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6)

13

포티스는 잠시라도 혼자 있을 틈을 내려고 했지만, 시스 황제의 지시를 받은 브라우니들은 포티스의 상처를 회복시키기 위해 열심히 초록색 연고를 발라주고, 간식을 더 먹이려고 하고, 파티를 위한 의상을 가져오는 등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포티스는 얌전히 그것들을 수행했다. 브라우니가 입혀주는 대로 옷을 입고 보니, 머리에는 토끼 귀를 본뜬 복슬복슬한 머리띠가 유두에는 딸랑딸랑 맑은소리가 나는 보석이 박혀 세공된 작은 디아나 방울을 집게로 달게 되었다. 그것들은 유두 사이에서 가느다란 디아나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또 디아나 줄은 어깨로 연결되며 등을 요정의 날개처럼 얇은 천인 픽트라로 감쌌다. 픽트라 천은 딱 포티스의 등만을 가려주었고, 아래에는 레이스와 디아나 줄을 연결해서 만든 하의를 입었다. 앞부분은 레이스로 가려져 있지만, 디아나 줄로 연결되는 뒤는 거의 뚫려있어 엉덩이가 훤히 보였다.

포티스는 의상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토끼 꼬리를 들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얗고 동그란 토끼 꼬리가 달린 반대편에는 디아망을 성기처럼 가공해 내벽에 끼울 수 있도록 만든 장식으로, 직접 끼우는 게 내키지 않는 물건이었다. 이런 꼴로 황족 실론들 앞에 나선다는 건 자신과 섹스를 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름이 돋았지만 달리 피할 방법도 찾지 못해서, 포티스는 이 괴로울 게 틀림없는 파티가 끝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니즈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결국 토끼 꼬리를 입구에 넣기 위해 다리를 벌리는데, 포티스가 서 있던 디아나 거울로 시스 황제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보였다. 포티스는 그대로 다리를 움츠리며 굳어버렸다.

“잘 어울리네.”

“…….”

포티스는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외면했다. 지금 그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시스 황제는 개의치 않고 포티스의 허리를 감아 안으며 자신 쪽으로 끌어들였다.

“갑작스러운 파티라서 그리 많이 오진 못하는 모양이야. 하지만…. 네가 만족할 정도는 될걸.”

포티스는 깜짝 놀라 숨을 크게 들이쉬며 멈추었다가 그의 말을 듣고 천천히 호흡했다. 발정기가 아직 끝나지 않아 다리를 타고 체액이 흘러내렸다. 시스 황제의 피부가 닿은 허리가 따끔따끔했고, 좀 더 만져줬으면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포티스는 열심히 그 욕구를 떨쳐냈다.

“…….”

포티스가 고개를 떨군 채 잠자코 있자,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입가를 매만졌다.

“계속 토라져 있을 셈이야?”

그의 손길이 얇은 픽트라 천의 안쪽으로 들어가 포티스의 등줄기를 훑었다. 포티스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토끼 꼬리를 떨어트렸다. 그는 손으로 시스 황제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버려 두세요….”

“왜지? 네게 상을 줄 참인데.”

그러면서 귓불을 깨물며 포티스를 안은 채 그의 엉덩이를 손끝으로 벌렸다. 입구가 늘어나며 체액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상 같은 건…. 주지, 않으셔도….”

포티스가 여전히 시선을 아래로 한 채 침울하게 말하자 시스 황제는 그의 턱을 붙잡아 고개를 들게 하고는 키스했다. 가볍게 스치는 듯한 키스를 한 뒤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깨물지 마.”

그다음에는 혀가 들어왔고, 포티스는 숨을 빼앗기면서 그를 거부하려 했지만, 결국 집요하게 구는 시스 황제를 향해 혀를 내밀고 말았다.

“후우….”

시스 황제가 포티스를 디아나 거울로 밀어붙이더니 갑작스레 그를 화악 안아 들었다. 포티스는 엉겁결에 그의 품에 기댔다. 두려운 눈으로 시스 황제를 응시했더니 그는 포티스를 자신의 품에 가둔 채 한 손으로 발기된 성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도망갈 듯이 몸을 빼는 포티스의 허리를 붙잡아 안아 들고는 뿌리까지 단숨에 삽입했다. 아무리 연고를 발라 치료해두었고, 또 체액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고는 해도 갑작스럽게 힘줄이 돋은 성기가 들어오자 포티스는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아…!”

