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26)

25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녹음이 우거진 포레스트 영지에 찬란한 초여름의 햇살이 드리워졌다. 포티스는 이른 아침부터 해충에 대비하기 위해 나무 주변에 엔지니어가 제조한 약을 뿌리고 있었다. 포티스가 맡기에는 시원한 향이 나는 그 약이 벌레들은 아주 싫어하는 냄새라고 했다. 벌레를 죽이지는 않으면서 방충 효과는 탁월했기에 포티스는 요 몇 년간 여름에는 그 약을 사용해오고 있었다.

“어디 보자, 이쪽은 다했고….”

포티스가 얇은 여름용 튜니카의 옷깃을 펄럭이면서 싱싱한 나무들을 돌아보았다. 그때, 포티스의 뒤편에서 미츠가 나타났다. 그는 포티스가 들고 있는 파란색 병과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형, 너무 일찍부터 나온 것 아니야?”

“매년 하는 일인걸. 너는 아우라님 곁에 있어야지.”

아우라는 드디어 미츠의 아이를 받아들이게 되어 무척이나 행복한 파즈가 되었다. 원래 그리 모질지는 못해도 제법 쌀쌀한 인상이었는데, 샤토드네쥬에서 포레스트 영지로 옮겨와 정착한 후에는 성격이 한층 시원해졌다.

“계속 옆에만 있으니까, 일이라도 하고 오라던데.”

미츠의 말에 포티스가 빙긋 미소를 보였다. 아우라와 미츠는 잘 어울리는 파트너였다.

“그리고 웬만하면 형은 들여보내랬어. 나무들은 내가 돌보아도 되니까.”

“저택에서 가만히 있기는 좀 그런데….”

“그럼 그냥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게 어때?”

미츠가 미소를 보이면서, 자신이 마저 하겠다고 했으므로 포티스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서늘한 바람이 포티스의 머리카락과 옷깃을 뒤흔들었다. 포티스는 저택 쪽으로 향하면서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나무 사이를 산책하듯이 얼마간 걷자, 저 앞에 저택이 보였다.

“포티스.”

뜻밖의 목소리가 자신을 불러 포티스는 고개를 휙 돌리면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응시했다. 거기에는 시스 황제가 훌륭한 흑마에 올라탄 채로, 품에는 잠든 첫째 아이 어린 아샤를 안고 있었다. 아이의 눈동자는 연보랏빛에 디아망 무늬가 있었는데,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은 포티스와 똑같았고, 성격 또한 포티스와 꼭 같이 소심했다. 조금 전까지 울고 있었는지 눈가가 붉고, 감은 눈에 눈물이 엉겨있었다.

“시스…!”

아샤가 깰까 봐 포티스는 작게 외치면서 그를 향해 웃으면서 다가갔다. 시스 황제가 말을 세우고, 아샤를 품에 소중히 끌어안은 채 말에서 내렸다.

“오늘은 오시는 날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별로?”

그렇게 묻는 시스 황제가 웃고 있었기에, 포티스 역시 미소를 보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뜻이에요.”

“아샤가 네가 보고 싶다고 울어서, 데려다주려고.”

“아….”

대화를 나누는 도중 아샤가 몸을 뒤척이기 시작해서, 포티스는 능숙한 자세로 얼른 아이를 받아들고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아샤는 킁킁, 하고 포티스의 체향을 맡아보더니 이내 풀어진 얼굴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샤는 시스 황제와 함께 황궁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포티스는 달랐다. 종종 몇 개월씩 포레스트 영지에 내려와서 일을 돕곤 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티 파티만을 즐기는 것은 포티스의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언제나 포레스트 영지의 풀과 나무를 그리워했다. 물론 시스 황제의 정원도 아름다웠기에, 포티스는 장미를 돌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포레스트 영지에 더욱 오고 싶어졌다.

포티스가 아샤를 안은 채 뺨을 붉히고 있자, 시스 황제가 가볍게 포티스의 허리를 휘감아 자신 쪽으로 끌어안았다.

“시스….”

“매일 보고 싶은데, 며칠에 한 번만 만나는 건 고역이야.”

“그, 그렇지만 시스도 바쁘시잖아요….”

정사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그 말에 시스 황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손을 뻗어 포티스의 뺨을 살짝 꼬집어 당겼다.

“일과를 마치고 나서, 네가 제1궁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알 텐데.”

“헤헤….”

쑥스러워진 포티스가 그저 웃어버리자, 시스 황제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볼을 놓아주었다.

“그럼 지금 돌아갈까요?”

“……. 아니. 원하는 만큼 머물도록 해.”

포티스가 시스 황제의 품에 살짝 기댔다. 불과 며칠 전에 그가 포레스트 영지에 방문해주었는데도, 다시 보자 너무 반가웠다.

“절 이곳에 머물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네가 바라는 건 뭐든 들어주고 싶어.”

사실 포티스는 시스 황제와 떨어져 있어도 상당히 잘 지내는 반면, 오히려 시스 황제는 정사 도중에 종종 포티스에 대한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것을 포티스는 잘 알고 있기에 아샤가 깨지 않도록 하면서, 최대한 힘껏 그를 안았다.

“그래도 너무 외롭지는 않으세요?”

“…솔직히 외로워.”

그리고는 포티스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바로 말을 이었다.

“넌 황궁에 있어야만 해. …하지만, 멀리 있어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에게 애정에 관한 말을 듣는 건 언제 들어도 설렜다. 포티스가 미소를 보이면서 시스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저도 너무 사랑해요.”

“묵고 갈 테니까, 차라도 함께 마셔줘.”

“그럴게요, 제가 정말 맛있게 만들어드리겠어요.”

