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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스가 엘과 키의 도움을 받아 옅은 노란색의 뮤용 튜니카를 입고 허벅지에 검은색 리본을 장식하고 자리에 불려갔을 때는 이미 귀족 실론들과 그들의 파트너인 파즈가 도착한 상태였다. 실론에게 이끌려 이곳에 온 파즈들은 약간 들뜬 것 같았다. 하긴 이미 짝이 있다면, 낯선 상황에서도 의지할 상대가 있으니 두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파티의 컨셉인지 붉은색과 황금색이 주를 이루었던 제2기관의 다른 룸과 달리, 검은색 카펫에 사방에 디아나를 거울처럼 가공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또 실론도 파즈도 모두 검은색으로 맞춰 입었다. 파즈의 다리를 감싼 반투명한 스타킹이 잠시 포티스의 시선을 끌었다.
포티스만이 혼자 다른 방보다 다소 어두운 샹들리에의 빛이 내려오는 중앙의 커다란 소파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 실론들은 파트너가 있어서인지 포티스를 건드리지도 않는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
밖에서 특별히 소리가 들리거나, 소란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포티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시스 황제가 문 앞에 있다고 느꼈다. 그러자 정말로 룸의 화려한 문이 활짝 열리고 검은색의 창백한 내부와 어울리는 온통 은빛과 보랏빛으로 물든 시스 황제가 나이츠 오브 디아망을 거느리고 들어섰다.
샹들리에의 인공적인 조명이 마치 달빛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스 황제의 머리카락 위에서 무수한 입자로 반짝였고, 그가 두른 보랏빛 망토와 광택이 있는 튜니카도 은은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시스 황제는 언제나처럼 약간 나른한 듯한 표정이었는데, 그것은 건조하고 차가운 인상에 특이한 매력을 더해주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귀족 실론과 파즈가 한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무릎을 꿇었다. 포티스 역시 그렇게 했는데 문득 자신이 참석했다가 나이츠 오브 디아망에게 붙잡혔던 그 대연회의 날에 시스 황제가 왔었는지 궁금했다. 아마 그가 직접 포티스를 보러 왔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위험하고도 두근두근한 기분이 들었다.
시스 황제는 포티스가 기다리는 소파로 다가와 잠시 시선을 주었다. 디아망 모양이 돋보이는 눈길이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닿자, 포티스는 마치 전부 벗고 있는 것 같은, 그리고 뱃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포티스가 뺨을 붉히며 시선을 떨구자 시스 황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약간 느슨한 분위기였던 룸 안은 시스 황제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흘렀는데, 시스 황제는 별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가 아무런 말 없이 반지를 낀 손을 들어 보이자 그것을 신호로 실론과 파즈들은 블라우가 만들고 포티스가 구경했던 그 디저트를 먹거나 생크림으로 된 장미를 파즈의 허벅지에 은밀히 떨어트리는 등 적극적으로 애무를 시작했다. 서로서로 옆에 다른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은 그것을 보여주고, 또 엿보는 것을 즐기기 위한 파티였다.
포티스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지만, 디아나가 룸 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반사하는 덕분에 보고 싶지 않아도 그들의 애무가 눈에 들어왔다. 또 입술이 맞닿는 소리나 가벼운 마찰음이 들려서 포티스는 당황해서 인사하던 자세 그대로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를 못했다. 모두가 짝이 있으니 포티스 역시 남아있는 유일한 실론인 시스 황제를 즐겁게 해주고 교육 때 배운 뮤의 인사를 해야 했지만, 할 엄두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
포티스가 잠자코 매끄러운 짐승의 털가죽 같은 카펫을 응시하고 있을 때,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포티스의 순수한 태양 같은 황금빛 눈동자에 시스 황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배운 건 잊어버렸어?”
가볍고 또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포티스는 그 말에서 정말로 시스 황제가 그런 교육을 자신에게 시켰다는 걸 확신했을 뿐이었다.
“잊지… 않았어요, 하지만 안 할 거예요.”
그런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포티스는 크게 소리치거나, 자리에서 나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둘의 대화나 상황을 알지 못하길 바랐다.
“일어나서 이리 와.”
시스 황제가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으므로, 또 계속 앉아있기에도 불편해서, 포티스는 순순히 일어나 그의 무릎에 얌전히 앉았다.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가는 허리를 감싸 쥐면서 그가 말을 하길 기다려주었지만, 포티스는 막상 입을 열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잘 나오지 않았다.
약간 어두운 실내에서 실론과 파즈들이 어느새 섹스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질척한 연결부가 맞닿는 소리, 낮은 한숨과 신음들 탓에 정신이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입안에 혀를 넣으면서 키스했다. 분명 싫고 화가 나는데도 포티스는 시스 황제를 밀어내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키스를 받아들였다. 숨을 빼앗기고 또 빼앗기면서 혀가 뒤얽혔다. 포티스는 이제 더는 케이지드에슈에서처럼 키스가 서툴지 않고, 시스 황제 외에도 여럿과 키스해본 상태였지만, 여전히 그와의 키스는 버겁게 느껴졌다.
“하아, 하아….”
잠시 숨을 쉬도록 해주었을 때, 포티스는 시스에게 기댔다. 팔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지만, 뒤늦게 자신을 나무랐다. 키스 한번 했다고 또 이렇게 몸이 흐물거리는 게 싫었다. 그럼에도 시스가 다시금 입을 맞춰왔을 때, 포티스는 피하지 않고 응하고 말았다.
키스가 끝나고 포티스는 상당히 씁쓸한 기분이었다. 시스 황제의 손이 포티스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갔고, 몸이 흥분한 포티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몸에서 실론의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로 대량의 체액을 분비해서 이미 속옷을 입지 않은 자신의 의복은 물론 시스 황제의 튜니카까지 젖어 든 상태였다. 그가 디아망 마크를 지그시 건드려서 포티스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마침내 자신이 먼저 시스 황제의 손에 손을 겹칠 수 있었다. 디아나 반지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정작 포티스 자신은 시스 황제에게서 받은 반지를 끼지 않았다. 아마 시스 황제도 그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왜 그런 지시를 했어요?”
