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9화 (9/26)

황제의 아이를 가져야 합니다 2권

9

하급 엔지니어에 의해 옮겨진 포티스는 밤새 끙끙 앓았는데, 다음날이 되어서는 상처와 몸의 피로가 많이 가신 상태였다. 엘과 키가 약을 바르고 돌봐준 덕분이었다.

포티스가 혼자 씻고 싶다고 했으므로 엘과 키는 포티스에게 뜨거운 물과 수건, 그리고 긴 목욕을 하면서 먹을 햄 치즈 샌드위치와 레모네이드를 두고 갔다. 포티스는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욕조에 잠겨있었다. 막연히 물속에서 색이 변한 이터너티 꽃을 집어 들고는 어제의 일을 잊어버리려고 애썼다. 일곱 명의 실론에게 완벽히 희롱당했고, 또 오늘 밤엔 시스 황제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

포티스는 초조한 마음에 꽃잎을 손끝으로 매만지다가 그대로 손을 힘없이 물속으로 떨어트렸다.

아버지는 어디로 보내지신 걸까? 디 오르의 사막이 있는 서쪽이나 차가운 얼음 성이 있는 북쪽만은 아니길 바랐지만, 보통 유배가 된다면 이 둘 중의 하나였다. 무시무시한 마물과 깊은 숲이 있는 동쪽도 좋지는 않았는데, 적어도 황궁에서 가까웠다.

포티스는 제2기관도 황궁 내부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자유 시민들이 다닐만한 곳에 세워질 건물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그들이 호기심에 제2기관에 들어와서 귀족들이 뮤를 능욕하며 즐기는 모습을 본다면 단숨에 신뢰를 잃을 테니까.

‘미츠가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척박하고 황량한 유배지도 그나마 견딜만할 것이었다. 하지만 라케티카는 아버지의 소식을 알면서 어째서 대역죄 혐의를 받는 미츠의 행방을 모르는 것일까? 라케티카가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은 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여겨졌다.

포티스는 손수건을 물속에 넣고 공기를 불어 넣어 둥글게 만든 것을 꾹 눌러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게 했다. 이 모든 의문은 시스 황제에게 물어본다면 전부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대답할지 어떨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케이지드에슈에 있을 때와 약간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그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바뀐 걸까?

포티스는 다시금 손수건에 공기를 채우고 물속에서 꾹 누르기를 반복했다.

생각은 흘러, 많은 실론들을 만났으니 그중에 원래 자신을 아는 사람도 있었을 거라는 부분까지 생각이 미치자 포티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에스파렌스와 섹스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충격인 사건이었다. 포티스의 목덜미에 소름이 올라왔다.

‘에스파렌스…. 괜찮을까?’

그렇게 아무리 고민해도 혼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포티스는 얼른 물속으로 몸을 푹 담갔다. 포티스의 룸에 찾아올 상대는 많지 않아서 아마 엘이나 키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벌건 자국들을 보이는 건 부끄러웠다.

“들어오세요!”

포티스가 말하자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하급 엔지니어 중의 하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저예요.”

“어서 와요, 키…. 아직 목욕을 다 마치지 않았는데요.”

포티스가 허둥지둥 반투명한 비누를 집어 들자 키가 고개를 저었다.

“블라우님이 포티스를 만나고 싶대요, 목욕이 끝나면 요리할 준비를 하라고 하셨어요.”

“갑, 갑자기요…? 저는 요리를 전혀 못 하는데….”

포티스가 쩔쩔매면서 물에 빠진 비누를 찾으려고 하자 키가 활짝 웃었다. 그리고 포티스의 곁에 다가와서 물에 손을 넣으려고 했다. 포티스는 기겁하면서 얼른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찾았어요….”

혹시라도 피부가 닿거나 민감한 곳이 스친다면 아무리 얌전한 인상의 키라도 결국 성욕이 일 것 같아서 포티스는 극구 사양하며 거품이 흐르는 비누를 집어 들어 보였다.

“아, 다행이다.”

그리고 무슨 용무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태도로 포티스의 욕조가 놓여있는 바닥 옆자리에 무릎을 감싸면서 앉았다.

“목욕 끝나면 몸단장 도와드릴게요.”

“고마워요.”

포티스가 해면을 열심히 움직여 몸을 닦았다. 그런데 키로부터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서 그걸 모른 척하기가 어려웠다.

“혹시….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

“아, 그냥,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어요.”

