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Half moon bay 2부-0화 (13/23)

00.

아래가 당기는 것은 순간이었다.

존 리든은 망설임 없이 자신을 향해 열린 입 안의 도톰한 혀를 제 혀로 감아 올렸다. 이 순간 타인의 타액은 알콜이 되어 버렸다. 쓰고도 단 향, 마실수록 갈증을 불러오는 맛이 느껴졌다.

존 리든은 매끄러운 검은 머리칼을 그러쥐어 세스 그린의 자세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저기, 여기서 이러는 건……,”

잠시 입술을 놓자 세스가 중얼거렸다. 존 리든은 성급히 버클을 푸는 와중에도 피식 웃었다.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장소 같은 거야 아무려면 어때.

버클이 풀리자 존 리든의 손이 성급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급하게 그 안으로 들어섰다. 단단히 발기한 페니스가 손바닥 안을 채웠다. 존 리든은 바지를 끌어 내리며 세스를 벽처럼 닫힌 문 쪽으로 밀어붙였다. 등이 단단히 고정된 세스가 가느다란 턱선을 얕게 들어 올렸다. 시선이 마주치기 전 존 리든은 고개를 숙여 살짝 짠 맛이 나는 목덜미를 덥석 빨아들였다. 처음부터 자극이 너무 강했는지 세스가 등줄기를 부르르 떨며 신음을 냈다. 한 겹의 살갗 밑에서 입술을 통해 넘어오는 울림이 그를 자극했다. 존 리든은 잡아먹을 것처럼 살갗을 씹다가 세스의 목덜미에 잇자국을 남겼다. 성급하게 세스의 브리프 안을 헤집은 손이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콘돔 없어. 그래도 넣을 거야.”

존 리든은 제가 만든 잇자국에 대고 속삭였다.

“여기서? 장소가 안 좋,”

“못 참아.”

존 리든은 거푸 중얼거렸다. 못 참겠어. 참으라고 하지 마. 빌어먹을, 하고 싶어. 지금. 당장.

그 말에 세스가 낮게 웃었다. 검은 머리칼이 그의 이마를 간질였다. 존 리든은 턱을 쥐어 거세게 입을 맞추며 세스의 목덜미를 끌어당겼다. 다리 사이를 더듬던 손가락이 입구를 파고들었다. 세스가 움찔 자세를 흩뜨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존 리든은 거세게 들끓는 욕망을 늦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 뒷목을 단단히 고정시켜 달아나지 못하게 만들면서 아직은 답답할 정도로 좁은 입구를 늘려 갔다.

답답함에 손가락이 치워졌다. 존 리든은 선액으로 미끈대는 페니스를 입구에 가져갔다. 세스를 잡아 벌리는 양팔의 근육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입술 밖으로 새어 나가는 거칠고 더운 숨을 제어하지 못했다. 덕분에 습기가 생겨 시선이 흐려졌다. 구분이 가는 것이라고는 좁은 화장실 문에 기대 하의만 벗겨진 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세스의 희고 가는 몸과 검은 머리칼뿐이었다.

충분해.

존 리든이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이상은 필요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곳에서는. 퇴근 후 종종 들르는 바의 어둡고 습진 화장실 안, 누구도 그를 알아볼 리 없는 곳에서라면.

페니스가 기어코 입구를 파고들었다. 세스가 괴로운 듯 이마를 찡그리며 그의 어깨를 붙든 손에 힘을 주었다.

쉿. 존 리든은 세스의 귓가에 붙인 입술을 달싹였다.

거칠게 하지 않을게. 조금 참아 줘.

흐려진 시야 안으로 웃는 듯 우는 듯 표정을 찡그린 세스의 얼굴이 다가왔다.

세스는 손가락을 꿈지럭거려 아직도 답답하게 목을 죄이고 있는 그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존 리든은 그 작은 배려가 행복해 웃었다. 세스가 그의 목을 끌어안는 동시에 존 리든은 그대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빠듯하게, 뭉개듯 페니스를 눌러 오는 내벽의 느낌에 존 리든이 어금니를 물며 사정했다. 빡빡하던 안이 질척해졌다. 존 리든은 한껏 예민해진 페니스를 빠르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한차례 사정 후에도 욕구는 이제 시작인 듯 사나웠고, 세스가 비명을 대신하듯 한층 더 강하게 그를 끌어당겼다.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안을 치대는 페니스와 그 단단해진 살덩이가 불러오는 애끓는 쾌락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흐……!”

