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 현대 AU
아무래도 오늘은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하제는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했다. 들이쉬고 내쉬는 뜨거운 숨에 달콤한 와인 향이 섞였다.
취기가 올라 힘이 빠진 몸이 뒤로 휘청휘청 떠밀렸다. 이윽고 그는 뒤쪽에 있던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열 오른 이마에 검은 머리칼이 마구잡이로 흐트러졌다.
“서문하제. 넥타이 풀어.”
위에서 나지막한 명령이 떨어졌다. 허벅지가 벌어졌다. 그 사이로 자신의 허리를 끼워 넣으며 흑발에 얼굴이 희고 갸름한 남자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좆 까. 어디서 명령질이야?”
하제는 자꾸 흐리멍덩하게 풀리려는 눈에 힘을 주고 그를 노려보았다. 나나 저놈이나 똑같이 술을 퍼부었는데, 왜 저 새끼는 멀쩡해 보이지? 이유 모를 울분이 솟구쳤다.
남자는 짧게 웃었다. 아주 잠깐 느슨하게 풀렸던 얼굴에 다시 한기가 어렸다. 언제 보아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외모였다. 저 그럴듯한 껍데기 안에 흉악한 알맹이가 들어 있는 걸 알면서도 순간 홀릴 뻔했다.
“내가 지금…… 스스로 벗을 기회를 준다잖아, 하제야. 아니면 저번처럼 또 옷이 죄다 찢기고 싶은 건가.”
“뭐?”
“하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필사적으로 몸을 가리는 것도…… 나쁘진 않았는데.”
“이 새끼가 또 좆 같은 소리 하네. 내가 언제 그랬어?”
“기억이 안 난다고 멍청하게 잡아떼는 건, 또 그렇게 해 달라는 뜻으로 알아듣지.”
“씨발. 그래, 더러워서 풀고 만다!”
하제는 왈칵 성질을 내며 스스로 넥타이를 풀었다. 목덜미를 길게 스치는 부드러운 감촉. 마치 뱀이 기어가는 것 같았다.
“셔츠도 벗어야지, 응? 하제야. 잘 해 봐. 내가 박아줄 마음이 들도록…….”
하제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결국 체념한 듯 스스로의 셔츠 단추에 손을 댔다. 어쩌다 이 사이코 새끼와 이런 사이가 되었을까. 그는 술기운 섞인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한탄했다.
처음엔 가끔 일 때문에 얼굴을 보는 것 말고는 접점이랄 것도 없는 관계였다. 무관심과 증오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하제가 느낀 아메트의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그와 눈을 마주할 때마다 생리적인 거부감이 일었다. 도무지 속을 읽을 수 없는, 음흉하고 냉정한 상대였다. 거기다 돌아가신 아버지 일과 엮인 것도 있어서 도무지 호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어느 날 일이 끝나고 답답한 마음에 혼자 회사 근처 펍에 갔고, 마침 저 새끼 또한 거기에 있었고, 태연하게 말을 건네며 비싼 술을 한 잔 사겠다기에 그러든가 말든가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다음 날 새벽, 정신을 차려 보니 그들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둘 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정액 범벅이 되어서.
과음한 다음 날의 숙취는 끔찍했다.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 게다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게 무슨, 시발!’
상처와 체액으로 엉망진창이 된 자신의 몸을 확인한 하제는 일단 옆에 누운 놈에게 주먹부터 날렸다. 기척도 없이 스르르 깨어난 아메트는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며 그를 찍어 눌렀다.
‘시끄러워…….’
그리고 그들이 밤새도록 했던 행위를 다시 시작했다.
‘그만! 하지 마, 이 미친 새끼야! 거기 아직, 아프다고. 흐으, 앗!’
이번에는 숙취에 시달릴지언정 맨정신이었다. 하제는 지난밤에 자신이 아메트와 무슨 일을 했는지 낱낱이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제는 여전히 아메트가 싫었다. 시선만 마주쳐도, 손끝만 스쳐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그들은 속궁합이 필요 이상으로 좋았다. 싫어하는 놈과 뒹굴면서, 심지어 그놈 아래에 깔리면서 하제는 매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느꼈다. 그와의 섹스가 너무 좋았던 탓에 자기혐오마저 들었다.
그는 끝내 아메트를 끊어낼 수 없었다. 입에 대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탐하게 되는 독약 같았다. 평소에는 데면데면하게 못 본 척하거나 대놓고 적개심을 드러내다가도, 둘만 있는 곳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격렬하게 뒤엉켰다.
섹스파트너라기엔 살벌했고 정적(政敵)이라기엔 농염했다. 아슬아슬하고 미묘한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래, 하제야. 이건…… 오늘도 그놈이 매 줬어?”
아메트가 손끝으로 하제의 쇄골 근처를 툭툭 쳤다.
“넌 덜떨어져서 혼자선 넥타이 하나 못 매니까. 그날도 넥타이를 다시 매 달라고 박연오를 쫄래쫄래 찾아갔나? 그놈이 무척이나 기뻐했겠군. 네 지시라면 회의실 바닥에 흐른 정액도 기꺼이 핥아 먹을 놈이니.”
저번에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한 판 하고, 행위가 끝나자마자 하제가 풀어진 넥타이를 주머니에 마구잡이로 쑤셔 넣으며 휙 뒤돌아 가 버린 것을 일컫는 듯했다.
속에서 불이 확 일었다. 하제는 스스로에 대한 비난에 화가 나기 전에 연오의 이름에 반응했다.
“네가 뭔데, 네가 뭘 안다고 그따위로 지껄여. 함부로 말하지 마!”
“곱게 모셔다 윗자리에 앉혀 놨으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뭐든지 해다 바치고……. 가뜩이나 멍청한 널 그놈이 더 멍청하게 만들고 있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짜증이 안 나겠어. 응?”
하제는 술에 푹 절어 어질어질한 머리를 흔들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가장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너, 나랑 떡 치러 온 거 아니냐? 그럼 네 할 일만 해. 쓸데없는 말 할 거면 꺼져.”
“…….”
“나한테 그딴 소릴 지껄이는 건 괜찮아. 그건 괜찮은데…… 연오는 안 돼. 연오는 건드리지 마.”
아메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 내가 꺼져 줄까? 오늘은 별로 안 꼴리나 봐?”
하제가 아메트를 올려다보며 빈정거렸다. 그는 어슴푸레한 조명 아래에서 하제를 빤히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희한한 소릴 들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내가? 아니, 그럴 리가.”
그가 언뜻 웃는 것 같았다.
“난 단 한 순간도…… 너와 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아메트는 그 말을 끝으로 반쯤 풀린 하제의 셔츠 자락을 움켜쥐고 확 끌어올렸다. 셔츠 깃이 뜯어졌는지 뿌득 소리가 났다. 하제의 상체가 속절없이 딸려 올라갔다.