포티스는 빙긋 웃었다. 종종 자신의 동생인 미츠도 대화를 시작할 때 뭘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라고 하면서 포티스가 잠자코 들어주면 이야기를 꺼내놓곤 했다. 피아노를 잘 치고 예술가 기질이 있어 책을 좋아하는 미츠는 어쩌면 엔지니어와 상당히 비슷한 타입일지도 모른다.

“그럼 제가 듣기만 하는 건 어때요?”

“그건….”

키가 곤란해하자 포티스는 자신에게 뭔가 묻고 싶은 게 있다는 걸 분위기로 알아챘다.

“뭐든 물어봐요, 제가 아는 거라면 알려드릴게요.”

포티스가 상냥하게 말하면서 수건을 집어 들자 키가 얼른 다가와 커다란 수건으로 등을 감싸주었다.

“포티스는…. 저기…. 누굴 좋아한 적이 있어요?”

“아….”

하필이면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였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하고 나니 곧장 자신이 쥐고 있는 반지의 감촉이 느껴졌다.

“……. 있었어요.”

“포티스처럼 다정한 뮤는…. 실론이었을 때도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아요.”

키의 호응에 포티스는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까, 하고 망설이다가 그냥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그런데 키가 먼저 불쑥 이렇게 말을 이었다.

“실론이 실론을 좋아하는 건 역시 이상할까요?”

그제서야 포티스는 키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분명 그렇다면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실론과 실론은 맺어질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론과 파즈, 그리고 실론과 뮤보다도 드문 조합이었다.

포티스의 대답이 늦어지자 키가 추욱 쳐지는 기색으로 어깨를 늘어트렸다.

“역시 조금 그렇죠.”

“아…. 아니에요, 좋아할 수도 있죠. 단지 힘들겠다 싶어서….”

“실론끼리 좋아하는 것보다는 한쪽이 뮤가 되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그 말에 순간 포티스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키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수건으로 몸을 가린 채로 키를 향해 돌아서고는 그의 어깨를 붙잡으려다가 서둘러 손을 내렸다.

“그런 생각하면 좋지 않아요, 키도 연구하고 싶은 대상이나 목표가 있어서 엔지니어가 되었을 텐데, 뮤가 되면 그것도 할 수 없게 돼요.”

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짧게 네에, 하고 대답했다. 납득하는 기색이 아니었지만, 포티스는 뮤의 고통이나 힘듦을 토로해도 별로 그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잠자코 키가 내미는 옷을 받았다.

저번과 같은, 뮤가 입는 튜니카에 짧은 앞치마와 머리에 다는 리본 장식이 세트였다. 흰색의, 실론용이 아닌 속옷 같은 것도 한 장 있어서 포티스는 단순히 속옷을 입을 수 있는 사실에 기뻐하며 얼른 다리를 집어넣었는데, 입고 보니 엉덩이 부근이 하트 모양으로 뚫려있었다.

“엄청 파렴치한 옷이네요.”

키가 웃으면서 말한 덕분에 포티스도 같이 웃을 수 있었다. 등 뒤의 단추를 전부 채운 다음 포티스는 준비된 구두를 신었다. 신발 뒷부분이 뾰족하고 높은 의장용 구두였는데, 이것도 실론의 것처럼 뒷굽이 넓은 것은 아니었다.

“걷기 좀 힘들겠어요….”

“그치만, 블라우님이 반드시 갖춰 입으라고 하셨어요.”

포티스도 딱히 입지 않을 생각은 없었는데, 어쩐지 키의 시선에서 부러운 듯한 기색이 느껴져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가 좋아하는 실론은 블라우일지도 모른다. 포티스는 블라우를 조금 무서운 실론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이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서 포티스는 로브로 가려진 키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이 옷이요, 엄청 야해도, 촉감이 좋아요…. 한번 입어볼래요?”

키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엔지니어였고, 파란색 로브 아래에는 튜니카 외에 다른 의복을 입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치만, 블라우님이 포티스에게 주신 옷이고…. 또 늦어지면 혼날 텐데….”

“그건 괜찮아요! 입는다고 닳지도 않잖아요, 키는 체구가 작으니까 저보다 잘 어울릴 거예요.”

포티스는 170cm가 넘었지만, 키는 그것보다 5cm는 더 작고 어깨도 가녀렸다. 포티스는 얼른 튜니카를 벗고 그것 외에는 단 한 벌뿐인 목면 가운을 대충 걸쳤다. 목면 가운은 포티스의 가느다란 발목을 덮을 만큼 헐렁했다. 포티스는 이미 머리에 장식했던 리본 끈도 풀고, 구두도 벗어 키의 앞에 놓아주었다.