그렇게만 말했는데도 시스 황제는 포티스가 한 말을 알아챘다. 그의 차가운 눈이 포티스를 꿰뚫을 듯했다. 포티스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는 게 두려웠지만 떨면서도 조심스럽게 응시했다.
“넌 배울 게 아직 많으니까.”
“그…. 그래도, 직접 가르쳐주셔도 되잖아요, 예전처럼….”
그러면서 시스 황제가 뭔가 말하기 전에 낮게 속삭였다. 어느새 눈가에는 커다란 눈물이 맺혔다.
“저…. 저는, 아무하고나, 하고 싶지 않아요….”
“넌 뮤야, 포티스.”
다른 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갑갑하긴 해도 괜찮았지만, 시스 황제에게 들으니 눈물만 나왔다. 포티스가 소리를 억누르며 훌쩍였다. 시스 황제가 손끝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포티스는 너무 매정하지 않게 그 손을 밀어냈다.
“키스는, 하시려면 해도 좋아요. 하지만, 여기서…. 다들 보는데 섹스하는 건 싫어….”
“그래?”
시스 황제는 대답을 하자마자 보란 듯이 튜니카를 걷어 힘줄이 돋은 단단한 성기를 꺼내고, 그 위에 포티스를 들어다 억지로 앉혔다. 갑작스레 허리를 안아 드는 바람에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어깨를 짚었고, 그가 매달린 덕분에 더욱 수월하게 시스 황제가 벌려 잡은 구멍으로 성기가 들어갔다. 무방비한 좁은 내벽이 커다란 성기로 쓸리고 채워져서 포티스의 온몸에서 순간 힘이 빠져나갔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쾌감이었다. 시스 황제의 손이 허벅지를 묶은 리본 속으로 손가락을 넣더니 그 안쪽의 맨피부를 매만졌다.
“앗…! 싫, 싫어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
포티스가 바둥거리면서 몸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시스 황제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포티스를 제압할 수 있었고, 포티스는 결국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시스 황제에게 붙잡힌 채로 가벼운 몸과 엉덩이를 들썩이게 되었다. 성기가 들어오는 걸 거부하려고 일시적으로 몸에 힘을 줘봐도 금방 풀어지기 일쑤였고, 무엇보다 그러면서 성기를 단단히 조여 물게 되어 쾌감만 더욱 커질 뿐이었다. 성기가 몇 번 드나들자마자 포티스의 입에서도 다른 파즈들이 내는 것처럼 들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포티스의 작고 가느다란 나신이 시스 황제에게 붙잡힌 모습이 디아나 거울에 선명하게 비쳤고, 그 속에서 포티스를 훔쳐보던 실론 몇 명과 눈이 딱 마주쳤다.
“하앙…!”
단숨에 뱃속에 쾌감이 치솟았다. 포티스는 시스 황제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허리만 흔드는 모양새가 되었고 성기는 휘어진 내벽을 마음껏 쑤셔 드나들며 찔걱찔걱, 하는 소리를 냈다.
“아앙, 앙…!”
포티스는 눈을 꽉 감고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몸이 흥분하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최대한 신음을 참고 견디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스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는 다정하게 입가에서 포티스의 손을 떼고 뺨에 흐른 눈물을 매만져주었다. 포티스의 뺨과 목덜미가 열로 분홍빛을 띠었다.
“사면받고 싶지 않아?”
그 순간 시스 황제의 말은 어떤 모욕보다도 포티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분명 처음에는 사면을 받기 위해 시스 황제의 마음에 들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포티스는 꽃이 태양을 사랑하는 것처럼 당연한 듯이 순식간에 시스 황제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감정은 포티스가 돌아볼 때마다 크고 강렬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이때 다른 어떤 말도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너무해요….”
“할 말은 그것뿐?”
시스 황제의 대답에도 포티스는 필요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훌쩍이면서 고개를 떨구는데 시스 황제가 거칠게 포티스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연결부가 문질리면서 내벽에 고여있던 체액이 후두둑 쏟아졌다.
“읏, 싫…. 싫어…!”
포티스는 어떻게든 몸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단단한 팔에 붙잡혀 시스 황제에게 기대듯이 끌어안기고 말았다.
“하앗, 아…. 응….”
휘어진 내벽이 금방 시스 황제의 성기 모양에 맞추어서 길들여졌다. 포티스는 중간중간 숨을 멈추면서 뱃속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지는 쾌감에 헐떡였다.
‘제대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하지만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주변의 파즈와 실론들이 섹스를 하며 내는 소리 탓에 점점 정신은 혼미해질 뿐이었다.
“읏, 윽…. 하아….”
시스 황제의 성기가 내벽을 휘젓고 깊이 찌를 때마다 포티스는 점점 더 상승하는 쾌감에 놀라면서도 흥분해서 어쩔 줄 몰랐다.
“황제, 폐하….”
가까스로 그를 부를 수 있었는데, 시스 황제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포티스의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 대고 가볍게 키스할 뿐이었다.
“하아…. 핫, 으응, 읏…!”
절정이 찾아왔다. 포티스가 시스 황제의 품에서 몸을 떨었고 그와 거의 동시에 시스 황제 역시 정액을 배출했다. 양이 많고 진득진득한 정액으로 내벽이 뜨겁게 젖어 드는 감각에 포티스는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와의 섹스는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포티스가 살며시 몸을 떼어내려고 바둥거리자 시스 황제의 성기는 다시 성큼 부풀어서 내벽을 꽉 채웠다. 그리고 포티스의 엉덩이를 들어 성기가 빠져나가게 했다가 단숨에 뿌리까지 박아넣었다.
“아…. 앗….”
포티스는 자신이 다른 파즈들과 같은 모습으로 흐트러져가면서 시스 황제에게 안긴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읏, 응…. 아앙, 하아….”
어느새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가슴을 짚고 직접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성기가 빠르게 들락날락하면서 내벽을 찌르는 감각을 즐기고 있었다. 내내 단단히 조여오는 내벽에 시스 황제는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포티스.”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가슴에 입을 맞추고 목덜미를 깨물었다. 포티스는 헐떡이면서 애매한 태도로 애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기분으로 그의 차갑고 의문스러운 연보랏빛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시스 황제는 손끝으로 포티스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에게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포티스는 뮤용 튜니카를 더듬어 안쪽 자락에서, 중앙에 가공된 디아망이 박혀 있는 반지를 꺼냈다. 반지를 손에 쥐고 나서야 자신의 몸이 깜짝 놀랄 만큼 뜨겁다는 걸 깨달았다.