입술이 콰득 거칠게 깨물렸다. 다음 순간, 상처가 난 입술을 가르고 혀가 밀려 들어왔다. 옷깃이 우악스럽게 잡힌 탓에 목이 졸렸다. 폭력적인 키스를 받다 말고 하제가 괴로워하며 헐떡였다.
“수, 숨 막혀, 그, 흡, 그만.”
“왜? 얌전히 있어야지, 네가 바라는 걸 해 주겠다는데. 네 입으로 그랬잖아. 떡 치러 왔다고.”
아메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느릿느릿 대꾸했다. 우아한 목소리로 천박한 말을 흘렸다.
“흐으, 윽!”
억지로 버티고 있던 하제가 풀썩 쓰러졌다. 희고 마디가 길쭉길쭉하게 뻗은 손안에 그의 앞섶이 잡혀 있었다. 아메트는 바지 위로 한 손 가득 성기를 움켜쥐고 마구잡이로 주물렀다.
“악, 아파! 씨발, 내 좆 터트릴 셈이야?”
“그것도 괜찮겠는데. 아예 잘라내 버릴까. 어차피 넌 박힐 구멍만 있으면 되잖아?”
“변태 새끼.”
“싫다, 싫다 하면서도 매번 좋아서 정신 못 차리는 주제에.”
아메트가 덤덤하게 그를 비난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열 받고 속이 뒤집혔다.
아메트는 평소에도 그다지 정상은 아니었지만, 침대 위에서는 유달리 음탕하고 잔인해졌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하는 온갖 기상천외하고 지랄 같은 방법으로 하제를 괴롭혔다.
듣도 보도 못한 흉물스러운 기구를 쓰고, 목줄을 매고 무릎을 꿇려 짐승 취급을 했다. 목을 조르고 수치스러운 짓을 강요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곧잘 폭언과 폭력이 날아왔다.
하제는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아메트가 자신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자상하게 굴었다면 그게 훨씬 더 역겨울 터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하제가 아니었다. 그는 다리를 뻗어 아메트를 힘껏 걷어찼다.
“…….”
명치를 정통으로 걷어차인 아메트는 아주 잠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 얼핏 짜증이 어렸다. 곧 아메트는 하제의 허리띠를 거칠게 벗겨냈다. 바닥에 옷가지가 내동댕이쳐졌다.
이윽고 두 남자는 사투를 벌이는 맹수들처럼 침대 위에서 과격하게 얽혔다. 어둑어둑한 방 안에 헐떡이는 숨소리가 퍼졌다.
그들은 욕망을 자제하지 않았다. 내키는 대로 상대를 물어뜯고 할퀴고 저주의 말을 쏟아냈다. 소중하지도 애틋하지도 않은 상대니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이젠 익숙해진 풍경이었다.
하제는 엉덩이만 치켜든 채 침대 위에 엎드렸다. 몹시 수치스러운 자세였지만 수치를 생각할 겨를 따윈 없었다.
아메트는 환자를 살피는 의사처럼 무심하게 하제의 엉덩이를 벌렸다. 손가락으로 구멍 위를 꾹꾹 눌러 덧그리며 입구가 충분히 젖었는지 확인했다.
젤이나 윤활유를 써서 안을 풀어 주는 다정함 따위는 없었다. 아메트는 하제를 쥐어짜듯 억지로 사정시켜 그 정액을 바르거나, 아니면 직접 구멍을 핥아서 적시는 걸 좋아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참 변태적인 새끼였다.
아메트는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 밑동을 쥐고, 질척한 감촉을 즐기듯 구멍을 문질렀다. 뜨듯한 귀두가 금방이라도 밀고 들어올 것처럼 위협적으로 입구 위를 오갔다.
반쯤 번들번들하게 젖은 귀두가 지그시 눌렸다. 꽉 다물린 입구가 힘겹게 벌어졌다. 끄트머리가 간신히 절반쯤 삽입되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제가 벌벌 떨리는 손을 뒤로 뻗었다.
“흐윽, 악, 잠깐, 잠깐만. 너무, 아프…….”
“하제야. 뒤로 피 흘리기 싫으면, 힘 빼고 긴장 풀라고 했잖아.”
서늘한 손이 하제의 엉덩이를 느릿하게 주물렀다. 귀두를 어렵사리 베어 문 구멍이 움찔 수축했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풀어 줬는데도 아직도 이 모양인가? 아예 주먹을 쑤셔 박아야 하나.”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야!”
“다리 더 벌려. 좆 대신 주먹을 처넣기 전에.”
아메트가 무릎으로 하제의 허벅지를 툭 쳤다. 힘겹게 세우고 있던 허리가 내려앉으며 허벅지 사이가 조금 더 벌어졌다. 그 틈을 타 두툼한 귀두가 완전히 밀려 들어갔다. 하제가 인상을 쓰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하제는 매번 이랬다. 수도 없이 아메트와 몸을 섞었으면서 아직도 삽입 섹스를 꺼림칙하게 여겼다. 엉덩이에 손을 대면 흠칫 놀랐고, 배 속 어딘가를 찌르면 충격을 받은 듯 눈을 질끈 감고 파르르 떨었다. 몇 번이나 뒤쪽의 자극만으로 절정에 올라 본 주제에, 자신이 뒤로 느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반응이 더욱 구미가 당겼다. 더욱 무너뜨리고 싶어졌다. 자신의 아래에 깔려 정신없이 울고 신음하고, 좆에 박히지 않고는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하제의 안에 자지 끄트머리를 묻은 채, 아메트는 침대 옆으로 손을 뻗었다. 표면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채 준비되어 있던 와인 병이 손에 잡혔다.
갑자기 시릴 정도로 차가운 액체가 접합부에 끼얹어졌다. 퍼뜩 놀란 하제가 몸서리를 쳤다. 반투명한 붉은 술이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흘렀다.
“헉! 뭐, 뭐야. 돌았냐? 술을 붓긴 왜 부어!”
“싫어?”
“좋을 리가 있겠냐! 당장 치워. 차라리 젤이든 뭐든, 다른 걸…….”
“와인 병이……. 딱 네 구멍에 박아 넣기 좋게 생겼는데. 내 좆을 못 삼키겠으면, 대신 이건 어때? 뒤로 술을 한 병 비우고 나면 긴장이 좀 풀리겠어?”
하제가 입을 다물었다. 아메트는 한다면 하는 놈이었다. 계속 반항했다간 정말 뒤에 아메트의 성기 대신 와인 병이 꽂힐지도 몰랐다.
아메트는 와인을 병째로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엎드려 팔에 고개를 묻고 있던 하제의 턱을 억지로 잡아 돌렸다.
