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음 날, 포티스는 오래간만에 깊은 잠을 잤다. 비록 제2기관에서 받은 교육이 재현되는 정신없는 꿈을 꾸긴 했지만, 깨고 나니 거짓말처럼 시스 황제가 곁에 있어서 기뻤다.
“좋,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잘 잤어?”
그러면서 시스 황제는 문득 포티스의 허벅지를 잡아 다리 사이를 벌렸다. 촉촉하고 미끈미끈한 체액이 고여있다가 실처럼 길게 늘어지며 후두둑 흘러내렸다.
“아…!”
아마도 꿈꾸는 동안 체액이 흐르게 된 모양이었다. 포티스가 얼굴을 붉히고 어쩔 줄 몰라 하자 시스 황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죄, 죄송해요…. 꿈이…. 이상해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다시 사과하려던 포티스는 마음을 바꿔서 다리를 벌린 채 양손을 가슴께로 올리면서 시스 황제를 응시했다. 쑥스러워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다정한 모습에 용기를 냈다.
“마음대로…. 해…. 해주시면 좋, 겠어요….”
포티스는 혹시 그가 싫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시스 황제는 언제나처럼 나른한 얼굴을 포티스의 가슴 사이에 파묻었다. 그의 입술이 포티스의 유두를 스치고, 잘근잘근 깨무는 감촉이 느껴졌다. 포티스는 금세 양쪽 유두를 전부 세우고 시트를 움켜쥐었다.
“아, 아…!”
포티스의 허리가 들리면서 발끝이 움츠러들었다. 시스 황제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다른 쪽 유두를 손끝으로 둥글게 매만지다가 살짝 꼬집어 비틀었다. 그것만으로도 뱃속이 뜨거워지면서 흥분이 올라왔다.
“주인…. 님….”
포티스가 조르면서 시스 황제의 손길에 가슴을 밀착했다. 곧 이성이 사라질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 가야 해.”
그러면서도 그는 포티스의 유두를 괴롭히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이 따끔하게 유두를 비틀 때면, 포티스의 오므려진 허벅지 역시 움찔거리며 다리 사이로 끝없이 체액을 배출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려는데, 이번엔 시스 황제가 유두 끝을 깨물며 혀끝으로 감싸 쭉 빨아들였다. 아찔한 감각에 포티스의 배가 파르르 떨렸다.
“하앙! 아…!”
“여기까지.”
시스 황제가 고개를 들곤 포티스의 뺨을 붙잡아 혀를 넣으며 키스했다. 포티스는 그와 떨어지는 게 아쉬워서 한껏 응하며 받아들였다. 디아망 마크가 있는 부근이 간질간질하고 더 만져줬으면 했지만, 그는 한 나라의 황제였고, 지나치게 방해하는 건 옳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
“후우….”
진득한 키스가 끝나고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입가를 손끝으로 닦아주었다. 포티스는 머뭇이며 그 손길에 얼굴을 한껏 부볐다.
“언제, 언제 돌아오세요?”
“나중에.”
“으응…. 기다릴게요.”
그리고 자신의 알몸을 내려다보던 포티스가 얼굴을 붉혔다. 시스 황제로서는 의미를 알지 못해 고개를 기울이자 포티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제가 알몸이라…. 돌아오실 때는 옷을 입고 싶은데요…. 이, 이런 모습으로 계속 있는 건 부끄러우니까요….”
하지만 설명을 다 듣고도 시스 황제는 짓궂은 미소를 보였다.
“난 상관없는데.”
“그, 그래도….”
그는 포티스의 당황하는 모습을 본 뒤에야 브라우니를 찾았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브라우니 하나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모자를 쓴 모습으로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났다.
“포티스의 시중을 들어줘.”
그러자 브라우니는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저번의 브라우니와는 달리 황제의 지시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리고 시스 황제가 정장 튜니카의 장식끈을 건네주자 브라우니가 작은 손을 꼬물거리면서 단단하고 예쁜 매듭이 되도록 묶어주었다. 그런 후에 보랏빛 정장 망토를 걸치면 황제의 의장이 완성되었다.
“오늘은 정원에서 보내는 게 어때.”
재밌을 테니까, 하고 덧붙이는 그의 말에 포티스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나가봐도 괜찮은지 되묻고는 기뻐서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제2기관에서 그리웠던 건 케이지드에슈의 파랗고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언제나 거닐던 포레스트 영지의 정원이었다. 특히 포티스는 포레스트 영지를 돌보는 것이 천직이었을 정도로 식물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도 된다면, 그럴게요.”
브라우니가 옷 단장을 마치자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입술에 키스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둘에게로 떨어졌다. 키스는 가볍게 맞닿는 것뿐이었지만, 포티스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녀오세요…!”
그가 가는 데까지 따라 나가고 싶었지만, 포티스는 자신의 알몸을 보고 미안해하면서 얇은 이불로 몸을 가렸다. 시스 황제는 그 모습을 돌아보더니 눈부신 미소를 한번 보여주고는 그대로 떠났다.
포티스는 케이지드에슈에서 씁쓸하게 그를 떠나보냈지만, 이번에는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쨌든 이곳은 그의 궁이었으니까.
그날 포티스는 처음 보는 브라우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게 굴었는데, 이전에 만났던 브라우니보다는 훨씬 상냥했다. 포티스는 창밖을 아무리 내다보아도 식물과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제1궁이 마치 달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제1궁 주위는 빽빽한 정원이 조성되어있었다.
포티스는 브라우니가 건네주는, 흰색의 비치지도 않고 어딘가 구멍이 뚫려있지도 않은 튜니카를 입으면서 옷이 평범한 점에 안도했다. 문득 키와 엘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왔다는 사실이 떠올라 아쉬웠지만, 그들은 엔지니어니까 분명 포티스와의 이별을 쉽게 받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밤에는 살펴보지 못했던 침실을 둘러보면 흰색과 연보랏빛 천개가 달린 커다란 침대와 식물이 심어진 화분 몇 개, 그리고 창가 쪽에는 원래부터 자라고 있던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 것 같은 둘레가 넓은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가 위쪽으로 쭉쭉 올라갈 수 있도록 천장에 둥글고 커다란 구멍도 나 있었다.
