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the cur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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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베켓의 바보 같은 면이 좋다. 굵은 눈썹과 그 아래에 반짝이는 푸른색 눈도. 약간 체온이 높은 커다란 손바닥도. 저와 똑 닮은 낮은 자존감과 그런데도 늘 낙천적인 웃긴 성격도. 누군가를 좋아할 때 말도 안 되게 맹목적인 모습까지.
좋아하지 않았으면 키스하지 않았을 것이다. 좋아하지 않았으면, 시간과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논증이 스탠리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졌다. Q.E.D. 이로써 모든 복잡다단한 상념들이 일축되고 만다.
하지만 스탠리가 있는 이곳은 이름도 없는 미국의 시골이고, 지금은 2003년이며,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사귀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리처드 베켓도, 스탠리 제이미슨도 그걸 잘 알고 있고 따라서 둘은 각자의 주위를 맴도는 방식으로 이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같이 차를 탄다거나, 인적 드문 곳에서 키스를 나눈다거나, 몰래몰래 손을 잡는 식으로.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그해….
스탠리 제이미슨은 MIT에 합격한다.
그해 밸린저 하이스쿨의 프롬킹과 프롬퀸은 이름도 모르는 밴드부 커플이다.
리처드 베켓은 미시간 대학교에 진학하고 파트타임으로 앤 아버의 정비소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세스 베켓은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리처드 베켓은 아무것도 상속받지 않기로 한다. 빚도 개중 하나다.
스탠리 제이미슨은 피닉스 크로포드와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난 이후로도 둘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각자의 소식을 이메일을 통해 주고받았고 전화 요금이 지나치게 나오지 않는 선에서 긴긴 통화를 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가운데서 진심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보고 싶다. 같이 있고 싶다. 같은 말들이.
“보고 싶어.”
스탠리 제이미슨이 리처드 베켓에게 전화 통화를 하던 그 날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한마디 역시 누수된 진심이었다. 뱉어 놓고 보니 쪽팔리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말하고 싶었던 말.
MIT에서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고 마음에 맞는 비슷한 친구들을 사귀고, 퍼스널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단련하면서도 어쩐지 허전한 마음을 견딜 수가 없었다. 분명히 인생이 완벽한 궤도선에 드디어 진입했는데,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 그 바보 같은 남자가 계속 생각이 났다. 같이 나눴던 도둑 키스나 강가에 돌을 던지면서 했던 실없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그리웠다. 그래서 말해 버리고 말았다.
‘보고 싶어.’라는 말 뒤에는 침묵만이 남는다. 수화기 너머로는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고, 스탠리 제이미슨의 마음은 복잡하고, 옆 침대에서는 룸메이트가 여자 친구와 나란히 누워 자고 있다(기숙사 학칙 위반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리처드 베켓의 숨소리가 들리자 자연스럽게 눈이 감겼다. 부끄러움과 설렘, 그를 만지고 싶다는 욕망이 응축된 감정이 가슴을 팽배하게 했다.
[곧 갈게.]
짧고 굵은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가 끊겼다.
* * *
“스탠. 뭔 일 있냐?”
학생 및 교직원 식당에서 한참 멍을 때리던 스탠리 제이미슨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는 같은 컴퓨터 공학과 에이미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새로 나온 파이썬 2.0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었어. 혹시나 네가 집중을 놓쳤다면 말이야.”
“뭐… 좋지?”
피닉스 크로포드가 킬킬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오늘 하루 동안은 저 녀석에게 말 걸지 말자. 딱 봐도 뭔가 일이 있어.”
“없거든.”
스탠리 제이미슨이 짜증스럽게 쏘아붙였다. 리처드 베켓이 정말 자신이 한 바보 소리 때문에 몇백 킬로미터를 넘는 거리를 올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봤지만, 응답은 없었고 스탠리는 지금껏 걱정하고 있었다.