포티스는 거절의 표시로 고개를 흔들었지만, 시스 황제는 포티스의 몸을 마음대로 다루어 태연하게 안을 지근거리며 드나들었다.

“흐응…! 하아, 그만…! 제게, 왜….”

몸이 들썩이며 크고 작게 띄엄띄엄 흘러나온 말에 시스 황제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엉덩이를 바싹 끌어당겨 성기 위에 깊숙이 내려앉도록 했다. 포티스는 아래로 떨어질까 봐 순간적으로 그에게 다리를 감으며 매달렸다.

“사랑스러우니까.”

“읏….”

엉망인 채로 아무에게나 안기고, 다시금 그러기 위해 이런 모습을 했는데도…? 포티스는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시스 황제가 엉덩이를 받쳐 잡고 성기가 드나들도록 위아래로 들썩여주자 포티스의 허리가 팽팽해졌다.

“그런…. 이상, 해…. 으읏.”

시스 황제는 포티스가 뭐라고 하건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기분 좋게 움직이며 내벽에 진득하고 양이 많은 정액을 배출했다. 포티스의 통통한 배가 살짝 흔들리면서 디아망 마크의 보랏빛이 한층 선명해졌다.

“하아, 하아….”

신음을 억누르던 포티스가 정액으로 인한 쾌감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시스 황제는 어린아이라도 달래듯이 그의 몸을 안은 채 토닥여주고는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묵직한 성기는 빠져나갈 때도 내벽을 자극하는 바람에 포티스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아야 했다.

“후우, 하아….”

하지만 긴 여운이 덮쳐오면서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품에서 몸을 긴장시키면서 내벽을 한껏 조였다.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었기에 그의 입구가 빠끔거리는 것을 전부 느낄 수 있었다. 체액이 시스 황제의 손으로 툭툭 흘러내렸다.

시스 황제는 포티스가 손에 들고 있다가 떨어트린 토끼 꼬리를 주워들어 가공된 디아망을 한번 매만진 후 포티스의 엉덩이에 찔러넣었다.

“윽…!”

억눌린 신음과 떨리는 몸으로 포티스가 기분 좋게 반응한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시스 황제는 민감한 그의 몸이 귀엽게 생각되어서 일부러 토끼 꼬리를 살살 돌리면서 천천히 들락여주었다.

“……!”

포티스가 몸을 웅크리며 입을 벌린 채로 타액을 주르륵 흘리고 나서야 겨우 꼬리가 완전히 들어갔다. 시스 황제가 그를 도로 바닥에 내려주자 포티스는 비틀거리면서 거울을 등지고 섰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제대로 서 있기가 버거웠지만, 그의 앞에서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 갈게요….”

시무룩한 데다 어떻게 보면 차가운 태도였는데도 시스 황제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포티스의 몸을 만졌다. 행위를 끝내고 나면 버릇처럼 하곤 하는 포티스의 입술을 매만지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직접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여있던 바닥이 낮은 뮤용 샌들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의상과 세트로 디아나 줄과 레이스로 발등을 장식하게 되어있고, 샌들 뒤에 방울이 달려있는 무척이나 얇고 연약해 보이는 신발이었다. 시스 황제가 직접 포티스의 발을 붙잡고 샌들을 신겨주었다. 포티스는 혼란스러워서 발을 빼내려 했지만, 어차피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잠자코 있었다.

그는 샌들을 신은 포티스의 발을 받쳐 들더니 발등에 키스하고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순간적으로 포티스의 뺨이 화끈 달아올랐다.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녀와.”

“다녀… 오겠습니다….”

포티스는 조그맣게 말하고는 얼른 그의 시선을 피해 방에서 나와버렸다. 바깥에는 브라우니가 대기하고 있다가 포티스를 보더니 따라왔다.

“제가 장소를 안내해드릴게요.”

“으응….”

포티스는 고개를 흔든 다음 뺨을 한번 찰싹 때리고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그가 자신의 앞에서 직접 무릎을 굽혀 신을 신겨줄 줄은 몰랐다. 만약 다른 실론들과 섹스를 한다거나 아이를 받아들이는 일을 강요받는 게 아니었다면 마음이 풀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티스는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여길 떠날 거야…. 파티가 끝나면.’