‘비가 들이치지 않을까?’
황제의 궁이니 어쩌면 마법으로 관리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포티스는 나무로 다가가서 표면을 매만지고 간단히 흙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는데, 수분도 부족하지 않고 별다른 병이나 해충도 없어 보였다.
“저기, 브라우니….”
브라우니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포티스 옆에 섰다.
“필요하신 게 있으세요, 포티스님?”
“정원을 둘러보고 싶은데, 여기 길을 전혀 몰라서….”
그러자 브라우니가 먼저 앞장서며 포티스를 돌아보았다. 초롱초롱한 얼굴이 상당히 친밀감 있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포티스는 막연히 커다란 요정 노인 같은 모습과 지금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곧 떨쳐버렸다. 어쩐지 떠올려서는 안 되는 일 같았다.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따라오세요.”
포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우니의 뒤를 쫓아가다 보니 황제가 머무는 제1궁이라는 곳은 어느 곳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궁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끝없이 긴 회랑을 걸으며 바깥쪽에 심겨 있는 식물들을 살펴보다가 정신을 차리면 다시금 새로운 회랑이 나타났다.
제1궁은 전체적으로 달걀처럼 둥근 모양에, 커다란 각각의 방 역시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나누어진 게 아니다 보니 상당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었다.
궁을 빠져나와 드디어 정원의 입구에 도달했나 싶으면 단지 궁 주위일 뿐이어서, 포티스는 새삼 이곳의 정원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전문 엔지니어가 돌봐주고 있어요.”
“역시 그렇구나, 매일 나무와 꽃을 만질 수 있다니…. 좋겠다.”
한때는 포티스도 포레스트 영지를 그런 식으로 가꾸었었는데…. 아득한 기억이 밀려와 포티스는 잠시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한여름이라 잎사귀가 무성한 정원수들을 지나자 드디어 정원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포티스는 온갖 품종의 장미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보석 꽃을 볼 수 있었다. 꽃들의 진한 향이 공기 중에 감돌아서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취한 것처럼 약간 흥분되었다. 얼마 만에 맛보는지 알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이 얇은 튜니카를 뒤흔들고, 달콤한 햇살이 포티스의 창백한 맨피부 위에 내려앉았다.
“여기서부터 정원이에요.”
“그럼 지금까지 풀과 식물이 있던 건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거니?”
브라우니가 잠시 작은 손을 턱 근처에 가져다 대면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거긴…. 궁전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입구의 둥근 아치는 장미 넝쿨이 위까지 뻗어있었다. 안쪽을 살펴보니 아치가 끝나면 장미 벽이 이어졌다. 포티스는 정원 역시 상당히 넓을 것으로 예상했고, 그래서 브라우니를 돌아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브라우니도 브라우니의 일이 있을 텐데, 더 시간을 빼앗기는 미안했다.
“이제 혼자 둘러봐도 괜찮을 것 같아. 같이 와줘서 고마워.”
브라우니가 초롱초롱한 얼굴로 어깨를 펴면서 대답했다.
“포티스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모두들 못마땅해하지만…. 앗, 이건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역시 내가 온 걸 불편해하는 걸까? 파즈도 아니니까….”
포티스는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이라 편하게 말했지만, 약간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이었다. 분명 자신이 황제의 제1궁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른다는 것도 쉽게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전 황제 폐하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포티스님을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그, 그래…?”
포티스의 뺨에 홍조가 돌았는데, 브라우니는 개의치 않고 주머니에서 디아망 무늬가 아로새겨진 작은 종을 꺼내 포티스에게 건네주었다.
“혹시라도 길을 잃으시면 종을 울리세요. 금방 나타나겠습니다.”
그러면서 포티스의 맨발을 보고 주머니를 뒤적여 굽이 높은 구두를 꺼냈다.
“지금 가진 게 이 신발뿐이네요, 그래도 맨발보다는 나을 거예요. 제가 포티스님이 입을 수 있는 의복을 준비해놓을게요.”
밝은 목소리로 떠드는 브라우니 덕분에 포티스의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누군가와 섹스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나이츠 오브 디아망의 기사 니즈나 하급 엔지니어인 엘과 키도 좋은 이야기 상대였지만, 사실 포티스는 약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와는 섹스를 해버렸고, 다른 둘 역시 실론이었다.
“응, 고마워….”
구두를 신은 포티스가 인사를 하자마자 브라우니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더니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포티스는 오래간만에 혼자 남자 커다란 해방감을 느꼈다. 황제의 궁에는 다른 실론들이 없었으니, 지금 정원에도 자신뿐이었다.
“후아….”
기지개를 켜면서 걷다 보니 구두에서 또각또각, 하는 소리가 났다. 바닥은 부드러운 흙이고 걷는 길은 디아나로 단장이 돼 있었기에 잠시 신을 벗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궁으로 돌아갔을 때 흙발로 더럽히면 브라우니들의 수고가 늘어날 것 같아서 포티스는 그대로 신고 있기로 했다.
청명하고 맑은 파란색 여름 하늘이 무성한 초록 잎사귀를 경계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근처에 있다고 하는 제2기관이나 다른 궁이 혹시라도 보이지 않을까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장미 벽이 워낙 놓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혼자 지내면 쓸쓸할지도….’
포티스는 시스 황제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긴 채 발길 닿는 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포티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투명한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보석 나비로, 보석 꽃 위에 사뿐히 앉아있다가 포티스의 기척을 느끼자 일제히 한쪽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예쁘다….”
보석 나비는 보석 꽃에서 태어난 것으로 생물이 아닌 마법의 일종이었다. 포티스는 시스 황제도 보석 나비를 즐길 시간이 있는지, 그에게 오늘 정원을 산책하면서 발견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비록 많이 신어보지 않는 불편한 구두를 신었음에도 서둘러 보석 나비를 쫓아갔다.
보석 나비가 장미 미로를 벗어나 숲길로 날아가 버리자 포티스 역시 과감히 길을 벗어나서 안으로 헤치고 들어갔는데 보석 나비의 이동 속도가 빨라 비틀거리며 달려야 했다.