술에 젖은 차가운 혀가 불쑥 밀려 들어와 안을 헤집었다. 하제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입을 벌렸다. 입안을 적시는 술이 너무 쓰고 달아서 절로 혀 아래에 타액이 고였다. 미처 삼키지 못한 와인이 턱을 타고 흘렀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취해 있던 상태였다. 거기다가 아메트가 입으로 넘겨준 와인을 받아 마셨고, 뒤 또한 와인으로 젖었다. 빠르게 술기운이 돌았다.
하제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뺨을 시트에 묻은 채 헐떡였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축 늘어졌다. 아메트는 그의 허리를 안아 올리며 다시 한 번 삽입을 시도했다. 힘을 실어 꾹 박아 넣자 귀두는 물론이고 기둥까지 반쯤 들어갔다. 확실히 아까보다 안이 한결 녹진해졌다.
“하아, 하, 흐, 으읏.”
손가락과 혀 따위만 받아먹던 내벽이 기쁘게 성기를 맞이했다. 좁은 안이 쭈욱 빠듯하게 조여들었다가, 하제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자 스르르 풀어졌다. 아메트의 성기에 달라붙는 속살이 델 듯 뜨거웠다.
아메트는 하제의 골반을 붙잡은 채 움직였다. 젖은 살끼리 철퍽철퍽 부딪쳤다. 몸이 너무도 뜨거워서, 와인으로 얼룩진 시트 위에서 섹스하면서도 추운 줄 몰랐다.
지잉, 징.
그때 작은 진동음이 들렸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하제의 휴대전화였다.
아메트의 눈이 사르르 가늘어졌다. 액정에 뜬 발신자의 이름을 한 번 보았다가, 시선을 옮겨 자신의 아래에서 흔들리는 하제의 뒤통수를 보았다. 하제는 시트를 움켜쥔 채 억눌린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한껏 취기가 오른 귓바퀴가 새빨갰다. 정신이 없어 전화가 온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메트는 허리를 움직여 성기를 박아 넣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하제 님, 연오입니다.”
스피커를 타고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렸다. 하제의 등줄기가 확 굳었다.
“……!”
그는 경악과 배신감에 찬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 사태의 주범은 그저 흐트러진 흑발을 쓸어 넘기며 하제를 빤히 주시했다.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듯.
“하제 님? 여보세요?”
“여, 연오야.”
“괜찮으십니까? 목소리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는…… 윽.”
내벽 안에 파묻혀 있던 성기가 뒤로 물러났다 다시 쾅 박혔다. 하제가 충격에 신음했다. 다급히 입을 틀어막아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어디 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당장 그리로 가겠습니다.”
거친 숨이 토해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하제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아메트를 노려보았다. 아메트는 전혀 개의치 않고 허리를 쳐올렸다. 미지근한 자극이 연거푸 가해졌다.
연오에게 변명을 해야 했다. 뭐라도 둘러대서 그를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하지만 입을 막은 손을 떼는 순간 꼴사나운 신음을 흘려버릴 것 같았다.
하제의 눈초리에 눈물이 확 고였다. 그는 힘겹게 손을 뻗어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하지만 아메트가 뒤에서 하제의 목덜미를 잡아 침대 위에 처박으며 그의 골반을 끌어당겼다. 엉덩이가 뒤로 끌려가 성기 위에 퍽 박혔다.
“악……!”
“하제 님! ……빌어먹을.”
연오가 짤막하게 욕설을 하는 것이 들렸다. 이래선 안 될 상황인데도, 그 낮은 음성에 그만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제는 필사적으로 침대 위를 더듬어 전화기를 찾았다. 아예 통화를 끊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서문하제는 지금 좀, 바쁜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심장이 쿵 떨어졌다. 하제가 다급하게 팔을 뻗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아메트는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나랑 같이 있거든…… 아주 중요한 일을 하면서.”
“아메레타트…….”
낯선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인지한 순간 연오의 목소리가 확 바뀌었다. 톤이 낮아지고 그 위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증오가 얹혔다.
“어디냐.”
“오고 싶으면 와도 좋아. 와서 똑똑히 보도록 해.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아메트가 느릿느릿 호텔 방 호수를 댔다. 보기 드문 친절함이었다. 그는 말을 이으면서도 하제의 안을 퍽퍽 치댔다. 하제가 입을 틀어막은 채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아, 늦으면 그것조차 못 보겠군. 고작해야 서문하제가 내 정액을 뒤로 질질 흘리면서 늘어져 있는 꼴이나 보겠어.”
하제가 재차 처절하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가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통화가 뚝 끊겼다. 아메트가 귀찮다는 듯 팔을 휘둘러 휴대폰을 바깥쪽으로 밀쳐냈기 때문이었다.
휴대폰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 대리석으로 된 탁자에 큰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잔뜩 금이 간 화면이 새카맣게 물들었다. 하제가 그제야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뗐다.
“씨발. 이거 빼! 갈 거야. 연오가, 연오가 이런 모습을 보면!”
아메트와 몸을 섞는 사이가 된 것은 하제의 자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관계가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연오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메트를 증오해 마지않는 연오에게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애초에 저 악랄한 놈과 얽힌 게 잘못이었다.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성욕과 스트레스를 풀 상대가 필요하다고 자기합리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하제는 상대를 때리고 밀치며 빠져나가려 몸부림쳤다. 하지만 아메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하제의 목덜미를 한 손에 쥔 채 허리를 퍽 쳐올렸다. 숨이 막혔다. 눈앞에 별이 튀었다.
“아윽!”
하제는 흐느끼며 고개를 틀었다. 귀두가 전립선을 짓이기듯 과격하게 내리꽂혔다. 폭력적인 쾌감으로 아랫배가 꽉 조여들며 경련했다.
“싫어. 놔, 흑, 놔 줘.”
하제의 잇새로 드문드문 끊긴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자신의 목을 쥔 팔을 마구 할퀴며 한참 저항하다가, 마침내는 진이 빠져 버렸다. 아메트는 내내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술기운에 흐늘흐늘 늘어지는 팔을 억지로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 너머에서 낮은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스스로 꼴사납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잔뜩 마신 독한 술이 눈물샘마저 약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너무도 서러웠고, 당장이라도 연오가 올까 봐 불안했고, 눈앞의 미친놈이 미웠다.
“하아.”
하제의 안에 틀어박혀 있던 아메트의 성기가 한차례 꿈틀하더니 한층 더 크기를 키웠다. 그는 이 상황에 더욱 흥분하고 있었다. 팽팽히 벌어진 내벽이 뻐근하게 아파 왔다.
“하제야……. 울지 마. 응?”
그는 훌쩍이는 하제의 몸을 돌려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 하제의 허리를 양팔로 단단히 껴안아 깍지를 낀 채, 아메트는 내리깐 눈매 위에 긴 속눈썹을 드리우며 웃었다. 독을 품고 화려하게 피어난 꽃 같았다.
“그렇게 자꾸 울어대면…… 널 정말로 갈기갈기 찢어서 씹어 삼켜 버리고 싶어지니까.”