앤 아버에서 미시간까지 비행기로는 2시간이지만, 리처드 베켓에게 그럴 만한 돈이 있는지도 걱정이 되었고, 차로 온다면 더더욱 걱정이었다. 차로 13시간, 그것도 안 막히면. 미국 땅덩어리는 징그럽게도 넓었고 같은 동부라고 해도 주를 넘어 이동하는 건 곤욕이었다.
학생식당을 빠져나와 터덜터덜 기숙사인 시몬스 홀로 걸어갔다. 날씨는 선선했고 구름 한 점 없었으며 새들은 지저귀고 있었다.
그렇게 기숙사 정문을 지나치고 있을 때, 스탠리는 익숙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빛바랜 물색 지프 차가 기숙사 정문 주차장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차체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었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까치집이 지어진 뒤통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스탠리가 동부로 이사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키가 커졌고 어깨도 넓어졌지만 그래도 모를 리가 없다. 몰라볼 수가 없다. 스탠리가 아랫입술 씹었다. 그때,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리처드 베켓이 태양 빛 아래에서 문자 그대로 명멸하고 있었다.
남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스탠리를 바라봤다. 1초, 2초, 그리고 3초가 되는 순간 그가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피어나는 작약처럼 남자가 웃었다.
* * *
스탠리가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완전히 무표정인 모습에 리처드 베켓이 잠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잠깐뿐이었다. 리처드 베켓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스탠리가 리처드 베켓의 어깨 부분을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고개를 푹 숙인 얼굴이 새빨갛게 익었다.
“바보 자식. 정말 오면 어떡하냐?”
* * *
스탠리 제이미슨은 우선 13시간을 내리 운전한 남자를 데리고 학교 앞 카페로 갔다. 우중충한 보스턴답지 않게 화창한 봄이었고 사람들은 프로즌 요거트를 먹거나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늘 거무죽죽하게만 보이던 찰스강도 오늘만큼은 반짝반짝 빛무리를 받으며 도도하게 흘러갔다.
스탠리는 리처드 베켓을 앉혀 두고 커피 두 잔과 연어 크림치즈 베이글을 시켰다. 자리에 앉은 리처드 베켓은 누가 봐도 헐레벌떡 나온 듯한 편한 옷차림에 얼굴에는 살짝 수염자리가 올라왔다. 그러나-젠장 맞게도-그런 후줄근함마저 잘나게 보이게 하는 외모에, 스탠리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무심한 스탠리라 할지라도, 어른이 된지라 군중의 시선이 자신의 동행에 문득문득 꽂히는 것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젠장. 면도도 안 하고 부스스한 꼴에 이렇게 잘생겼다니 반칙 아닌가.
스탠리가 뜨거운 커피와 크림치즈 베이글을 카운터에서 가지고 오자 남자가 화색이 되었다. 스탠리는 남자가 큼지막하게 베이글을 베어 먹는 것을 턱을 괴고 바라봤다.
“정말이냐.”
“음?”
“정말 내 전화 끊고 바로 13시간이나 운전을 한 거냐고.”
“……나도 네가 보고 싶었고, 내일은 휴일이니까-.”
“13시간 운전이라면, 갈 때도 또 13시간이나 운전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
도합 하루를 꼬박 넘는 운전. 면허증은 있지만 차를 거의 몰 줄 모르는 스탠리로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괜찮아.”
남자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스탠리는 픽. 짧게 웃었다. 어쩐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데, 정작 말하고 싶은 장본인이 눈앞에 있으니 도저히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공인된 연인도 친구 사이도 아닌 어중간한 관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스탠리가 우물쭈물하고만 있자, 리처드 베켓이 나긋나긋하게 말을 먼저 건넸다.
“너 키 많이 컸다.”
“너야말로. 6피트는 넘고도 남겠어.”
“나는 운동하니까. 스탠리, 요즘도 운동 꾸준히 해?”