“…돌려드릴게요.”
사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포티스는 반지를 시스 황제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가 정말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기억 못 하고, 이제는 반지를 되돌려 주기까지….”
“…….”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이지? 포티스.”
“잘 생각해봐 주세요, 저는 장난으로 이러는 것이 아니니까요….”
포티스는 양손을 맞대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고 입을 다문 시스 황제의 손이 느슨해진 사이 재빠르게 그리고 너무 매정하지 않게 그를 밀어내며 바닥을 딛고 내려섰다. 포티스는 침착하게 카펫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문밖으로 나가더라도 시스 황제가 따라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섹스를 나누던 실론과 파즈 중 몇 명이 포티스가 나가는 걸 보았지만, 그들의 황제가 그대로 자리에 남아있는 걸 보고는 행위를 계속했다. 시스 황제가 반지가 올려진 손을 움켜쥐었다.
포티스가 복도에 발을 내딛자마자 보인 건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주홍빛 머리카락의 실론이었다. 그는 분명 다른 데에 신경을 쓰고 있던 것 같은데, 포티스를 보자마자 거의 동물같이 빠른 반사 신경으로 포티스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딜 가?”
“놓… 놓아주세요.”
“그건 안되지, 넌 황제의 뮤고. 난 황제의 기사, 네가 도망치는 걸 두고 볼 순 없어.”
그는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리더인 니즈였는데, 따로 소개를 받은 적은 없지만, 포티스로서는 종종 시스 황제의 곁에 있는 걸 보아왔으므로 익숙한 얼굴이었다. 포티스는 잊어버렸지만, 대연회 날에 제일 먼저 앞장서서 연회장 문을 열었던 것도 바로 니즈였다. 포티스는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왜 파티를 나왔어? 사이 좋게 즐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포티스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태연하게 그렇게 물었다. 복도에 조명이 적긴 했지만 니즈의 짙은 푸른색 눈동자는 특히 안광이 적어서 더욱 어두워 보였다. 그래서 무슨 의도로 포티스에게 말을 거는 건지 잘 알기 어려웠다.
“그…. 그건 제가, 말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분고분하지도 않고, 고집도 센데, 황제는 왜 널 좋아할까~”
그리곤 자신 쪽으로 포티스를 확 끌어당겨 설산에 사는 호랑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떠 보였다. 어쩐지 잡아먹힐 것 같아 포티스가 움츠리며 입을 여는데, 복도 저편에서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기사들이 손을 흔들었다.
“리더, 뭘 하고 있어?”
“지금 귀여운 병아리를 잡은 참이야.”
“그거 황제 폐하의 것이잖아.”
분명 무예가 출중하고 재능이 있는 이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라고 들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달라서 포티스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니즈로 말할 것 같으면, 몸만 큰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었고, 다가온 기사들 역시 상당히 젊어 보였다.
“응, 뭐, 닳지도 않는데. 얘가 잠깐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하니까, 내가 데리고 갔다 올게.”
“길 잃지 말아요, 리더.”
“내가 너인 줄 알아?”
퉁명스럽게 동료 기사의 말을 받아친 것 치고는 니즈는 신이 나서 포티스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그가 장갑을 끼고 있어서, 포티스와 맨피부가 닿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그래도 약하게 열이 오르며 몸이 따뜻해져서 포티스는 짧은 뮤용 튜니카의 끝을 잡아당기면서 성큼성큼 나아가는 니즈에게 맞추어 걸었다.
포티스가 제2기관에서 바깥을 본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포티스는 에스파렌스가 밖으로 나가자고 하던 때를 종종 꿈에서 꾸곤 했는데, 언제나 기억나는 건 나무에 가려진 어두운 전경이었다. 포티스는 매번 망설이며 선택하지 못했고, 꿈은 현실처럼 엉망으로 끝나곤 했다.
포티스가 상념을 떨치려고 고개를 흔들자, 시원한 밤공기가 뺨에 닿았다. 올려다본 하늘은 언제나처럼 깨끗한 여름의 감청색 하늘이었다.
“저어…. 절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응? 그냥 내가 나오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는 어린 친구끼리 그러듯이 포티스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포티스에게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설명해주었는데, 그의 주의를 끄는 것부터 이야기하는 바람에 순서가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제2기관의 지상에는 숲이 우거져있었고, 황궁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포티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둘은 안쪽으로 나 있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조명조차 없었지만, 달이 밝았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
하지만 이제 포레스트 영지는 포티스의 것이 아니고, 저택 역시 마찬가지였다. 포티스가 생각에 잠겨있자 니즈가 옆에서 포티스를 불렀다. 돌아본 순간 집게손가락에 볼이 콕 찔려서 포티스는 깜짝 놀랐다.
“뭐, 뭐에요?”
“그냥, 심각한 얼굴 하고 있길래. 그러지 말라고 나왔다고 했잖아?”
아까와 전혀 다른 말인 데다 비록 에스파렌스처럼 함께 도망가자고 해주지는 않았지만, 포티스는 니즈의 방식이 훨씬 위로가 되었다. 도망친다고 갈 곳은 없었고, 오히려 더 엉망이 될 뿐이었다. 포티스는 자신이 머물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케이지드에슈처럼….
“우리 황제 폐하는 어린아이니까, 네가…. 이름이 뭐더라, 포포스?”
“포티스…. 예요.”
“아무튼 고생이 많아, 포포스.”
어째서 이름을 알려주었는데도 틀리는 걸까? 포티스는 그 어감이 재밌어서 무심코 웃어버렸다. 니즈가 붙잡았다기보다는 쥐고 있는 손을 흔들었다.
“이제 기운이 나?”
“…조금요.”
“그래, 그럼 다행이다. 상으로 이걸 줄게.”
그리고는 약간 흐트러지게 입고 있는 기사복 주머니를 뒤져보더니 누가 사탕을 꺼냈다. 포티스는 무심코 그가 주는 대로 그것을 받아먹었다.