“…….”
하제는 말을 잃었다. 그 망연자실한 얼굴을 마주하고 아메트는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질척한 정사를 이어가는 동안 몇 번이고 입에서 입으로 와인을 흘려 넘겼다. 하제는 술에 취해 잘 돌아가지도 않는 혀로 온갖 욕을 퍼붓다가, 연오의 이름을 드문드문 불러 가며 괴로워하다가, 나중에는 아메트의 어깨에 매달려 힘없이 헐떡였다.
아메트는 한 팔로 인사불성이 된 하제를 안은 채 느긋하게 움직였다. 턱 끝까지 찰랑찰랑 차오른 쾌감을 교묘하게 조절했다. 박연오가 도착했을 때 모든 게 다 끝나 있으면 안 되니까.
* * *
아득한 의식 너머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흐릿하던 정신이 어렴풋이 돌아왔다. 어둠 속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손이 느닷없이 뺨을 감쌌다. 하제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하제 님!”
익숙한 목소리였다. 하제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더듬더듬 팔을 뻗었다. 평소대로라면 자신을 마주 안아 주었을 상대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대신 얼룩덜룩 어지러운 시야 너머에서 사나운 폭언이 오고 갔다.
왠지 좀 서러워졌다.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하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중심을 잃고 뒤로 스르르 넘어가는 그의 몸을 서늘한 팔이 받았다.
“손대지 마! 감히 그 더러운 손을 어디에.”
“이제 와서 그래 봤자…… 이미 서문하제는 나와 실컷 뒹굴었는데. 꼭 내가 억지로 끌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군.”
“뭐라고?”
“이해를 못 하겠어? 친절하게 다시 말해 주지. 그는 내 좆에 박히고 싶어서 제 발로 여기까지 걸어왔어. 그다음엔 스스로 옷을 벗고 내 밑에 누워서…….”
“더 들을 가치도 없군. 그분을 당장 이리 보내.”
“글쎄. 과연 서문하제가 그걸 원할까? 잔뜩 발정이 나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좀 만져 준 것만으로도 좆물을 뚝뚝 흘리던데.”
무슨 대화를 하는 거지? 연오와 아메트가 왜 한 자리에 있는 거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네가 잘 못 해 주나 보지? 얼마나 자지가 그리웠으면…… 그렇게 싫어하던 나와 붙어먹겠어. 아니면 애지중지 아끼느라 아직 건드려 보지도 못했나?”
“닥쳐.”
“서문하제가 네 것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박연오. 그도 이제 성인이야. 원하는 사람과 섹스할 권리가 있지. 안 그래?”
“닥치라고 했다!”
“서문하제를 닮아서 너도 멍청하기 짝이 없군. 밖으로 나도는 게 싫으면 철저하게 가둬 놨어야지……. 아니면, 다른 놈 따윈 생각도 안 나게 해 주든가.”
하제를 뒤에서 느슨하게 끌어안고 있던 탄탄한 팔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를 안은 것은 익숙한 품이 아니었다.
연오가 아니면 대체 누가 날……. 하제는 힘겹게 눈을 떴다. 사방이 핑핑 돌고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시야가 흐렸다.
그는 적갈색 머리카락으로 간신히 눈앞에 있는 상대를 알아보았다. 상대의 표정까지는 읽을 수 없었다. 그저 몹시 화가 난 것 같다는 사실만 인지했다.
“연오야.”
하제가 입술을 달싹였다. 연오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연오는 평소에도 좀 무섭지만, 화가 나면 한층 더 무서웠다.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절로 주위 사람들이 눈치를 보게 했다. 거기다 연오는 안 그렇게 생겨서는 은근히 뒤끝이 있어서, 화가 풀리려면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건 싫었다.
“내 연오가 왔구나…….”
하제는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웃었다. 그는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연오의 목덜미를 감싸 끌어당기며 서툴게 입술을 겹쳤다. 연오는 입 맞추는 걸 좋아했으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화를 풀어 주고 싶었다.
한참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에 스르르 힘이 풀렸다. 차가운, 아니, 이제는 제법 따뜻해진 손이 뒷머리를 받쳤다. 반응이 없던 혀가 어느 순간 움직였다.
“흐으…… 읍, 읏!”
하제의 어설픈 애무에 연오는 혀를 잡아 뽑을 듯 거친 키스로 화답했다. 마치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연오는 침대 맡에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흐트러진 이불을 걷어내고 하제의 무릎을 잡아 벌리며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젖은 성기를 쭉쭉 빠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아으, 으, 흑, 안 돼. 하지 마, 아!”
하제가 허벅지를 파르르 떨며 연오를 밀어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아올리는 기세가 더욱 격렬해졌다. 뜨겁고 축축한 혀가 귀두를 힘 있게 감쌌다.
“하제야……. 고개 돌려.”
낮은 속삭임이 귓가를 메웠다. 등 뒤에서 하제를 안고 있던 아메트가 그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추었다. 절제 없이 마구 새어 나오던 신음이 그의 입술에 턱 막혔다.
입안에 든 딱딱한 성기를 뿌리 끝까지 깊이 물었다 놓은 연오가 고개를 들었다. 질투 어린 눈이 질척하게 혀를 섞는 두 남자에게 머물렀다.
그는 반쯤 몸을 일으켜 하제의 허리를 확 잡아당겼다. 하제가 연오 쪽으로 쭉 끌려가며 맞물려 있던 입술이 강제로 떨어져 나갔다. 아메트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하제의 뒷머리가 그의 허벅지 위로 툭 떨어졌다.
“큭……!”
반사적으로 버둥거리는 몸을 꽉 붙잡은 채, 연오는 그의 성기 위에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침대 아래에 무릎을 꿇고 충실히 봉사했다.
졸지에 품에 안고 있던 하제를 빼앗긴 아메트가 한숨을 쉬었다. 언제나처럼 권태로워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그사이에 미미하게 불쾌함이 스몄다.
“꼭 개새끼 같군.”
“…….”
연오는 흠뻑 젖은 귀두를 빨다 말고 입술을 핥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아메트의 도발에도 그저 입매를 비틀어 피식 웃기만 했다. 가소로웠다. 아메트가 보는 앞에서 하제의 키스에 응한 순간부터 상식과 이성, 자존심 따위는 이미 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개?”
오히려 그 말에 반응한 것은 하제였다. 반쯤은 꿈에, 반쯤은 현실에 발을 걸치고 있던 그가 한 박자 느리게 물었다.
“연오가, 개라고……?”
“네. 맞습니다, 개.”
연오는 기다렸다는 듯 냉큼 수긍했다. 하제의 허벅지 안쪽에 입을 맞추고 애교스럽게 뺨을 비볐다.
“그러니 실컷 예뻐해 주세요.”
