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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삼겹살 먹던 날 (10/13)

epilogue 삼겹살 먹던 날

“헉.”

뒷문을 나서려다 비명을 지를 뻔한 동수의 입을 타이밍 좋게 틀어막은 현배는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저거 뭐냐, 현배야? 지금 내 눈이 삔 거냐?”

“닥치고 들어와.”

그러잖아도 분위기 요상한데 산통을 깨려고 하는 동수를 질질 끌다시피 안으로 당긴 현배가 뒷문을 닫았다. 동시에 현배의 팔을 뿌리친 동수가 어버버하다가 뒤늦게 깨달은 얼굴로 입을 떡하니 벌렸다.

“지금 우리 형님한테 도둑 키스한 거 우리 락이 맞지?”

“눈이 삔 게 아니라 아예 맛이 갔냐?”

“그러니까 우리 락이가…!”

형님 좋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닌 게 단순한 애정이 아닌 연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동수가 그만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 요란스러운 아우성을 본 척도 않은 현배가 마저 볼일을 보았다. 떨어진 재료를 양껏 챙기곤 뒷문이 아닌 앞문으로 포차를 빠져나갔다.

언젠가 일락이 제대로 일을 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시기가 빨랐다. 사랑하고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그나마 남녀상열지사 쪽에 조예가 있는 현배는 일찌감치 일락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곰 같은 놈들 대부분은 단순한 애정으로만 생각했다.

이거 권호 형님이랑 광연 형님이 아시면 난리 나겠는데.

쯧, 혀를 차며 식당으로 돌아가는 현배의 양 옆구리엔 쌀이 한 가마니씩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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