브라우니에게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이전에 포티스가 가본 적이 있는 본궁이었다. 여러 궁에 흩어져 사는 황족들이 모인 것이다 보니 중앙에 있는 본궁이 가장 만남의 장소로 적당했고, 또 크기도 알맞았다.

포티스는 키가 훌쩍 큰 나무와 빛나는 디아나 기둥으로 이루어진 미로 정원을 통과해 넓고 은밀한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찾아오는 길이 한적해 누군가 실수로 도착할 확률은 적어 보였다.

포티스가 생각에 잠겨 침울한 얼굴로 디아나 바닥을 밟으며 안쪽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색의 야회복 가슴에 각각 원하는 꽃을 장식한 황족 실론들이 오전의 밝은 햇빛 속에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거나, 몇몇이 둥글게 모여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을 반겼고, 어떤 이는 앉아서 작은 책을 손에 들고 있기도 했다.

그들 중 젊은 황족인 제34가문의 미카엘 디 오르가 포티스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들고 있던 찻잔을 뒤로 내던지면서 포티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자기로 만든 찻잔은 디아나 바닥에 부딪혀 파삭, 하는 소리를 내면서 깨졌다.

“네가 황제의 뮤구나?”

“아….”

그러자 갑작스레 황족 실론들의 시선이 입구에 선 포티스를 향해 쏠렸고, 몇몇은 미카엘처럼 다가와 포티스의 주위를 둘러쌌다. 포티스는 손으로 방울이 달려있는 가슴을 가린 채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조금 뒤로 물러나려는데,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포티스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잠깐 실례할게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라케티카였다. 그는 포티스에게 친근한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는 곧 황족 실론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 뮤를 만지지는 말아 주십시오, 발정기에 들어섰기에 몸이 민감합니다.”

그러자 미카엘이 팔짱을 끼면서 라케티카를 쏘아보았다. 포티스는 발정기라는 말에 부풀어 있는 배가 신경 쓰여 얼른 팔로 몸을 가렸다.

“명령하지 마.”

라케티카는 포티스를 이끌어 테이블이 있는 쪽으로 몇 걸음 더 옮기더니 실크해트를 벗으며 인사했다. 그 역시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야회복 차림이었는데, 가면은 쓰지 않았다.

“이건 부탁입니다, 즐거운 파티를 위해서는 약간의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황족분들께선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제2기관에 들락여서 라케티카의 얼굴이 익숙한 황족 실론들이 먼저 반응했다. 그들은 포티스에게서 떨어져 자신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미카엘은 사납게 라케티카를 노려보고는 곧 거칠게 아무 의자에 털썩 앉더니 티팟을 밀쳐 박살을 내버렸다. 어디선가 브라우니들이 나타나 분주하게 자기 조각들을 치웠다.

“빨리 시작해.”

“미카도 참, 어련히 시작될 거야. 진정해.”

깔끔하게 앞머리를 뒤로 넘긴 금발의 운드 디 오르가 미카엘을 달랬다. 둘의 가문은 서로 사이가 나빴지만, 재미있게도 둘은 절친한 관계였다. 그는 금방 끓어오르거나 화를 내는 미카를 달래는 역을 기꺼이 맡았다. 애초에 놀라는 일도, 흥미를 가지는 일도 적은 운드에게 미카엘은 즐거운 상대였다.

“<토끼 사냥>을 개최하겠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도망친 토끼를 사로잡는 사람이 오늘의 승자가 됩니다.”

자신을 두고 그런 대화가 오간다는 게 두려워서 포티스는 양팔로 몸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라케티카 역시 황제를 모시는 귀족 실론에 불과했으므로 그가 지시한 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선 <토끼>인 뮤가 먼저 출발하고, 정확히 15분 후에 황족분들이 <토끼>를 추적하러 나서면 됩니다. 붙잡았을 때 무엇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라케티카는 거기까지 말하고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말을 이었다.

“발정기의 <토끼>이니, 모쪼록 조심스럽게 다뤄주십시오.”

황족 실론들은 귀족처럼 박수치거나 환호하지 않았다. 다만 제자리를 지킨 채로 미소를 띠며 게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라케티카가 포티스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오랜만이네요, 포티스.”

“라케티카님….”

살짝 놀란 기색으로 그는 포티스의 배를 살펴보았다.