‘딱 한 마리만 있으면 되는데….’
생물의 손에 닿으면 순식간에 굳어버리는 보석 나비는 장식품으로도 인기가 있었다. 포티스는 나뭇가지와 기다란 풀에 생채기가 생기면서도 열심히 따라갔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보석 나비를 쫓느라 포티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길을 벗어나 점점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드디어 보석 나비 하나를 양손에 가둬서 잡은 순간 구두를 신은 발이 미끄러지면서 무성한 수풀 쪽으로 등을 보이고 휙 파묻혔다. 그러자 빽빽한 나무 사이가 아닌 바닥과 디아나로 깔끔하게 단장되고 시원한 물을 뿜어내는 분수, 파즈의 알몸을 표현해 화사하게 햇빛을 반사하는 조각상, 산뜻한 색의 파라솔과 차와 다과가 놓인 테이블이 여러 개 놓인 장소로 나오고 말았다.
그 장소에는 귀족 실론들 열댓 명이 담소를 나누며 오전의 티타임을 나누고 있었다. 포티스는 길을 벗어난 채 상당히 깊숙이 나아간 나머지 본궁의 정원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본궁의 정원에는 이와 같은 장소가 여러 군데 있었고, 많은 실론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정원에는 자유롭게 키워서 기르는 새와 고양이는 물론, 갖고 놀기 위한 뮤도 있었다.
“아….”
보석 나비는 손안에 갇혀서 파닥이다가 점점 날갯짓이 잦아들고 있었다. 귀족 실론들의 시선을 일제히 받은 포티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넘어지는 바람에 짧은 튜니카가 말려 올라가 배 위의 디아망 마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새로운 뮤로군.”
포티스는 본능적으로 서둘러 튜니카를 끌어 내렸지만, 귀족 실론들은 이미 그가 뮤라는 걸 안 상태였다. 굳이 디아망 마크를 보지 않았더라도, 그런 가벼운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건 뮤밖에 없었다. 파즈들도 실론들만큼이나 의장을 갖추곤 했다.
머릿속에 선명한 경고가 울리는데도 포티스는 바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귀족 실론들 몇이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포티스는 벌떡 일어났다.
“방해해서, 죄…. 죄송해요….”
이런 순간조차 그렇게 말하는 것이 포티스다웠지만, 어쩌면 하지 않고 도망가는 편이 현명했을 것이다. 실론 서넛이 말없이 거리를 좁혀 다가오자 포티스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다가 등을 휙 돌려 수풀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재빠른 손 하나가 포티스의 어깨를 붙잡아 당겼다.
“앗…!”
순식간에 붙잡힌 포티스는 고양이처럼 달랑 붙잡혀 바닥에 짓눌렸다. 발을 바둥거렸지만, 누군가 단단히 허벅지를 붙들어 벌렸고, 양손 역시 제압당한 상태였다. 붙잡았던 보석 나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포티스는 겁에 질리고 무서워서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그들을 올려다보아도 조금도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지만, 애써서 두려움을 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방해해서 죄송해요, 놓아주시면 금방 갈 테니까요….”
귀족 실론 중 하나가 포티스의 턱을 매만졌다. 그러자 목덜미로 아찔한 열기가 퍼지면서 포티스의 몸이 성기를 받아들일 표시가 되었다는 의미로 체액을 분비했다. 투명한 액체가 다리 사이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지고, 누군가 그것을 문질렀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언제 입궁했지?”
“앗, 아…. 싫, 싫어요…!”
포티스가 들썩이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귀족 실론들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포티스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자 귀족 실론들 사이에서 웃음이 퍼졌다. 여전히 차를 마시며 가담하지 않은 실론들도 포티스의 비명을 듣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시선을 주었다.
실론 중 하나가 포티스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머리카락 색이 짙은 청색인가? 보기 드물군.”
그러면서 포티스가 입고 있는 튜니카를 가슴께가 드러나도록 걷어 올렸다. 그리고 통통하게 세워진 유두를 비틀면서 깨물었다.
“앗, 아….”
포티스가 헐떡이면서 손끝을 움츠렸다.
“우유는 나오지 않아.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이러지 마세요….”
튜니카의 주머니에 브라우니가 준 종이 들어있다는 게 떠올랐지만, 포티스는 손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귀족 실론들은 포티스가 그러거나 말거나 포티스의 몸을 살피면서 품평 중이었다.
누군가 포티스의 턱을 붙잡아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입을 벌려 혀를 내밀게 했다.
“얼굴이 귀엽고 입이 작은 데다 색기가 흐르니 울리는 맛이 있겠어.”
“싫, 싫어….”
포티스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귀족 실론들의 손이 자신의 몸을 마음껏 주무르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다리 사이를 벌리는 손길에 포티스의 허리가 움찔거리면서 체액을 흘려보냈다. 누군가의 손끝이 구멍을 짓누르고 안쪽을 벌려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분홍빛의 촉촉하게 젖은 좁은 내벽에 귀족 실론들의 다리 사이를 묵직하게 만들었다.
“그, 그만…!”
“신선하군.”
“최근에는 반항적인 뮤가 없었지.”
듣고 싶지 않아도 그들의 말이 귓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포티스는 언젠가 황궁에 방문했다가 본 장면이 지금 자신에게 재현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당, 당신들하고….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누군가가 손수건을 건네받더니 포티스의 입속에 우겨 넣어버렸다.
“으읍….”
고작 얇은 천 조각이 입에 들어왔을 뿐인데, 포티스는 그걸 제대로 뱉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발도 바둥거리고 몸도 비틀었지만, 미노타 일족에게 붙잡힌 것처럼 도무지 힘을 쓰기가 힘들었다.
“으븝, 으브븝….”
귀족 실론들은 순전히 포티스의 몸에만 관심 있었다. 가장 먼저 포티스를 붙잡았던 귀족 실론이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체액이 과일의 즙처럼 촉촉하게 흘러 있었다. 그는 그것을 혀로 핥고, 혀끝으로 누르면서 따라 올라가 입구로 파고들었다. 포티스의 허벅지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크게 떨렸다.
“으, 으븝….”