“어. 체육 수업을 듣거든. 수업 후에는 나 혼자 짐에 남아서 운동해.”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 건 분명 리처드 베켓이 남긴 선물이었다. 스탠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몸을 가꾸는 것 이상으로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살벌하게 필드에서 뒹굴던 리처드 베켓을 생각하면 더욱더 동기 부여가 됐다(물론 그 말은 남자에게 하지 않았다). 둘은 커피를 홀짝이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리처드 베켓이 속한 미식축구부는 꽤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뛰어난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불안하다고, 리처드 베켓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난, 그렇게 재능이 있지도 않으니까.”
“…….”
스탠리 제이미슨으로 말하자면,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고등학교 때의 잔뜩 주눅 든 너드는 온데간데없었다. 스탠리는 모임을 조직했고, 해커 동아리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소위 말하는 ‘프랫보이’ 같은 부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은 여타 아이비리그와는 다른 MIT였고 따라서 어느 정도 다들 내성적인 구석이 많았다. 거기에 더하여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스탠리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선택권이 있었다.
스탠리로서는 이 모든 말을 이야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서운해할까. 스탠리가 다른 세계로 나아가, 사람들을 사귀고 있다는 것을? 리처드 베켓이 모르는 스탠리 제이미슨의 영토가 점차 커지고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하지만 그런데도, 리처드 베켓은 리처드 베켓이었다. 진솔하고, 꾸밈없고, 그냥 그대로 자기 자신을 터놓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끌리지 않을 인간은 없을 거다. 아마 미시간 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스탠리가 넌지시 물었다.
“너 잠은 어디서 잘 거야?”
하룻밤을 꼬박 새운 남자를 계속 붙잡아 두는 것도 예의는 아닐 것 같았다. 리처드 베켓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스턴의 체인 호텔을 찾았는데, 여기서 30분 운전하면 될 거야.”
“…….”
스탠리가 조용히 잔의 바닥을 바라봤다. 커피의 잔여물이 침전되는 것을 바라보다가, 불뚝 말이 튀어나왔다.
“같이 가자.”
“……?”
“네 숙소.”
“…뭐.”
리처드 베켓이 손에 쥐던 커피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살짝 넘친 커피가 냅킨에 후두둑 떨어졌다. 스탠리는 조용히 리처드 베켓을 바라보았다.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어떤 성적 함의를 띠고 있는지 명확히 알면서도 던졌다. 불안함과 초조함의 혼합물이었다.
* * *
둘은 차를 타고 호텔로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리처드 베켓이 말했다.
“나 생각해 줘서 가는 거라면-.”
“그런 거 아냐.”
스탠리 제이미슨이 차창 너머의 사이드미러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안경도, 교정기도 없이 우뚝 자라난 자신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여러 번 통화와 이메일로 연락해 왔지만, 지금 이 모습을, 리처드 베켓은 여전히 좋아해 줄 것인가.
둘은 호텔 앞에서 내렸다. 리처드 베켓이 이틀을 묵는 방은 3층 복도 끝에 있었다. 남정네 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접수원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스탠리 쪽의 자의식이 예민한 탓일지도 몰랐지만.
308호. 리처드 베켓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스탠리 제이미슨은 그가 다시 문을 닫기 전에 방 안으로 따라 들어가, 남자의 등을 껴안았다.
남자의 숨이 한번 멎은 것과 거센 심장박동이 폐부를 통해 느껴졌다. 스탠리가 제 얼굴을 리처드 베켓의 너른 등에 대고 살짝 비볐다.
“보고 싶었어.”
리처드 베켓이 뒤를 돌려 스탠리 제이미슨을 볼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곧 입술과 입술이 마주 닿았고 거친 숨결이 섞였다. 까슬한 수염이 기분 좋게 스탠리의 볼을 쓸었다. 뜨겁고 거대한 혀가 스탠리의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기분 좋은 호흡곤란. 스탠리가 입을 더 크게 벌려 만족스럽게 남자의 침입을 허락했다. 키스가 거칠어지고 남자의 단단해진 하반신이 스탠리의 허벅지에 닿았다. 스탠리가 축축한 눈을 가늘게 떴다.