“안에 견과류가 들어있어. 바삭바삭해.”
니즈가 자신의 입속에 마지막 남은 누가 사탕을 털어 넣었다. 포티스는 단맛을 느끼면서 누가 사탕을 깨물어 먹었다.
“이거, 맛있네요.”
“다음에 또 줄게, 있으면.”
둘은 쭉 이어진 길을 걷고 있었는데, 이제 그 길도 끝에 다다랐다. 꺾어진 길로 접어들 것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야 했다. 디아나로 만들어진 창살을 포티스가 올려다보자 니즈가 포티스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나는 언제나 황제 편이지만, 나중에 네가 너무 힘들면 같이 떠나줄게.”
“저하고요…?”
그 대담한 말에 포티스가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어둠이 내려앉은 촘촘한 나뭇잎들 말고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창살 너머 어딘가에서 불빛이 아른거렸다. 오늘 처음 대화를 나눈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기사가 자신을 위해 그런 말을 해준다는 게 믿을 수 없었지만, 포티스는 지금은 무엇이라도 믿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 너하고~ 옆에서 보기에 정말 딱하거든. 난 그런 건 못 참아. 이제 돌아가자.”
“…말이라도 감사드려요.”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포티스의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그러면서도 그의 말이 고마워서 포티스가 살짝 웃어주었을 때, 니즈가 동그란 눈을 깜박였다.
“농담 아니야….”
거기에 뭔가 더 말하려고 하는데, 그들이 나왔던 제2기관의 입구에서 그림자 몇이 튀어나오더니 곧 목소리가 들렸다.
“리더, 이 근처에 계시죠?”
“제가 불을 켤 테니까, 보이면 가만히 계세요.”
아까 포티스와 지나쳤던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기사들이었다. 꼭 길을 잃은 동물이라도 찾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걸 들은 니즈가 힘껏 외쳤다.
“너희, 그런 소리 하면 대역죄야!”
“그건 리더겠죠, 저흰 상관없다고요. 포티스님 거기 있죠? 빨리 데려와요.”
어쩌면 리더에 대한 신뢰가 단단한 걸지도 모른다. 포티스는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니즈의 손이 이끄는 대로 향했다. 시스 황제와 자신도 이렇게 함께하면서 간단히 기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둘 사이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포티스의 맨발이 바닥에 깔린 돌에 쓸려 살짝 생채기가 생겼다.
시스 황제는 차가운 디아나 반지를 쥐고 생각에 잠겼다. 포티스가 나간 시점부터 관계를 나누던 실론과 파즈들은 슬금슬금 행위를 중단해버렸지만, 그는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포티스가 반지를 돌려준 것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더 이상은 자신의 뮤가 되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도 포티스는 여전히 자신의 뮤였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어째서 기껏 실론들을 시켜 교육까지 받게 했는데, 싫어하면서 바둥거렸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뮤라면 마땅히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다.
그가 혹시 지금까지 거쳐온 실론 중에 마음에 든 실론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도 시스 황제는 쉽게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 만약 그런 성격이었다면, 다른 실론이 포티스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을 테니까.
‘알 수가 없군.’
서로 너무나 달라서 쉽게 추측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포티스 역시 시스 황제의 생각은 얼어붙은 깊은 호수처럼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시스 황제가 낮은 한숨을 내쉬고, 끈을 잡아당겨 벨을 울렸다.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기사 둘이 들어왔고, 시스 황제의 앞에서 예를 갖췄다.
“포티스를 찾아와.”
“니즈…. 리더가 데리고 있습니다. 근방에서 산책이라도 하고 있을 겁니다.”
장미처럼 붉은 머리의 기사인 파나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하고, 곧 데려오겠다고 했다. 시스 황제 역시 니즈가 포티스를 포획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소 기분파였지만, 몸놀림이 빠르고 가벼웠다.
“그를 내 궁으로 데려가겠다.”
파나와 함께 있던 라토는 살짝 놀란 듯했지만 이내 침착을 되찾았다. 파나는 니즈의 온갖 기행을 뒤처리하고 있었기에 황제가 뜻밖의 일을 벌이는 걸로는 잘 놀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황제의 충직한 기사로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 폐하, 포티스님을 데려가면 소란이 생길 겁니다.”
시스 황제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파나의 말은 한 번 더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해두지.”
“그럼, 바로 데려오겠습니다.”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기사들이 빠져나가고, 시스 황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파티는 계속되지 않았지만, 자리에 모인 실론과 파즈에게 이 대단한 화젯거리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알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발이 아파?”
“네에, 바닥에 쓸린 것 같아서….”
니즈는 별다른 예고도 없이 포티스를 휙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포티스가 깜짝 놀라 매달려도 개의치 않았다. 니즈는 포티스와 비슷한 체구에 비해 힘이 좋았다.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리더이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너 밥을 잘 먹고 있는 거야? 엄청 가볍잖아.”
“그…. 그게….”
정액이 들어있는 게 싫어서 조금씩만 먹고 있다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포티스가 어물거리자 니즈가 자신을 기다리는 나이츠 오브 디아망을 향해 척척 걸어가면서 말했다.
“먹고 싶은 건 다 달라고 해. 황제의 뮤는 그럴 권리가 있어.”
“저는 그냥, 평범한….”
그러자 무슨 말을 하냐는 것처럼 니즈의 눈이 동그래졌다.
“자신감을 가져. 황제는 널 선택했어.”
‘그러면 왜, 절…. 이렇게 힘들게 하시는 걸까요?’
니즈에게 물을 수도 없어서 포티스는 그저 속으로만 말해보았다. 또 말을 꺼낼 상황도 아니었는데, 이미 제2기관의 지상 입구에 거의 다 온 상태였다.
파나와 라토가 둘을 맞이해주었고, 포티스는 감사 인사를 하면서 니즈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실론과 가까이 있어서인지 엉덩이가 젖어서 부끄러웠다. 그러나 니즈가 짐승의 앞발처럼 포티스를 단단히 쥐고 있는 통에 포티스는 말도 못 하고 그저 안겨있었다.
“황제는 갔나?”
“마차에 오르셨습니다, 이쪽으로.”