바둥거리던 손목에서 힘이 빠졌고, 혀가 내벽을 훑으며 들락이는 감각에 포티스의 몸은 황홀해졌다. 포티스의 기분은 나빴는데도, 허리가 저절로 들려 올라갔다.
‘기분 나빠….’
포티스의 숨결이 거칠어지면서 고분고분해지자, 귀족 실론들은 포티스와 그 실론이 섹스를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자기 차례가 오기 전까지 마저 차를 마시러 테이블로 떠났다.
‘싫어, 싫어….’
포티스가 눈물을 머금고 열심히 고개를 흔들자 눈물방울이 목덜미로 떨어졌다.
“가만히 있어.”
귀족 실론이 포티스를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튜니카를 걷어내며 털이 부숭부숭하고 힘줄이 돋은 색이 탁한 성기를 꺼냈다. 포티스는 움찔하면서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로 빼려 했는데, 그걸 알아챈 귀족 실론은 허리에 손을 받쳐 잡고 자신 쪽으로 쭉 끌어오면서 입구에 성기를 맞췄다. 단번에 성기가 몸을 꿰뚫는 감각이 느껴졌고 포티스는 발끝까지 찌릿찌릿해서 입을 벌리고 숨을 멈추었다.
“하아…!”
“자, 네가 좋아하는 성기로 안을 쑤셔주마. 벌써부터 구멍이 벌름대는군.”
그의 희롱에 포티스는 억울한 기분을 참지 못하고 훌쩍였다. 딱히 자신도 좋아서 몸이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내벽이 들어온 성기를 환영하며 빠끔거리는 것은 사실이었고, 더욱 깊이 받아들이기 위해 체액을 분비했다. 포티스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고, 무력감이 올라왔다.
“얌전해졌구나.”
귀족 실론이 웃으면서 성기를 뿌리까지 쑤시기 전에 포티스의 입에서 손수건을 빼냈다. 타액에 촉촉하게 젖은 손수건이 실을 늘이면서 치워지자 포티스는 살짝 몸을 떨었다. 상대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성기가 들어오면 기분이 좋으면서 혼란스러워졌다. 포티스는 끙끙거리며 신음을 참았지만, 완전히 소리를 내지 않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하아, 하앗…. 싫어….”
숨이 넘어갈 것처럼 빠르게 헐떡이고 뺨을 발갛게 물들였지만, 싫다는 기분은 옅어지지 않았다. 그가 배와 허리를 움켜쥐고 포티스를 물건처럼 성기로 끌어당겨 박을 때마다 디아망 마크가 눌렸고, 그때마다 솟아오르는 강한 쾌감에 포티스는 당혹스러웠다.
“정액 좋아하지? 얼마나 싸줄까.”
“읏, 으… 싫, 싫어요….”
포티스의 이성은 몸의 감각에 저항하며 열심히 버텼다. 그러나 온몸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유두가 세워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귀족 실론의 손이 가슴에 머물면서 유두를 비틀었다.
“하고 싶지 않, 아….”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행위가 중단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포티스는 한층 비참해졌다. 그런데 띄엄띄엄 말하면서 우울해하는 모습이 오히려 귀족 실론의 욕구를 자극해서 내벽 안에서 성기가 한층 더 커졌다. 그는 포티스의 허리를 안고 성기로 내벽을 꾹꾹 찔러 들어왔다.
“하앗, 아…. 싫, 싫어…!”
포티스가 손톱을 세워 바닥을 긁으면서 목을 뒤로 젖혔다. 배가 파들파들 떨렸고, 내벽은 경련하듯이 절정에 달해 옴죽이며 성기를 빨아들였다. 포티스의 눈물 고인 눈이 흐릿해졌다.
“아…. 안돼….”
“쪽쪽 빨아 들여대는군.”
귀족 실론이 흥분한 목소리로 낮게 내뱉고는 포티스의 몸에 체중을 실은 채 퍽퍽,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박아넣기 시작했다. 연결부에서는 끊임없이 체액이 흘러내렸다. 포티스가 발끝을 움츠리면서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으윽, 읏…!”
몸속이 뜨거워서 내장이 곧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포티스는 울먹이며 몸을 바둥거렸지만, 귀족 실론은 그를 손쉽게 제압하고 내벽 안에 뜨거운 정액을 쏟아부었다.
“아…!”
아래가 화끈하고 동시에 안락한 기분이 들었다. 포티스는 파들파들 떨면서 무의식적으로 힘껏 성기를 조였다.
“으, 윽….”
귀족 실론이 만족스러워하면서 포티스의 뺨을 매만져주었다. 포티스는 얼굴을 돌릴 기운도 없어서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그가 성기를 빼내고 의복을 정리하자, 기다리고 있던 다른 귀족 실론이 포티스에게로 다가왔다. 누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닌데, 포티스는 더 이상 도망갈 의지를 잃었다. 뜨겁게 몸을 가르던 감각을 다시금 맛보고 싶었고, 그래서 상대가 포티스의 다리를 벌려 잡자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그런 생각에 놀라면서 다시금 고개를 흔들며 약하게 저항했다.
“…싫어, 싫어요, 하지 말아요….”
지금 포티스의 의식으로는 아까의 실론과 지금 자신을 안은 실론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포티스에게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성기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평소에 쾌락에 빠져들 때와는 달리 많이 혼란스러워서 갈팡질팡했다.
“싫…. 싫어…. 놔주세요.”
“울보인 뮤인가?”
귀족 실론은 상황을 즐기면서 포티스 입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포티스는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몸이 움직여 그의 손끝을 혀로 핥고 감싸면서 쪽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그러자 귀족 실론이 손끝으로 혓바닥을 지그시 눌렀다.
“정신을 잃을 만큼 귀여워 해주마.”
포티스가 눈을 감았다. 뽁,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포티스는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손끝에서 묵직해진 성기가 곧 들어올 거라는 기대감과 불안함이 동시에 느껴져서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 할 수만 있다면 벗어나고 싶은데, 박히고도 싶다니 너무 괴로웠다.
‘싫어, 징그러워….’