리처드 베켓이 스탠리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고 있을 때, 스탠리가 속삭였다.
“하자.”
키스가 중지되고, 리처드 베켓이 스탠리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남자로서는 퍽 곤란한 모양이었다.
너무나도 기다렸던 순간이기에, 예의 치레로라도 거절할 수 없는 마음. 스탠리가 남자의 재킷을 벗기고 제 아우터를 벗어냈다.
* * *
둘이 완전히 드로즈만 입은 채가 되었을 때는, 이미 거친 애무가 행해지고 있었다. 남자가 입으로 스탠리의 속옷을 끌렀고 이내 나체 된 스탠리가 몸을 옹송그렸다. 그러나 춥지는 않았다. 제 위에 자리한 남자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리처드 베켓의 몸은 육중했고, 단단했고 강건했다. 오랜 시간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몸은 근육으로 멋지게 직조되어 있었다.
스탠리는 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제 몸이 남자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약한지(?)를 여실히 체감했다. 남자의 손은 정말 쉽게 스탠리의 몸체를 뒤집었고, 들어 올렸고, 마음대로 다루었다.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이미 나체가 되었고 남자는 스탠리의 가슴을 빨고 있었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리처드 베켓은 이미 방아쇠가 당겨져 있는 상태였다. 눈먼 욕정에 물들어 보이는 게 없었다. 스탠리의 쇄골 부위를 리처드 베켓이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졌다. 스탠리가 다리를 움츠리려고 들자 리처드 베켓이 쉬쉬, 개를 달래는 듯한 소리를 냈다.
“네 몸이 너무 좋아.”
몇 년간 상상해 왔어, 지금 이렇게 너를 만지는 것을.
리처드 베켓이 다시 스탠리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으로 스탠리의 것에 제 손을 가져다 댔다.
“헉.”
스탠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퍼덕였다. 성적인 접촉이라고는 리처드 베켓과의 키스밖에 없는 ‘동정’ 스탠리로서는 모든 것이 이상했고 생경했다. 리처드 베켓은 스탠리의 바들거리는 허벅지 안쪽을 장난스럽게 깨물고 계속해서 스탠리의 기둥을 매만졌다.
상황의 당혹스러움과 무서움(내가 잠자리에서 동정처럼 바보 같으면 어떡하지?)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스탠리의 성기가 발기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베켓이 스탠리의 상박을 어루만지며 다시 키스했다.
리처드 베켓의 것은 만질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미 완전히 발기된 상태였다. 스탠리는 (동정이지만) 자신이 작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남자의 물건을 막상 느끼니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 무서워서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같은 남자인데도 그랬다. 젠장, 제가 무어라고 같이 하자고 먼저 꼬드겼나.
“무서워? 그런데 여기서 나 못 멈춰. 미안.”
리처드 베켓이 침대 오른편 협탁에 놓인 콘돔을 입으로 찢었다. 얇은 비닐 포장지 속에서 투명한 콘돔이 나왔다.
“입으로 씌워 주는 것도 연습할게.”
“…됐거든!”
스탠리가 얼굴을 베개에다 파묻었다. 남자의 흉흉한 물건에 저게 들어갈 것인지부터가 걱정되는 동시에 발기가 된 제 물건이 아팠다. 피가 몰려 뻣뻣해진 스탠리의 것 위에 남자가 콘돔을 씌워 줬다.
“나 혼자도 할 수-.”
“윤활제도 있어.”
순간, 스탠리의 뇌가 셧다운을 일으키며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그래. 그렇다. 대학까지 온 스탠리는 이전처럼 순진무구하지만도 않아서, 게이인 친구도 있었고, 남자들끼리 어떻게 섹스를 하는지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큰 흉기를 제 밀부에 밀어 넣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통 외의 감각을 느낀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어불성설이었다.
한마디로 논리적이지 않았다.
스탠리의 볼에 짧게 키스하며 리처드 베켓이 중얼거렸다.
“힘들면 괜찮아. 대신 내 것도 만져 줘.”