“기분 전환해요, 어서 입어보세요.”

키가 살며시 미소 지으면서 파란색 로브의 여밈을 풀었다. 그저 동생을 돌보는 흐뭇한 기분으로 키가 갈아입는 걸 응시하고 있는데, 문득 속옷 차림이 된 그를 보고는 깜짝 놀라 시선을 피했다. 적나라한 속옷 라인이 안쪽에 있는 성기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상당히 커다랗다고 느껴져서 포티스는 얼른 자신의 뺨을 톡톡 때렸다.

‘동생이나 다름없어!’

기쁘게 튜니카를 입은 키는 포티스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뒤에 단추 채워줄래요?”

“그, 그럴게요!”

포티스는 얼른 다가가 키의 몸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했다. 성기를 의식한 순간 다리 사이로 축축한 무언가가 배출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까이 있자니 그가 체액 냄새를 맡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단추를 채우는 포티스의 손이 느릿느릿하자 키가 돌아보았다. 밝은 보라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싱그러웠다.

“왜 그러세요?”

“아니에요, 그냥 손이 꼬여서요…. 리본도 달아줄게요.”

포티스가 허둥지둥 침대에 앉은 키의 머리카락에 리본을 묶는 동안 그는 가만히 포티스를 지켜보았다.

“다 됐어요.”

키가 포티스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옆에 앉혔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포티스를 침대로 확 끌어당겨 눕히고 포티스의 상체를 결박하듯이 손목을 내리눌렀다. 포티스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

“아, 저, 저기….”

“어때요…? 귀여워요?”

“귀, 귀여워요….”

어째서 키의 시선이 뜨겁게 느껴지는지 포티스는 알 수 없었다. 메이드복을 입은 키는 정말 파즈처럼 보였지만, 그는 완벽히 실론처럼 행동하며 포티스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좋은 냄새…. 미드 향이 나요.”

아닌 게 아니라 포티스의 다리 사이는 이미 젖어 있었다. 말려 들어간 가운에 얼룩이 보일 정도였다.

포티스는 애써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자신보다 작은데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키가 빙긋 웃었다.

“뮤는 실론에게 이길 수 없어요, 몸에서 힘이 저절로 빠지거든요.”

“그…. 그건, 불공평해요….”

키는 다른 실론을 좋아하는 중이니까, 어쩌면 자신을 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포티스가 얼른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몸을 떼어내지 않고 오히려 가운을 살며시 들치더니 그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포티스의 유두를 가만히 매만졌다.

“으응….”

한 번의 손길로 바로 신음이 나올 만큼 쾌감이 일었다. 키는 약간은 무심한 듯이 포티스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서툴게 손을 움직였다.

“재밌어요…. 뮤의 몸이라는 거.”

키의 손에서 명백히 의도가 느껴져서 포티스는 끙끙 앓으면서도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치만, 키는…. 좋아하는 실론이 있잖아요!”

“네?”

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헤헤, 하고 웃어버렸다.

“아, 그건…. 오해예요, 이번에 제가 맡은 논문의 주제인걸요…. 어째서 실론에게 이끌리는 실론이 존재하는가, 말이에요.”

그리고는 포티스가 대답하기 전에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전 좋아하는 실론이 없어요, 언젠가 파즈와 결혼을 해야죠. 평범하게…. 뮤에게도 관심이 있답니다.”

“그…. 그래도…. 뮤의 의복 같은 것도 좋아했잖아요….”

포티스가 어쩔 줄 몰라 하자 키가 천사같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취미예요…. 전 변태거든요.”

“아….”

가벼운 쇼크와 함께 어쩐지 동생과 관계를 맺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포티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키가 손으로 부드럽게 포티스의 뺨을 매만졌다. 혹시 섹스를 하지 않는 걸까? 하는 기대를 갖는 순간 키는 포티스의 가운을 활짝 벗기고 가슴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 읏…. 안돼…. 으응….”

“포티스는 정말 귀엽네요.”

키가 포티스의 유두를 살짝 깨물면서 혀끝으로 둥글게 감싸며 빨아들였다. 포티스의 허리가 저절로 들어 올려졌다. 키는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 젖은 채로 달라붙은 가운을 떼어내며 살펴보았다. 디아망 마크가 선명한 보랏빛을 띠었고, 가쁜 숨 탓에 배와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이제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요.”

“정말로, 꼭 하고 싶어요…?”