귀족 실론이 마침내 포티스의 입구에 성기 끝을 갖다 댔다. 끝이 지근지근 내벽을 넓히며 들어오자 포티스는 무릎을 맞대면서 끙끙거리면서 받아들였다. 조금 전에 이미 한번 한 뒤였지만, 내벽이 좁고 탄력 있어 성기에 착 달라붙었다. 뜨거운 성기의 감촉에 포티스는 저절로 호흡이 가빠졌는데,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으윽….”
귀족 실론이 허리를 움직여 조금 들어갔던 성기가 단숨에 뿌리까지 쑤셔지자 입구에서 불투명한 체액이 왈칵 흘러내렸다. 포티스는 눈을 꼭 감으면서 신음을 참고자 했다. 다른 건 모두 뜻대로 되지는 않아도, 신음은 참으려면 조금은 멈출 수 있었다.
“으읏….”
“목소리가 좋구나. 어디 더 울어봐라.”
그러면서 귀족 실론은 커다란 성기로 휘어진 내벽을 깊이 빠르게 푹푹 찔러 올렸다. 빠져나갈 때마다 휘어진 내벽이 성기에 걸리면서 묘한 쾌감을 주었다. 그리고 쾌감에 몸을 떠는 동안 불시에 다시금 두툼한 성기가 내벽을 짓누르며 문질렀다. 포티스는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헐떡였다.
“싫, 싫어, 그만둬주세요, 그만…!”
“정액을 먹여주면 태도가 바뀌겠지.”
귀족 실론이 웃으면서 포티스의 디아망 마크와 함께 허리를 잡아 누르곤 양이 많은 정액을 쏟아냈다. 꿀렁꿀렁 정액이 내벽으로 흡수되었고, 포티스는 정신을 잃을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타액을 주르륵 흘렸다.
“아앗….”
바닥에 고개를 떨군 포티스의 눈에 다음 차례로 포티스를 안을 귀족 실론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귀족 실론은 즉시 자리를 뜨지 않고, 다른 실론에게서 티타임용 나이프를 건네받아 포티스의 허벅지 안쪽을 살짝 그었다. 길고 가느다랗게 생긴 두 개의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다음 차례인 귀족 실론은 포티스를 넘겨받더니 다짜고짜 포티스를 바닥에 엎어놓고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삽입했다.
“하윽…!”
커다란 성기처럼 단단하고 딱딱한 일렉트로시트 스틱의 감촉에 허덕이는데 곧장 귀족 실론의 한껏 발기된 붉은 성기가 내벽을 꿰뚫듯이 찔러왔다.
“아, 아파! 그만, 아파요…!”
“발정해서 흥분한 주제에.”
그러면서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박아 둔 채로 허리를 확 움직여 성기를 박아댔다. 푹,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포티스는 허리만 바싹 들린 채로 울먹이며 차가운 바닥에 뺨을 댔다. 성기의 감촉이 좋아서 참을 수 없었다. 포티스는 비참함에 몸을 비틀면서 울먹였다.
“싫, 싫어…. 그만….”
“어디까지 저항하나 볼까.”
그리고 기특하다는 듯이 포티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팡팡 때렸다. 성기가 두 개나 들어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외부의 충격으로 내벽까지 억지로 자극되자 포티스는 숨을 삼키면서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강렬한 쾌감 탓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따뜻한 오줌 줄기가 포티스의 몸을 적셨다.
“흐윽….”
그러나 귀족 실론은 아무래도 상관없는지, 뒤에서 포티스의 몸을 압박하며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포티스는 자신의 오줌에 뒹굴면서 성기를 받고, 또 받았다.
그렇게 티타임을 즐기던 실론 전부를 받고, 몇 번 더 하고 싶어 하는 실론들의 욕구까지 채워준 다음, 포티스는 알몸에 정액과 체액투성이가 된 채 다리를 개구리처럼 벌리고는 정원 구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실론들은 이미 황궁에 볼일을 보러 가는 등 각자 할 일을 위해 전부 떠난 뒤였다. 포티스는 일어나고 싶었지만, 팔에도 다리에도 힘은 들어가지 않았다.
오후의 맑은 햇빛 속에서 포티스는 비참한 기분을 느끼면서 넝마가 된 옷조각을 더듬었다. 그러자 브라우니가 준 종이 툭 떨어졌고, 포티스는 그것을 떨리는 손으로 흔들었다.
“부르셨어요, 포티스님.”
브라우니는 포티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듯이 굳어있다가 허둥지둥 다가와 작은 몸으로 포티스의 팔을 부축해주었다.
“고마워…. 계속 부르고 싶었는데, 종이 너무 멀리 있어서….”
“아니요,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했어야 하는데요.”
포티스는 겨우겨우 힘을 짜내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고 싶지 않은데도 하게 되면 해버리는 몸이라는 게 괴로웠고, 또 몸 여기저기에 난 울혈을 시스 황제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포티스님, 이게 떨어져 있어요.”
“아…. 다행히 깨지지 않았네.”
포티스는 브라우니가 건넨 보석 나비를 받아들고 넝마가 된 옷가지로 힘겹게 아랫도리를 가렸다. 브라우니에게 보이는 것도 부끄러웠지만, 이런 꼴을 다른 이들에게 또 들킬까 봐 걱정되었다.
“걸으실 수 있으세요?”
“으응, 어떻게든….”
“제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포티스님을 도와드릴게요.”
그러나 포티스는 예전에 브라우니에게 호되게 당했던 기억과 브라우니 역시 자신을 보고 욕구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탓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로 괜찮아, 가면서 조금만 쉬면 될 거야. 우선 여길 빠져나가자.”
“그럼 어쩔 수 없지만…. 힘내세요, 포티스님.”
조심스레 나무 넝쿨 사이를 빠져나가는 포티스의 뒤를 브라우니가 따라갔다. 포티스는 브라우니가 제1궁의 정원에 도착했다고 알려주기 전까지는 안쓰러울 정도로 허둥지둥 발을 끌면서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아까부터 묘한 감각에 뱃속이 달아오르는 듯해서 포티스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제1궁에 도달한 포티스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묘하게 몸에 열이 나고, 숨이 가빠왔다. 브라우니가 걱정하면서 포티스의 주위를 맴돌았다.
