려도 포티스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용케도 참는군.”
리비가 포티스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포티스는 아픔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거친 숨을 진정시키려고 하면서 리비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흔들거릴 뿐이었다. 단단히 다문 입가에 동그란 핏방울이 맺혔다.
리비의 손이 포티스의 배와 가슴골을 문질렀다. 포티스의 몸이 경련하듯 파들파들 떨렸다. 안쪽의 휘어진 내벽을 거듭해서 찔러가자 포티스의 눈의 초점이 흐릿하게 풀렸다. 뺨과 목덜미, 그리고 성기를 포함해 온몸이 울긋불긋했지만 리비가 내벽이 뜨거운 정액을 사정할 때까지 포티스는 헐떡여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잔느와 리비가 교육할 단계쯤 되면 뮤는 쾌감과 체벌, 현재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며 정신이 무너져야 정상이었다. 정신이 무너진 뮤는 완전히 실론과의 관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이러한 교육이 필요 없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였다.
포티스의 내벽이 옴죽거리며 빠져나가는 성기를 붙잡았지만, 리비는 그대로 빼내고는 연회복을 단정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디아망 마크를 문질렀는데, 그럼에도 포티스는 움츠러들기만 할 뿐 입은 약속대로 꼬옥 다물고 있었다.
리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띠고 무어와 다른 실론들을 돌아보았다.
“실패입니다.”
“흥미진진한데.”
헤카가 히죽 웃으며 글라스에 술을 따랐다. 그의 뺨은 살짝 상기되었지만, 헤카 정도의 주당은 미드주로 쉽게 취하지 않았다. 리비는 헤카에게 대꾸하지 않고 무어를 응시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럴 건 없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포티스는 몇 초 늦게, 행위가 끝났다는 걸 알아챘다. 리비는 그를 풀어주지도 않아서 힘겹게 소시지처럼 묶인 상태 그대로였다. 포티스가 몸을 꿈틀거리자 배에 힘이 실리면서 살짝 다물려진 입구에서 공기와 함께 정액 덩어리가 부들부들 밀려 나왔다.
어쩐지 기억이 혼미했지만, 리비가 자신의 곁에 있지 않은 걸 보면 행위 자체는 완전히 끝난 것 같았다. 포티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너스 내기라는 미약도 차에 섞이지 않은 것 같았다. 리비가 크게 아쉬워하는 기색 없이 읽던 책을 집어 들자, 다음 차례인 신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앞에서 제대로 해주시지 않으니까, 교육이 잘 되질 않잖아요.”
“미안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리비가 순순히 인정하자 헤카가 쿡 웃음을 참았다. 신은 신경질적으로 새틴 끈의 매듭을 붙잡았지만, 포티스를 풀어낼 때는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잔느는 조용하고 다정히 프린스에게 말을 걸고 있었는데, 프린스는 토라져서 잘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둘을 보고 세간에서는 프린스가 제106궁의 파즈와 잔느 사이의 아이라는 나이 차이를 무시한 말도 안 되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묘하게도 어쩐지 둘은 형제라기보다는 부자에 가까운 사이 같았다.
“내기는…. 제가 이긴 게 아닌가요?”
포티스는 용기를 내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는데 신은 눈을 한번 깜박하더니 포티스를 응시했다.
“열심히 참았는데….”
“아무도 교육을 그만둔다고 약속한 적은 없어.”
차가운 대답에 포티스는 할 말을 잃었다. 포티스는 리비 쪽을 힐끔 노려보았다.
“그건 그냥 장난이지. 속다니 바보구나.”
포티스는 씁쓸하게 그렇네요, 하고 작게 대답했다. 그리고 가벼운 쇼크로 인해 몸을 살짝 떨고는 신이 다루는 대로 움직였다. 신은 내심 당황한 상태로, 은근히 눈앞에 있는 뮤에게 마음이 끌려 이 뮤가 자신의 교육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엄연히 다른 실론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포티스에게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설명 해주었다. 원래 그런 일은 하지 않게 되어있었다.