포티스가 주저하면서 묻자, 키는 다정하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포티스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리본 장식이 허벅지에 닿아 간지러웠다. 키가 디아망 마크를 문지르면서 입구에 입술을 대고 내벽을 빨아들이자 체액이 꿀렁꿀렁 키의 입으로 쏟아졌다. 키는 살짝 다물린 입구를 혀로 갈라 안으로 넣어 체액을 떠내듯이 빨아 마시고, 입구 주변을 손으로 문질러 애무했다.

“읏, 으응….”

“어머니와 섹스를 하는 기분이에요. 포티스는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이니까….”

포티스가 귀까지 빨갛게 돼서 작게 비명을 질렀다.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는 기껏해야 동생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동생하고는 해보고 싶었다는 거예요?”

키가 킥킥 웃으면서 내벽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고 다시 밀어 넣으며 내벽의 주름을 폈다. 포티스는 혼미해지는 와중에도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못, 못해…. 그러니까, 으응…. 읏, 그, 그만….”

“저는 할 수 있는데…. 기분 좋잖아요?”

입술에 묻은 체액을 손등으로 스윽 닦은 키가 몸을 세웠다. 짧은 뮤용 튜니카는 빳빳하게 발기된 성기 탓에 앞이 살짝 들려있었다.

“너무해…. 키하고는 이런 건, 안 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은 포티스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그렇게 중얼거려도 키는 오히려 재미있어할 뿐이었다.

“이제 다 나았으니 손대지 않을 이유도 없죠,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뮤잖아요. 얼마나 맛있는지…. 저도 궁금해서.”

키가 성기를 꺼내고, 일부러 애태우듯이 입구에 대고 꾸욱 문질렀다. 미끈거리며 들어올 듯 말 듯한 압박감에 포티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아, 아앙….”

저절로 그런 신음이 나오는 바람에 포티스는 황급히 시트에 얼굴을 파묻었다. 새빨갛게 된 목줄기가 드러나자 키는 울혈이 남은 피부를 덧씌우듯 잘근잘근 깨물었다.

“하아, 하아….”

“넣을게요, 정말로.”

“자, 잠깐…!”

포티스의 말은 금세 신음으로 바뀌었다. 두툼한 성기가 들어오려다 살짝 걸리는 바람에 포티스는 끙끙거리며 시트를 꽉 붙잡았다.

“아앗, 아….”

“엄청 좁고, 조여요.”

“읏, 안돼…. 안…. 아앙….”

열심히 저항하던 포티스는 끝까지 들어온 성기의 감각에 결국 지고 말았다. 따뜻하고 힘줄이 돋은 성기가 안을 헤집는 게 기분이 좋았다.

“후우, 으응….”

포티스가 허리를 들어 올려 성기가 잘 드나들 수 있도록 흔들었다. 키는 약간 참는 얼굴이 되어 홍조를 띤 채로 포티스의 입술에 뽀뽀했다.

“으읏, 응…. 하앙….”

젖은 연결부가 마찰되면서 질척질척한 소리가 룸 안에 퍼졌다. 키는 포티스의 입안에 혀를 넣으면서 거칠게 안을 헤집었다. 포티스의 입에서 작게 비명이 새어 나왔다.

“앗, 아…! 살, 살살 해줘…. 읏…!”

그러나 키는 서툴지만 거침없는 몸짓으로 내벽을 깊이 파고들 뿐이었다. 포티스는 자신의 다리를 키의 가느다란 허리에 감으면서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하앗, 하아….”

키가 작게 소리를 내면서 정액을 내보냈다. 큼직한 성기가 들어와서 볼록해진 배에 정액까지 더해지자 포티스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소리 없이 절정에 달했다. 키는 웃는 얼굴로 포티스의 가슴에 다시금 얼굴을 파묻으며 뽀뽀했다.

“즐거웠어요, 어머니.”

키가 포티스를 살짝 놀리면서 밝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포티스는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정액을 흡수하느라 현기증이 일었는데, 키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먼저 일어나 자신이 입은 옷을 살펴보았다.

“뮤는 부럽네요, 귀여운 옷을 마음껏 입어도 되고.”

하지만 포티스는 아까 자상하게 말하던 모습과는 달리 약간 토라진 채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나도 안 좋아요….”

그로부터 십오 분 후, 포티스는 다시금 블라우가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섹스한 뒤로 체액이 멈추지 않아서 닦아냈는데 그때마다 키가 대신 닦아주겠다고 장난을 치는 바람에 블라우가 오라고 한 시간보다 늦어지고 말았다.