“괜찮으세요? 역시 브라우니가 커질까요?”
“아냐, 정말 괜찮아. 그런데 뭔가…. 몸이 이상해. 병에 걸린 걸까?”
브라우니는 고개를 기울이며 포티스의 안색과 몸을 자세히 살피고는 몇 가지를 질문했다. 포티스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며 대답해주었다.
“열이 나고 뱃속이 뜨겁다고요? 혹시 뭔가 다른…. 기분이 들진 않으세요?”
포티스는 배를 끌어안고 몸을 숙인 채 눈을 깜박였다. 사실 행위가 끝나고도 내내 정액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그걸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포티스가 머뭇거리자 브라우니는 확인하듯이 말했다.
“어쩌면 발정기가 온 걸지도 몰라요.”
“발정기…?”
그에 대해선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는 이야기라서 포티스는 화들짝 놀랐다. 잠깐 몸 상태가 안 좋아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발정기라는 단어만 들어도 아찔했다.
“그… 그럼 어떻게 해? 섹스를 계속하고 싶어진다거나 그런 거니?”
“브라우니도 뮤에 대해서는 잘은 몰라요…. 주인님께 여쭈어보세요.”
포티스가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징그러….’
그런 생각이 들자 몸서리쳐지면서 여기를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졌다. 포티스는 힘을 내서 몸을 일으켰다. 비록 다리를 절룩거리고 몇 걸음 걸을 때마다 쉬어야 했지만, 포티스는 그래도 브라우니의 도움을 거듭 사양했다.
포티스가 제1궁으로 들어섰을 때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 뒤였다. 그런데 침실로 향하는 회랑으로 접어드는데,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정원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포티스의 발걸음 소리에 한 무리의 새때가 파다닥 날아올랐다. 늦은 오후의 그늘 속에서도 시스 황제의 모습은 선명하게 돋보였다.
“포티스.”
“주인님….”
그가 돌아와 있는 걸 보자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꼴이 말이 아니어서 순식간에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데, 시스 황제가 손짓을 했다. 포티스는 별수 없이 넝마 같은 옷조각으로 그나마 다리 사이는 가려지길 바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엉망이네.”
포티스는 발끝까지 달아오르는 기분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원에서…. 길을 잃어서…….”
그렇게만 말했는데도 시스 황제는 대강 알아들었다는 듯이 포티스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다시금 뱃속이 들끓어서 포티스는 침을 꼴깍 삼키고 더듬더듬 그의 손을 겹쳐 잡았다. 아직 마음에 불편한 느낌이 남아있는데도 포티스는 그와 닿으면 작은 동물처럼 몸과 마음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본궁에서?”
“네, 네에…. 거기에 있던 실론들이 일제히…. 저를….”
그러자 시스 황제는 흥미가 생긴 것처럼 포티스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브라우니에게 그만 돌아가라고 눈짓을 한 후 포티스를 감싸 안았다.
“침실로 가지.”
“…이대로요?”
포티스가 화들짝 놀라는데도, 그는 대답 없이 포티스를 휙 안아 들고 데려갈 뿐이었다. 포티스는 무력하게 상처 입은 허벅지 안쪽도, 체액으로 번들거리는 입구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잠시 내려달라고 말할까 고민했지만,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 않아서 얌전히 있었다.
시스 황제는 포티스를 침대에 눕히고는 곧장 다리를 벌려 잡았다.
“……! 보지 마세요…. 더러워요….”
그러나 시스 황제는 개의치 않고 포티스의 손에 들린 옷조각을 치워버렸다. 열댓 명의 실론들은 각각 한 번씩만 한 게 아니라, 내킬 만큼 포티스 안에 성기를 박아댔다. 덕분에 살포시 다물린 입구는 붉게 부풀었고, 안쪽도 찢어져 상처가 난 상태였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체액이 묻어 반들반들했다. 왼쪽 허벅지에 날카로운 도구로 긁힌 여러 개의 긴 상처를 보고는 시스 황제가 손끝으로 더듬어 매만졌다.
“이건? 정액을 받은 횟수인가.”
“…….”
아마도 그럴 것이다. 포티스는 입술을 꼭 깨물고 시선을 피했다. 넣어지고, 몸은 기뻐하고, 포티스의 정신은 오락가락하면서 고통받았다.
하지만 시스 황제는 오히려 흥미가 생겼는지 손을 미끄러트려 포티스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가 입구를 벌려 잡고 손끝을 밀어 넣었다. 휘어진 내벽에 닿은 손끝으로 안을 휘적이자 체액이 손가락을 타고 울컥거리며 올라왔다.
“아, 앗….”
고작 손가락일 뿐인데도, 포티스는 허리를 비틀며 신음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입을 막았다. 방금 전까지 질척하게 당하고 왔는데 또 금방 기분이 좋은 데다, 그걸 시스 황제 앞에서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금방 눈가가 빨갛게 되었다.
시스 황제는 피가 섞인 정액 덩어리를 꺼내 매만져보고는 그것을 포티스의 상처가 난 허벅지에 문질렀다.
“하아, 아….”
겨우 손가락이 빠져나가 포티스가 한숨 돌리는데, 시스 황제는 이번엔 포티스의 다리 사이에 몸을 밀착하고 고개를 숙여 포티스에게 키스했다. 따뜻한 혀가 얽혀들고,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정신없이 매달렸다. 그의 키스는 아까의 고된 행위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다. 포티스는 이제 숨을 빼앗겨서 헐떡이긴 해도 좀 더 능숙하게 그와 키스를 하는 방법을 익혔다. 입술이 잠깐 떨어졌을 때,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입가를 매만져주며 말했다.
“열이 있는 것 같은데.”
“아…. 그… 그건….”
발정기일지도 모른다고 차마 직접 말할 수가 없어서 포티스가 우물거렸지만, 시스 황제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입술을 매만지는 그의 손끝이 부드럽게 느껴져서 포티스는 용기를 냈다.
“발정기… 일지도 몰라요….”
“그래, 뮤에겐 그게 있었지.”
시스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오늘 저녁에, 네가 좋아할 만한 자리를 만들어줄게.”