파나가 방향을 안내하며 앞서갔다. 보통은 활발하지만, 바깥 임무를 나올 땐 말수가 적어지는 수줍은 라토가 조용히 니즈와 포티스를 따랐다.
포티스는 막연히 하늘과 그 경계에 어우러진 나뭇잎 그림자들을 불안한 마음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들이 가는 길의 끝에는 밤인데도 불구하고 은백색 달처럼 환하게 빛나는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저기, 어디로 가는 건가요…?”
포티스가 라토에게 물었지만, 그는 얼굴만 새빨갛게 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파나가 마부 대신 직접 마차의 문에 손을 대며 말했다.
“황궁입니다.”
제2기관을 벗어났다는 개운함도 없이 니즈가 포티스를 마차 안으로 넣어주자 마주친 것은 시스 황제였다. 그는 잠이 든 것처럼 기대서 눈을 감고 있었다. 포티스의 뒤에서 마차의 문이 탁 닫히고, 곧 다그닥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마차가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차는 대여섯 명이 동시에 타도 될 것처럼 넓었는데, 앉을 자리라고는 한군데뿐이었다. 앞쪽에 접었다 펼 수 있는 협탁이 있어서 차도 마실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포티스는 주저하며 시스 황제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가 깨어있다면 불편했겠지만, 잠들어 있는 이상 무언가 말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잊고 있는 걸 기억하면, 다정하게 대해주실까…?’
너무나 낙관적이라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그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포티스는 시스만을 위해 봉사하고, 또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왜 포티스에게 가혹하게 구는 걸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포티스가 조용히 손끝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러면서 문에 달린 창으로 밖을 내다보는데 옆에서 살며시 자신을 끌어안고 목덜미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금방 배가 뜨겁고 몸 안이 화끈해졌다.
“…황제 폐하.”
“왜 예전처럼 부르지 않지?”
포티스가 돌아보면 바로 앞에 자신의 몸에 기댄 시스 황제가 보였다. 포티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때는, 황제 폐하인 줄 몰랐으니까요.”
“난 여전히 네 주인이기도 해.”
“잠, 잠깐만요….”
그러나 시스 황제는 멈추지 않고 포티스를 그대로 자신의 곁으로 끌어왔다. 이대로 또 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포티스가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올려다보면 시스 황제가 밝은 빛깔의 눈을 가늘게 뜨고 포티스를 응시했다. 비록 얇기는 해도 옷을 입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알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배 깊은 곳이 저릿하면서 포티스의 몸이 섹스를 원했다. 사실 포티스가 원하는 섹스 상대는 시스 황제뿐이었으니, 자제력을 다소 잃는 것도 무리가 없었다.
시스 황제의 손이 포티스의 얇은 뮤용 튜니카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포티스는 손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숨을 얕게 들이쉬었다. 흥분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떨렸다.
“하고 싶지 않다고 할 셈이야?”
“저…. 저는….”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면서 일단 대답하자 벌어진 입으로 시스 황제의 입술이 겹쳐지고, 혀가 들어왔다. 입안이 녹아버릴 것 같은 부드러움과 가벼운 전율이 흘렀다. 포티스는 자기도 모르게 시스 황제의 몸에 팔을 두르고 허리를 살짝 들었다. 그 틈으로 시스 황제의 손이 미끄러져 들어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시스 황제가 다리를 잡아 벌리자 불투명한 체액이 흥건하게 흘러 허벅지와 안쪽 다리를 적시고 있었다.
포티스는 열에 들뜬 얼굴로 시스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그와 함께 있으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고, 마차가 멈추어 서서 누군가 이런 모습인 자신을 보게 될 거란 걱정도 들지 않았다.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다정하게 대해주실 거예요?”
그 말에 시스 황제가 살며시 웃었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그러나 포티스 앞에선 종종 보여주는 얼굴이었다.
“난 네게는 항상…. 상냥한 편이지.”
“그럼, 저어…. 다른 실론과 섹스…. 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자신이 말하고도 대담한 요구라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랐는데, 시스 황제 역시 그렇게 느꼈는지 흐음, 하고 가벼운 한숨을 흘렸다.
“그건 안 돼.”
“제, 제가…. 아무하고 해야 하는 뮤라서요?”
포티스가 눈물을 삼키며 우울한 얼굴로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그러자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뺨을 건드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서늘한 눈과 포티스의 황금색 눈이 마주쳤다.
“그건 아니야. 너라면 알 텐데, 포티스.”
“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기억해내라고 했잖아.”
시스 황제의 어조는 다정하고 부드러워서 포티스는 좀 더 매달리고 싶었지만, 그가 다시금 키스를 하면서 자신의 정장 튜니카를 헤치고 발기된 성기를 포티스의 몸에 밀어붙였다. 그 순간 뱃속이 저릿한 감각이 확 올라왔다.
“으응….”
포티스가 한껏 허리를 들자 시스 황제가 살며시 웃으면서 포티스의 허벅지를 누르고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하앙…!”
넣자마자 쾌감이 전신으로 빠르게 퍼졌다. 포티스는 발끝을 부들부들 떨면서 갑작스러운 절정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급하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원래도 민감했지만, 제법 길들여진 티가 나는군.”
그러면서 포티스의 디아망 마크가 있는 배를 붙잡더니 휙 자신 쪽으로 끌어가는 바람에 포티스의 몸이 쭉 딸려갔다. 안쪽의 휘어진 내벽에 성기의 끝이 닿고, 내벽이 기분 좋게 푹 눌렸다.
“흐읏, 아….”
이렇게 빨리 느끼는 건 수치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포티스의 내벽은 의사와 상관없이 벌름거리며 성기를 쪽 빨아들여 물었다 놓았다가 했다.
“아, 아….”
머리가 핑 돌면서 순식간에 끝없이 떨어지는 것 같은 감각에 파묻혀갈 때 시스 황제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포티스는 다리를 벌린 채 성기가 들어올 때마다 크게 움찔거렸다.
“으읏, 아! 응…! 하앙…!”
포티스의 입가로 타액이 주륵 흘러내렸다. 포티스는 시스 황제에게 매달리고,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으면서 성기가 더욱 깊숙하게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앙, 앙…. 으응! …좋, 아…!”