그 말에, 이번에는 셧다운 된 스탠리의 뇌 한쪽에서 못된 승부욕이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동정(?) 취급을 받는 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리처드 베켓이 13시간을 운전해 왔는데 제가 여기서 뺄 것은 무엇인가 싶었다. 또.
남자가 자신과 삽입 섹스를 하는 걸 그렇게 원한다면, 그걸 하게 해 주고 싶은 순전한 호의도 있었다.
스탠리가 리처드 베켓을 살짝 밀어 틈을 만들고, 협탁으로 가 젤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것의 뚜껑을 열고 손바닥에 쭉 윤활제를 짰다. 손가락에다 젤을 비비며 스탠리가 짧게 말했다.
“천천히만 해. 천천히만.”
너 좋다고 성질 못 참아서 나 아프게 하지나 마.
예상외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리처드 베켓이 당황한 사이, 스탠리는 남자의 물건을 똑바로 보았다. 거대하고 육중한 그 물건 위에 젤을 바른 제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다. 마치 커다란 구렁이를 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웃기지는 않았다. 그게 제 아래로 들어갈 거였으니까.
스탠리가 낯뜨거운 얼굴로 자신의 기둥을 매만지며 젤을 바르고 있는 것을 가만둘 리처드 베켓이 아니었다. 낮게 끓는 소리를 내더니 스탠리의 볼에 키스했다. 그러면서, 스탠리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리고 더 빠른 속도로 기둥 위를 쓸었다.
“최대한 노력할게.”
안 아플 거라는 장담을 안 하는 것조차 남자다웠다. 리처드 베켓이 이내 스탠리를 엎드려 눕혔다.
“엉덩이 들어.”
‘…!&@&(*#&(!&(’
남자의 어조는 고압적으로 들릴 정도로 강건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팔팔한 나이에 거진 몇 개월을 성욕을 참는다면, 그 누군들 제정신은 아니리라. 그러나 스탠리는 그 어조에 살짝 놀라 저도 모르게 무릎으로 침대를 받히고 엉덩이를 들었다.
남자에게 치부를 드러낸, 민망하고 굴욕적인 자세였다. 그러나 리처드 베켓은 그도 좋다는 듯이 무릎으로 서서 스탠리의 골반에 키스했다.
“너 엉덩이에 보조개 있어.”
언제 생긴 거야? 운동하면서 만든 거야? 리처드 베켓이 그 보조개라는 곳에다 키스하며 말했다. 스탠리는 대답도 못 하고 바들바들 떠는 도리밖에 없었다. 리처드 베켓이 작게 중얼거리며 스탠리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쥐었다.
“열심히 공부했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네가 기분 좋을지…….”
상상하고 또 상상하고, 자다가 꿈을 꿔 잠을 설쳤다. 때늦은 몽정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만큼 스탠리 제이미슨을 취하고 싶었다. 완전히 그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진될 때까지 몰아붙이고 싶었다. 욕정에 취해 달뜬 눈을 한 스탠리 제이미슨이 밤낮으로 홀로 된 그를 괴롭혔다. 그런데 지금 그 광경이 눈앞에 있었다.
리처드 베켓이 젤을 바른 손가락으로 스탠리의 밀부에 손가락을 더듬어 넣었다. 히익. 아래의 남자가 흠칫 떠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사악한 정복욕이 리처드 베켓에게 불 지피어졌다.
안에 들어간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났다. 워낙 길고 두꺼운 남자의 손가락인데 차가운 젤의 감촉까지 더해지니 죽을 맛이었다. 엉덩이를 치켜든 스탠리의 자세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옳지. 스탠리. 잘하고 있어.”