아메트가 무표정으로 짧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오는 하제의 성기를 정성껏 길게 핥아 올렸다. 취기인지 쾌락인지 모를 것으로 양 뺨을 벌겋게 물들인 하제가 끙끙대며 몸을 뒤틀었다.
“개가 왜, 으응, 이런 걸 해.”
“저도 당신께 귀여움받고 싶어서요.”
연오는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태도로 당당하게 선언하더니, 번들번들하게 젖은 기둥을 아랫입술로 문질렀다. 귀두의 예민한 부분을 혀끝으로 쑤시기도 했다.
“연오가 개면.”
하제가 눈먼 손을 뒤로 더듬더듬 뻗어 아메트의 팔목을 쥐었다. 탁하게 흐려진 시선이 아메트를 향했다.
“그럼 넌…… 뭔데?”
“글쎄, 뭘까…….”
아메트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낮추어 그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 아, 하고 힘없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매끈한 목에 선명하게 잇자국이 남았다.
짧은 애무에도 쾌감은 빠르게 차올랐다. 아메트가 이미 자극해 놓을 대로 자극해 놓은 몸이었다. 하제는 허리를 들썩이고 다리를 움츠리며 밀려오는 절정에 저항했다. 쌀 것 같으니 놔 달라고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애원하기도 했다.
연오가 갈 곳을 잃고 허공에 뜬 하제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으며 볼이 패이도록 성기를 힘차게 빨아들였다.
“아읏, 흑! 그만, 나, 네 입에 싸기 싫…… 아, 안 돼, 읏!”
부드럽고 연한 안쪽 입천장이 성기를 꽉 조였다. 하제가 연오 쪽으로 허리를 퍽 쳐올렸다. 연오는 목 안으로 넘어오는 정액을 서슴없이 꿀꺽 삼켰다. 요도 구멍에 묻은 정액까지 남김없이 빨아먹고 나서도 부족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리 와. 네가 해 줬으니까, 나도 너한테…….”
비척비척 몸을 일으킨 하제가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내쉬며 연오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상대를 확 끌어당겨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며 그의 셔츠 단추에 손을 댔다. 이제 술이 좀 깨는지 아까보단 멀쩡해 보였지만 여전히 눈빛이 몽롱했다.
그는 몇 번 헛손질을 해 가며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내렸다. 열린 셔츠 사이로 연오의 맨 가슴이 점차 드러날 무렵 서늘한 손이 하제의 골반을 붙잡았다. 그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뒤에서 퍽, 하고 커다란 충격이 찾아들었다.
“헉!”
하제가 연오의 품에 쓰러졌다. 연오는 얼떨결에 그를 받아 안았다. 아메트는 하제의 골반을 쥔 채 엄지로 허리께를 둥글게 문지르며 허리를 치댔다. 흠뻑 적셔진 채 방치되어 있던 구멍을 벌리고 다시 들어온 성기가 힘차게 안을 드나들었다.
“뭐 하는 거야!”
연오가 빠득 이를 갈았다. 아메트는 혀로 아랫입술을 훑으며 태연히 응수했다.
“하제가 좋아하는 거…….”
하제는 아메트가 뒤에서 밀어붙이는 대로 흔들리며 연오의 어깨를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셔츠를 벗기려던 생각은 어느새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하던 거 계속해야지, 하제야. 저놈은 아직 옷도 못 벗고 있잖아……. 불쌍하게도.”
내벽이 한 번 깊숙이 후벼 파일 때마다 날카로운 쾌감이 배 안을 저몄다. 하제가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후들후들 떨리는 손을 연오의 셔츠에 갖다 댔다. 아메트는 그때마다 하제를 농락하듯 일부러 세게 성기를 처넣었다. 번번이 손이 엇나갔다.
“아, 흐윽, 읏.”
하제는 연오의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흐느꼈다. 다른 남자에게 박히며 끙끙대는 모습이 연오의 승부욕과 독점욕에 불을 지폈다. 더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연오는 하제를 안고 바싹 몸을 붙였다. 하체를 밀착한 채 성기끼리 맞닿도록 꾹꾹 허리를 추어올렸다. 반쯤 앞섶이 벌어진 셔츠를 잡아 뜯듯 벗어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찌익 바지 지퍼 내리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눈앞에 큼직한 좆이 들이밀어졌다. 하제가 헐떡이며 연오를 올려다보았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놀라시기는…….”
연오가 옅게 웃었다. 그는 꼿꼿하게 일어선 기둥을 쥐고 하제의 가슴에 문질렀다. 발간 귀두 끄트머리에 맺힌 맑은 액체가 탄탄한 가슴골에 길게 묻었다.
판판한 가슴에 성기를 비비다가, 귀두 가운데 팬 구멍에 젖꼭지를 맞추어 쿡쿡 찔렀다. 귀두에 이리저리 쓸리고 눌리며 하제의 유두가 점차 일어섰다.
아메트가 안을 쿵쿵 찧으며 새카만 머리칼을 확 잡아챘다. 하제가 신음하며 고개를 젖혔다. 아메트는 뒤에서부터 손을 뻗어 그의 유두를 괴롭혔다. 희고 긴 손가락 사이에서 유두가 마구잡이로 꼬집히고 비틀렸다.
“아파하시잖아. 당장 놔!”
“…….”
두 남자는 서로를 죽일 듯 쏘아보았다. 하제를 가운데 낀 채 살기등등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
“하제 님은 네게 그딴 취급을 받을 분이 아니야. 네까짓 게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는 넌? 서문하제를 얼마나 아끼기에 그런 소릴 하는 거지?”
“적어도 너보단 훨씬 더 아낄 거다. 너 같이 질 나쁜 새끼보다는.”
“아, 그래서 그 소중하고 고귀한 몸에 네 자지를 문질러 좆물을 처바르고 있는 건가?”
“닥쳐! 네가 어떤 교활한 말로 하제 님을 현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문하제를 현혹하는 건 오히려 네가 제일 잘 하는 짓일 텐데.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것도 작작해야지. 언제까지 그가 네 품에만 얌전히 머무를 거라고 생각했나?”
하제는 아메트가 치받는 대로 턱턱 흔들리느라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왈칵 울분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아깐 제정신이 아니라 미처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 상황 자체가 어이없었다. 이 또라이들이 지금 당사자를 눈앞에 두고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들아. 다 꺼져……. 다 꺼지라고!”
하제가 힘겹게 연오의 가슴을 퍽퍽 때렸다. 연오가 그의 손목을 잡아 입술을 꾹 눌렀다.
“하제 님. 저로는 부족하셨습니까?”
“…….”
“제가 성에 차지 않아서, 저 뱀 같은 놈과.”
그런 게 아니었다. 하제가 연오에게 성역인 만큼, 연오도 하제에게 성역이나 다름없었다. 피만 안 섞였을 뿐 친형제나 다름없는 연오와 질펀하게 뒹굴기에는 좀 양심이 찔렸다.