“정액을 꽤 받아들였군요, 포티스. 어쩌면 오늘 아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세요.”

“제가….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급해진 포티스는 라케티카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황족 실론 앞에서 라케티카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건 포기하는 게 좋아요. 황족 실론들은 이 정원을 구석구석 알고 있으니까요. 또, 가장 가까운 궁이라고 해봤자 제1궁입니다. 하지만 황제 폐하가 당신을 이곳으로 보내셨지요?”

포티스가 입술을 꽈악 깨물면서 눈물을 참았다. 제1궁으로 가도 다시 본궁으로 돌려보내질 거라는 그의 암시에 마음이 아팠다. 라케티카가 황족 실론들을 살피면서 포티스를 달랬다.

“아이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겠지만, 당신은 사면을 받게 됩니다. 잊지 마세요.”

“왜 시작을 안 하는 건데?”

마침내 미카엘이 버럭 소리쳤다.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당장이라도 가느다란 목을 가진 뮤를 꽉 깨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운드가 어깨를 토닥여주었지만, 미카엘은 차갑게 손으로 털어버렸다.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 라케티카가 다시 황족 실론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시작합니다, 제가 종을 울리면 뮤가 먼저 출발할 겁니다. 기다리세요.”

라케티카는 포티스가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가급적 천천히 움직였지만, 그건 포티스에게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라케티카는 포티스를 정원의 안쪽으로 통하는 길 앞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주머니에서 디아나로 만든 종을 꺼내 손에 들고 딸랑딸랑 울렸다. 포티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저번에 본궁에 잘못 들어섰을 때처럼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포티스는 독 안에 갇힌 쥐 신세라는 걸 실감했다. 도무지 어느 길로 가야 오랫동안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미로 정원을 허둥지둥 달려가고, 막힌 곳이 나오면 다급하게 돌아 나왔다.

라케티카는 모래시계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들고 있었다. 붉은색 모래가 조금씩 적어지고 있었는데, 황족 실론들은 포티스를 사로잡으면 어떻게 할지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웃으며 날씨 이야기를 했다. 햇살이 맑고 깨끗해 눈이 부셨으며, 새들이 짹짹거리며 즐겁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황족 실론들이 얇은 야회복의 재킷을 벗으며 셔츠차림이 되었다. 재킷을 입으면 바둥거리는 뮤를 사로잡았을 때 섹스하기가 불편했던 것이다. 비록 이길 게임이라 열과 성의를 다해 달려들지는 않아도, 황족 실론들 역시 제2기관의 귀족 실론들과 본질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라케티카의 손에 들린 모래시계에서 아래쪽의 붉은 모래가 점점 많아지고, 포티스는 허둥지둥 길을 찾아다녔다. 포티스가 움직일 때마다 유두와 신발에 달린 방울이 딸랑딸랑 울렸다. 세 갈래 길이 나오자 포티스는 망설이면서 미로 정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길을 크게 잘못 든 탓에 거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지경이 되자 포티스는 미로 정원의 벽을 뚫고 옆으로 지나가기로 했다. 단단한 나무줄기와 기둥이 되는 디아나가 세워져 있었지만, 나무를 파헤치면 꼭 포티스 하나가 지나갈 정도의 넓이로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포티스는 다급하게 가느다란 가지와 잎사귀들을 헤치기 시작했다.

“<토끼 사냥>을 시작합니다!”

라케티카가 손에 든 종을 높이 들고 울렸다. 그러자 황족 실론들이 포티스가 사라졌던 길로 향했다. 안쪽으로는 크게 세 군데로 통하는 길이 있었는데, 몇몇은 포티스가 들어간 미로 정원을 택했고, 몇몇은 중간중간 숨을 자리가 있는 탁 트인 넓은 정원을, 몇몇은 산책로를 골랐다.

미카엘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미로 정원을 향해 앞장서서 달려갔다. 운드는 그저 이 상황이 재밌을 뿐이라 미카엘을 따랐다.

포티스는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를 듣고 손발에 식은땀이 난 상태였다. 붙잡히면 섹스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받아들이게 된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포티스를 괴롭게 했다.

포티스가 끙끙거리며 미로 정원의 벽에 구멍을 만들고 겨우 머리를 통과시키고 간신히 양팔을 빼냈다. 머리가 나왔으니 분명 몸도 수월하게 빠질 거라고 생각하고 바닥을 짚어 하반신을 빼내려는데 갑자기 배 부근이 디아나와 디아나 기둥 사이에서 꽉 끼여버렸다.