원래 말수가 적고, 소심하게 굴었던 건 낯가림이었는지 키는 열심히 포티스를 희롱하고 즐거워했다. 그 모습이 커다란 강아지 같아서 포티스는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하고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블라우님이 화내시면 어쩌지….’

사실 지각과 별개로 이미 블라우가 차갑게 굴지도 모른다고 포티스는 마음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분명 어떤 요리를 해도 태우거나, 눌어붙게 만들 것 같았다. 포티스가 만들 수 있는 건 목면에 싸서 마시기 쉽게 우리는 초콜릿 차가 전부였다.

그렇게 걱정하는 사이 어느새 블라우의 키친 앞에 도착해있었다. 포티스는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똑똑 노크를 한 다음 문을 열었다.

“자, 이리와. 착하지.”

밝은 목소리가 룸 안에 울려 퍼졌다. 파란색 로브를 갖춰 입은 블라우가 반려동물을 다루듯이 촉수를 돌보고 있었다. 갑자기 마주친 마물의 모습에 포티스는 뻣뻣하게 굳어 문가에 바싹 기댔다.

“블, 라우님….”

“왔구나, 제법 늦은 것 같은데?”

블라우가 포티스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해서 포티스는 쩔쩔매면서 양손을 마주 잡았다.

“죄송해요, 조금 사정이 있어서….”

“그래, 솔직하게 사과하는 편이 좋아…. 그런데, 어제 교육을 받지 않았어?”

블라우가 쌀쌀맞은 태도로 포티스를 힐끔 돌아보았다. 손은 여전히, 몸통 위에 가느다란 파란색 촉수들이 뻗어 나온 마물인 페노메나를 쓰다듬고 있었다. 페노메나는 블라우의 팔에 촉수를 두르고 끈끈하게 달라붙어 또 다른 촉수를 휘두르며 위협했지만, 블라우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배…. 배웠어요.”

“그럼 해야지.”

블라우가 페노메나를 안은 채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포티스는 페노메나를 경계하면서 조심조심 다가가 블라우의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블라우님을 뵙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펠라티오를 해도 좋다는 신호여서, 포티스는 그의 파란색 로브의 여밈을 풀고, 튜니카가 드러나도록 했다. 성기는 아직 발기되지 않은 상태였다. 포티스가 튜니카를 걷어 올리자 블라우가 옷을 여며 튜니카가 들춰진 상태로 고정했다. 블라우의 성기는 색도 밝고 모양도 단정해서 발기 후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포티스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는 그의 성기를 받쳐 들고 얼굴을 갖다 댔다. 입안에 담고 빨아들이면서 고환을 문지르면 성기가 조금씩 조금씩 부풀었다. 포티스는 어서 성기가 입안 가득 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기둥을 쭉 핥고 귀두를 꼼꼼히 빨았다.

“으응, 착하지. 넌 촉수가 매끈매끈하구나.”

점점 발기가 되고 있는데도, 블라우는 포티스에게 무심한 채 페노메나를 쓰다듬고 있었다. 키친 안의 한쪽 구석에는 페노메나가 가득 있고 디아나로 된 칸막이로 막아두었는데 바닥을 질척이면서 미끄러지듯이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서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주고 말았다. 그러자 그것을 알아챈 블라우가 포티스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페노메나는 신경 쓰지 말고, 집중해.”

“으븝, 네에….”

포티스가 볼이 불룩해지도록 성기를 입에 담자 성기의 표면에 힘줄이 불끈 돋았다. 블라우의 뺨에는 홍조도 생기지 않았지만, 이런 반응으로 보아 그가 흥분하고 있기는 한 것 같았다.

포티스가 받은 교육에서 첫인사인 펠라티오는 아주 중요했다. 상대 실론의 기분을 좋게 하고, 또 덤으로 포티스도 기분이 좋아지면서 좋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이었다. 포티스는 자신도 모르게 어제 몸으로 배웠던 교육을 떠올리면서 블라우가 기분이 좋도록 입으로는 열심히 빨면서 손으로 고환과 기둥을 열심히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포티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뮤의 일에 당황하면서도 약간은 익숙해지고 있었다. 힘줄에 손이 닿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포티스가 힐끔 올려다보면 블라우의 호흡이나 얼굴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이 잘하지 못해서인 걸까, 하고 걱정이 든 찰나에 입안에서 성기가 갑자기 불끈거리며 정액을 내보냈다. 당황한 포티스가 성기를 놓치면서 입을 벌리자 정액이 툭툭, 흘러내렸다.

