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키스도 모르는 게…… 섹스할 때 가슴을 빠는 거라고는 대체 누가 알려준 거야?
나는 얼굴과 귀는 물론이고 목덜미까지 벌겋게 익은 채로 평소에는 그 존재를 자각조차 못 했던 내 가슴에 정신없이 매달리는 션 스펜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아, …젠장. 진짜 기분- 이상하네.”
“이상해?”
“그럼 이상하지, 마냥 좋겠어? -으, 이 세우지, 말고…, 그래.”
따끔하게 작은 돌기를 깨물 때마다 왠지 허벅지 안쪽으로 힘이 바짝 들어가고, 그의 단단한 손이 내 근육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빌어먹을. 겨우 이 정도로 중심이 단단해지는 건 확실히 이상하다.
그것도…… 그렇게나 재수 없던 션 스펜서의 무릎 위에서 앉은 채로 이렇게나 흥분하는 건, 정말이지 정상이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누구라도 내 상황이 된다면- 마찬가지의 기분이 될 거다.
이 나라에서 가장 완벽하게 다듬어진 몸을 가졌을, 고결하기까지 한 남자가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헐떡이면서도 그걸 어떻게 할 줄 몰라 순종하듯 내 명령을 따르는 걸 보면 누구라도 입이 바짝 마르고 피가 몰릴 거라고.
“왜?”
“션, 다른 사람 거 입…, 아니 손으로라도 해 준 적 있어?”
“……아니.”
“남자한테 박아 본 적은?”
션 스펜서와 나의 나이 차는 그래 봤자 고작 두어 살 뿐이었던 것 같지만, 더 이상 벌겋게 익으려야 익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그 서늘한 이목구비 가득 긴장을 품는 걸 보자니 정말 뒷골이 다 땅긴다.
난 게이가 아니다.
남자 다리 위에 이렇게 올라타 본 것도 처음이고, 같은 사내놈이 가슴을 빨게 한 것도, 아니 그 전에- 하늘애 맹세컨대 남자랑 한 키스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몸에 매달려 흥분을 감추지 않는 남자가 션 스펜서라면. 그리고 그 어감 좋은 이름이 이 나라 전체를 달구는 톱스타의 것이라면-
“그럼 이참에 해 볼래?”
왜. 그가 나와 같은 걸 달고 있는 건 제쳐놓고서라도, 한 번 정도는 뒤를 대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경우 없이 발랑 까진 걸까?
하지만, 생각해보라고.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는 내게 톱스타의 섹스 기회는 그게 동성이라고 해도 그리 흔치 않다. 심지어 이 얼굴에, 이 몸이라니. 거부감보다는 휘파람이 먼저 나오는 남자 아닌가.
그리고 뭐… 솔직히 션 스펜서 그에게도 나쁘지만은 않을 거다.
딱 봐도 다른 이의 손을 타지 않은 게 분명한, 생긴 것만 과하게 근사한 이 도련님에게 적당히 속세에 찌든 동성의 선생님이야말로 가장 좋은 섹스 파트너가 될 게 분명하다.
……심지어, 같은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하고. 이보다 더한 궁합이 어딨겠어?
나는 고작 몇 달 전만 해도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남자에게 기꺼이 입술을 부딪치며 생각했다.