그의 말에서 어떤 명백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포티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제…. 제가…. 발정기라서요? 섹스를 원할 것 같아서…?”
“그럼 아닌가?”
시스 황제가 누워있는 포티스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다른 실론에게 깨물리고 희롱당한 유두에는 잇자국이 생겨 쓰라린 상태였는데도 시스 황제의 손이 닿자 쾌감이 일었다.
“하아…. 다, 다른 실론하고 하는 건, 원하지 않아요….”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처럼 흘려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말만을 했다.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잖아. 포티스, 네가 바라는 대로 말이야.”
그러자 포티스의 몸이 파르르 떨리면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포티스는 갑자기 터진 눈물에 당황했지만 아무리 손등으로 닦아내도 진정되지 않았다.
“싫다고…. 했잖아요, 저는…. 모르는 실론의 아이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
“정말 그럴지, 어떨지. 확인해야겠어.”
시스 황제는 눈물범벅이 되어있는 포티스를 서늘한 연보랏빛 눈동자로 응시하고는 이내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기대해도 좋아.”
“항상, 그렇게…. 그런 말만, 하시고…. 저는.”
이제 시스 황제를 믿지 못하겠다고,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하고 싶었지만, 믿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포티스를 지배했다. 그래서 포티스는 그저 눈물을 닦아내기만 했다.
“좋아하는데…. 너무 좋아해요….”
“그래, 그러니 증명해봐.”
시스 황제가 달콤하게 속삭이며 포티스 위로 몸을 겹쳤다. 그와 맞닿은 아랫도리에는 얇은 옷의 감촉으로는 감출 수 없이 단단하게 부푼 성기가 느껴졌다. 포티스는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하려고 했지만, 시스 황제가 키스를 하면서 자신의 허리를 바싹 들어 올려 성기를 밀어 넣는 걸 막기가 힘들었다.
귀족 실론을 여럿 상대한 내벽은 흐물흐물하고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지만, 힘줄이 돋은 굵고 단단한 성기가 들어오자 곧 옴죽거리며 정액을 뽑아낼 듯이 빨아들였다.
“흐윽…. 으, 읏….”
포티스는 울면서 시스 황제를 손으로 밀어냈는데, 그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포티스의 손목을 휘어잡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깨물었다.
“이러지, 마세요…. 으응, 앗…!”
귀족 실론들의 정액을 충분히 흡수한 뮤의 내장 기관은 발정기를 맞이해 정액으로 인한 자극이 극대화된 상태였다. 정액을 받으면 받을수록 쾌감이 늘어나고, 아이를 받아들일 확률도 높아졌다. 그래서 몇 번 박지도 않았는데, 포티스는 저항을 그만두고 빨간 얼굴로 울먹이면서 저절로 조여지는 내벽과 그곳을 쑤셔 박는 성기의 촉감에 헐떡였다. 더군다나 시스 황제의 몸놀림도 평소보다 거칠어서 큼직한 성기가 한번 거칠게 박을 때마다 연결부에서 퍽, 하는 소리가 질척하게 들렸다. 포티스는 계속해서 눈물방울을 떨어트리면서 배에 손을 가져다 댔다. 성기가 휘어진 내벽을 쿵쿵 찔러 드나드는 덕분에 지잉지잉 하는 충격이 전해졌다.
“황제 폐하는, 저를…. 싫어하세요…?”
그러자 시스 황제가 다시금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내벽 깊은 곳을 성기로 쑤시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 너를? 그럴 리 없지.”
“그럼, 왜…. 아버지도…. 미츠도….”
내내 울고 있던 포티스의 정신은 몸의 쾌락으로 인해 이제 한계에 달해 거의 패닉 상태였다.
“그들을 찾을 건 없어. 이미 죽었으니까.”
포티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쩌면 내내 그에게 묻지 못했던 건 이러한 사실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어서였을까?
“그치만, 유배되었다고….”
“지금은 없어.”
“어떻게, 그럴, 수가…. 으윽, 하아….”
이러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도 쾌감이 뱃속에서 지근지근 전신으로 퍼졌다. 포티스는 쇼크를 받아 그가 움직이는 대로 몸이 흔들리게 내버려 두었다.
‘계속 아버지와 미츠를 만날 생각만 했는데….’
“응, 읏…. 하앙, 아….”
포티스가 멍하니 성기를 받고, 기계적으로 신음을 내고 있자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턱을 붙잡고 눈을 들여다보았다.
“집중해.”
“못, 못 하겠어, 요….”
그러자 시스 황제는 더는 말을 얹지 않고, 포티스의 배를 꾹 눌러 성기가 들어있는 내벽이 조여지게 하고는 허리를 움직여 힘껏 성기를 쑤셔 박았다. 성기가 들어올 때마다 포티스는 몸을 움츠리며 숨을 삼켰다. 시스 황제의 성기는 버거울 정도로 컸고, 힘줄이 미세하게 자극하는 감촉에 목덜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해졌다.
“흐윽, 아앙, 하앙…. 후응….”
도저히 신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포티스는 입을 벌리고 절정에 달했다. 쾌감의 파도에 온몸이 쓸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도, 시스 황제의 움직임은 멈출 줄 몰랐다.
“으응, 읏….”
포티스는 눈물을 떨구면서 뱃속을 화끈하게 달구는 정액을 받았다. 내벽이 크게 수축하면서 벌름거렸다.
“후우, 으윽….”
발끝을 움츠리고 손끝을 세워 시트를 붙잡아도 절정에 달한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포티스는 조금이라도 빨리 끝났으면 해서 허리를 살살 흔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꽉 감은 눈에서는 눈물이 방울방울 진주처럼 떨어져 내렸다.
시스 황제의 성기가 빠져나가자 포티스는 쌔액쌔액 숨을 몰아쉬면서 흐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손끝이 포티스의 입술을 버릇처럼 건드렸다.
“왜…. 죽였어요?”