“아…. 죄, 죄송해요, 제가 서툴러서….”

포티스는 서둘러 입가를 문질러 정액을 핥아먹고는 다시 성기를 쥐려고 했지만, 블라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됐어. 왜 서투르다고 하지? 충분히 좋았는데.”

블라우가 칭찬을 할 거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포티스의 뺨에 홍조가 돌았다. 블라우는 심지어 살며시 미소를 보이기까지 했다.

“실론이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할 것, 이라는 부분도 배웠지?”

포티스가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요리를 하라는 지시라고 생각하고 포티스는 양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에…. 하지만, 저어…. 실은 요리는 전혀, 하지 못해서요…. 분명 도구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 거예요….”

그러자 블라우가 하하, 하고 소리를 내서 웃더니 안고 있던 페노메나의 촉수를 매만져주었다.

“상관없어.”

그리고 페노메나가 갇혀 있는 부근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말을 이었다.

“너는 요리를 하지 않아도 돼, 요리가 되는 건 너니까.”

“네…?!”

이상한 걸 떠올린 포티스의 얼굴이 파랗게 되면서 살짝 물러서자, 블라우는 손을 내저으며 설명했다.

“널 먹는 건 맞지만, 식인이 아니야….”

“그, 그러면 저번처럼…. 음식을 몸 위에 올리나요?”

이번에도 블라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설명 대신 직접 보여주려고 생각한 듯이 포티스에게 말했다.

“페노메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봐.”

“저, 저…. 마물에게 금방 당하고 말 거예요….”

블라우가 그런 건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라고 하는 거야, 어서 가. 포티스.”

“알…. 알겠습니다.”

산 채로 페노메나에게 잡아먹히는 건 아닐까? 포티스가 두려워하면서 조금씩 페노메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걸어 다니던 페노메나들은 다른 생물이 다가오자 디아나로 가로막은 망 안쪽에서 이쪽을 향해 촉수를 뻗었다.

“혹시…. 얘네가 절 맛있는 먹잇감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블라우가 태평하게 페노메나의 통통한 몸통을 두드려주었다. 검은색 점무늬가 창백한 빛을 띠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그러니 한번 시험해보려고.”

포티스가 한 가지 무서워하는 게 있다면, 바로 촉수 생물이었다. 벌레나 동물이 각자 생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외형을 보고 더 호감을 갖거나, 싫어하지 않는 포티스였지만 촉수만은 손이 많고 또 긴 것이 무서웠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 호수 근처에서 촉수가 다리에 엉겨 붙었던 게 이유인 것 같았다.

“으으…. 그, 그치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주저하면서 돌아보자 블라우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페노메나들의 머리를 좀 쓰다듬어줘.”

길쭉한 몸통에 촉수 다발이 나와있는 게 전부인 페노메나의 머리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포티스는 마지못해 디아나의 철망에서 두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페노메나의 위쪽으로 손을 뻗었다. 페노메나들은 일제히 촉각을 세우고 굳어있다가 포티스의 떨리는 손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자 긴 촉수를 뻗어 포티스의 몸을 휘감아 자신들 쪽으로 끌어당겼다.

“시…. 싫어!”

페노메나들은 순식간에 포티스를 철망 안쪽으로 끌어왔다. 포티스가 당황해서 바둥거릴수록 오히려 점점 더 강하게 옭아맸다.

“으으…. 싫, 싫어….”

찐득찐득한 감촉이 포티스의 허벅지 사이를 훑었다. 페노메나의 촉수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튜니카를 들치고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린 속옷에 접근해 입구 안으로 촉수를 밀어 넣었다. 독을 뿜을 수 있는 촉수 끝이 몸 안을 날카롭게 훑어 들어와서 포티스는 뻣뻣하게 굳은 채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들어오면, 안돼….”

그러나 매끄럽고 뾰족한 촉수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안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포티스의 내벽은 어느새 자극 덕분에 촉촉하게 젖었고, 촉수를 타고 투명한 체액이 흘러내렸다. 촉수는 안쪽의 휘어진 내벽으로 다가가서 여럿이서 몸을 뭉치더니 꾹꾹 누르며 파고들었다.

“하앗, 앗….”

포티스는 바닥에 누워 다리를 벌린 채로 허리를 들썩였다. 뮤용 튜니카가 펄럭이고 하트 모양으로 뚫린 구멍 사이로 번들거리는 입구에 성기처럼 꽂혀있는 촉수의 관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페노메나들은 포티스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매끄러운 피부를 촉수로 둘둘 감기도 하고 튜니카를 들쳐 분홍빛 유두를 촉수의 끝으로 건드리기도 했다.