“나도 꽤 만족스러워.”
귀여운 포티스, 하는 목소리와 함께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는 민감하게 개발된 포티스의 안쪽을 여기저기 푹푹 찔렀다. 연결부가 마찰되면서 퍽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핫, 하아! 으응…!”
포티스가 시스 황제의 목을 꽉 끌어안으며 절정에 달했다. 벌써 세 번째였는데, 시스 황제와의 섹스는 다른 누구와 하는 것과도 달랐다. 몸이 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 역시 그에게 푹 빠져들어 매달리게 되었다.
“기분 좋았나 보군.”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뺨에 키스하면서 손으로 유두를 매만져주었다. 서늘한 손길이 스치자마자 배가 움찔움찔하면서 성기가 안에 들어와 있는데도 흥분했다는 증거인 불투명한 체액을 스르륵 내보냈다. 연결부의 틈으로 크림 같은 체액이 삐져나와 툭툭 떨어졌다.
“좋, 좋아요…. 계속, 계속…. 주인님하고만 하고 싶어요.”
그가 낮게 그건 불가능하다고 속삭였지만, 포티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시스 황제의 성기가 아까와는 달리 거칠고 빠르게 안을 헤집은 탓이었다.
“하앙, 앙, 으응!”
포티스의 몸이 시스 황제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으읏…!”
포티스가 허리를 비틀며 절정을 느꼈다. 심적으로 시스 황제에 대해 껄끄러움이 남아있는데도 몸은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포티스는 숨을 몰아쉬면서 빨갛게 물든 얼굴로 시스 황제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뺨에 올려놓았다.
시스 황제가 부드럽게 뺨을 문질러주어서, 포티스는 눈을 감으며 몸을 떨었다. 아직 정액을 받지도 않았는데, 그의 뜨거운 성기가 안에 있는 것만으로 끝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시스 황제가 축 늘어지다시피 한 포티스를 끌어안자 포티스 역시 힘을 내서 매달렸다. 둘의 몸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마차에도 개의치 않고 한 덩어리처럼 뒤엉켰다.
“흐응, 앙…. 읏…!”
쾌감의 극에 달해서 그 감각이 계속 이어진다는 건 무척이나 아슬아슬한 것이었다. 포티스는 울먹이면서 시스의 등을 끌어안았다.
“주, 주인님…!”
이렇게 그를 안고 있을 때는 자신이 뮤의 의무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포티스의 세상에 시스 황제만이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겨우 제대로 불렀군.”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귓불을 깨물었다. 포티스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몸을 바르작거렸다. 쑤걱쑤걱 들어오는 성기의 거친 감각이 몸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하아, 하아….”
깊이 들어갔다 빠져나가면 포티스가 허리를 들며 성기를 따라갔다. 그렇게 부드럽고 규칙적인 삽입이 얼마간 이어지고 시스 황제가 낮게 한숨을 내쉬면서 포티스 배를 누르며 내벽에 사정했다. 뜨거운 정액이 휘어진 내벽에 쏟아져 촉촉하게 흡수되었다.
“아….”
포티스가 발끝을 움츠렸다. 뱃속이 뜨겁고, 머리가 핑 돌았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실론하고 할 때와 절대적인 쾌감의 크기가 다른 것 같았다. 포티스는 잠시 숨을 멈추며 내벽을 조여 정액을 남김없이 받아들였다.
“후우….”
시스 황제가 성기를 빼내도 포티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면서 쾌감을 견뎠다.
그의 나른한 손길이 포티스의 디아망 마크를 지그시 눌렀다. 포티스는 정액을 흘리지 않기 위해 반사적으로 입구를 조였다. 그런데도 디아망 마크가 눌리자 내부에서 터지는 것 같은 강렬한 쾌감이 솟아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앗, 아…. 아….”
포티스가 입도 채 다물지 못하면서 밀려오는 깊은 쾌감에 파들파들 떨었다. 시스 황제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포티스가 자신의 손안에서 흐트러지고, 쾌감에 떠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기분 좋은 것이었다. 시스 황제가 타액으로 젖어 반짝이는 포티스의 입술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포티스는 혀를 내밀어 시스 황제의 손가락을 핥았다.
그러는 동안 어느덧 마차가 세워졌다. 하지만 마차의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마부 대신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기사들이 마차를 운행했는데, 그들은 뮤와 실론이 함께 있는 마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대강 짐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님….”
포티스가 꼼지락거리며 팔을 뻗자 시스 황제가 마주 잡아주었다. 포티스는 그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쾌감이 완전히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주었다가, 포티스가 편안한 얼굴로 숨을 내쉬자 마차 안에 달린 끈을 잡아당겼다. 바깥에서 딸랑딸랑 종이 울렸다.
마차의 문이 활짝 열리고 파나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그는 시스 황제가 직접 포티스를 안고 있는 걸 보고는 문에서 약간 물러났다.
포티스는 기절한 건 아니었지만, 정액을 흡수한 뒤에 일어나는 현기증으로 손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 그래서 든든한 시스 황제의 품에서 그저 눈을 감고 기대있을 뿐이었다.
시스 황제가 마차에서 내리자 그의 화려한 외모가 달빛 아래에서야말로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달의 은빛이 선명하게 시스 황제의 머리카락, 쭉 펴진 어깨와 가슴께에 머물렀다.
파나와 라토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자 시스 황제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니즈는 마부석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시스 황제가 특별히 언질 주지 않아도, 기사들은 알아서 해산할 것이었다. 그들 역시 제1궁에 머물고 있었다.
시스 황제가 성큼성큼 제1궁으로 들어섰다. 정원으로 통하는 널찍한 문에서 풍겨오는 꽃과 풀 내음이 진하게 느껴졌다. 제1궁에는 나이트 오브 디아망의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세세한 일을 돕는 이들이 따로 없었다. 시스 황제가 다른 이를 믿지 않았기에, 브라우니와 엄선하여 고른 온갖 다양한 식물들로 궁을 채우고 만족했다.
“돌아오셨군요, 주인님.”
넓은 복도를 걷자니 언제 나타났는지 브라우니 두셋이 시스 황제의 옆에서 종종걸음으로 따라붙었다.