리처드 베켓이 개에게 하듯이 이름을 불렀다. 굴욕적이기 짝이 없는 상황인데 왜 그렇게 흥분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스탠리는 제 성적인 성향에 대해서 무지했으므로, 지금 상황을 종잡을 수 없었다. 두 개의 손가락이 스탠리의 밀부를 헤집기 시작하고, 이물감과 부끄러움 때문에 스탠리의 발가락이 곱아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불쾌감이 잦아들 때였을까, 반사적으로 몸이 튀어 올랐다. 전류라도 흐른 듯 미묘한 자극이 척추를 자극한 탓이었다. 스탠리가 팔뚝으로 얼굴을 가리며 끙끙대자 리처드 베켓이 만족스럽게 혀를 찼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참으라니. 곧 그 흉기가 들어온다는 말인가. 두 손가락만으로도 버거운 아래가 어떻게 될지는 스탠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스탠리가 바르작거리자 억센 손아귀 힘이 그를 붙잡았다.
다리 힘이 풀리고 하반신이 아래로 내려가자, 리처드 베켓이 순전히 제 팔뚝 힘으로 스탠리의 아래를 일으켜 세웠다.
“더는 못 참겠어. 넣을게.”
그리고 묵직한 부피감의 물체가 스탠리의 입구에 비벼졌다. 그것이 남자의 귀두라는 것은 뒤늦게야 알 수 있었다.
“잠…. 잠깐만-.”
기분 이상해. 스탠리가 거의 흐느끼며 리처드 베켓에게 빌었다. 자존심이고 승부욕이고 뭐고 당장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이상해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는 스탠리의 둔부를 힘주어 어루만질 뿐 귀두를 비비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다가 엉덩이에 붉은 손자국이 남을 것 같았다. 남자가 조금 더 힘을 줘 스탠리의 하체를 들어 제 하반신에 맞추기 시작했다. 귀두의 두꺼운 부분이 스탠리의 밀지 아래로 밀고 들어왔고, 스탠리가 숨을 멈췄다.
거대한 주먹이 아래에서 밀고 들어오는 것 같은, 그런 숨 막히는 느낌 때문에 어쩔 줄을 몰랐다. 리처드 베켓이 잔뜩 긴장한 스탠리의 허리를 매만졌다.
“힘 풀어.”
아까부터 남자의 어조는 다소 강압적이었다. 그것은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토록 바라왔던 광경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
귀두에 뒤이어 굵은 기둥이 스탠리를 꿰뚫기 시작했다.
“흐…. 윽….”
스탠리의 눈가가 젖어 들기 시작했다. 아프기도 아팠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아까 리처드 베켓이 이상한 데를 건드린 이후로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만족스러웠다. 남자의 물건을 제 은밀한 부위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평소라면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치부했을 텐데 스탠리 제이미슨은 현재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 그렇게.”
낮고 음산하기까지 한 어조로 리처드 베켓이 스탠리를 지휘했다. 리처드 베켓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말단까지 사용해서 자신을 자제하고 있었다. 당장 허리를 흔들고 싶은 것을 참고 참으며, 스탠리 제이미슨이 온전히 제 것을 느끼기를 원했다.
밀부가 빳빳하게 벌어져 리처드 베켓의 것을 전부 받아들이고 리처드의 샅과 스탠리의 엉덩이가 맞닿았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스탠리가 흐응, 신음했다.
스탠리 제이미슨은 이제 숫제 엉덩이만 위로 치켜든 채, 거의 남자의 손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있었다.
“이상해…. 흑….”
이런 경험을 하고 난 뒤에도 말짱한 정신으로 남자를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남자는 스탠리의 엉덩이 위쪽 보조개를 어루만지며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살과 살이 뒤섞이고 부딪히고 마찰하는 소리와 스탠리의 달뜬 교성만이 방안을 계속 메우고 있었다. 리처드 베켓이 물건을 빼고 사정했을 때 이미 스탠리는 기진맥진이 되어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민망해서 오므렸던 다리는 이미 활짝 펴진 채였다. 콘돔을 처리하고 새것을 끼운 남자가 스탠리 위에 올라타 그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아직 안 끝났어.”
“미친…놈.”