내벽을 쑥쑥 문지르며 드나들던 성기가 배 속 깊숙한 곳을 쾅! 때렸다. 도를 넘은 자극에 하제의 몸이 뻣뻣이 굳었다.
“서문하제의 몸은 그렇다는데……?”
“너한테 물은 게 아니다만?”
“헉, 흐윽, 연, 연오야. 난, 그게 아니라…….”
“그런가요? 그럼, 하제 님.”
연오가 싱긋 웃었다. 단정하고 청순한 얼굴과는 달리, 눈빛이 어딘가 맛이 가 있었다.
“아까 말씀하셨잖습니까. 제 것도 빨아 주신다고요. ……지금, 빨아 주세요.”
그래, 그런 말을 하긴 했다. 술김에. 어쨌거나 제 무덤을 스스로 판 꼴이었다. 연오를 쏘아보는 하제의 눈에 배신감이 차올랐다.
어처구니가 없어 멍하니 벌어진 입술에 귀두가 끼워졌다. 하제는 눈을 질끈 감으며 연오의 성기를 물었다. 귀두만 머금었을 뿐인데 턱이 뻐근하게 아팠다.
“혀로 핥아서…… 샅샅이 적셔 주십시오.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이 뻔뻔한 놈은 심지어 구체적인 요구까지 하고 있었다. 아메트가 자신의 광기를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 유형이라면, 연오는 정상인 척하다가 그럴 기회만 생기면 본성을 드러내는 부류였다. 어느 쪽이나 하제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꺼떡꺼떡 움직이는 성기를 붙잡기 위해 팔을 뻗으려 했지만, 뒤에서 아메트가 손에 단단히 깍지를 껴 오는 바람에 그럴 수도 없었다. 하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만 앞으로 내밀어 연오의 성기를 물었다. 힘차게 밀고 들어온 것이 목 안쪽에 퍽 박혔다. 헛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대화가 잦아들었다. 서로 죽일 듯 날을 세우던 연오와 아메트도 더는 말이 없었다. 세 남자는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엉켰다.
질척이는 성기가 점막에 철퍽철퍽 요란하게 비벼졌다. 하제는 정신없이 흔들렸다. 위아래로 동시에 굵직한 기둥이 드나들었다. 반복되는 마찰로 턱이 빠질 것처럼 아프고 엉덩이 안이 얼얼했다. 입이 연오의 것으로 틀어막혀서 비명도 신음도 나오지 않았다.
“큭……!”
하제의 허리를 쥔 채 그의 엉덩이 살이 마찰로 발개지도록 격렬하게 움직이던 아메트가 짧게 신음했다. 침대 위에서 엉금엉금 무릎걸음으로 기어 도망가려는 하제를 붙잡아 자신의 성기 위에 내리눌렀다.
그는 하제의 어깨를 콱 깨물어 송곳니를 박으며 사정했다. 가장 깊은 곳까지 박힌 성기가 크게 꿈틀대며 정액을 토했다. 하제가 한껏 벌어진 허벅지를 움츠릴 생각도 못 한 채 목 너머로 신음했다. 그의 사타구니는 이미 줄줄 새어 나온 자신의 정액으로 엉망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연오도 절정에 올랐다. 그는 사정과 동시에 하제의 입안에서 성기를 쑥 빼냈다. 긴 기둥이 빠져나가면서 입가를 온통 정액 범벅으로 만들었다. 사레가 들렸는지 하제가 눈물을 글썽이며 잔기침을 했다.
“하아, 하, 헉…….”
연오는 번들거리는 성기를 쥐고 하제의 뺨에 느리게 문질렀다. 사정은 길었다. 그 와중에도 정액이 간헐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하제의 얼굴은 물론이고, 귀밑머리와 귓불, 심지어 새까만 속눈썹에까지 희끄무레한 액체가 묻었다.
겨우 목구멍을 쑤시던 성기에서 해방되었다. 하제는 가파르게 숨을 몰아쉬며 낯을 찡그렸다. 정액 방울이 엉겨 붙은 속눈썹이 애처롭게 떨렸다. 눈가에 잔뜩 고여 있던 눈물이 눈초리를 따라 주르르 흘렀다.
앞뒤로 끌어안고 있던 팔이 풀리자마자 하제의 몸이 확 고꾸라졌다. 물고 있던 성기가 빠져나가자 허벅지를 타고 아메트의 정액이 주르륵 새어 나왔다. 위도 아래도 타인의 정액으로 엉망이었다.
연오가 그를 안고 질척하게 젖은 뺨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 애틋한 마음이 생길…… 리가 없었다. 하제가 벌벌 떨리는 팔로 그를 밀어냈다.
“하제 님.”
“꺼져! 이거 놔, 개새끼야.”
“잠시만요. 얼굴에 묻은 걸 닦아 드릴 테니까.”
“필요 없어. 꺼지라고!”
“혹여나 눈에 들어가면 괴로우실 겁니다.”
연오는 들은 척도 않고 그의 이마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었다. 하제가 와락 인상을 썼다. 아직도 입안에 연오가 싸지른 정액의 맛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다정하게 구는 꼴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메트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른하게 풀린 눈매에 덤덤한 표정이 더욱 하제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미친놈들이 쌍으로 아주 가관이었다.
“너희, 시발, 이 나쁜…….”
하제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연오의 품에 쓰러져 까무러치듯 잠에 빠졌다. 그는 의식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속으로 이를 갈았다. 세상에 믿을 놈이라곤 한 놈도 없었다.
* * *
꿈도 꾸지 않고 죽은 듯 잠들었다가, 하제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사방이 놀랄 만큼 조용했다. 욕설과 신음이 뒤섞이던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뒤에서 따끈따끈한 온기가 느껴졌다. 누군가 그를 품에 꼬옥 안고 있었다. 포근한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아래가 미묘하게 불편했다. 하제는 낮게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그제야 불편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정사의 여운으로 질척하게 젖은 안에 무언가 들어가 있었다. 긴 손가락이 느릿느릿하게 내벽을 들쑤셨다.
“아……!”
하제는 번쩍 눈을 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메트의 옆얼굴이 보였다.
그는 언제나처럼 천장을 보고 반듯하게 누워 잠들어 있었다. 입술이 천진하게 살짝 벌어지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창백한 얼굴 위로 검은 머리칼이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사이코패스 같은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는 주제에 잠든 얼굴만은 참 고요했다.
하제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눈앞에 있는 게 아메트면, 지금 자신에게 찰싹 들러붙어서 뒤를 희롱하고 있는 건…….
“연오야…….”
하제는 어렵사리 고개를 돌렸다. 잔뜩 쉬고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오가 하제의 목덜미에 뺨을 비비며 기쁜 듯 작게 웃었다.
“쉿.”
그리고 입술을 달싹여 입 모양으로 속삭였다.
‘깰지도 모릅니다.’