“살, 살려주세요…!”

포티스가 몸을 떨면서 외치자, 블라우의 무릎에 있던 페노메나가 반응해 촉수를 까닥였다.

“블라우님…!”

“불렀어?”

블라우가 페노메나를 포티스가 있는 디아나 철망 안으로 넣어주면서 포티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눈에 띄도록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포티스를 응시했다.

“즐거워 보여.”

“아, 아니요, 저…. 무서워요! 먹힐 것 같아요….”

그러나 포티스의 말은 끝이 흐려지면서 약한 신음으로 변했다. 촉수의 관이 움찔거리며 내벽을 파고들며 지근지근 찔러댔다.

“핫, 아…. 하앙….”

성기로 건드려지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마물인 데도 기분이 좋아진다니 이상했다. 하지만 포티스는 쾌감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지 못했다.

포티스가 타액을 흘리면서 끙끙거리다가 결국 다리를 움츠린 채 허리를 살살 흔들었다. 뮤란 역시 짐승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블라우가 포티스의 허벅지를 툭 건드리자 다리가 그대로 확 벌어지면서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분홍빛 입구가 드러나고, 포티스의 허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자, 일어날 시간이야. 포티스.”

그가 절정에 달했다고 판단한 블라우가 포티스에게 지시했다. 그의 목소리가 꼭 꿈결 너머에서 들리는 것 같았지만, 포티스는 애써 눈을 깜박이고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페노메나들의 촉수는 여전히 몸 안에서 빠져나갈 생각이 없이 포티스의 몸에 더 끈끈하게 달라붙을 뿐이어서, 포티스는 신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일, 일어날 수가 없어요….”

“그래?”

하지만 블라우는 딴청을 피우면서 포티스의 곁에서 떠날 것처럼 굴었다.

“포티스가 도와주지 않으면, 오늘 요리는 혼자 해야겠네.”

“블라우님, 도…. 도와주세요…!”

블라우가 원한 건 그 말이었는지, 이내 손을 내밀어 포티스의 팔을 살며시 붙잡아 일으켜주었다. 신기하게도 블라우가 다가가자, 페노메나들은 관을 빼내면서 슬금슬금 물러났다. 촉수의 관이 나간 자리에서 체액이 미끄덩 쏟아져서 포티스는 짧은 튜니카를 잡아당겨서 가렸다.

“휴우….”

포티스가 겨우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떨자 블라우가 그를 테이블이 놓여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그의 손이 닿은 피부가 금방 따끈따끈해지고 목덜미에 땀방울이 맺혔다. 블라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요리를 하라고 데려왔더니, 마물하고 놀아나기나 하고.”

“그, 그치만….”

블라우가 페노메나를 쓰다듬으라고 시켜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그저 울상이 되자 블라우는 맞잖아? 하는 얼굴로 포티스를 응시했다. 어쩐지 놀림을 받은 기분이 들어서 포티스는 앞치마를 매만졌다.

“뭐, 어쨌든 이제 내 일을 도와줘. 너의 주인님이 방문하는 바람에 바쁘거든. 잘 해내면 선물을 줄 테니까.”

“아….”

잊고 있던 건 아니지만, 오늘 밤 시스 황제는 포티스를 만나러 온다고 서신을 보냈었다. 조용한 만남인 줄 알았는데, 공식적인 방문인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무엇부터 할까요? 그런데, 저…. 정말 요리는 못해요….”

“큰일이네.”

블라우의 말로는 귀족 실론 손님의 방문도 있다고 했다.

“그럼 이걸 잘라줘.”

포티스가 건네받은 것은 시원한 디아나 그릇에 담긴 진한 초콜릿 열매 덩어리들이었다. 포티스는 그것을 꺼내 도마에 얹고 서툴게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손에 너무 오래 쥐고 있으면 녹아버리므로 빠르게 작업을 해야했지만, 포티스는 쩔쩔매면서 조심조심 썰었다.

“이렇게 하는 거라고.”

블라우가 포티스의 손을 겹쳐 잡고 열매를 빠르게 잘그작잘그락 썰어주었다. 옅어져 가던 미열이 다시 오르고, 다리 사이가 축축해져서 속옷이 달라붙어 있었다.

“으으….”