포티스가 그의 손끝을 살며시 깨물었다. 그는 손을 빼내지도 않고 그대로 포티스의 뺨을 매만졌다. 불안하게 떨리는 황금빛 눈동자를 바라보던 시스는 나른한 듯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포티스는 더 이상 물어도 소용이 없고, 오해라고 말하는 것도 늦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떨구었다. 따뜻한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방으로 뚫려있는 창에서 한여름의 짙은 풀냄새가 바람을 타고 들어왔고, 창밖에는 감청색 하늘이 떠 있었다.
포티스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자신만 뮤가 된 거라면, 포티스는 돌이킬 수 없이 평생 뮤로 살아가야 한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미츠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티스는 스스로를 용납하기 힘들었고 시스 황제에 대한 감정에 혼란을 느꼈다. 가슴이 갑갑했고 섹스를 하고 났더니 몸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스 황제는 어째서인지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포티스의 곁에 머물렀다. 심지어 그는 그런 사실을 고백한 뒤인데도 포티스의 허벅지와 배를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애무했다. 포티스는 반응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문 채였지만, 몸이 파르르 떨리면서 미끈미끈한 체액이 분비되고 미드 향이 풍기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참던 신음이 약간 새어 나가고 말았다.
“읏….”
“여전히 날 좋아하는지?”
그가 그런 걸 물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포티스의 몸이 흠칫 떨렸다.
“…잘 모르겠어요.”
한참 만에 망설이듯이 나온 대답은 그것이었다. 솔직히 당장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고, 아버지와 미츠의 일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스 황제가 자신에게 특별히 거짓말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지독한 일이었다.
“그래.”
시스 황제가 정장 튜니카를 정리하려 하자 어디선가 브라우니가 나타나 장식끈을 묶어주었다. 시스 황제는 브라우니에게 포티스를 돌봐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는 포티스를 남겨두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이대로 가시면…. 안 돼요….’
포티스는 차마 말로 하지 못하고 그의 모습을 눈으로만 따라갔다. 혹시라도 돌아봐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커튼을 친 입구에서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밖으로 향했다.
“후우….”
그러자 몸의 긴장이 풀리고, 겨우 한숨이 새어 나왔다. 포티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죽인 상대의 소유인 거야, 나는….’
심지어 자신은 그를 좋아하기까지 했다. 포티스의 마음이 혼란으로 인해 무거워졌다.
“포티스님, 목욕과 식사, 어느 쪽부터 하시겠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자신의 침대도 아닌데, 언제까지 누워있을 수도 없기에 포티스는 비트적거리면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팔에 힘이 휙 빠지면서 고꾸라졌다.
“괜찮으세요, 포티스님?”
브라우니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포티스의 팔을 붙잡아주었다. 허벅지의 상처가 쑤시고 몸 여기저기도 근육통처럼 지끈거리는 데다 두통까지 있었다. 포티스가 겨우 숨을 쉬고 있는데, 이번에는 다리 사이에서 뜨거운 체액이 물처럼 후두둑 떨어졌다.
“이, 이거 왜 이러지….”
당황한 포티스가 다리를 움츠렸지만, 체액은 멈추지 않고 쏟아져나왔다. 시트에 축축하게 젖은 물 자국이 생겼고, 그러고도 계속 흘러내렸다.
‘설마 발정기라서…?’
그래도 아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포티스는 가벼운 좌절감을 느꼈다. 모든 게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잠시 엎드린 채로 눈물을 글썽이다가 이내 브라우니를 응시하며 물었다.
“혹시…. 상처에 바르는 약 같은 건 없을까? 예전에 썼을 때 효과가 좋았거든.”
“잠시만요, 제가 상비하고 있는 건 이런 것뿐이지만요.”
브라우니가 주머니에서 꺼내 든 것은 길쭉한 디아나 케이스에 들어있는 약이었다. 투명한 흰색으로 흰 꽃이나 바닐라 크림을 연상케 하는 향이 나서 전혀 다른 약 같아 보였다.
“내가 여기저기 좀 다쳐서…. 발라도 괜찮을까?”
브라우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직접 발라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포티스는 극구 사양하고는 우선 효과가 있는지 시험을 해볼 겸 브라우니에게서 몸을 돌린 채 허벅지의 상처에 약을 발라보았다. 뮤의 상처에 효험이 있는 약초로 만든 것은 아닌지, 발라도 약간의 통증만 사라질 뿐 피부의 재생은 더뎠다. 포티스는 아쉬워하면서 브라우니에게 연고를 내밀려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 황제가 저녁에 포티스를 즐겁게 해주겠다고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분명 그렇게 재밌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전까지는 그럭저럭 어떤 일을 겪어도 시스 황제에 대한 신뢰가 조금은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옅어진 상태로 그가 자신의 목을 갑자기 졸라 죽인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적어도 그것이 포티스의 현재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건조하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아마도 날 미워하고 계실 테니까.’
이제 자신의 동생이 시스 황제의 파즈를 빼앗았다는 누명을 벗을 도리도 없었다. 설사 벗는다 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버지도 미츠도 죽은 후였다. 포티스는 대체 그들을 언제쯤 죽였는지 묻는 게 좋을까, 무덤은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떻게 돼도…. 모르겠어….’
앞으로 자신은 시스 황제의 뜻에 목줄이 묶인 것처럼 끌려다니다가 아이를 받아들이고, 출산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후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포티스님.”
그제서야 의식 속에 브라우니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어느새 눈앞에 또 다른 브라우니가 나타나서 둘 모두 포티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포티스는 약간 당황했지만, 곧 기운이 빠진 침착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미안해, 잘 못 들었어. 뭐라고 말한 거야?”
“샤워와 식사를 마치고, 단장을 하셔야 해요.”
‘다시 그런, 더러운 일을…. 하게 되는 걸까….’
포티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더군다나 씻는 건 괜찮지만, 계속 간헐적으로 흘러내리는 체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분명 포티스가 걸어 다니는 자리의 바닥마다 미드 향이 풍기는 투명하고 끈적한 체액이 툭툭 떨어질 것이었다.
포티스가 난감해하고 있자, 브라우니들이 포티스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서요, 포티스님, 어서.”
“……. 알았어.”
명령을 내린 건 분명 시스 황제일 것이고, 브라우니들은 그저 실행할 뿐이니 그들에게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되었다. 포티스는 어설프게 회복된 피부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