정신없이 세스의 몸을 쥐고 흔들던 존 리든에게 또다시 사정감이 밀려왔다. 존 리든은 끝까지 아래를 박아 넣은 채 진저리를 치며 남은 욕구를 쥐어짜 냈다. 울컥대는 정액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지 세스가 몸을 떨었다. 세스가 흘린 정액이 존 리든의 바지를 적셨다.

“후……. 아, 완전……,”

세스가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렸다. 존 리든은 세스의 목덜미에 이마를 댄 채 달아오른 체향을 후희처럼 즐기고 있었다. 꽉 막혀 있던 숨구멍이 툭, 하고 트이는 기분에 존 리든이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이런 거, 진짜 처음 같아요. 하, 아무것도 없었는데. 술집 화장실에서 처음 보는 남자랑 삽입까지 하다니. 미친 짓 맞는데……, 기분 끝내주네.”

“……뭐?”

불쑥, 존 리든이 고개를 들었다.

눈에 힘을 주자 흐려진 시야가 맑아져 왔다. 화장실 안은 어두웠고 누구 것인지 모를 암모니아 분자들이 공기 중에 얼룩을 남겨 놓았다. 방금 전까지 욕망이 색채처럼 반짝이던 공간은 삽시간에 칙칙한 한 줌의 현실로 변해 버렸다.

“그쪽 이름이 뭐예요?”

검은 머리칼을 가진 마른 남자가 그에게 물었다. 이제야 존 리든은 그가 세스가 아니었음을 인지했다. 뜯어먹을 것처럼 살펴도 그저 낯선 누군가일 뿐 세스 그린은 아니었다.

“……하아.”

존 리든은 취기에 삼켜졌던 자아를 다시 토했다.

스스로가 토사물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퇴근 후 빈속에 저녁 대신 위스키를 들이부은 것까지는 자책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그럴 만한 날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이 곧장 배설이나 다를 바 없는 사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스스로 쓰레기 수거 트럭에 기어오르고 싶은 기분으로 이어졌다.

머리칼이 검다는 것 외에 별다른 닮은 점도 없는 남자였다. 그런데도 붙들고 착각하고 욕망하다 거푸 사정했다.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제 날숨에 묻어나는 알콜 향이 쓰레기 수거 트럭이 지나가는 새벽에서 나는 냄새 같았다.

존 리든은 더러워진 바지를 끌어 올려 버클을 채웠다. 2인분의 정액으로 얼룩진 손을 들어 이마를 쓸어 올렸다. 그는 남자에게는 대꾸 없이 화장실 문고리를 잡았다.

누구인지 모를 남자가 존 리든의 손을 쥐어 왔다.

“말 안 해 줄 거예요?”

존 리든은 세스와 전혀 닮지 않은 남자를 쳐다보았다.

“……놔.”

“생긴 거랑 완전히 다르게 구네. 그렇게 말끔하게 생겨서 매너는 더럽네요?”

“욕할 거면 욕해. 너한테는 관심 없어.”

남자는 울컥하는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싸기 전까지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끙끙대더니. 제발 박게 해 달라던 게 누구야.”

“싸기 전에 무슨 말을 못 해.”

존 리든은 발로 쾅 문짝을 걷어찼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축축해진 바지와 비린 정액 냄새, 눈앞에서 얼쩡대는 남자와 낯선 체향이 묻은 손바닥 모두가.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자신이었다. 방금 전 사정한 상대에게 이따위 말을 내뱉고 있는 스스로가 구제 불능의 쓰레기 같았다.

“재수 없어.”

남자가 툭 쏘아 던졌다. 존 리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개새끼 같으니.”

나도 알아, 씨팔.

“병 걸린 구멍에나 걸려 버려라.”

남자는 고개를 숙여 존 리든의 구두에 퉤, 침을 뱉더니 저가 먼저 화장실을 나가 버렸다. 구두를 더럽힌 새하얀 거품은 모욕과 다를 게 없었다. 존 리든은 변명도 되지 않을 한숨을 흩뿌리며 알콜에 찌든 머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세스와 함께 하프 문 베이를 떠나온 지 십 년째 되는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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