포티스가 끙끙거리면서 꼼지락거리자, 블라우가 살짝 떨어져서 우유와 계란, 설탕을 꺼내 생크림을 만들기 시작했다. 디아나로 가공된 도구들은 풍부한 크림을 순식간에 만들어내고, 또 흘러내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 블라우는 라케티카로부터 식사 대신 디저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받았다.

‘디저트라면 당연히 초콜릿과 크림이지.’

기분을 들뜨게 하는 것 같은 미약 성분이 들어있어, 뮤나 파즈에게 조금씩 먹이다 보면 금방 헤롱헤롱 해지기 일쑤였다. 거기에 크림을 곁들이면 성적인 분위기가 살아났고, 실론들은 그것을 즐겼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실론들은 각자의 파트너 파즈를 데려올 거야.”

“파즈를…. 이런 곳에요?”

포티스가 열매를 썰다 말고 깜짝 놀라 손을 멈추었다. 제2기관에 대해서 포티스의 인식은 귀족 실론들이 뮤를 능욕하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파트너를 데려오다니…. 대체 이곳에서 무얼 할 생각인 걸까?

“여긴 뮤만을 위한 기관은 아니야. 파즈도 와서 교육받을 자격이 있지.”

블라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둥근 초콜릿 옆에 장미 모양의 생크림을 짜내고 금색 가루를 뿌렸다.

“그, 그치만… 그건….”

블라우가 포티스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흐음, 하는 얼굴이 되었다. 물론 계속해서 생크림을 짜는 건 멈추지 않았다.

“너무하다 이거지? 뭐, 나도 마찬가지야. 나라면 내 파즈를 아무에게나 보여줄 생각은 없는데.”

그건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미였지만 포티스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블라우님은 다정하시네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러면서 포티스가 가루로 만든 초콜릿 열매 덩어리를 보더니, 목면에 싸서 차를 내리라고 지시했다. 포티스는 물을 끓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제가 블라우님의 파즈였다면 안심하고 믿었을 거예요.”

포티스는 내심 초콜릿 차를 만드는 게 반가워서 빙긋 웃었다.

블라우가 포티스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고, 섬세한 장미를 짜면서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그렇단 말이지, 기억해둘게.”

초콜릿 차를 전부 내리자 블라우는 그것을 포티스에게 먹게 했다. 포티스는 어리둥절해서 차를 마시다가 블라우가 앞에 내려놓는 접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블라우가 둥근 초콜릿과 생크림 장미를 건네준 것이다. 블라우는 포티스의 어깨에 팔을 얹고 속삭였다.

“시식해 봐. 여기에 자두 젤리와 초콜릿 분수가 함께 나갈 거거든.”

“제, 제가 먹어도 될까요?”

“안될 건 없지.”

그렇게 말하고도 블라우는 포티스 곁을 떠나지 않아서, 포티스는 약간 불편한 자세로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막 먹으려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도 그…. 정액이 들어있나요?”

자신이 넣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쩐지 말하기가 부끄러워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걸 알고 있었네?”

“아, 네에, 우연히 대화하다가….”

“여기엔 들어있지 않아.”

포티스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눈을 반짝였다. 그렇다면 완전히 평범한 디저트인 것이다. 포티스는 포크를 들어 둥근 초콜릿을 두드려 깨트렸다. 그러자 안에서 녹진녹진한 진한 초콜릿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그 후로 블라우는 몇 가지 준비와 개인적인 요리 연구를 하느라 바빴는데, 묘하게도 포티스에게는 초콜릿 열매 덩어리를 추가로 저미는 것 외엔 더는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았다. 칼을 다루는 일에 점점 익숙해진 포티스는 열매 덩어리를 점점 균일하고 자잘하게 자를 수 있었다.

“잘했어.”

그는 포티스를 돌려보내면서, 당연한 것처럼 문가에 기대 포티스에게 키스했다. 차가운 혀가 들어오고, 숨을 주고받으면서 포티스는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섹스할 거라고 생각했지?”

포티스는 흠칫하고 얼굴에 홍조를 띄웠지만, 그것만으로도 속마음을 들킨 것이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블라우는 엔지니어로 성욕보다 다른 것을 중요로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원래부터 놀리는 걸 좋아하는 실론이라, 포티스의 그런 반응을 본 것으로 만족하고 그가 자신의 룸으로 돌아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룸으로 돌아온 포티스는 블라우에게 들은 정보로 혼란스러웠다. 조용히 단둘이서 만나는 게 아니었다면, 대화를 할만한 분위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제법 실망했다는 걸 깨닫고 포티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묻는 게 가장 간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조차 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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