“그래, 포티스의 시중을 들어줘.”
그리고는 문득 생각난 것처럼 지나가듯이 말했다.
“저번처럼 괴롭히지 말고.”
브라우니 중 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시스 황제가 알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던 참이었다.
“하지만…. 저희는 황제 폐하와 파즈님만을 모시게 되어있어요.”
옆에 있던 브라우니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할 말을 끝까지 했다. 브라우니들은 자기들끼리 얼굴을 마주 보며 술렁였다.
시스 황제는 자신이 침실로 쓰는 방의 커튼을 걷으며 걸어갔다. 브라우니들의 불평에는 대꾸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의 침대에 포티스를 눕히자 브라우니들이 여전히 작게 소곤거리며 주위를 맴돌았다. 시종이라면 자신의 지시를 바로 들어줄 텐데, 브라우니는 계약 외의 건은 납득하지 못하는 면이 강했다. 그것이 곧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시스 황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곱슬곱슬하고 은빛으로 빛나는 가닥들이 손끝에서 스쳐 갔다.
“그의 시중을 드는 건 날 모시는 것이나 다름없어.”
“그치만, 그래도요, 주인님….”
시스 황제가 팔짱을 끼고 브라우니를 내려다보았다. 무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시스 황제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그를 씻기고, 먹이고 돌봐야겠군.”
“그건…. 안 돼요…! 저희가, 저희가 하겠습니다!”
어떤 협박이라도 받은 것처럼 브라우니들은 오들오들 떨면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고귀한 주인을 모시는 그들로서는 주인이 자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무언가를 해버리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정장 튜니카의 장식용 끈을 풀었다. 브라우니가 얼른 다가와서 망토를 받아주었다.
“먼저…. 뮤를 씻길까요?”
“알아서 해.”
시스 황제가 침대에 걸터앉아 포티스를 내려다보았다. 포티스가 겨우 고개를 들자 시스 황제는 상냥하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누워있어.”
“그래도….”
“여긴 너와 나뿐이다. 다른 이의 눈을 신경 쓸 필요 없어.”
“…황제 폐하.”
그러자 시스 황제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포티스의 귓불을 매만졌다. 간질간질한 느낌에 포티스의 목이 움츠러들자 이번엔 목덜미로, 쇄골로 훑어 내려갔다. 그가 한 손으로 포티스의 목을 지그시 눌러보았다.
“아까는 그렇게 안 불렀는데. 착각이었나?”
얼떨결에 그를 예전의 호칭으로 부른 것을 떠올리고 포티스의 뺨에 홍조가 생겼다.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영원히 주인과 그의 뮤로 있고 싶었다.
“그건, 실수예요….”
“또 못할 건 없잖아.”
“…….”
포티스가 입을 열었다가 다물고는 조그맣게 말했다.
“…주인님.”
“그래.”
그러자 내벽이 저릿하면서 그에게 종속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맞닿아있어서인지 묘하게 흥분되고, 야한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다리 사이가 젖어 든 것은 물론이고, 손도 대지 않은 유두도 슬그머니 세워졌다. 다리는 오므리고 있어서 괜찮았지만, 은근하게 퍼지는 미드 향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고 싶어?”
포티스는 당장이라도 섹스하고 싶다고, 주인님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려다가 아까 그가 자신에게 한 따끔한 말이 떠올랐다. 포티스는 시선을 피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저…. 저는, 사면을 받으려고 섹스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포티스처럼 솔직하고 남을 속이지 못하는 성미를 가진 이가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상대를 속이고 사랑하는 척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왜 좋아한다고 한 거지?”
포티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는 케이지드에슈에 있을 때의 포티스의 마음의 흐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그럴 수도 있었다. 포티스조차 잘 몰랐고, 둘은 서로 너무 달랐으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엉켜있을 줄은 포티스는 짐작하지 못했다.
“속…. 속이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당황한 포티스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목을 쥔 시스 황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포티스가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다.
“그렇다면 증명해봐….”
그리고 어떻게 하라는 말도 없이 다물려있던 입구가 쭉 벌어질 정도로 허벅지를 확 잡아당겼다. 포티스가 채 뭐라 하기도 전에 쑤걱,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내벽이 성기로 가득 찰 정도로 단숨에 뿌리까지 삽입되었다. 거친 데다 약간 아픔이 느껴져 순식간에 눈물이 고였다.
“하, 앗…!”
시스 황제는 한 손으로 포티스의 허리를 잡아 들고 성기로 안을 찌르는 대신, 마치 음란한 도구를 쓰듯이 성기 쪽으로 몸통을 끌어왔다.
“하앗, 앗…!”
시스 황제의 아래에서 그의 움직임에 맞춰서 움직일 때와는 색다른 감각이었다. 포티스의 가느다란 몸 전체가 시스 황제의 손안에 있었다. 내벽에서 분비된 불투명한 체액이 연결부의 틈으로 지근지근 밀려 나와 시트를 적셨다.
“으응! 앙! 하앙…!”
포티스가 발끝을 바르작거리면서 금방 절정에 달했다. 그에게라면 물건처럼 다뤄져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았다.
“하아, 아….”
포티스가 절정에 달해 정신없이 헐떡여도 시스 황제의 거친 행위는 계속되었다. 그는 포티스의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는 그 위로 묵직하게 체중을 실었다. 포티스의 허벅지와 배가 맞닿았고, 굵은 성기를 받고 있는 피가 몰려 분홍빛이 된 입구가 훤히 드러났다.
“으응, 읏…!”
굵은 성기가 내벽을 헤집으며 깊이 박히고 빠져나와 다시금 쑤걱쑤걱 안을 찔렀다. 그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반짝거리는 감각에 포티스는 점점 기분이 고조 되어갔고, 빠르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 으윽….”
성기를 문 내벽이 수축되며 쭉 빨아들였다. 포티스는 눈을 꽉 감고 쾌감을 받아들였다. 그때,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부드러운 목줄기에 손을 대고 지그시 조였다. 포티스는 숨이 막혀 콜록거리면서도 어쩐지 그것조차 기분이 좋아 울먹이며 시스 황제의 팔을 붙잡았다.
“윽….”