포티스는 초콜릿 차밖에 만들 줄 몰랐지만, 하나 봉봉을 만든 이후로 블라우에게 협력을 구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기본 소양을 갖춘 파즈처럼 손님을 위해 다양한 차를 만들 수도 있었다. 포티스는 자신의 솜씨가 늘어서 뿌듯했다.

포티스가 시스 황제에게 바싹 붙어서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 그가 이른 새벽부터 달려와 주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걱정되기도 했다.

“아샤가 밤새 울었어요?”

“그래. 당장 네가 보고 싶다고 하지 않나…. 날이 샐 때까지 브라우니가 달래주었지만, 좀처럼 그치지 않았어.”

얌전히 황궁에서 잘 지내다가도 아샤는 갑작스럽게 고집을 부리곤 했다. 아직 어린 나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둘은 저택으로 들어섰다. 아우라는 몸을 조심하느라 나와보지 않았고, 포티스의 아버지는 서재에 있었다. 굳이 소란스럽게 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둘은 브라우니도 부르지 않고 응접실에 자리를 잡았다. 푹신한 소파에 아샤를 눕히고, 얇은 담요를 덮어준 포티스는 곧 직접 따뜻한 이터너티의 차를 우리고 레몬을 띄워 시스 황제의 앞에 놓아주었다. 물론 자신이 마실 것도 함께였다.

“드세요.”

“고마워.”

커튼을 젖혀둔 창문에서 시시각각 초여름의 향기와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시스 황제가 곁에 있었기에 포티스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차를 마시던 시스 황제가 문득 생각이 난 것처럼 말했다.

“아우라가 아이를 받아들였다고.”

“아, 네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드디어 생겼어요.”

아우라와 포티스는 상당히 친밀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즐겁게 기쁜 소식에 대해 재잘거리려는데, 시스 황제가 찻잔을 내려놓더니 포티스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입을 맞추었다.

“아….”

반사적으로 입을 벌리면, 그의 부드러운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포티스는 혀를 내밀어 그의 혀와 입안을 핥으면서, 눈을 꼬옥 감았다.

“…우리도 만들까? 둘째.”

“네? 지, 지금요?”

당황한 포티스는 시스 황제의 어깨를 밀어낼 듯이 살짝 손을 얹자 시스가 미소를 보였다. 포티스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그래. 슬슬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그래도, 아샤가 깨면….”

“우리가 관계를 갖는 건 당연한 일이야. 아이에게도 필요한 교육이지.”

“하지만….”

포티스가 재차 부끄러워하면서 우물쭈물하자,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방으로 가면 돼?”

“으응…. 네에.”

포티스는 시스 황제를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었다. 입맞춤만으로 몸에 열이 오르고, 흥분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브라우니를 불러 아샤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시스 황제와 포티스가 함께 머무는 방으로 올라갔다. 제1궁의 침실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깔끔한 침대와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추어진 소박한 귀족의 방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스 황제는 포티스를 안아서 침대에 내려놓았다.

“시스….”

포티스는 벌써 다리 사이가 젖어 든 것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 상대가 그뿐이라는 것이 무척 달콤하게 여겨졌다. 물론 시스 황제 역시 마찬가지로 몸에 가볍게 흥분이 감돌았다.

“포티스.”

그는 천천히 포티스의 이름을 한번 부르고는 그의 튜니카를 벗겨냈다. 언제나 포티스를 완전히 알몸으로 만들어 차지하는 건 시스 황제의 버릇이었다. 포티스가 알몸을 드러낸 채로 두근거리며 그를 올려다보자, 시스 황제 역시 장식끈과 망토를 풀어내고, 정장 튜니카를 벗었다.

단단한 근육이 자리 잡은 그의 몸을 보자 포티스는 욕구로 몸이 안달 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손을 뻗자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손을 맞잡아 깍지를 끼고는 침대에 지그시 눌렀다.

다시금 입술이 겹쳐지고, 응접실에서 나누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한층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다. 시스 황제는 마음껏 포티스의 입안을 휘적였고, 포티스는 그런 시스의 리드를 따라가느라 벅찼다. 포티스의 입가에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러내렸다. 입술이 떨어지면 포티스는 혼미한 얼굴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후우, 하아….”

시스 황제는 그런 포티스의 모습을 한번 응시하고는 손을 놓아준 다음에 그의 다리를 양옆으로 활짝 열어 벌렸다. 분홍빛 입구는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언제든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허벅지를 그의 배 쪽으로 눌러 잡으면서 엉덩이가 들리도록 했다. 정액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고 안쪽으로 깊이 스미는 자세였다.

곧이어 성기가 안을 헤집듯이 단번에 깊이 파고들자 포티스가 허리를 크게 튕기면서 숨을 삼켰다. 순식간에 눈물이 왈칵 고였다. 몸속 깊은 곳에서 단번에 쾌감이 솟아올랐다.

“아, 시스…!”

“불렀어?”

다정히 물으면서도 허리를 거칠게 움직이는 건 멈추지 않은 채 시스 황제가 포티스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흐윽, 으읏…. 아, 너무, 너무, 사랑해요….”

빠르게 드나드는 행위에 젖어 든 내벽과 성기가 마찰을 일으켜 쭈붑쭈붑하는 소리가 들렸다. 포티스는 한껏 느끼면서 뺨은 물론 귀까지 빨갛게 물든 채로 띄엄띄엄 말을 내뱉었다. 분명 강한 쾌감으로 정신이 없을 텐데도 눈을 감고 시스 황제의 손에 매달리듯이 꽉 쥐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시스 황제는 거듭해서 포티스의 몸 안으로 들어가면서, 포티스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나 역시 사랑하고 있어.”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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