“이…. 이게 왜, 어째서….”

포티스는 이전의 몸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배는 통통했고 엉덩이에는 토끼 꼬리가 달려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다시 돌아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포티스의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토끼>를 찾았어!”

미카엘이 마치 사냥개처럼 포티스를 덮쳤다. 목덜미를 꽉 물고 싶었지만 보이는 건 허리뿐이어서 그거라도 낚아채며 끌어안았다.

“아…!”

포티스가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미로 정원의 벽만 있을 뿐 뒤편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포티스가 도로 몸을 밀어 넣으려고 하자 미카엘이 포티스의 허리를 움켜쥐며 막았다.

“벽에 끼인 거냐? 이거 재밌네.”

미카엘이 포티스의 엉덩이를 짝 소리가 나도록 때리고는 의기양양하게 토끼 꼬리를 잡아 뺐다. 갑자기 내벽이 쭉 딸려 나가면서 안쪽에 모여있던 발정기의 체액이 퐁퐁 솟아 왈칵왈칵 쏟아졌다.

“흐응.”

미카엘은 고개를 숙여 구멍을 벌려 잡고 손가락을 넣어 안을 휘적였다.

“하앗…!”

가늘고 거친 손가락이 내벽에 닿는 감각에 포티스의 허리가 휘었다. 포티스는 잠시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려다가, 곧 침울하게 그만두었다. 아마 절대로 들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포티스가 체념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그 사이 미카엘은 포티스의 구멍 냄새를 맡아보고 볼록 나온 배까지 꼼꼼하게 어루만져본 후에, 대충 걸친 자신의 야회복 바지를 거칠게 풀어 짐승처럼 불끈 솟아 있는 짙은 색의 성기를 꺼냈다. 성기 주변을 머리카락과 같은 검은색의 털이 감싸고 있었다.

단숨에 큼직한 성기를 뿌리까지 박아 넣는 찰나, 운드가 막 미카엘을 따라 도착했다. 그는 미카엘이 토끼를 사로잡은 걸 보고는 즐거워하며 다가왔다.

“잡았네, 미카. 잘 됐다. 마음에 들어했잖아?”

“으응, 기다려. 너도 박게 해줄 테니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포티스는 소름이 돋아 엉덩이를 뒤로 빼려 했지만 이미 성기를 박고 있는 상태에서 유두에 달린 방울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들려 그저 유혹적인 행동으로 보일 뿐이었다.

“얼른 박아달라잖아.”

“음탕하긴.”

미카엘이 포티스의 디아망 마크를 지그시 누르며 질퍽질퍽 성기를 박아 넣기 시작했다. 커다란 성기가 내벽을 쓸며 드나들자 반사적으로 신음이 나오는 걸 참으면서, 포티스는 몸을 앞으로 당겼다. 하지만 미카엘에게는 포티스의 저항이 미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으읏….”

미카엘의 거친 몸놀림에 따라 포티스의 몸도 함께 들썩였다. 내벽에 닿는 자잘한 힘줄들이 쾌감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었다.

“하아, 윽….”

포티스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내벽이 수축되며 성기를 쪽쪽 빨아들이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다리의 힘이 풀리고 몸 안으로 기분 좋은 감각이 퍼져나갔다.

‘안돼, 아이가 생겨버려….’

어떻게든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앞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며 한 무리의 황족 실론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포티스가 벽에 끼인 것을 보고 재미있어하면서 포티스의 팔을 붙잡아 이쪽으로 끌어오려고 했다.

“아, 아파요….”

미카엘은 정신없이 포티스의 내벽에 성기를 박아넣고 있었다. 안쪽은 폭신폭신 부드러웠고, 포티스의 피부 감촉 역시 매끄러웠다. 지금까지 안아본 뮤 중에 가장 좁은 내벽을 가진 것 같았다.

“엄청 조인다니까….”

꿈을 꾸는 것처럼 눈을 감은 미카엘이 중얼거리며 뿌리까지 박혀 있던 성기를 잡아뺐다가 크게 밀어 넣으며 사정했다. 녹진녹진한 정액이 포티스의 내벽으로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바로 스며들었다.