타액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목을 조르면서, 그가 완전히 기절하지는 않도록 조금 힘을 뺐다가 다시 조였다. 포티스의 황금빛 눈은 가늘게 열려 있었으나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그가 목을 꾹 누르는 순간, 포티스는 최고로 절정에 달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소리 없는 신음을 내며 입을 벌렸다.
“하아, 하아….”
시스 황제가 손을 풀어주자마자 포티스는 새빨간 얼굴로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내벽이 단단히 긴장해 성기를 조이고 있는 감각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정액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뒤늦게 수치가 밀려왔다.
포티스가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시스 황제가 다시금 포티스의 목을 졸라와서, 그는 파들파들 떨면서 그 팔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맺혔지만, 포티스는 벗어날 수 없었다. 심지어 그가 허리를 움직여 내벽을 자극해 오는 바람에 몸이 딸려가면서 저절로 엉덩이가 흔들렸다.
“윽, 으읏…. 앗…!”
억눌린 신음이 띄엄띄엄 흘러나오고, 휘어진 내벽을 깊게 찔린 포티스가 몸을 움츠리면서 실금했다. 시스 황제는 만족스럽게 손에 힘을 빼면서 포티스가 콜록거리며 허겁지겁 숨을 들이쉬는 동안 내벽에 힘차게 사정했다.
“하아…!”
정액이 밀려 들어오는 쾌감에 포티스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딸꾹질을 했다. 눈동자의 흰자위를 드러내며 기절하나 싶었지만, 이내 눈을 깜박이며 서서히 의식을 회복했다. 목덜미와 가슴, 배까지 온몸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아, 하아….”
시스 황제의 손길이 다시금 목에 스치자 포티스는 각오한 것처럼 눈을 감았다. 그러나 포티스의 각오를 눈치챈 시스 황제는 그 자체만으로 흡족해하고, 포티스의 이마에 키스해주었다. 땀에 젖은 포티스의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시스 황제는 성기를 빼내나 싶더니 다시금 내벽이 꾹꾹 자극될 정도로 파고들 듯 깊이 찔러왔다. 아무것도 대비하지 못한 포티스의 몸이 크게 흔들리면서 신음을 삼켰다.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허리를 붙잡고 빠져나갔다가 단숨에 뿌리까지 깊게 박아넣기를 반복했다.
“앗…! 하앙…! 앙, 아앙…!”
성기가 찔걱이며 빨려 들어갈 때마다 포티스의 신음이 비명처럼 시스 황제의 침실에 크게 울렸다.
“으읏….”
포티스는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트렸다. 그리고 시트를 손끝으로 붙잡으면서 쾌감을 받아들였다. 시스 황제가 찌르는 대로 몸이 멋대로 들썩였고, 그가 성기를 빼낼 때마다 저절로 엉덩이가 딸려 올라갔다가 다시금 침대에 푹 눌리며 내벽이 자극되었다.
“앙…. 하앙, 앙…!”
이성을 잃은 포티스가 다리를 벌리며 시스 황제의 성기를 단단히 조여 물었다. 그의 이런 모습이 보기 좋다고 생각하면서,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처음보다 훨씬 진한 정액을 내보냈다. 포티스가 몸을 비틀자 연결부에서 비집고 나온 정액과 포티스의 불투명한 체액이 뒤섞여 주르륵 흘러내렸다.
“앗…. 아!”
마치 끝이 없는 쾌감 속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면서 포티스가 시스 황제에게 정신없이 매달렸다. 시스는 그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하, 읏…. 으응….”
포티스는 시스 황제에게 착 달라붙어 마음껏 맨피부를 맞대면서 긴 여운을 느꼈다. 몸을 파들파들 떨며 경련하던 포티스가 침착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단단한 팔과 따뜻한 품 안에서 포티스는 두려움을 점점 잊어버렸다.
멍하니 눈을 깜박이고 있자,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더니 손끝으로 입술을 매만져주었다. 이것은 언제부터인가 시스 황제의 버릇이 된 것 같았다. 그의 부드러운 태도에 포티스는 문득 기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대화를 해도 좋을 것 같은 상황이라고 느꼈다.
포티스는 아까 그가 했던 말을 정신없이 박히는 와중에도 잊지 않고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증명하면 되나요?”
“그래. 예전에”
시스 황제의 손이 포티스의 뺨에 닿았다.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잊어버린 무언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포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분명히 내게 전했어.”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해주는데 포티스는 할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족들이라면 알지도 모르는데,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저어…. 다시 증명해 보일게요.”
포티스가 시스 황제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리고 다시는 놓지 않을 것처럼 단단히 쥐고 시스 황제를 깨끗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뭘 할 수 있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게요….”
시스 황제는 포티스를 독점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는 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포티스는 시스 황제를 좋아했고,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상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 모습을 나름대로 사랑스럽게 여겼는지,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뺨을 살짝 붙잡아 늘였다.
“그러니…. 버리지 말아 주세요…. 으브븝….”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시스 황제의 분위기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포티스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두근 뛰었다.
“곁에…. 있어 주실 거예요?”
“그래.”
“갑자기…. 이상한 곳에 보내지도 않고요?”
시스 황제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포티스가 돌려주었던 반지를 꺼내 다시 포티스의 손가락에 천천히 끼워주었다.
“네가 놓고 간 것. 네 마음은 알았어.”
하지만 다른 이들과 섹스하지 않고, 그와 함께하고 싶은 포티스의 마음을 그는 들어주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포티스는 씁쓸한 기분으로 반지를 낀 손을 쥐어 보였다. 그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설득된 건 자신이었다. 어쩐지 완전히 그와 가까워진 것도, 화해를 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포티스가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시스 황제가 포티스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주었다.
“증명을 해내면, 네가 원하는 걸 들어줄게.”
그러면서 그는 포티스를 가볍게 안으며 곁에 누웠다. 두려웠지만, 원하는 걸 들어준다면 조금은 덜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는 맹목적인 감정이 포티스의 마음속에서 솟아났다.
“좋아해요…. 좋아해….”
안심한 포티스가 잠에 빠져들면서 시스 황제의 허리를 안았다. 시스 황제는 피하지 않고 포티스가 완전히 편안한 숨소리를 낼 때까지 그대로 기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