욕을 먹건 말건, 리처드 베켓은 왼손으로 스탠리의 물건을 다시 자극하기 시작했다. 수그러든 그것이 다시 기운 좋게 발기하기 시작하자 그가 손쉽게 스탠리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껴안으면서 하고 싶어.”
그가 손쉬이 스탠리를 저와 마주 앉혔다. 남자의 두꺼운 허벅지 위에 스탠리의 허벅지가 놓였다. 스탠리는 삽시간에 단단한 남자의 몸에 얽혔다. 복근과 가슴근육 그리고 어깨까지, 뜨겁지 않은 데가 없었다. 남자가 손으로 스탠리의 허리를 끌어당겨 더욱 가까이에 서로를 밀착시켰다.
그가 두 손으로 스탠리의 하반신을 조정하며 혹사당한 밀부에 다시 단단하게 선 제 것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저항할 힘도 안 남은 스탠리는 남자의 강건한 몸에 의지하며 어쩔 수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아… 흐아….”
남자의 어깻죽지에 고개를 파묻으며 스탠리가 울었다. 후배위는 처음이라 아프고 무서웠지만, 지금의 대면좌위 자세는 감정적으로 버거웠다. 귀두가 진입하고 뒤이어 기둥까지 들어가 결속된 상태가 되자 둘은 완전히 나신으로 얽힌 상태가 되었다. 이토록 난잡한 자세가 있을 수 있을까. 리처드 베켓이 고개를 돌려 스탠리와 키스하기 시작했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가 몸을 위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스탠리는 완전히 리처드 베켓에게 꿰뚫린 것처럼 그에게 의지해 물건을 느끼기 시작했다.
“네 안, 너무 기분 좋아.”
상상했던 것보다 더. 평생 이렇게 있고 싶을 정도로.
‘미친 새끼.’ 그러나 욕이 튀어나오기 전이었다. 남자가 위로 스탠리를 꿰뚫음과 동시에 스탠리의 발가락이 다시 곱았다. 그러나 아까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자극이었다. 남자의 두꺼운 귀두가 스탠리의 전립선을 뭉근하게 자극했고, 그에 맞춰 스탠리가 교성을 지르며 사정했다.
“…으… 흑….”
눈물이 나왔다. 제 몸이 이상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리처드 베켓은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가 허리 짓을 멈추고 스탠리의 전립선 쪽으로 자신의 귀두를 더욱더 자극했다.
“여기가 느끼는 데구나.”
귀여워. 리처드 베켓이 스탠리의 엉덩이를 붙잡고 그를 더욱더 끌어들이며 흡족하게 웃었다.
‘이 미친 새끼는 언제 사정하는 거야.’
지루인가. 원래 저렇게 물건이 크면 사정도 늦는 건가. 스탠리의 눈은 이미 자못 풀려 있었다. 평소의 냉담한 남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달뜬 얼굴과 살짝 벌어진 입, 그리고 입가에 흐르는 침까지.
스탠리의 허리가 꺾이고, 뒤틀리고, 철썩이는 소리가 들렸다. 뇌에 폭죽이 터지듯이 지고의 열락이 계속되었다. 반복된 자극에 참지 못하고 스탠리가 우는 소리를 내며 리처드 베켓의 볼에 제 볼을 비볐다. 그만. 그만 내 안에다 싸 줘.
“시발. 스탠리,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줄 알아?”
리처드 베켓이 바로 스탠리 제이미슨을 눕혔다. 그가 서둘러 스탠리의 발을 제 허리에 감게 했다.
“너무 좋아서 죽고 싶어.”
그렇게 매트리스가 부서지라고 남자가 제 육신을 스탠리에게 퍼부었다.
스탠리가 기절하고 나서야, 남자는 사정했다.
* * *
“이런, 미친.”
스탠리가 눈을 떴을 때는 다음 날 정오였다. 거대한 트럭에 정면으로 들이받히기라도 한 듯이 온몸이 아팠다. 근육과 근육 사이의 마디가 풀어진 듯 탈력감이 온전했다.