“윽….”

포티스가 몸을 파들파들 떨며 정액의 쾌감을 버티자 황족 실론들은 미로 정원 벽 뒤에서 누군가 포티스와 섹스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들 중 몇몇은 포티스에게 박기 위해 다시 미로 정원을 빙 돌아갔다. 물론 황족 실론 중 몇몇은 그 자리에 남았다. 뒤에 있는 구멍만이 구멍은 아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포티스의 턱을 붙잡아 고개를 들게 하고, 부풀어 있는 성기를 꺼내 뺨에 문질렀다. 포티스는 진한 성기의 냄새를 맡자마자 갑작스러운 갈증을 느끼고 성기의 기둥에 입술을 갖다 대며 핥았다. 그러나 금방 자신의 행위에 혐오감을 느끼고, 고개를 흔들었는데 황족 실론은 포티스의 뺨을 철썩 때리고는 유두 집게에 연결되어 있는 디아나 줄을 확 잡아당겼다. 유두는 금세 피가 몰려 부풀었다. 황족 실론이 포티스의 얼굴을 붙잡아 입구에 밀어 넣듯이 입안을 짓누르며 들락이기 시작했다.

“읍, 으븝…. 윽….”

포티스는 숨이 막혀서 바둥거리며 붙잡힌 머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황족 실론은 여유롭게 목구멍 깊이 굵은 성기를 꾹꾹 박아가며 허리를 움직였다. 찔걱찔걱 하는 소리와 함께 포티스는 콜록거리며 타액을 줄줄 흘렸다.

그 사이 뒤편에서는 미카엘이 성기를 빼내고 포티스의 배를 거친 손으로 주물렀다. 배가 얼마나 불어났는지 확인하려는 손놀림이었다. 그는 디아망 마크를 만질 때마다 움찔거리는 포티스의 몸을 보고서는 운드에게 포티스의 엉덩이를 넘겼다.

뮤를 임신시키는 것 자체는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었으므로 운드는 섹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내벽이 엄청 기분 좋아.”

미카가 포티스의 엉덩이를 콱 깨물어 잇자국을 남겼다. 포티스의 다리 사이와 허벅지는 체액으로 인해 번들거렸다.

운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성기를 꺼냈다. 그러자 운드의 뒤편으로 포티스의 위치를 알아낸 황족 실론들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운드가 포티스의 엉덩이로 다가가 등줄기를 매만졌다. 포티스는 콜록거리면서 성기를 빠느라 정신없었다. 하지만 아래에서 무언가 딱딱한 게 꾹 찔러 들어오는 감각을 느끼자마자 잠깐 숨을 멈추었다.

“으븝…!”

내던져진 토끼 꼬리를 운드가 집어 다시금 구멍에 맞춘 탓이었다. 운드는 기운차고 다소 거친 손길로, 디아망을 가공해 뭉툭하고 성기 같은 토끼 꼬리의 끝부분으로 안을 마구 들쑤셨다. 입구에서 체액과 정액이 뒤섞여 거품이 일었다.

“읍, 으읍…. 으븝…!”

앞에서는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성기 탓에 목구멍이 막혔고 뒤에서는 찔러대며 헤집는 탓에 내벽이 아팠다. 포티스는 눈물을 툭툭 흘리면서 성기를 빨았다. 정액이 입안에 가득 쏟아졌다. 정액을 뱉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성기가 빠져나가면 재빠르게 다음 차례가 들어오곤 해서 도무지 틈이 없었다. 심지어 입안에 남아있던 정액들이 억지로 목구멍으로 들어가다가 기침을 할 때 코를 통해 흘러나오는 바람에, 포티스는 숨이 막히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액을 꿀꺽꿀꺽 삼켰다. 다행인 건 정액이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드디어 입안에 성기가 들어오지 않아, 모두에게 펠라티오를 했나 싶어서 허겁지겁 숨을 들이쉬는데, 아직 끝은 아니었다.

“자, 여기 더 있잖아.”

남아있던 황족 실론들이 웃으면서 야회복의 바지를 내렸다. 포티스는 그들이 쥐여주는 대로 얌전히 성기를 움켜잡고 뺨에 문지르며 귀두를 빨았다. 그리고 손에 든 성기를 주무르며 번갈아 기둥을 핥았다.