그가 말하는 대상은 명백했다. 연오는 앞으로 팔을 뻗어 하제의 유두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만져 줄수록 말랑말랑하게 풀려 있던 유두가 꼿꼿이 일어서는 것을 손끝을 통해 느끼며, 다른 손으로는 계속 구멍 안을 쑤셨다.
하제가 당황했는지 그의 안이 파르르 떨리다 꽉 조여들었다. 손가락 두 개를 문 내벽이 탄력적으로 좁아졌다가 풀렸다. 깊게 잠들어 있을 때도 좋았는데, 손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연오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뜨거운 숨을 내쉬며 하제를 좀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딱 달라붙어 있는 연오의 가슴과 배, 그 아래가 등허리에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기세등등하게 발기한 성기가 엉덩이 사이를 쿡쿡 찔렀다. 아까의 섹스로 아직 발갛게 부어 있는 입구에 귀두가 눌릴 때마다 둔한 통증이 일었다. 하제가 다급하게 몸을 뒤틀며 속삭였다.
“그만……. 하지 마.”
연오가 싱긋 웃었다. 입매만 다정하게 웃고 있을 뿐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안에 틀어박혀 있던 손가락들이 쑥 뽑혀 나갔다. 부재를 느낄 새도 없이 귀두가 구멍 위에 맞추어지더니, 그대로 체중을 실어 꾸욱 눌렀다.
“……!”
숨을 쉴 수 없었다. 하제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이를 악문 채 딱 굳어 버렸다. 반쯤 박힌 성기가 마치 몸을 꿰뚫는 거대한 말뚝 같았다. 맞닿은 연오의 심장이 쿵쿵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하제는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여 보려고 무심코 스스로 허벅지를 벌렸다. 연오가 그의 무릎 아래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쥐더니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 상태에서 허리를 쿡쿡 쳐올려 성기를 조금씩 더 밀어 넣었다. 귀두만 꽂아 넣은 채 바깥에 드러나 있던 기둥이 점차 팽팽하게 벌어진 구멍 안으로 삽입되었다.
“흑……!”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배 속 깊은 곳까지 밀고 들어온 성기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연오가 하제의 둥근 귓바퀴를 살짝 물었다 놓으며 나지막한 속삭임을 흘려 넣었다.
‘안에 있는 걸 긁어내 드렸어요……. 이대로 저놈이 싸지른 걸 품고 있으면 기분 나쁘실 테니까.’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연오는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녹초가 되어 까무룩 잠든 이를 붙잡고 제 좆을 처박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하제가 눈을 질끈 감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하지만 달아나려 하면 할수록 허리에 감긴 연오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굵은 성기를 가득 품은 배 속이 짓눌려 터져버릴 것 같았다.
“흐으, 으…….”
저항을 포기했는지 하제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는 입 모양으로 ‘아파’, ‘그만해’라는 말만 반복하며 연오의 팔을 붙잡은 채 끙끙거렸다. 연오는 빈틈없이 몸을 밀착한 채 속삭였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제게 비밀을 만들고, 다른 놈과 몸을 섞고.’
뒤에서부터 성기가 크게 퍼억 박혔다. 코앞에서 잠든 아메트를 깨울까 봐 하제는 제대로 소리도 못 내고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저를, 이 연오를 두고 어떻게.’
모로 누워 한쪽 다리가 들린 채 은근한 행위가 이어졌다. 몸이 들썩들썩 작게 흔들렸다. 소리를 억지로 참느라 하제의 입술이 엉망으로 씹혔다.
자다 일어나서 따끈따끈하게 풀린 안이 연오의 것을 꼭꼭 베어 물었다. 하제의 고개가 푹 꺾였다. 어느 한 점을 찔러 올릴 때마다 어깨가 흠칫 경련했다.
하제가 마구 구겨진 채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시트를 쥐어 잇새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틀어막았다. 뺨에 벌겋게 열이 오르고 숨이 막힐 때까지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못 참을 정도가 되어서야 헐떡이며 천을 끌어 내렸다.
“…….”
그리고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아메트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춰 버렸다. 그러나 아메트는 눈앞에서 하제와 연오가 뒤엉켜 있는 꼴을 보고도 태연자약했다. 그는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며 하제의 턱을 잡아 끌어당겼다.
“발정도 정도껏 해야지, 그새를 못 참고…….”
“손 떼.”
연오가 곧장 그를 제지했다. 아메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더니, 연오를 완전히 무시하고 엄지로 하제의 아랫입술을 눌렀다. 하도 깨물고 씹어서 잇자국이 난 붉은 입술을 매만지다가 길게 죽 그으며 문질렀다.
혹사당한 입술이 기어이 툭 터졌다. 따끔한 통증이 퍼졌다. 입술 가장자리에 난 균열을 따라 핏물이 맺혔다. 하제가 반사적으로 한쪽 눈을 찡그렸다.
아메트가 게으른 동작으로 스르르 다가와 몸을 붙였다. 발간 혀를 내밀어 하제의 입가에 맺힌 피를 느릿느릿 핥았다.
“하제야. 나랑 저놈 중에…… 누구 자지가 더 좋아?”
그가 웃음기 어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하제는 헐떡이느라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연오가 빈정대며 받아쳤다.
“천박하긴.”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박연오. 언제까지 고고한 척할 거야. 너나, 나나…… 이 구멍에 좆 박고 싶어서 안달 난 건 똑같지 않나.”
아메트가 번쩍 들린 하제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연오의 성기가 박힌 구멍 위를 더듬다가, 빠듯하게 벌어진 입구를 억지로 비집고 손가락 하나를 넣었다. 하제의 입술 사이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흑, 아…… 악! 제발 그만 좀 해, 흣, 이 미친 새끼들아.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으면 너네끼리 하든가!”
“글쎄. 저런 놈은 취향이 아닌데…….”
“네? 하제 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상상만 해도 역겹습니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겠습니다.”
앞뒤에서 즉각 불만의 말이 쏟아졌다. 아메트가 별 희한한 소릴 다 듣는다는 듯 인상을 쓰고, 연오가 빠득 이를 갈았다.
“너희들 취향은 알 바 아니니까, 제발 나 좀 놔 달라고!”
“그러니까, 하제야. 내가 물었잖아……. 누구 자지가 더 좋냐고. 좆질도 제대로 못 하는 무능한 놈은 버리고, 더 나은 놈이랑만 붙어먹으면 되지 않겠어?”
“씨발, 흐, 으윽. 별 지랄 맞은 소릴 하고 자빠졌, 헉!”
하제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몸을 굳혔다. 아메트가 연오의 성기가 쑥쑥 드나들던 구멍에 무작정 자신의 것을 들이민 탓이었다.
“뭐 하는 거냐. 당장 치워!”
“하제가 잘 모르겠다잖아……. 누구 좆이 더 나은지. 한꺼번에 박아 보면 알겠지.”