“넌 앞으로 아이를 낳게 될 거다.”
“네, 아이…? 그, 그치만 전, 생기지도….”
어쩐지 포티스가 볼을 빨갛게 물들이자, 신은 자신이 성희롱이라도 한 기분을 느끼면서 헛기침을 했다.
“아니 그야, 언젠가는 갖게 되겠지…. 어쨌든 지금, 가상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낳으면서 직접 자신의 몸이 어떤지를 배우는 교육이다.”
그러고 신은 곧바로 다리를 벌린 채 누워있는 포티스를 내버려 두고, 미노타 일족의 팔뚝만 한 촉수가 꿈틀거리는 작은 수조를 가져왔다. 말이 팔뚝이지 신처럼 평범한 신장의 실론이 들고 있으니, 마치 대왕 문어의 일부 같았다. 밤처럼 어두운 물속에서 절단된 촉수가 꿈틀거리며 나아갈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 마세요….”
겁을 먹은 포티스가 눈물을 글썽이는 바람에 신의 마음이 약해졌지만, 곧 침착을 되찾았다.
“몸이 손상되는 일은 없을 거다. 약도 있고, 엔지니어도 있어…. 오직 낳는 감각에 집중하면 돼.”
포티스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러한 의사 표현은 전달되지 못했다. 신이 수조에 손을 담가 굵직하고 힘차게 꿈틀거리는 그것을 꺼냈다.
촉수의 윗부분은 짙은 보랏빛, 바닥은 반투명하고 창백한 흰색이었다. 몸통은 통통했는데, 암컷이 낳은 알을 수컷이 품는 습성이 있는 것을 이용하여 일부러 산채로 사로잡아온 것이었다.
촉수가 놀라 알을 뱉어내기 전에, 신은 신속히 포티스의 배를 붙잡아 촉수를 쑤셔 넣었다. 촉수는 저항하려는 듯이 격렬하게 꿈틀댔지만, 체액에 닿자마자 몸을 둥글게 말더니 안으로 쑤욱쑤욱 들어갔다.
“앗…. 아…! 하앗….”
밑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촉에 포티스가 자신의 양손을 꽉 맞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신은 촉수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 전에 그 끝을 붙잡았다. 그러자 촉수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포티스의 내부에 알을 꿀렁꿀렁 배출했다. 촉수가 뱃속을 휘젓고 알을 하나씩 배출할 때마다 포티스의 배 표면이 울룩불룩해졌다.
“아, 싫…. 싫어…!”
신이 자꾸만 안으로 파고드는 촉수를 끌어당기면 알들이 퐁퐁 내장으로 들어갔고, 휘어진 내벽에 하나하나가 크고 둥근 알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적당하다고 판단되었을 때, 신은 포티스의 엉덩이를 붙잡고 억지로 촉수를 빼냈다. 촉수는 또다시 위험을 느끼고 나가지 않으려고 내벽의 살점을 물어뜯으며 버텼다. 그러자 포티스가 힘이 없는 팔로 겨우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이 뮤도 이제 무너지겠지.’
신은 그렇게 짐작하며 반항적으로 몸을 뒤틀며 자신을 물려 하는 촉수를 찰싹 떼어냈다. 그리고 검은 물이 찰랑이는 수조로 집어넣어 버렸다.
신은 포티스의 손을 가만히 잡아 디아망 마크가 보이도록 치우고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원래 뮤와는 일절 말을 섞지 않는 그였기에, 다른 실론들은 상당히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신으로서는 상당히 상냥하고 정중하게 포티스를 대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포티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는 걸, 신은 알지 못했다.
“몇 분 후면 알이 부화해서 새끼가 나오게 돼. 그 전에 알을 전부 배출하면 된다.”
“그, 그런….”
신이 포티스의 떨리는 손에 시선을 주면서 말을 이었다. 희고 가느다란 팔목이었다.
“알을 낳는다는 감각을 느껴. 그것이 네게 주어진 일이다.”
“무, 무서워요…. 그게, 안에…. 촉수가….”