스탠리가 몸을 뒤집으니 뽀송뽀송한 매트리스와 이불이 그를 감쌌다. 몸도 누가 씻긴 듯 깨끗했다.
“쓸데없는 일을….”
어제 오랫동안 혹사당했던 하반신도 아팠지만, 더 괴로운 것은 혼절한 제 알몸을 남자가 씻겼다는 것이었다. 스탠리도 이제 거의 6피트에 달하는 장신이었는데 남자는 곰같이 힘이 셌다. 잔뜩 부어 떠지지 않는 눈을 끔뻑거리며 스탠리가 팔뚝을 손으로 마사지했다.
‘첫 섹스인가.’
그것도 리처드 베켓과의 첫 섹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신에게 누군가가 ‘너는 리처드 베켓과 처음으로 섹스할 거야.’라고 말했다면 귀싸대기를 때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명제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스탠리가 그렇게 이불 속에서 바르작거리고 있자 리처드 베켓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가득 먹을 것을 사 온 채였다.
“스탠리, 일어났구나.”
“…….”
스탠리가 소라게처럼 이불 안으로 숨어들었다. 제기랄. 저 곰 같은 놈이랑 지지고 볶다가 몸까지 섞다니, 미쳤지. 정말. 이런 생각들로 여념이 없었다. 리처드 베켓이 불룩 튀어나온 이불 더미를 손으로 슬슬 만졌다.
“많이 아프지? 베이커리에서 샌드위치랑 우유 사 왔어.”
그가 이불을 살며시 걷어내자 안에는 얼굴이 붉다 못해 적빛이 되어 있는 스탠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젠장. 그래, 너 잘났다.”
“스탠리?”
“음흉한 개자식. 호색한 같으니, 그 정도로 섹스가 하고 싶었으면 미리 말하지-!”
리처드 베켓이 긍휼한 미소를 지으며 손등으로 스탠리의 볼을 쓸었다.
“네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어.”
“그래 놓고는 취소할 수도 없다며. 뭐 그런 법이 다 있어.”
“그건 너무 희망 고문이잖아.”
리처드 베켓이 스탠리의 붉은 뺨에다 쪽, 뽀뽀를 했다.
지금도 너무 하고 싶지만, 아프면 안 되니까.
* * *
저녁이 되자 스탠리의 몸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다시 리처드 베켓의 차를 타고 MIT로 돌아가며 스탠리가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 ……지?”
“음?”
리처드 베켓이 스탠리를 곁눈질했다. 스탠리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 그거냐고!”
“다시 말해 줄래?”
어른이 된 리처드 베켓은 꽤 짓궂어졌다. 스탠리가 푹, 한숨을 쉬었다.
“사귀는 거냐고! 됐냐?”
리처드 베켓의 눈이 가늘어졌다. 예의 그 흡족한 미소가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나는 이미 우리가 사귀는 줄 알았는데.”
첫 번째 키스는 내 일방적인 독단이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달랐잖아. 리처드 베켓이 핸들을 돌리며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설마 섹스해야 사귀는 거로 알았어? 실망이야. 스탠리.
“뭐냐! 지는 변태면서, 애꿎은 사람만 잡고.”
스탠리가 아예 고개를 돌려 카 시트에 몸을 푹 기댔다. 쪽팔려 죽을 것 같았다.
“다시 나 좀 봐 주면 안 돼?”
“싫어.”
“스탠리. 나는.”
“…….”
“나는 어차피 너를 떠날 수 없어.”
너 없이는 이미 살 수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어. 나를 어떻게 부르냐는 네가 결정하는 거야, 어차피.
그러니까, 한 번만.
한 번만 불러 줄래?
“…….”
스탠리가 고개를 돌렸다. 리처드 베켓은 부끄러운 건지, 괴로운 건지 차창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해거름이 진 보스턴 시내를 달리며 둘은 잠시간 침묵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스탠리가 입을 열었다.
“나는… 난…… 그러니까.”
나랑 사귈래?
<하이스쿨 랑데부 IF 외전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