“하제 님을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
“억울하면 너도 하제라고 부르든가…….”
아메트는 듣는 둥 마는 둥 연오의 말을 심드렁하게 흘려 넘겼다. 흉흉하게 발기한 기둥을 붙잡고 질척한 입구를 꾹꾹 눌렀다.
“하지 마! 못 해. 두 개나 넣을 수 있을 리가 없잖, 흐, 아악!”
“넣을 수 있어.”
“그만하라고, 흐…… 큭, 흐읏.”
하제가 마구 고개를 저었다. 아메트를 밀어내려 뻗은 팔이 상대에게 턱 잡혔다. 이러다간 정말로 구멍을 벌리고 귀두가 파고들 것 같아 무서웠다.
“그만하라고 하시잖아. 이러다 다치겠어! 다른 때도 이런 식으로 강제로 몰아붙였나? 너 따위가 하제 님을 감히!”
“서문하제가 다칠까 두려워? 그럼 네 좆을 빼. 울고불고 몸부림치든, 아파서 까무러치든…… 난 물러날 생각 없으니까.”
“하, 씨발.”
연오가 신경질적으로 웃었다. 단정한 목소리로 내뱉는 욕설이 묘하게 섹시했다.
아메트는 한 손으로 구멍 안을 들쑤시며 한 손으로는 성기를 쥐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자꾸 찔꺽찔꺽 미끄러지던 귀두가 결국 입구에 턱 하니 걸렸다.
“싫어, 헉, 아파!”
“착하지……. 하제야.”
아까도 말했잖아. 주먹을 쑤셔 박기 전에 힘 풀라고. 아메트가 낮게 속삭였다. 하제의 입술을 물어뜯듯 집어삼키며 허리에 힘을 주어 꾹 밀었다.
“……!”
새어 나오는 비명이 전부 잡아먹혔다. 터진 입술에서 피 맛이 났다. 하제의 허벅지가 안쓰러울 정도로 부들부들 떨렸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연오가 하제를 꼭 안은 채 이를 악물었다. 하제의 안에서 핏줄이 선 거대한 기둥끼리 미끄덩하게 맞붙었다. 타인의 것과 자신의 것이 한데 문질러지는 감각이 한 마디로 좆 같았다. 하지만 잘못 움직였다가 하제가 다칠 것 같아 함부로 상대를 밀쳐낼 수도 없었다.
“아, 악, 흐윽!”
“그래, 제대로, 받아먹어야지…….”
찢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진 내벽을 강제로 열고 성기가 반쯤 들어갔다. 배가 꽉 차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절로 헛구역질이 났다.
하제가 꿰뚫려 박제된 나비처럼 바르작거렸다. 손톱이 짧게 정돈된 손이 악에 받쳐 아메트의 어깨를 까드득 할퀴고 긁어내렸다. 고개가 젖혀지고 숨이 할딱할딱 넘어가는 것을 간신히 어르고 달랬다.
“읏, 싫어. 이거, 그만, 헉, 흐응, 아프, 아프단 말이야.”
하제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팠다. 죽을 만큼 아픈데, 동시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는 안을 콱콱 쑤셔 줘야 전립선을 자극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성기를 넣고만 있는 것만으로도 안쪽이 꽈악 눌렸다. 조금만 몸을 뒤틀어도 전립선이 안을 가득 메운 성기 두 개에 마구 짓이겨져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배 안에서 성기 두 개가 뻑뻑하게 맞물렸다. 삽입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버거웠다. 도저히 움직일 틈이 보이지 않았다. 연오가 난처해하는 사이 아메트가 우악스럽게 성기를 빼냈다가 퍽 박았다.
“악!”
하제는 정말 울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자신이 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이 수모를 당하나 싶었다.
“하제 님…….”
연오가 하제의 뺨을 감쌌다. 발간 눈가에 키스하고 송골송골 맺힌 눈물을 핥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개의 성기가 엇박자로 안을 쳐올렸다. 배 안이 마구잡이로 휘저어지는 것 같았다. 눈앞이 하얗고 까맣게 얼룩졌다.
“아메레타트, 그만. 하제 님이 괴로워하시는데 그렇게 무식하게!”
“얌전히 좆질이나 해. 하제가 지루해하잖아……. 응?”
“그분께 손대지 말라고……. 하지 마!”
“아까부터 잔소리가 좀, 과한데. 박연오. 네가 모시는 게 서문하제인지 나인지 모를 정도야.”
“나는 하제 님을 진심으로 아끼니까. 너 따위와는 다르게.”
“그래? 서문하제를 아껴서, 다른 놈과 구멍을 돌려쓰나? 퍽이나 애틋하군.”
“닥쳐!”
그 와중에도 두 놈은 끊임없이 기 싸움을 해 댔다. 하제는 박든 박히든 네놈들끼리 하고 나는 제발 내버려 두라고 몇 번이나 애원했다. 하지만 연오와 아메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성기를 처박는 움직임이 점차 과격해졌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다. 어린아이 팔뚝만 한 성기 두 개가 번갈아 가며 과격하게 안을 드나들던 와중에, 힘겹게 버티던 살갗이 그만 찢어지고 말았다.
“흐, 으, 아악!”
하제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새하얀 시트에 피가 드문드문 묻었다.
“하제 님!”
당황한 연오가 우뚝 멈추고 성기를 쑥 빼냈다. 아메트는 구멍에서 새어 나온 피를 손가락에 묻히더니 망설임 없이 핥아먹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연오가 빠져나간 자리에 홀로 남은 아메트의 성기가 불끈 맥동하며 더욱 힘을 받았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서러움이 더했다. 하제는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쪽팔리고 자존심이 상하기 전에 서글펐다. 그는 손에 고개를 파묻고 소리 내어 울었다.
“죽여 버릴 거야. 흑, 이 짐승 같은…….”
“하제 님, 이 연오가 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나빴어요. 더 안 할 테니 울지 마세요. 많이 아프십니까? 지금 당장 병원에.”
연오가 어쩔 줄 몰라 하며 하제를 달랬다. 아메트는 하제야, 하고 나직하게 부르며 그를 안으려 했다. 하제는 펑펑 우는 와중에도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퍽퍽 걷어차 그들을 밀쳐냈다.
“씨발, 다 꺼져. 필요 없어! 좆 같은 변태 새끼들, 흑, 흐윽…….”
침대 위에 홀딱 벗은 세 남자가 있었다. 한 놈은 서럽게 울어대고, 한 놈은 상대에게 차마 손도 못 댄 채 쩔쩔매고, 한 놈은 몹시 흥분된다는 표정으로 아래를 뻣뻣하게 세우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제는 쓰라린 통증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낱낱이 느끼며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평생 금욕하며 독수공방하는 한이 있어도 저 새끼들이랑은 절대 붙어먹지 않을 거라고.
그 다짐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