포티스가 스스로의 팔을 감싸면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신이 기다렸다는 듯이 약이 든 유리병을 꺼냈다. 투명한 파란색 액체가 샹들리에의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이걸 먹으면 어떤 통증도 쾌감이 돼. 줄게.”
그러면서 신이 그것을 내밀었는데, 포티스는 두려움에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도 받기를 주저했다. 분명 약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아득하게 의식이 사라져서…. 그리고 깨어나면 완벽히 비참한 상태가 될 것이다. 포티스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먹고 싶지 않아요.”
신은 다시금 권하지 않고 약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포티스가 알을 낳기 쉽도록 그의 배를 살짝 눌러보았다. 말랑하고 납작했던 배는 부풀어 있었고, 내부에 단단한 무언가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자, 배출해.”
신의 말과 동시에 포티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몸에 힘을 주었다. 살며시 다물려있던 입구 부근이 불룩해지고, 부들부들 떨리면서 반투명한 알이 조금 보이더니 입구가 눌리는 감각에 포티스가 깜짝 놀라자 도로 쏘옥 들어가 버렸다.
“안돼, 제대로.”
다른 실론들은 대화조차 나누지 않고, 포티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포티스는 공포심에 부끄러움마저 뒤로했는데, 그들에겐 그것조차 재미있는 일이었다.
“으응, 윽…!”
포티스가 다시금 힘을 주자 입구가 널찍하게 벌어지면서 물렁물렁한 촉수의 알이 쭈욱 미끄러져 나왔다. 체액과 정액 범벅이 된 알은 테이블에 툭, 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하아, 하아….”
알로 인해 입구가 찢어질 듯이 벌려지던 순간, 포티스는 알을 내보내며 짧은 쾌감을 느꼈다. 그것이 혼란스러워서 망설여졌지만, 부화하기 전에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포티스는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힘을 주었다.
“으응, 앗…. 아….”
이제 포티스 혼자서 충분히 잘할 수 있었다. 신은 포티스의 배를 타고 올라가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주무르면서 유두를 손끝으로 쭉 늘여 잡으며 희롱했다. 쾌감은 이번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었다.
“읏…!”
유두가 순식간에 통통하게 세워지면서 포티스의 얼굴도 달아올랐다. 동시에 허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툭, 툭 하고 알이 배출되었다. 이번엔 알 두 개가 겹쳐져서 나오는 바람에 포티스는 타액을 주륵 흘리면서 쾌감을 견뎠다.
“하아….”
몸 안에서 생명이 있는 무언가를 배출하는 게 이런 기분일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이상해….’
하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포티스의 내장 기관과 입구는 포티스가 끙끙거릴 때마다 옴죽거리며 알을 뱉어냈고, 어느새 테이블에는 반투명한 알 대여섯 개가 쌓여있었다.
“으응…!”
포티스는 자신도 모르게 유두를 매만지는 손길에 스스로 부비면서 마지막 알을 쭈욱 하고 내보냈다. 그러고 나자 허전한 기운이 뱃속에 감돌았다. 크고 붉고 힘줄이 돋은 실론의 성기를 받고 싶어 목이 바싹 탔다.
“으읏….”
포티스가 배를 움켜쥐고 몸을 웅크리자 신이 포티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했어.”
포티스는 눈물이 맺힌 채 얌전히 추욱 늘어져 있었다.
신이 촉수의 알을 조심히 수조로 옮겼고, 다음 교육을 맡은 덩치가 큼직한 실론인 케이가 준비했다. 마지막은 체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뮤의 상태를 고려해 가벼운 마무리 교육이 될 참이었다. 뮤는 섹스를 하면서 실론을 만족시킬 의무가 있었기에, 마땅히 음란한 말도 다양하게 알고 있어야 했다.
케이는 차분하게 안경을 손바닥 끝으로 밀어 올리고는 교육용 도구와 물약을 가지고 포티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포티스에게 뭐라 말도 걸지 않고, 입을 막은 뒤에 다짜고짜 물약 병을 대고 털어 넣었다. 포티스는 눈물을 찔끔 삼키면서 화끈한 물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걸 느꼈다. 그것은 진실의 약으로, 복용한 사람의 기분을 남김없이 털어놓게 만드는 것이었다.