앞에서 이런 일로 정신이 없어 포티스의 엉덩이에 힘이 풀린 사이, 뒤에서 운드가 성기를 거칠게 박아 넣었다. 포티스는 핥던 성기를 놓칠 만큼 몸을 크게 들썩였다.

“하아, 으응…!”

포티스의 유두에 달린 방울이 흔들리면서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 그러자 성기를 내놓았던 황족 실론들이 불만을 표시하며 포티스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억지로 성기를 목구멍까지 밀어 넣었다. 포티스는 숨이 막혀 콜록거리면서 겁에 질려 얼른 성기를 붙들었고 열심히 번갈아 타액을 발라 빨았다. 성기들은 포티스의 손에서 점점 달아올랐다.

“흐응…. 읏…!”

운드는 포티스의 내벽이 생각보다 성기를 쪼옵하고 빨아들이는 데다 촉촉한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무아지경으로 허리를 흔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소의 이성이 조금은 들뜰 만큼이었고 황제가 직접 데리고 있는 뮤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운드가 흥분함에 따라 움직임이 빨라지고 연결부에서 미카엘의 정액이 질퍽질퍽 흘러나왔다.

운드가 큼직한 성기로 내벽을 긁듯이 문지르자 포티스의 목에 소름이 돋았다. 그와 동시에 포티스가 쥐고 있던 성기에서 정액 줄기가 뿜어져 나와서 머리카락과 얼굴에 불투명한 체액이 점점이 뿌려졌다.

“하아, 하아…. 으읏….”

황족 실론이 포티스의 고개를 들게 하고는 내벽에 쑤셔 박듯이 푹푹 찔러넣자, 포티스가 부르르 떨면서 힘겹게 숨을 멈추었다가 쉬길 반복했다. 운드는 앞에서도 나름대로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눈치채고, 허리가 뻐근해졌다. 이렇게 재미있는 <토끼 사냥>은 지금까지 좀처럼 없었다. 운드가 내벽이 귀두가 파묻히도록 푹 누르면서 사정했다.

“아, 아….”

포티스는 눈물과 함께 타액을 툭툭 떨어트렸다. 저번에도 수십 명의 실론을 상대한 적이 있었지만 적어도 이렇게 굴욕적인 모습으로 벽에 박힌 채 계속해서 성기를 앞뒤로 받지는 않았다. 마치 정액을 받기 위한 물건이 된 것 같았다.

‘참아, 이것만 견디면 돼, 이것만….’

포티스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커다란 성기를 빠는 동안, 운드가 자리를 떠났고 새로운 황족 실론이 포티스의 엉덩이를 차지했다. 뜨거운 성기가 꿰뚫으며 몸속으로 들어오자 포티스는 무의식적으로 입구를 조였다.

그렇게 포티스는 미로 정원의 벽에 갇힌 채 황족 실론들의 성기를 받았다. 하도 많은 성기를 받은 탓에, 살포시 닫힌 입구의 주변 피부가 빨갛게 부풀었는데, 황족 실론들은 오히려 그 모습을 즐겼다. 그들은 성기를 박으며 간간이 포티스의 디아망 마크가 있는 부푼 배를 매만졌고, 그들이 정액을 사정할 때마다 배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거듭된 섹스에 지친 포티스가 목구멍에 성기를 담은 채 기절하는 바람에 구멍에 일렉트로시트 스틱이 네다섯 개나 들어왔다. 짜릿한 전기 충격이 포티스의 내벽과 뱃속을 타고 흘렀고, 포티스는 위액과 함께 목에 들어있던 성기를 뱉어냈다.

“으읍…!”

“예의가 없는 뮤는 벌을 받아야지.”

영문 모를 고통에 숨이 막혀서 그랬을 뿐인데, 성기의 주인인 황족 실론이 침착하게 포티스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꺼내 혓바닥을 누르며 문질렀다.

앞뒤로 전기가 흘러들어오자 견디지 못한 포티스의 몸이 부서질 것처럼 덜덜 떨리고, 타액이 턱으로 주르륵 떨어졌다. 포티스는 흰자위를 보이면서 오줌을 싼 뒤 벽에 박힌 그대로 기절했다.