“으….”
약이 지나가는 뱃속마저 뜨끈뜨끈해져서 포티스는 혹시 이상한 약인가 싶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케이는 다짜고짜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꺼내 포티스의 입구에 푹 찔러넣었다.
“으읏…!”
내벽에 남아있던 체액들이 찔걱, 하고 입구 밖으로 튀고, 엉덩이를 적시며 테이블로 흘러내렸다.
“이제부터 네가 느끼는 걸 전부 말하면 돼.”
“…….”
포티스는 다리를 오므리고 싶었지만 케이에게 발목이 붙잡혀서 그럴 수 없었다.
케이가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작동시키자 짜릿한 전기 충격이 내장을 타고 올라갔다.
“아, 아파…!”
포티스가 허리를 팽팽하게 펴면서 히끅, 하고 신음을 냈다.
“아파, 으윽…. 하아, 윽…. 싫, 싫어어…!”
“어디가 어떻게 기분이 ‘좋지’?”
케이가 일렉트로시트 스틱에서 전기를 흘려보내기를 멈추고 안쪽의 깊이 휘어진 내벽을 들쑤셨다. 포티스의 양다리가 들썩들썩 흔들렸고, 구멍이 꽉 조이며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물었다가 조였다가 했다.
“아파아, 흐윽…. 아, 안쪽이 너무 좋, 아, 싫…. 싫어….”
케이는 잠시 고개를 기울이고는 다시 묵묵히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쥔 손을 움직여 포티스가 좋아할 만한 곳을 부지런히 찔러 드나들었다. 하지만 눈물 맺힌 눈을 감고 손끝을 움츠렸다 펴는 포티스는 내내 비슷한 말만을 띄엄띄엄 말할 뿐이었다.
“이렇게 조여대는데도?”
“싫…. 아앗, 윽….”
교육이 전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다. 보통 진실의 약을 마신 뮤는,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곧 박아달라고 조르게 되어있었다. 진실의 약은 원래 효과가 탁월한 고급 약물로 지금처럼 황족이 포함된 귀족 실론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약이 잘못되었을 리는 없었다.
“으윽, 싫…. 하아, 싫어…. 싫어어…. 윽, 아…”
‘포티스… 라고 했던가. 이 뮤는 정말로 싫어하는 것 같아.’
하지만 몸만은 성실하게 반응해서, 포티스는 허리를 비틀면서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성기처럼 받아들였다. 연결부에서는 찌걱찌걱, 하는 젖은 소리가 들렸다. 포티스의 신음은 이내 알아들을 수 없는 끙끙거림으로 바뀌었다.
“그만하면 됐어.”
이 말로 무어는 교육이 끝났음을 알렸다. 케이는 어쩔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빼냈다. 내벽의 살이 스틱을 조이면서 따라오다가 쪼옥, 하는 소리를 남기고 떨어졌다. 입구는 살포시 다물려있었지만, 체액이 흥건하게 흐른 상태였다.
“이번 일은 보고를 해야겠네.”
“누구에게 말인가요?”
잔느가 머리카락 끝을 손으로 꼬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제2기관의 관리를 맡은 건 라케티카지만 그가 주인인 것은 아니었다.
“우선 라케티카에게. 그리고 이 뮤는 황제의 것이기도 하니, 그를 통해 알리기로 하지.”
“일주일 밤낮 가둬놓고 몸으로 ‘교육’시키면 달라지지 않을까?”
헤카의 의견이었는데, 그걸 들은 리비가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렸다. 헤카가 가볍게 리비의 어깨를 떠밀었다.
“웃지 말고.”
“네가 할만한 발상이다 싶어서.”
“어쨌든…. 저희는 하는 데까지 했다고 생각해요.”
신이 신중하게 의견을 내놓았고, 케이도 동의를 표시했다. 무어는 그들의 의사와 자신의 생각이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았다.
[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