뮤가 기절해있거나 아니거나 하는 일은 비슷했으므로, 그들은 일렉트로시트 스틱을 빼내고 그대로 포티스의 입과 내벽에 성기를 삽입했다. 포티스는 의식을 잃었어도 내벽은 별개의 자아를 가진 것처럼 성기를 쑥쑥 빨아들였다.

포티스가 받아들인 정액은 총 43회였다. 모든 황족 실론들이 사정을 하면서 오늘 이곳에 모인 누군가의 아이를 받아들였을 거라 판단하기 좋은 숫자였다. <토끼 사냥>은 황족들이 티타임을 가질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들은 차를 마신 후 다음에 이어질 <토끼 만찬>을 기대하고 있었다. 고작 몇 시간 황제의 뮤를 희롱하는 것으로 그들의 욕구는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황족 실론들이 차례차례 자리를 뜰 때, 미카엘이 마지막으로 사정한 후 엉망이 된 포티스의 구멍을 열어보고는 토끼 꼬리를 마개처럼 꽂아두었다.

“……!”

그러한 작은 행동에도 포티스의 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카엘이 운드와 함께 떠드는 소리가 추욱 늘어진 포티스의 귓가에 무의미하게 들려왔다

“마무리를 해두었으니 분명 내 아이가 생길걸.”

“그러면 좋겠다, 미카.”

뮤에게서든 파즈에게서든 가문을 이을 아이를 얻는 일은 중요했다. 미카엘은 포티스의 신음을 되새기면서 만약 그가 사면을 받은 후에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면 자신이 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카엘은 황궁에서 고양이를 몇 마리나 키웠고, 거기에 사면받은 뮤가 추가된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대략 오늘 모인 황족 실론들 중 대부분이 미카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미카엘은 포티스와 섹스를 하는 황족 실론들을 지켜보면서 그 사실을 동물적 감각으로 눈치챘다.

모두들 포티스의 얼굴이 귀엽다거나, 신음이 마음에 든다거나, 머리카락 색이 특이하다거나 좀 더 깊이는 몇 번을 박아도 조여드는 내벽이 훌륭하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포티스에게 호의를 가진 상태였다. 들뜬 미카엘은 다른 황족 실론이 선수 치기 전에 포티스를 선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포티스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제34궁의 미카엘 디 오르이다. 이런 꼴로 널브러져 있으면 몸이 상할 텐데, 어쩔까. 도와주길 바라?”

포티스는 처음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단지 어떤 소리로만 들렸을 뿐이다. 말의 의미는 천천히 다가왔고, 포티스는 대답하려 했지만, 기침이 나와 대답하기도 편하지 않았다.

“도… 도와, 주세요….”

“그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카엘은 만족스럽게 웃고는 운드와 함께 포티스의 몸을 붙잡아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끌어당겼다. 포티스 혼자서는 덫에 걸린 토끼 같았지만, 도움을 받으니 그럭저럭 몸을 빼낼 수 있었다.

“후우….”

지친 포티스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둘에게 기댄 채 다리를 벌려 늘어트렸다. 미카엘은 정액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포티스의 통통한 배를 주물러보았다.

“이 정도면 아이를 받아들이고도 남았겠어, 우선 내 궁에서 쉬도록 하자.”

미카엘은 가벼운 포티스를 자신이 직접 등에 업었다. 포티스는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미카엘의 말에 두려워서 꼼짝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스 황제를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제34궁으로 가는 것이 안심되기도 했다.

‘가면 또, 하겠지….’

포티스는 사면을 받는다고 해서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둘의 태도를 통해 사면을 받아도 뮤는 공공연히 이전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대체 뭐가 달라지는 걸까? 포티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버텨왔던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순간 포티스에게 호의를 보여주는 미카엘이 한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티스는 자신을 업고 성큼성큼 걷는 미카엘의 등을 살며시 안으면서 속삭였다.

“고마워요, 미카엘님….”

“그래, 알면 됐다. 황족의 등에 업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비록 그가 으스대긴 했지만, 포티스에겐 미카엘이 그저 솔직한 심성을 가졌다는 사실로 비칠 뿐이었다.

샛길로 빠져나온 미카엘은 종을 울려 브라우니를 불렀다.

“내 마차를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브라우니는 얼른 달려가더니 곧 미노타 일족의 마부가 이끄는 화려한 금장 마차와 함께 나타났다. 운드는 내내 별다른 말이 없었는데, 그는 미카엘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웬만해서 반대라곤 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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